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택은 그를 힐끗 보며 대답했다."감탄하긴, 너도 그럴 수 있지."장시원은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난 이미 나이 먹어서 젊었을 때의 그런 충동이 사라졌어. 때로는 침대에 있는 여자들을 보면 그들 모두 똑같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구택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래도 가격은 다르지!"시원은 크게 웃었다.두 사람은 이미 멀리 갔지만 고석의 시선은 여전히 소희에게 있었다."나랑 주경이 함께 있는 거 보니 넌 어떤 느낌이야? 후회하니? 후회하면 우리,""고석!" 소희는 그의 말을 끊었다."꼭 내가 주경을 불러야 그만하겠니?"고석은 충격을 받은 채 그녀를 바라보며 상처받은 듯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말했다."소희야, 너는 감정도 없니?"소희는 눈동자를 약간 움츠렸다. 상처받은 남자를 통해 그녀는 히스테리 하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고 벽에 부딪히며 욕설을 퍼붓는 한 여자를 보았다."너 왜 이렇게 둔해? 너 내가 낳은 거 맞기나 하는 거야?""이 감정도 없는 병신아!"그때 그녀는 몇 살이었을까?세 살, 아님 네 살?소희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차갑게 고석의 손을 밀치며 무뚝뚝하게 룸 안으로 들어갔다.문을 밀고 들어가자 주경은 한 무리의 사람들 속에 앉아 즉시 고개를 들어 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당황한 기색과 경계심이 가득했다.그녀는 갑자기 주경이 불쌍하다고 여겼다.......저녁 10시에 사람들은 조금도 떠날 생각이 없자 소희와 하나는 반장한테 인사하고 먼저 떠났다.하나는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고 소희는 어정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집에 가서 씻고 자고 싶었다.한밤중에 소희는 악몽에서 깨어나며 거실에서 인기척이 나는 것을 들었다.창밖이 캄캄한 것을 보자 그녀는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1시였다.도둑인가?이런 고급 단지에는 도둑이 있을 리가 없었다.소희는 일어나서 문을 열고 나가자 주방의 불이 켜진 채 한 사람이 냉장고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구택은 냉장고 앞에 서서 요구르트,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그녀는 처음으로 안방에 들어와 봤다. 여기는 작은방보다 훨씬 컸다. 베란다 옆에는 작은 거실이 하나 있었는데 소파 하나와 책꽂이 하나만 놓여 있었다.구택은 차를 들어 작게 한 모금 마시며 소희를 돌아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오늘 케이슬에서 본 그 남자는 소희 씨한테 고백하고 있었나요?"소파가 넓어서 소희는 발을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구택은 차를 입에 머금으며 잠시 생각했다."꽤 잘생겼던데, 고백받아줬어요?"소희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잔잔했다."아니요."남자가 물었다. "왜요, 싫어서?"소희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고백받아주면 월세가 100만 원밖에 안 하는 이 집을 잃을까 봐 무서워서요."구택은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 술을 마셨기 때문에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워지며 유난히 듣기 좋았다.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쥐었다. 눈빛은 약간 취한 기운이 들어있었다."그거 알아요? 소희 씨는 자신의 예쁜 얼굴로 굉장히 많은 집을 바꿀 수 있어요."소희는 그와 눈을 마주쳤다."나는 유니크한 집만 원해요."남자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어떤 게 유니크한 집이죠?"소희는 눈을 깜박였다."내가 마음에 드는 집이요."구택은 몸을 기울여 그녀에게 다가갔고 목소리도 좀 더 낮아졌다. 그는 유혹하는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내가 좋아요, 아니면 집이 좋아요?"소희는 잠시 멈칫하다 대답했다. "집이요.""내가 좋아요 아니면 나랑 자는 게 좋아요?"소희는 대답했다."자는 거요."구택은 얇은 입술로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빛은 물결처럼 반짝였다. 그녀의 이 대답에 만족한 듯 그는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소희 씨가 오늘 한 대답 잘 기억해요. 만약 소희 씨는 내가 좋다고 대답했으면 이 집과 나랑 자는 기회를 다 잃었을 거예요."소희는 평온하게 그를 바라보며 말을 하지 않았다.구택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키스했다. 은은한 술 향기가 그
