반시간정도 지났을까, 부인은 밥을 다 차려놓고 소희를 불러 밥을 먹게 하였다.밥은 일반적인 흰 쌀밥이고 그 외에 두 개의 볶음 요리가 있었는데, 하나는 현지야채를 볶은것이고 다른 하나는 집에 있는 고기와 산버섯을 볶은것이였다.이정도면 이 마을에서는 아주 푸짐한 밥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소희는 밥상에 자신의 밥만 올려져 있는것을 봤고, 부인은 아이를 안고 옆에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소희가 나긋하게 말했다.“이리로 와서 같이 먹어요!”그러자 부인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아마 같이 먹으면 소희가 돈을 안 줄것 같았기 때문이였다.“제가 애들한테 사주는걸로 하시죠. 이리로 와!”소희는 요리 두 접시를 가운데로 밀었다.부인은 그제서야 아이를 데리고 왔고 옥수수밥 두 그릇을 더 떠서 함께 밥상에 앉아 먹기 시작하였다.남자아이는 먼저 고기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은 후 눈길은 줄곧 접시 속의 고기를 주시하고 있었다.여자아이는 줄곧 야채를 먹었고 고기를 다친 적이 없었지만,가끔 참지 못하고 한 번씩 흘겨봤다.소희는 그녀에게 한 조각을 집어주었고, 여자애는 자신의 어머니를 한 번 보고선 다시 동생에게 고기를 집어주었다.부인은 소희에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딸은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소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채 밥을 먹었다.밥을 다 먹고 소희가 돈 두장을 부인에게 주자 부인은 매우 기뻐하며 받았다.그러나 부인의 얼굴에 웃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녀의 안색이 갑자기 변해선 뒤를 돌아보고 훈계했다.“너, 뭐하는 거야?”소희는 머리를 돌려 바라보았고 아마 여자애가 설거지를 할 때 몇 사람이 먹다 남은 접시에 고기가 하나 더 있는 것을 보고는 참지 못하고 먹을려고 했던것 같았다.부인이 부르자 여자애는 놀라서 바들바들 떨자 손에 든 고기가 땅에 떨어졌고, 옆에 있던 남자아이도 놀라서 크게 울기 시작했다.부인은 더욱 화가 나서 옆에 불을 지피는 막대기를 들고 소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때렸다.첫 번째엔 여자애의 목을 가격했고, 여자는 감히 울지 못하
소희는 소매로 입과 코를 가린 후 도망가려는 부인을 덥석 잡아 부엌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리고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세게 닫아버렸다.놀라 벌벌 떨고 있는 부인은 얼굴색마저 하얗게 질린 채 연신 손을 흔들었다."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마당에서 펑펑 울고 있는 남자아이와 놀라 멍해진 여자아이를 바라보며 소희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불곰은 그녀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마을에서 남존여비를 고집하고 있는 집을 찾아 일부러 부인더러 그녀의 면전에서 아들을 편애하고 딸을 학대하라고 했던 거겠지.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 묻혀있는 트라우마를 자극하여 경각심을 늦추게 하려고.하지만 불곰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바로 그녀가 진작에 트라우마를 극복했다는 것이다. 여자아이를 동정하지만, 이로 인해 경각심을 늦출 정도는 아니다."그들이 당신더러 날 기절시킨 후 어디로 보내라고 했어? 그들과 어떤 방식으로 연락을 해?"소희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하지만 부인은 못 알아들은 척하며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계속 고개를 저었다.이에 소희가 바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그러더니 울고 있는 남자아이를 들어 올려 도마 위에 짓누르고 옆에 있는 칼을 들었다.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마지막으로 묻지. 어떤 방식으로 그들과 연락을 해? 말하지 않으면 난 당장 이 아이를 죽일 거고, 너희 온 가족은 오늘 저녁에 고기를 먹어야 할 거야."부인의 놀란 얼굴에는 핏기가 사라졌다. 그녀는 바로 "풍덩"하고 무릎을 꿇었다."내 아들을 죽이지 마! 말할게, 내가 말할게!"부인의 말에 소희가 손에 든 칼을 돌렸다. 무거운 쇠칼이 의외로 그녀의 손바닥에서 빠르게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고 있는 부인은 놀란 나머지 눈만 크게 부릅뜨고 숨마저도 크게 쉴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들은 나더러 아가씨를 기절시킨 후 나무판 수레로 고무원 밖 감 언덕까지 끌고 가라고 했어. 그곳에 예전에 폐기된 고무 가공 공장이 있거든."부인이
