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자는 감격에 겨워 빨개지며 말했다.회의실 안의 다른 사람들도 분분히 기뻐하며 일어섰다.“진짭니까?”그들은 젊은 남자를 보고 급히 물었다.젊은 남자는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입니다. 그 10억 유로는 이미 넘어왔습니다.”“행장님, 빨리 확인해 보시죠.” 누군가가 큰 소리로 재촉했다.이렇게 방대한 자금은 은행장만이 볼 수 있다.이 행장은 너무 기뻐서 멍해졌다. 사람들의 고함에 정신을 간신히 붙잡고 말했다.“알겠습니다. 조급해 하지 마시고 제가 지금 바로 확인하겠습니다.”이 행장은 말하면서 컴퓨터로 부시혁의
전화를 받은 이 행장은 장 비서의 경고를 듣고는 몸을 떨며 진지한 표정으로 연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안심하십쇼. 장 비서님. 부시혁 사장님께 꼭 전해주시죠. 앞으로 그런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이 행장은 어리석지 않다. 어떤 일은 한 번만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자주 하게 되면 그것은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다.“알겠으면 됐습니다, 다른 용건 없으시면 이만 끊겠습니다.” 장 비서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한 후 전화를 끊었다.이어서 장 비서는 이 행장이 감사 인사를 전하러 전화를 건 사실을
“자신한테 도움을 받지 않고 이 행장님과 너의 도움만 받는다고 조금 섭섭해했는데 조언을 들었다는 말에 괜찮아했어. 게다가 시혁 씨는 너와 이 행장님한테 고맙다며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하더라.”윤슬이 웃으며 대답했다.[감사?]“그래.”육재원은 잠시 침묵하다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말했다. [그러니까 이 무역항 협력안이 그의 감사 표시인 거야?]“그런 것 같아.”윤슬이 고개를 끄덕였다.육재원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누가 이런 걸 바랐어? 내가 너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은 단지 네가 잘되기를 바라서야. 다른 것을 위해서도
[물론이지. 나는 좋은 사장님이야.] 부시혁은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윤슬은 입을 씰룩이며 물었다.“저기요, 제 말은 반어였어요. 고의로 반대로 말했다고요. 알아요?”윤슬은 부시혁이 항상 장 비서를 억압하고 착취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장 비서를 이렇게 심하게 착취할 줄이야!심지어 부시혁은 이런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알아.] 부시혁은 의자 뒤로 몸을 기대며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부시혁은 바보가 아니다. 어떻게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겠는가?“그럼에도 자랑
윤슬은 말하면 말할수록 목소리는 작아졌고 머리는 더욱 숙였다. 어쩔 수 없었다. 윤슬은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지만, 방금 자신이 한 말은 그렇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마음이 약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결국 자신이 먼저 잘못 말한 것이었다. 부시혁은 윤슬이가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났다. 그녀가 곁에 있었다면 꼭 안아주며 키스했을 것이다.‘저항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귀여워.’평소에 윤슬은 매우 지적으로 행동하고 옷차림도 여장부 스타일이어서 이런 소녀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꽤 드물었다. 그
윤슬이가 말하기를 꺼리자 부시혁은 눈썹을 찌푸리며 강요하지 않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만, 그만! 장용 얘기는 그만하는 걸로. 다른 남자 얘기 꺼내지도 마! 질투 나니까. 근데 무슨 일 있어?]윤슬은 입술을 삐죽이며 대꾸했다. “꼭 무슨 일이 있어야 했나? 그냥 심심하기도 하고, 당신과 수다 떨고 싶어서?”부시혁이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일하는 중에 나랑 수다 떨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그는 카메라 너머로 윤슬의 등 뒤를 가리켰다.윤슬이가 뒤를 돌아보자 거기엔 커다란 책장이 있었다.부시혁은 윤슬이가 지금
부시혁 사장님이 윤슬 씨와 화상통화 중이었고 자신의 방문이 그들의 대화를 방해했다는 것이다.그러니 부시혁 사장의 안색이 좋을 리가 없다.정말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그러나 다행히도 부시혁 사장의 불만은 크지 않았고 그걸로 인해 트집을 잡지도 않았다.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의 밥그릇도 지키지 못했을 것이다.비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역시 상사에게 보고하는 일은 쉽지 않다. 조금만 실수해도 상사의 불만을 살 수 있고 자리도 위험해질 수 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은 장 비서에게 맡겨야지.’ 비서는 고개를 흔들
윤슬은 이제야 이해했다. 자신이 어떤 남자와 호텔에 들어갔다 나온다는 것이 찍혔고, 그래서 인터넷에는 그 남자와 자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 거라는 추측이 돌기 시작했다.‘젠장!’‘이게 다 무슨 상황인가?’윤슬은 마음속으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내가 어떤 남자랑 호텔에 들어갔다고요? 나 아닌데?”박 비서가 복잡한 눈빛으로 윤슬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장님, 잊으셨습니까? 어제 사장님과 육재원 사장님은 이 행장님을 만나기 위해 호텔에 가시지 않았습니까.”이 말을 듣고 윤슬은 이해했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