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임씨 집안이 국내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선도하고 있었고,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이 분야에서 한몫하고 싶다면 눈치를 봐야만 했다.이에 임구택은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며 담담히 말했다.“기회가 있을 겁니다.”몇몇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동안, 주예형은 대화에 잘 끼지 못하고 핑계를 대며 자리를 떴다. 그러고는 옆문을 통해 정원으로 향했다. 강솔은 본래 소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예형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는 눈을 굴리며 예형의 옷을 들고 따라갔다.연희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해바라기 씨를 까며 아리송한 표정으로 말했다. “강솔 남자친구 예형이라는 사람, 강솔하고는 어울리지 않아.”“왜 그렇게 생각해?” 소희가 사탕을 고르며 말을 듣고는 고개를 들었다. 소희는 예형과 자주 만나진 않았지만, 적극적이고 침착하며 능력 있는 젊은 인재로 보였다. 게다가 예형처럼 젊은 나이에 스스로 회사를 차려 성공한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연희는 해바라기 씨를 깐 것을 소희 앞 접시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사탕과 해바라기 씨를 함께 먹으면, 따로 먹는 것보다 더 맛있어.”소희가 연희의 말대로 해보더니 확실히 맛있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탕을 깨물며 물었다. “방금 그 말은 무슨 뜻이야?”“예형 씨는 강솔을 사랑하지 않아.” 연희가 직설적으로 말하자 소희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물었다.“어떻게 알아?” “나는 너보다 복잡한 인간관계를 많이 겪어봤어. 이런 건, 내 말이 맞을거야!”연희는 계속해서 소희에게 해바라기 씨앗을 까주며 말했다. “이 사람은 목표가 너무 커. 좋게 말하면 목표가 확고하고, 나쁘게 말하면 성취욕이 너무 강해.” “이미 성공했다면 모를까, 지금은 사업을 하는 단계니까, 강솔이 예형 씨랑 함께하면 고생할 거야.”소희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강솔이 정말 좋아해!”“너무 좋아해서 오히려 일부 사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게 되지.” 연희는 한숨을 쉬었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연애를 함에
정원에서 주예형은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러자 강솔이 다가가 그의 코트를 걸쳐주며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적게 입고 나왔는데, 추우면 어쩌려고?”“햇볕이 따뜻해서 괜찮아!” 예형은 한 모금 담배를 피우고 연기를 내뿜었다.“방 안에서 얘기하다가 왜 여기 나온 거야?” 강솔이 예형의 옆에 기대며 말했다. 예전에는 담배 냄새를 싫어했지만, 사업이 힘들어서 자주 담배를 피운 예형 때문에 이제는 그 냄새가 좋아졌다.강솔의 질문에 예형이 말했다. “임구택 사장님과 노명성 사장님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더라고. 그러니까 이런 담배 냄새 싫어하겠지. 그래서 나왔어.”“응? 둘 다 담배를 피우는데!” 강솔이 저도 모르게 말하자 예형의 눈빛이 짙어지더니 듯이 말했다. “방금 내가 담배를 권했는데 거절당했어, 내 담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야.”강솔의 표정이 약간 변하며 서둘러 설명했다. “아니야, 둘이 예전에 담배를 피웠는데, 지금은 아마도 임신을 준비하고 있어서.”“설명할 필요 없어. 내가 이런 소인배니까 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지. 너도 나 따라와서 고생이 많네.” 예형의 표정은 알 수 없는 의미를 담고 있자 강솔은 고개를 저었다.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 진짜야. 그 둘은 그런 사람들이 아니야!”예형은 머리를 숙여 다시 담배를 피우며 말이 없었다. 곧이어 강솔은 예형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 “넌 정말 대단해. 혼자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회사도 차렸어. 너처럼 뛰어난 사람은 몇 없어. 그러니까 절대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마!”예형은 감동받은 듯, 팔로 강솔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더 열심히 할게. 강성에서 굳건히 자리 잡고, 상류사회에 입성할 거야.”예형은 미래의 강성 상류층에 자신의 자리가 있을 것이라 믿었다. 강솔은 그의 품에서 고개를 들어 예형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넌 이미 충분히 멋져. 진짜로, 지금도 너무 좋아.”예형은 강솔의 순수하고 따뜻한 미소를 보며 가슴이 움직이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