그러다 수레 옆으로 다가온 후 한 사람은 경계하며 사방을 둘러보았고, 다른 한 사람은 나무판 수레에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있는 소녀를 쳐다보았다.그중 한 명이 영어로 하찮다는 듯 물었다."이 여인이 바로 서희야?"다른 한 명이 성의 없이 한번 쳐다보고는 대답했다."아마도?""불곰은 이 여인이 뭐가 무섭다고 그러는 거야?"남자가 말하면서 소희의 코 밑으로 손을 뻗었다.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해 보려고.그런데 바로 그가 손을 뻗은 찰나, 소희가 갑자기 눈을 떴다. 그녀의 손에서 차가운 빛이 한번 번쩍이더니 남자의 손목이 바로 잘려 나갔다.잘린 손목은 나무판 수레에 떨어졌고, 남자는 울부짖으며 비명을 질렀다.소희는 일초도 망설이지 않고 남자의 손목을 자른 후 훌쩍 일어나 다른 남자의 어깨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피 묻은 비수로 남자의 가슴에 힘껏 꽂았다.남자는 눈을 크게 부릅뜬 채 그대로 뒤로 넘어졌고, 소희는 가볍게 날아올라 바닥에 멈춰 섰다.눈 깜빡하는 사이에 남자 두 명을 처리했다.소희에게 손목이 잘린 남자는 비틀거리며 옆에 있는 방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반쯤 뛰어가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기절했다."아!""사람 죽었어!"이때, 옆에서 갑자기 한 여인의 겁에 질린 비명이 들려왔다.소희가 고개를 돌려 보더니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그녀와 같은 여관에 묵었던 젊은 커플이었다. 두 사람은 산에서 하루를 걷다가 저도 모르게 여기까지 왔던 것이다.소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당장 여기를 떠나.""너 사람을 죽였어, 너 사람을 죽였어!"여인이 소희를 가리키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꺼내 신고하려 했다. 하지만 산에서 아무런 신호도 잡히지 않았다.남자도 놀라 멍해져서는 두 다리를 계속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소희는 위험한 줄도 모르고 그곳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당장 쫓으려 했지만 페기된 공장 건물에서 갑자기 20여 명이 달아 나왔다. 위장복을 입은 그들은 하나같이 키 크고 흉악했고 손에는 전부 칼
소희는 민첩하게 한 남자의 팔을 따라 미끄러내려 종아리를 세게 걷어찬 후 손에 든 비수를 힘껏 남자의 목덜미에 꽂았다.살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소희는 여유롭게 덩치가 큰 남자들 사이에서 공격을 날렸다. 그녀는 비록 보기에 많이 수척했지만 순발력은 놀라울 지경이었다. 그녀의 모든 공격에는 보여주기식이 전혀 없었고 전부 급소만 공격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세 명의 남자가 쓰러졌다.불곰은 사람들 뒤에 서서 소희를 차갑게 바라보았다.그는 한 번도 눈앞의 소녀를 얕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비록 C국 경내라는 이유로 이만한 인원들밖에 데려오지 못했지만, 하나같이 정예였고, 목숨을 바칠 마음가짐을 안고 이곳까지 왔다. 그는 오늘 반드시 서희를 이곳에서 죽여야 했다.요 몇 년 동안 서희 수하의 추격 때문에 그는 곳곳에서 제약을 받고, 끊임없이 숨어다니는 바람에 장사와 수하가 전부 격감하고 있었다. 그러니 더 이상 소희를 죽이지 않으면 그는 영원히 숨어다니며 살아야 했다.C국을 벗어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삼각주에 관한 일에는 절대 관여할 수 없고, 용병들 앞에서도 모습을 드러낼 수 없다는 건 진언이 그녀에게 정한 규칙이다.마찬가지로 C국은 그가 오고 싶다고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서희를 죽도록 증오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런데 마침내 이번에 누군가가 그에게 이 기회를 제공했으니 그는 위험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지체하지 않고 왔다.서희가 직접 그를 죽이고 싶은 만큼 그도 그녀를 죽이고 싶었으니까.자신이 데리고 온 부하가 네다섯 명이나 서희의 손에서 죽어나가자 불곰의 눈에는 순간 포악한 빛이 번쩍였다. 그러더니 손바닥을 치며 입을 열었다."데려와!"방안에서 두 사람이 한 남자를 끌고 나왔다.남자는 온몸에 힘을 잃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생사를 알 수가 없었다."서희, 누군지 한 번 봐봐."불곰이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싸우고 있던 쌍방이 모두 멈추었다. 중간에 포위된 소희의 하얀 얼굴에는 피가 잔뜩 튀었다. 그녀는 칠흑
