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지내는 집을 원하는 건가요?" 구택이 다시 물었다.소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너무 가까워서 그녀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지금 그녀는 구택의 악마스러운 모습을 본 것 같다.구택은 고개를 숙이자마자 그녀의 입술에 살며시 키스하며 바로 일어났다. 그는 약간 쉰 목소리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나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 손해 보는 일을 하지 않거든요. 하룻밤 보냈다고 집 한 채를 주면 나 좀 손해 보거든요."남자는 부드러운 것 같기도 냉정한 것 같기도 했다. 두 가지 모순된 감정이 뒤섞여 있어서 그의 표정을 알 수가 없었지만 자세히 보면 그의 눈빛은 냉담했고 싸늘했다.소희는 어젯밤 밥을 먹지 않은 데다 또 꽤 오래 운동했으니 지금 아미노산이 결핍하여 머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아 혼돈 상태에 빠졌다.그녀는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구택은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어젯밤 즐거웠어요?"티를 내지 않고 숨을 들이마신 소희는 이불 밑에 있던 손바닥에 땀이 나며 축축해졌다."이 집은 강성대와 아주 가까워요. 평소 8시 30분에 수업 있는 소희 씨가 여기에서 지내면 8시 15분까지 늦잠을 자도 되죠. 앞으로 이 집이 완전히 소희 씨의 것이 되면 그때 소희 씨의 할아버지를 데려올 수도 있고요."구택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똑똑한 사람이라 굳이 솔직하게 말할 필요가 없었다.소희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경악하여 입을 열었다."지금 나더러 구택 씨의 애인을 하라는 말인가요?"구택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이게 바로 소희 씨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어요?"소희는 그를 계속 쳐다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피식 웃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웃긴 그녀는 푹신푹신한 침대에 누워 이불에 머리를 묻히며 어깨를 떨며 웃었다."왜 웃어요?" 구택이 물었다.하도 웃어서 눈물까지 난 소희는 이불 위에 엎드려 고개를 돌려 반짝이는 눈으로 구택을 바라보며 입가의 미소를 거두고 담담하게
방문이 닫힌 순간, 소희는 표정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방금 구택과의 대화를 돌이켜보면 좀 불가사의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일시적인 충동 때문에 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핸드폰을 찾았다. 핸드폰은 맞은편 캐비닛에 충전하고 있었다. 전원은 이미 꺼진 상태였다.전원을 켜자마자 수많은 부재중 전화와 카카오톡 문자가 튀어나왔다.청아가 보낸 것도 있었고 오 씨 아주머니가 보낸 것도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온 문자는 바로 소정인이 보낸 것이었다.그녀는 소정인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알고 있었기에 먼저 청아와 오 씨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청아는 너무 급한 나머지 눈물까지 흘리려 했다. 그녀는 어젯밤 소희가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을 보고 줄곧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또 블루드에 달려가서 그녀를 찾으려 했다. 하마터면 청아는 경찰에 신고할 뻔했다.소희는 핸드폰 배터리가 나갔다며 그녀에게 안부를 전했다.청아는 전화 너머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괜찮다니 다행이야. 아 맞다, 내가 어젯밤에 다시 블루드에 갔을 때 문밖에 경찰차가 있는 거 봤어. 이혁 그 사람들이 모두 잡혀갔더라고."그녀는 당시 매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소희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이건 어찌 된 일이었을까?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아마도 블루드의 사람이 신고한 거야."그녀의 계획에 따르면, 이혁은 스스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블루드의 사람이 경찰에 신고한다면 그녀는 푸른 독수리더러 cctv 기록을 지우게 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만약 경찰이 그녀를 찾는다면 그녀는 다른 방법이 있었다.하지만 약을 탄 술을 마시는 바람에 그녀의 계획이 흐트러졌고, CCTV는 삭제되지 않았다. 이혁이 만약 그녀를 고발했다면 지금 아마도 경찰이 그녀를 찾았을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부재중 전화를 뒤졌지만 경찰서의 전화는 없었다.청아를 위로한 뒤 그녀는 또 오 시 아주머니한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한 후에야 소정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소정인은