그녀는 그때 간다고 한 것 같았다.소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의 그녀는 반응도 많이 느려졌고 경계심도 많이 낮아졌다. 어제 너무 피곤해서 그랬던 것일까?모임은 토요일이라 그녀는 구택한테 연락해서 하루 휴가를 내야 했다.수업이 끝난 후 소희는 구택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두 번 울리자 그는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저예요, 소희!" 소희는 인차 말했다.구택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알아요, 전에 소희 씨가 이 번호로 나한테 전화 한 적 있어요."소희는 멈칫했다. 청하와 함께 블루드에 갔던 그날 밤이 생각났다. 그녀는 연희에게 전화하려고 했지만 뜻밖에도 그한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졌다.남자가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소희는 정신을 차리고 담담하게 말했다."토요일에 내가 일이 생겨서 유민에게 과외를 할 수 없을 거 같아요. 그래서 구택 씨한테 하루 휴가 내려고요.""그래요, 알았어요. 내가 유민이한테 전해줄게요." 구택의 목소리는 따뜻했다."고마워요. 다음에 봬요!""그래요!"전화를 끊자 소희는 사색에 잠겼다. 그녀와 구택은 지금 무슨 관계일까?부부? 애인? 고용주와 직원?그녀는 정말 혼란스러웠다!토요일 날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소희는 혼자 택시를 타고 소 씨네 본가를 향했다.소 씨네 어르신, 즉 소희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지금 모두 건재하셨다.두 사람은 아들 셋이 있었다. 첫째 집안은 큰아들 소정필과 아내 장연경, 그리고 딸 소설아가 있었다.둘째 집안은 소정인, 아내 진원 그리고 소희와 소연 두 딸이 있었다.셋째 소정민의 아내는 하순희였고 장녀 소시연은 19살로 강성 미술 학원 3학년 학생이었고 차남 소찬호는 10살이었다.소 씨네 본가는 남성의 오래된 별장 구역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한 줄로 늘어선 유럽식 별장은 역사의 흔적을 나타내며 다른 사람들에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강성에서 비교적 오래된 귀족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비가 왔기 때문에, 택시 기사는 소희가
해덕과 노부인은 즉시 일어섰다."설아가 왔다고?"소희는 소설아의 이름을 수도 없이 들어봤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문어귀를 바라보았다. 거실로 들어서는 여자의 몸매는 늘씬했다. 그녀는 베이지색의 양복에 주홍색 긴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정교한 이목구비에 시크한 기질을 드러내며 눈빛은 오만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소 씨 집안의 아이들은 미모가 아주 출중했다.설아는 우아하게 웃으며 인사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셋째 삼촌, 셋째 숙모, 안녕하세요!""아이고, 우리 귀염둥이가 드디어 왔구나. 나랑 너 할아버지는 아침 내내 네가 오기만 기다렸어!" 노부인은 설아를 안으며 이리저리 살폈다. 그녀의 눈빛은 매우 자상했다.셋째 부인 순희는 약간 질투한 듯 자신의 남편한테 입을 삐죽거리며 소 씨 집안 어르신들이 편심 하는 것을 암시했다. 그러나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소설아는 그들 소 씨네 집안에서 가장 우수한 아이였기에!설아는 어릴 때부터 총명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모두 최고 등급의 인증을 받았고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세계 명문 대학에 입학했으며 졸업 후 또 세계 제1그룹에 들어가 회장 비서로 일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전반 소 씨 집안의 체면을 세워줬다.그들 집안까지 나중에 큰집의 이 장녀를 아부할 지도.연경을 웃으며 말했다."설아도 아버님과 어머님 엄청 보고 싶었어요. 다만 일이 너무 바빠서 시간을 낼 수 없었네요.""임 씨 그룹에서 일하면 틀림없이 고생하지. 그래도 우리 설아는 너무 힘들게 일만 하지 말고 쉬어가면서 해."노부인은 마음 아파하며 줄곧 눈살을 찌푸렸다."진 씨, 제비집 다 됐나? 얼른 설아한테 한 그릇 갖다 줘.""가요 지금!" 진 씨 아주머니는 조심스럽게 하얀 골자기 그릇을 들고 와서 기뻐하며 말했다."설아 아가씨가 온다는 것을 알고 아침부터 푹 삶았어요."설아는 예의 바르게 그녀에게 감사를 표시했다.이쪽 소파에는 소희와 찬호가 유민이를 데리고 한창 게임을 하고 있었다.소정인은 들어왔을 때 마침 이 장면을 보며 살짝