장명원은 놀라 눈을 크게 뜬 채 발버둥 치며 뒤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결국 꼼짝도 하지 못하고 칼이 자신의 발목을 향해 날아오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땡-소희가 걷어찬 돌멩이 하나가 불곰의 칼에 부딪히자 칼은 순식간에 방향이 틀려 옆의 진흙에 꽂혔다.장명원은 식은땀을 흘리며 별안간 고개를 들어 소희를 바라보았다.불곰도 소희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입을 삐죽거리며 냉담하게 말했다."이래도 모른다고?""너희들이 죽이려는 건 나잖아. 다른 사람과는 무관하니 무고한 사람을 연루시키지 마."소희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불곰, 저 사람은 풀어줘. 나 혼자 여기에 온 건 바로 우리의 일을 우리끼리 조용하게 해결하고 싶어서야.""너의 능력은 나도 잘 알아. 이 사람을 살리고 싶으면 무기를 바닥에 버려."불곰이 말했다."그러지."소희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장명원은 그제서야 그를 납치한 사람이 불곰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바로 소희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이 사람의 말을 듣지 마요!""닥쳐요 그냥!"소희가 장명원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고는 불곰을 쳐다보며 천천히 몸을 웅크리고 앉아 비수를 발밑에 놓았다.그녀가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이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달려들어 손에 든 주사기를 소희의 어깨에 세게 박고 힘껏 아래로 눌렀다.하지만 거의 동시에 소희가 손을 들어 그 사람의 손에 있던 주사기를 빼앗고, 그 사람을 장명원을 잡고 있는 남자에게 던졌다.그 후 바로 하늘로 날아올라 한 발로 불곰 앞에 있는 남자의 가슴을 걷어차고 몸을 돌려 다른 사람의 팔을 잡았다. 그러고는 손에 든 주사기를 그 사람의 팔에 꽂아 3분의 2의 약을 전부 주입했다.그녀의 동작은 엄청나게 빨라 불곰 쪽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미 두 사람이 연달아 죽었다.소희는 동작을 멈추지 않고 바로 불곰을 향해 달려들었다.그녀의 몸에는 이미 3분의 1의 약이 주입되었고, 그녀는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걱정마세요.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불곰이 반드시 저 여인을 죽일 겁니다."해가 점점 져가고 있었다. 산비탈 전체가 핏빛으로 물들었고, 소녀도 피범벅으로 되었다. 그녀 자신의 것인지 다른 사람의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싸움은 멈추지 않았고 숲 바람은 메스꺼운 피비린내를 휘감고 불어왔다.소희의 체력은 점점 소모되고 있었다. 특히 이름 모를 약물을 맞은 후 체력은 더욱 빨리 소모되었다. 하지만 반대로 통증도 마비시켜 그녀로 하여금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등에는 두 곳 베이고 팔에도 부상을 많이 입었지만 아무런 아픔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그녀의 동작은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그녀에게 목표라고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바로 불곰을 죽이는 것이다.자신이 데려온 사람들이 전부 소녀의 발밑에 쓰러지자 불곰은 드디어 당황하기 시작했다.그는 허리춤에 찬 칼을 뽑아 들고 달려들어 소희의 목덜미를 향해 힘껏 날렸다.소희가 마침 비수로 한 사람의 명치를 찌르고 있어 미처 뒤로 물러설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겨우 몸을 피했고 칼날은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 그러자 검은 머리카락 한 가닥이 공중에 흩날렸다.불곰은 그녀에게 숨 돌릴 틈도 주지 않고 다시 달려들었다.소희는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몸을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약물이 발작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녀는 더는 피할 수 없었고 칼끝은 순간 그녀의 어깨에 박혔다.불곰이 손에 힘을 주자 소녀의 신음과 함께 선홍색 피가 그녀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불곰의 눈에는 순간 피비린 흥분이 뿜어져 나왔다. 그는 다시 한번 칼로 힘껏 찌르려 했지만, 소녀가 갑자기 그의 품속으로 달려들었다. 소녀의 손에는 어느새 짧고 날카로운 비수 하나가 나타났고 그 비수는 신속히 불곰의 목덜미를 향했다.불곰은 순간 놀라움에 빠졌다. 소녀가 자신을 미끼로 삼아 고의로 그를 가까이로 유인했던 것이다.그는 급속히 후퇴했다. 하지만 소녀도 양보하지 않고 손에 힘을 주고 다가갔다.그러다 불곰의 등이 굵은 나무에 부딪혔다. 그가 손에 든