테이블 앞으로 다가가 소희를 봤을 때 항상 무뚝뚝한 그는 보기 드물게 놀라움을 표시했다.소희는 일어나서 예의 있게 말했다."앉아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시켰어요."명우는 그녀 맞은편에 앉아서 소희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겼다.그렇구나!일이 이렇게 되다니!소희는 담담하게 웃었다."놀랄 거 없어요. 왜냐하면 내가 지금 하는 말은 명우 씨를 더 놀라게 만들걸요."......30분 뒤 명우는 소희와 함께 카페를 떠났다. 한 사람은 왼쪽으로, 다른 한 사람은 오른쪽으로, 두 사람은 마치 낯선 사람처럼 갈라졌다.두 사람은 방금 새로운 협의에 달성했다.명우는 차에 탔을 때까지 아직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소희가 바로 구택의 아내라니. 더욱 믿기 힘든 것은 자신이 방금 그녀를 도와 이 사실을 함께 숨기겠다고 대답한 것이다.그는 뒤늦게 자신이 소희를 얕잡아 봤다고 느꼈다. 그녀는 앳되고 순수해 보이는 얼굴로 모든 사람을 속였다.그녀는 구택 앞에서 아무런 흔적도 드러내지 않고 심지어 자신을 설득해 이 사실을 숨기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녀가 만약 어두운 곳에 매복했더라면 기필코 치명적인 한방을 날릴 것이다.이혼 수속을 밟을 필요가 없으니 명우는 요 며칠 무슨 핑계로 구택을 속일지 생각했다.다행하게도 구택은 줄곧 그를 믿었다.......소희는 청원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연희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매우 흥분했다."소희야, 너 집에 갔어? 내가 이따가 너 데리러 갈게. 우리 같이 놀러 가자."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은 안 돼. 나 지금 돌아가서 짐 정리하고 이사 준비해야 돼.""이사?" 연희는 영문을 몰라 물었다."어디 이사 가려고?"소희는 싸늘하게 웃었다."다 네 덕분이지. 어젯밤에 왜 안 왔는데?""무슨 말이야? 어디 가?" 연희는 멍했다.소희는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내 전화 못 받았어?"그녀는 말을 다 하지 못하고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즉시 통화 기록을 뒤져 어제저녁 1
밥을 먹고 소희는 물건을 정리하러 올라갔다. 오 씨 아주머니는 자신이 만든 케이크, 아이스크림과 초코 젤리를 들고 들어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작은 아씨 만약 이것들 먹고 싶으면 돌아오세요. 내가 또 해드릴게요. 밖에서 파는 건 맛없어요."소희는 감성적인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녀의 아쉬워하는 눈빛을 보고 잠시 목이 메어 앞으로 다가가서 살포시 안아주었다."아마도, 다시 돌아올 거예요."아주머니는 목이 멘 채로 천천히 말했다."우리 두 사람은 여기서 작은 아씨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은 먼저 옷을 정리하고 내일 가지러 올게요. 앞으로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설희를 돌봐줘야겠네요!""그래야죠!" 아주머니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아씨도 몸 잘 챙겨요.""네!"……다음날 오후, 수업이 없던 소희는 별장으로 돌아가 짐을 챙기고 어정으로 가려 했다.옷과 책은 이미 다 정리된 상태였다. 그녀는 서랍 가장 안쪽에 있는 책 한 권을 꺼내어 사진이 끼어 있는 그 페이지를 뒤졌다.사진의 배경은 원시림이었다. 9명의 사람들은 용병 제복을 입고 철모를 쓰고 얼굴에 위장을 그린 채 오직 늑대 같은 눈만 밖으로 들어냈다.중간의 남자는 포악하고 거칠어 보였고 매서운 눈빛으로 손을 옆에 있는 작은 꼬마의 어깨에 얹고 보호하는 자세를 취했다.꼬마는 작고 말랐지만 눈빛은 매우 냉랭하고 매서웠기에 전혀 여자애 같지 않았다. 무언가가 문득 그녀의 바지를 잡아당기자 소희는 고개를 숙여 설희를 보았다. 그녀는 책을 덮은 뒤 다시 서랍의 가장 안쪽에 넣었다.설희는 그녀가 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계속 그녀 뒤를 졸졸 따랐다.소희는 설희를 안고 평소처럼 베란다의 소파에서 잠시 놀다가 무엇이 생각났는지 핸드폰을 꺼내 영상통화를 눌렀다.통화가 연결되자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이 나무를 다듬고 있었다. 그는 소희를 보고 방긋 웃으며 물었다."집에 오는 거야?"소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이사 가는 거예요
