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구택 씨." 소희는 몸속의 욕망을 억누르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녀는 마치 꿈속에 갇힌 것처럼 말하고 싶을수록 말을 하지 못했다.구택는 몸을 살짝 숙이고 그녀에게 다가갔다."뭐라고요?""저, 저리 가요!" 소희는 떨린 목소리로 급하게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남자에게 달려드는 것을 통제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그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일 가?연희는 왜 아직도 안 오고?이혁은 도대체 술에 무엇을 넣었길래 그녀가 잠깐 입에 머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된 것일까?구택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소녀를 살펴보았다. 그는 더욱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녀의 상태가 이상하는 것을 발견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소희 씨 술에 취한 게 아니라 약 탄 술을 마신 거예요?""아니, 상관하지 마요!" 소희는 침착한 표정을 지었지만 힘없이 말했다."말해봐요!"남자는 낮은 소리로 외치며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소희는 피하려 했지만 몸을 가누지 못하고 남자의 품 안으로 넘어졌다.구택은 생각도 하지 않고 손을 뻗어 그녀를 안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고 이미 혼수상태에 가까웠다. 몸이 이렇게 뜨거운 것을 보면 그녀는 분명 깨끗하지 못한 것을 먹었던 것이다.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맞은편 등불이 휘황찬란한 블루드를 보았다. 그는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며 그녀를 안고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갔다.소녀를 뒷좌석에 놓고 안전벨트를 매준 뒤 구택은 핸드폰을 꺼내어 본가에 있는 개인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오 의사는 구택이 묘사한 상황을 듣고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무슨 약을 먹었는지 아십니까?"구택은 뒷좌석에서 꿈틀거리는 소희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이미 대답할 수 없었기에 그는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정확히는 몰라요."오 의사는 입을 열었다."이런 상황이라면 두 가지 해결 방법 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남녀가 관계를 맺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병원에 가서 위를 세척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약효가 발작하기 전에 위를 세척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매니저는 룸 안에서 찾은 분홍색 알약과 흰색 가루를 심명에게 보여주었다."대표님, 경찰에 신고할까요?""경찰에 신고하지 마요, 신고하지 마요!"그는 누구보다도 경찰을 무서워했다!"경찰에 신고해!" 심명은 차갑게 입을 열었고 발로 이혁을 걷어찼다."냄새나는 쓰레기 주제에 감히 내 구역에서 약을 먹어? 죽으려고 작정했나!"매니저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그럼 이 cctv 기록은 경찰에게…...""지워!"심명은 그의 말을 끊고 담담한 목소리로 화면 속 여자애를 가리키며 명령했다."그녀가 나타난 화면만 모두 삭제해버려. 경찰이 물으면 인터넷이 끊겼다고 해."로비 매니저는 심명이 왜 이러는지 몰랐지만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심명은 또 웨이터 한 명을 불렀다."잠시 후에 네가 경찰서에 가서 증인하고 와. 이 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술에 취해서 자기들끼리 문제가 생겨서 싸운 거라고, 알았어?"웨이터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표시했다.이 사람들은 평소에 좋은 일 외에는 다른 더러운 짓거리를 너무 많이 했기에 경찰서에 들어가면 그들이 이전에 한 짓들만 조사해도 한참 걸릴 것이다.심명이 떠나기 전에 또 룸 안에서 울부짖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힐끗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이도 어린 계집애가 독하긴 독해. 지난번에 자신이 그녀한테 맞은 것을 생각하니 그는 자기도 모르게 기뻐했다. 보아하니 그녀는 그래도 나름 그를 봐줬던 것이었다!룸 안으로 돌아와서 심명은 매니저더러 소희가 떠난 동영상을 그에게 보내라고 했다.그는 영상을 두 번 보며 표정은 매우 흥분했다. 그녀가 사람을 때리고 떠날 때 평온한 표정으로 외투를 벗은 뒤 닥치는 대로 쓰레기통에 던진 것을 보면 유난히 멋있었던 것이다!만약 두 사람 사이에 원한이 있지 않았다면 그는 정말 그녀와 친구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그러나 자신이 그녀를 크게 도왔으니 그는 어떻게 그녀더러 갚아야 할지 잘 생각해 봐야 했다!......10분 뒤, 구택은 소희를 차에서 안아 내렸다. 그녀는 온몸에 뼈가
