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재원은 욕을 퍼부으며 나갔다.성준영은 식은땀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었다. 드디어 이 귀찮은 사람을 보냈다.성준영은 다시 위로 올라가 부시혁에게 전화를 걸었다.마치 그가 전화를 할 것을 알았던 것처럼 부시혁은 바로 입을 열어 물었다.“육재원이 찾아왔어?”“어떻게 알았어?”성준영은 깜짝 놀랐다.부시혁은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윤슬이 알려줬어.”성준영은 멍해있다 이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아 참참참, 내가 잊고 있었네. 네가 신분을 속이고 윤슬의 까톡을 추가했었지. 육재원이 나를 통해 널 귀찮게 하
통화가 끝나고 부시혁은 휴대폰을 내려놓았고 눈빛은 어두웠다.그는 방금 성준영이 한 말을 생각했다.어쩌면 성준영의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어떤 때 어떤 일들은 뒤로 미루다 간 걷잡을 수 없는 발전이 생길 수도 있다.생각하다 부시혁은 다시 휴대폰을 들고 윤슬 까톡을 눌렀다: 당신 임신했다는 거 들었어요.윤슬이 서류를 보고 있는 데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힐끗 봤고 Z-H에게서 온 문자인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의아했다.채팅을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왜 또 문자를 보낸 거지?“뭘 보낸 거지?”윤슬은
윤슬은 배 위의 옷을 꽉 잡고 심장의 고통을 참으며 뱃속의 아이에게 사과했다.그때 사무실의 문이 열리면서 육재원이 허둥지둥 들어왔고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왜 그래?”윤슬은 마음속의 미안함을 가다듬고 고개를 들어 그에게 물었다.육재원은 윤슬의 테이블 앞에 와서 그녀의 커피를 들고 고개를 들어 마셔버렸다.윤슬은 막을 수조차 없었다.상관없다, 어차피 커피 한 잔일 뿐이니.그도 그녀가 마신 것을 개의치도 않는데 그녀가 뭘 더 일깨워줄 게 있단 말인가.“망할 성준영!”육재원은 빈 커피잔을 무겁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큰
“같이 가줄게.”육재원은 일어났고 그녀를 걱정하는 모습이었다.윤슬은 마음속으로 감동스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괜찮아. 난 임신을 한 거지 다친 게 아니야. 네가 옆에 있어 줄 필요 없다고. 됐어. 나 먼저 갈게.”말을 마친 그녀는 가방을 메고 사무실을 나가 차를 몰고 호텔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윤슬이 호텔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부시혁과 장용을 마주쳤다.그들도 갓 도착했고 여기서 윤슬을 만날지 몰랐는지 약간 놀란 기색이었다.“윤슬 아가씨.”장용은 윤슬에게 인사를 건넸다.윤슬은 화답하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리고 부
문이 열리자 장용이 먼저 나가 엘리베이터 문을 막았고 마음속으로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다행이었다. 드디어 이 두 사람과 함께 숨 막힐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낄 필요가 없었다.윤슬은 장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했고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를 나왔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온 후, 특별히 2초 서 있다 부시혁과 장용이 멀어지자 그제야 발걸음을 내디디며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그들의 뒤를 따랐다.빠르게 회의실에 도착했다.장용은 문을 열었다.부시혁이 들어간 다음 윤슬이 들어갔다.회의실 안의 사람들은 그들이 들어오는 것을
부시혁은 계속 윤슬의 표정 변화를 관심했다.그녀가 실망하는 모습을 봤을 때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슴이 미어졌다.그녀의 기획 수준이 그 정도니 아무리 그의 가슴이 미어져도 편의를 봐줄 수는 없었다.고도식은 자기가 협력 자리 하나를 가지게 된 것을 알고 기뻐서 웃기 시작했다.그는 자신의 기획 수준을 알고 있었고 협력 자리를 갖는 건 아예 불가능했지만 하필이면 갖게 되었다.보아하니 부시혁이 정말 고유나의 체면을 봐서 내막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버리고 이 장인어른을 위해 편을 봐줬다.그런 생각에 부시혁을 바라보는 고도식의 눈
“이름은 제가 붙인 게 아니에요.”부시혁은 윤슬을 보고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그 모습을 본 윤슬은 마음속의 분노가 조금 사라졌다.“정말 당신이 아니에요?”“전 그렇게 하는 것을 경멸해요.”부시혁이 대답했다.윤슬은 입술을 깨물었다.그러니까 그녀 기획서의 이름이 바뀐 것에 대해 그는 확실히 아는 게 없었다.“고도식 대표님, 부시혁 대표님이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고 하니 당신 짓인 것 같은데 설명해 보세요. 제 기획서가 왜 당신의 것이 되었는지!”윤슬은 고도식을 응시한 채 차가운 목소리로 질문했다.다른 사람들은 일이 커지
대표가 자기더러 말하라고 하자 장용은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제가 윤슬 아가씨의 기획서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유나 아가씨가 나타났어요. 역시 기획서를 제출하러 왔고요. 도중에 저는 고유나 아가씨에게 커피를 드리러 나갔었는데 기획서는 안내실에 두었어요. 그때 안내실에는 고유나 아가씨 혼자 있었어요......”여기까지 말했는데 뭐가 더 이해되지 않는 게 있는가.윤슬의 기획서는 고유나가 바꾼 것이다.부시혁은 눈꺼풀을 내리깔았고 마음속에는 실망이 가득했다.“무슨 헛소리야!”고도식은 테이블을 치고 일어나 장용을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