소희는 그녀가 묻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침착한 척하며 대답했다."괜찮았어."연희는 계속 걱정했다."무슨 이상한 버릇없어?"소희는 귓가가 뜨거워지기 시작하며 희미한 기억 속에서 찾아보았다."없을걸."연희는 안심하고 손으로 사물함을 열어 무언가를 꺼내 소희에게 던졌다."지금 임신하고 싶지 않으면 이거 먹어. 매번 한 알씩. 이 약은 안전해서 몸에 부작용이 거의 없지만 100% 안전을 위해 다음에는 콘돔을 쓰라고 해."소희는 약 박스를 한 번 보더니 약 한 알을 꺼내어 바로 입에 넣었다.4살 때 부모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그녀는 바로 복지원에 들어갔다. 여자의 생리, 감정, 그리고 성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거의 연희가 그녀에게 가르쳐 주었다.그들은 서로의 절친이자 서로의 선생님 그리고 가족이었다.……어정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안은 소희가 떠날 때 그대로였다.요 며칠 구택은 오지 않았다.날이 어두워지자 두 사람은 짐을 내려놓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밥을 먹었다.맞은편에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두 사람은 창가에 자리를 찾아 앉았다.연희가 물었다."만약 구택이 자주 오지 않는다면 너 혼자 거기서 지낸다는 거잖아. 그럼 너 밥은 먹을 수 있겠어? 도우미 아줌마라도 구해야 하는 거 아니야?"소희는 스테이크를 천천히 썰며 눈도 들지 않았다."돈 없는 학생이 가정 교사 알바를 해서 월세 냈다 쳐도 도우미를 청하면 의심 사잖아."연희는 웃으며 물었다."그럼 언제까지 속이려고?"소희는 처음부터 숨기려 하지 않았다. 그날 밤 그가 한 말은 그녀로 하여금 그의 앞에서 신분을 밝힐 수 없게 했다. 후에 발생한 일들은 확실히 그녀의 예상을 벗어났다."언제 들키면." 소희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녀는 계속 말했다."임구택은 이곳에 별로 오지 않지만 방은 그래도 깨끗한 거 보면 가사도우미가 따로 있을 거야. 밥은 내가 하면 되는 거고."연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네가 밥을 한다고? 하긴, 어차피
그녀는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며 고개를 흔들며 트렁크를 열고 옷을 옷장에 넣었다.또 다른 트렁크에는 컴퓨터와 모니터 두 개가 들어 있었고 소희는 그것들을 옆방의 서재에 두었다.이 집은 충분히 컸고 구조도 엄청 좋았다. 안방에 서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작은방까지 서재가 있었다. 여긴 또 한 칸의 방이 있었는데 아마 다용도실일 것이다.모든 것을 정리한 뒤 소희는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이렇게 큰 방에 혼자 사는 외로움과 공포감도 없이 그녀는 곧바로 잠들었다.......저녁 8시, 오 씨 아주머니는 임구택에게 전화를 걸어 소희가 이미 나갔다고 알려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본가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계속 별장에 남아있을 것인가에 대해 물었다.점심때 구택은 명우가 이혼 수속이 이미 끝났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혼하자마자 소 씨네 아가씨가 떠난 걸 보면 그녀는 눈치가 꽤 빠른 모양이었다."그곳에 있으면 돼요." 구택이 말했다.본가 쪽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렇게 많은 하인을 쓸 필요가 없었다.오 씨 아주머니는 응답했다.......다음날 소희는 확실히 8시 15분까지 잤다. 밖에 햇빛이 찬란한 것을 보고 그녀는 기지개를 켜고 기분이 상쾌했다.수업 끝난 뒤 통근 시간이 짧아진 그녀는 시간이 엄청 많이 남았다.오후에 그녀는 슈퍼마켓에 가서 평소에 요리하는 데에 쓸 각종 양념, 채소 그리고 과일을 샀다. 저녁에 스스로 밥을 하려는 계획이었다.물론 그녀가 좋아하는 각종 아이스크림, 케이크 그리고 간식도 빼놓을 수 없었다.원래 물 몇 병밖에 없는 냉장고가 그녀에 의해 한꺼번에 가득 채워졌다.그리고 소희는 핸드폰을 꺼내 레시피를 찾았다. 그녀는 간단한 것을 골라 요리했다. 토마토 계란 볶음, 새콤달콤한 감자채 그리고 밥을 지었다.그녀는 한 시간 넘게 이 두 가지 요리를 했다. 그녀는 식탁에 앉아 눈살을 찌푸리고 앞에 있는 요리를 보았다. 토마토 계란 볶음은 매웠고 감자채는 끈적끈적했으며 전혀 감자채와 상관이 없었다.주방으로 돌아와 무려 3일 동안
그는 일어나서 자연스럽게 말했다. "내가 데려다줄게요.""기사는요?" 소희가 물었다.구택은 이미 현관까지 걸어갔지만 그녀가 묻는 말에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대답했다."나도 마침 나가려던 참이라서 가는 길에 소희 씨 데려다주는 거예요."소희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차가 임 씨네 집을 떠나자 구택은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거긴 지낼만해요?""그럼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하다 그에게 물었다. "작은방의 흰색 시트를 다른 색으로 바꾸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구택이 대답했다."물론이죠. 그 방은 소희 씨가 지내는 동안 완전히 소희 씨의 것이니까 마음대로 하면 돼요."소희는 고맙다고 말하며 계속 말했다."도우미의 비용도 반반으로 해요."그녀는 들어간 후에야 가사도우미가 이틀 만에 한 번씩 오후 3시에 와서 청소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구택은 부드럽게 말했다."