구택은 온몸에 힘을 주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쥐며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까불지 마요, 나도 남자니까요!"모든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 밀폐되고 더운 공간에서, 그는 남자였고 그녀는 끊임없이 그를 유혹하는 여자였다.소희는 고개를 들었다. 희미한 눈빛 속에 한 줄기 빛이 스며들며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다가와요!"구택은 숨이 멎었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더욱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자신이 무슨 말 하고 있는지 알아요?""응." 소희는 소리를 냈다. 그것은 대답인지 아니면 저절로 나오는 신음 소리인지 그는 잘 몰랐다.구택은 눈을 깜박이지 않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나는 소희 씨의……"그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 소녀는 갑자기 까치발을 들어 그의 입술을 막으며 즉시 힘껏 그의 입술 안으로 혀를 내밀었다.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녀는 몸속의 벌레들 때문에 죽을 것만 같았다.그녀가 어릴 때부터 받은 훈련은 그녀에게 생명은 언제나 최우선이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자신의 생명을 잘 보호하는 것은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지는 것이었다.하물며 그녀는 눈앞의 이 남자를 도와준 적이 있었다.그러니 그는 마땅히 그녀를 도와야 했다.구택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두운 밤, 그의 눈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눈을 감고 소녀의 손을 천천히 잡아당기며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안 돼요!"이 두 글자를 말할 때 그의 목소리는 매우 작았다. 이것은 소희를 경고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을 경고하는 건지 그는 잘 몰랐다."왜 안 돼요?" 소희는 욕실 벽에 기대어 작은 목소리로 냉정하게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가 응하지 않는 것을 보며 그녀는 억지로 일어섰다."당신이 안 된다면 다른 사람 찾아가서 해결할 수밖에 없네요!"그녀는 그를 밀치고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몇 걸음 만에 갑자기 누군가에게 팔을 잡히며 그의 품 안에 안겼다.그녀는 남자의 목을 꼭 잡으며 그의 팔에서 전해오는 힘을 느꼈다.구택은 그녀를 안으며
이튿날 아침, 소희가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밝았다. 그녀는 눈을 뜨고 낯선 방을 보며 한참 지나서야 어젯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났다.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침대에 그녀 혼자만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녀의 머릿속에서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구택도 창문에서 뛰어내린건 아니겠지?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왜냐면 그녀는 그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소희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니 남자가 그녀를 등진 채 베란다에 서서 전화를 하는 것을 보았다.구택은 목욕가운을 입고 있었다. 넓은 어깨에 가는 허리, 그리고 늘씬하고 긴 두 다리. 뒷모습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그는 명우에게 물었다."소 씨네와의 계약은 아직 며칠 남았지?"소희는 마음속으로 계산해 보니 아직 한 달 정도 남았다.전화기 너머로 명우는 그에게 정확한 날짜를 알려주었다.구택은 목소리가 담담했다."소 씨네 집에 연락하여 앞당겨서 파혼해. 요 며칠 수속 밟아."그는 아주 간단하게 생각했다. 소 씨네 집안에 줘야 할 것도 이미 준 상태였다. 비록 그와 소 씨네 아가씨는 만난 적이 없고 그녀에 대해서 아무런 감정이 없었지만 외국에서의 이 3년 동안 그는 이 결혼을 이미 충분히 존중했고 그녀에게 미안한 일을 하지 않았다.귀국 후, 그는 어쩔 수 없이 강요당해서 그런 일을 했지만 이번에는 무슨 이유든 간에 그는 혼인에서 서로 충성하는 신조를 어겼고 더 이상 소 씨네 아가씨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소희는 남자의 듬직한 뒷모습을 보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찌질이네, 자자마자 이혼이라니!"그녀가 속으로 욕을 할 때 남자는 이미 전화를 끊고 들어왔다.눈이 마주치자 남자는 태연했다. 소희도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내가 입을 수 있는 잠옷 있어요?"그들은 호텔에 있지 않았다. 회백색에 인테리어가 간단한 것을 보면 이곳은 아마도 구택이 임시로 휴식하는 오피스텔 같았다.구택은 나갔다 바로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흰색 셔츠 하나가 있었다.
