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는 춤을 추러 갔기에 소파 이쪽에는 소희 혼자만 남았다. 그녀는 유민과 잠시 폰 게임을 했다. 갑자기 나는 향수 냄새에 소희는 고개를 들었다. 서이연이었다.구택의 애인? 아니면 그중의 하나?짙은 남색 다이아몬드가 박힌 등이 파인 드레스를 입고 있었던 서이연은 청순하고 화려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소희 씨, 안녕하세요."소희는 유민에게 설명하며 게임에서 나왔다. 그녀도 예의 있게 웃으며 대답했다."서이연 씨!"이연은 LS 엔터테인먼트 덕분에 가장 핫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로 참가하여 또 핫한 아이콘이 되었다.그녀는 이전보다 훨씬 친절했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방금 임 대표님 봤는데, 조카인 소희 씨랑 함께 오셨나요?"오후 내내 여러 가지 술을 마신 소희는 지금 좀 불편해서 그냥 살짝 웃기만 하고 말을 하지 않았다."대표님 소희 씨를 무척 아끼고 있죠?" 구택을 언급하자 이연은 눈빛이 밝아졌다.소희는 넓고 편안한 소파에 앉아 머리를 비스듬히 기대며 웃으며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맑고 앳된 목소리로 물었다."서이연 씨는 대표님을 좋아하나요?"그녀는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여 입술을 오므리며 웃었다."내가 어떻게 대표님과 어울릴 수 있겠어요."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는 것은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었다.소희는 더욱 순수하게 웃으며 물었다."지난번에 서이연 씨가 안단희 씨와 얘기하는 거 들은 적이 있는데 안단희 씨가 당신이 대표님하고 잤다던데요. 그게 사실이에요?"이연은 더욱 난처해하며 입을 열었다."그냥, 그냥 우연이었어요."소희는 눈을 깜빡이며 더욱 궁금해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나한테 자세히 말해봐요. 임 씨네 할머님도 요즘 우리 대표님더러 여자 하나 찾아서 결혼하라고 난리신데, 만약 서이연 씨와 대표님 사이에 정말 무슨 일이 있었다면, 내가 서이연 씨를 도와 할머님 앞에서 덕담도 할 수 있잖아요. 그래야 대표님더러 서이연 씨 책임지라고 할 수 있죠."이연은 살짝 기뻐하며 무척 놀랐다."
"가요!" 구택도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남자는 키가 매우 커서 불빛을 가렸다. 이 작은 공간은 갑자기 어두워지며 남자의 완벽한 옆모습을 그려냈다. 그는 평소와 같이 부드러웠고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이때 연회에서 누가 역동적인 음악을 틀었고, 그녀의 심장도 박자에 따라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아마도 술을 많이 마셔서 그녀는 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를 먼저 초대한 남자는 임구택을 알고 있었기에 겸연쩍게 인사를 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소희는 구택의 손을 잡고 일어나 얼떨결에 그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몇 걸음 걷다가 그녀는 하이힐이 비뚤어지며 구택의 어깨에 부딪혔다.구택은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직접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 침착하게 밖으로 나갔다.서이연은 고개를 들자마자 이 장면을 보며 부러워하는 말투로 일행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대표님도 참 친절하셔라!”......별장에서 나오자마자 소희는 신던 하이힐을 뿌리치고 남자의 어깨 안에 머리를 묻었다. 그녀는 조용하고 얌전하며 온순한 고양이 같았다.명우는 이미 차를 몰고 왔다. 그는 문을 열 때 소희의 얼굴을 보며 즉시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구택은 그녀를 뒷좌석에 내려놓고 자기는 다른 쪽으로 가서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차는 어둠을 맞으며 질주했다.소희는 눈을 감고 있었다. 현기증이 심해지자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취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특히 차에 앉을 때 그녀의 현기증은 더욱 심해졌다.구택은 소희가 심하게 이마를 찌푸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어디 불편해요?" 남자가 물었다.소희는 눈을 감고 "네"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마치 코에서 나는 듯한 애교스러운 소리를 냈다."좀 기대지 않을래요?" 구택은 목소리를 낮췄다.소희는 눈을 뜨고 어두운 차 안에서 남자와 눈을 마주쳤다. 그는 전에는 분명 그녀에게 무뚝뚝했는데 오늘은 왜 주동적으로 그녀에게 다가온 것일 가?몇 초 뒤, 그녀는 가운데로 다가가 남자의 어깨에 머리를 기울였고 남