아니에요, 소희 씨가 거기서 지내지 않더라도 나는 도우미를 청했을 거예요. 이거 그냥 내가 소희 씨한테 주는 서비스라고 생각해요."소희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자신이 또 이득을 받다는 것을 느꼈다.구택은 확실히 나가는 김에 그녀를 어정에 데려다준 것이었다. 그녀가 내리자마자 그는 올라온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고 곧바로 차를 몰고 떠났다.소희는 집에 돌아와 먼저 인터넷에서 침구 몇 세트를 주문한 뒤 사방을 둘러보며 청원 별장과 같은 소파 하나와 책꽂이 하나를 주문했다.오후에 소희는 대부분 시간을 요리 연습에 몰두했다.일주일은 아주 빨리 지나갔다.이번 토요일은 방 씨네 노부인의 팔순 생신이라 소희는 미리 임가네 가서 유민에게 수업을 마친 후 거기에 가려고 했다.방가네는 복해로 별장 구역의 3층짜리 큰 별장에서 연회를 열었다. 9시에 별장 주차장은 이미 고급차들로 가득 찼다. 홀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연회에 참석하는 모든 사람들이 즐기도록 하인들은 별장 2층을 정식 식사 자리로 꾸몄고 노부인의 생신을 축하해 주는 사람들은 2층에 가서 그녀를 방
모두들 경탄해하며 목걸이가 예쁘다고 칭찬했고 소연이 효녀라고 진원이 딸 덕을 본다고 말했다.오부인은 부러우면서도 아쉬운 듯 입을 열었다."지엠이 홍보할 때 이 목걸이가 딱 마음에 들었는데 아쉽게도 가게에서 보지 못했죠. 매니저한테 물어보니 이 목걸이가 내정된 거라 이미 누군가에게 사갔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소연 양이었다니. 소연 양은 지엠의 슈퍼 VIP겠네요. "다른 부인도 말을 이었다."나도 물어봤는데, 듣자니 그것도 하영 디자인 디렉터한테서 주문해야 한다며? 소연 양 하영 디렉터를 아는 거야?""그럴 리가 없죠." 입을 열지 않던 장부인은 크게 웃었다.진원은 의아해하며 소연을 쳐다보았다."하영 씨를 알아?"하영은 지엠의 디자인 디렉터로 국내외에서 상을 받은 적이 있어 매우 유명했다.많은 사람들이 목걸이를 언급할 때부터 소연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이때 비록 마음이 찔렸지만 사람들의 놀라움과 칭찬에 또 진원이 기대하는 눈빛을 보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억지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저랑 친구예요."사람들은 순간 감탄했다.진원은 흥분해하며 소연의 손을 잡고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너 전에 왜 나한테 말 안 했니?"소연은 멋쩍게 웃었다."그냥 일반 친구일 뿐이에요.""그래도 대단하지. 하영은 경도의 명문 집안 출신이라서 사람이 도도하고 그렇게 대단하다던데!"한 부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이쪽의 떠들썩해지자 더욱 많은 부인들이 찾아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다른 사람들은 소연이 지엠의 디자이너 디렉터 하영을 알뿐만 아니라 그녀한테서 액세서리 한 세트까지 예약했다는 것을 듣고 소연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칭찬했다.소연은 초점이 되어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불안했지만 더욱이는 만족과 자랑을 느꼈다.진원은 몰래 소연에게 말했다."역시 우리 딸이야! 엄마가 네 덕을 본다!"소연은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뻐하며 막 말을 하려고 하자 한 부인이 놀라서 하는 말을 들었다."저기 저분 하영 씨 아니에요? 그녀도 노부인 생신
하루가 금세 지나갔다. 평소처럼 임진은 부서 동료들과 함께 야근했다. 유진은 자기 일을 사랑했고, 늦게까지 일하는 것에 대해 한 번도 불평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자꾸만 시간을 확인하게 되었다.창밖이 점점 어두워지는 게 유난히 지루하게 느껴졌다.‘이거 혹시 애옹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걸까?’마침내 모든 업무를 마치고 퇴근할 시간이 되자, 유진은 기다렸다는 듯이 서둘러 짐을 챙겼다.그때, 여진구가 다가와 삼계탕이 담긴 보온 용기를 건넸다.“우리 엄마가 오후에 보내주신 거야. 저녁에 가서 먹어.”그러나 유진은 얼른 손을 저었다.“아니요, 선배 어머니가 주신 건데 제가 어떻게 받아요?”“뭐 이렇게 딱 잘라 거절해?”진구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농담이야. 두 개 보내주셨거든. 하나는 너 주려고 한 거야. 오후에 너무 바빠서 이제야 전해주네.”그 말에 유진은 그제야 받아들었다.“그럼, 이모께 꼭 감사하다고 전해줘요!”“무슨 새삼스럽게.”진구는 일할 때 끼는 얇은 금테 안경을 썼는데, 더 똑똑하고 멋있어 보였다.“집에 가서 따뜻하게 먹어.”“알겠어요!”유진은 손을 흔들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진구는 유진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라지는 걸 보며 가만히 미소 지었다.한편, 옆에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진소혜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가방을 챙겨 다가왔다.