심명은 숲속에서 달려 나와 전기 막대기로 불곰의 수하 한 명을 기절시켰다. 그러고는 또 전기 막대기를 휘두르며 불곰의 다른 수하와 뒤엉켰다.소희는 갑자기 목구멍이 뜨거워지더니 바로 피를 토했다. 그러다 몸이 나른해져 땅에 쓰러진 채 이를 악물고 힘주고 있던 눈을 감았다.드디어 불곰을 죽여 백양 그들을 위해 복수했어.시름 놓고 전우들을 만나러 갈 수 있겠네."소희야!"심명이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목숨을 걸고 그녀에게 달려갔다.그의 손에 있는 전기 막대기의 강도가 매우 세서, 순간 길을 뚫을 수 있었다.그는 소희의 발 옆에 주저앉았다. 눈빛과 얼굴에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온몸이 피투성이인 소희를 보며 그는 어디를 먼저 다쳐야 할지 몰라했다.그러다 손을 들어 그녀의 배에 난 상처를 움켜줘었다. 공포에 질린 그는 팔마저 덜덜 떨고 있었다."소희야, 소희야, 내가 너무 늦었어!"무지개 촌에서 소희를 찾지 못한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근 산에서 돌아다니다 우연히 겁에 질린 커플을 만났고, 그들이 한 소녀가 이쪽에서 포위되었다고 알려 주었다.그래서 듣자마자 서둘러 왔는데도 늦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소희는 눈을 살짝 뜨고 심명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이미 흐리멍덩해지고 목소리도 쉬어 있었다."빨리 가, 나를 상관하지 말고.""소희야, 죽지 마. 제발 죽지 마!"심명은 어찌할 바를 몰라 벌떡 일어나 소희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고는 불곰의 수하를 향해 소리쳤다."자, 죽여!"불곰의 수하는 4~5명밖에 남지 않았고 모두 부상을 입었다. 소희가 불곰을 죽인 장면을 목격한 몇 사람은 소희와 심명을 노려보며 다시 달려들었다.심명은 손에 든 전기 막대를 꼭 쥐고 양쪽으로 휘두르며 공격을 막았다. 비록 그에겐 아무런 무공도 없었지만 눈이 돌아간 채 목숨을 걸고 전기 막대기를 휘두르는 탓에 불곰의 수하들은 더는 소희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어느덧 해는 지고 어둠의 장막이 깃든 숲속은 차고 쓸쓸했다.심지어 쌩쌩 불어오고 있는 바람에도 숙연
온 얼굴이 피투성이였지만 유독 별처럼 맑은 소희의 한 쌍의 눈은 장막을 밝혀주고 있었다.......전망대에서 지켜보고 있던 남자가 더는 기다리기 귀찮아 고개를 돌려 Maduro에게 말했다."사람 보내 처리해.""아무렴요."Maduro가 불빛 아래에서 더 조각져 보이는 남자의 얼굴을 보며 담담하게 웃었다."절대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겁니다. 먼저 돌아가셔도 되고요.”그의 말에 임구택은 몸을 돌려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그런데 이때, 갑자기 귓가에 굉음이 들려왔다. 임구택은 멍하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열 대 가까이 되는 헬리콥터가 하늘을 가르며 천천히 날아오고 있었다. 그 헬리콥터들은 마치 먹구름처럼 밀려 와 마지막 한 가닥의 황혼을 가렸고, 하늘은 찰나에 어두워졌다.헬리콥터는 산기슭으로 날아가 살육 현장의 상공에서 빙빙 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굉음은 천지마저 뒤흔들었다.임구택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Maduro를 바라보았다."누구야?"Maduro의 안색도 순간 변하더니 바로 대답했다."불곰 쪽의 사람은 아닐 겁니다."마침 임구택의 핸드폰이 울렸고, 임구택이 바로 받았다."무슨 상황이야?"고무원을 관리하던 명경이 급급히 대답했다."임 대표님, 진언이 왔습니다!"임구택이 듣더니 순간 멍해졌다.그러더니 바로 고개를 돌려 어두운 얼굴색으로 Maduro에게 물었다."포위 공격을 당하고 있는 자들이 대체 누구지?"Maduro가 듣더니 눈알을 굴리며 대답했다."저 여인이 진언이 가장 좋아하는 이를 죽였거든요. 그러니 진언이 직접 저 여인을 잡으러 온 걸 겁니다."임구택의 눈빛이 점점 무거워났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계단 아래로 내려가며 명경에게 말했다."진언 쪽 사람과 통화해. 나 진언을 만나야겠어."명경이 바로 대답했다. "네!"*헬리콥터 프로펠러의 거대한 소리는 산맥 전체를 진동시키고 있었다. 그러다 줄 사다리가 헬리콥테에서 밖으로 던져졌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줄 사다리를 타고 신속히 내려왔다.