진석이 말했다. “들어가자, 밖은 추워.”소희가 돌아서려는 순간, 직원이 달려왔다. “소희 씨!”진석이 무심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죠?”이에 직원이 대답했다. “밖에 계신 분이 소희 씨의 아버지라고 하시며 소희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그러자 소희의 얼굴색이 흐려졌다. ‘아직도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진석도 방금 왔을 때 소씨 집안 가족들을 봤기에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그들에게 소희는 만나지 않는다고 전하세요.”하인이 곧장 그대로 돌아가 말을 전했고 진석이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 만날 필요 없잖아.”소희는 차분하게 말했다. “알고 있어요.”“가자.” 진석이 소희의 어깨를 감싸 안고 화방으로 향했다. 소희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휴대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는데 한 번 흘끗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심명의 메시지였는데 너무 바쁜 나머지 심명을 잊고 있었다.[소희야, 호주의 미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서 나 먼저 갈게, 나를 잊지 마!]소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장했다. [무사히 다녀와!][아직도 늦지 않았으니까 네가 말리면 안 갈게.][빨리 가, 호주 미녀들이 초조해하고 있을 거야.]심명은 이모티콘을 보내며 답장하자 소희는 휴대폰을 접고 더 이상 문자를 하지 않았다....직원이 문 앞에서 소정인에게 돌아와 말을 전했다. 소정인은 소희가 자신을 만나기를 거부했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이에 진연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말했잖아요. 소희는 우리를 도와주지 않을 거라고. 높은 곳에 올라가서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잖아요.”소해덕은 생각에 잠긴 뒤 자신의 손에 들린 진귀한 그림을 직원에게 건넸다. “이 그림을 강재석님께 전해주시고, 우리가 진심으로 한번 뵙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말해주세요.”“바쁘시더라도 시간을 내어 만나주셨으면 합니다.”직원이 난처해했다. “아, 그게.”소해덕은 웃으며 말했다. “보시다시피 저는 거의 하루 종일 여기서 기다렸습니다. 조금만 도와주세요.”
강재석의 동의를 받자 소해덕, 소정인과 진연은 문 앞에서 놀라움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직원을 따라 마당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정원의 경치조차 돌아볼 겨를 없이 하인을 따라 전실 옆의 서재로 향했다.직원이 앞장서서 서재 문을 열고 공손하게 말했다. “어르신, 손님이 도착했습니다.”강재석은 의자에 앉아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들어오세요.”소씨 가족은 매우 공손하게 들어왔고, 정장을 차려입은 소해덕이 맨 앞에서 서서 당당하게 걸어 들어갔다. 하지만 강재석의 카리스마 때문에 기가 살짝 눌리웠다. 소해덕은 오른손을 내밀며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강재석 선생님, 강성에 계시다니, 만나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어제 결혼식에서 인사드리지 못해 오늘 특별히 아들과 함께 뵙고자 찾아뵙게 되었습니다.”“편안하게 쉬고 계셨는데 방해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그 뒤를 이어 소정인과 진연도 웃음을 지으며 불안한 듯 서 있었다. 강재석은 일어나지도 않고 손을 내밀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앉으세요.”소해덕은 다소 어색하게 손을 거두며 강재석과 억지로 정답게 대화를 시도했다. “어르신, 강성에서 좀 더 오래 머무르셨으면 좋겠네요.”하인이 차를 올렸고, 강재석은 소해덕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소해덕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오랫동안 뵙고 싶었는데 직접 뵙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이번에 강성에 오신 것을 듣고, 직접 찾아뵙고 싶었습니다.”소해덕은 소정인에게 손짓해 본인이 가져온 서예 작품을 꺼내 강재석에게 건넸다.“이 서예 작품은 왕희지의 전작입니다. 선생님이 서예를 좋아하신다고 들어 특별히 준비했으니 흔쾌히 받아주시길 바랍니다.”강재석은 그림을 한눈에 보고 말했다. “이런 것들 필요 없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세요.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요?”소정인과 진연은 말을 잇지 못하고 조심스레 앉아 있었다. 이 자리의 강재석은 정말로 평범한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발산하고 있었다. 이에 소해덕은 미소를 띠며 말