“사장님, 오늘 차 안 가져왔어요. 혹시 태워다 주실 수 있을까요?”그러자 진구는 순간 표정이 굳었다.“회사 근처에 집 구한다고 하지 않았나요?”그 말에 소혜는 잠시 당황했지만, 빠르게 대답했다.“어머니가 오늘은 집으로 오라고 하셨어요!”진구의 태도는 이미 냉대하는 태도였다.“난 아직 볼 일이 있어서요. 오늘 택시비 회사에서 처리해 줄 테니까 그렇게 가요.”진구는 말을 끝내고 곧장 사무실로 돌아갔다.소혜는 주변을 지나가는 동료들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는 걸 보며 민망한 듯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유진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옆집 문이 열렸
은정은 안으로 들어오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양치 끝내고 와서 아침 먹어.”임유진은 그의 짙은 색 운동복 차림을 보고, 칫솔을 문 채로 웅얼거렸다.“조깅 갔다 왔어요?”“응.”은정은 식탁 쪽으로 걸어가며 무심히 물었다.“내일 같이 갈래? 천천히 걸어도 돼.”그러나 유진은 단호하게 거부했다.“싫어요! 난 더 자야 한단 말이에요.”유진이 이 동네로 이사 온 이유는 출근 시간을 줄이고 아침잠을 더 자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새벽부터 조깅이라니? 그건 차라리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이에 은정이 낮게 웃었다.“게으름뱅이.”은정의 목소리는 어딘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이에 유진은 순간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았다.‘이거 뭐야?’유진은 그 감정을 애써 무시하며 고개를 돌려 애옹이를 쓰다듬고는 욕실로 향했다. 세면대 앞에서 거울을 보며 양치하다 말고 생각했다.‘뭔가 이상한데?’하지만 정확히 뭐가 이상한지는 알 수 없었다. 양치와 세수를 마친 후, 유진은 방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식탁으로 나왔다.은정은 마치 자기 집에서처럼 자연스럽게 식기를 정리하고 있었고, 유진은 식탁 위에 놓인 음식들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유진이 좋아하는 샌드위치와 군만두였다.“오! 아침 메뉴 마음에 드네요!”애옹이는 테이블 위로 올라와 유진을 바라보자, 유진은 샌드위치에서 햄을 꺼내 애옹이에게 건넸다. 그리고 은정은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든 공간에서, 유진이 밝은 얼굴로 애옹이를 쓰다듬으며 웃고 있었다. 그 순간, 은정은 문득 상상했다.‘만약 우리가 가족이 되어 아이가 있었다면?’이런 맑은 아침, 자신이 아침을 사 오면 유진이 똑같이 아이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고,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그러다가 유진이 은정을 올려다보며 물었다.“왜요? 애옹이한테 주면 안 돼요?”이에 유진은 정신을 차리고 담담하게 말했다.“아니야. 괜찮아.”유진은 샌드위치를 조금 더 먹인 후, 숟가락을 들어 수프를 한 모금 마
은정은 유진의 행동을 지켜보며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면 네가 가끔 애옹이를 돌봐줘. 퇴근하고 일찍 들어오면 밥도 챙겨주고. 이따가 출입문 비밀번호를 네 폰으로 보내줄게.”유진은 애옹이를 너무 좋아해서 깊이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좋아요!”은정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사실 은정은 유진과 같은 날 이 집을 계약했다. 원래는 유진이 혹시라도 좋지 않은 이웃을 만나면 곤란할까 봐 옆집을 함께 구매했던 것이다. 애초에 이곳에 살 계획은 없었다.하지만 가족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고, 그 과정에서 구은태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돌아온 이상, 회사를 제대로 맡고 가족 곁에 머물겠다고.그러나 서선영 모녀가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켜 은정의 인내심을 시험했고, 그는 결국 이곳으로 나오는 명분을 얻었다.식사가 끝난 후, 유진은 스스로 식탁을 정리하고는 말했다.“그럼 전 이제 가볼게요.”은정은 시계를 보고 나직이 말했다.“가서 일찍 자.”“알겠어요!”유진은 해맑게 웃으며 애옹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애옹아, 잘 있어!”하지만 애옹이는 유진의 다리를 끌어안으며 놓아주지 않았다. 이에 유진은 웃으며 말했다.“너 정말 애교가 많구나!”은정은 몸을 숙여 애옹이를 들어 올렸다. 그의 깊은 눈빛이 어딘가 알 수 없는 감정을 품고 있었다.“얘는 원래 낯을 많이 가려. 한 번 상처받은 적이 있어서 사람을 쉽게 믿지 않아. 그런데 너한테만 이렇게 굴어. 넌 예외야.”유진은 기뻐하며 말했다.“봐요, 역시 우리 궁합이 잘 맞는다니까요!”그 말에 은정은 살짝 웃었다.“그래, 너희는 특별한 인연이 있나 봐.”유진은 잠시 망설이다가, 문득 애옹이가 혹시 은정의 여자친구가 키우던 고양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성격을 봤을 때, 스스로 고양이를 키울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묻지 않았다. 그냥, 어떤 상처도 들추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럼 전 진짜 가볼게요!”유진은 노트북과
