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이 닫힌 순간, 소희는 표정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방금 구택과의 대화를 돌이켜보면 좀 불가사의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일시적인 충동 때문에 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핸드폰을 찾았다. 핸드폰은 맞은편 캐비닛에 충전하고 있었다. 전원은 이미 꺼진 상태였다.전원을 켜자마자 수많은 부재중 전화와 카카오톡 문자가 튀어나왔다.청아가 보낸 것도 있었고 오 씨 아주머니가 보낸 것도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온 문자는 바로 소정인이 보낸 것이었다.그녀는 소정인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알고 있었기에 먼저 청아와 오 씨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청아는 너무 급한 나머지 눈물까지 흘리려 했다. 그녀는 어젯밤 소희가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을 보고 줄곧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또 블루드에 달려가서 그녀를 찾으려 했다. 하마터면 청아는 경찰에 신고할 뻔했다.소희는 핸드폰 배터리가 나갔다며 그녀에게 안부를 전했다.청아는 전화 너머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괜찮다니 다행이야. 아 맞다, 내가 어젯밤에 다시 블루드에 갔을 때 문밖에 경찰차가 있는 거 봤어. 이혁 그 사람들이 모두 잡혀갔더라고."그녀는 당시 매우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소희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이건 어찌 된 일이었을까?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아마도 블루드의 사람이 신고한 거야."그녀의 계획에 따르면, 이혁은 스스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블루드의 사람이 경찰에 신고한다면 그녀는 푸른 독수리더러 cctv 기록을 지우게 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만약 경찰이 그녀를 찾는다면 그녀는 다른 방법이 있었다.하지만 약을 탄 술을 마시는 바람에 그녀의 계획이 흐트러졌고, CCTV는 삭제되지 않았다. 이혁이 만약 그녀를 고발했다면 지금 아마도 경찰이 그녀를 찾았을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부재중 전화를 뒤졌지만 경찰서의 전화는 없었다.청아를 위로한 뒤 그녀는 또 오 시 아주머니한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한 후에야 소정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소정인은
테이블 앞으로 다가가 소희를 봤을 때 항상 무뚝뚝한 그는 보기 드물게 놀라움을 표시했다.소희는 일어나서 예의 있게 말했다."앉아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시켰어요."명우는 그녀 맞은편에 앉아서 소희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겼다.그렇구나!일이 이렇게 되다니!소희는 담담하게 웃었다."놀랄 거 없어요. 왜냐하면 내가 지금 하는 말은 명우 씨를 더 놀라게 만들걸요."......30분 뒤 명우는 소희와 함께 카페를 떠났다. 한 사람은 왼쪽으로, 다른 한 사람은 오른쪽으로, 두 사람은 마치 낯선 사람처럼 갈라졌다.두 사람은 방금 새로운 협의에 달성했다.명우는 차에 탔을 때까지 아직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소희가 바로 구택의 아내라니. 더욱 믿기 힘든 것은 자신이 방금 그녀를 도와 이 사실을 함께 숨기겠다고 대답한 것이다.그는 뒤늦게 자신이 소희를 얕잡아 봤다고 느꼈다. 그녀는 앳되고 순수해 보이는 얼굴로 모든 사람을 속였다.그녀는 구택 앞에서 아무런 흔적도 드러내지 않고 심지어 자신을 설득해 이 사실을 숨기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녀가 만약 어두운 곳에 매복했더라면 기필코 치명적인 한방을 날릴 것이다.이혼 수속을 밟을 필요가 없으니 명우는 요 며칠 무슨 핑계로 구택을 속일지 생각했다.다행하게도 구택은 줄곧 그를 믿었다.......소희는 청원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연희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매우 흥분했다."소희야, 너 집에 갔어? 내가 이따가 너 데리러 갈게. 우리 같이 놀러 가자."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은 안 돼. 나 지금 돌아가서 짐 정리하고 이사 준비해야 돼.""이사?" 연희는 영문을 몰라 물었다."어디 이사 가려고?"소희는 싸늘하게 웃었다."다 네 덕분이지. 어젯밤에 왜 안 왔는데?""무슨 말이야? 어디 가?" 연희는 멍했다.소희는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내 전화 못 받았어?"그녀는 말을 다 하지 못하고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즉시 통화 기록을 뒤져 어제저녁 1
