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관리자는 하녀들이 남자를 유혹하지 못하게 명령하면서도 남자들을 더 많이 차지하려고 했다. 그래서 아까 소희를 막았던 여자는 소희가 남자와 무대에서 키스하며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질투와 분노에 사로잡혔다.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주석형은 어디 살고 있지?”하녀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말이 없었다. 그러자 소희는 옆에 있던 누군가가 마시다 남긴 술병을 집어 들었다. 리나는 즉시 말했다.“13층, 1302호!”“알았어.” 소희는 차분하게 응답하고 발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갔다.술집강아심은 헤이브와 춤을 추고는 바에 있는 임구택을 찾았다. 구택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시간이 다 됐으니까 돌아가야겠네요.”“좋아요.” 아심은 미소 지었다. 두 사람은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헤이브가 옆에서 막 지나가고 있었고, 헤이브는 같이 술을 마시고 있던 여자를 안고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이디야 님, 라나 씨.”구택이 말했다.“아까 들으니 제가 부재중일 때 취한 라나를 헤이브 씨가 챙겨줬다더군요.”헤이브의 표정은 흠잡을 데 없었다.“그렇습니다. 이디야 님, 신경 쓰지 마세요.”아심은 구택의 곁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우리 가요.”구택은 헤이브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아심을 데리고 나갔다. 이윽고 헤이브 옆의 여자는 놀란 듯 말했다.“저 사람이 이디야인가요? 정말 잘생기고 멋있네요!”그러자 헤이브는 웃으며 말했다.“마음에 들어?”이에 여자는 헤이브의 팔을 안으며 말했다.“아니요, 제 마음속에는 오직 헤이브 님뿐이에요!”헤이브의 눈은 차가웠지만, 손에 들고 있던 에메랄드를 여자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건 오늘 밤의 보수야. 잘 가!”여자는 놀란 표정으로 헤이브를 바라보며, 손에 든 단단한 보석을 만지며 잠시 혼란스러웠다.소희는 13층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민니가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민니는 손을 들어 입술을 닦고 손에 든 다이아몬드를 바라보며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소희는 카트를 밀고 다가가며 큰
레이든이 소희를 죽였다면 좋았을 텐데, 결국 소희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소희에게 기회가 있으면, 소희는 반드시 도망칠 것이었다.‘지금 하녀로 변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레이든에게 복수하려고? 내가 모르는 비밀이 있을까?’만약 주석형이 그것을 발견한다면, 석형은 소희를 지옥으로 보낼 수 있을 것이었다. 석형의 눈에는 복수심이 타올랐다. 석형은 엘리베이터를 보고 소희가 1층으로 내려가는 것을 확인하고,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석형도 내려와서 소희가 야식을 들고 차에 타는 것을 보았다.‘어디로 가는 걸까?’석형은 즉시 다른 차를 타고 뒤따라갔다. 요하네스버그의 도로는 사방으로 뻗어 있고, 밤에는 나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고, 불빛은 희미했다. 멀지 거리를 유지하며 소희를 따라갔다. 그리고 곧이어 소희의 차가 별장 지역으로 들어갔다.석형은 차를 길가에 세우고 소희가 음식 상자를 들고 별장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석형도 차에서 내려 나무 그림자 아래에서 별장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것은 이디야가 사는 곳이었다.‘야식을 배달하러 온 걸까? 정말 밤 음식을 배달하러 온 걸까,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걸까?’석형은 더욱 궁금해지고 흥분했다. 석형은 나무 그림자 아래에서 잠시 기다렸지만, 소희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소희가 분명 이디야에게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고 있다고 확신했다.‘이디야를 알고 있을까? 그들은 요하네스버그에 왜 온 걸까?’잠시 더 기다린 후, 주석형은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피며 벽을 넘었다. 고개를 들어 2층 창문을 보니,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껴안고 키스하는 그림자가 보였다. 그러자 석형의 심장이 두근거렸는데 소희와 이디야의 큰 비밀을 발견한 것 같았다. 석형은 소희가 이디야를 유혹하고 이용해 레이든을 대적하려고 한다고 추측했다.창문에 그림자가 사라졌는데 아마도 방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이에 석형은 별장 아래로 달려가 몸을 날려 가볍게 창문을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창문을 잡고 한 손으로는 휴대폰을 꺼내 사