임유진은 손을 뻗어 저녁을 집어 들었다.“괜찮아요. 집에 가서 데워 먹으면 돼요!”하지만 구은정이 유진의 손을 막아섰다.“차가워진 건 그냥 먹지 마. 내가 뭐 좀 만들어 줄게.”“그럴 필요까지야!”유진은 조심스럽게 거절했지만, 은정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며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걸어갔다.“괜찮아. 나도 아직 저녁 안 먹었어. 그리고 너 오늘 하루 종일 애옹이를 봐줬잖아. 그 정도는 고맙다고 해야지.”유진은 따라가면서 무심결에 물었다.“구은정 아니, 삼촌! 요리도 할 줄 알아요?”말을 내뱉고 나서야 유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은정이 처음으로 그녀에게 저녁을 가져다줬을 때, 유진은 그걸 별 의심 없이 먹었었다. 이제야 문득 궁금해졌다. 유진은 은정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설마 처음부터 옆집에 내가 이사 온 거 알고 있었던 거예요?”은정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딱 잘라 말했다.“아니.”“그런데 왜 저녁을 챙겨 줬어요?”은정의 냉장고 문을 여는 손이 잠시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유진을 돌아보며 대답했다.“그날 관리사무소 직원이 와서 새 이웃이 이사 왔다고 하더라고. 이웃 관계 잘 만들어 놓으려고 챙긴 거지.”“아, 그런 거였구나!”유진은 별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가 준 디저트는 봤어요?”“응. 먹었어.”유진은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즉흥적으로 집을 사기로 결심했는데, 옆집이 알고 보니 은정이었다. 그것도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로 음식까지 주고받았다는 게 이상하면서도 묘했다.은정이 냉장고를 뒤지는 모습을 보며 유진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뭐 만들어 줄 건데요?”유진이 처음으로 이사 온 첫날부터, 은정은 유진이 스스로 밥을 해 먹을 줄 모를 거라고 예상하여, 미리 준비해서 보냈다. 그리고서는 은정은 며칠동안 스스로 밥을 해 먹지 않아, 주방에는 계란 몇 개와 토마토 2개 그리고 냉동된 인스턴트 식품들이 있었다.은정은 고개를 돌려 유진에게 물었다.“요 며칠 뭐 먹
애옹이는 밥을 다 먹고도 임유진을 방해하지 않았다. 카펫 위에서 공을 가지고 놀다가, 한참 후에는 유진의 무릎 위에 올라와 셔츠 단추를 장난스럽게 건드렸다.한 시간이 지나, 유진은 작업을 마쳤지만 애옹이의 주인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졸음에 취해 있던 애옹이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크고 동그란 눈망울이 간절한 듯 유진을 올려다보았다.‘이런 눈빛을 보면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잖아.’결국, 유진은 다시 자리에 앉아 애옹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안 가. 네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릴게. 그러니까 얌전히 자.”...한 시간 후, 구은정은 차를 지하 주차장에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엘리베이터가 27층에 멈추자, 그는 걸음을 느리게 했다. 곧 마주할 그녀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면서.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현관에 놓인 크림색 하이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이내 그의 짙은 눈빛이 순간 부드러워졌다.은정은 재킷을 벗고, 손을 들어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 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거실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살짝 멈춰 섰다.방 안은 은은한 조명으로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소파 한쪽에 기댄 채, 유진이 곤히 잠들어 있었고, 품에는 애옹이를 꼭 안고 있었다.냉방이 잘 되어 있어 그런지, 유진은 몸을 움츠리고 작은 체구로 고양이를 품에 감쌌다.은정은 조용히 다가가 소파 앞에 앉아 유진을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얼굴, 살짝 벌어진 연한 핑크빛 입술. 가슴 한편이 묘하게 간질거렸다.‘얘는 대체 얼마나 경계심이 없는 거야? 남의 집에서 이렇게 깊이 잠들다니! 당장 깨워서 한 소리 해야겠네.’그 순간, 아마도 은정의 기운을 감지했는지 유진의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떨며 천천히 눈을 떴다. 