소정인이 설아에게 부탁하자 셋째네 집안도 얼른 자신의 딸과 아들을 언급하며 설아더러 많이 돌봐달라고 부탁했다.소희는 이 기회를 틈타 내색하지 않고 다시 소파 앞으로 돌아가 찬호와 계속 게임을 했다.소 씨네 집안은 매주 월요일에 작은 모임을, 보름에 큰 모임을 가졌는데 이는 소해덕이 정한 규칙이었다. 남자들은 항상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고, 여자들은 일상생활을 이야기하며 감정을 증진시켰다.곧 밥을 먹을 때에야 시연이 왔다. 미술을 배우는 사람이었기에 그녀의 옷차림은 남들에 비해 색달랐다. 그녀는 오자마자 가방을 소파에 던지며 다리를 테이블에 걸치고 건들거리는 모습을 보였다.순희는 다가와 노부인에게 인사하러 가자고 암시했지만 시연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음식을 차려놓자 모든 사람들은 식탁 앞에 앉았다. 해덕은 주인 자리에 앉았고 왼쪽은 노부인이었으며 오른쪽은 설아에게 위치를 남겨주었다. 기타 사람들은 차례대로 착석했다. 소희가 도착할 때 테이블 끝의 위치만 남았다.소정인은 마음이 아파서 그녀를 자신의 곁으로 부르려 했지만 시연이 털썩 주저앉는 바람에 그는 입을 다물었다.소 씨 가족은 식탁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밥 먹을 때 말하지 않는 규칙이 없었다.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매우 떠들썩했다. 설아는 여전히 모두가 관심하는 사람이었다."설아는 임 씨 그룹에서 일하니까 앞으로 우리 집안의 사업도 많이 좀 도와줘."순희가 웃으며 말했다.설아의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임 대표님이 나의 신분을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곁에 남겨둔 것은 나를 완전히 신임하기 때문이죠."그 말은 즉 그녀는 소 씨 집안을 위해 회사의 상업 정보를 훔치지 않을 것이며 그들로 하여금 이런 생각을 단념하게 하려는 뜻이었다.해덕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만약 계속 봐달라고 하면 오히려 우리가 소심해 보이지. 임가는 우리를 믿고 있기에 우리도 그러면 안 되는 거야."순희는 표정이 굳어지며 멋쩍게 웃고 말을 하지 않았다."설아가 임 씨 그룹에서 잘하면 임 씨
"북극 디자인 작업실을 설립한 King을 말하는 거예요?" 연경은 놀라며 바로 물었다."맞아요." 순희는 웃으며 말했다.설아는 입을 열었다."북극 디자인 작업실은 최근에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 예술 성과상을 수상했죠."엄밀히 말하면 북극은 여러 사람들이 구성한 팀이었다. 이 팀은 국외에서 디자인 대상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받았다. 국내의 많은 클래식한 영화의 주인공들의 코디도 모두 이 팀이 만든 것으로서 연예계에서의 지위가 아주 높았다. 북극의 수석 디자이너인 KING은 지엠 주얼리와도 연관되어 있었다.지엠도 레전드였다. 창립되자마자 국내 최고의 브랜드로 사람들의 시선에 들어왔다. 그 후 또 3년의 시간을 들여 국제 럭셔리 업계에 진출하여 국제 3대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다. 지엠이 디자인한 주얼리와 의상은 국제에서 여러 차례의 상을 받았다. 매번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귀족들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이런 최고의 팀은 그렇게 쉽게 들어가지 못했기에 연경과 설아는 모두 경악했다.연경은 시연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시연아, 너 혹시 King을 아니?"King은 줄곧 신비롭고 대중의 시선에 나타난 적이 거의 없었다. 다만 모든 사람들은 그녀의 레전드를 들은 적이 있었다.시연은 약간 득의해했다. 순희는 인차 설명했다."모르죠. 근데 시연의 한 친구가 디자인 작업실에서 일하거든요. 시연을 북극에 진입시킬 수 있다고 말했어요."여기까지 들은 소희는 고개를 들어 시연을 보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믿을 만한 친군가?" 해덕이 문득 물었다.시연은 고개를 쳐들고 단호하게 말했다."그럼요!"사람들은 더 이상 아무 질문도 하지 않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순희는 마침내 체면을 되찾았다고 생각하며 득의양양해했다.말하는 중간에 해덕은 가볍게 기침을 하고는 소희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소희야, 이 할아버지가 너한테 잔소리하는 게 아니라, 네 언니와 여동생은 모두 좋은 성적을 보이는데 너도 너무 평범해서는 안 되지. 비록 네가 소 씨