주석형은 익숙한 얼굴을 보며 충격에 눈을 크게 떴고 임구택은 다시 손을 들어 주석형의 머리를 겨누고 총을 쐈다. 그러고는 총을 내리고 석형의 일그러진 얼굴을 짓밟으며 무심하게 말했다.“레이든에게 가서 시체를 수습하라고 전해!”명요가 즉시 대답했다. 그리고 10분 후, 레이든은 별장에 도착했다. 레이든은 석형의 시체를 한 번 쳐다보고 나서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구택을 보았다.명요는 별장의 모니터 화면을 가져와 레이든에게 보여주었다. 모니터에 석형이 별장 밖에 도착해 벽을 넘고 나무 그림자에 숨어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 후, 석형은 2층 창문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의 모니터 화면은 없고, 여자 비명 소리와 총성이 들렸고 석형이 발코니에서 떨어지는 장면이 보였다. 이어 명요는 레이든에게 말했다.“이 창문 안은 라나 씨의 방입니다.”레이든이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도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구택은 담배를 끄고 차분하게 말했다.“라나가 놀라서 바로 총을 쐈어요. 주석형이 당신의 사람인 줄 몰랐어요. 미안하네요.”하지만 구택의 목소리에는 미안함의 기색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약간의 분노가 섞여 있어 레이든은 더욱 난감해졌다.“아닙니다. 이런 일이 생기다니 정말 부끄럽습니다. 라나 씨를 놀라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직접 사과드리고 싶습니다.”“괜찮습니다.” 강아심이 계단에서 나타났다. 아심은 몸을 단단히 가리고 얼굴을 얇은 베일로 덮었다.“이건 주석형의 개인적인 행동일 뿐, 레이든 씨와는 관련이 없습니다.”레이든은 일어났다.“어쨌든, 이디야 님과 라나 씨에게 폐를 끼쳐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디야 님이 어떤 요구를 하시든, 저는 거부하지 않겠습니다.”“요구는 없고, 다만 당신의 부하들에게 신경 쓰라고 하세요. 나를 건드리지 않도록요!” 구택은 소파에 기대어 느긋한 자세로 말했지만, 목소리에는 위협이 담겨 있었다.“걱정하지 마세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레이든
소희는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고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나를 지금 보고 있는 거야? 볼 수 없을 텐데.하지만 정말 우연이었다.소희는 물을 들고 위층으로 걸어갔다.“난 자러 갈게요!”“가서 편히 자요. 내일 아침에 내가 깨우러 갈 테니까.” 남궁민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부드럽게 말하자 소희는 걸음을 멈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일 아침 9시가 지나도 내가 깨지 않으면 그때 깨워줘요!”소희는 스스로 깨어나고 싶었다. ‘처음 실험실에서 깨어났을 때도 스스로 깨어났었는데, 왜 지금은 그럴 수 없는 걸까?’이에 남궁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잘 자!”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그랬기에 오늘 밤 소희가 악몽에 시달리지 않고 잘 자기를 기원했다. 소희는 위층으로 올라갔고 남궁민은 테이블에 기대어 소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눈이 부드러워졌다. 요하네스버그의 일이 끝나면 남궁민은 파리로 가서 거래할 것이다. ‘어떻게 소희를 데려가지?’소희가 남궁민의 곁에 자주 있게 된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이었고 남궁민은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소희는 오늘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처음에는 잠을 거부했지만, 이제는 무뎌졌다. 비록 소희는 여러 번 그 꿈의 반복 속에 갇혀 있을지라도, 이제는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적어도 꿈속에서는 소희가 백양 그들과 함께 싸우고 함께 죽을 수 있었다.때때로 소희가 남궁민에 의해 깨어났을 때, 순간적으로 백양 그들이 다른 시공간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했다. 함께 임무를 수행하고, 심지어는 이미 자기를 기다리다 지쳤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만약 자기가 깨어나지 않고 그들이 꿈속에서 죽지 않았다면, 그들 사이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매번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소희는 스스로 생각을 멈추도록 했다.소희는 백양 그들을 만나러 갈 수 없었다. 소희에게는 구택이 있었다. 소희는 몸을 웅크리고 휴대폰을 켰는데 구택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부적절한 생각을 억누르려고 노력했