밥을 먹고 소희는 물건을 정리하러 올라갔다. 오 씨 아주머니는 자신이 만든 케이크, 아이스크림과 초코 젤리를 들고 들어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작은 아씨 만약 이것들 먹고 싶으면 돌아오세요. 내가 또 해드릴게요. 밖에서 파는 건 맛없어요."소희는 감성적인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녀의 아쉬워하는 눈빛을 보고 잠시 목이 메어 앞으로 다가가서 살포시 안아주었다."아마도, 다시 돌아올 거예요."아주머니는 목이 멘 채로 천천히 말했다."우리 두 사람은 여기서 작은 아씨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은 먼저 옷을 정리하고 내일 가지러 올게요. 앞으로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설희를 돌봐줘야겠네요!""그래야죠!" 아주머니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아씨도 몸 잘 챙겨요.""네!"……다음날 오후, 수업이 없던 소희는 별장으로 돌아가 짐을 챙기고 어정으로 가려 했다.옷과 책은 이미 다 정리된 상태였다. 그녀는 서랍 가장 안쪽에 있는 책 한 권을 꺼내어 사진이 끼어 있는 그 페이지를 뒤졌다.사진의 배경은 원시림이었다. 9명의 사람들은 용병 제복을 입고 철모를 쓰고 얼굴에 위장을 그린 채 오직 늑대 같은 눈만 밖으로 들어냈다.중간의 남자는 포악하고 거칠어 보였고 매서운 눈빛으로 손을 옆에 있는 작은 꼬마의 어깨에 얹고 보호하는 자세를 취했다.꼬마는 작고 말랐지만 눈빛은 매우 냉랭하고 매서웠기에 전혀 여자애 같지 않았다. 무언가가 문득 그녀의 바지를 잡아당기자 소희는 고개를 숙여 설희를 보았다. 그녀는 책을 덮은 뒤 다시 서랍의 가장 안쪽에 넣었다.설희는 그녀가 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계속 그녀 뒤를 졸졸 따랐다.소희는 설희를 안고 평소처럼 베란다의 소파에서 잠시 놀다가 무엇이 생각났는지 핸드폰을 꺼내 영상통화를 눌렀다.통화가 연결되자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이 나무를 다듬고 있었다. 그는 소희를 보고 방긋 웃으며 물었다."집에 오는 거야?"소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이사 가는 거예요
소희는 그녀가 묻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에 침착한 척하며 대답했다."괜찮았어."연희는 계속 걱정했다."무슨 이상한 버릇없어?"소희는 귓가가 뜨거워지기 시작하며 희미한 기억 속에서 찾아보았다."없을걸."연희는 안심하고 손으로 사물함을 열어 무언가를 꺼내 소희에게 던졌다."지금 임신하고 싶지 않으면 이거 먹어. 매번 한 알씩. 이 약은 안전해서 몸에 부작용이 거의 없지만 100% 안전을 위해 다음에는 콘돔을 쓰라고 해."소희는 약 박스를 한 번 보더니 약 한 알을 꺼내어 바로 입에 넣었다.4살 때 부모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그녀는 바로 복지원에 들어갔다. 여자의 생리, 감정, 그리고 성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거의 연희가 그녀에게 가르쳐 주었다.그들은 서로의 절친이자 서로의 선생님 그리고 가족이었다.……어정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안은 소희가 떠날 때 그대로였다.요 며칠 구택은 오지 않았다.날이 어두워지자 두 사람은 짐을 내려놓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밥을 먹었다.맞은편에 괜찮은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두 사람은 창가에 자리를 찾아 앉았다.연희가 물었다."만약 구택이 자주 오지 않는다면 너 혼자 거기서 지낸다는 거잖아. 그럼 너 밥은 먹을 수 있겠어? 도우미 아줌마라도 구해야 하는 거 아니야?"소희는 스테이크를 천천히 썰며 눈도 들지 않았다."돈 없는 학생이 가정 교사 알바를 해서 월세 냈다 쳐도 도우미를 청하면 의심 사잖아."연희는 웃으며 물었다."그럼 언제까지 속이려고?"소희는 처음부터 숨기려 하지 않았다. 그날 밤 그가 한 말은 그녀로 하여금 그의 앞에서 신분을 밝힐 수 없게 했다. 후에 발생한 일들은 확실히 그녀의 예상을 벗어났다."언제 들키면." 소희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녀는 계속 말했다."임구택은 이곳에 별로 오지 않지만 방은 그래도 깨끗한 거 보면 가사도우미가 따로 있을 거야. 밥은 내가 하면 되는 거고."연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네가 밥을 한다고? 하긴, 어차피