강재석 앞에서 자신을 변호할 수 없었던 소해덕이 말을 더듬자, 진연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선생님, 모르셨겠지만 우리가 경성 프로젝트에 많은 자금과 노력을 투자했습니다.”“거의 성공 직전이었는데, 소희 때문에 문제가 생겨 프로젝트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씨 집안처럼 경성에서 권력을 가진 가문에는 당해낼 수 없습니다.”소정인은 본능적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진연의 옷을 잡아당겨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강재석은 눈을 들어 진연을 바라보며 엄숙하게 말했다. “이 일이 소희 탓이라고 생각합니까?”진연이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물론이죠!”소해덕은 강재석이 ‘소희'라고 부르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고, 뒤돌아서 진연에게 엄히 말했다. “여기서 네가 말할 자격은 없어!”진연은 얼굴이 붉어지며 당황스러워 입을 다물었고 강재석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당신은 소희의 어머니로서, 소희가 이씨 집안의 괴롭힘을 받았는데, 안타까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원망하고 있습니까?”강재석의 목소리에서 실망이 묻어났다. “당신은 정말로 소희에 대한 애정이 없군요!”진연은 고개를 숙이며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강재석의 말이 어딘가 잘못되었다고 느껴졌고 강재석의 분노는 점점 커졌다. “이제 알겠군요. 왜 소씨 집안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두 무지하고 통찰력이 부족한 사람들 때문이네요. 진정으로 유능한 사람이 한 명도 없군요!”“소건희 어르신이 만약 본인들의 후손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알았다면, 기가 막혀서 쓰러졌을 겁니다.”소해덕, 소정인과 진연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당장이라도 반박하고 싶었지만, 감히 입을 열 수 없었다. 소해덕은 모멸감을 느끼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소해덕은 강재석의 처음 태도가 비록 냉담하긴 했지만, 지금처럼 싸늘하지는 않았음을 인식했다.강재석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화를 가라앉히고 차갑게 말했다. “경성 문제는 저도 도울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강재석이 뒷쪽 서재로 돌아갔다. 들어서자마자 도경수가 재미있는 광경을 보는 듯한 표정을 짓자 강재석은 분노를 터뜨리며 말했다. “소씨 집안 사람들 참 한심해!”도경수는 그런 상황을 즐기듯이 대답했다. “가지 말라고 했잖아, 스스로 자초한 거야!”강재석은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소희는 성격이 좀 불같아서 낯선 사람들은 소희한태 다가가기 어렵다고 느낄 거야.”“만약 소씨 집안 사람들이 소희를 오해한 거라면, 내가 좀 중재해 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소희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없었으니, 엄마의 사랑을 그리워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하지만 진연을 보고, 소정인이 수긍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소해덕은 소씨 집안 사람들의 눈에는 이익밖에 없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그것이 헛된 바람임을 알았다.도경수도 표정을 굳혔다. “어떤 것들은 억지로 될 일이 아니야. 우리가 소희를 사랑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노정순이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제가 소희의 엄마가 될 거예요. 소희가 부족한 사랑을 내가 다 채워주면 되죠.”임구택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가족 모두 소희를 좋아할 거고요.”강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란 것 같아, 이제 그만하지.”...하루 종일 도경수 집에서 시간을 보낸 일행은 저녁 식사 후에야 헤어졌다. 헤어질 때, 성연희가 소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너 내일 할아버지와 함께 운성으로 돌아가는 거야?”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응!”그러자 연희는 조금 아쉬워하며 말했다. “그럼 빨리 돌아와, 나 너 많이 보고 싶을 거야! 그리고 네가 오래 있고 싶어 해도 안 될 거야. 구택이 직접 너를 데리러 올 테니까!”소희는 나무 그림자 속에서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너 내일 프랑스로 신혼여행 가잖아, 내가 보고 싶을 시간이 있을까?”그러자 연희의 눈이 반짝거렸다.“난 노명성과 함께 있어도, 내 마음에는 항상 네가 있어. 내가 돌아왔을 때 너도 돌아와 있으면 좋