“소희야, 일어나!”“아!”소희는 낮게 비명을 지르며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소희는 깜짝 놀라며 임구택을 바라보자 구택은 바로 소희를 품에 안고 낮은 목소리로 달래며 말했다.“악몽을 꿨어? 나 여기 있어, 남편이 여기 있어.”소희는 낮게 숨을 쉬며 구택의 가슴에 기대어 빠르게 진정되었다. 밖이 여전히 어두운 밤이라는 것을 보고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이 왜 여기 있어?”‘그리고 대체 무슨 옷을 입고 있는 거야?’구택은 고개를 들며 손가락으로 소희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걱정스럽게 말했다.“어떤 꿈을 꿨길래 이래?”소희는 구택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이제 깨어났어.”소희는 구택을 살피며 말했다.“내게 선물을 주려고 왔어?”구택은 웃으며 말하자 소희는 구택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응, 메리 크리스마스!”“선물 필요 없어.” “그럼 뭘 원해?” 구택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너를 원해.” 소희는 부드럽게 말하고는 몸을 기울여 구택의 붉은 입술에 키스했다. 그리고 구택은 소희의 손목을 잡아 침대에 눕히고 몸을 기울여 키스했다. 소희가 고개를 들어 키스에 응답하면서 더 많은 것을 원했다.어떤 선물도 소희를 기쁘게 할 수 없었기에 결국, 구택은 자신을 소희에게 선물로 주었다. 물론, 구택 또한 소희를 선물로 받았다. 사랑은 상호작용하는 것이었고 둘은 서로에게 심취해 시간이 지나가는 줄 몰랐다.동이 트기 전, 구택은 떠났고 소희는 피곤했지만 다시 잠들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 침대로 돌아와서 구택이 준 선물을 보았다. 그것은 목걸이였고, 펜던트는 회전하는 고전적인 시계판이었다. 옵시디안으로 만들어진 지판으로, 다이아몬드 숫자가 새겨져 있었고, 시계판을 돌리면 부드러운 음악이 울렸다.소희는 잠시 목걸이를 보고, 시계판을 뒤집어 보았다. 뒤에는 SL이라고 새겨져 있자 이 선물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두 사람의 성을 이니셜을 새겼고, 구택은 자신의 성을 소희의 뒤에 두었다.소희는 이 선물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정교
소희는 대답했다.[지금은 비밀, 강성에 돌아가면 보여줄게.][좋아, 지금부터 기대할게.]소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뒤로 젖혀 침대에 누웠다가 구택은 다시 영상통화를 걸었다.“밤에 잘 못 잤지? 조금 더 자. 내가 지켜볼게.”소희는 얼굴을 부드러운 베개에 파묻고, 조각 같은 얼굴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보고 싶어서 잠이 안 와.”구택은 침대에 기대어 뜨거운 눈빛으로 말했다.“다시 갈까?”이에 소희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너도 좀 쉬어.”“우리 함께 자자. 영상 끄지 말고, 내가 널 지켜보게 해줘!”소희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며 깨어났다. 자신이 정말 잠들어 구택에게 현재의 잠든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두려워 눈을 다시 떴다.“이렇게 보고 있으면 잠이 안 오니까 영상을 끌게!”곧이어 구택이 낮은 웃음소리로 말했다.“함께 잘 때는 잘만 자더니!”소희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그건 다르지!”“그럼 영상을 끄고 푹 자!” 구택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그런데, 밤에 무슨 악몽을 꿨어?”소희는 잠시 멈추고 말했다.“그냥 예전 일들이었어.”구택은 소희가 또다시 어린 시절의 꿈을 꿨다고 생각하자, 안쓰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소희야, 다 지난 일이야!”그러자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냥 가끔 꿈에 나와.”구택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준 목걸이를 차고 있어. 내가 네 옆에 있는 것처럼, 푹 자.”“너도!” 소희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영상 끌게!”“응.”소희는 영상을 끄고, 두 사람이 이전에 나눴던 채팅 기록을 잠시 보았다.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고, 손목시계를 가슴에 대며, 시계 바늘의 움직임을 느끼자 매우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소희는 다시 잠들지 못하고, 침대 옆의 램프를 켜고, 아무 책이나 꺼내 읽기 시작했다.밤새도록 책을 읽고 아침 7시, 소희는 상쾌한 기분으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소희는 자신의 문 앞에서 잠든 산타클로스를 보았다. ‘여자
