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남궁민의 말을 무시하고 고개를 숙여 스테이크를 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민은 약간 짜증스러운 투로 말했다. “아, 좀 그러지 말고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해줘요!”소희는 열심히 식사하며 민의 말을 무시했다. 식사를 마친 후, 소희는 무심코 물었다. “이런 에너지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아주 대단한 건가요?”“물론이죠,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니까!” “그럼 다른 나라들도 이 사람을 원하지 않을까요?” 소희는 궁금해하며 묻자 민은 비웃으며 말했다.“아직 아무도 요하네스버그에서 사람을 데려가지 못했어요. 성공하면 레이든은 그들에게 몇 대가 아무리 써도 다 쓰지 못할 돈을 줄 거니까.”“그리고 새로운 신분을 줘서 인생의 나머지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게 해줄 거예요.”소희는 창밖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기 가장 높은 건물이 연구소인가요?”“맞아요,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어요.”“그 옆의 부속 건물이 연구원들이 사는 곳인가요?”“그럴 겁니다. 최근에 요하네스버그 연구원들이 모두 부속 건물로 이사 갔다고 들었어요. 그 별장들에는 몇몇 가족들만 남아있다고 하고요.” 민이 소희를 바라보며 물었다. “근데 왜 이걸 궁금해하죠?”소희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나는 여기 모든 것에 관심이 많거든요.”민의 눈이 반짝거리며 물었다. “나를 포함해서요?”그러자 소희는 민을 흘겨보며 말했다. “나는 자러 올라갈 거니까 혼자서 돌아다니지 마요. 내가 자는 동안 무슨 일이 생겨도 내 책임 아니니까!”이에 민은 눈을 크게 떴다. “그건 너무 무책임하잖아요!”보디가드로서는 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고, 여자친구로서는 함께 잠들지 않으니,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둘 다 놓친 기분이 든 민이었다.“애초에 우리 사이에 그런 약속은 없었어요. 나는 언제든지 우리의 협약을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고요.” 소희는 계단에서 돌아서며 도도하게 말했다. “이의 있어요?”“있죠!” 민이 즉각 대답했지만 소희는 차갑게 말하고 바로 계단을 올라갔다.“그럼
“네!” 소희는 야식 상자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백인 남성이 소희를 따라왔지만, 소희는 거실 방향에서 남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들었다. 소희는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야식을 내려놓고는 밖으로 걸어 나갔고 남성은 소희를 따라 문을 닫았다.소희는 식사 카트를 끌고 계속해서 위층으로 향했다. 열두 가지 야식을 모두 전달한 후에도 찾고 있던 사람을 만나지 못했지만 소희는 서두르지 않았다. 오늘이 첫날이니까 급할 건 없었다.식사 카트를 밀고 1층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같은 메이드 복장을 입은 여성이 달려와 소희를 끌고 가서 흥분해서 말했다. “일을 그만두고 놀아요, 오늘 경매가 있어요, 곧 시작해요!”소희는 여자에게 이끌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32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은 바였다. 낮에는 적막했던 요하네스버그가 밤이 되자 사람들로 가득 찼다. 바 안에는 다양한 국적과 피부색의 사람들이 섞여 웃고 떠들며, 이들이 모두 엄격하고 진지한 과학자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소희를 데려온 금발 여자는 소희를 사람들 속으로 이끌었다. 여자의 친구 중 한 명이 허리를 꼬집었지만,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윙크를 날렸다. 여자는 소희를 무대 중앙 근처로 데려갔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무대를 에워싸고 기대에 차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는 소희의 손을 잡고 말했다. “오늘 세 명이 경매에 올라가는데 다들 정말 좋아요!”소희는 이것이 사람을 경매하는 것임을 이해했다. 소희는 사람 경매에 관심이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갑자기 모두가 환호하며 무대 위에 집중하는데, 천장에서 철장이 내려왔고 그 안에 한 여성이 쭈그려 앉아 있었다. 소희는 이런 장면을 예전에도 본 적이 있었지만, 몇 년 만에 다시 보게 되니 마음이 이상했다.철장 안의 여성은 코란국 출신으로, 비키니를 입고 아름다운 몸매를 드러내고 있었다. 여자는 공포에 질려 웅크렸고, 무대 위로 올라갔을 때, 눈빛은 텅 빈 듯했다. 철장은 위로 올라가고 여성만 남겨졌다. 주변의 불빛이 깜박이며, 흥분한