소희의 눈빛이 돌변하며 구택의 손을 꽉 잡았다. “오늘 밤, 어정으로 가자!”구택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소희를 흘깃 보았다. “옛 기억을 되새기고 싶은 거야?”소희는 태연한 척 대답했다. “응, 돌아온 후에 아직 어정에 가보지 못했어.”“네가 주문한 옷은 어떻게 됐어?”소희는 숨을 들이켰다. 그걸 깜빡했다!“깜빡했어?” 구택은 무력감과 애정이 섞인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주문할까?”“아니, 지금 바로 주문할게!” 소희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냈다. 소희는 차라리 남보다 창피를 당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구택인 주문하면 아마 도매로 사들일지도 몰랐으니까. 소희가 모델 사진을 보며 이미지를 넘길 때마다 점점 더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때 구택이 한눈에 그중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야!”“안 돼!” 소희는 바로 반대했다. 구택이 가리킨 그 옷은 연희가 어제 준 것보다 훨씬 더 노출이 심했기 때문이었다.“내 말대로 하기로 한 거 아니었어?” 구택은 입술을 살짝 올리며 미소 지었다. “결혼식을 미루는 문제를 내가 해결해 줬는데, 이젠 볼 일 다 봤으니 오리발 내미는 거야?”소희는 구택의 농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뻔뻔하게 행동하려 했지만 내일의 이별을 생각하니 마음이 다시 약해져, 결국 구택의 마음에 드는 것을 주문했고, 배송 주소는 어정이었다.구택은 소희가 이렇게 순종적인 모습을 보고 마음이 부드러워졌고, 더욱 흥분하며 가속 페달을 밟았다....어정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현관의 불을 키자 거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여기서 일어난 수많은 일들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2년 넘게 돌아오지 않았지만, 전혀 낯설지 않았고 모든 것이 마치 어제 일어난 것처럼 느껴졌다.소희는 안으로 걸어갔다. 시간 맞춰 청소해 준 집안은 깨끗했고 먼지 하나 없었다. TV 아래 캐비닛에서 자주 보던 DVD를 발견했다.소희는 뒤돌아 구택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방법이 효과적이지 않았어? 공포 영화가
다음 날, 두 사람은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약속을 잡았다. 임구택은 오전에 회사 일을 처리하고 점심 전에 돌아와 소희를 데리고 도경수 집에 간 뒤, 공항으로 그들을 바래다주기로 했다.소희는 구택에게 오전에 경원주택단지로 가서 몇 가지 짐을 챙길 거라고 말하며, 걱정하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고 했다. 구택은 떠나기 전에 소희를 한동안 안고 말했다.“네가 돌아오면 우리 여기로 다시 이사하자!”어정에는 그들의 공동 추억이 더 많았다. 그리고 이번에 소희는 거절하지 않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게 해!”“왜 이렇게 순하지?” 구택이 소희의 귀에 입 맞추며 말했다. “이렇게 순한 널 놓아주기 싫어!”소희는 구택을 힘껏 안으며 말했다. “일하러 가!”“응!” 구택은 소희의 이마에 다시 키스하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소희는 문이 닫히는 것을 보고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휴대폰을 켰고, 바로 간미연의 문자를 봤다.[어디 있어?]곧이어 장명양의 문자도 읽었다.[보스, 벌써 갔어요?]소희가 미연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는 찰나, 미연이 바로 전화를 걸어왔고 소희는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나 아직 강성에 있어, 오후에 운성으로 갈 거야.”“만날 수 있을까?”“어, 나 어정에 있으니 여기로 와!”“알았어, 곧 갈게!”미연과 명양이 함께 차를 타고 어정으로 왔다. 문을 열자마자 명양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형은 알아요?”“몰라, 그냥 내가 집에 간다고 생각해.” 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긴장 풀어, 편하게 해!”명양은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형이 알면 나도 오히려 편한데.”소희는 진지하게 말했다. “임무가 있어서 절대 알아서는 안 돼!”그러자 명양은 무력하게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알아요!”미연은 소파에 앉아 휴대폰과 비슷한 전자 장치를 꺼내 소희에게 건넸다. “테스트는 이미 마쳤어, 네가 가져다 방에 두기만 하면 돼. 테스트해 봤는데, 장면 전환이 지능적이고, 부드럽고, 리얼해서 구멍이 없을 거야.”
