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에는 임구택과 심명만 남아 있었다, 둘의 키가 거의 비슷했고, 용모 또한 뛰어났으며, 풍기는 아우라가 범상치 않았다, 덕분에 복도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를 띠었다.심명은 차가운 눈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소희 씨가 정말 임 대표님의 조카인 겁니까? 그럼 왜 그녀는 임씨 성을 가지고 있지 않는 거죠?"라며 물었다.임구택은 "성이 어찌 됐든 나를 둘째 삼촌이라고 불렀어요."라며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심명은 입술을 깨물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군요, 저는 임시로 그렇게 부르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내가 그리 한가한 것도 아니고, 왜 임시로 조카나 여자친구를 키우겠나요?"라고 임구택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심명은 "어젯밤 소희 씨가 제 여자친구가 되어 주겠다고 약속해 줬거든요, 물론 임시적인 것도 아니고요."라고 말하며 눈썹을 치켜세웠다.임구택은 이에 "그럼 그녀가 더더욱 나를 둘째 삼촌이라고 부를 만한 가치가 있네요!"심명은 어안이 벙벙했다.되려 그에게 놀아났다!때마침 조천해의 무리는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는 두 사람을 발견했고 덕분에 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제히 서로에게서 눈을 돌려버렸다.룸으로 돌아온 심명은 자신이 임구택보다 한 수 아래라고 느껴졌다, 마음속에 부아가 밀려 올랐다, 신경이 거슬린 그는 술자리가 끝나지 않았지만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떠났다.소희와 성연희는 룸으로 돌아왔고 성연희는 철퍼덕 앉으며 직설적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그 안단희라는 천한 년 때문이지?"소희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너 걔를 알고 있구나!"성연희는 "한밤중에 노명성에게 뜨거움을 전하겠다고 그를 찾아가려고 해서 내가 붙잡고 뺨도 때렸어."라며 냉소를 지었다.싸다귀를 맞고 정신을 차릴 줄 알았는데 안단희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그녀는 와인 한 모금 마시고는 "걔가 무슨 말을 해서 너를 화나게 한 거야?"라고 물었다.소희는 화장실에서 들은 이야기를 간단히 해주었다.성연희는 무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 최근 통화기록에
소희는 연희를 이해했다, 다만 그녀가 안타까웠을 뿐이다.곧 노명성은 도착했고, 성연희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가 어느 방에 있는지 물었다."둘이 얘기 좀 해, 나 먼저 갈게." 소희가 일어섰다.성연희는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널 데리고 나왔는데, 당연히 내가 데려다줘야지. 그리고 너랑 노명성은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굳이 왜 가려는 거야?""커플 사이에 껴서 혼자 뭐 하겠냐." 소희는 눈을 깜박이며 가볍게 웃었다. “그리고 너도 술 마셨잖아, 어떻게 운전하냐, 나 혼자 택시 타고 가면 돼."라고 말했다."그럼 집에 도착해서 연락 줘.""그래!"연희는 소희를 배웅했다. 때마침 복도에서 급히 달려온 노명성과 마주쳤다, 그는 정장 차림에 온몸에서 술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아마 술자리를 가지다 달려온 것 같았다. 잘생긴 얼굴에는 금갈색의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고, 이내 소희와 친근하게 인사를 나누었다.그는 성연희의 곁으로 걸어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소희는 두 사람과 작별을 고하고 혼자 호텔을 나서는데, 문 앞에 있는 웨이터가 그녀를 향해뭐가 필요하냐고 물었다.소희가 막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임구택을 에워싸고 나오고 있었다.그녀는 웨이터의 도움을 거절하고, 임구택의 차 옆에 서서, 그 무리가 떠나기를 기다렸다, 무리가 떠나자 그녀는 비로소 몸을 돌려 나오며 온화한 목소리로, “구택 씨!" 하고 불렀다.임구택은 몸을 돌려 심연에 가라앉은듯한 눈길로 그녀를 담담하게 바라보았다, “식사를 마쳤나 보군요?”"네!"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덕분에 오늘 고마웠어요."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그의 모습은 피지컬도 훤칠했고 잘생기기까지 했었다."고맙긴요, 서로 돕는 거죠."라고 했다.“네?" 소희는 자기가 그를 도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아무것도 아닙니다." 임구택은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심명과 사귄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에요?"소희는 경악에 금치 못하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