“애쉬, 빨리 봐, H 국 사람이야!” 옆에 있던 금발 여자가 소희의 손을 흥분해서 잡자 소희는 미묘하게 손을 피하면서 무대 위의 여자아이를 보고는 잠시 놀랐다. 어제 편의점 밖에서 만났던 그 여자였다. 양재아.재아는 붙잡혀 이곳에 팔려 왔고 온두리에서, 예쁜 소녀는 5,000달러에 거래될 수 있다. 그러자 소희는 인상을 찌푸렸다. 재아는 자기 말을 전혀 듣지 않았던 것 같다. 고집스럽게 남자친구를 찾으려고 했던 것이다.재아가 무대 위에서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는 사람들을 보고 놀라 일어서려고 했지만, 비키니만 입고 있어서 자신을 꼭 안고 앉았다. 경매사가 가격을 부르기 시작하자 재아는 당황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여자는 군중 속에서 익숙한 사람을 보고는 기뻐하며 앞으로 달려갔다. “임예현, 예현아, 여기 있어?”재아의 발에는 철사로 된 쇠사슬이 땅에 있는 케이지에 잠겨 있어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힘을 주자마자 바닥에 세게 넘어졌고, 재아는 미친 듯이 외치고 소리쳤다. “예현아, 나 재아야, 널 찾으러 왔어!”소희는 재아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군중 속에 있는 하얀 셔츠를 입은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잘생긴 얼굴에 슬픔이 가득했고, 고통스러워 보였지만 곧바로 떠났다. 이에 재아는 눈을 크게 떴다. “예현아, 돌아와!”“나 재아야, 가지 마!”“나 좀 구해줘!”“가지 마!”재아는 바닥에 쓰러져 절망적으로 울부짖었지만, 주변의 웃음소리에 그녀의 목소리는 묻혀 버렸다. 이때 소희의 시선이 재아의 등에 떨어졌다. 재아는 비키니를 입고 있어 등이 완전히 드러났고, 등 가운데에는 뚜렷한 붉은색 점이 있었다.그러자 소희는 할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도경수의 사라진 외손녀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고 재아의 나이와 그 아이의 나이가 비슷했다.‘우연일까, 아니면 운명일까?’경매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고, 누군가는 이미 10만 달러를 제시했다. 확실히 이곳에서는 예쁜 H 국 여자가 인기가 많았다.소희가 옆에 있는 금발 소녀에게
소희는 남궁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도와줄 수 있어요?”“이 옷을 입고 나한테 부탁하는 건 물론 도와줄 수 있죠!” 민이 소희에게 와인잔을 건네며 말했다. “이거 먼저 마셔요.”소희는 받아 들고는 한 모금에 들이켜자 민의 눈이 더욱 빛났다. “뭘 도와줄까요?”“저 여자를 구해줄 수 있나요?” 소희의 질문에 민은 잠깐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어제 당신이 구했던 그 여자인가요?”이에 민은 미간을 찌푸렸다. “당신은 이미 한 번 구했어요.”민에게는 한 번 구하는 것은 동정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같은 사람이 또다시 위험에 처한다면 그것은 그저 어리석은 것이고 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민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소희를 바라보았다. “내 보디가드가 감정에 치우치는 건 바라지 않아요.”“저는 저 사람을 구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요. 만약 당신이 못 구한다면, 저 혼자라도 구할 거예요.”“이건 도발인가요?”“아니요!” 소희가 고개를 흔들고는 무대 쪽으로 걸어가자 민이 소희의 팔을 잡았다. “제가 하죠. 여기 서 있어요.”이에 소희는 차분히 말했다. “저 여자를 데리고 별장으로 가세요. 15분 후에 거기에서 만나요.”“당신은 어디 가는 거죠?”“옷 갈아입으러 가요!”말을 마친 소희는 사람들 사이로 빠르게 사라졌다.민은 소희가 그토록 빠르게 사라진 것을 보고 왠지 모르게 기뻤다. 그것은 소희가 자신을 매우 신뢰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그 신뢰에 힘입어, 민은 소희를 도와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민에게는 별것 아닌 일이었으니까.민은 그저 경매사에게 말하면 되었다. 양재아라는 여자를 원한다고 했고, 경매사는 입찰자에게 두 배의 금액을 보상하고 재아를 민에게 넘겼다.요하네스버그의 규칙은 간단했다. 손님은 왕이고, 그들의 요구는 반드시 충족되어야 했다. 그리고 민의 신분은 단순한 일반 손님 이상이었다....소희는 1층의 근무실로 돌아와, 자신이 기절시킨 여자를 깨웠다. 옷을 갈아입고, 여자를 탁자
남궁민은 비웃으며 말했다. “자신을 구한 사람도 못 알아보네요.”양재아는 민을 멍하니 바라보자 소희가 말했다. “몇 시간 후면 해가 뜰 거니까 일단 위로 올라가서 쉬죠. 나머지는 내일 얘기하고요.”재아는 불안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소희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고 소희는 재아를 자신의 옆방에 배정했다. “옷장에 잠옷과 갈아입을 옷이 있으니까 마음대로 입어요.”재아는 고맙다는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요, 정말 많이 고마워요, 두 번이나 날 구해줬어요!”“별말씀을요, 그리고 이번에 당신을 구한 사람은 방금 아래에서 본 그 사람이에요.” 이에 재아는 놀란 듯 말했다. “정말 그 사람이 날 구한 거예요? 그럼 제가 방금 그 사람에게 무례하게 군거네요.”바가 너무 혼란스러웠고 재아는 너무 무서워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이 별장으로 데려올 때도 재아는 여전히 무서웠다.그러자 소희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그 사람은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거니까.”소희는 재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전에 경주 사람이라고 했죠?”“네!” “혼자 여기 온 거예요? 