그녀는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며 고개를 흔들며 트렁크를 열고 옷을 옷장에 넣었다.또 다른 트렁크에는 컴퓨터와 모니터 두 개가 들어 있었고 소희는 그것들을 옆방의 서재에 두었다.이 집은 충분히 컸고 구조도 엄청 좋았다. 안방에 서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작은방까지 서재가 있었다. 여긴 또 한 칸의 방이 있었는데 아마 다용도실일 것이다.모든 것을 정리한 뒤 소희는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이렇게 큰 방에 혼자 사는 외로움과 공포감도 없이 그녀는 곧바로 잠들었다.......저녁 8시, 오 씨 아주머니는 임구택에게 전화를 걸어 소희가 이미 나갔다고 알려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본가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계속 별장에 남아있을 것인가에 대해 물었다.점심때 구택은 명우가 이혼 수속이 이미 끝났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혼하자마자 소 씨네 아가씨가 떠난 걸 보면 그녀는 눈치가 꽤 빠른 모양이었다."그곳에 있으면 돼요." 구택이 말했다.본가 쪽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렇게 많은 하인을 쓸 필요가 없었다.오 씨 아주머니는 응답했다.......다음날 소희는 확실히 8시 15분까지 잤다. 밖에 햇빛이 찬란한 것을 보고 그녀는 기지개를 켜고 기분이 상쾌했다.수업 끝난 뒤 통근 시간이 짧아진 그녀는 시간이 엄청 많이 남았다.오후에 그녀는 슈퍼마켓에 가서 평소에 요리하는 데에 쓸 각종 양념, 채소 그리고 과일을 샀다. 저녁에 스스로 밥을 하려는 계획이었다.물론 그녀가 좋아하는 각종 아이스크림, 케이크 그리고 간식도 빼놓을 수 없었다.원래 물 몇 병밖에 없는 냉장고가 그녀에 의해 한꺼번에 가득 채워졌다.그리고 소희는 핸드폰을 꺼내 레시피를 찾았다. 그녀는 간단한 것을 골라 요리했다. 토마토 계란 볶음, 새콤달콤한 감자채 그리고 밥을 지었다.그녀는 한 시간 넘게 이 두 가지 요리를 했다. 그녀는 식탁에 앉아 눈살을 찌푸리고 앞에 있는 요리를 보았다. 토마토 계란 볶음은 매웠고 감자채는 끈적끈적했으며 전혀 감자채와 상관이 없었다.주방으로 돌아와 무려 3일 동안
그는 일어나서 자연스럽게 말했다. "내가 데려다줄게요.""기사는요?" 소희가 물었다.구택은 이미 현관까지 걸어갔지만 그녀가 묻는 말에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 대답했다."나도 마침 나가려던 참이라서 가는 길에 소희 씨 데려다주는 거예요."소희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차가 임 씨네 집을 떠나자 구택은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거긴 지낼만해요?""그럼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하다 그에게 물었다. "작은방의 흰색 시트를 다른 색으로 바꾸고 싶은데, 그래도 될까요?"구택이 대답했다."물론이죠. 그 방은 소희 씨가 지내는 동안 완전히 소희 씨의 것이니까 마음대로 하면 돼요."소희는 고맙다고 말하며 계속 말했다."도우미의 비용도 반반으로 해요."그녀는 들어간 후에야 가사도우미가 이틀 만에 한 번씩 오후 3시에 와서 청소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구택은 부드럽게 말했다."아니에요, 소희 씨가 거기서 지내지 않더라도 나는 도우미를 청했을 거예요. 이거 그냥 내가 소희 씨한테 주는 서비스라고 생각해요."소희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자신이 또 이득을 받다는 것을 느꼈다.구택은 확실히 나가는 김에 그녀를 어정에 데려다준 것이었다. 그녀가 내리자마자 그는 올라온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고 곧바로 차를 몰고 떠났다.소희는 집에 돌아와 먼저 인터넷에서 침구 몇 세트를 주문한 뒤 사방을 둘러보며 청원 별장과 같은 소파 하나와 책꽂이 하나를 주문했다.오후에 소희는 대부분 시간을 요리 연습에 몰두했다.일주일은 아주 빨리 지나갔다.이번 토요일은 방 씨네 노부인의 팔순 생신이라 소희는 미리 임가네 가서 유민에게 수업을 마친 후 거기에 가려고 했다.방가네는 복해로 별장 구역의 3층짜리 큰 별장에서 연회를 열었다. 9시에 별장 주차장은 이미 고급차들로 가득 찼다. 홀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연회에 참석하는 모든 사람들이 즐기도록 하인들은 별장 2층을 정식 식사 자리로 꾸몄고 노부인의 생신을 축하해 주는 사람들은 2층에 가서 그녀를 방
모두들 경탄해하며 목걸이가 예쁘다고 칭찬했고 소연이 효녀라고 진원이 딸 덕을 본다고 말했다.오부인은 부러우면서도 아쉬운 듯 입을 열었다."지엠이 홍보할 때 이 목걸이가 딱 마음에 들었는데 아쉽게도 가게에서 보지 못했죠. 매니저한테 물어보니 이 목걸이가 내정된 거라 이미 누군가에게 사갔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소연 양이었다니. 소연 양은 지엠의 슈퍼 VIP겠네요. "다른 부인도 말을 이었다."나도 물어봤는데, 듣자니 그것도 하영 디자인 디렉터한테서 주문해야 한다며? 소연 양 하영 디렉터를 아는 거야?""그럴 리가 없죠." 입을 열지 않던 장부인은 크게 웃었다.진원은 의아해하며 소연을 쳐다보았다."하영 씨를 알아?"하영은 지엠의 디자인 디렉터로 국내외에서 상을 받은 적이 있어 매우 유명했다.많은 사람들이 목걸이를 언급할 때부터 소연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이때 비록 마음이 찔렸지만 사람들의 놀라움과 칭찬에 또 진원이 기대하는 눈빛을 보며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억지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저랑 친구예요."