별장에 들어서자 어느덧 11시가 다 되었고, 소희는 샤워를 마치고 인형을 안고 소파에 앉아 성연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안부를 알렸다.그녀와 노명성 사이에 어떤 얘기 했는지도 알아보기 위해서, 설마 싸운 건 아니겠지?신호음이 막 끊어질려던 찰나 전화기 속에는 노명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아마 당신의 전화를 받지 못할 거 같네요, 무슨 전할 말이라도 있나요?"전화기 속에서 성연희의 신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성!”소희는 전화를 뚝 끊었다.그녀는 얼굴에 열이 화끈 올라왔고 이를 악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변태 같은 성연희!다음 날 오후, 소희는 임구택의 저택에서 나오는 길에 퀵을 받았는데, 큰 상자 안에는 모두 연희가 어젯밤에 준 보석과 옷들이 들어 있었다.소희는 안에서 덜 튀는 귀걸이를 골라 청아에게 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월요일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린 디저트 가게에서 다른 점원은 그녀에게 청아는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고 전했다.수요일 점심, 소희는 임유민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를 받았다.소희는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택시를 타고 두 사람이 약속한 중식당으로 달려갔다. 식당 밖에는 LS 그룹의 차가 서 있었고, 차 밖에는 양복을 입은 경호원이 서 있었다.식당에 들어가자 소희는 임유민을 찾아 다급히 물었다. “무슨 일이야?”임유민은 가볍게 웃으며 ”"괜찮아요, 긴장 풀어요, 그냥 밥이나 사주려고요!"소희는 의심스러운 듯 그를 바라보았다."진짜예요, 뭐 먹을거예요?" 임유민은 메뉴판을 소희 앞으로 내밀었다.소희는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다. "어서 말해, 대체 무슨 일이야?"임유민은 테이블에 두 손을 얹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둘째 삼촌이 당신을 탐탁지 않게 보고 있어요, 해고하겠다고 하네요"라고 말했다."아!" 소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줄 알았다."왜 놀라지 않는 거예요?" 당황하는 쪽은 오히려 임유민이었다."뭘 놀라야 하는 거야?"소희가 되물었다.임
그는 소희가 이 기회를 빌려 착한 학생은 싸우면 안 된다고 혼을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소희는 진지하게, "당연하지,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돕는 건 정의로운 일 아니냐?”라며 고개를 끄덕였다.임유민은 순수하게 눈을 반짝이며 "하지만 난 걔들의 머리를 다 깨부쉈고, 걔들의 부모님이 학교에 찾아오셨고 선생님은 저더러 오후에 학부모를 학교에 데리고 오시고 하셨어요."라고 말했다."너희 선생님은 네가 LS 그룹의 사람인 걸 모르셔?"소희가 물었다.임유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에 저 말고도 임씨라는 성을 가진 사람들은 많아요, 게다가 학생기록부에는 우리 엄마 아빠의 이름이 적혀 있고요, 우리 엄마 아빠는 매우 평범한 분들에요."소희는 눈치챘다. "내가 너희 엄마라고 사칭하기를 바라는 거야?""역시 똑똑해요!" 임유민은 그의 막 자란 앞니를 드러내며 웃었다.소희도 "안 돼!"라며 웃어 보였다.임유민은 표정이 굳어서 물었다. "왜요?""첫째, 난 네 부모님이 아니야, 삼촌이 알면 나의 일자리도 확실히 보장되지 않을 거야!"소희는 정색을 하였다. "둘째, 나도 네 스승이니까, 너 선생님을 속일 순 없어.""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거예요!""그래도 안 돼." 소희는 단호하게 "왜 둘째 삼촌을 찾아가지 않는 거야?"라고 물었다.임유민은 눈을 내리깔았다. "둘째 삼촌이 일주일 동안 내가 사고를 치지 않으면 주말에 직접 승마를 가르쳐 주겠다고 약속했거든요.""하지만 이번 일은 이유가 있는 거잖아!"임유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둘째 삼촌은 매우 원칙적이에요, 아닌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이에요, 이유가 어찌 됐든!”소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어쩔 수 없겠네!”유민은 눈동자를 굴리며 소희에게 "썜이 우리 집에 과외해 주러 오면, 삼촌은 쌤한테 얼마를 드려요?"라고 말했다. "150만 원, 그거는 왜?""날 도와주기만 한다면, 내가 둘째 삼촌에게 이야기해서 수업을 잘 가르친다고 말할게요, 시급을 두 배로 올려주라고도 할게요, 어때요?"소