부모님은 걱정 안 하셨어요?”소희의 질문에 재아는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저는 부모님의 친자식이 아니에요. 네 살 때 저를 입양했지만 그 후에 아들을 낳으셔서 저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소희는 눈썹이 꿈틀거렸다. “올해 몇 살이죠?”“스물다섯이요.”소희는 재아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쉬어요, 여기는 일단 안전하니까.”“안녕히 주무세요.” 재아는 아직도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고 소희는 돌아서서 문을 닫아주고 난 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민은 테라스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긴 다리를 발판에 올리고 나른하게 앉아있자 소희가 다가가며 말했다. “아직도 안 자요?”그러자 민이 웃으며 대답했다. “인생은 짧은데 왜 잠으로 시간을 다 낭비해요?”“오늘 일은 고마워요!”민이 소희에게 와인잔을 내밀며 말했다. “어
양재아는 반드시 임예현이 여기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아내야 했다. 그건 재아 스스로의 문제였고, 소희는 물론 재아의 선택에 간섭할 수 없었다. 재아가 스승님의 외손녀인지 아직 확신할 수 없었으며, 확실하다 해도 재아를 대신해 결정할 수는 없었다.이에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 결정은 스스로 내리면 돼요. 하지만 여기는 매우 위험한 곳이니, 어젯밤에 겪었던 일을 기억하길 바라고요.”재아는 신념이 가득 차서 말했다. “저는 스스로를 지킬 방법을 찾을 거예요.”그러자 남궁민은 입에서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재아의 찡그린 얼굴을 보고는 곧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당신을 비웃는 게 아니라 그냥 웃고 싶어서 웃은 거예요.”이에 재아는 다소 당황스러워했고 소희는 민을 한번 쳐다보며 말했다. “좀 도와줘요.”민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제게 무슨 이득이 있죠?”소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보디가드 비용을 반으로 줄여요.”그러자 민은 놀라 소희를 쳐다보았다. 민은 어째서 소희가 재아를 이토록 돕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소희가 말한 인연이라는 구실 따위를, 누가 믿겠는가? 하지만 민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내가 사람을 시켜 데려다줄게요. 적어도 좀 더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 거예요.”“고마워요!” 재아가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며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리고 어제 일에 대해서도 감사해요.”“나한테 고맙다고 할 필요 없어요. 여기 있는 여성분에게 고맙다고 해요.”민이 소희를 향해 눈짓하며 웃었다. 아침 식사 후, 민은 재아를 바로 데려다주도록 사람을 보냈다. 재아는 소희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말했다. “우리 모두 여기에 온 것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어요. 두 사람 모두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요. 필요하면 저를 찾아주세요!”“알겠어요, 당신도 문제가 생기면 나에게 연락해요.”“안녕!” 재아가 입술을 깨물며 소희에게 손을 흔들었다. 재아가 차를 타고 떠나자, 소희의 뒤에서 민의 농담 섞인
남궁민은 팔을 들어 올려 소희를 바라보았다. 얇은 레이스 거즈 너머로, 소희는 민의 팔을 부드럽게 잡고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책상 뒤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고 민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왜 레이든이 아닌 거지?”책상 뒤의 남자가 일어서며, 삼각주 출신처럼 보이는 흑인이었다. 약간 곱슬거리는 머리에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말했다. “죄송합니다, 레이든 씨는 아침에 매우 긴급한 소식을 받고 한 시간 전에 요하네스버그를 떠났습니다.”“그리고 제가 남궁민 씨를 대접하고 협상을 이어가도록 했습니다. 자기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제 이름은 웰오드이며 레이든 씨의 비서입니다.”소희는 다소 실망했다. 레이든을 만나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목소리나 체형을 통해 알고 있는 사람인지 판단해 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레이든은 결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자 민이 웃으며 말했다. “문제없습니다. 결정권을 가지고 계신다면 좋습니다.”웰오드가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분은 누구신가요?”“제 여자 친구 라일락입니다. 함께 왔죠.”웰오드는 소희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였지만, 목소리에는 약간의 오만함이 섞여 있었다. “남궁민 씨, 우리의 협상은 여성이 참관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귀하의 여자 친구가 옆방에서 쉴 수 있도록 해주세요.”