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습니다, 대표님. 저 사람을 지켜보겠습니다.”부시혁은 대답한 다음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차 문에서 우산을 꺼내 펼치고 길 중간으로 걸어가 그 사람 앞에서 멈췄다.그 사람은 우산을 천천히 들어 올려 아름다운 얼굴을 드러냈다.그 얼굴을 본 부시혁은 이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은 듯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차갑게 물었다.“누구죠? 목적이 뭔가요?”“계속 전진하시면 안 됩니다.”남자가 입을 열였고 목소리는 똑같이 차가웠다. 마치 아무런 감정이 없는 것처럼 차가웠다.부시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무슨 말이
“그럴 수가 없어요. 그와 약속했어요.”남자는 빠르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막연한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흔들며 거절했다.부시혁은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고 주먹을 꽉 쥔 채 낮게 고함을 질렀다.“안 돼? 이건 당신들과 고유나 사이의 일이야. 나랑은 상관이 없어. 당신에게 제일 중요한 사람이 고유나를 그렇게 사랑한다면 둘이 서로 사랑하게 하지, 왜 고유나에게 최면을 걸지 않는 거야? 왜 굳이 내가 감정의 대가를 치르게 만드는 거야!”남자는 눈꺼풀을 내리깔았고 아무런 감정 변화가 없던 눈 속에 뜻밖에도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너무
“시혁아, 도대체 왜 이렇게 화가 난 거야? 또 유나가 무슨 잘못을 한 거야? 만약 그렇다면 잘 얘기해 봐. 이런 모습이면 유나가 놀랄 거야.”“유나가 놀래요?”부시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채연희를 응시했다.“유나의 배짱으로 놀라겠어요?”고유나는 대담하게 윤슬을 사칭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몇 번이나 대담하게 윤슬을 죽이려고도 했다.고유나가 못할 게 뭐가 있을지 그는 알 수 없었다.“시혁아, 그게 무슨 말이야? 유나의 배짱이 왜? 그렇게 비아냥거릴 필요가 있어?”채연희는 약간 기분이 좋지 않은 듯 표정이 굳어졌다.하지만
그의 발소리는 마치 그녀의 심장을 밟는 것 같았고 그녀의 심장까지 움츠러들어 당황과 두려움이 모두 엄습해 왔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고 입술이 떨려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부시혁의 눈 속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대답 못하겠지. 왜냐하면 넌 양강구에 살지 않았고 강아지도 키운 적이 없고 계모와 여동생도 없으니까. 지금도 네가 단풍잎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쿵!고유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두 눈은 흐리멍덩했다.그녀의 모습을 본 부시혁은 그녀가 숨지기 못하고 인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유
말을 마친 부시혁의 눈빛은 음흉했고 음산한 늑대처럼 고유나를 한참 쳐다보다 고유나가 비명을 지를 쯤 시선을 거두고 몸을 돌려 별장을 떠났다.그의 모습이 현관에서 사라지는 순간 고유나는 허탈한 듯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고 얼굴에는 식은땀이 가득했다.너무 무서웠다. 그녀가 지옥에 있는 것처럼 방금 그녀를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 너무 무서웠다.고유나는 참지 못하고 몸을 웅크려 자신을 꼭 껴안았다.채연희는 가슴 아픈 듯 한숨을 내쉬었다.“이게 다 무슨 일이니......”“엄마.”고유나는 두 손으로 채연희의 손을 꼭 잡
부시혁의 얼굴은 맞아서 한쪽으로 기울었고 멍해져서 그녀를 안고 있던 손도 무의식적으로 놓았다.그녀가 그를 때린 것이 믿기지 않았다.부시혁이 무슨 생각을 하든 윤슬은 신경 쓰지 않고 틈을 타 급히 두 발자국 물러나서 그와 거리를 두고 분노해서 그를 쳐다봤다.“부시혁, 미친 짓 할 거면 너희 집에 가서 해. 그리고 똑바로 봐. 난 고유나가 아니야.”부시혁은 혀로 입천장을 만지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고유나가 아니란 거 알아.”“알면서도 날 안아? 미쳤어?”윤슬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부시혁은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오늘에서야 발견했다는 게 무슨 말이야? 네 뜻은 진즉에 날 사랑했다는 거야?”“맞아.”부시혁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나는 정말 일찍부터 널 사랑했어. 그리고 우리도 진즉에 아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눈앞이 갑자기 깜깜해지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윤슬은 깜짝 놀라 발로 그를 건드렸다.“야, 너 왜 그래?”부시혁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 알고 윤슬의 표정은 엄숙해졌고 몸을 숙여 그의 상황을 확인했다.그의 두 눈이 감겨 있고 볼이 빨간 데다 호흡이 가
그런 생각들에 장용은 분노와 유감스러운 마음으로 그리고 또 동정의 눈빛으로 부시혁을 힐끗 봤다.성준영의 눈빛이 머리를 늘어뜨리고 인사불성이 된 부시혁에게 떨어졌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어머, 시혁이는 왜 이렇게 된 거예요?”“대표님이 열이 났습니다.”장용이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윤슬은 입술을 오므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열이 났으면 얼른 병원에 데려가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성준영을 쳐다봤다.“먼저 들어오세요.”“그래요!”성준영은 환하게 웃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윤슬은 장용과 부시혁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