소희가 좌석에 놔둔 핸드폰 화면이 밝아졌다. 연희가 보낸 문자였다.“우리 이쁜이, 임구택이 널 주워 갔나 보지? 즐기고 와.”아무도 아랑곳하지 않았기 때문에 핸드폰 화면은 곧 다시 꺼졌다.차가 시내에 도착하자 30분 뒤에 어정 지하주차장에 멈췄다. 구택은 소희를 안고 차에서 내려 곧장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위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불도 켜지 않은 채 구택은 품속의 소녀를 주방 앞의 바에 올려놓고 계속 그녀를 키스했다.뜨거운 키스는 그녀의 얼굴에서 목으로 향했다. 남자는 갑자기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서이연과 무슨 얘기 했어요?"소희는 숨을 쉬며 몽롱함 속에서 약간의 이성을 되찾으며 천천히 말했다."내가 구택 씨와 함께 왔냐고 물었어요."남자는 그녀의 귀를 키스하며 물었다."또 뭐라고 했어요?"어둠 속에서 소희는 그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구택 씨를 좋아한다고 말했어요.""그래서 뭐라고 대답했어요?"소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어깨에 기대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서이연 씨가 열심히 노력해야만 우리 대표님과 어울릴 수 있다고 말했어요."구택은 살짝 웃으며 손으로 그녀의 가는 허리를 쥐고 그녀의 목에 입을 맞추었다."오늘 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소희 씨는 춤추려고 초대했던 그 남자와 같이 떠났을까요?"소희는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니요.""말 잘 듣네요!"구택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그는 신사처럼 그녀에게 초대를 했다."오늘 즐기고 싶어요?"소희는 몸이 나른해져 바에서 미끄러지려 했다. 그녀는 두 팔을 뻗어 그의 목을 잡으며 그의 시선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며 고개를 끄덕이었다."네.""그럼 나 키스해 줘요." 구택은 가볍게 그녀를 유혹했다. "날 유혹해 봐요. 그럼 소희 씨 만족해 줄지도 모르니까요."소희는 약간 흐릿한 눈빛으로 남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는 팔에 힘을 주며 고개를 살짝 돌려 그를 시험하는 듯 키스를 했다.남자는 호흡이 가
이튿날 소희가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밝았다. 침대 위에 구택은 없었고 그녀 혼자만 있었다.그녀는 침대에서 내려가 옷을 찾을 때 허벅지를 떨며 거의 똑바로 서지 못하고 넘어질 뻔했다. 그녀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지금 그녀는 마치 금방 심도 훈련에 참가했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그녀는 구택이 이미 간 줄 알고 문을 열고 나가자 남자가 커피 한 잔을 들고 베란다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구택은 캐주얼한 옷을 입고 있었고 평소처럼 멋지고 고급스러워 보였으며 심지어 어제보다 더 활기찼다.구택이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자 소희는 웃으며 인사를 했다."굿모닝이네요!"그녀는 말을 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목이 좀 쉬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며 순간 얼굴이 뜨거워지며 겸연쩍게 웃음을 거두었다.구택은 평소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어색함을 발견하지 못한 듯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아침을 시켰으니 먼저 가서 씻어요. 이따 같이 먹어요."소희는 시간을 보니 벌써 9시가 다 되어 가자 인차 대답했다."고마워요. 하지만 지금 곧 나가봐야 할거 같아요. 유민이 과외 늦겠어요."그녀도 자신이 이렇게 깊이 잠들 줄은 몰랐다. 눈을 뜨니 오전이 벌써 반이나 지났다."그렇게 급하게 갈 필요 없어요!" 구택이 말했다."이미 유민에게 전화로 소희 씨가 일이 생기는 바람에 두 시간 뒤에 과외 시작한다고 말했어요."소희는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이미 전화했어요?""네,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소희는 눈웃음을 치며 대답했다."아니에요, 고마워요!"......아침밥은 매우 풍성했다. 소희는 봉투에 적힌 이름을 보니 이 근처의 5성급 호텔이었다.구택이 입을 열면 5성급 호텔이라도 배달을 해야 했다.구택은 그녀 맞은편에 앉아 해삼 부레탕 한 그릇을 소희 앞으로 밀었다."이건 소희 씨 것이에요."이것은 척 봐도 몸보신하는 음식이었다. 소희는 바로 고개를 저으며 다시 그에게로 밀었다."양보할 필요 없어요. 구택 씨가 먹어야 될 거 같은데요
소율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멋쩍게 웃었다."예전에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항상 너의 할머니의 조언을 받아서 이번에도 그녀의 의견을 물어보고 싶어서 그래."유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앞으로 시집가는 것도 우리 할머니한테 물어봐야 하는 거예요?"소율은 얼굴을 붉히며 구택을 힐끗 쳐다보았다."당연하지!"유민은 한숨을 쉬었다."그럼 아줌마 망했네요. 우리 할머니는 강동 대교 아래에서 해금을 연주하는 사람을 제일 좋아하신거든요. 틀림없이 아줌마더러 그 사람한테 시집가라 할걸요.""…..."소율은 어이가 없었다.소희는 웃음을 참으며 야채를 입에 쑤셔 넣었다.구택의 눈빛에는 웃음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는 화가 난 척하며 입을 열었다."밥 먹을 때 말하면 못 써."모두들 안색이 각기 다른 가운데 오직 소율의 안색이 가장 흉했다.