"할아버지가 지내는 집을 원하는 건가요?" 구택이 다시 물었다.소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너무 가까워서 그녀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지금 그녀는 구택의 악마스러운 모습을 본 것 같다.구택은 고개를 숙이자마자 그녀의 입술에 살며시 키스하며 바로 일어났다. 그는 약간 쉰 목소리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나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 손해 보는 일을 하지 않거든요. 하룻밤 보냈다고 집 한 채를 주면 나 좀 손해 보거든요."남자는 부드러운 것 같기도 냉정한 것 같기도 했다. 두 가지 모순된 감정이 뒤섞여 있어서 그의 표정을 알 수가 없었지만 자세히 보면 그의 눈빛은 냉담했고 싸늘했다.소희는 어젯밤 밥을 먹지 않은 데다 또 꽤 오래 운동했으니 지금 아미노산이 결핍하여 머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아 혼돈 상태에 빠졌다.그녀는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구택은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어젯밤 즐거웠어요?"티를 내지 않고 숨을 들이마신 소희는 이불 밑에 있던 손바닥에 땀이 나며 축축해졌다."이 집은 강성대와 아주 가까워요. 평소 8시 30분에 수업 있는 소희 씨가 여기에서 지내면 8시 15분까지 늦잠을 자도 되죠. 앞으로 이 집이 완전히 소희 씨의 것이 되면 그때 소희 씨의 할아버지를 데려올 수도 있고요."구택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똑똑한 사람이라 굳이 솔직하게 말할 필요가 없었다.소희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경악하여 입을 열었다."지금 나더러 구택 씨의 애인을 하라는 말인가요?"구택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이게 바로 소희 씨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어요?"소희는 그를 계속 쳐다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피식 웃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웃긴 그녀는 푹신푹신한 침대에 누워 이불에 머리를 묻히며 어깨를 떨며 웃었다."왜 웃어요?" 구택이 물었다.하도 웃어서 눈물까지 난 소희는 이불 위에 엎드려 고개를 돌려 반짝이는 눈으로 구택을 바라보며 입가의 미소를 거두고 담담하게
방문이 닫힌 순간, 소희는 표정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방금 구택과의 대화를 돌이켜보면 좀 불가사의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일시적인 충동 때문에 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핸드폰을 찾았다. 핸드폰은 맞은편 캐비닛에 충전하고 있었다. 전원은 이미 꺼진 상태였다.전원을 켜자마자 수많은 부재중 전화와 카카오톡 문자가 튀어나왔다.청아가 보낸 것도 있었고 오 씨 아주머니가 보낸 것도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온 문자는 바로 소정인이 보낸 것이었다.그녀는 소정인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알고 있었기에 먼저 청아와 오 씨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청아는 너무 급한 나머지 눈물까지 흘리려 했다. 그녀는 어젯밤 소희가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을 보고 줄곧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또 블루드에 달려가서 그녀를 찾으려 했다. 하마터면 청아는 경찰에 신고할 뻔했다.소희는 핸드폰 배터리가 나갔다며 그녀에게 안부를 전했다.청아는 전화 너머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괜찮다니 다행이야. 아 맞다, 내가 어젯밤에 다시 블루드에 갔을 때 문밖에 경찰차가 있는 거 봤어. 이혁 그 사람들이 모두 잡혀갔더라고."그녀는 당시 매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소희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이건 어찌 된 일이었을까?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아마도 블루드의 사람이 신고한 거야."그녀의 계획에 따르면, 이혁은 스스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블루드의 사람이 경찰에 신고한다면 그녀는 푸른 독수리더러 cctv 기록을 지우게 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만약 경찰이 그녀를 찾는다면 그녀는 다른 방법이 있었다.하지만 약을 탄 술을 마시는 바람에 그녀의 계획이 흐트러졌고, CCTV는 삭제되지 않았다. 이혁이 만약 그녀를 고발했다면 지금 아마도 경찰이 그녀를 찾았을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부재중 전화를 뒤졌지만 경찰서의 전화는 없었다.청아를 위로한 뒤 그녀는 또 오 시 아주머니한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한 후에야 소정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소정인은