오후에 소희는 학교를 쉬고 임유민과 함께 초등학교에 갔다.학교에 도착하자 두 사람은 곧장 교무실로 향했다, 문을 두드리며 들어갔고 담임선생님은 그곳에 없었다. 다른 선생님은 소희가 임유민의 학부모로 온 것을 알아채고 예의 바르게 물 한 잔을 따라주며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그녀는 어렴풋이 두 선생님이 "저분은 누구야?"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학부모님.”"저렇게 젊다고? 보기만 해도 학생 같은데."라고 말했다."걱정 마요, 괜찮을 거예요, 이따가 삼촌이 젊은 여자를 좋아한다고 우리 선생님께 설명할게요."라고 임유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녀가 속으로 생각했다, 사실 굳이 해명할 필요 없어, 남자들은 모두 젊은 여자를 좋아해!곧이어 선생님들이 들어오셨고, 어떤 선생님은 임유민과 안면이 있었는지, 친절하게 와서 유민이가 최근에 성적 많이 올랐다고 전해줬다소희는 과찬이라며 겸손히 받아쳤다.소희는 선생님들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유민을 데리고 옆 회의실로 가서 기다렸다.두 사람은 5분가량 기다리자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파란색 줄무늬 정장에 검은 뿔테안경을 쓴 사람이었다..임유민은 몸을 일으켰다. "왕 선생님, 저희 둘째 숙모가 오셨습니다!"소희는 한 걸음 다가서며 부드럽게 웃었다. "왕 선생님, 저는 유민의 둘째 숙모입니다."왕 선생은 경악하는 표정을 짓다가 곧 웃으며, "둘째 숙모님도 오셨네요, 마침 저도 둘째 삼촌을 불렀거든요!"라고 말했다.왕 선생님이 말을 마치자 고개를 돌려 뒤에서 들어오고 있는 그를 향해, "어머, 공교롭게 부인분도 여기 오셨어요!"라고 말해줬다.소희는 고개를 홱 돌렸고 남자의 짙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머리가 띵하고 멍해졌다.임유민도 깜짝 놀라 침을 삼키며 "삼촌!"이라고 외쳤다.임구택은 실눈을 뜨고 두 사람을 훑으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는 감정의 동요 없이 “네.”라고 답했다.선생님은 임유민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께 연락을 드렸더니 외국에서 계셔서 둘째 삼촌한테 연락을 드리라
"나는 어른이고, 더구나 너의 스승이니, 돈에 매수되어서는 안 되는 거였어. 내 잘못이야!"“아주 훌륭하네요!”갑자기 입을 연 임구택은 백미러를 통해 두 사람을 바라보며 “ 이렇게 의리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 아니면 지금라도 서로 의기투합을 다지는 건 어떤가요?”소희와 유민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임구택은 임유민에게 말했다. "자신의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 의롭게 행동해야 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잘못되지 않지만, 친구들을 그렇게 심하게 때릴 필요는 없었어."임유민은 얌전하게 "네." 하고 대꾸했다."결과로만 보면, 이 일은 네가 잘못한 것이 없어. 나는 너를 혼내지 않을 것이다!"임유민은 눈 꼬리가 휘어지게 웃었다. "고마워요, 삼촌!""그런데 " 임구택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희 선생님에게 학부모 행세를 해달라고 한것은 어떻게 설명할 거야?"소희가 막 말을 꺼내려다가 거울 속의 임구택의 눈빛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임유민은 고개를 숙였다. “제가 잘못했어요,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을게요!”"그래, 잘못을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고칠 줄도 알아야 하는거다!" 임구택은 목소리를 낮추며 담담하게 말했다."네!"라고 대답한 임유민은 차에서 내리기 전에 안심하고 소희를 쳐다보았다. "삼촌, 저를 용서해 주셨으니 선생님도 용서해 주실 거죠?"소희는 유민의 순수한 눈빛에 화났던 마음이 누그러졌다."걱정 마, 난 소희씨를 해고하지 않을 거야!" 임구택이 말했다..임유민은 안심하고 두 사람과 작별을 고하고 차에서 내렸고 경호원과 함께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그가 떠나고 차 안에 소희와 임구택 두 사람만 남게 되자 분위기가 묘해졌다.소희가 다시 한번 사과하기 위해 입을 열려는 순간, 거울 속 임구택이 입을 열었다. “당신은 어떻게 초등학생과 같게 행동할 수 있죠, 당신 아이큐가 고작 그 정도인가요? 당신이 숙모라고 해서 선생님이 믿으실 줄 알았나요?"소희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일단 초등학생도 아이큐가 높을 수 있고
소희는 그가 농담을 한다고 여겼다, 악의를 품고 하는 말이라고, 그녀에게 후회와 실망감을 주는 방식으로 그녀를 혼내려고 한 것 같았다.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 일은 그녀가 도를 넘은 것이고, 임구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해고하지 않았고, 그녀를 해고할 생각도 없는 걸로 이미 충분했다.임구택은 그녀의 표정이 우울함에서 침착함, 심지어 기쁨으로 바뀌는 것이 고스란히 지금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아챌 수 있었다. 임구택은 다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소희는 침착하게, “알겠어요.”라고 답했다.30분 후, 벤틀리는 강석 대학교 대문 앞에서 멈추었고, 소희는 차에서 내리면서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임대표님.”"별말씀을! 저도 고마워요, 제 아내만 되어주어서, 어머니가 되어주신 게 아니라."소희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요!” 그녀가 아내를 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임구택이 그것을 승낙하지 않은 것이다.남자는 그녀의 귀밑이 빨개진 것을 보고 더 이상 놀리지 않았다. “조심해서 내리세요.”"네, 운전 조심하세요."