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알고 싶지 않아요.""그래요?" 심명은 교활하게 웃었다."경찰한테 그들이 서로 치고받았다고 말했죠. 근데 경찰은 믿지 않고 지금까지 단서를 찾고 있어요. 내가 복제한 CCTV 기록을 경찰한테 넘겨줄까요? 걱정 마요. 난 내 여자 친구를 해치진 않아요. 소희 씨가 있는 화면을 삭제하고 그날 소희 씨와 함께 갔던 그 소녀만 남겨 둘게요. 어때요? 아 맞다. 이혁의 수하들이 줄곧 그 소녀의 아버지를 찾고 있는 것 같은데요?"소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심명을 3초 동안 쳐다보고는 차 문을 열고 차에 올랐다.심명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진작 이렇게 탔으면 얼마나 좋아요? 괜히 그렇게 많은 말을 하게 했잖아요."소희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녀는 눈빛이 평온해지며 입을 열었다."지난번에 심명 씨 때려서 미안해요. 사과할게요. 그리고 CCTV 기록을 경찰에 넘겨주지 않아서 고마워요. 앞으로 우리는 퉁치는 걸로 하죠, 어때요?"심명은 히죽거리며 웃었다."소희 씨는 나를 때렸고 나는 소희 씨를 도와줬죠. 화해할 순 없을 거 같은데요?"소희가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요? 말해 봐요!"심명은 억제할 수없이 계속 웃었다."뭘 말해요, 우리가 싸워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죠? 그렇다면 난 확실히 소희 씨를 이길 수 없죠. 마침 소희 씨한테 궁금한 게 있는데, 쿵후를 어디서 배웠어요? 소림사?"소희는 그를 보고 말을 하지 않았다.심명은 오른손으로 핸드를 두드리며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하죠. 내가 오늘 연회에 참가하러 가야 되는데 동행할 여자를 데려가는 것을 깜박했지 뭐예요. 그래서 오늘 소희 씨가 나랑 같이 가주면 나를 도와준 셈으로 우리 퉁치는 걸로 해요."소희는 차분하게 심명의 속셈을 알아내려고 했다.심명은 또 웃으며 말했다."무서워하는 거예요? 안심해요, 소희 씨 그렇게 잘 싸우는 데다 나는 또 소희 씨를 이길 수 없잖아요. 그러니 내가 무슨 못된 짓을 하겠어요? 아니면 내가 한 가지 조건
오늘의 호스트는 성이 하 씨였다. 강성에서 임가와 심가에 비할 수 없지만 몇 세대의 사업가로서 나름 재산가였다.하 대표는 마흔이 넘었고 살이 약간 쪘다. 그는 유아하게 심명을 보고 웃으며 그에게 인사를 했다."심 도련님, 오랜만이군. 아버지는 여전히 잘았지?"심명은 그의 아버지가 늘그막에 본 아들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연세가 올해 70이 넘어 외출하는 것을 싫어했기에 이런 장소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심명은 점잖게 웃었다."그럼요, 아버지께서 하 대표님이 시간 나시면 집에 놀러 오시라고 했어요.""다음에 꼭 찾아뵙도록 하겠네!" 하 대표는 활짝 웃으며 소희를 바라보았다."이분은?"심명은 아무렇지 않게 소희의 손을 잡고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소개했다."제 친구예요."소희는 심명이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잠시 방심하고 있었다. 남의 앞에서 그의 손을 뿌리치기가 좀 그래서 그녀는 잠시 경직하다가 억지로 참았다.연회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이쪽을 향해 보았다. 그중 한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심가네 도련님 또 여자친구 바꾼 거야?"다른 사람은 대답했다."나이가 어려 보이는데, 대학생인가?"구택의 곁에 서 있던 시원은 힐끗 쳐다보고는 피식 웃었다."심가네 도련님 좋아하는 스타일도 참 많군!"구택의 검은 눈동자는 소희가 문에 들어서자마자 줄곧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시원의 말을 듣자 그의 눈빛은 어두워졌다.하 대표는 심명이 간단하게 한마디로 소개하는 것을 듣고 자세히 묻지 못하고 그저 웃기만 했다."은비도 여기에 없으니 차라리……"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한 소녀가 달려오며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심명 오빠!"하 대표는 화가 난 척하며 그녀를 훈계했다."대학을 졸업했는데도 이렇게 조급하다니. 버릇이 없어."하은비는 혀를 뱉으며 앙증맞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소희를 보자 웃음이 굳어지며 직접 입을 열고 물었다."이 여자는 누구예요?"하 대표는 표정이