거실에는 아무도 없어서 민니는 곧장 침실로 걸어갔다. 민니가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뒤에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그러자 민니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려 했지만, 목덜미에 통증이 느껴지며 바로 기절했다.소희는 바닥에 쓰러진 민니를 흘끗 쳐다보고는 바로 침대로 끌어올렸다. 약병을 꺼내 민니의 얼굴에 약물을 붓자, 약물이 민니의 얼굴에서 녹아 흘렀고 잠시 후, 소희는 민니의 얼굴에서 인조 가죽 마스크를 벗겨냈다.소희가 그 마스크를 쓰자, 소희의 얼굴은 완전히 변했는데 그 어떤 티도 나지 않았다. 소희는 민니의 몸에서 지하 12층으로 가는 카드를 찾은 뒤, 입을 막고 침대에 묶어 놓고 나갔다.소희는 곧바로 지하 12층으로 향했다. 민니의 카드는 특정 엘리베이터에서만 작동했고,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바깥에는 라펠트와 라펠트의 여자가 살고 있는 방이 있었다. 그리고 실험실 쪽은 들어갈 수 없었다.라펠트는 없었고, 여자는 소파에서 마스크팩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민니가 들어오자 눈치를 못 채고 말했다. “오늘은 좀 일찍 왔네!”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청소하기 시작했다.여자는 마스크팩을 떼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여름의 모래사장으로 갔는데 아마도 수영하러 간 것 같았다. 소희의 눈에 숨겨진 렌즈가 미세한 파란빛을 내며 방을 수색했지만, 감시 장비는 발견되지 않았다. 곧 소희는 간미연과 연결되자 간미연이 말했다. “자료는 컴퓨터에 없을 거야. 아마 라펠트가 어디 다른 곳에 숨겨놨을 거야. 서재를 찾아봐.”소희는 알겠다고 대답하며 서재로 걸어갔다. 서재는 매우 컸고, 무기 관련 서적이 가득했다. 소희는 책장을 살펴봤지만, 비밀 장치나 숨겨진 공간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도 아무런 단서가 없었다. 이에 미연은 의아해하며 말했다. “도대체 자료를 어디에 숨겼을까? 라펠트가 지하 12층을 떠날 수 없기 때문에, 자료는 라펠트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곳에 있어야 해.”소희는 책상 안팎을 모두 뒤졌지만, 마우스에 손을 대려던 순간, 미연이
다른 하녀가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라니의 상태가 엄청 끔찍했어요!”“어땠는데?” 소희가 묻자 리나가 말했다. “내가 데려다줄게,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오면 안 돼. 관리자에게 들키면 곤란하거든.”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우리 둘이서만 가자.”이에 리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건물을 빠져나와 리나는 요하네스버그의 지리를 잘 알기에 감시를 피해 숲길을 따라 소희를 빠르게 이끌었다. 두 사람은 계속 걸어 담장 근처에 다다랐다. 한참 큰 풀이 무성한 곳에 한 사람이 누워 있었다. 소희가 앞으로 나가려 하자, 리나는 무의식적으로 소희를 잡아당겼다. “조심해!”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꽤 자란 풀을 밟고 걸어갔다. 풀숲에는 한 소녀가 누워 있었는데, 머리카락과 옷차림으로 하녀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온몸의 피부는 이미 썩어 문드러져 고름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얼굴은 더욱 참혹해서 보기 힘들었다. 고름으로 뒤덮인 몸에서는 악취가 났지만, 파리 한 마리조차 가까이 오지 않았다.라니는 누군가 온 것을 느꼈는지, 약하게 눈을 뜨고 리나를 바라보았다. 리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공포에 질려 입을 틀어막았다. 라니의 입술은 완전히 썩어 떨어져 두 줄의 치아가 드러나 있었고 입을 열었지만,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소희는 라니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어때?” 리나가 쉰 목소리로 물었는데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은 표정이었다. 이에 소희는 냉정하게 물었다. “누군가 라니를 건드린 적이 있어?”그러자 리나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맨사가 리나를 발견했고, 우리는 뭔가 잘못된 것을 느꼈어. 아무도 가까이 가지 않았고 나중에 경비가 지나갔을 때, 우리는 모두 돌아왔어.”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나는 살 수 없어. 건드리지 마.”소희의 말이 끝나자마자, 리나는 다급한 발소리를 들었다. 이에 소희는 급히 리나를 잡아 나무줄기를 붙잡고 리나를 들어 올렸다. 그 후, 자신도 따라 올라갔다. 리나의