살짝 흐릿한 눈동자가 천천히 초점을 맞추더니,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쳤다.은정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일어났어?”유진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여자는 마흔 살쯤 되어 보였고, 짧은 머리에 경계하는 눈빛을 띠고 있었다. 임유진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바로 말했다.“저 옆집에 살아요! 고양이가 밖으로 나갔길래 데려왔어요!”유진은 조심스럽게 품에서 고양이를 내려놓았다. 하지만 녀석은 그녀의 팔을 타고 다시 품으로 파고들었고, 유진은 얼떨결에 다시 안아야 했다.‘이 고양이, 왜 이렇게 나에게 집착하는 거지?’여자는 웃으며 말했다.“저는 이 집 주인이 고용한 사람인데, 주로 고양이 먹이를 만들고 돌보는 일을 해요.”“아까 들어올 때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서 애옹이가 나간 모양이네요. 고마워요, 아가씨.”“아, 별말씀을요!”유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름이 애옹이군요!”유진이 말하자, 애옹이가 기분 좋게 두 번 울었다.“애옹이는 사람을 좀 무서워하는 편이라, 나한테도 그다지 살갑게 굴진 않아요. 그런데 아가씨랑은 잘 맞는 것 같네요.”여자는 웃으며 말했다.“주인도 곧 집에 올 테니, 난 빨리 저녁을 준비해야겠네요.”“그렇군요! 그러면 저도 돌아갈게요!”유진은 애옹이를 내려놓고 몸을 돌렸다. 하지만 녀석은 다시 유진에게 달려들어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번에는 아예 그녀의 다리를 감싸 안으며 떨어질 기미가 없었다.“얘야, 난 이제 가야 해. 네 주인이 오면 다시 놀아줄게!”하지만 아무리 달래도 애옹이는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고양이를 바라보던 여자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혹시 급한 일 없으세요? 괜찮다면 여기서 조금 더 있다 가시겠어요?”그녀는 유진이 애옹이를 무척 좋아하는 걸 눈치챘다. 이에 유진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저도 애옹이랑 조금 더 있고 싶어요. 가서 요리하세요.”“정말 고마워요!”여자는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유진이 소파에 앉자, 애옹이는 유진의 다리에 몸을 비비고, 배를 뒤집어 만져달라는 듯 애교를 부렸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그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몇 분 뒤, 여자가 애옹이의 저녁을 준비해 식기에 담아 놓았다. 배가 고팠던지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장효성이 출장 갔다가 돌아왔거든요. 오늘 우리 집에 들른다고 했어요.”여진구는 오늘 일정을 확인하더니 웃으며 말했다.“그럼 나도 저녁에 갈게. 술이랑 음료, 저녁까지 내가 다 챙길게!”유진은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그럼 연하랑 효성한테 단톡방에서 말할게요.”진구는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그런데 요즘 그 이웃, 또 널 귀찮게 하진 않았어? 남자야, 여자야? 얼굴은 봤어?”“그 사람은...”유진이 막 대답하려던 찰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들어온 사람은 기획팀 부장이었고, 업무 보고를 하러 온 참이었다.유진은 잡담을 멈추고, 진구에게 먼저 일 보라고 한 뒤, 자리를 나섰다. 사장실에서 나와 걸으면서 유진은 속으로 생각했다.‘이웃이 구은정 삼촌이라는 걸 선배가 알면 어떤 반응일까?’오후.은정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 저녁 약속이 생겨서 좀 늦게 들어간다며, 애옹이를 잘 부탁한다고 했다.은정은 예전부터 애옹이를 돌보던 도우미 아주머니를 그만두게 했고, 그 뒤로는 그가 자리를 비우면 애옹이를 돌보는 일은 자연스럽게 유진의 몫이 되었다.마침 오늘은 집에 친구들이 오기로 되어 있어 은정에게 수업할 시간도 없었는데, 잘 됐다 싶었다.유진은 메시지를 보냈다.[퇴근하고 애옹이 우리 집으로 데려갈게요. 집에 올 때 데리러 오세요.]은정이 보냈다.[응. 저녁은 밖에서 먹을 테니까 기다리지 말고 먼저 먹어.]유진은 은정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다시 묘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곧 누가 다가와 업무 얘기를 꺼냈고,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은 채 은정에게 답장하는 것도 잊어버렸다.퇴근 후, 진구를 포함한 몇 명이 유진의 집에서 모였다. 해외에서 돌아온 효성이 모두에게 선물을 준비해 왔고, 진구까지 빠짐없이 챙겼다.유진은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앉아 있으라 하고, 옆집에서 애옹이를 데리고 왔다. 그리고 먼저 간식을 먹이며 애옹이를 달랬다.“고양이 너무 귀여워! 어디서 데려온 거야?”고양이를 좋아하는 연하가 애옹이