휴대폰을 내려놓은 뒤, 강아심은 인터넷으로 강성 군수 공장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관련된 내용은 거의 없었고, 유용한 정보는 전무했다.공장 뒤의 책임자에 대한 정보는 더욱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속으로 감탄했다.‘역시 철저히 감춰져 있군.’책임자에 대해 알 방법이 없으니, 결국 현장에서 상황에 따라 대처해야만 했다.아심은 다시 허형진 회사의 자료를 꺼내들고, 오후 내내 그의 회사 제품에 대해 숙지했다. 그저 자리에만 앉아 있는 장식품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완벽히 전문적이지는 못해도, 적어도 기본적인 질문에는 답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했다....퇴근 후, 허형진이 직접 아심을 데리러 왔다. 허형진은 40대 중반의 나이였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중년 남성들의 모습과는 달랐다.배가 나오지도 않았고, 머리도 빠지지 않았으며, 상업적인 느끼함과 세속적인 느낌이 없었다.검은색과 회색이 조화를 이룬 스포츠웨어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 그의 모습은 세련되고 단정했다.아심은 그를 보자 놀란 듯 웃으며 말했다.“오늘같이 중요한 자리에서, 이 복장은 좀 너무 캐주얼한 거 아닌가요?”허형진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맑은 눈빛으로 답했다.“이런 자리에서는 제가 주인공이 아니잖아요. 너무 눈에 띄지 않는 게 더 낫죠. 낮추는 게 전략이예요.”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좋은 꿀팁이네요!”허형진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사장님, 제가 오히려 배워야 할 게 많아요. 제가 이렇게 아는 척하는 건, 고수 앞에서 재주를 부리는 거나 다름없어요.”아심은 생각하는 척하며 말했다.“이렇게 저를 띄워주시면, 오늘 저한테 맡기신 일에 오히려 긴장돼서 제대로 못 할까 봐요.”허형진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긴장할 사람은 저죠. 제가 사장님을 모시고 가는 이유도 제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예요.”그들은 몇 마디 농담을 주고받은 뒤, 함께 넘버 나인으로 향했다.넘버 나인에 도착하자, 이미 몇몇 사람들이 와 있었다.고급스럽고 우아하게
도경수는 여전히 자신의 기쁨에 취해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기대어 마치 어린 시절처럼 의지하는 도도희를 보며 순간 멍해졌다.늙은 눈동자가 붉어지더니, 그는 도도희의 어깨를 감싸안고 다정하게 등을 두드렸다. 아무 말 없이도 두 사람의 마음은 혈연으로 연결된 듯 서로의 감정을 이해했다....수요일, 강아심은 한 오래된 고객에게서 전화를 받았다.[사장님, 부탁드릴 일이 하나 있는데요.]아심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사장님, 말씀하세요.”허형진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사실 이번에 강성에서 아주 큰 규모의 군수 공장을 설립하려고 해요. 이 공장은 공사 협력 기업 형태로 시작되지만, 곧 국내 최대 군수 산업체가 될 예정이고요.][지금 투자 유치 단계에 들어가는데, 많은 공급업체의 참여가 필요해요. 그리고 우리 회사 제품이 딱 적합해요.]아심은 웃으며 말했다.“사장님의 회사는 실력과 평판이 있으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그러나 허형진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제 실력은 믿지만, 문제는 군수 공장 뒤에 있는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르겠다는 거죠.][다른 공급업체들도 지금 난리예요. 여기저기 이 비밀스러운 인물의 배경과 정보를 캐내고 있죠.]아심은 흥미롭게 물었다.“그럼 뭔가 알아내셨나요?”허형진은 약간 자랑스럽게 대답했다.[다행히 제 인간관계가 괜찮아서요, 몇 가지 실마리를 잡았습니다.] [오늘 저녁, 주요 군수 장비 공급업체 몇 곳이 이 인물을 모시기 위해 넘버 나인에서 저녁 자리를 마련했대요.][저도 얼굴에 철판 깔고 참석하려고 해요. 그래서 사장님께 전화 드린 거예요. 번거롭겠지만 같이 가주실 수 있을까요?]그 말에 아심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제가요? 그분을 아는 것도 아니고, 제가 가서 도울 수 있을까요?”허형진은 급히 말했다.[사장님,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바라는 건 사장님께서 그분의 성향을 파악해 주시는 거예요. 이런 부분에서 강아심 사장님은 전문가시잖아요.]그는 곧 덧붙였다.
