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웃음을 거두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청아는 잠시 말을 멈추며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는 듯 천천히 입을 열어 자초지종을 말했다."우리 아빠가 도박꾼이었거든. 내가 어렸을 때부터 그는 도박을 했어. 물론 지금까지도 도박을 하고 있지. 전에 그는 한 달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다 보름 전인가, 집에 돌아왔어. 그리고 6천만 원을 빚졌다며 집을 팔겠다는 거야. 우리 엄마는 한사코 집을 내놓으려 하셨지. 그렇게 보름이나 끌었어. 바로 어제 그 사람들이 우리 오빠를 잡아갔어. 지금 나와 엄마는 급하게 우리 집을 팔려고 하고 있어. 빚쟁이들이 오늘 저녁에 돈을 가져오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오빠 다시는 볼 수 없다고 했어."소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경찰에 신고했어?"청아의 목소리에는 피곤함과 무기력함이 가득했다."우리 엄마는 감히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고 있어. 나보고도 하지 말라고 하면서 말이야!""그럼 네 아빠는?""도망갔어!"이 말을 마치자 청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흐느끼며 울음을 터뜨렸다."울지 마!" 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급하게 집을 팔지 마. 집을 팔면 너와 너의 엄마는 어디에 살라고?""요 몇 년 동안 나는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4, 5백만 정도 모았는데 여전히 너무 많이 모자라. 친척들은 우리 아빠 때문에 아무도 우리를 믿지 않고 우리에게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고 있어."소희는 줄곧 낙관적이었던 청아한테 이렇게 형편없는 가정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모든 부모가 부모라는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청아야, 집 팔지 마. 내가 대신 방법을 생각해 볼게." 소희는 냉정하게 말했다."너도 아직 학생인데 무슨 방법이 있겠어? 굳이 우리 도와줄 필요 없어. 우리 집은 비록 낡았지만 그래도 돈은 좀 돼." 청아는 다른 사람이 그녀를 위해 걱정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보름 동안 아무리 절망해도 그녀는 소희를 찾지 않았다. 오늘 소희가
소파에 앉아 여자를 껴안은 남자는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나이는 마흔 좌우에 술에 취해 두 눈이 흐리멍덩한 그는 소희와 청아를 한 번 훑어보더니 입을 벌리고 물었다."누가 우청아야?"청아는 앞으로 나아가 용기를 내어 남자와 눈을 마주쳤다."저요!""형님." 옆에 있던 사람이 이혁에게 담배 불을 붙여주었다.누군가가 룸 안의 플래시를 끄자 빛이 정상으로 변하며 룸 안의 상황도 더 잘 보였다.룸 안에는 남자와 여자 합쳐서 스무 명 정도 있었다. 남자들은 술을 마셔서 얼굴이 빨개졌다. 그들은 조금도 자신의 눈빛을 숨기지 않고 소희와 청아 두 사람을 훑으며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그중 몇몇의 여자는 남자의 품에 기대어 소희와 청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들은 마치 호랑이굴에 들어온 양 두 마리를 보는 것 같았다.이혁은 담배 한 모금 뱉으며 배를 내밀고 소파에 기댔다."돈은 가져왔어?"청아는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는 입을 열었다."우강남을 봐야 돈을 주죠."이혁은 손을 흔들자 두 수하 모양의 사람이 일어나 룸 안의 화장실로 갔다. 그리고 바로 한 남자를 데리고 나왔다. 남자는 손발이 묶였고 입도 막혔다. 청아를 보자 그는 발버둥을 쳤다."오빠!" 청아가 소리쳤다.이혁은 소매를 잡아당기고 손가락 굵기의 큰 금목걸이를 드러내며 차갑게 웃었다."돈 내려놓고 사람 데리고 가!"소희는 손을 뻗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지만 그것은 은행 카드가 아니라 USB였다.이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이건 뭐지?"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이 운영하는 카지노의 CCTV 기록이에요. 사기 치는 장면 모두 똑똑히 찍혔어요. 우임승의 돈은 진 것이 아니라 당신들한테 속은 거죠. 나는 당신한테 줄 돈 단 한 푼도 없어요!""너 지금 죽고 싶어!" 옆에서 한 사람이 강남의 몸을 발로 차자 그는 오열하며 비명을 질렀다."오빠!" 청아는 소리를 지르며 달려가 강남을 감싸려 했지만 소희는 그녀를 붙잡았다.이혁은 살쪄서 거의 보이지 않은 실눈으로 소희를 쳐다보