도도희는 필사적으로 참아왔던 눈물을 더는 막지 못하고 흘러내렸다.“시언아, 재희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그 순간, 마치 재희가 사라진 직후로 되돌아간 듯했다.10대였던 강시언이 강성으로 달려왔을 때, 도도희는 목이 터지라 울며 절망 속에서 물었다.“시언아, 재희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시언은 그때처럼 오늘도 똑같은 대답을 했다.“찾을 수 있어요.”그의 눈빛은 단호했다.“한 번 더 확인해 보면 안 될까요?”도도희는 눈물에 젖은 눈으로 놀라며 되물었다.“뭐라고?”옆에 있던 도경수도 그 말에 희망을 얻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검사 결과가 실수일 수도 있다는 건가? 한 번 더 하면 더 정확한 결과가 나오는 거야?”“아니요.”시언은 고개를 돌려 아심을 바라보더니 그녀의 손목을 잡고 어둠 속에서 앞으로 데리고 나왔다. 그리고 그녀를 도도희 앞에 세우며 말했다.“이모, 이번엔 아심이랑 친자 확인을 해보죠.”시언의 말이 끝나자마자 모든 사람이 놀라며 굳어버렸다. 도도희와 아심은 물론이고, 재아조차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재아는 얼굴이 새하얘지며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저, 저와 이모가 어떻게.”아심은 당황하며 손목을 뿌리치려 했지만, 시언은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강아심, 네가 겪었던 일들과 재희가 겪었던 일이 비슷해. 그리고 네 등에 있는 태어나면서 생긴 점도 그렇고.”“많은 사람이 너와 도도희 이모가 닮았다고 한 적 있잖아?”도도희는 놀란 눈빛으로 아심을 바라보며 물었다.“네 등에도 그런 점이 있어?”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있긴 하지만 문신 때문에 지금은 보이지 않아요.”아심은 시언을 돌아보며 덧붙였다.“비슷한 일을 겪은 아이들은 많아요. 그 점도 단순히 우연일 뿐일 수 있어요. 괜히 이모를 또다시 상처받게 하지 마세요.”시언은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서며 단호하게 말했다.“검사를 하지 않는 게 진짜 평생 후회로 남을 수도 있어. 검사를 해보고 아니라면
“다행이네. 오늘은 혼자 왔네.”강시언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강아심은 어리둥절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시언은 아심과 대화를 나눌 의도는 전혀 없는 듯, 그녀의 손목을 잡고 차로 향했다. 아심은 걸음을 맞추느라 바쁘면서도 물었다.“어디로 가는 건데요?”갑작스럽게 본론으로 들어간 상황에 아심이 머릿속이 복잡했다.‘혹시 지난번에 잘못된 신호를 준 걸까? 아니면 이 일이 수익성이 높다고 생각해 다시 돈벌이하러 온 걸까?’만약 돈 문제라면, 아심도 다시 한번 고민해 볼 여지는 있겠지만 말이다.시언은 그녀의 끝없는 상상을 알 리 없었다. 그는 차 문을 열어 조수석에 앉으라고 권하며 짧게 말했다.“도도희 이모를 만나러 가는 길.”그 순간 아심의 온갖 생각이 끊겼다. 그녀는 살짝 눈을 크게 뜨며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강성에 오셨어요?”“응.”시언은 단 한 마디의 추가 설명도 하지 않고 바로 차 문을 닫았다. 차에 올라탄 뒤, 아심은 다시 물었다.“이모는 어디에 계세요? 왜 미리 연락을 안 주셨지?”시언은 길을 응시하며 간단히 대답했다.“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이미 어두워진 저녁 하늘 아래,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시언의 옆모습을 선명히 비췄다.날카롭게 각진 얼굴과 차가운 분위기가 묻어나 강아심은 그가 여전히 화가 나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시언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아심도 더는 묻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며 반짝이는 도시 야경에 시선을 두었다.차 안은 한동안 침묵으로 가득했고, 이윽고 차는 도씨 저택 앞에 도착했다. 시언은 안전벨트를 풀며 말했다.“내려.”아심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여기가 어디예요?”“내려 보면 알아.”아심은 살짝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비밀스러운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아심은 차에서 내려 그를 따라 오래된 한옥의 정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에 가까워지자, 정원 안에서 여러 사람이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도도희가 가장 앞에 있었고, 도경수와 강재석, 그리고 소희