“누가 네 아버지를 파티에 초대했는데, 굳이 재희를 데리고 간 거야. 내 생각엔 재희를 자랑하려고 데리고 간 게 분명해!”강재석은 투덜거리며 말했다.“재희는 워낙 착해서, 네 아버지 뜻에 다 맞춰주고 있잖아!”도도희는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재희를 데리고 가서 뭘 하시려고 그러는지.”강재석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 양반 말이, 재희가 청년 인재들을 많이 알아둬야 한다더군. 이게 다 나를 약 올리려고 하는 거라니까!”도도희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우리 아버지, 생각이 점점 더 많아지시네.”그러다 갑자기 표정이 누그러지며 말했다.“오늘 재희 아빠를 만났어요.”강재석은 그녀의 얼굴을 살피며 부드럽게 웃었다.“결국 만나러 갔구나.”도도희는 고개를 숙이며 가볍게 끄덕였다.“재희를 걱정하실까 봐, 만나서 얘기하고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그리고 오늘 알게 됐는데, 그 사람이 유학 갈 때 썼던 돈이 사실 우리 아버지가 준 거였어요.”강재석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실 그 일, 나도 알고 있었어. 그때 네 아버지가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해서 너한테 이야기하지 못했을 뿐이지.”“아저씨도 알고 계셨어요?”도도희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자, 강재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그때 네가 재희를 낳고 나서, 네 아버지도 마음이 흔들렸었지. 너와 재희 아빠를 강하게 반대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 양반도 고집이 꽤 세잖아.”“그때 네 아버지는 그 남자가 너를 좋아하는 게 정말 진심인지 의심했어. 그래서 찾아가 돈을 주며 시험해 본 거야.”강재석은 말을 이어갔다.“네 아버지의 생각은 그랬어.”“만약 돈을 거절하고 너와 함께하는 걸 택한다면, 비록 아이가 태어난 상태라 해도 네 아버지는 너희 관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지.”“그런데 안타깝게도 돈을 받고 떠났고, 그 일로 네 아버지는 크게 실망했지.”“네가 계속 그 남자를 그리워하니 더 화가 났던 거
이도하는 순간적으로 얼어붙은 듯 도도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차분하고 냉정했으며, 그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안감이 치솟았다.한때 자신만 바라보던 도도희를 결국 스스로 놓쳐버렸다는 뼈아픈 자각이 가슴을 후벼 팠다.후회와 고통이 이도하의 마음을 가득 채우며, 그는 그 시절의 선택을 다시금 의심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침묵하던 이도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우리 딸을 찾았다고 들었어. 맞아?”이도하가 말을 마치자, 도도희의 표정에 경계심이 스쳤고, 이를 알아챈 그는 즉시 덧붙였다.“걱정하지 마. 절대 딸을 빼앗으려는 게 아니야. 솔직히 너무 궁금하긴 하지만, 내가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단 한 번도 다하지 않았다는 걸 잘 알아.”“그러니 네 곁에서 데려가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도도희는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그 아이는 당신에 대해 물어본 적도 없고, 아버지에 대해 궁금해하지도 않아. 그러니 굳이 만남을 주선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이도하는 순간적으로 희미한 기대를 품었지만, 도도희의 말에 완전히 체념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는 말했다.“그 아이에게 내 이야기는 하지 마. 난 만날 자격조차 없으니까.”그는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이번에 귀국한 건 부모님을 해외로 모시러 온 거야. 아마 이번이 마지막 귀국일지도 몰라.”“그런데 떠나기 전에 네게 꼭 말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이렇게 연락했어.”도도희는 말했다.“무슨 얘긴데?”이도하는 두 손을 맞잡고,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하듯 고개를 숙였다.“도도희, 20년 전 내가 갑자기 떠난 건 네 아버지가 날 찾아왔기 때문이야.”도도희는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뭐라고?”“네 아버지가 날 찾아와서, 해외로 떠나라고 돈을 줬어.”이도하는 고개를 떨구며, 미안함에 목소리가 낮아졌다.“그 당시 나는 전액 장학금을 받지 못해서 집안 형편으론 해외 유학을 갈 수 없었어.”“결국 그 돈의 유혹에 넘어갔지. 미안해. 이건 20년간 내 마음을 짓누
이도하는 말했다.[며칠 전 강성대학을 지나가다, 우리가 자주 가던 대학교 맞은편 식당이 사라졌더라고.][지금은 카페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곳이 그립더라. 내가 거기 예약했어. 기다릴게. 너 안 오면 난 안 가!”도도희는 이도하에게 확답을 주지 않았다.잠시 후, 이도하는 침묵 속에서 전화를 끊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도도희는 고민 끝에 이도하를 만나기로 결심했다. 20년 전 그는 갑작스럽게 떠났고, 둘의 관계는 그렇게 끝났다. 그래서 이번 만남은 20년 후에 과거를 정리하는 마침표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도도희가 집을 나서려 할 때, 이반스가 뒤에서 다가왔다. 그는 손에 우산을 들고 있었고, 깊은 갈색 눈동자에는 온화한 배려가 담겨 있었다.“도경수 어르신 말씀에 따르면, 정원에 개미가 이사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오늘 비가 올지도 모르니 우산을 가져가.”