“요하네스버그에는 여성들이 즐길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으니, 자유롭게 체험하도록 하세요.”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소희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가는 길에 카페가 있어요. 거기서 기다려줄래요? 금방 갈게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어요.”민은 소희에게 떠나도 괜찮다고 말했기 때문에, 아마도 위험한 상황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리고 헤이브가 바로 안내했다. “저를 따라오세요.”소희는 헤이브를 따라 방을 나서며, 뒤에 닫히는 흰색 문을 뒤돌아보았다.카페는 바로 맞은편에 있었고, 몇몇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소희는 한적한 자리를
소희가 초콜릿케이크를 먹으며 말했다. “그럼, 레이든이 언제 돌아오는지 물어봤어요?”그러자 민은 소희를 응시하며 물었다. “초콜릿 좋아하나 보죠?”소희는 담담히 눈썹을 올리며 대답하자 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여자들은 다 좋아해요.”“당신은 다를 줄 알았거든요.”“레이든은 정말 언제 돌아와요?”민은 몸을 기울여 소희의 눈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 “난 레이든이 요하네스버그에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음?” 소희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자 민은 소희와 눈을 맞추며 매혹적으로 말했다. “웰오드는 레이든의 대변인이지만 이런 큰 프로젝트는 혼자 결정할 수 없어요.”“그래서 내 생각엔 레이든이 요하네스버그를 떠나지 않았고, 그저 사람들과 만나길 꺼리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이 들고요.”이는 레이든의 신비로운 성격과도 일치했다.“그럼 어떻게 할 거예요?” “나타나게 만들어야죠.” 민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정한 협력이 없다면 우리는 절대로 승낙하지 않을 거고요.”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행운을 빌게요!”민은 커피잔을 들어 소희에게 건배를 제안하며 말했다. “건배!”그 날 밤,새벽에 소희는 어제와 같은 길을 따라 어제의 일을 다시 했다. 메이드 복장을 하고 카트를 밀며 7층에 도착했을 때, 민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 “또 어디 갔어요? 바에도 없고, 별장에도 없잖아요!”소희는 귀찮다는 듯 전화를 바로 끊고 카트를 밀며 안으로 들어가 702호의 문을 노크했다. 문이 열리자, 안에는 키가 크고 뚱뚱한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남자의 매서운 눈길이 소희를 향했다. “들어와요.”소희는 야식을 들고 안으로 걸어가며 현관을 지나면서 남자의 작업복 이름표를 훑어보며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선생님, 주문하신 스파게티입니다. 식탁에 두었어요!”남자가 따라오며 소희의 눈을 바라보며 웃었다. “왜 마스크를 쓰고 있어요? 벗고 얼굴을 보여주세요.”소희는 남자와 눈을 맞추며 사과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해
안토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서인 형! 호텔 철거팀이 또 왔어요! 이번엔 포크레인까지 끌고 와서 우리 집을 당장 부수겠다고 해요!][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분명 철거하지 않기로 합의한 거 아니었어요? 우린 어떤 계약서에도 서명한 적 없고, 동의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거죠?]서인의 얼굴이 굳어졌고,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지금 바로 갈 테니까 철거 인부들을 최대한 막아봐. 하지만 네 안전이 최우선이야. 가족들도 꼭 보호해야 해!”[네!]토니는 급히 대답했다.[일단 어떻게든 붙잡아 볼게요!]“반드시 조심해!”전화를 끊고 나서야 임유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서인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유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확실히 협의 끝난 거 아니었어요? 혹시 아래 직원들이 전달을 못 받은 거 아닐까요?”서인은 차 시동을 걸면서 오석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러나 신호가 길게 가더니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이에 곧바로 이한우에게 전화하자, 한우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바로 형님한테 전화해 볼게. 안 받으면 직접 찾아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서인은 급히 차를 몰아 토니의 집으로 향했다. 