테이블 앞으로 다가가 소희를 봤을 때 항상 무뚝뚝한 그는 보기 드물게 놀라움을 표시했다.소희는 일어나서 예의 있게 말했다."앉아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시켰어요."명우는 그녀 맞은편에 앉아서 소희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겼다.그렇구나!일이 이렇게 되다니!소희는 담담하게 웃었다."놀랄 거 없어요. 왜냐하면 내가 지금 하는 말은 명우 씨를 더 놀라게 만들걸요."......30분 뒤 명우는 소희와 함께 카페를 떠났다. 한 사람은 왼쪽으로, 다른 한 사람은 오른쪽으로, 두 사람은 마치 낯선 사람처럼 갈라졌다.두 사람은 방금 새로운 협의에 달성했다.명우는 차에 탔을 때까지 아직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소희가 바로 구택의 아내라니. 더욱 믿기 힘든 것은 자신이 방금 그녀를 도와 이 사실을 함께 숨기겠다고 대답한 것이다.그는 뒤늦게 자신이 소희를 얕잡아 봤다고 느꼈다. 그녀는 앳되고 순수해 보이는 얼굴로 모든 사람을 속였다.그녀는 구택 앞에서 아무런 흔적도 드러내지 않고 심지어 자신을 설득해 이 사실을 숨기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녀가 만약 어두운 곳에 매복했더라면 기필코 치명적인 한방을 날릴 것이다.이혼 수속을 밟을 필요가 없으니 명우는 요 며칠 무슨 핑계로 구택을 속일지 생각했다.다행하게도 구택은 줄곧 그를 믿었다.......소희는 청원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연희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매우 흥분했다."소희야, 너 집에 갔어? 내가 이따가 너 데리러 갈게. 우리 같이 놀러 가자."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은 안 돼. 나 지금 돌아가서 짐 정리하고 이사 준비해야 돼.""이사?" 연희는 영문을 몰라 물었다."어디 이사 가려고?"소희는 싸늘하게 웃었다."다 네 덕분이지. 어젯밤에 왜 안 왔는데?""무슨 말이야? 어디 가?" 연희는 멍했다.소희는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내 전화 못 받았어?"그녀는 말을 다 하지 못하고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즉시 통화 기록을 뒤져 어제저녁 1
밥을 먹고 소희는 물건을 정리하러 올라갔다. 오 씨 아주머니는 자신이 만든 케이크, 아이스크림과 초코 젤리를 들고 들어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작은 아씨 만약 이것들 먹고 싶으면 돌아오세요. 내가 또 해드릴게요. 밖에서 파는 건 맛없어요."소희는 감성적인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녀의 아쉬워하는 눈빛을 보고 잠시 목이 메어 앞으로 다가가서 살포시 안아주었다."아마도, 다시 돌아올 거예요."아주머니는 목이 멘 채로 천천히 말했다."우리 두 사람은 여기서 작은 아씨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은 먼저 옷을 정리하고 내일 가지러 올게요. 앞으로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설희를 돌봐줘야겠네요!""그래야죠!" 아주머니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아씨도 몸 잘 챙겨요.""네!"……다음날 오후, 수업이 없던 소희는 별장으로 돌아가 짐을 챙기고 어정으로 가려 했다.옷과 책은 이미 다 정리된 상태였다. 그녀는 서랍 가장 안쪽에 있는 책 한 권을 꺼내어 사진이 끼어 있는 그 페이지를 뒤졌다.사진의 배경은 원시림이었다. 9명의 사람들은 용병 제복을 입고 철모를 쓰고 얼굴에 위장을 그린 채 오직 늑대 같은 눈만 밖으로 들어냈다.중간의 남자는 포악하고 거칠어 보였고 매서운 눈빛으로 손을 옆에 있는 작은 꼬마의 어깨에 얹고 보호하는 자세를 취했다.꼬마는 작고 말랐지만 눈빛은 매우 냉랭하고 매서웠기에 전혀 여자애 같지 않았다. 무언가가 문득 그녀의 바지를 잡아당기자 소희는 고개를 숙여 설희를 보았다. 그녀는 책을 덮은 뒤 다시 서랍의 가장 안쪽에 넣었다.설희는 그녀가 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계속 그녀 뒤를 졸졸 따랐다.소희는 설희를 안고 평소처럼 베란다의 소파에서 잠시 놀다가 무엇이 생각났는지 핸드폰을 꺼내 영상통화를 눌렀다.통화가 연결되자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이 나무를 다듬고 있었다. 그는 소희를 보고 방긋 웃으며 물었다."집에 오는 거야?"소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이사 가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