사람들은 순간 감탄했다.진원은 흥분해하며 소연의 손을 잡고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너 전에 왜 나한테 말 안 했니?"소연은 멋쩍게 웃었다."그냥 일반 친구일 뿐이에요.""그래도 대단하지. 하영은 경도의 명문 집안 출신이라서 사람이 도도하고 그렇게 대단하다던데!"한 부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이쪽의 떠들썩해지자 더욱 많은 부인들이 찾아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다른 사람들은 소연이 지엠의 디자이너 디렉터 하영을 알뿐만 아니라 그녀한테서 액세서리 한 세트까지 예약했다는 것을 듣고 소연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칭찬했다.소연은 초점이 되어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불안했지만 더욱이는 만족과 자랑을 느꼈다.진원은 몰래 소연에게 말했다."역시 우리 딸이야! 엄마가 네 덕을 본다!"소연은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뻐하며 막 말을 하려고 하자 한 부인이 놀라서 하는 말을 들었다."저기 저분 하영 씨 아니에요? 그녀도 노부인 생신
하영은 또 진원의 목걸이를 한 번 보더니 이유를 알아차렸는지 천천히 웃었다."무슨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요, 소부인. 난 이 아가씨를 모르거든요.""뭐?"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모두 침묵을 지키며 각기 이상한 눈빛으로 소연을 바라보았다.소연은 머리를 푹 숙인 채 진원을 잡아당기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엄마, 나 피곤해요. 우리 먼저 집에 가요!"진원의 웃음은 굳어졌다. 그녀는 눈을 깜박이며 어떻게 된 일인지 몰랐다.그러자 장부인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모른다고요? 그럴 리가요? 방금 소연 양은 자신이 하영 양을 안다고 했는데. 소부인한테 사준 목걸이도 하영 양한테서 예약한 거라고. 설마……"그녀는 일부러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누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였어?"하영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눈빛은 여전히 싸늘했다."확실히 모르는 사이에요."장부인은 코웃음을 쳤다."아이고, 이거 참 재밌네요. 친구라는 말이 가짜라면 설마 목걸이까지 가짜는 아니겠죠?"하영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소부인의 목걸이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목걸이는 진품이에요, 게다가 확실히 성이 소 씨인 아가씨가 저한테서 예약했죠. 근데 소연 양은 아니에요."여기까지 말하자 하영은 여러 사람들한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모두들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그래요, 하영 양!""잘 가요!"사람들은 하영과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뒤돌아보았다. 그들은 진원 모녀를 보는 눈빛이 변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모두 진원이 총명하고 그림을 잘 그리는 딸을 낳은 것을 부러워했고 소연이 하영을 안다는 일에 경탄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눈빛은 모두 경멸과 조롱으로 변했다.장부인은 두 손을 가슴에 얹고 고소하다는 듯 말했다."사람은 말이에요, 좀 조용히 사는 게 좋겠죠? 특히 실력이 없는 사람들 말이에요. 그래야 체면 깎이는 일이 발생하지 않죠!""그러게요, 어린 나이에 이렇게 허영심이 많다니!""다행히 하영 양이
조하루가 즉시 과일 주스를 시언에게 내밀며 말했다.“삼촌, 이거 드세요. 저를 그렇게 오랫동안 업어 주셨잖아요. 고마워요!”시언은 얇게 입가를 올리며 주스를 다시 돌려주었다.“난 누나와 장난친 거야.”“아...”시언은 최대한 표정을 부드럽게 하려고 했지만, 여전히 효과는 없었다. 조하루는 멍하게 대답하며 다시는 시언을 쳐다보지 못했다.아심은 입술을 꽉 다물며 웃음을 참았고, 차마 대놓고 웃을 수 없어서 고개를 돌려 빵을 베어 물었다.숲속에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 창가에 앉아 방 안을 들여다보며 검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쭈쭈 하고 소리를 내면서. 아직 인간에게 위협을 느껴본 적 없는 새는 사람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아심은 빵 부스러기를 조금 떼어 창가에 놓았다. 새는 신나게 부리로 쪼아먹었지만 다 먹기도 전에 갑자기 날아가 버렸다. 시언은 창 아래에 서 있는 아심을 보며 반쪽 남은 빵을 들어 올렸다.“천천히 먹어, 난 밖에 좀 보고 올게.”아심은 시언이 문을 나가는 걸 보고 하루에게 속삭였다.“볼일 보러 가야 해? 삼촌이랑 같이 가면 돼!”