도씨 저택.방문객이 찾아와 도경수는 서재에서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강재석은 마당을 천천히 산책하고 있었다.도도희는 화원에서 이반스와 대화를 나누던 중 멀리 보이는 강재석의 모습을 발견하고, 몇 마디를 나눈 후 강재석 쪽으로 걸어갔다.“날씨가 많이 덥네요. 제가 더위를 식히는 시원한 매실청 타올게요, 정자에서 잠시 앉아 계세요. 제가 바로 가져올 테니까요.”강재석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지.”도도희는 곧 매실차를 준비해 다과를 들고 와 강재석 앞에 놓았다.“제가 조제법을 조금 바꿔서 너무 차갑지 않아요. 딱 적당할 거예요. 한 번 드셔보세요.”강재석이 한 모금을 마시고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했다.“정말 맛있네.”도도희는 주전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어젯밤에 아심이랑 시언이 같이 집에 들어왔어요. 보아하니 두 사람이 완전히 화해했나 봐요!”그러자 강재석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우리 시언의 성격은 내가 잘 알지. 아심이가 마음고생 좀 했겠구나.”도도희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심이와 시언이 둘 다 제 아이들이나 마찬가지예요. 그저 두 사람만 행복하다면 누가 먼저 마음을 풀든 상관없죠.”“게다가 시언이 아심이를 얼마나 마음에 두고 있는지, 저도 다 보고 있거든요.”도도희는 강재석의 찻잔을 다시 채워주며 말했다.“그리고, 저 이반스와 교제하기로 했어요. 저를 오랫동안 좋아해 줬거든요.”“예전에는 이재희를 잊지 못해 제 자신이 행복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아이도 찾았고 마음의 짐도 내려놓았어요.”“인생은 짧으니, 저를 좋아해 주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강재석은 잔잔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이반스가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너를 찾아온 걸 보면 진심이 느껴지네. 내가 봐도 정직하고 믿음직스러운 사람 같아. 네가 좋아한다면 된 거야.”도도희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예전에 받아들이지 못했던 건 제 문제였죠.”“이번에 한국에 돌아와 이재
아심은 그의 가운을 꼭 잡으며 게으른 듯한 눈빛에 약간의 매력을 담아 작게 항의했다.“여기가 집인데, 이렇게 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요?”‘더구나 집에 오기 전에도 이미...’강시언은 아심을 침대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촉촉한 입술을 가볍게 쓸었다.“아무것도 안 할 거야.”아심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우리가 이불 덮고 수다나 떨자는 거예요?”시언은 그녀 옆에 누워 태연하게 대답했다.“수다는 안 해. 그냥 잠만 잘 거야. 네가 자는 걸 내가 지켜볼게.”아심은 오늘 밤 시언의 행동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자신을 오해했다는 걸 깨닫고 죄책감에 시달리는 건가?아니, 그건 절대 아니었다. 죄책감이라니, 그 단어는 이 남자와는 거리가 멀었다.아심은 눕고 나서도 시언의 차가운 우드 앰버 향기를 맡으며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결국 아심은 시언의 허리를 향해 손을 뻗었고, 시언은 그 손을 붙잡으며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도도희 이모가 바로 옆방에 있어. 딴생각하지 말고 자기나 해.”아심은 억울해하며 작게 중얼거렸다.“너무 과민한 거 아니에요.”시언은 아심을 바라보며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내가 과민해?”시언은 아심의 손을 가볍게 당겨 자신의 품에 넣으며 그녀의 숨소리가 순간적으로 가빠지는 것을 들었다. 아심은 살짝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뺀 뒤 눈을 감고 진지하게 자는 척했다.그러나 잠시 후, 시언은 아심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 맞추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자제를 못할까 봐 겁난 거야.”아심의 마음은 이미 진정되었지만, 시언의 한마디에 심장이 다시 한번 쿵 하고 요동쳤다....아심이 잠든 후, 시언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닫고 이불을 정리해 그녀를 덮어주고 나서야 그는 조용히 방을 나섰다.그러나 문을 열자마자 맞은편 방에서 막 나오는 도도희와 마주쳤다. 도도희는 시언을 흘끗 보더니, 갑자기 방향을 돌리며 머리를 한 번 두드렸다.“내가 잠결에 꿈을 꾼 모양이야. 아무것도 못 본 걸로 할
강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좋아요.”“가서 쉬어.”도도희는 아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뒤, 방으로 들어갔다.강시언은 방으로 돌아와 샤워한 후,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고, 화면을 확인한 그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시언은 전화를 받아 담담하게 말했다.“여보세요.”[지승현이예요.]“알고 있어요.”승현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이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오늘 일은 제가 아심이를 부탁한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라요.]시언의 목소리에는 아무 감정이 묻어나지 않았다.“이미 끝난 사이면, 서로 방해하지 않는 게 맞겠죠.”승현은 더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오해하지 마세요. 