도도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우리 아버지가 재희를 위해 장난으로 하신 말이야.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할 수 있는데, 개미를 보고 날씨를 예측하다니?”그러나 이반스는 고집스러웠다.“그래도 가져가.”도도희는 결국 손을 내밀어 우산을 받으며 말했다.“고마워, 이반스.”이반스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천만에. 빨리 돌아오기나 해.”도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이도하는 이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를 보는 순간 도도희의 감정은 물밀듯이 몰려왔다.2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이도하는 도도희의 기억 속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다. 약간 체격이 커졌고, 눈빛은 예전만큼 맑지 않았다.그는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듯했으며, 얼굴에는 세월의 풍파보다는 여유가 담겨 있었다. 여전히 점잖고 잘생긴 모습이었지만, 더 이상 도도희가 알던 그 사람은 아니었다.그들과 함께했던 수많은 추억이,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물결처럼 떠올랐다.도도희는 여전히 믿고 있었다. 그 시절, 이도하는 자신을 사랑했었다
아심은 살짝 민망해하며 도도희를 속일 수 없다는 걸 알고 부드럽게 웃었다.“그냥 오해였어요.”...도도희와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눈 후, 아심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샤워하고 머리를 말린 뒤 침대에 누웠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책을 한 권 꺼내 읽어 보았으나 흥미가 생기지 않아 한쪽으로 던지고, 다시 몸을 뒤집어 침대에 엎드렸다.한참 지나 새벽이 되자, 휴대폰이 진동하며 알림이 왔다. 아심은 바로 휴대폰을 열었고, 누군가 그녀에게 음악 공유를 요청하는 화면을 보자마자 눈가가 붉어졌다.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다. 부드럽고 잔잔한 멜로디가 흘러나오자, 그녀의 감정이 출렁이며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노래 한 곡이 끝난 뒤, 아심은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보냈다.[아직 화났어요?]그러자 강시언이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내가 듣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야.]아심은 다시 물었다.[그럼 뭘 듣고 싶은데요?][스스로 생각해 봐. 생각나면 알려줘.]아심은 휴대폰 화면을 이마에 댄 채 잠시 머물렀고, 이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답장은 보내지 않은 채 휴대폰을 손에 쥔 채 그대로 잠에 들었다....토요일 아침이 되자 막 잠에서 깨어난 도도희는 도경수와 아심이 정원에서 함께 꽃나무를 손질하는 모습을 멀리서 보았다.도경수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했고, 요즘 그의 기분은 나날이 좋아져 몸 상태까지 달라 보였다. 거실에서는 강재석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에 도도희는 다가가 인사를 건네며 웃었다.“재희가 어렸을 때랑 정말 비슷하네요. 항상 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다녔었죠.”강재석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웃었다.“이젠 도경수도 뭐만 해도 꼭 아심이를 데리고 하려고 하니까.”도도희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이때, 양재아가 계단을 내려와 밝게 인사했다.“할아버지, 도도희 이모.”재아는 정원에서 도경수와 아심이 함께 있는 모습을 힐끗 보며 약간의 어색함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제가 도경수 할아버지의 손녀가 아니라는 게 확정됐으니, 이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온 강시언은 넓은 거실의 어둠과 고요 속에 발을 들였다. 거실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이 커다란 통유리창을 통해 바닥에 옅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그는 조명을 켜고 셔츠의 단추를 풀며 담배를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 발코니의 라탄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 한쪽 팔을 의자 팔걸이에 느긋하게 걸친 채 어두운 밤 풍경을 바라보았다.시언의 손가락 끝에서 담배 불빛이 희미하게 깜빡였고, 어두운 조명 속에서 남자의 차가운 분위기는 더욱 서늘하고 날카롭게 느껴졌다.잠시 후, 휴대폰 알림 소리가 울리자, 그는 컴퓨터를 열어 화상 회의를 시작했다.시야는 온두리 지역의 몇 가지 상황을 보고했다. 그러나 시언은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히 대답만 할 뿐이었다.시야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속으로 의아해했다. 그는 최근 문제를 일으킨 노도 일행의 부하 몇 명을 체포했고, 은신처 하나를 철저히 파괴했다.이 정도면 칭찬받을 만한 일이었는데, 시언은 조금도 기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시야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진언님! 혹시 또 강아심 씨와 다투신 겁니까?]시야는 설날 무렵, 자신이 시언의 연애를 방해한 일을 뒤늦게 알고는 몹시 불안해했었다.당시 아심은 남자 친구를 만난 상태였고, 그 일로 시언이 몇 날 며칠 동안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소문을 들었다.