소희는 차에서 내려 곧장 교문으로 향했고, 임구택은 그녀의 가녀린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교문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 차를 몰고 떠났다.…밤이 깊었다, 임유민은 그녀에게 게임을 하자고 연락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떠난 후, 그의 삼촌이 소희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화를 내지는 않았는지 물어봤다.소희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억울함을 자신이 혼자 모두 삼킨 듯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과연, 유민은 마음이 불편했는지, 게임에서 그녀에게 많은 무기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밤새 여기저기서 돌아다니며 그녀의 캐릭터를 보호했고, 대신 많은 폭탄을 맞았다.9시 30분이 되었고, 소희는 유민에게 잠을 자라고 했고 평소처럼 시큰둥하지 않았고 오히려 군말 없이 게임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얼마 뒤, 소희는 뒤늦게 아버지 소정인의 연락을 받았다, 이
그녀가 컴퓨터 앞에 서자 컴퓨터와 스크린이 자동으로 켜졌다.소희는 컴퓨터에서 방금 전 핸드폰에서 본 독수리 모양의 아이콘을 열고 들어가 비번을 입력했고 안에는 3차원의 이미지 파일이 튀어나왔다.소희는 그것을 뚫어지게 보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보름 전 영국 런던에서 송가 그룹이 반인반수 모양의 청동기를 구매했는데, 운반 과정에 비행기가 몽골 경계에 추락하여 현재 청동기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하더군요. 송가네는 우리에게 이 청동기를 찾아주면 22억을 주겠다고 하는데...” 소희는 소식을 읽다 상대방에게 물었다."의뢰 받을까요?”모니터에서 음성변조가 된 아기 소리가 들려왔다. “받으세요. 제가 마침 근처에요. 확인해 보고 연락드리죠.”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컴퓨터 스크린의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청동기의 사진과 관계자의 파일은 당신한테 보낼게요.""푸른 독수리님." 소희가 분부했다. "당신은 하얀 독수리를 돕도록 해요.""네!" 푸른 독수리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나직했다.세 사람은 세부 사항을 다시 상의했고, 11시가 다 되어 소희는 서재를 떠났다.토요일 오전, 소희가 임구택의 저택에 도착했고 임유림은 뜻밖에도 외출하지 않은 상태였다.그녀가 온 것을 알고 임유림은 그녀를 끌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감격에 겨워 말했다."이번 시험에서 유민이의 성적이 많이 올랐다고 삼촌도 매우 만족스러워하더라. 정말 고마워. 우리 가족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해 줬어!""돈을 받고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걸.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소희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임유림은 마침 옷을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러다 소희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그녀는 얘기 도중 목걸이를 몇 개 꺼내 목에 비교하며 소희에게 어느 것이 예쁘냐고 물었다.모두 명품 브랜드인데 몇 개는 한정판으로 나온 것이었다."이것도 있어!"소희에게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어 보여주는 임유림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이거는 주민이가 준 건데, 예뻐?"소
우정숙은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그의 대답이 예상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서인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죄송해요. 제가 임유진에게 명확하게 말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에요. 그러니 유진이를 탓하지 마세요. 아직 어리고 철이 없을 뿐, 전부 제 문제예요.”우정숙은 뜻밖이라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그래서 우리 유진이가 혼자만 짝사랑하고 있었던 거군요?”서인은 굳게 다문 입술을 움직이지 않았고, 우정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꽤 부담됐겠어요. 대신 사과할게요.”서인의 가슴 한쪽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아니에요.” 우정숙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그렇다면 앞으로 유진이가 여기에 오지 않도록 했으면 해요. 시간이 지나면 유진이도 점점 식어갈 테고, 더 이상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겠죠.”서인의 검은 눈동자는 깊이를 알 수 없었지만, 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했다.“방법을 생각해 보죠.”“좋아요. 믿을게요.”