아심이와 제가 과거에 잠시 함께했던 건, 아심이 저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한 거였어요.]시언은 무심히 물었다.“어떤 빚 말이죠?”그러자 승현은 아심이 급성 질환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던 일과, 자신이 아심을 위해 서명하고 병실에서 밤을 새웠던 이야기를 차근차근 설명했다.시언은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며, 목소리가 낮고 거칠게 변했다.“아심이가 진 빚은 내가 대신 갚죠.”그러나 승현은 즉시 말했다.[저는 아심이에게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아요. 아심을 진심으로 친구로 대했을 뿐이에요.]시언의 목소리는 한층 차가워졌다.“진정으로 아심을 친구로 여긴다면, 더 이상 당신의 집안 문제에 아심을 끌어들이지 마세요.”“당신 어머니가 아심에게 막말을 퍼부었을 때, 내가 간신히 참아서 그분에게 손대지 않았던 걸 아세요?”승현은 깊은 죄책감을 느끼며 말했다.[정말 감사드려요. 말씀하신 대로 앞으로는 아심이를 저희 집안의 문제에 끌어들이지 않도록 할게요.]시언은 승현이 자신과 아심의 관계를 존중하려는 태도에 내심 인정하는 마음이 들었다.“그동안 아심을 돌봐줘서 고마워요.”잠시 침묵이 흐른 뒤, 승현이 진지하게 말했다.[아심이는 당신을 정말 소중히 여겨요. 그러니 부디 소홀히 대하지 말아줘요.]시언은 짧게 대답했다.“그건
본래 계획했던 반격은 이제 마지막 한 걸음만 남겨두고 있었지만, 권수영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이제는 그녀가 승현의 미래까지 멋대로 결정해 버린 셈이었다.승현은 깨끗하고 정직한 이미지를 유지하려 했지만, 지씨 집안처럼 음모와 갈등이 난무하는 환경에서 두각을 드러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그리고 오늘 같은 상황에서, 승현이 과연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 나갈지 미지수였다. 이전에 갈비뼈가 두 개 부러졌을 때조차 그다지 고통을 느끼지 않았던 그였다,하지만, 친어머니의 말은 승현의 마음을 찌르는 비수가 되었다. 갈비뼈로도 해치지 못한 곳은, 오직 가족만이 해칠 수 있는 곳이었다.한편, 아심은 자신을 꼭 잡고 있는 시언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아심은 살짝 가까이 다가가 시언의 손가락과 자기 손가락을 엮으며 부드럽게 웃었다.“직접 데리러 와 줘서 고마워요.”시언은 시언을 힐끗 보며 담담하게 물었다.“내가 오지 않았다면, 아심 씨는 승현과 함께 여기서 더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나?”아심은 한쪽 눈썹을 살짝 올리며 갑자기 멈춰 섰다. 그리고 시언의 손을 놓고는 두 팔로 그의 허리를 단단히 감쌌다.시언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또 시작이네.”시언은 아심의 패턴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잘못을 저지른 뒤 먼저 고개를 숙이고 달래는 방식이었다.호텔의 조용한 복도에서, 아심은 그를 꼭 안고 고개를 들어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절묘한 아름다움과 약간의 교활함이 깃들어 있었다.“내가 일부러 그랬다 하면 믿으실 건가요?”시언은 한쪽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어떻게 일부러?”아심은 천천히 설명했다.“일부러 오늘 저녁 모임에 간다고 말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퇴근하고 제가 없으면 어디 갔냐고 물어볼 거잖아요?”“제가 시간을 딱 맞춰서 당신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제가 예측했죠, 당신이 올 때쯤이면 권수영이 등장할 테니까요. 그때 당신이 날 구해줄 거라고요.”
권수영이 양재아를 데리고 파티장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다투는 듯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기자들까지 모여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권수영은 고개를 돌려 양재아에게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걱정 말아요. 오늘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다 해결할 테니까요. 여기에 온 사람들은 모두 VIP들이에요.”“그러니 오늘 당당히 재아 씨가 승현의 여자친구라는 걸 확정 지어요.”그 말에 재아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끼며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권수영은 재아를 데리고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승현의 옆에 서 있는 아심을 발견하고는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장 화가 난 얼굴로 아심 쪽으로 걸어가며 외쳤다. “강아심 씨, 도대체 여기서 뭐 하는 거죠? 정말 어디든 끼어들어서 승현이랑 엮이려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하네요!”그 말은 마치 폭풍처럼 파티장의 긴장된 분위기를 단숨에 깨뜨렸고, 승 현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어떻게 여길 오셨어요?”