거실에서 노정순은 소희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소희의 아기는 내년 초여름쯤 태어날 예정이었고, 노정순은 계절과 내년의 띠를 고려해 다양한 디자인의 아기 옷을 만들고 있었다. 지금도 직접 그린 도안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설명 중이었다.그때 임구택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소희가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그러니 먼저 올라가서 쉬게 해 주세요. 그러니 하실 말씀 있으시면 제가 들을게요.”노정순은 금세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왜 못 잔 거야? 벌써 불면증이 시작된 거야?”사실 소희는 어젯밤 푹 잤다. 하지만 누군가가 벌써 태교를 시작하겠다고 소희를 품에 안고 동화책을 읽어주었고, 겨우 이야기 두 개를 듣기도 전에 잠들어 버렸다.구택이 무슨 의도로 말하는지 알았기에, 소희도 자연스럽게 맞장구를 쳤다.“어젯밤에 좀 더워서 그런지 잠을 설쳤어요.”노정순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나도 구택이를 가졌을 때 엄청 더위를 탔어. 방 온도를 낮게 설정해도 한밤중에 더워서 깨곤 했거든. 결국 아이를 낳고 나니까 괜찮아졌지.”“이 말인즉, 우리 손주가 구택이랑 똑같이 더위를 많이 타는 거야. 그래서 네가 더워하는 거야!”노정순이 또 끝도 없이 이야기를 이어갈 기세를 보이자, 재빨리 소희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소희부터 올라가서 쉬게 할게요. 듣고 싶은 이야기는 제가 다 들을 테니까요.”노정순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그래, 얼른 올라가. 내려올 필요도 없어. 소희 옆에 있어 주면 돼.”구택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렇게 말한 후, 구택은 소희의 손을 잡고 위층으로 올라갔다.2층 복도에서 임유민을 마주쳤다. 그는 정중하게 숙모라고 부른 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소희를 향해 몰래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소희는 그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리고, 감사를 담은 눈빛을 보냈다.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구택은 그대로 소희를 들어 올렸다. 그의 발걸음은 한결같이 안정적이었다.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말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소희와 임구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장난을 주고받았다.우정숙은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이제 가봐야겠다. 너도 얼른 회사로 돌아가. 내일부터 출장인데, 대략 보름 정도 걸릴 거야. 혹시라도 급한 일이 있으면 전화해.”“걱정하지 마세요! 제발 저를 미성년자로 보지 마세요. 저 정말 독립할 수 있다니까요.”임유진은 해맑고 생기 넘치는 미소를 짓자, 우정숙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네가 열 살을 더 먹어도, 내 눈에는 여전히 아이야.”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먼저 안아주었다.“엄마도 바깥에서 몸조심하고 잘 지내요.”“그럼, 물론이지.”정숙은 딸의 어깨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속 깊은 자녀들을 두었다는 사실이 그저 흐뭇하기만 했다.주말이 될 때까지도 유진은 한 번도 이웃을 본 적이 없었다. 이제는 주방의 가전제품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고, 간단한 면 요리 정도는 혼자서 할 수 있었다. 물론, 맛은 그럭저럭 먹을 만한 수준이었다.금요일 오후, 퇴근을 앞두고 구은정에게서 메시지가 왔다.[내일 일이 생겨서 서점에 못 갈 것 같아. 주말엔 푹 쉬어.]유진은 이미 내일 수업 준비까지 마친 상태였다. 직접 강의 계획을 세우고 연습까지 했는데, 갑자기 일정이 취소되니 살짝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그날 저녁, 유진은 이경 아파트로 가지 않고 곧장 임씨 저택으로 차를 몰았다. 노정순은 유진을 보자 반갑게 손을 잡고 안부를 물으며 살갑게 맞아주었다. 그러다 곧 소희의 아기 옷을 준비하는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유진아, 네 생각은 어때? 아기 옷 색깔이나 디자인에 대해 의견이 있니?”유진은 노정순이 직접 그린 디자인 도안을 보며 깜짝 놀랐다.“할머니, 재봉을 배운 적 있으세요?”노정순은 고개를 저으며, 은근한 자부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이번에 배우는 중이야.”임씨 저택에서는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를 초빙해 교육받고 있었고, 노정순은 벌써 사흘째 연습 중이었다. 스케치부터 재단, 그리고 최종 바느질까지 모두 직접 하겠다는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