소희와 강솔은 도도희를 부축해 방으로 옮겼고, 그녀를 잠시 눕게 한 뒤 임구택이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의사는 곧 도착할 예정이었다.아래층에서는 도경수가 도도희가 갑자기 쓰러진 일로 크게 놀라 어쩔 줄 몰라 했지만, 강재석이 곁에서 그를 진정시키며 마음을 다잡게 도왔다....위층에서는 이반스가 침대 옆에 서서 깊은 주름이 잡힌 이마로 걱정을 드러냈다.“도도희, 이러지 마. 내가 당신 딸을 꼭 찾아줄게. 반드시 찾을게.”도도희는 눈을 감은 채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먼저 나가 주세요. 혼자 있고 싶어요.”소희는 이반스와 다른 사람들을 방 밖으로 내보낸 뒤, 물 한 잔을 따라 침대 옆에 앉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죄송해요.”도도희는 겉으로는 재아에 대해 무관심한 듯 행동했지만, 딸에 대한 생각을 마음속에 감추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단지 그 감정을 감히 드러내지 못했을 뿐이다.아마도 과거에도 재아 같은 존재가 있었을 것이다. 친자 확인 전에는 마음의 문을 조금 열어 감정을 키웠지만, 이번처럼 결과가 확인되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도도희는 천천히 눈을 뜨며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말했다.“그걸 왜 탓하겠어? 좋은 마음으로 한 일이 책임을 추궁받는다면, 세상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더 차가워질 거야.”도도희는 몇 마디를 하고 나니 조금 기운이 난 듯 물었다.“그 물 나를 위해 떠온거야?”소희는 잠시 멈칫하다가 얼른 물컵을 건네주었다.“네, 여기요.”도도희는 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일어나려 하자 소희가 급히 말했다.“아직 누워 계세요. 제가 물을 드릴게요!”“아니야, 방금은 잠깐 어지러웠을 뿐이. 이제는 괜찮아졌어.”도도희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앉았다. 이윽고 시선이 천천히 방 안을 돌아다니더니, 이내 눈가가 붉어지기 시작했다.“예전에 재희와 내가 이 방에서 함께 지냈었어. 발코니에는 재희가 가장 좋아하던 목마가 있었지. 그 목마에 올라타면 얼마나 웃었던지.”도도희는 책장 옆의 빈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도경수가 말했다.“나는 항상 내가 옳다고 생각했어. 너를 위해 한 모든 일의 출발점이 결국 네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믿었지. 하지만 뒤돌아보면, 너는 과연 정말 행복했을까?”“그날 네가 나에게 했던 말이 맞았어. 나는 항상 독단적이었고, 자기중심적이었어.그러니 앞으로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렴.”“네가 행복하다면, 나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을게.”도도희는 아버지의 말을 듣자 갑작스레 눈물이 차올라 고개를 돌렸다....기다리는 시간은 고통스러웠지만, 네 시간은 결국 금방 지나갔다. 강시언은 미리 차를 몰고 친자 확인 기관으로 향했다.결과를 받아 든 그는 가장 먼저 결과를 사진으로 찍어 도도희에게 전송했다. 결과는 도도희와 재아 사이에 혈연관계가 없다고 나왔다. 둘은 모녀 사이가 아니었다.결과를 정리한 뒤, 시언은 차를 몰고 도씨 저택으로 돌아갔다.도씨 저택에서 모두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재아는 긴장한 나머지 손을 멈출 수 없이 떨었다.재아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도씨 집안의 사람이냐 아니냐는 앞으로의 운명을 좌우할 문제였다.도도희는 시언이 보낸 결과 사진을 확인하고, 눈길을 잠시 멈춘 뒤 무표정하게 고개를 들었다.“양재아는 내 딸이 아니야.”“뭐라고요?”재아는 그 순간 얼굴에서 피가 모두 사라진 듯 창백해졌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놀란 목소리로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제 모든 조건에 다 들어맞는데요! 이 결과가 정말 정확한 건가요? 혹시 오류가 있지는 않나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도경수 역시 크게 실망한 듯 갑자기 십 년은 늙어 보였고, 눈에는 믿기지 않는 감정만 가득했다.“어떻게 그럴 수 있지? 어떻게 재희가 아닐 수 있어?”강재석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어두워졌고, 소희는 마음이 더 무거웠다.재아는 소희가 데려온 아이였다. 아이를 잃어버린 사람에게 있어 가장 큰 고통은, 희망을 준 뒤에 그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결국 소희는 스승에게 가장 큰 상처를
그러자 양재아가 웃으며 다가갔다.“아직 그렇게 빨리 결과가 나오지 않아요. 네 시간이 걸린대요. 할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네 시간이나?”도경수는 자리에 앉아 시간을 확인하며, 분 단위로 흘러가는 시간이 고통스럽게 느껴졌다.이반스는 도도희에게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피 뽑는 거, 아프진 않았어?”도도희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조금 아프긴 했지만, 괜찮았어.”강재석이 천천히 말했다.“이 시간에 내가 한마디 하겠네.”모두가 조용해지며 강재석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결과는 두 가지 중 하나겠지. 확률은 반반이야. 모두 마음의 준비를 해두자고. 