우정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오래 머물지 않고 곧바로 떠났다. 서인은 2층 베란다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꺼내 들어 구은태에게 전화를 걸었다.“전에도 말했던 맞선 이야기요. 언제 진행할 건가요?”구은태는 뜻밖이라는 듯 놀라면서도,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드디어 마음을 정한 거야?]서인은 담담하게 말했다.“집에는 당분간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에요. 상대방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다면 만나볼 수 있어요.”구은태는 한순간 고민하더니 물었다.[그러면 언제쯤 집으로 돌아올 거야?] “아직 정해진 게 없어요.”구은태는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아무튼 서인이 결혼을 전제로 여자를 만날 마음을 먹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였기 때문이다.전화를 끊자마자, 구은태는 곧바로 서선영을 찾아가 맞선 일정을 조율했다.다음 날, 서선영이 서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지난번 만났던 진수아 어때? 사실 걔가 너를 마음에 무척 들어서 했어.]그리고 덧붙였다.[수아
서인은 새로 도착한 테이블을 보며 어제의 일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얼굴이 어두워졌다.“이거 내가 산 거 아닌데. 다시 가져가세요.”배송 직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손님, 임유진 씨가 이미 결제하셔서 반품이 어려워요.”서인은 잠시 침묵하다 다시 말했다.“그러면 테이블은 놔두고, 돈은 돌려주세요. 대신 내가 결제할게요.”그러나 직원은 여전히 난감한 표정으로 답했다.“죄송해요, 이미 결제된 금액은 환불이 불가능해요.”서인의 얼굴에 짙은 불만이 떠올랐다. 하지만 배송 직원들에게 화를 내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결국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후원에 놔두세요.”직원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네!”오현빈이 직원들을 데리고 후원으로 갔다. 서인이 따라갔을 때, 테이블은 이미 제자리를 잡고 있었다.최고급 황화리 원목으로 제작된 수제 테이블. 정교한 수공예로 깎아낸 꽃무늬 장식은 유명 장인의 작품이라고 했다. 그 테이블 하나만으로도 뒷마당의 분위기가 훨씬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변했다.서인은 문득 떠올랐다. 며칠 전, 유진이 장난스럽게 말했던 말.“이 뒷마당엔 개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밖에 없어요. 뭔가 값비싼 거라도 하나 놔둬야 하는 거 아닌가요?”유진은 일부러 이 테이블을 주문한 걸까?한편, 한쪽에는 부서진 낡은 탁자가 여전히 버려진 채 남아 있었다. 현빈이 그것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이건 이제 버려야겠네요!”그러나 서인은 한 번 흘깃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했다.“놔둬.”그 말에 현빈은 더 이상 건드리지 않았다. 현빈이 다른 일을 마치고 다시 돌아왔을 때, 서인은 부서진 탁자를 완전히 분해하고 있었다.그는 그 나무판자를 가져다가 애옹이와 야옹이의 집 사이에 덧대고 있었다. 애옹이는 아직 어려서 나무 지붕에서 야옹이 쪽으로 뛰어내릴 때마다 자주 미끄러졌다.하지만 이제는 그사이에 작은 다리가 생겼으니, 더 이상 떨어질 일은 없을 터였다.현빈은 벽에 나무판자를 못질하는 서인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우리 형님
임유민은 더욱 흥미로워하며 물었다.“구은정 아저씨는 어떻게 반응했어?”“그, 그게...”임유진은 문득 마지막 순간, 유진이 반사적으로 서인의 옷깃을 붙잡았던 기억이 떠올랐다.어두운 밤, 희미한 빛 속에서 본 그의 표정 다시금 얼굴이 새빨개졌다. 유진은 황급히 그 순간의 기억을 밀어내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서인의 반응을 떠올려 보려 했다.하지만 그때 상황이 너무나 급작스러웠다. 서로 예상하지 못했던 흐름에 유진은 당황한 나머지 그대로 도망쳐 나왔고,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서인의 얼굴이 어땠는지조차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하지만 확실한 건 서인이 자신의 키스를 거부하지 않았다는 것. 아니, 아주 잠깐 저항했던 것 같기도 하다.그러나 유진이 술김에 더욱 과감하게 나서자, 결국 서인도 서서히 받아들이며 주도권을 잡았던 듯했다.둘은 꽤 오랫동안 서로를 탐하며 키스했다. 그 생각이 다시금 떠오르자, 유진은 또다시 얼굴이 달아올랐다.다행히 어두운 테라스에서는 티가 잘 나지 않았다. 유민은 그녀의 반응을 보고는 신이 난 듯 말했다.“오! 잘했네! 이렇게 빨리 진전이 있을 줄이야!”유진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확실한 것도 아닌데, 너무 성급하게 말하지 마.”유민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응원했다.“힘내! 몇 번 더 키스하면 확실해질 거야.”“야!”유진은 유민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부끄러움과 당황스러움이 섞인 감정에 웃음이 터질 뻔했다.‘하지만 과연 그런 기회가 다시 올까?’그날 밤, 서인은 뒷마당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이문과 오현빈은 다시 위층으로 올라가 술을 마시며 카드놀이를 했다. 누군가 서인을 불렀지만, 그는 대충 응답만 하고 조용히 자기 방으로 향했다.문을 열자마자, 서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애옹이가 언제 들어왔는지, 자신의 침대 한가운데서 아주 편안한 자세로 잠들어 있었다.서인은 고양이를 싫어했다. 언제나 무심하고 냉정하게 대했지만, 이상하게도 애옹이는 그를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심지어 매번 서인의