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진 걸까 싶었다. 그의 질문이 끝나자, 화면 속에 있던 시경과 시온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그러나 시언의 얼굴은 한층 더 차갑고 어두워졌다.“다른 보고할 내용은 없나?”그의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시야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화상 통화로 안전한 거리에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시경은 시야에게 조용히 입을 닫으라는 눈빛을 보내며 시언에게 보고했다.[요청하신 자료는 오늘 이미 전달했습니다.]시언은 짧게 대답했다.“알겠어.”시경은 이어서 말했다.[몇 가지 세부 사항은 직접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회의는
여준석은 바로 강아심 옆에 앉았다. 그의 눈은 순수하고 꾸밈없으면서도 젊음의 활기로 빛나고 있었다.“누나, 대학은 졸업하셨어요?”아심은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제 모습이 아직 학생 같나요?”준석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뭐랄까,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누나는 정말 특별해 보여요!”아심의 눈은 깊고 매혹적이었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처럼 심오한 아름다움이 느껴졌고, 많은 일을 겪은 뒤의 투명함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이목구비는 여전히 순수하고 온화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 맑음과 매혹 사이에서 저절로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겼다.아심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나는 대학에 다니지 않았어요. 일찍부터 일을 시작했죠.”준석은 놀라움과 아쉬움이 섞인 얼굴로 말했다.“정말 아쉽네요.”준석은 아심이 도씨 집안에 돌아오기 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을 거로 생각하고는 말했다.“하지만 이제 집에 돌아왔으니, 다시 공부를 시작해 볼 수도 있잖아요.”아심은 흥미를 느낀 듯 말했다.“사실 그런 생각도 하고 있어요.”준석은 열정적으로 말했다.“어떤 전공을 공부하고 싶으신지 말씀해 주시면 제가 학교를 추천해 드릴게요. 저도 요즘 해외 유학을 고민하고 있어서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있거든요!”아심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우선 자료를 좀 찾아볼게요.”이때 도경수가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둘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있게 하느라 음식이 다 식겠네. 일단 밥부터 먹어라!”다른 사람들도 그의 말을 듣고 시선을 두 사람에게로 돌렸다. 아심은 대각선 맞은편에 앉아 있는 시언의 깊고 어두운 눈빛과 마주쳤다.시언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아심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몇 마디 농담을 나눈 뒤 다시 식사를 이어갔다....식사 후, 모두 거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경수는 아심이 최근에 그림을 배우기 시작한 이야기를 꺼내며 여정에게 그녀의 그림 실력을 봐 달라고 부탁했다.여정은 겸손한 태도로 말
잠깐 네 눈이 마주친 뒤, 아심은 시선을 피하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말했다.“성을 바꾸는 건 급하지 않아요. 관련된 서류도 많고, 회사 법인 자료나 도장 같은 것들도 처리해야 해서 조금 번거롭거든요.”도경수는 단호하게 말했다.“어차피 바꿀 거니 걱정하지 마라. 할아버지가 다 알아서 해줄게.”강재석은 웃으며 시언에게 물었다.“시언아, 넌 어떻게 생각하니?”시언은 여전히 냉담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건 아심의 일이니, 제 의견은 중요하지 않죠.”아심은 속눈썹을 살짝 떨며 정원의 꽃나무를 바라보았다. 저녁이 깊어지면서 낮 동안 화려했던 목련꽃은 저무는 빛 아래서 쓸쓸해 보였다.도도희는 두 사람의 반응을 살피며 부드럽게 웃었다.“성을 바꾸지 않아도 호적은 올릴 수 있어요. 천천히 해도 되니까요. 대신 파티는 언제 열지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강재석은 말했다.“파티 준비도 생각보다 많아. 초대장을 몇 장 보낼지, 누구를 초대할지도 결정해야 하고.”도경수는 금세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초대장은 내가 직접 쓰지!”강재석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준비 시간이 더 오래 걸리겠는데.”도도희는 달력을 살펴보며 말했다.“그러면 이달 말에 하는 게 어떨까? 그때까지 초대장을 준비해서 발송하면 되겠네.”현재는 5월 중순이었고, 말까지는 열흘 남짓 남아 있었다.도도희는 강아심을 바라보며 물었다.“재희야, 네 생각은 어때?”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와 엄마께서 알아서 정해 주세요. 저는 괜찮아요.”강재석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그럼 그렇게 정하자. 성을 바꾸는 건 아심이 번거롭다고 하니, 파티 이후에 해도 늦지 않겠지.”도경수는 강재석의 의도를 눈치채고 반박하려 했으나, 아심이 말했다.“그럼 저는 강재석 할아버지 말씀을 따를게요.”도경수는 한마디 더 하려다 말을 삼키고 씩씩거리며 입을 다물었다.그때 도우미가 다가와 말했다.“어르신, 여정 씨 오셨어요!”도경수는 고개를 들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