권수영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내가 오길 잘했지. 아니었으면 또 네가 방심한 틈을 타서 누가 뭘 할 줄 알고!”아현은 화가 난 얼굴로 나서려 했지만, 아심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았다.이 틈을 타, 지석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둘러 말했다.“형수님, 승현이와 할 얘기가 있으신 것 같으니, 전 먼저 가볼게요.”그러고는 황급히 등을 돌려 자리를 벗어났다. 그와 함께 있던 회사 원로 두 명도 슬그머니 따라 나갔다.“삼촌!”승현은 그들을 따라가려 했지만, 권수영이 승현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승현아, 내가 오늘 누굴 데려왔는지 좀 봐봐.”승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억지로 분노를 억누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엄마, 도대체 뭐 하러 오신 거예요?”권수영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집에 이렇게 중요한 날인데 내가 빠질 수 없잖니. 게다가 내가 재아 씨를 데리고 왔어.”“앞으로 지씨 집안의 정식 며느리가 될 사람이
곧이어, 지석진을 따르듯 회사의 임원 두 명이 추가로 나서 지승현을 비판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승현이 자기 사람들만 편애하고, 임원들을 배척하며,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지석진을 포함한 이들이 오늘 이 자리에 철저히 준비하고 와서 승현을 공개적으로 난처하게 만들려 한다는 것을.승현은 그들이 말을 마치기를 기다린 뒤,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 하나 없었다.“어쨌든 회사 내부의 문제를 이런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지만, 삼촌께서 불만이 있으시니 오늘 모두 앞에서 제가 설명해 드리죠.”승현은 비서에게 준비된 서류와 증거 자료를 가져오도록 지시했다. 비서는 서류 한 무더기를 가져왔고, 승현은 이를 차례로 공개하며 설명하기 시작했다.서류에는 승현이 해고하거나 강등한 직원들이 저지른 각종 비리와 실수가 담겨 있었다. 누군가는 다른 회사에 매수되어 회사 내부 자료를 유출했고, 또 다른 사람은 납품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 회사 이익을 훼손했다. 심지어 일부는 실적을 위해 데이터를 조작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자료에는 지아윤의 비리 증거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자료와 사진은 명백한 증거였다. 이를 본 지석진과 두 임원들은 아연실색했다. 그들은 승현이 이런 증거를 가지고 있을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함께 있던 임원 두 명조차도 자신들이 회사 자료를 유출했다는 증거가 공개되자 당황하며 변명했다.“우리는 억울해! 이건 오해야!”지석진은 이마에 땀이 맺히며 마지막으로 발악하듯 말했다.“그렇다면, 해성 지사의 마동석은? 걔는 항상 일을 잘했는데 왜 해성에서 다른 곳으로 전출시킨거지?”이때, 아심이 군중 속에서 걸어 나오며 부드럽게 웃었다.“그 질문은 제가 대신 답할 수 있을 것 같네요.”아심은 침착하게 설명했다.“두 달 전, 한 회사에서 우리에게 협력을 요청해 왔어요. 저희가 그 회사의 자격을 심사하던 중, 사장 이름이 마동진이라는 것을 발견했죠.”“당시 지승
저녁, 성연희는 다른 모임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약속했던 사람 중 한 명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연희야, 갑자기 생각났는데, 오늘 지씨 집안에서 50주년 기념행사를 한다고 초대장을 보냈더라.] [그걸 까먹고 있었어. 내가 먼저 거기 들렀다 올게. 조금 늦을 것 같아.]성연희는 상관없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지만, 곧 신영 그룹의 50주년 기념 행사에 주의를 돌렸다.지씨 집안은 아심의 회사와 협력 관계였고, 이런 중요한 행사라면 아심이 분명 참석할 터였다. 그리고 지씨 집안의 사람들...연희는 눈을 살짝 굴리며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에 연희는 즉시 시언에게 전화를 걸었다.“시언 오빠, 아직 강성에 있어요?”시언은 차를 몰며 담담히 대답했다.[응, 왜?]연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시언 오빠, 오늘 신영 그룹 그러니까 지씨 집안에서 50주년 기념행사를 한다고요. 원래 제가 아심이를 따라가려고 했는데, 오늘 너무 바빠서요.”“대신 오빠가 가서 아심이를 좀 챙겨줄래요?”시언의 눈빛이 깊어지며 그는 차분히 대답했다.[알았어. 장소는 어디야?]연희는 곧 자신의 SNS를 살피며 이 지역 사람들 사이에 올라온 사진들을 확인했다. 사진 속 파티장 분위기를 보고 즉시 호텔을 알아냈다.“내가 주소를 보낼게요. 고마워요, 시언 오빠!”[고맙긴.]시언은 전화를 끊고 시간을 확인한 뒤, 다음 교차로에서 차를 돌려 호텔 방향으로 향했다....파티장.승현은 회사와 모든 주주를 대표하여 회사에 크게 기여한 오래된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연설을 이어갔다.파티가 한창 분위기 좋게 진행되던 중, 갑자기 승현의 삼촌인 지석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불쑥 말했다.“승현아, 네가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좀 공정하지 않지 않니?”이처럼 격식 있고 기쁜 분위기의 행사에서 갑작스러운 비판이 나오자, 모두 놀라며 지석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승현은 태연히 대답했다.“삼촌께서 제가 뭐를 잘못했다고 보시는 건가요?”지석진은 비웃으며 말했다.“네가