한참 침묵한 끝에 소율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그녀는 구택하고만 얘기했다."구택 씨, 내 친구가 클럽 하나 열었는데 전에 한 번 가보니까 괜찮더라고요. 오늘 저녁에 같이 갈래요?"구택은 고개를 숙인 채 밥 먹으며 냉랭하게 대답했다."어젯밤에 늦게 자서 오늘은 일찍 쉬고 싶네요."소율은 그를 관심해하며 물었다."밤늦게까지 회의했나 봐요?"구택의 눈빛은 평소와 다름없었다."아니요, 다른 일이었어요."소율은 뭔가 생각난 듯 문득 말했다."아 맞다, 어젯밤 스누커 투어 복식 경기였죠. 구택 씨 경기를 본 거였어요?"구택은 소희를 힐끗 보며 무심코 대답했다."맞아요."소율은 간절한 관심을 보였다."너무 늦게 자지 말고 건강 조심해야 돼요."식사를 마친 소희는 계속 유민에게 수업을 했다.소율은 임 씨네 부모님을 뵈러 왔다는 핑계로 왔던 데다 또 식사까지 했으니 더는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 무척 아쉬워하며 떠났다.……수업을 마치고 유민은 소희더러 자신에게 사격을 가르치라고 하며 두 사람은 정원의 잔디밭에 가서 또 잠시 놀았다.구택은 3층의 베란다에 앉아 편안하게 햇볕을 죄고 있었다. 그는 어젯밤 확
5월의 강성은 이미 더워지기 시작했다. 한 학기가 곧 끝나자 강성대의 학생들은 바빠지기 시작했다.대학교 4학년 학생들은 직장을 구하느라 바빴고, 논문 심사를 준비하느라 바빴으며 작별을 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소희도 시험 준비와 하반기 인턴십 때문에 바쁘기 시작했다.목요일 저녁, 소희의 반에는 모임이 있었다. 반장의 생일인데다 마침 최근의 스터디 스트레스도 좀 풀 겸 모임을 준비했다.점심에 밥 먹을 때, 성하나는 소희에게 저녁에 갈 것이냐고 물었다.그녀는 약간 흥분했다."이번에 반장이 크게 한턱 쏜 거 같아. 모임 장소가 케이슬이라니. 난 아직 가 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는 반드시 가볼 거야."소희는 숟가락을 들고 국수에 고춧가루를 넣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난 안 가!""매번 반에 모임 있을 때마다 너 빠지더라. 네가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몰라. 다른 사람들이 뒤에서 항상 네가 도도한 척한다고 난리도 아냐." 하나는 국수를 먹으며 또렷하지 못하게 말했다."반장은 이번에 특별히 나를 찾아와서 반드시 널 데리고 가라고 부탁까지 했어!"소희는 국수를 먹기에 여념이 없었다.하나는 애교를 부렸다."같이 가자, 나 혼자 가면 재미없단 말이야. 그냥 나랑 같이 가주면 안 돼? 게다가 내가 반장 앞에서 큰소리까지 쳤단 말이야."소희는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들고 국수를 먹으면서 왼손을 들어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하나는 인차 알아차리며 기뻐했다."아이스크림 두 개, 알았어!"그녀는 손을 들어 소희와 하이파이브 하려 했다. 소희는 손을 벌리며 두 사람은 손뼉을 쳤다.저녁에 두 사람은 케이슬에 도착하여 예약한 룸으로 들어갔다. 소희는 반장이 그들 반 애들뿐만 아니라 다른 반 애들도 초대했다는 것을 발견했다.사람들 사이로 주경과 고석 두 사람이 같이 앉아 있었다.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고석은 그녀의 얼굴을 3초 동안 주시하면서 우울한 표정으로 눈길을 돌렸다.주경은 한 달 넘게 집에서 쉬며 지난주에 학교에 와서 수업을 듣기
그 여자는 성하나를 보며 마치 큰 억울함을 당하기라도 한 듯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흘렸다.옆에 그녀들을 에워싸고 있던 몇 사람은 모두 와서 싸움을 말리며 하나를 붙잡고 우는 여자를 달랬다.소희는 하나의 손을 꼭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앉아, 너무 흥분하지 말고."하나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난 착하고 순진한 척하면서 말하는 여우 같은 년 딱 질색이야."우는 여자는 다른 한쪽으로 피했다. 다른 사람들은 하나를 말렸다."이문서는 원래 좀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야. 소희 너도 너무 신경 쓰지 마. 하나도 화내지 말고!"소희는 태연하게 하나더러 계속 게임하라 하며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타일렀다.모두들 분위기를 달구며 방금의 일을 중요하지 않는 작은 일이라고 여겼다.다행히 룸 안에는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매우 떠들썩했기에 아무도 이쪽에 일어난 일을 눈치채지 못했으며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즐겁고 떠들썩했다.하나는 게임을 했고 소희는 옆에서 지켜보았다.그녀가 강성에 왔을 때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포악한 기운을 거두고 모든 과거를 내려놓고 생활을 즐기며 상냥하게 사람을 대하라고 계속 타일렀다.그녀는 상냥하게 사람을 대했고 만약 사람들이 그녀의 인내심에 도전하지 않으면 그녀도 결코 따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과 어울려 다니기 힘들었다.처음에 그녀도 반의 여학생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지만 그녀들의 화제는 대부분은 메이크업, 옷, 가방, 그리고 남자였다.그녀는 이런 것들에 대해 잘 몰라서 도무지 대화에 끼어들 수가 없었다.시간이 지나자 그녀는 반에서 늘 혼자 다니는 사람이 되었다.하나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녀 두 사람 모두 단 음식을 매우 좋아했기 때문이다.......주경이 있는 그 무리의 사람들은 트루스 오어 데어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고석이 당첨됐다. 한 여자가 그에게 물었다."가장 좋아하는 사람은?"주경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고석을 바라보았다.고석은 소희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하나가 마침 몸을 비트는