소희는 청아에게 눈짓을 하며 목소리를 낮추었다."얼른 가, 경찰이 도착하면 너의 오빠는 여기를 떠날 수 없어.""소희야!" 청아는 울기 직전이었다."밖에서 나 기다려." 소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청아는 목이 멘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이혁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들을 보내줘도 되지. 먼저 우청아 대신 술을 마셔!"소희는 망설이지 않고 술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청아는 얼굴의 눈물을 닦고 강남을 부축하여 얼른 밖으로 나갔다.문이 닫히자 다른 사람들은 즉시 소희를 에워쌌다. 룸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불빛도 살짝 어두워진 것 같았다.이혁은 씩 웃으며 말했다."의리 있는 소녀군. 담력도 충분히 크고. 술 한 잔 더 있으니 마셔야지!"다른 남자들은 소희를 만만하게 보며 소란을 피웠다. 그들은 기다리고 싶지 않다는 듯 얼른 달려들고 싶었다.이혁은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남은 술잔을 들고 음험하게 소희 앞에 건넸다.소희는 그를 보고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그녀는 방금 마신 술을 전부 이혁의 얼굴에 뿜어내며 동시에 손을 뻗어 이혁의 옷을 잡고 쓰레기를 던지듯이 내던졌다."으악!"룸 안에는 일시에 비명소리, 뼈가 부러지는 소리,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전해왔다. 하지만 밖에는 여전히 등불이 밝았고 노랫소리가 울리며 누구도 안에 무슨 일이 났는지 몰랐다.......10분 뒤 룸에서 나온 소희는 누구의 피가 묻었는지도 모르는 외투를 벗어 쓰레기통에 던지고 티셔츠만 입고 밖으로 나갔다.소희는 막 들어오려는 청아를 만났다. 청아는 그녀를 보며 당황함이 놀라움으로 변하며 울었다."소희야 너 괜찮아?"소희가 경찰이 10분이면 도착한다고 했지만 줄곧 오지 않아 청아는 더 이상 기다릴 엄두를 내지 못하고 들어가서 그녀를 찾으려고 했다."괜찮아, 너희 오빠는?" 소희가 물었다."택시 잡아서 오빠를 집으로 보냈어." 청아는 다급하게 말했다."우리가 떠난 후에 그들은 너 괴롭히지 않았어? 너 옷은?"
소희는 이혁이 건네준 술에 문제가 있을까 봐 조금도 삼키지 않았다. 하지만 입에 머금은 그 짧은 시간 안에 몸에 반응이 생길 줄은 몰랐다.그녀는 자신이 언제 기절할지 몰라 택시를 타지 못하고 길 건너편의 작은 화원으로 가서 벤치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 성연희에게 전화를 걸었다.핸드폰을 꺼낼 때 그녀는 이미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 그녀는 가까스로 핸드폰을 켜고 연락처에서 성연희를 찾았다.뒤에는 시끄러운 노랫소리가, 앞에는 자동차의 시끄러운 소리가 전해왔다. 머리 위의 빛이 핸드폰을 비추자 소희는 이따금 현기증이 났다.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줄곧 냉정했다.그러나 전화를 걸었지만 성희는 줄곧 받지 않았다.손에 땀이 나기 시작한 소희는 끈적한 손으로 핸드폰을 잡고 심호흡을 하며 애써 정신을 차렸다.전화벨이 마지막까지 울린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소희는 한숨을 돌리고 즉시 말했다."나 지금 부강로 블루드 맞은편의 작은 화원에 있어. 빨리 와!"말을 마치자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전화를 끊고 벤치에 기대어 조용히 기다렸다.연희는 금방 올 것이다!전화기 너머의 구택은 케이슬 룸 안에 앉아 전화를 보며 한순간 멍해졌다.옆에서 장시원이 머리를 내밀어 웃으며 물었다."누군데?"구택은 자신이 전화를 잘못 받은 줄 알았다. 소희가 뜻밖에도 명령하는 말투로 그에게 말을 하다니. 그녀가 취했나? 아니면 진실게임 같은 거라도 하고 있는 것일 가?하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좀 이상했다.구택은 의자에 걸쳐진 양복 외투를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일이 좀 생겨서. 너희들 먼저 놀고 있어. 나 먼저 갈게!"사람들은 분분히 일어나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시원은 산만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너 이러면 안되지. 돌아온 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우리한테 연락도 하지 않고, 오늘 겨우 나왔는데 앉은지 얼마 됐다고 벌써 가는 거야?"구택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일이 있어서 그래. 오늘 모두 실컷 놀아. 계산은 내가 할게!"시원은 그를 비웃었다."여기에 누가 돈