하루는 눈을 크게 뜨다가 이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뛰어갔다. 아심은 천천히 빵을 다 먹고 물병을 집어 들고 막 마시려던 순간, 밖에서 탕! 하고 커다란 총성이 들려왔다.아심의 얼굴이 굳어졌고,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문이 갑자기 열렸다. 시언이 떨고 있는 하루를 방 안으로 밀어 넣고는, 곧바로 따라오던 한 남자를 발로 차서 밖으로 날려 보냈다.그는 고개를 돌려 매우 빠르게 말했다.“지켜, 절대 나오지 마. 창문도 다 잠가!”문이 열리는 그 순간, 아심은 이미 상황을 확인했다. 그들은 이미 포위당한 상태였다. 나무집 주위는 전부 위장복을 입고 얼굴을 가린 용병들로 가득했고, 적어도 스무 명이 넘었다.문이 닫히고 난 뒤, 바깥에서는 치열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아심은 조하루를 안전한 곳에 숨기고 두 개의 창문을 빠르게 닫은 뒤, 창을 야생 동물로부터
강시언이 앞서 걸었고, 중간에는 조하루, 뒤에는 강아심이 따라갔다.비에 젖어 미끄러운 산길을 걸으며, 아심은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 조하루에게 지팡이 삼아 주었다. 세 사람은 고요하고 습한 산림 속을 조용히 지나갔다.겨우 한 시간 정도 걸었을 뿐인데, 하루는 이미 지쳐 헉헉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직 어린아이라 무리가 있는 듯했다.아심은 걸음을 멈추고 하루의 앞에 가서 쪼그려 앉았다.“자, 내가 업어줄게!”시언이 돌아서더니 자신이 메고 있던 가방을 아심에게 넘기며 말했다.“내가 업을게!”하루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겁먹은 듯 시언을 올려다보았다.“저, 저 아직 괜찮아요.”“아직 한참 남았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어? 올라와!” 이번에는 시언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냉정하고 단호해서 거부할 수 없었다.하루는 아심을 바라보았다. 아심의 격려하는 눈빛을 본 후에야 조심스럽게 다가가, 살며시 시언의 등에 올라탔다.시언이 일어서자 조하루의 모든 불안과 두려움이 마법처럼 사라졌다. 시언의 넓고 든든한 등에 안겨, 하루는 안전감을 느꼈다. 시언은 고개를 돌려 아심에게 환히 웃어 보였다.아심도 미소를 지으며 뒤따랐다. 열몇 개의 계단을 더 오르던 중, 하루는 손에 쥐고 있던 비타민 젤리를 시언의 입가에 내밀었다.“아저씨, 이거 드세요!”시언은 원래 거절하려 했으나, 아심이 늘 이 아이들이 자신을 무서워한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나 한 손을 뻗어 젤리를 받아 입에 넣었다.하루의 검게 빛나는 눈이 환하게 반짝였고, 시언이 자기가 준 젤리를 먹자 무척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시언이 젤리를 씹으며 물었다.“더 있어?”하루는 허둥지둥 젤리 통을 꺼내 다시 시언에게 주려 했지만, 그가 말했다.“뒤에 있는 누나한테 두 알 줘.”하루는 그제야 깨닫고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한 손에 다섯 여섯 개의 젤리를 쥐고 아심에게 내밀었다.“누나!”아심이 두 걸음 앞으로 다가와 하나를 집었다.“고마워!”하루는 여전히 손을 내밀고 있었지만, 아
“네!” 하루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반짝이는 눈빛을 보였다. “정말 맛있어요, 우리 다들 엄청나게 좋아해요.”“하루에 두 알만 먹어야 해,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아심은 자연스럽게 하루와 대화를 이어갔다.“알아요, 선생님이 우리한테 말씀해 주셨어요.” 하루의 미소는 순수하고 귀여웠다.시언은 그들이 뒤에서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룸미러로 아심을 흘깃 보았다. 그의 입가에 미세한 웃음이 번졌다.아심을 데리고 오길 잘했다. 아니었으면 이 작은 아이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몰랐을 테니까.어둡고 흐린 날씨에, 세차게 내리는 비로 인해 차창이 물안개로 덮여 바깥 풍경이 희미하게 변해 있었다. 차 안은 조용했지만, 아심과 하루의 대화와 빗소리, 그리고 쉼 없이 움직이는 와이퍼 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차가 한 시간 정도 달린 후, 시언은 뒷좌석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고개를 돌려보았다. 아심은 이마를 차창에 대고 잠이 들어 있었다.하루는 창문에 성에 낀 자국을 손가락으로 그리다가, 시언이 뒤를 돌아보는 것을 보자 얼른 손을 내리고 긴장한 표정으로 몸을 똑바로 세웠다. 시언은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른 손으로 자기 외투를 벗어 소년에게 건넸다.“이거 좀 도와줘. 누나에게 덮어줘.”아심은 얇은 회색 운동복을 입고 있었고, 그녀가 운성에 왔을 때 날씨가 더워서 두꺼운 옷은 가져오지 않았다. 하루는 외투를 받아 조심스럽게 아심의 몸에 덮어주었다.시언은 아심을 한 번 더 보자, 그녀는 꼼짝하지 않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이에 시언은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돌렸다.차는 산길을 따라 다시 30분가량을 달렸고, 드디어 앞쪽에 무너진 도로가 보였다. 더는 차로 갈 수 없었다.“네 물건 잘 챙기고, 여기서 내려야 해.” 시언이 하루에게 말했다. “산을 돌아서 넘어가야 하거든.”“네!” 하루는 대답하며 자신의 가방을 메고, 안에 들어 있는 옷과 책을 잘 챙겼다.“삼촌, 누나를 깨울까요?” 하루가 묻자, 시언은 표정을 굳히며 뒤돌아보았다.“