공기마저 멈춰버린 듯한 순간이었다....임유진은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지만, 얼굴이 여전히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마치 잘 익은 사과처럼.이리저리 뒤척이며 좀처럼 잠이 오지 않자, 결국 유진은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기로 했다.테라스로 나가 보니, 밤하늘은 흐린 구름으로 가득 차 있었고, 달빛조차 비치지 않았다. 별 하나 없이 검게 가라앉은 하늘.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그녀의 마음도 복잡하게 뒤엉켰다.어디론가 뛰쳐나가고 싶기도 했고, 알 수 없는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그녀는 무심코 휴대폰을 꺼내, 익명으로 SNS 고민 상담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남자가 여자에게 반응하는 건, 그 여자를 좋아해서일까요?]잠시 후,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그렇죠.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에게만 반응한다고 하더라고요.][제가 남자인데, 확실하게 말씀드릴게요. 여자가 충분히 매력적이면 다 반응해요.][윗댓 의견 반대요. 그럼 동물과 다를 게 뭐예요?][애초에 인간도 동물이잖아요.]...유진은 계속해서 새로 고치며 댓글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읽었다. 어떤 댓글을 보면 마음이 설레다가도, 또 어떤 댓글을 보면 불안해졌다. 혼란스러움과 기대감이 엇갈려 마음이 쉴 새 없이 출렁였다.그때, 갑자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잠도 안 자고 여기서 뭐 해?”임유민이었다. 유진은 화들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 화면을 급히 껐다. 그러고는 서둘러 휴대폰을 뒤로 감추며 더듬거렸다.“아, 아냐! 아무것도 안 했어!”유민은 그녀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뭐야, 뭔가 나쁜 짓이라도 한 거야?”유진은 얼굴이 뜨거워지며 발끈했다.“꼬맹이는 신경 꺼!”그러자 유민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부모님 출장 가시면서 누나 나한테 맡기고 가셨거든? 그러니까 누나 문제는 내 문제지. 뭔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 조언해 줄 수도 있으니까.”유진은 반박하려다가, 자기보다 한 뼘은 더 큰 동생을 바라보며 체념
후원에는 벽에 걸린 벽등 하나만이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온 마당은 은은한 황금빛에 감싸여 몽환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장미꽃은 조용히 피어 있었고, 애옹이는 작은 집 안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야옹이는 바닥에 엎드린 채 앞발로 날아다니는 벌레를 잡고 있었다.서인은 등나무 의자에 앉아 몸을 뒤로 기대고 있었고, 마치 깊은 잠에 빠진 듯 보였다.서인은 오늘 많은 술을 마셨다. 기분 좋은 이유도 있었지만, 그중 절반은 유진 대신 술을 받아 마셨기 때문이었다.유진은 조용히 다가가, 서인의 앞에서 몸을 숙였다. 그가 정말 잠든 건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어느새 넋을 잃고 말았다.서인의 짙고 선명한 눈썹은 마치 한 자루의 검처럼 날카롭고 선명했다. 책에서 묘사하는 ‘긴 눈썹이 관자놀이까지 이어진다’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였다.그 눈썹만 봐도, 서인의 차갑고 오만한 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눈은 길고 날렵했으며,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콧날은 오뚝하고 반듯해, 본래부터 강직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턱선에는 거칠게 자란 수염이 덮여 있어, 평소보다 다섯 살은 더 나이 들어 보였다. 하지만 그런 모습도 상관없었다.서인이 어떤 모습이든, 유진은 다 좋아했으니까. 그러다 문득, 그의 수염을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리고, 행동은 생각보다 빨랐다.유진은 거의 고민할 겨를도 없이 손을 뻗었다. 서인의 턱에 닿기 직전 갑자기 서인이 눈을 번쩍 떴다.서인의 눈빛에는 날카로운 경계와 서늘한 기운이 번뜩였다. 산길에서 적들의 포위에 둘러싸였을 때처럼, 그의 몸에는 순식간에 살기가 감돌았다.유진은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으나 뒤에 있던 탁자에 걸려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낡은 탁자는 이미 몇 번이나 수리를 거쳤던 터라, 유진의 몸무게를 버틸 수 없었다.쾅! 순식간에 탁자가 부서졌다. 몸을 지탱할 곳이 사라지자, 유진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그 순간 굵은 손이 유진의 팔을 붙잡