"구, 구택 씨." 소희는 몸속의 욕망을 억누르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녀는 마치 꿈속에 갇힌 것처럼 말하고 싶을수록 말을 하지 못했다.구택는 몸을 살짝 숙이고 그녀에게 다가갔다."뭐라고요?""저, 저리 가요!" 소희는 떨린 목소리로 급하게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남자에게 달려드는 것을 통제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그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일 가?연희는 왜 아직도 안 오고?이혁은 도대체 술에 무엇을 넣었길래 그녀가 잠깐 입에 머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된 것일까?구택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소녀를 살펴보았다. 그는 더욱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녀의 상태가 이상하는 것을 발견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소희 씨 술에 취한 게 아니라 약 탄 술을 마신 거예요?""아니, 상관하지 마요!" 소희는 침착한 표정을 지었지만 힘없이 말했다."말해봐요!"남자는 낮은 소리로 외치며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소희는 피하려 했지만 몸을 가누지 못하고 남자의 품 안으로 넘어졌다.구택은 생각도 하지 않고 손을 뻗어 그녀를 안았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었고 이미 혼수상태에 가까웠다. 몸이 이렇게 뜨거운 것을 보면 그녀는 분명 깨끗하지 못한 것을 먹었던 것이다.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맞은편 등불이 휘황찬란한 블루드를 보았다. 그는 차가운 기운을 뿜어내며 그녀를 안고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갔다.소녀를 뒷좌석에 놓고 안전벨트를 매준 뒤 구택은 핸드폰을 꺼내어 본가에 있는 개인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오 의사는 구택이 묘사한 상황을 듣고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무슨 약을 먹었는지 아십니까?"구택은 뒷좌석에서 꿈틀거리는 소희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이미 대답할 수 없었기에 그는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정확히는 몰라요."오 의사는 입을 열었다."이런 상황이라면 두 가지 해결 방법 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남녀가 관계를 맺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병원에 가서 위를 세척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약효가 발작하기 전에 위를 세척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매니저는 룸 안에서 찾은 분홍색 알약과 흰색 가루를 심명에게 보여주었다."대표님, 경찰에 신고할까요?""경찰에 신고하지 마요, 신고하지 마요!"그는 누구보다도 경찰을 무서워했다!"경찰에 신고해!" 심명은 차갑게 입을 열었고 발로 이혁을 걷어찼다."냄새나는 쓰레기 주제에 감히 내 구역에서 약을 먹어? 죽으려고 작정했나!"매니저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그럼 이 cctv 기록은 경찰에게…...""지워!"심명은 그의 말을 끊고 담담한 목소리로 화면 속 여자애를 가리키며 명령했다."그녀가 나타난 화면만 모두 삭제해버려. 경찰이 물으면 인터넷이 끊겼다고 해."로비 매니저는 심명이 왜 이러는지 몰랐지만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심명은 또 웨이터 한 명을 불렀다."잠시 후에 네가 경찰서에 가서 증인하고 와. 이 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술에 취해서 자기들끼리 문제가 생겨서 싸운 거라고, 알았어?"웨이터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고 표시했다.이 사람들은 평소에 좋은 일 외에는 다른 더러운 짓거리를 너무 많이 했기에 경찰서에 들어가면 그들이 이전에 한 짓들만 조사해도 한참 걸릴 것이다.심명이 떠나기 전에 또 룸 안에서 울부짖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힐끗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이도 어린 계집애가 독하긴 독해. 지난번에 자신이 그녀한테 맞은 것을 생각하니 그는 자기도 모르게 기뻐했다. 보아하니 그녀는 그래도 나름 그를 봐줬던 것이었다!룸 안으로 돌아와서 심명은 매니저더러 소희가 떠난 동영상을 그에게 보내라고 했다.그는 영상을 두 번 보며 표정은 매우 흥분했다. 그녀가 사람을 때리고 떠날 때 평온한 표정으로 외투를 벗은 뒤 닥치는 대로 쓰레기통에 던진 것을 보면 유난히 멋있었던 것이다!만약 두 사람 사이에 원한이 있지 않았다면 그는 정말 그녀와 친구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그러나 자신이 그녀를 크게 도왔으니 그는 어떻게 그녀더러 갚아야 할지 잘 생각해 봐야 했다!......10분 뒤, 구택은 소희를 차에서 안아 내렸다. 그녀는 온몸에 뼈가