곽시양은 임유진의 사무실에서 30분 넘게 있다가 나왔다. 복도로 나서자 동료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시양은 다들 자신이 승진한 걸로 수군대는 줄 알고 웃으며 지나치려 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시양 씨, 얼른 회사 이메일 확인해 봐요.”시양은 곧장 사내 메일함을 열어봤고, 그 내용을 확인한 뒤 3분 넘게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에 잡히는 물건을 움켜쥐고 그대로 진소혜를 향해 달려들며 집어던졌다.소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순간에 몸싸움으로 번졌다. 동료들이 달려와 가까스로 둘을 떼어놓자, 시양은 눈에 광기를 담고 소리쳤다.“진소혜, 이 악랄한 년! 팀장님도 모함하고, 나도 똑같은 수법으로 뒤통수 쳐? 너 같은 건 세상에서 그냥 사라져버려야 해!”소혜도 물러서지 않았다.“미쳤어? 그게 왜 내 탓인데? 그딴 더러운 짓을 해놓고 몰래 찍혔다고 나한테 화를 내?”“너야! 너밖에 없잖아!”시양은 미친 사람처럼 소혜에게 다시 달려들려 했다. 이때, 현준이 달려 나와 그녀를 막으며 말했다.“진정 좀 해!”“꺼져!”시양은 손을 뻗어 정현준의 뺨을 그대로 후려쳤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당신이 날 찍었지! 그리고 진소혜한테 넘겼지! 둘 다 정말 비열해!”현준도 결국 폭발했다.“유혹한 건 당신이 먼저였잖아!”시양은 그대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악!”유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서서 이 난장판을 조용히 지켜봤다. 몇 마디 오가는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어찌 돌아간 건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시양은 입사 이후 내내 소혜에게 눌려 지냈다. 겉으론 아첨하며 따라다녔지만, 소혜가 자신을 무시하고 조롱하듯 대하던 걸 속으로는 원망하고 있었다.시양은 현준이 소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소혜에게 특혜를 줬던 그를 시양은 일부러 유혹했다. 현준을 차지해 소혜를 공격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준은 시양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
이날, 임유진은 티타임에 진소혜와 마주쳤다. 소혜는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팀장님, 구씨그룹의 총애를 받으니 우리 부서 실적도 쭉쭉 오르겠죠? 부서 직원들 대신 감사드려요, 팀장님.”유진은 커피를 받아 들고 나가려다, 소혜의 옆을 지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 소혜 씨가 한 거라는 거 알아요. 이미 누가 나한테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소혜 씨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소혜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고, 고개를 돌려봤을 땐, 유진은 이미 자리를 떠나 있었다.오후 회의에서 유진은 이렇게 발표했다.“이번 평가 기간 동안 곽시양 씨가 업무에 성실히 임했고,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었어요. 따라서 정현준 씨의 직책을 승계하여 부서 부팀장으로 승진해요.”“인사팀에서 곧 공식 공지드릴 예정이에요.”유진의 말이 끝나자 회의실엔 놀라움이 번졌고, 시양 본인조차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부서 내에서도 존재감이 적었고, 입사한 지 오래되지도 않았으며, 능력이나 실적 모두 소혜에 비해 부족했기에, 시양이 발탁된 건 모두에게 의외였다.소혜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팀장님, 부팀장 선발 기준이 뭔가요? 기준을 명확히 해주시죠.”유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소혜를 응시하며 말했다.“기준? 내 마음대로 정하는 게 기준이라면 기준이겠죠”소혜는 눈을 크게 떴고, 유진은 고개를 돌려 멍하니 있는 시양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시양 씨, 제 사무실로 잠깐 와요.”“네?”시양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소혜의 얼굴을 보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유진을 따라갔다.유진이 회의실을 나서자, 안에서는 수군거림이 폭발했다. 최근 있었던 일로 인해 유진은 여전히 비난의 대상이었고, 그런 유진이 능력도 부족한 신입을 뛰어넘어 부팀장으로 발탁했다는 점에서 불만과 의문은 더 커졌다.현준도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이 인사 결정은 사전 상의 없이 유진이 발표한 것이었고, 그 역시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소혜는 맞은편에 앉은 베