재아가 도씨 집안 사람이라면, 모두가 기뻐할 일이야. 더 할 말이 없겠지.”“하지만 아니라면, 도도희 너도 실망하거나 원망하지 마라. 도경수는 이 모든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아이를 찾는 걸 포기한 적이 없어.”“네가 이재희를 잃어버렸을 때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거의 죽을 뻔하지 않았니? 네 눈으로도 똑똑히 봤던 일이잖아.”도도희는 눈가가 약간 뜨거워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말씀 잘 알겠어요.”강재석은 이번엔 도경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자네도 마찬가지야. 자네 몸은 큰 기쁨이나 슬픔을 견디기 힘들어. 재아가 아니라고 해도, 준비는 해둬야 해.”도경수는 대답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혼자 정원으로 향했다. 재아가 따라가려 일어서려 하자, 강재석이 말했다.“도도희, 가서 아버지랑 이야기 좀 해봐.”도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버지의 뒤를 따라갔다.뒷마당의 긴 벤치에 도경수가 혼자 앉아 있었다. 그는 활짝 핀 자스민 꽃을 조용히 바라보며, 시선은 허공을 떠다니는 듯했다. “아버지!”도도희는 그의 옆에 앉자, 도경수는 갑자기 말했다.“차라리 결과를 보지 말자. 그냥 재아를 재희라고 생각하자, 안 되겠니?”도도희는 눈을 내리깔며 차분히 말했다.“결국 아버지께서는 단지 위로받고 싶으신 거군요. 재아가 재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씀인가
양재아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멍하니 끄덕였다.“알아, 그런데도 조금은 두려워.”소희는 재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가족을 잃는 게 무서운 거야, 아니면 도씨 집안의 풍족한 환경을 잃을까 봐 무서운 거야?”재아는 순간 멍해졌고, 바로 대답했다.“당연히 할아버지를 떠나기가 싫어서지. 그분께서 저를 너무 잘 챙겨주셨어. 몇 달간 지내면서 진짜 친할아버지처럼 여기게 됐고.”“스승님이 그러셨잖아. 네가 친손녀가 아니라 해도, 이전처럼 너를 돌봐주실 거라고.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어.”재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작게 말했다.“그래도 뭔가 다를 수밖에 없잖아.”소희는 약간 찡그리며 말했다.“양재아, 온두리에서 네가 어떤 상황에 부닥쳤는지 떠올려 봐. 산전수전 위험한 환경 속에서 아무것도 없이 버텼잖아. 지금 상황이 그때보다 더 나쁘기라도 해?”재아는 소희를 멍하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초심을 잃지 마!”소희는 마지막으로 재아에게 단호하게 말했다....오후에는 강솔과 진석도 도씨 집안에 도착했다. 그리고 두 시쯤, 드디어 도도희가 집에 도착했고, 이반스도 도도희와 함께 왔다.오랜만에 마당을 본 도도희는 약간의 감상에 잠겼지만, 동시에 결과가 빨리 나오기를 바랐다. 집 안에 모여 있던 모두가 따라가고 싶어 했지만, 강시언이 일어서서 말했다.“오늘 당장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너무 많은 사람이 갈 필요 없어요. 제가 도도희 이모와 양재아를 데리고 갈게요. 나머지는 집에서 기다리세요.”모두 이의 없이 동의했고, 시언은 도도희와 재아를 데리고 유전자 확인 기관으로 향했다.시언은 차를 부드럽고 빠르게 몰았고, 도도희와 재아는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차 안의 분위기는 침묵으로 가득했다.시언은 원래부터 남에게 쉽게 다가가지 않는 아우라를 풍겼고, 도도희는 무표정했다. 재아는 몇 번이나 말을 꺼내려 했지만, 결국 입을 열지 못했다.침묵을 깨고 먼저 말한 사람은 도도희였다. 도도희는 강아심에 관해 물었다.
그러나 지승현은 냉랭하게 말했다.“아부하고 싶으면 직접 하세요. 나를 끌어들이지 말고요! 그리고 당장 사람을 불러 강아심의 차를 고치게 하세요.”“안 그러면 아심에게 신고하라고 할 거예요. 남의 재산을 훼손하는 건 엄연한 범죄예요. 지수철 감옥에 가게 하고 싶으면 그냥 놔두세요.”전화를 끝낸 승현은 바로 끊었다.권수영은 화가 나서 휴대전화를 집어던질 뻔했다. 그러나 곧 냉정을 되찾고 생각한 끝에 결국 사람을 불러 아심의 차를 고치게 했다.승현도 직접 아심에게 전화를 걸어, 며칠 동안 조심하고 운전할 때 주변 상황을 잘 살피라고 당부했다. 이에 아심은 알겠다며 자신이 신경 쓰겠다고 답했다....소희와 강시언 일행이 도씨 집안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정오가 넘어 있었다. 그러나 도도희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도경수는 초조한 듯 안절부절못하며, 직접 전화를 걸지는 못하고 강재석을 재촉했다.“도도희에게 다시 전화해서 어디쯤인지 물어봐!”그러나 강재석은 느긋하게 대답했다.“아침에 학생 몇 명 일을 봐주고, 이제 막 비행기를 탔다고 했잖아. 방금도 전화기가 꺼져 있던데, 오늘 안으로는 반드시 도착할 거야. 뭘 그리 급해 해?”그 말에 도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도착만 하면 됐어.”그러고는 다시 도우미를 불러 물었다.“방은 다 정리됐나?”도우미를 급히 대답했다.“걱정 마세요. 평소에도 사흘에 한 번씩 정리하는데, 오늘 아침에는 대청소까지 끝냈어요.”도경수는 그제야 조금 안심하는 듯했다. 곧 양재아는 차를 들고 도경수에게 내밀며 웃었다.“할아버지, 걱정 마세요. 엄마가 돌아오시면 떠나고 싶지 않으실 거예요. 제가 방에 장미꽃도 조금 꺾어놨어요.”도경수는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너희 모녀가 함께 지낼 시간이 많아질 거다. 감정도 서서히 쌓일 테니, 네 장점도 점점 알게 될 거야.”재아는 얌전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점심을 다 먹고 난 후, 재아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밖으로 나가 전화