이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고, 갑자기 가게 안이 환하게 밝아졌다.오현빈을 비롯한 직원들이 술과 안주를 들고 뛰어나오며 큰 소리로 외쳤다.“생일 축하해요!”이문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멍하니 웃었다.“내 생일이었어?”“자기 생일도 모르다니!”임유진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케이크를 그 앞에 내밀었다.“자, 촛불 끄고 소원 빌어요!”이문은 굳은 얼굴로 기계적으로 촛불을 불어 끄자 유진이 곧장 말했다.“소원도 안 빌고 그냥 끄면 어떡해요!”이문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긴장해서 깜빡했어!”유진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긴장할 게 뭐 있어요?”그때, 오현빈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손에 묻힌 생크림을 이문의 얼굴에 문질렀다. 이문은 한순간 얼어붙더니, 이내 손을 뻗어 현빈을 쫓기 시작했다.조용하고 따뜻했던 생일 파티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유진은 한가운데에서 입을 가린 채 웃음을 터뜨렸다.그녀의 웃음소리는 맑고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서인은 카운터에 기대어 서서 사람들의 장난을 바라보았다.평소의 냉랭한 표정과는 달리, 이날만큼은 희미한 미소가 얼굴에 걸려 있었다. 한 직원이 장난을 치려다 유진에게 다가갔다.그러나 유진이 반응하기도 전에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긴 팔이 앞으로 뻗어져 나가, 상대의 손을 막아섰다.서인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군가 너한테 묻히면, 그대로 돌려줘. 괜히 억울해하지 말고.”유진은 본능적으로 서인의 뒤로 숨었다. 그리고 서인의 뒤를 따라 움직이며 사람들의 난장판을 피해 도망쳤다.유진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거의 서인의 어깨에 기댄 채 숨을 헐떡였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유진은 새로운 케이크를 꺼내며 작게 으쓱했다.“다행히도, 저는 항상 대비책을 준비하죠!”유진은 케이크를 조심스럽게 자르고 원래는 서인에게 주려 했지만, 문득 장난기가 발동했다. 손가락으로 크림을 살짝 묻혀 서인의 얼굴에 바르려 했다. 그러나 서인은 재빠르게 몸을 뒤로 피하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검은 눈동자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서인이 보였다. 임유진은 기분이 한껏 좋아져 환한 미소로 인사했다.“사장님!”“응.”그러나 서인은 무심한 듯 가볍게 대답했을 뿐, 바로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에 유진은 잠시 멍해졌다. 하지만 가게 안 손님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우선 앞치마를 두르고 일손을 거들기로 했다.주방에서 음식을 나르던 중, 이문이 유진에게 따뜻한 국 한 그릇을 내밀었다.“이거, 너랑 사장님이 산에서 가져온 산나물로 끓인 버섯 갈비탕이야. 갓 끓였으니까 맛 좀 봐.”유진은 국물에 떠 있는 버섯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입안에 퍼지는 깊고 진한 풍미에 그녀의 눈이 반짝 빛났다.“와, 너무 맛있어요!”“나도 좀 먹어볼까?”오현빈이 다가와서는 직접 손으로 갈비 하나를 집어 들고 한입 베어 물었다. 현빈은 음미하듯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향이 진하네. 이게 진짜 자연산 버섯이지!”그는 유진을 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그런데 오늘은 왜 저녁까지 여기 있어?”유진은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오빠들이 보고 싶어서요. 마침 오늘 일찍 끝나기도 했고요.”현빈은 히죽 웃으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우리 보고 싶었던 거야? 아니면 어떤 사람 보고 싶었던 거야?”이에 유진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다 알면서 왜 물어요?”현빈은 유진에게 더욱 다가가 목소리를 낮췄다.“어제 형님 집에 갔더니, 밤늦도록 방에 불이 켜져 있더라. 아무래도 너 생각하느라 잠 못 잔 거 같은데?”유진의 볼이 붉어지며 눈을 굴렸다.“어떻게 그렇게 단정해요? 혹시 그냥 잠이 안 온 걸 수도 있잖아요.”“딱히 다른 이유가 있겠어?”현빈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자, 유진의 입가에는 자연스레 달콤한 미소가 번졌다.“고마워요, 오빠!”“고맙긴, 우린 그저 축하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니까!”유진은 장난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결혼식 날은 사흘 동안 파티 열어드릴게요!”현빈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바로 그때, 서인이 주방으로 들어오며 차가운 목