이 시간에 시언은 이미 아침을 먹었을 거라 생각한 아심은 따로 묻지 않고 혼자 아침을 먹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후, 아심은 평소처럼 전화를 걸어 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다.오늘은 아이들이 다시 수업을 시작하는 날이라 아심은 우산을 챙겨 밖으로 나가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러 갔다.도서관 입구에 들어서자, 그녀는 도도희와 시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두 사람은 무언가 심각하게 상의하고 있었고, 그 대화를 어렴풋이 들을 수 있었다.“산길이 비에 무너져서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어. 차로는 갈 수 없을 것 같은데, 산길을 올라가야 해서 너무 위험해.”도도희가 걱정스럽게 말하자, 시언이 단호하게 대답했다.“비가 많이 오진 않으니까 시도해 볼 만해요.” 이때, 아심은 다가가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 생겼나요?”시언은 아심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분명히 옷 따뜻하게 입으라고 한 것 같은데.”오늘 아심은 얇은 검은색 긴 원피스를 입고 있었고, 시언의 지적에 그녀는 잠시 멈칫했다. 도도희 앞이라 반박하지 않고 웃으며 대답했다.“곧 가서 갈아입을게요.”도도희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는 아심에게 설명했다.“한 학생의 할아버지가 병이 너무 위중해서 의식이 흐려졌대.”“그런데 할아버지가 계속 손자를 찾고 계셔서 가족들이 전화로 아이를 데려와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겠냐고 물어봤어.”도도희는 시언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언은 아이를 데려다주겠다고 했는데, 비가 와서 산길이 위험할까 봐 걱정돼.”“위험할 게 뭐 있어요?” 시언이 단호하게 말했다.“그럼 그렇게 해요. 아이한테 준비하라고 전해주고, 곧 출발할게요.”시언은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밖으로 나갔고, 아심도 뒤따라가며 말했다.“나도 같이 갈게요.”시언은 뒤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안 돼.”“왜 안 돼요?” 아심은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시언을 따라붙었다.“그 애들이 얼마나 당신을 무서워하는지 모르죠? 혼자 데려가
차에 올라탄 지아윤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큰어머니, 이제야 제가 한 말 믿으시겠죠?”권수영은 약간 흥분한 표정으로, 눈빛이 반짝였다.“저 아가씨, 혹시 남자친구 없나?”“물론 없죠!”“그럼 기다릴 필요 없겠네. 빨리 승현이와 만나게 해야겠어.” 권수영은 이미 마음이 급해져 있었다.“제가 재아에게 말만 하면 분명히 승낙할 거예요.” 아윤은 눈을 굴리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할머니의 혼수품도 되찾고, 오빠에게 좋은 여자친구까지 소개해 드렸으니, 큰어머니께서 저를 어떻게 보상해 주실 건가요?”권수영은 속으로 이익을 따져 보며 생각했다. 만약 도씨 집안과 결혼까지 성사된다면, 그야말로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이득이었다.“네가 승현이와 저 아가씨를 이어준다면, 내가 할머니의 혼수품을 되찾아도 그중 절반은 네 몫으로 줄게.”“정말 약속하신 거죠?” 아윤의 눈이 반짝였다.“그럼, 내가 직접 약속했는데 속이겠니?”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반드시 최선을 다할게요!”...집에 돌아온 아윤은 바로 재아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권수영과의 만남 이유를 은근히 흘리며 설명했다. 그리고는 지승현을 칭찬하며 그와 한번 만나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다.재아는 그제야 모든 상황을 깨달았다. 속으로 기분이 상했다. 첫째는 자신이 누군가의 결혼 상대자로 몰래 계획된 것 같아서였고, 둘째는 현재 중간급인 지씨 집안과 연결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재아는 시큰둥한 태도로 말했다.“야, 그런 얘기를 진작해주지 그랬어? 미안하지만 난 지금 연애할 생각 없어. 아마 큰어머니께서 실망하실 거야.”아윤은 재아의 기분이 상한 것을 눈치채고 급히 사과했다.[미안해, 재아야. 정말로 큰어머니께서 그냥 너를 보고 싶어 하셔서 그런 거야. 괜한 부담은 갖지 마.]아윤이 이렇게 간곡히 사과하자, 재아는 약간 기분이 풀리며 말했다.“괜찮아. 나 화난 건 아니야. 그냥 난 당분간 일에 집중하고 싶어. 외할아버지도 내가 빨리 결혼하길 원치 않으셔.”아윤은 다시