유진은 구은정의 표정을 보고, 가슴 어딘가가 서늘해졌다. 그는 평소와는 어딘가 다르게 느껴졌고, 유진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어제 술 마셨다던데, 괜찮아요?”은정은 유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괜찮아.”“안 좋아 보이던데, 이제 술은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진이 조용히 은정에게 당부했다.“응.”그 말에 은정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됐어요. 나 출근해야 해요.”유진은 그렇게 말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그렇게 둘은 스쳐 지나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유진은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조금 전 은정이 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자꾸 마음에 걸렸고,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순간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을 다시 열고, 급히 뛰쳐나왔다.그러나 복도엔 이미 그의 모습이 없었다. 유진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스스로가 어이없었다.‘내가 지금,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 지금은 내 문제부터 정리해야 해. 괜히 그 사람한테 짐이 되어선 안 돼.’그날 오후, 은정은 늦게서야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법무팀에 최이석 관련 고소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마심호는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 사람 같은 놈은 봐줄 이유가 없죠. 이번 기회에 서성 라인 애들도 좀 눌러놓는 게 나아요.”그러나 은정은 별다른 설명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저도 제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요.”그날 저녁, 은정은 늘 그랬듯 이경 아파트로 돌아왔다. 조용히 복도를 지나, 곧장 유진의 집 앞으로 갔다.문 비밀번호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고, 은정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집 안은 예전 그대로였고, 유진은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그런데도 방 안은 왠지 썰렁했는데, 무언가 본질적으로 달라져 있었다. 은정은 그녀가 드라마를 자주 보던 소파에 앉았다.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드리울 때까지 그렇게 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정은 책상 위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녹음 안 했어요.”서선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은정아, 이 일은 내가 밖에 알리지 않을게. 대신 조건이 있어. 최이석 일, 바로 고소 취하하고 다시는 들추지 마.”“그리고 스스로 구씨그룹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 회사도, 강성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네 아버지에겐 그냥 말하면 돼. 죄책감 때문에 이 집에 더는 못 있겠다고. 이번엔 분명히 놔줄 거야.”“네가 떠날 땐, 내가 사람을 시켜서 돈도 챙겨줄게. 아버지한텐 그걸로도 충분히 체면 세워준 셈이 될 거야.”은정은 서선영을 냉랭하게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당신 딸을 희생해서까지 날 함정에 빠뜨린 이유가 최이석 때문이었네요.”서선영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곧바로 해명했다.“그 사람은 내 동생 밑에서 오래 일했어. 난 내 동생을 위해서 한 거야. 은정아, 지금 네가 분위기 바꿔서 빠져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내가 당신 말대로 안 하면요?”은정은 담배를 내뿜으며 한껏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어차피 난 이미 악명 높은 놈이 됐어. 하나쯤 더 얹혀도 그만이죠. 오히려 구은서는 이제 절대 부잣집 자제와의 결혼은 꿈도 못 꾸겠죠.”서선영의 얼굴은 날카롭고 차가웠다.“끝장을 보겠다는 거야? 그렇게 되면 은서는 동정받는 쪽이 될 거야.”서선영은 은정을 똑바로 노려봤다.“임유진하고 너, 꽤 가까운 사이잖아. 그 애는 나랑 너 때문에 몇 번이나 맞붙었지. 근데 만약 그 애가 네가 술에 취해 여동생을 건드린 놈이라는 걸 알게 되면?”“그 아이 눈엔 네가 어떻게 보일까? 널 어떻게 생각할까? 넌 그걸 감당할 수 있어?”그 말에 은정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서선영은 그 반응에 확신을 얻은 듯 미소를 지었다.“내 말대로 해. 열흘 안에 강성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마. 안 그러면 임유진이든, 임씨 집안이든, 강성 전체가 너란 인간이 얼마나 추잡한 놈인지 알게 될 거야.”“널 사회적으로 매장 시킬거고, 임유진도 널 경멸하
은정은 격노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그런 짓 하지 않았어요. 이건 서선영 저 사람이 꾸민 함정이에요.”서선영은 엉엉 울면서 외쳤다.“내가 내 딸을 희생시켜서 너한테 함정을 판다고? 구은정, 네가 나를 미워하는 건 알아.”“예전부터 나한테 편견이 있었지. 그래, 미우면 나한테 손찌검을 해. 왜 애먼 은서를 괴롭혀?!”“은서는 아직 시집도 안 갔어. 이제 어떻게 살라고 해? 이 소문이 밖에 나가면, 우리 집안은 완전히 끝장이야!”은정은 오직 구은태만 바라보며 물었다.“저를 믿으세요?”구은태는 아들의 눈을 바라보다가, 문득 다른 기억 하나가 떠오르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때 갑자기 은서가 벽을 향해 몸을 던지듯 달려갔다. 죽을 각오로 내달리는 눈빛이었다.“은서야! 안 돼, 은서야!”서선영이 급히 은서를 껴안고 붙잡았고, 울음이 멎지 않았다.“은서야, 제발 그런 짓 하지 마.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거기 누구 없어요! 얘 좀 붙잡아줘요!”서선영은 울먹이며 도우미들을 향해 소리쳤다. 몇 명의 도우미가 급히 달려와 은서를 붙들고 감싸 안았다.그중 평소 은서를 따르던 도우미가 조심스럽게 구은태 앞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회장님, 사실은 전에도 도련님께서 밤에 아가씨 방문을 두드리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어요.”