구택은 그를 힐끗 보며 대답했다."감탄하긴, 너도 그럴 수 있지."장시원은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난 이미 나이 먹어서 젊었을 때의 그런 충동이 사라졌어. 때로는 침대에 있는 여자들을 보면 그들 모두 똑같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구택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래도 가격은 다르지!"시원은 크게 웃었다.두 사람은 이미 멀리 갔지만 고석의 시선은 여전히 소희에게 있었다."나랑 주경이 함께 있는 거 보니 넌 어떤 느낌이야? 후회하니? 후회하면 우리,""고석!" 소희는 그의 말을 끊었다."꼭 내가 주경을 불러야 그만하겠니?"고석은 충격을 받은 채 그녀를 바라보며 상처받은 듯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말했다."소희야, 너는 감정도 없니?"소희는 눈동자를 약간 움츠렸다. 상처받은 남자를 통해 그녀는 히스테리 하게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고 벽에 부딪히며 욕설을 퍼붓는 한 여자를 보았다."너 왜 이렇게 둔해? 너 내가 낳은 거 맞기나 하는 거야?""이 감정도 없는 병신아!"그때 그녀는 몇 살이었을까?세 살, 아님 네 살?소희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차갑게 고석의 손을 밀치며 무뚝뚝하게 룸 안으로 들어갔다.문을 밀고 들어가자 주경은 한 무리의 사람들 속에 앉아 즉시 고개를 들어 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당황한 기색과 경계심이 가득했다.그녀는 갑자기 주경이 불쌍하다고 여겼다.......저녁 10시에 사람들은 조금도 떠날 생각이 없자 소희와 하나는 반장한테 인사하고 먼저 떠났다.하나는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고 소희는 어정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집에 가서 씻고 자고 싶었다.한밤중에 소희는 악몽에서 깨어나며 거실에서 인기척이 나는 것을 들었다.창밖이 캄캄한 것을 보자 그녀는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1시였다.도둑인가?이런 고급 단지에는 도둑이 있을 리가 없었다.소희는 일어나서 문을 열고 나가자 주방의 불이 켜진 채 한 사람이 냉장고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구택은 냉장고 앞에 서서 요구르트,
강아심이 거실로 들어오자, 소희와 가볍게 포옹하며 부드럽게 웃었다.“결혼 축하해. 정말 완벽한 결혼식이었어. 모든 사람이 감동했어!”“고마워!” 소희도 따뜻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심은 한발 물러서서 소희에게 소개했다.“여기는 도도희 이모야!”소희는 눈앞의 여성을 보고 순간 멍해지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혹시 스승님의 딸, 도도희님이세요?”도도희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나도 소희 씨 이름을 들어봤어. 우리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던 제자라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니 아쉬웠어요.”소희는 자신의 결혼식에 도도희가 찾아올 줄 몰랐기에 마음이 벅차올랐다.“스승님도 오신 걸 알고 계세요?”양재아의 일로 스승님과 도도희 사이의 일들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소희는, 스승님이 딸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도도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리는 이미 만났어요.”“그렇군요. 다행이에요!” 소희도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도도희는 부드럽게 물었다.“듣기로 양재아를 삼각주에서 찾아내 데려온 게 소희 씨라던데, 내 친딸이든 아니든 우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소희는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사할 것까지는 없어요. 다만, 두 분께 헛된 기대를 드리지 않을까 걱정이 됐었어요.”도도희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이런 일은 수없이 겪어봤거든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도도희의 담담한 태도에서 그녀가 왜 지금까지 친자 확인을 하지 않았는지 소희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도도희는 처음 만난 소희에게서 놀라움을 느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고요하고 담백한 성품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투명함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런 면모가 아심과도 닮아 자연스레 호감을 느끼게 했다.도도희는 한층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운성에서 산간 지역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어요. 이틀 후면 일이 끝나니, 강성으로 돌아
