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윤슬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부시혁이 또 말했다.[두 시간이 적은 것 같지만 시험 위주로 가르치는 거니까, 괜찮을 거야. 아무래도 반년이란 시간이 너무 짧잖아. 모든 걸 다 배우기엔 시간이 부족해. 그러니까 일단 시험을 위주로 배우고 남은 건 학교에 가서 배워.]윤슬의 마음이 따뜻해졌고 표정마저 부드러워졌다.“네, 알았어요. 초보자인 저에게 있어서, 이게 가장 좋은 선택인 것 같네요. 고마워요, 시혁 씨.”[우리 사이에 고마워할 필요 없어. 일단 내려와. 기다리고 있을게.]“네.”윤슬은 고개를 끄덕이고
윤슬은 당연히 주호준의 악의를 느꼈다.아무래도 주호준은 오래전부터 윤슬한테 악의를 품고 있었으니까.그래서 주호준의 눈빛에도 윤슬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보지 못한 것처럼 그냥 무시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갔다.무시당한 주호준은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그의 뒤에 서 있는 부하들도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대표님, 저 오만한 태도 보세요. 아무리 이사장이라도 후배인데, 어떻게 대표님을 무시할 수가 있죠? 정말 버르장머리라고는 하나도 없네요.”주호준이 냉소를 지었다.“부시혁을 믿고 이렇게 까부는
이수연이 얼른 류진영의 손을 잡고 그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류덕화는 씩씩 거리는 류진영을 보며 냉소를 지었다.“해고? 다 해고해 내겠어?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 회사에 인재들도 많고 부씨 가문의 도움도 있어서 나도 그냥 모른 척했어. 어차피 넌 원래부터 모자란 놈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널 무시한 사람들을 다 해고하겠다고? 회사의 인원을 절반이나 내쫓을 할 셈이야? 그런 빈 껍데기만 남은 회사에서 너 혼자 어떻게 할 건데?”류진영은 억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아버지, 모자란 놈이라니요. 제가 어디가 그렇
류은미는 확실히 똑똑했다. 류덕화의 말을 듣자마자 그녀는 단번에 할아버지의 목적을 알아챘다.그래서 흥분한 얼굴로 웃었다.“이 파티를 핑계로 시혁 오빠를 부를 생각인 거죠? 오빠랑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사이가 다시 회복될 테니까요. 지금처럼 속수무책 할 일은 더 이상 없을 거예요.”“맞다. 바로 그 생각이야.”류덕화는 뿌듯한 얼굴로 류은미를 쳐다보았다. 그의 두 눈에는 자랑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류덕화가 보기엔 그의 손녀 류은미는 티 하나 없는 완벽한 아이였다.한쪽에 있는 류진영이 이마를 찌푸렸다.“하지만 시혁이가 만
“안 돼. 이렇게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어.”류은미는 주먹을 쥐고 악독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다.“윤슬은 지금 건드리지 못하겠지만, 왕씨 가문은 두려워할 필요 없잖아.”“은미야, 뭐 하려고?”이수연은 경악한 표정으로 류은미를 쳐다보았다.그러자 류은미가 사악하게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걱정하지 마, 엄마. 왕씨 가문이 자기 딸을 부씨 가문에 들여보내고 싶어 이러는 거잖아. 내가 그 생각, 다시는 하지 못하게 할 거야. 시혁 오빠는 내 거야. 누구한테도 뺏기지 않을 거야. 두고 봐. 연회 그날, 왕씨 가문이 아무런 생각도
부시혁은 질투하는 눈빛으로 윤슬과 노부인을 쳐다봤지만, 그의 눈빛은 따뜻했고 입가에 걸린 미소도 부드러웠다.그렇기에 부시혁은 진짜 질투한 게 아니라, 그냥 질투한 척한 거였다.“도련님, 왜 거기에 서 계세요. 어서 와 앉으세요.”노부인과 윤슬에게 음식을 차려준 장씨 아주머니는 아직 입구에 서 있는 부시혁을 보며 얼른 손짓을 보냈다.장씨 아주머니의 말에 노부인과 윤슬은 드디어 부시혁에게 시선을 주었다.부시혁이 덩그러니 거기에 혼자 서있자, 윤슬은 그제야 자기가 이 남자를 잊고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그래서 약간 멋쩍은 표정으
자기 목적을 이룬 남자의 의기양양한 모습과 노부인의 탄식하는 모습을 보며 윤슬은 화가 나서 부시혁을 한번 노려보았다.그리고 노부인의 손을 다독이며 위로하는 미소를 지었다.“할머니, 시혁 씨 말 듣지 마세요. 절 친손녀로 생각하지 못한다면, 그냥 손녀라고 생각하시면 되잖아요. 그럼 저랑 시혁 씨의 관계에도 영향 없어요. 어떤 시어머니들은 자기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아들과 며느리의 부부 관계는 여전해요. 그러니까, 할머니도 그냥 절 손녀라고 생각하세요. 그렇다고 절 진짜 손녀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잖아요.”“그래요,
“저도 할머니처럼 류 대표를 쫓아냈어요.”윤슬은 이렇게 말하면서 입을 가리고 웃었다.그러자 노부인과 장씨 아주머니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쫓아냈다고?”노부인은 윤슬을 쳐다보며 물었다.“정말?”“네!”윤슬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뭔가 생각 났는지, 핸드폰을 꺼내고 인터넷에 올려진 영상을 노부인에게 보여주었다.“이것 보세요.”“어디 보자.”노부인은 핸드폰을 들었다.그러자 옆에 있는 장씨 아주머니가 얼른 안경을 가져왔다.노부인은 안경을 쓰고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았다.그러자 영상 속에 경비한테 끌려나간 류진영을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