지승현은 연단 뒤로 서 있는 강아심을 발견하고 부드럽게 웃으며 시선을 한 번 맞췄다. 그런 뒤 다시 자신의 기념사에 집중했다.그는 지씨 집안의 창업 역사부터 미래의 비전에 이르기까지 약 30분 동안 연설을 이어갔다. 이후에는 여러 방면으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그가 연단에서 내려오자, 회사의 부사장이 연단에 올라가 연설을 이어갔다. 승현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 아심의 앞까지 걸어와 웃으며 말했다.“왜 이제야 왔어?”아심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늦지 않았어. 딱 맞게 도착했잖아. 축하해!”“같이 기뻐해! 어제 너희 회사 직원들이 호텔에서 밤새워 준비한 덕분에 오늘 행사가 아주 체계적이고 완벽했어. 정말 꼼꼼하게 준비했던데.”승현은 칭찬을 아끼지 않자, 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만족했다니 다행이야!”올해는 승현이 처음으로 사장으로서 회사 기념식에 참석하는 해였고, 게다가 50주년이라는 특별한 행사였기에 모든 관심이 승현에게 쏠려 있었다. 그래서인지, 잠시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몇몇 기자들이 두 사람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었다.이에 아심은 말했다.“내가 아는 고객분들이 많이 보이네. 잠시 가서 인사도 할 겸 너도 바쁠 텐데, 나를 굳이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잠시 후에 시간 나면 이야기 나누자.”아심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좋아!”그제야 안심한 승현은 아현에게 아심을 잘 챙기라고 당부했다.“술은 많이 마시지 않도록 해줘요.”아현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사장님! 제가 저희 사장님을 잘 챙길게요.”승현은 아현에게 만족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아심에게 인사를 건넨 뒤 다시 바쁜 일정을 소화하러 갔다.이후, 아심은 행사 기획사의 사장으로 연단에 올라 축하 연설을 하게 되었다.깔끔한 정장을 입은 아심은 젊고 세련된 이미지였지만, 온화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풍겼다. 또렷하고 대담한 이목구비가 단정하고 매력적인 인상을 더 했다.“안녕하세요, 한안 회사의 사장
재아는 눈빛이 흔들리며 물었다.“괜찮을까요?”권수영은 매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원래 사실이잖아요. 뭐가 문제겠어요? 공개만 하면, 승현이 인정하지 않으려고 해도 어쩔 수 없게 될 거예요!]재아는 이 계획의 실행 가능성을 빠르게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혹시라도 이 소식이 새어 나가 외할아버지인 도경수에게 알려질까 봐 걱정하며 주저했다.“하지만 지금은 외할아버지께 알리고 싶지 않아요.”권수영은 안심시키듯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축하 연회에는 회사 내부 직원들과 사업계 인사들만 초대될 거예요. 소식이 도경수 어르신께 전달될 일은 없을 거예요.]재아는 신중히 당부했다.“그럼, 저를 소개할 때 도경수 집안사람이라는 건 공개하지 말아 주세요. 혹시라도 외할아버지께 알려지면 큰일이 날 거예요.”권수영은 즉시 대답했다.[알았어요. 절대 네 정체를 공개하지 않을게요. 누가 물어봐도 입도 뻥긋하지 않을게요.]재아는 잠시 고민하다 결국 동의했다.“그럼 사모님 말씀대로 할게요.”권수영은 기뻐하며 말했다.[고마워요, 재아 씨. 재아 씨가 조금만 참아주면 돼요. 재아 씨가 우리 집에 시집오게 되면, 승현에게 두 배로 보상받게 할 거예요.]재아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아주머니도 좋고, 지승현 씨도 좋아요.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요.”권수영은 흥분하며 말했다.“나는 재아 씨가 이렇게 속이 깊고 똑똑한 게 너무 좋아요!”“승현이 재아 씨 같은 사람을 아내로 맞이한다는 건 몇 대에 걸쳐 쌓아온 복이고, 우리 지씨 가문 전체의 축복이예요!”재아는 권수영의 말에 감동하며 이미 머릿속에서 지씨 가문의 며느리가 된 이후의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겸손한 태도로 몇 마디 대답한 후 전화를 끊었다....지씨 집안은 한안 회사와 장기 계약을 맺고 있었고, 이번 지씨 가문의 50주년 기념 축하 행사는 자연스럽게 한안 회사가 주관하게 되었다.이 행사를 위해 정아현이 직접 기획안을 작성했으며, 아심은 몇 가지 세부 사항을 점검한 후 최종 기획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