“그 토끼도 내 거잖아요? 내 물건으로 내 토끼 먹인 건데, 돈을 받을 수 없죠!”박민란은 단호하게 임유진의 손에 돈을 쥐여주었다.“그리고...”박민란은 다른 바구니에서 화분 하나를 꺼내 들었다. 화분 속에는 난초 한 그루가 자리하고 있었다.“이 난초는 꽤 좋은 품종이에요. 기념 삼아 드릴 테니, 나중에 시간이 되면 또 산에 놀러 오세요.”임유진은 난초를 받으며 말했다.“감사해요!”박민란은 손사래를 쳤다.“우리가 오히려 감사해야죠.”서인은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눈 후, 유진과 함께 강성으로 돌아가기 위해 출발했다. 자동차가 산길을 따라 달렸다. 유진은 창문을 내리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환하게 웃었다.“정말 잔뜩 챙겨서 돌아가네요!”서인은 어젯밤 자신이 한숨도 못 자고 뒤척였던 걸 떠올리며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정작 그녀는 마냥 즐거운 얼굴이라니. 하지만, 어쨌든 이 여행도 끝났다.강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였다. 차가 샤부샤부 가게 앞에 멈추자, 오현빈을 비롯한 직원들이 뛰어나왔다.서인이 차에서 내리고, 유진과 함께 가게로 들어가려던 순간, 서인은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며칠 동안 함께 지내며, 어느새 서인에게는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어버린 듯했다.현빈은 서인과 유진의 맞잡은 손을 보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서인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 조금 어색한 듯 유진의 손을 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어서 일하러 가자.”유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며칠 놀았더니 다시 일하러 가기가 싫어지네요.”서인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며칠은 단지 예외일 뿐이야.”서인의 차분한 눈빛을 마주하자, 유진의 마음 한구석이 싸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품에 안고 있던 난초를 바라보았다.“난 애옹이 보러 갈게요. 난초도 마당에 놓고 와야 하고요.”그렇게 말한 후, 유진은 뒷마당으로 향했다.한편, 현빈과 직원들은 차에서 짐을 내리고 있었다. 그러다 현빈이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서인에게
임유진이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한 서인은 그녀를 살짝 밀어내고, 이불을 사이에 두고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그는 좀처럼 잠들 수 없었다.몸속을 타고 도는 술기운이 이제야 본격적으로 올라오는 듯했고, 유진에게서 은은하게 풍기는 향기가 술기운을 더욱 자극했다.잠시 후, 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찬물로 샤워를 한 뒤, 창가에 서서 한동안 밤바람을 맞았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동이 틀 무렵이 되어서야 서인은 다시 침대로 돌아갔다.그 사이, 유진은 이불을 걷어차고 있었다. 그녀는 두 개의 베개 사이에 머리를 묻고, 가느다란 숨소리를 내며 깊이 잠들어 있었다.이 순간만큼은 꽤 얌전해 보였다. 그러나 서인이 자리에 눕자마자, 유진이 몸을 뒤척이며 다시 그의 품으로 굴러들어 왔다.‘오늘 밤, 잠은 포기해야겠군.’다음 날 아침, 유진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훤히 떠 있었는데, 침대에는 유진 혼자뿐이었고, 서인은 보이지 않았다.유진은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밖에서 사람들의 이야기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창문을 열어 내다보니, 서인과 안토니가 산길을 따라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서인은 검은색 운동복 차림이었다. 아침 햇살이 서인의 어깨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으며, 평소의 거친 분위기를 감싸 안았다.서인에게서 풍기는 느슨한 여유가 사라지고, 더없이 당당하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빛나고 있었다. 유진은 창틀에 두 팔을 올려 기대며 그를 바라보았다.맑고 영롱한 유진의 눈동자에는 오직 서인만 담겨 있었고, 입가에는 은근한 미소가 떠올랐다.둘이 가까이 다가오자, 유진이 소리쳤다.“어디 갔다 오는 길이에요?”서인은 고개를 들어 유진을 올려다보았다. 차갑고 깊은 눈빛이 그녀를 향할 때, 그 안에는 자신도 깨닫지 못한 부드러움이 깃들어 있었다.유진 또한 서인을 향해 눈길을 내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얇은 아침 안개 너머에서 조용히 마주쳤다.산속의 안개가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은 채 산봉우리를 감싸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