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혁의 얼굴은 맞아서 한쪽으로 기울었고 멍해져서 그녀를 안고 있던 손도 무의식적으로 놓았다.그녀가 그를 때린 것이 믿기지 않았다.부시혁이 무슨 생각을 하든 윤슬은 신경 쓰지 않고 틈을 타 급히 두 발자국 물러나서 그와 거리를 두고 분노해서 그를 쳐다봤다.“부시혁, 미친 짓 할 거면 너희 집에 가서 해. 그리고 똑바로 봐. 난 고유나가 아니야.”부시혁은 혀로 입천장을 만지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고유나가 아니란 거 알아.”“알면서도 날 안아? 미쳤어?”윤슬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부시혁은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오늘에서야 발견했다는 게 무슨 말이야? 네 뜻은 진즉에 날 사랑했다는 거야?”“맞아.”부시혁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나는 정말 일찍부터 널 사랑했어. 그리고 우리도 진즉에 아는......”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눈앞이 갑자기 깜깜해지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윤슬은 깜짝 놀라 발로 그를 건드렸다.“야, 너 왜 그래?”부시혁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 알고 윤슬의 표정은 엄숙해졌고 몸을 숙여 그의 상황을 확인했다.그의 두 눈이 감겨 있고 볼이 빨간 데다 호흡이 가
그런 생각들에 장용은 분노와 유감스러운 마음으로 그리고 또 동정의 눈빛으로 부시혁을 힐끗 봤다.성준영의 눈빛이 머리를 늘어뜨리고 인사불성이 된 부시혁에게 떨어졌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어머, 시혁이는 왜 이렇게 된 거예요?”“대표님이 열이 났습니다.”장용이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윤슬은 입술을 오므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열이 났으면 얼른 병원에 데려가세요.”말을 마친 그녀는 성준영을 쳐다봤다.“먼저 들어오세요.”“그래요!”성준영은 환하게 웃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윤슬은 장용과 부시혁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장용이 대답했다.부시혁이 눈을 감았다.“누가 저를 병원에 데리고 온 거예요?”윤슬인가?“제가요.”장용이 대답했고 순간의 부시혁 마음속에 솟구치는 희망의 날개를 끊어버렸다.부시혁은 얇은 입술을 오므렸고 차갑게 그를 힐끗 봤다.장용은 어리둥절했다.어떻게 된 거지?왜 그가 쓸데없는 일에 참견했다고 싫어하시는 것 같지?착각인가?장용은 가볍게 기침을 하더니 말했다.“그게 대표님이 열이 나서 쓰러진 후에 윤슬 아가씨를 저를 불러서 병원에 모시고 가라고 한 거예요.”부시혁의 그윽한 눈빛에 한 줄의 빛이 반짝였다.윤슬을
“진짜입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제가 알고 싶은 건 최면술사가 가슴을 아프게 하는 상황이 생기게 할 수 있나요?”부시혁은 소 닥터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소 닥터는 멈칫했다.“대표님,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네.”부시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전에 제가 미혼녀에 대해 묘사한 것을 기억하시나요? 제가 반드시 그녀에게 잘해줘야 하고 아껴야 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거.”“물론입니다!”소 닥터는 고개를 끄덕였다.부시혁의 낯빛이 흉악해졌다.“하지만 요 며칠 제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가슴이 쥐어짜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역겨웠다!하지만 이 사람이 고유나에게 그가 최면과 정신적 암시를 받은 사실을 말하게 해서는 안 됐다. 그렇지 않으면 고유나는 이 점을 이용해 그더러 예전처럼 그녀를 대하게 만들 수도 있다.그는 반드시 하루빨리 최면과 정신적 암시를 제거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임이한은 마치 부시혁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병상의 꼬리 맞은편 벽에 나른하게 기댔다.“날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어. 고유나한테 말하지 않을 거니까. 나와 고유나도 원한이 있어.”부시혁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고 그저 비웃 듯 입꼬리를 당겼다.“너의
여기까지 말하고 그는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6년이 지났으니 선배의 조예는 아마도 스승보다 높을 거야.”“그러니까 이렇게 대단한 최면술사를 고유나가 어떻게 알게 된 거야?”부시혁이 그를 주시했다.임이한 계속 수술칼을 돌리며 말했다.“말했잖아. 나도 모른다고. 그리고 나도 궁금해.”부시혁은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아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임이한도 모른다니, 고유나는 정말 간단한 사람이 아니다.그때 장용이 돌아왔다.부시혁은 바로 그더러 임이한의 선배를 조사하라고 했고 임이한의 선배가 그 신비로운 남자라고
성준은 입꼬리를 씰룩거렸다.“정말 직접적이네요.”윤슬은 살짝 웃었다.“그렇지 않은면요? 힘들게 돌려 말해야했어요?”“하긴. 하지만 왜 해외로 가서 애를 지울 생각을 했어요?”성준영은 이해할 수 없었다.윤슬은 웃음을 거두고 지난번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말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성준영은 테이블을 쳤고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 사람들 정말 사람을 쉽게 죽이는군요!”임이한은 의사인데 이렇게 의사의 품성도 없이 정신 나간 짓을 하다니.“괜찮아서 다행이에요.”성준영은 두려움에 떨며 윤슬을 바라봤다.윤슬은 컵을 들고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