“몇 년 전에 강성에 왔어요. 오자마자 회사를 차렸죠. 꽤 돈이 많아 보이긴 했지만, 특별한 가정 배경은 없어 보였어요.” 지아윤은 권수영에게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예쁘장한 여자아이인데, 가정 배경도 없이 돈이 많고, 다른 지역으로 와서 그런 일을 하는 회사를 차렸다라.”“대체 전에 무슨 일을 했을까요? 큰어머니처럼 세상을 많이 살아본 분이야 더 잘 아시겠죠.”권수영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정말이니?]“보세요. 얼마되지도 않아 오빠를 완전히 홀렸잖아요. 그 여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죠. 저는 돈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아 걱정돼요.” 아윤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고, 권수영은 심각하게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네 할머니가 유언장을 다 작성해 놓았잖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니?]“오빠가 강아심과 빨리 헤어지게 하면 돼요. 그들이 헤어지면 강아심은 더 이상 형님의 여자친구도, 우리 집안 사람도 아니에요.”“할머니의 혼수품을 왜 남이 가져가야 하죠?” 아윤이 단호히 말하자 권수영도 망설였다.[네가 너무 심하게 생각하는 거 아니니? 난 네 할머니의 혼수품을 바라진 않아. 하지만 우리 집안의 재산이 외부로 나가는 건 나도 막고 싶어.][그런데 네 말이 사실이라도, 아심이 오빠랑 결혼하면 괜찮지 않을까?]“그 여자가 우리 집안에 시집오는 게 영광이겠죠. 그런데 만약 도망치기라도 하면요?” 아윤이 비웃자, 권수영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내가 뭘 어떻게 하란 말이니?]“큰어머니!” 아윤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새 여자친구를 소개해 드릴게요!”[새 여자친구?]“제 절친이에요. 누군지 맞춰보세요.” 아윤은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대화가 도경수 어르신의 손녀, 도재아요. 정말 명문가의 아가씨고, 아주 예뻐요.”권수영은 의심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진짜 도경수 어르신의 손녀라고? 네가 어떻게 그런 사람을 알아?]“진짜예요! 제가 도씨 저택에도 자주 갔어요. 거짓말이 아니에요!” 아윤은 자신만
“할머니!” 지아윤은 할머니를 한 번 부르더니 아무 반응이 없자, 노인을 옆으로 살짝 밀고 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갈색 종이봉투가 드러났다. 이에 아윤의 눈이 반짝이며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종이봉투를 꺼내 안의 서류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대충 훑어보는 사이,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고, 분노가 담긴 시선으로 침대에 누운 할머니를 노려보았다.양세민이 들어올까 봐, 아윤은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서류를 사진으로 찍었다. 찍고 나서 봉투를 원래대로 넣고 방을 빠져나왔다.차로 돌아가면서 아윤은 점점 화가 치밀었다. 원래는 부모님께 전화하려다 생각을 바꿔 큰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권수영은 마침 카드놀이를 하던 중이라, 아윤의 다급한 전화에 나와서 조금 짜증이 났다.[무슨 일이야, 그렇게 급하게?]아윤은 찍어둔 사진을 권수영에게 보여주며 물었다.“큰어머니, 혹시 강아심이라는 사람 아세요?”권수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사진을 확대해 보다가,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강아심이 누구야?]아윤이 찍은 사진은 할머니의 유언장이었다. 유언장에는 할머니가 자신의 혼수품 대부분을 아심에게 남긴다고 적혀 있었다.아윤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할머니 친정은 예전부터 배를 만드는 집안이었고, 부유한 가문이었잖아요.”“혼수품은 모두 고가의 골동품, 금은보화들인데, 그 가치는 큰어머니가 더 잘 아시겠죠!”“할머니가 그때 집을 나가시면서 혼수품을 다 가져가셨잖아요.”“큰 트럭으로 한 차나 실어 나르셨다던데, 이 집에서 몇 년을 혼자 사시면서 큰돈을 쓸 일이 없었으니 그 혼수품들은 그대로 남아 있을 거예요.”“그런데 이제 돌아가실 날이 가까워졌는데, 그 재산을 아들, 손자, 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어떤 낯선 사람에게 준다니,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권수영도 짜증이 나서 말했다.[네가 나한테 그런 얘기해 봤자야. 내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나도 강아심이 누군지 몰라!]“큰어머니가 모르셔도 저는 알아요.” 아윤은 휴대폰을 뒤적이며 몇 장의 사진을 더 보여주었다.권