멀리서 도경수와 강아심이 지나가다가 멈춰 서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소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고, 구택과 눈이 마주쳤다.손에 들고 있던 부케를 두 손으로 잡은 소희는 가볍게 손을 들어 부케를 뒤로 던졌다.햇살이 소희를 온통 감싸고, 드레스의 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그녀의 웃음은 그림처럼 찬란했다. 앞쪽에 서 있던 사람들은 부케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것만 볼 수 있었다.몇몇 사람들은 점프했지만, 손끝과 부케는 20에서 30cm쯤 차이가 나 닿지 않았다. 시원은 부케가 멀리 날아갈 것을 예상하고 준비했지만, 소희의 던지기 실력을 과소평가했다.시원과 백림은 함께 점프했으나 손가락 끝이 꽃잎에 닿았을 뿐 결국 부케를 놓치고 말았다.사람들이 뒤를 돌아보니, 부케는 무려 10미터 이상 날아가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들고 있는 손에 정확히 떨어졌다.아심은 꽤 멀리 서 있었고, 부케가 자신에게 떨어질 줄 몰랐는지 놀라 손에 들고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도경수는 아심이 손에 든 부케를 보며 뜻밖이라는 듯 기뻐하며 말했다.“이건 정말 하늘의 뜻인 것 같아!”아심은 말없이 웃으며 부케를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곤 소희와 군중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며 현장의 분위기를 함께 즐겼다.주변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아심 쪽으로 몰려가 그녀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소희도 멀리서 아심을 향해 웃었지만, 당장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구택이 소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먼저 할아버지께 가서 술을 올리자. 그 뒤에 만날 기회가 있을 거야.”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 서 있는 아심을 한 번 더 바라보고 구택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소희는 웨딩드레스를 갈아입고 피로연 드레스를 입은 뒤 강재석 쪽으로 가서 술을 올렸다. 그곳에는 임씨 집안의 어른들과 강씨 가문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모두가 소희를 아끼며 환대했다.가볍게 술 한 잔을 권한 뒤, 소희에게 충분히 쉴 시간을 주었다. 소희는 오후 내내 쉴 수 있었고, 연희와 몇몇 친구들이 함께 시간을
남궁민은 잠시 멍해졌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심명을 바라보았다.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찌릿해졌다.남궁민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확실히 당신은 나보다 서희를 더 좋아하는 것 같네요.”심명은 남궁민의 말을 듣고 흘긋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당연하죠. 당신은 그게 좋아하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남궁민은 반박하며 말했다.“왜 아니죠? 난 서희 말고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을 좋아해 본 적 없거든요.”심명은 그의 말을 듣기 싫다는 듯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햇빛을 향해 걸어가는 심명의 모습은 빛에 둘러싸여 희미하게 흐려져 보였다. 남궁민은 잠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따라가며 물었다.“설마 도망치려는 거예요?”심명의 귀에 달린 흑요석 귀걸이가 햇빛에 반사되어 매혹적인 광채를 뿜었다.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도망치긴 뭘 도망쳐요?”만약 도망칠 생각이었다면 오늘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었다.남궁민은 심명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며 말했다.“오늘은 우리 둘 다 도망칠 생각 하지 말아요. 이 세상에서 너와 나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거잖아요. 술 마시고 취할 때까지 놀아보는 건 어때요?”심명은 남궁민의 손을 곁눈질하며 투덜거렸다.“손 치워요.”그러나 남궁민의 제안은 거절하지 않았다.“좋아요. 멀리서 여기까지 온 네 성의를 봐서라도, 서희 대신 내가 너를 잘 챙겨 주도록 하죠.”...결혼식의 하이라이트가 지나고, 커다란 케이크가 나왔다. 케이크 커팅식이 끝나고 결혼식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축하 파티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구택은 소희의 입술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닦아내며 말했다.“와이프, 신혼 축하하고 사랑해.”수많은 꽃잎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예식장의 조명은 더욱 환하게 빛났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는 축복과 환희로 가득했다.소희는 구택만을 바라보았다. 소희의 맑고 투명한 눈에는 세상의 그 어떤 소란도, 부귀와 영화를 쫓는 욕망도 담겨 있지