“하지만 도련님이 너무 무서워서, 보복당할까 봐 말씀 못 드렸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 도우미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제가 좀 더 일찍 말씀드렸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요!”은정은 도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애옹이가 은서에게 보내졌던 그날 밤, 은정은 술에 취해 돌아와 애옹이가 사라진 걸 알고 은서를 찾아갔다. 그때 이 도우미가 어두운 구석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구은태는 거기까지는 떠올리지 못했다.죽을힘을 다해 몸을 던지려던 은서, 그리고 도우미의 일방적인 증언이 더해지자, 구은태는 은정을 더 이상 믿지 않았다.다시 근처에 있던 물
[말 좀 해봐요.][삼촌?]서선영이 천천히 2층에서 걸어 내려오더니,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대폰을 집어 장말숙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눈짓을 보냈다. 이에 장말숙 아주머니는 눈치를 채고 전화를 받아 들고 말했다.“유진 씨죠? 저희 도련님이 술에 취하셨어요.”유진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네, 신세 좀 질게요. 잘 부탁드려요.]“네!”장말숙 아주머니는 괜히 말을 더했다가 실수라도 할까 봐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은정의 까만 눈동자가 서선영을 향해 있었지만, 그 시선은 이미 흐릿했다.서선영은 은정을 부축하듯 손을 내밀며, 자애로운 얼굴로 말했다.“은정아, 술 너무 많이 마셨잖아. 방으로 데려다줄게.”“으악!”날카로운 비명에 은정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을 떴고,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옆에서는 구은서가 실크 잠옷 차림으로, 옷가지로 몸을 허둥지둥 가리고 있었고, 얼굴은 절망감에 젖은 눈물로 가득했다. 그녀는 분노로 떨리는 눈으로 은정을 노려보고 있었다.구서의 비명은 곧 서선영과 집 안 도우미들을 방으로 불러 모았다. 문이 열리고 방 안 풍경을 본 순간, 모두가 굳어버렸다.은정은 조금씩 의식을 되찾았고, 은서를 훑어보며 눈빛이 짙게 가라앉았다. 이불을 들추고 자신을 확인해 보니, 바지는 제대로 입고 있었지만 상의는 전혀 없었다.은정은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 이마를 짚으며 침대 머리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묵직하게 지끈거렸다.“엄마!”은서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울부짖었다.“은서야!”서선영이 달려와 은서를 안고, 옷을 덮어주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몰라요!”구은서는 서선영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했다.“밤에 오빠가 갑자기 방에 들어왔어요. 술에 취해서 저를 한 대 치더니 그다음은...”은서의 머리는 흐트러져 있었고, 드러난 어깨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짐승 같은 놈!”서선영은 벼락을 맞은 듯 충격에 빠져 온몸을 떨며 은정을 향해 소리
우정숙은 이 모든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예전에 은정은 분명히 임유진은 내 스타일 아니라며 선을 그은 적이 있는데, 왜 지금 와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쫓고 있는 걸까?“넌 어떻게 생각해?”우정숙이 묻자, 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말했다.“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돌아왔어요.”그 말투가 생각보다 무거워, 우정숙은 분위기를 일부러 누그러뜨리며 웃었다.“이미 거절했는데도 냉정해져야 해?”유진의 귀가 붉게 물들었다.“어쨌든, 엄마는 이 일.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는 말하지 말아줘요. 그리고 삼촌한테도 되도록 비밀로 해주세요.”그 말에 우정숙은 딸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갑자기 이렇게 서둘러 집에 돌아온 이유 혹시 일이 더 커질까 봐? 너희 할아버지가 구은정한테 가서 따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야?”유진은 재빨리 대답했다.“누가 그 사람 걱정했대요? 밖에서 사는 게 질려서 온 거지,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하지만 우정숙의 따뜻하고 조용한 눈빛은 유진의 진심을 꿰뚫고 있었다. 우정숙은 다만 조용히 숨을 내쉬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날 밤, 구은정은 외부 일정으로 접대를 나갔고, 유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좀 늦을 것 같아. 집에 들어가면 애옹이 좀 봐줘.]유진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저도 집에 왔어요. 아주머님께 부탁하세요.]은정은 유진이 하루 정도 집에서 자려는 줄로만 알고, 별 의심 없이 답했다.[알겠어.]밤 10시.은정은 아직 접대 자리에서 술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에 구은태가 보낸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은정아, 나 몸이 좀 안 좋다. 한번 집에 들러줄래?]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몸 안 좋으면 병원 가시죠.]그렇게 답장을 보냈지만, 더 이상의 응답은 없었다.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자정 무렵이었다. 은정은 그래도 아버지를 확인하고자 구씨 저택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서자, 애옹이를 돌봐주던 장말숙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그