구택은 온몸에 힘을 주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쥐며 약간 쉰 목소리로 말했다."까불지 마요, 나도 남자니까요!"모든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 밀폐되고 더운 공간에서, 그는 남자였고 그녀는 끊임없이 그를 유혹하는 여자였다.소희는 고개를 들었다. 희미한 눈빛 속에 한 줄기 빛이 스며들며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다가와요!"구택은 숨이 멎었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더욱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자신이 무슨 말 하고 있는지 알아요?""응." 소희는 소리를 냈다. 그것은 대답인지 아니면 저절로 나오는 신음 소리인지 그는 잘 몰랐다.구택은 눈을 깜박이지 않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나는 소희 씨의……"그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 소녀는 갑자기 까치발을 들어 그의 입술을 막으며 즉시 힘껏 그의 입술 안으로 혀를 내밀었다.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녀는 몸속의 벌레들 때문에 죽을 것만 같았다.그녀가 어릴 때부터 받은 훈련은 그녀에게 생명은 언제나 최우선이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자신의 생명을 잘 보호하는 것은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지는 것이었다.하물며 그녀는 눈앞의 이 남자를 도와준 적이 있었다.그러니 그는 마땅히 그녀를 도와야 했다.구택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두운 밤, 그의 눈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눈을 감고 소녀의 손을 천천히 잡아당기며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안 돼요!"이 두 글자를 말할 때 그의 목소리는 매우 작았다. 이것은 소희를 경고하는 건지 아니면 자신을 경고하는 건지 그는 잘 몰랐다."왜 안 돼요?" 소희는 욕실 벽에 기대어 작은 목소리로 냉정하게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가 응하지 않는 것을 보며 그녀는 억지로 일어섰다."당신이 안 된다면 다른 사람 찾아가서 해결할 수밖에 없네요!"그녀는 그를 밀치고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몇 걸음 만에 갑자기 누군가에게 팔을 잡히며 그의 품 안에 안겼다.그녀는 남자의 목을 꼭 잡으며 그의 팔에서 전해오는 힘을 느꼈다.구택은 그녀를 안으며
이튿날 아침, 소희가 깨어났을 때 날은 이미 밝았다. 그녀는 눈을 뜨고 낯선 방을 보며 한참 지나서야 어젯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났다.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침대에 그녀 혼자만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녀의 머릿속에서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구택도 창문에서 뛰어내린건 아니겠지?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왜냐면 그녀는 그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소희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니 남자가 그녀를 등진 채 베란다에 서서 전화를 하는 것을 보았다.구택은 목욕가운을 입고 있었다. 넓은 어깨에 가는 허리, 그리고 늘씬하고 긴 두 다리. 뒷모습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그는 명우에게 물었다."소 씨네와의 계약은 아직 며칠 남았지?"소희는 마음속으로 계산해 보니 아직 한 달 정도 남았다.전화기 너머로 명우는 그에게 정확한 날짜를 알려주었다.구택은 목소리가 담담했다."소 씨네 집에 연락하여 앞당겨서 파혼해. 요 며칠 수속 밟아."그는 아주 간단하게 생각했다. 소 씨네 집안에 줘야 할 것도 이미 준 상태였다. 비록 그와 소 씨네 아가씨는 만난 적이 없고 그녀에 대해서 아무런 감정이 없었지만 외국에서의 이 3년 동안 그는 이 결혼을 이미 충분히 존중했고 그녀에게 미안한 일을 하지 않았다.귀국 후, 그는 어쩔 수 없이 강요당해서 그런 일을 했지만 이번에는 무슨 이유든 간에 그는 혼인에서 서로 충성하는 신조를 어겼고 더 이상 소 씨네 아가씨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소희는 남자의 듬직한 뒷모습을 보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찌질이네, 자자마자 이혼이라니!"그녀가 속으로 욕을 할 때 남자는 이미 전화를 끊고 들어왔다.눈이 마주치자 남자는 태연했다. 소희도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내가 입을 수 있는 잠옷 있어요?"그들은 호텔에 있지 않았다. 회백색에 인테리어가 간단한 것을 보면 이곳은 아마도 구택이 임시로 휴식하는 오피스텔 같았다.구택은 나갔다 바로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흰색 셔츠 하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