“그때, 나는 마침내 깨달았어. 네가 평안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그 이외의 어떤 의미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임구택은 소희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반지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분홍빛 다이아몬드는 그녀의 눈부신 피부 위에서 완벽하게 어우러졌고, 빛을 받아 반짝이며 찬란한 광채를 뿜어냈다.소희도 손에 든 반지를 꺼내 들었고, 구택의 손은 매끄럽고 아름다웠다.손바닥과 손가락의 비율은 완벽했고, 마치 차가운 백옥으로 조각한 듯 뚜렷한 관절선에는 부드러운 온기와 견고함이 동시에 느껴졌다.구택은 고개를 숙이고 그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며 조용히 미소 짓고는 물었다.“내가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면서, 왜 나를 다시 데려왔어?”구택은 그녀의 길게 드리운 속눈썹을 가만히 응시하며 천천히 답했다.“왜냐하면 또 하나를 깨달았으니까.”“뭔데?”“내가 주는 행복만이 진짜 행복이라는 거야.”소희는 반지를 끝까지 밀어 넣고 고개를 들어 구택을 바라보았다. 구택의 눈빛은 따뜻하면서도 단호했다.“우리 둘이 함께 있을 때만이 진짜 행복을 느낄 수 있어. 그러니까 넌 도망칠 수 없고, 나도 도망칠 수 없어.”“처음 우리가 만난 순간부터 오늘 이 순간이 정해져 있었어. 네가 나와 결혼하게 될 운명 말이야.”구택은 말을 마치고 몸을 숙여 강렬한 키스로 소희의 입술을 덮자, 주변에서는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임유민은 요요를 안고 계단을 내려가던 중,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한 번 돌아보았다.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중얼거렸다.“역시 우리 삼촌은 다르지.”요요도 뒤를 보려고 하자, 유민은 손으로 요요의 눈을 가리며 말했다.“어린아이는 이런 거 보면 안 돼!”요요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그럼 오빠는 어른이에요?”그 말에 유민이 당황하며 대답했다.“나, 나는 반쯤 어른이야!”요요는 까만 눈을 반짝이며 더 궁금해졌다.“그럼 오빠는 머리 쪽이에요, 아니면 발 쪽이에요?”유민은 요요의 진지하고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가 차분히 설명했다.“머리가
예식장 안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고, 주례자는 차분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이제 신랑과 신부의 결혼 서약을 낭독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께서도 함께 느껴 보시고,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주례자의 목소리는 한층 더 엄숙해졌다.“임구택 군, 당신은 이 아름다운 소희 양을 아내로 맞이하시겠습니까?”“소희 양의 손을 맞잡고 백년해로하며,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구택은 깊은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단호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다.“예, 서약합니다. 소희를 평생 소중히 여기고, 챙기고, 제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충실히 사랑하겠습니다.”주례자는 이번에는 소희를 향해 물었다.“소희 양, 당신은 임구택 님을 남편으로 맞이하시겠습니까?”“임구택 군과 함께 인생의 길을 나란히 걷고,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소희는 구택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서약합니다. 조건 없이 사랑하며, 영원히 함께할 것을 맹세합니다.”구택의 눈에는 감정이 빛나고 있었고, 그의 따뜻한 마음과 온기는 오직 소희를 위해 존재했다.주례자는 미소를 지으며 선언했다.“이제 임구택 군과 소희 양이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두 사람을 위해 축복의 박수를 보내주세요!”예식장은 다시 한번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모든 하객은 이 감동적인 순간에 눈물을 글썽이며 박수를 보냈다. 그 박수 소리는 끝없이 이어졌고,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울려 퍼졌다.연희는 박수를 치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는 뜨거웠지만,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우청아 또한 눈물을 흘리며 두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했다.주례자는 박수 소리 속에서 다시 입을 열었다.“이제 신랑과 신부께서 결혼의 영원함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결혼반지를 교환하시겠습니다.”그 순간, 뒤쪽 계단에서 임유민이 요요를 안고 나타