차의 속도를 올려 빠르게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포크레인 한 대가 집 앞에 서 있었고, 토니의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를 억지로 일으키려 하고 있었고, 토니와 다른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윤석경은 철거 인부들에게 울며 애원했지만, 한 명이 그녀를 밀쳐버렸고, 이내 윤석경은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칠 뻔했다.그 순간, 서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토니의 아버지를 붙잡고 있던 사람 중 하나를 단숨에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막 아버지를 부축하려던 순간, 유진이 소리쳤다.“조심해요!”서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틀어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
유진은 한눈에 서인의 잠든 모습을 훑어보았다. 거칠고 자유분방한 그의 잠든 모습조차도 심장을 뛰게 했다. 정말 사랑에 빠지면 상대가 제일 멋있어 보인다는 말이 딱 맞는 순간이었다.유진은 침대로 올라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리고 옆에 있는 자신의 최고 미남을 바라보며 말했다.“사장님, 나 이야기 듣고 싶어요!”서인은 살짝 눈꺼풀을 들어 유진을 곁눈질하며 말했다.“내 229명의 여자친구 이야기라도 들려줄까?”그 말에 유진은 눈을 부릅떴다.“말할 용기가 있으면, 난 들을 용기도 있어요!”“좋아.”서인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으며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첫 번째 여자는 나랑.”그러자 유진은 휙 하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머리까지 덮어버렸다. 서인은 마치 타조처럼 몸을 숨기는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서인은 손을 들어 조용히 불을 껐다.다음 날, 서인은 유진과 함께 흥성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았다. 유진은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고,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월요일전과 같은 찻집에서 서인은 한우와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두 사람은 미리 10분 전에 도착해 기다렸다.서인은 유진에게 말차 케이크를 하나 주문해 주었고, 그녀는 속으로 조금 설렜다.‘지난번에 내가 이걸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구나.’정확히 10시가 되자, 한우와 그가 부른 사람이 도착했다. 한우는 두 사람에게 소개를 건넸다.호텔 프로젝트의 공사 책임자는 오석준, 마흔이 갓 넘은 나이에 머리 위가 약간 벗겨졌고, 몸집이 풍채가 있었다. 늘어지는 듯한 눈꺼풀 사이로 날카롭고 계산적인 눈빛이 스쳤다.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자, 한우가 오늘 만남의 목적을 간단히 설명했고, 서인도 안토니 가족의 상황을 차분히 이야기했다.한우는 이야기를 들은 뒤, 바로 전화를 걸어 토니 가족의 집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그 후,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원래 안토니 씨 댁은 철거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어요.”“하지만 서인 사장님이 직접 나를 찾아왔
유진은 맑은 눈으로 서인을 바라보다가, 이내 애잔한 눈빛으로 변하며 말했다.“내가 멍청하고, 잘 몰라서 이렇게 남아서 당신과 함께 세상을 보고 배우려는 거잖아요. 내가 함부로 아무거나 따거나 건드리지 않을게요.”“약속할게요, 그래도 안 될까요?”서인은 유진의 애처로운 표정을 보며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그럼 네 일은 어떻게 할 건데?”“휴가 내야죠. 마침 프로젝트 하나 끝낸 참인데, 여진구 선배가 며칠 쉬라고 했어요.”유진은 덧붙였다.“걱정 안 해도 돼요. 저 그런 무책임한 사람 아니에요. 일에 지장 주지 않을 거예요.”서인은 잠시 고민했는데, 유진을 혼자 차 타고 돌아가게 하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그러면 이틀 동안 나랑 같이 다니되, 혼자 돌아다니지는 마.”이에 유진은 환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하루 24시간 내내 사장님이랑 붙어 있고 싶을 정도니까요.”서인은 할 말을 잃었고, 순간 유진이 일부러 자신을 흔드는 게 아닐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사랑스러운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그러나 유진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어쩌면 자신이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두 사람은 마당에서 바람을 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유진은 의자에 편하게 몸을 묻고 앉아 서인에게 물었다.“이한우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호텔 공사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어. 월요일에 만나서 이야기할 거야.”유진은 손으로 턱을 괴며 말했다. “그 사람이 안토니 씨 집을 허물지 않겠다고 동의하면 문제는 해결된 거네요.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아요.”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길 바랄 뿐이지.”유진은 미소를 지었다.“동의하지 않을 거면 굳이 만나려 하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서인은 문득 유진에게 물었다.“회사에서는 무슨 일 해?”그러자 유진의 눈빛이 반짝였다.“드디어 내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네요?”서인은 입을 꾹 다물고 약간 어색한 기색을 보이며 시선을 피했다.“그