임구택은 소희를 한 번 흘겨보더니 강재석에게 말했다.“저런 모습인데, 저도 서두를 수가 없네요.”구택의 말투는 어쩔 수 없다는 듯했지만, 가득 담긴 애정이 느껴졌기에. 강재석은 기분 좋게 크게 웃었다.그날 밤소희와 구택이 있는 정원은 여전히 축제용 등불이 걸려 있었고, 하양이는 새하얀 깃털이 오색 빛으로 변해 있었다.소희는 호두를 들고 하양이를 먹이며 말하자, 하양이는 소리를 지르며 외쳤다.“축하해, 소희! 소희, 아들 많이 낳아!”그 말에 소희는 깜짝 놀라 구택을 바라보며 물었다.“누가 이걸 가르쳤지?”이에 구택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 그녀를 품에 안았다. 등불 아래 그의 또렷한 이목구비는 더욱 아름답고 선명해 보였다.“굳이 가르칠 필요 없지. 자꾸 듣다 보면 자연히 배우는 거야.”구택은 소희의 손을 잡고 하양이에게 계속 먹이를 주며 담담히 말했다.“덕담이니, 기꺼이 받지.”소희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새가 한 말을 진짜로 믿는 거예요?”구택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길고 깊은 눈빛을 던졌다.“이미 생겼을지도 모르지.”소희는 몸을 돌리며 진지하고 살짝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데?”“괜찮아. 의사한테 물어봤는데, 큰 영향은 없을 거라고 하더라.”구택은 긴 손가락으로 소희의 눈썹을 쓸어내리며 소희의 분홍빛 입술을 보고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이잇!”하양이는 두 날개로 눈을 가렸다. 구택은 소희의 이마에 이마를 대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이 녀석이 못 보게 하자.”소희의 검은 눈동자는 별처럼 반짝였고, 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구택은 그녀를 안아 방으로 향했다....다음 날 아침, 강성정아현은 아침에 볼일을 보러 나갔는데, 마침 택시 잡기 힘든 시간대였다. 강아심은 아현에게 자신의 차를 사용하라고 했다. 이에 주차장에 도착한 아현은 멍해졌다.아심의 차 타이어 네 개가 모두 바람이 빠져 있었다. 아현은 확인한 뒤, 누군가 일부러 바람을
강씨 집안에 도착했을 때, 오석이 이미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집사님!”소희는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며 다가갔다.“저 돌아왔어요!”“그래, 잘 왔구나!”오석은 웃음을 가득 머금고 소희를 바라보며, 반가움과 기쁨으로 눈이 빛났다. 곧이어 임구택이 다가와 오석에게 인사를 건네고, 소희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강재석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소희가 왔는지 확인하려던 참이었다. 마침 마당에 나온 그는 소희의 모습을 보고 먼저 환하게 웃음을 터트렸다....식사 시간, 가족들은 다시 양재아와 도도희의 친자 확인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강시언이 말했다.“오늘 아침 도도희 이모에게 전화가 왔어요. 내일이면 강성으로 돌아온다고 하네요.”소희는 무언가 느껴지는 게 있었다. 도도희가 재아를 만나고 나서, 친자 확인에 훨씬 신경을 쓰는 듯 보였다.마치 서둘러 재아와 관계를 끊으려는 듯했다. 이런 점을 보면, 두 사람 사이의 간극은 꽤 깊은 것 같았다.“그렇구나.” 강재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럼 우리도 내일 함께 가보자꾸나. 도씨 집안의 큰일인데, 우리가 빠질 수는 없지.”시언도 결과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말했다.“그럼 내일은 저와 소희, 구택이도 함께 강성으로 가죠.”“좋아.”강재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그렇게 일단 내일의 일정은 정해졌다.식사가 끝난 후, 예전처럼 구택과 시언은 이야기를 나누고, 소희는 강재석과 함께 연못가에 앉아 낚시하며 장기를 두었다.햇볕을 쬐자 소희는 졸음이 밀려왔고, 의자에 몸을 웅크린 채 반쯤 감은 눈으로 강재석과 장기를 두었다. 그랬기에 결과는 당연히 참혹한 패배였다.“할아버지!”소희는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리며 나른하게 말했다.“오늘 밤에 저 여기서 자도 돼요?”“당연히 자고 가도 되지! 지켜야 할 전통은 남기고, 버려야 할 전통은 없어져야 하는 거야.”강재석은 웃으며 말했다.“오늘 밤엔 황선국 셰프가 내가 잡은 생선을 요리해 줄 거야!”“그럼 저도 같이 낚시할래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