강시언은 미소를 지으며 소희의 손을 임구택의 손 위에 조심스럽게 얹었다. 마치 신성한 임무를 완수한 듯 그는 말했다.“행복하길 바랄게.”임구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고마워요.”주변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소희는 시언을 깊이 바라보았다.그 시선에는 어린 시절 그가 자신을 가르쳐 주고 곁에서 함께해 주었던 시간, 그리고 두터운 남매의 사랑과 가족 간의 정이 모두 담겨 있었다.시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소희를 응원했다. 마치 어린 시절 소희의 손을 잡고, 약하고 외롭던 소녀를 강하고 단단한 소희로 성장시켜 주었던 순간처럼.앞으로도 각자의 길을 걷더라도, 그들은 서로의 곁에 있을 것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들의 관계는 공기와 햇빛처럼 언제나 존재하며, 그들의 삶 속 깊이 자리할 것이었다.소희는 구택의 팔을 붙잡고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시언이 바로 뒤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발걸음은 더욱 단단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그리고 자신의 곁에 있는 남자는 소희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어떤 망설임도 없게 했다.레드카펫은 길었고, 앞으로 함께 걸어가야 할 인생의 길도 길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란히 걷는다면 두려울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다.구택은 옆에서 소희의 아름다운 옆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하고 힘이 있었다.예식장의 한구석, 커다란 부조 기둥에 기대어 서 있던 심명이 소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심명의 시선은 소희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오늘 정말 아름답네.’소희의 모습, 그녀의 미소, 모든 것이 그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고 있었다.그때, 뒤에서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희, 정말 예쁘네요!”심명은 눈초리를 치켜들며 뒤를 돌아보자, 남궁민이 걸어오며 그의 옆에 섰다.햇빛이 남궁민의 짙은 갈색 눈에 반사되어 깊고 매혹적인 빛을 띠고 있었다.“왜 강성에 있는 구은서를 놔두고 여기까지 왔어요?”남궁민은 이미 자신이 심명의
음악 소리에 맞춰,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아오를 때, 신랑인 임구택이 중앙 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그 순간, 거대한 아치형 정문이 열리며 정오의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마치 수천 갈래의 황금빛이 예식장 안을 가득 채운 듯했다.찬란한 크리스탈 샹들리에, 피어난 꽃들, 그리고 붉은 카펫은 그 빛에 의해 생명을 얻은 듯 더욱 생동감 있고 화려해졌다.햇빛이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통과하며 무지갯빛 광채를 만들어냈고, 이 환상적이고 웅장한 장면에 하객들은 숨을 멈추고 정문 중앙에 서 있는 한 여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소희는 시언의 팔을 잡고 붉은 카펫을 따라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예식장 안은 하객들로 가득 찼지만, 고요한 정적 속에 우아한 현악 연주만이 홀 안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었다.소희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드레스는 가슴 위를 덮는 깔끔한 디자인에 어깨를 타고 내려가는 레이스로 이루어져 있었다.얇은 꽃잎 모양의 레이스가 어깨를 감싸며 은은하게 살결을 드러냈고, 그 아래로는 매끈한 쇄골과 길고 고운 목선이 돋보였다.허리선 아래부터는 화려한 자수 문양이 드레스 끝자락까지 펼쳐졌고, 풍성한 치마는 소희의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며 단순함과 정교함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소희의 머리에는 구택이 준비한 티아라가 얹혀 있었고, 티아라에 박힌 찬란한 다이아몬드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조금도 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고운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긴 베일이 드레스 끝까지 내려와 천천히 레드 카펫 위를 스치며 움직였다. 소희는 그림 같은 미모와 함께 단아하면서도 청아한 기품을 자아내며 성스러워 보였다.시언은 깔끔한 흰 셔츠에 검정 조끼를 입고 있었고, 훤칠하고 듬직한 모습으로 소희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고 함께 걸어왔다.두 사람이 함께 입장하는 순간, 예식장의 조명이 한층 어두워진 것처럼 느껴질 만큼 두 사람의 존재감은 강렬했다.구택은 레드 카펫 끝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세상에 울려 퍼지는 모든 소리가 멀어진 듯, 구택의 눈에는 소희만