그 말에 서인은 코웃음을 치며 믿지 않는다는 듯이 옷장을 열어 옷을 꺼냈다. 그러면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나가 있어.”임유진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문을 열었다.“내가 훔쳐볼 것도 아니잖아요. 그 정도로 경솔하지 않아요. 보면 당당하게 보죠!”유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밀어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서인은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유진,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서인은 서둘러 샤워를 끝내고, 나와서 밖을 내다보았으나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이내 서인의 표정이 굳어졌고, 그는 곧장 발걸음을 옮기며 유진을 불렀다.“임유진!”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수영장 주변은 조용했고, 희미한 조명 아래로 물결만이 은은하게 일렁이고 있었다.검은색 철제 울타리 너머로 다른 객실의 정원이 보였지만, 어디에도 유진은 없었다. 서인의 목소리가 낮아졌고, 이번에는 조금 더 강한 어조로 유진의 이름을 불렀다.“임유진!”그때, 화악 물살을 가르며, 유진이 수면 위로 튀어나왔다. 촉촉한 얼굴에는 물방울이 반짝였고, 커다란 눈동자가 더욱 맑게 빛났다. 유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서인을 바라보았다.잔물결이 유진의 주변에서 별빛처럼 흩어졌다. 그녀는 마치 물에서 갓 피어난 연꽃처럼 수면 위에 떠 있었다.서인은 순간적으로 말이 막혔고, 유진은 그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수영하며 천천히 다가왔다.그리곤 눈앞에서 손가락을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왜 그래요? 놀랐어요?”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렸다. 유진은 웃으며 수영장에서 나와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나오자마자 재채기했다.그러자 서인은 한숨을 쉬고, 방으로 들어가 수건을 꺼내고는, 곧장 유진에게 다가가 수건을 둘러주며 나지막이 말했다.“옷 입은 채로 물에 들어가? 유진, 너 혹시 뇌를 물에 빠뜨린 거 아니야?”유진은 수건을 감싸 안으면서 속으로 생각했다.‘내가 옷을 안 입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안주설과 안토니를 힐끗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사장님, 힘들지 않아요? 내려줄까요?”서인은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두 시간은 거뜬해.”그 말에 유진은 깔깔 웃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몸을 더욱 기대고, 탄탄한 팔뚝을 베개 삼아 살짝 눈을 감았다.따뜻한 햇살과 산속의 상쾌한 공기, 그리고 서인이 주는 안정감.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불안도 없었다.유진의 몸은 가볍고 부드러웠고, 땀방울이 살짝 맺힌 피부는 촉촉하고 서늘했다. 그리고 은은한 향이 서인의 코끝을 간질였다. 서인은 잠시 숨을 멈추었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걸음을 뗐다.그러나 그때, 유진이 몸을 조금 더 밀착시키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사장님, 정말 나를 좋아하지 않아요?”갑작스러운 말에 서인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 유진의 숨결이 서인의 목을 스쳤고,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깊었다.그러나 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안 좋아해.”유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그녀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래도 좋아요. 사장님이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안 좋아하면, 난 그걸로 괜찮아요.”유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은 어두웠고,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그만 말해.”유진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인은 다시 묵묵히 걸었다.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을 때, 유진과 서인은 산 정상의 너른 바위 위에 앉아 경치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토니와 주설도 간신히 정상에 도착했다. 둘은 이미 땀범벅이었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반면, 서인과 유진은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토니는 헉헉대며 엄지를 치켜세웠다.“서인 형, 진짜 대단해요!”주설은 다소 무안한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산할 때는 토니와 주설이 더욱 느리게 걸었고, 결국 민박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다.토니의 부모
