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가 없어요. 그와 약속했어요.”남자는 빠르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막연한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흔들며 거절했다.부시혁은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고 주먹을 꽉 쥔 채 낮게 고함을 질렀다.“안 돼? 이건 당신들과 고유나 사이의 일이야. 나랑은 상관이 없어. 당신에게 제일 중요한 사람이 고유나를 그렇게 사랑한다면 둘이 서로 사랑하게 하지, 왜 고유나에게 최면을 걸지 않는 거야? 왜 굳이 내가 감정의 대가를 치르게 만드는 거야!”남자는 눈꺼풀을 내리깔았고 아무런 감정 변화가 없던 눈 속에 뜻밖에도 슬픔이 스쳐 지나갔다.“너무
“시혁아, 도대체 왜 이렇게 화가 난 거야? 또 유나가 무슨 잘못을 한 거야? 만약 그렇다면 잘 얘기해 봐. 이런 모습이면 유나가 놀랄 거야.”“유나가 놀래요?”부시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채연희를 응시했다.“유나의 배짱으로 놀라겠어요?”고유나는 대담하게 윤슬을 사칭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몇 번이나 대담하게 윤슬을 죽이려고도 했다.고유나가 못할 게 뭐가 있을지 그는 알 수 없었다.“시혁아, 그게 무슨 말이야? 유나의 배짱이 왜? 그렇게 비아냥거릴 필요가 있어?”채연희는 약간 기분이 좋지 않은 듯 표정이 굳어졌다.하지만
그의 발소리는 마치 그녀의 심장을 밟는 것 같았고 그녀의 심장까지 움츠러들어 당황과 두려움이 모두 엄습해 왔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고 입술이 떨려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그 모습을 본 부시혁의 눈 속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대답 못하겠지. 왜냐하면 넌 양강구에 살지 않았고 강아지도 키운 적이 없고 계모와 여동생도 없으니까. 지금도 네가 단풍잎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쿵!고유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두 눈은 흐리멍덩했다.그녀의 모습을 본 부시혁은 그녀가 숨지기 못하고 인정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유
말을 마친 부시혁의 눈빛은 음흉했고 음산한 늑대처럼 고유나를 한참 쳐다보다 고유나가 비명을 지를 쯤 시선을 거두고 몸을 돌려 별장을 떠났다.그의 모습이 현관에서 사라지는 순간 고유나는 허탈한 듯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고 얼굴에는 식은땀이 가득했다.너무 무서웠다. 그녀가 지옥에 있는 것처럼 방금 그녀를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 너무 무서웠다.고유나는 참지 못하고 몸을 웅크려 자신을 꼭 껴안았다.채연희는 가슴 아픈 듯 한숨을 내쉬었다.“이게 다 무슨 일이니......”“엄마.”고유나는 두 손으로 채연희의 손을 꼭 잡
부시혁의 얼굴은 맞아서 한쪽으로 기울었고 멍해져서 그녀를 안고 있던 손도 무의식적으로 놓았다.그녀가 그를 때린 것이 믿기지 않았다.부시혁이 무슨 생각을 하든 윤슬은 신경 쓰지 않고 틈을 타 급히 두 발자국 물러나서 그와 거리를 두고 분노해서 그를 쳐다봤다.“부시혁, 미친 짓 할 거면 너희 집에 가서 해. 그리고 똑바로 봐. 난 고유나가 아니야.”부시혁은 혀로 입천장을 만지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고유나가 아니란 거 알아.”“알면서도 날 안아? 미쳤어?”윤슬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부시혁은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오늘에서야 발견했다는 게 무슨 말이야? 네 뜻은 진즉에 날 사랑했다는 거야?”“맞아.”부시혁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나는 정말 일찍부터 널 사랑했어. 그리고 우리도 진즉에 아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눈앞이 갑자기 깜깜해지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윤슬은 깜짝 놀라 발로 그를 건드렸다.“야, 너 왜 그래?”부시혁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 알고 윤슬의 표정은 엄숙해졌고 몸을 숙여 그의 상황을 확인했다.그의 두 눈이 감겨 있고 볼이 빨간 데다 호흡이 가
그런 생각들에 장용은 분노와 유감스러운 마음으로 그리고 또 동정의 눈빛으로 부시혁을 힐끗 봤다.성준영의 눈빛이 머리를 늘어뜨리고 인사불성이 된 부시혁에게 떨어졌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어머, 시혁이는 왜 이렇게 된 거예요?”“대표님이 열이 났습니다.”장용이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윤슬은 입술을 오므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열이 났으면 얼른 병원에 데려가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성준영을 쳐다봤다.“먼저 들어오세요.”“그래요!”성준영은 환하게 웃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윤슬은 장용과 부시혁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장용이 대답했다.부시혁이 눈을 감았다.“누가 저를 병원에 데리고 온 거예요?”윤슬인가?“제가요.”장용이 대답했고 순간의 부시혁 마음속에 솟구치는 희망의 날개를 끊어버렸다.부시혁은 얇은 입술을 오므렸고 차갑게 그를 힐끗 봤다.장용은 어리둥절했다.어떻게 된 거지?왜 그가 쓸데없는 일에 참견했다고 싫어하시는 것 같지?착각인가?장용은 가볍게 기침을 하더니 말했다.“그게 대표님이 열이 나서 쓰러진 후에 윤슬 아가씨를 저를 불러서 병원에 모시고 가라고 한 거예요.”부시혁의 그윽한 눈빛에 한 줄의 빛이 반짝였다.윤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