결혼식장이 웃음과 이야기로 떠들썩하던 분위기는 주례가 결혼식 무대로 올라서자 점차 차분해졌다.결혼식장 가장 앞줄 귀빈석에는 임씨 가문과 강씨 가문의 사람들이 각각 자리했다. 시언이 입장하며 뒤쪽 하객석을 한번 훑었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단번에 맨 뒷자리 가까이 앉아 있는 강아심을 찾아냈다.아심은 도도희와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자연스럽게 풀어 어깨에 늘어뜨리고 있었다.그 모습이 아심의 부드럽고 매혹적인 옆모습을 가리고 있었다. 희미한 미소를 띤 채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며 즐거워 보였다.시언은 별다른 표정 없이 시선을 거두었다.강재석이 나타나자, 결혼식장은 잠시 숨소리마저 조용해졌다. 이내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그를 화제로 삼기 시작했다.“저분이 강씨 집안의 어르신인가 봐. 정말 카리스마 넘치시네!”“옆에 있는 젊은 사람은 강재석 어르신의 손자겠지?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왜? 마음에 들어? 꿈 깨. 강씨 집안이랑 혼인을 맺으려면 임씨 가문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다고.”“현실은 안 되더라도 꿈꾸는 건 내 자유잖아? 결혼식 끝나고 가서 연락처라도 물어볼 거야.”“좋아, 한번 해봐. 강씨 집안의 도련님이 연락처를 줄지 안 줄지 보자고. 근데 얻으면 나랑 공유하는 거 알지?”“내가 얼굴에 철판 깔고 얻은 연락처를 왜 너랑 공유해? 너도 도전해 보든가!”...아심은 바로 뒤에 앉아 있던 이들의 대화를 듣고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도도희도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봤니? 강시언이 얼마나 인기 많은지.”아심은 나른하게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그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모르는 거죠.”도도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고, 아심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 소희를 못 봤네요. 오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은 정말 예쁠 것 같아요!”도도희가 물었다.“소희랑 친한 사이인가?”아심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그렇게
도도희는 강시언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심이 왔어.”시언의 눈빛이 깊어졌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뜻을 보였다. 강재석은 그보다 훨씬 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심양도 왔어?”도도희는 약간 놀라며 물었다.“아저씨도 아심을 아세요?”“당연히 알지. 우리 사이가 보통 사이인 줄 아니?”강재석은 의미심장하게 시언을 한 번 쓱 보고는 환한 미소로 말했다.“지금 어디 있나?”“아마 이미 예식장 안으로 들어갔을 거예요.”도도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미리 알았다면 데리고 여기로 왔을 텐데.”강재석은 상관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온 것만으로도 아주 좋아. 어차피 곧 볼 테니까.”도경수의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재아는 마음속에서 복잡한 감정이 얽혀 올라왔다.‘엄마가 강아심을 알다니... 그리고 강재석과 강시언은 아심에게 훨씬 더 호의적이잖아. 그런데 엄마도 강아심과 더 가깝다니...’자시느이 엄마가 아심과 이렇게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재아는 왠지 모르게 불쾌했다.도도희는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아저씨, 예식장에 가셔야 할 시간이에요. 저는 여기서 이만 물러날게요. 아심을 찾아보려고요.”도경수는 다급한 표정을 지었지만, 강재석이 그의 마음을 눈치채고는 도도희에게 말했다.“결혼식 끝난 후에는 서두르지 말고, 우리와 시간을 좀 더 보내. 오랜만에 만났으니 제대로 얘기 나눠야지.”도도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결혼식이 끝나면 다시 찾아뵐게요.”“좋아!”강재석은 따뜻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수도 말했다.“내 전화번호 알지?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렴.”도도희는 알겠다고 답한 뒤, 몇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도경수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강재석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그래도 드디어 도도희를 만났잖아. 그리고 직접 강씨 집안으로 돌아온다고 했으니, 좋은 소식 아닌가?”도경수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우리 부녀가 어쩌다 이렇게 서먹서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