“이거 소매 속에 숨기면 안 보일 거예요!”임유진은 서인의 손을 꽉 잡고, 손목에서 놓아주지 않았고, 끝까지 팔찌를 채우려 했다.이에 서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티셔츠를 입고 있는데, 무슨 소매 속에 숨긴다는 거야?’그러나 유진은 자기 말에 모순이 있다는 걸 전혀 깨닫지 못하고, 손목에 팔찌를 걸어주려고 했다.“움직이지 마요!”서인은 손을 빼내려 하는 순간, 앞에서 안토니가 그를 불렀다. 그렇게 서인이 잠깐 시선을 돌린 사이 유진은 순식간에 서인의 손목에 팔찌를 걸었다. 그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선언했다. “절대 빼면 안 돼요. 안 그러면, 계속 떠벌릴 거예요. 내가 사장님 좋아한다고!”둘은 한적한 산길 위에 서 있었다. 햇볕이 부드럽게 내리쬐며, 유진의 맑은 눈동자에 반짝거리는 빛을 담았다. 그 말은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그녀의 눈빛은 누구보다도 진지했다. 깊고 따뜻한 감정을 담은 채, 서인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서인의 가슴을 깊숙이 파고들어, 그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차가운 금속 팔찌가 손목 위에 얹혀 있었다. 그러나 순간, 그것이 뜨겁게 달궈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치 그 감정이 그의 맥박을 타고 흘러드는 것처럼.서인은 아무 말 없이 방향을 돌려 토니에게 향했다. 유진은 그 뒤를 따라 걸으며, 손안에 남은 하나의 팔찌를 꼭 쥐었다.산길을 따라 걷다 보니, 길가에는 여러 노점이 늘어서 있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과 지역 특산물이 가득했다. 넷은 천천히 길을 걸으며, 이것저것 구경했다.그러나 한참 후, 길이 점점 가팔라지기 시작하자, 안주설과 토니는 숨을 헐떡이며 걸음을 늦추었다.“아 나 더 이상 못 걷겠어.”주설이 투정을 부리자, 토니는 다정하게 그녀를 업었다.“어릴 때부터 산길을 걸었으니까, 널 업고 정상까지 가는 것도 문제없어!”주설은 토니의 목에 팔을 두르며, 고개를 돌려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은근한 우월감이 스며들어 있었다.“우리, 원래 이래요.
유진은 서인이 돌아오는 것을 보자마자 환한 얼굴로 말했다.“사장님! 안토니가 우리를 산에 데려가 준대요!”토니도 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마을 뒷산 경치가 꽤 괜찮아요. 오후에 특별한 일정도 없으니까, 산책하면서 둘러보는 게 어떨까요?”서인은 유진이 잔뜩 들뜬 모습을 보자, 별다른 거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그렇게 토니의 안내에 따라 산길을 걸었다.약 10분 정도 걷자, 산으로 오르는 메인 길이 나왔다. 그곳에는 관광객들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네 사람은 가벼운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걸었다.안주설은 토니의 팔을 꼭 끼고 있었고, 그 모습은 꽤 다정해 보였다. 멀리 보이는 산은 웅장하게 솟아 있었고, 정상 부근에는 하얀 눈이 덮여 있었다.산허리에는 옅은 안개가 감돌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가까운 곳에는 거대한 바위가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고, 울창한 숲이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신선한 공기가 폐 속까지 깊숙이 스며들며,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유진은 감탄하며 말했다.“와, 정말 아름답네요!”서인은 유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원래 이런 거 안 좋아하지 않았어?”애초에 유진은 이번 주말에 회사 워크숍이 있었지만, 가지 않겠다고 했었다. 집에서 쉬는 게 더 좋다고 했던 사람이, 여기 와서는 이렇게 들뜬 표정을 짓고 있었다.유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서인을 올려다보았다.“그걸 아직도 모르겠어요? 여행이 즐거운 건,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예요.”서인은 걸음을 멈추고 유진을 바라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참, 까다롭네.”이에 유진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반박했다.“이게 왜 까다로운 거예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인데!”그러나 서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다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유진은 잽싸게 그 뒤를 따라가며 물었다.“그럼 사장님은 나랑 같이 산에 오는 게 좋아요, 아니면 모르는 사람들이랑 노는 게 좋아요?”서인은 잠시 걸음을 늦추더니, 진지하게