정현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죠? 임유진 건드리지 말랬잖아요. 왜 말을 안 들어요?”진소혜는 웃었다.“들었어요. 적이 내 사람이 될 수 없다면, 없애버리라는 그 말, 정말 감명 깊었거든요. 곧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쫓겨날 거예요.”현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임유진은 쫓겨나지 않아요. 사장님이 반드시 지킬 거니까요.”현준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덧붙였다.“유진 씨, 그 정체가 간단하지 않아요. 사장님이 곤란한 일에 휘말릴 때마다 뒤에서 도와준 사람이 바로 그 애였다고요.”“이렇게 성급하게 나가면 결국 당하는 건 소헤 씨라고요.”소혜는 비웃으며 말했다.“그런 것도 그 얼굴 덕 아니었을까요? 임유진이 무슨 대단한 집안 출신이라도 돼요?”현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애, 성이 임이야.”소혜는 비웃었다.“강성에 임 씨 많은데요? 임씨라고 다 임씨 집안이예요?”“임유진이 정말 그 임씨 집안 사람이었으면, 이런 작은 곳에서 평사원으로 일할 일이 없죠.”강성에서도 가장 윗자리에 있는 집안, 그 임씨 집안 사람이라면 당연히 격이 달랐을 것이다.현준은 소혜를 바라보며, 무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소혜 씨, 소혜 씨는 너무 자만해요. 이제 막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세상이 어떤지 아직 몰라요.”“내가 경력은 부족하지만, 머리는 좋아요.”소혜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어떻게든 손에 넣을 수 있어요.”현준은 더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막막했고, 소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이번 달 말이면, 임유진은 이 회사에서 존재 자체가 사라질 거예요.”이메일은 해외 IP에서 발송된 것으로 확인되어, 추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루머는 벌써 영업팀까지 퍼진 상황이었다.한때 유진이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걸 보고 감탄했던 동료들조차, 그녀가 정말 실력만으로 이룬 건지 의심하기 시작했다.너무 젊은 나이에, 임씨 그룹 같은 대형 고객을 설득하고, 이미 다른 부서에서 거의 성
서선영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거절하려는 듯하면서도 몸은 피하지 않았다.“안 돼. 나, 한 시간밖에 못 나와 있어.”“당신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최이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선영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밖에 사람 세워놨어. 아무도 안 들어와.”...오전, 임유진은 구씨그룹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회사 고위층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고 마케팅부로 돌아왔을 때쯤, 팀 동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모두는 급히 예의를 갖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유진은 손에 든 자료를 들고 여진구를 찾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었어요?”유진이 맑은 목소리로 묻자, 진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아니야. 너 손에 든 거, 청원안 자료야? 나 좀 볼게.”하지만 유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보여줘요.”진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방금 보고 있던 건, 유진과 은정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둘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둘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장면. 얼마 전 중식당에서 있었던 그날이었다.진구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누군가 이 사진들을 너희 팀 메일에 전체 전송했어. 내용은, 네가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게 구은정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서라고.”유진은 이미 그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에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구씨 그룹 사장을 유혹했다는 식의 악의적이고 천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업계 풍기를 망친다는 말까지, 표현이 거칠고 추했다. 유진은 이를 꽉 물었지만, 곧 침착하게 물었다.“발신 IP 추적할 수 있어요?”진구가 답했다.“지금 IT팀에서 추적 중이야.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유지그룹 쪽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반드시 밝혀낼 거야.”“일단 외부로 확산은 안 됐고, 회사 내부 루머 수준이야. 이미 전체 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