아심은 별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일부러 창문 밖을 보며 시언의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별장 안으로 들어가 거실을 지나며 외투를 벗어 소파에 걸어두고, 약 상자를 들고 시언의 방으로 갔다.“들어와.” 남자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심은 문을 열고 들어갔고, 시언이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아심은 외투를 소파 등받이에 놓으며 말했다.“외투 여기 두었어요.”“응.” 시언은 고개도 들지 않고 의자에 등을 기댔고, 아심은 약 상자를 들고 다가가며 준비를 시작했다.“옷 벗어요. 약 다시 바를게요.”그제야 시언이 그녀를 힐끗 보더니 셔츠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아심은 시선을 피한 채, 소매를 걷어내자 시언의 상처에 감아둔 붕대를 풀었다. 겉옷은 비에 젖었지만, 다행히 안쪽의 붕대는 겉 부분만 약간 축축했을 뿐, 상처 부위는 무사했다.시언이 앉아 있고 아심이 서 있었기에, 아심은 약간 허리를 숙여야 했다. 긴 드레스가 아래로 늘어져 아심의 어깨에서 허리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곡선을 그렸다.아심은 능숙하게 손을 움직이며 상처를 살폈지만, 시언의 시선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자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시언의 눈은 약간의 속쌍꺼풀이 있고, 길게 뻗은 눈매가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시언의 차가운 성격과 강한 기운이 그 눈을 더 깊고 날카롭게 만들었으며, 그가 누군가를 바라볼 때면 누구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간신히 약을 다 바르고, 강아심은 약 상자를 정리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시언은 몸을 돌려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다시 채우기 시작했다.아심은 별다른 인사도 없이 문을 나와 문을 닫았다. 어둡고 조용한 복도에 서자 비로소 긴장이 풀렸다. 그녀는 땀이 살짝 밴 등을 느끼며 문을 돌아보았다가 천천히 위층으로 걸음을 옮겼다....강성비가 내리는 날, 지아윤은 마지못해 골목 밖에 차를 세우고,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당 앞에 도착하자 아윤은 문을 밀고 들어가며 외쳤다.“
도도희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럼 네가 사람을 잘못 본 거였네.”이반스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금방 알아봤어.”도도희의 눈매는 부드러워졌고, 담담히 말했다.“피곤하지? 우선 쉬어. 내가 숙소를 마련해 줄 테니까.”“같이 지낼 수 있어?” 이반스는 말을 하자마자 얼른 정정했다.“아니, 내 말은 가까운 곳에 있으면 좋겠다는 뜻이야.”도도희는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이반스를 자신의 별장에 머물게 하기로 했다....아심과 시언은 약을 보건실에 전달하고 돌아오는 길에 도도희를 만났다. 시언의 휴대폰이 울리자, 그는 도도희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전화를 받으며 먼저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비가 이제 그칠 것 같네. 공기도 상쾌하니, 같이 산책할까?” 도도희가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아심은 우산을 접고 도도희와 함께 잔디밭 한가운데 돌길을 따라 걸었다.“야간 당직을 맡을 사람을 이미 정해놨어. 약도 충분하니 큰 문제는 없을 거야. 별장에 의사가 있어서 다행이야.”도도희의 말에 아심은 고개를 끄덕였다.“내일이면 아이들 열도 내릴 거예요.”도도희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관리자한테 들었어. 아이들을 위해 비타민 젤리를 많이 샀다던데, 비용은 나한테 청구해.”“괜찮아요!” 아심은 가볍게 웃었다.“비싼 것도 아니고, 아이들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에요. 저랑 같이 수업도 들었던 친구들이니까요.”도도희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넌 원래 쉬러 온 건데, 오히려 돈을 쓰게 했네.”“덕분에 돈으로 행복을 산 거예요. 고맙다고 해야죠.” 아심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시겠지만, 저는 돈밖에 없는 사람이잖아요!”도도희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아, 맞다.” 아심이 말했다.“허락도 안 받고 이반스를 데리고 왔는데, 혹시 불편하신 건 아니죠?”“괜찮아. 걔가 갑자기 C국에 온 건 나도 몰랐어. 다행히 너희를 만나지 않았으면, 아마 마을에서 하루 종일 헤맸을 거야.” 도도희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내가 올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