유진은 볼이 살짝 붉어진 채,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서인을 노려보았다.“설령 난초라 해도, 가장 흔한 종류잖아요! 어떻게 그게 100만원이나 해요? 역시 사장님, 돈이 많긴 많네요!”서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100만원, 네 월급에서 차감할 거니까.”그 말에 유진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한동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서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가슴이 들썩일 정도로 웃었고, 눈가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원래라면, 유진은 자신이 바보 같아서 화가 났고, 서인이 계속 놀려서도 화가 났다. 그런데 이렇게 웃는 걸 보니, 그 모든 감정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나직이 말했다.“앞으로는 아무거나 함부로 건드리지 않을게요.”다시는 서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서인은 웃음을 거두고, 유진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사실 그녀가 잘못한 게 아니었다. 또한 서인은 유진을 성가신 존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결국, 서인은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원래 그건 그냥 잡초였어.”그것을 귀한 보물로 만든 건, 사람들이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던 유진은, 이내 서서히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미소는 달콤하고, 보기 좋았다....점심때가 되자, 토니네 가족은 뒷마당에서 키운 닭을 요리하고, 지역 특산 음식을 만들어 서인과 유진을 대접했다. 소박한 가정식이었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이었다.유진은 원래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었지만, 전혀 까다롭게 굴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한 닭볶음과 깊은 맛이 우러난 닭국물을 맛보며 연신 감탄했다.“이거 정말 맛있어요! 닭고기가 너무 부드럽고, 국물도 진하고요!”윤석경은 놀라면서도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마음에 들면 많이 먹어요. 또 떠줄 테니까!”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유진의 그릇에 음식을 더 담아 주었고, 유진도 서인을 향해 젓가락을 내밀며 말했다.“맛있
서인은 안토니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눈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치는 소리를 들었다.“윤석경 씨, 잠깐 나와 보세요! 이 사람이 당신네 집 손님 맞나요?”서인은 순간 미간을 좁히며, 무언가를 예감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밖으로 향했다. 토니의 부모도 급히 그를 따라 나갔다. 밖에는 오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 단정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머리는 곱슬머리로 말려 있었다. 여자는 토니네 가족을 보자마자, 곧장 손가락으로 한쪽에 서 있는 유진을 가리켰다.“이 사람이 당신네 손님 맞아요?”유진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제발 소리치지 마세요! 제가 돈 드린다고 했잖아요!”유진은 당장이라도 땅속에 숨고 싶은 심정이었고, 서인은 다가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죠?”박민란은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이 여자랑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내 난초를 뽑아서 토끼 먹이로 줬어요! 내 난초가 얼마나 비싼 줄 알아요?”“조금만 늦었어도 다 뽑혀 나갔을 거예요!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에요? 이건 엄연한 도둑질이라고요!”유진은 머리를 싸매고 싶었고, 작은 목소리로 서인에게 변명했다.“난초인 줄 몰랐어요. 그냥 잡초인 줄 알았어요.”유진은 마치 잘못을 저지르고 부모님께 혼나는 아이처럼 위축되었다. 그러나 박민란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쏘아붙였다.“변명하지 마요! 어쨌든 내 난초를 뽑은 건 사실이잖아요!”그때, 윤석경이 나서서 말했다.“우리 집에도 난초가 있으니까, 그걸로 대신 보상해 줄게요. 어린애한테 그렇게 큰소리칠 필요까지야 있나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요.”하지만 박민란은 완강했다.“안 돼요! 당신네 집 난초랑 내 난초는 품종이 달라요! 그러니 난 절대 못 받아요!”윤석경도 화가 났다.“똑같은 난초잖아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세요!”박민란이 계속해서 억지를 부렸다.“내 난초는 특별히 돈 들여 키운 거예요. 이미 손님이 예약한 거라고요! 근데 이제 어쩌란 말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