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나가 차가운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이 사실 시혁이는 절대 알면 안 돼요. 적어도 아이를 지우기 전까지는요.”그녀가 아는 부시혁이라면 아이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그럼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죠?”“윤슬이 어느 병원 산부인과를 다니는지 알아내요. 그리고 그 의사들을 매수하든 뭘 하든 임신한 아이한테 선천적인 문제가 있다고 무조건 지워야 한다고 말하도록 해야 해요. 수술 도중 죽어버리면 더 좋고요.”고유나가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그 미소에 임이한도 가슴이 서늘해졌다.이 여자가 정말... 어렸을 때 그를 구했던
윤슬의 걱정스러운 눈빛에 부시혁이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괜찮다고 말하려던 그때, 윤슬은 그를 지나쳐 육재원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훑어보았다.“손 괜찮아?”그 모습에 육재원이 바보처럼 헤실거렸다.“그럼, 괜찮지.”“다행이다.”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윤슬의 모습을 바라보던 부시혁의 표정이 일그러졌다.그래. 내 걱정을 해줄 리가 없잖아... 그리고 지금 윤슬 남자친구는 육재원이야. 육재원을 먼저 걱정해 주는 게 당연한데... 그런데 왜... 마음이 이렇게 안 좋은 걸까?부시혁의 주먹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윤슬이
“별일 아니에요.”윤슬은 두 눈을 감은 채 담담하게 대답했다.아파서 죽을 것 같은 표정인데도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 모습에 부시혁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차 안으로 부시혁의 손이 쑥 들어오자 윤슬의 눈빛이 흔들렸다.“지금 뭐 하는 거야?”부시혁은 아무 대답 없이 안쪽에서 차 문을 열어버렸다.“당신...”“나와.”부시혁이 명령조로 얘기했지만 윤슬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당신이 나오라고 하면 고분고분 나가야 해요? 내가 왜 그쪽 말을 들어야 하는데요!”“내 차에 타. 병원으로 데려다줄게.”부시혁의 말에 윤슬이 흠칫하다
신비로운 세력이 윤슬의 뒤를 봐주고 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음모로 윤슬을 제거하려 할 때마다 번번이 실패한 거겠지.윤슬을 무너트리려면 그녀의 뒤를 지키고 있는 다른 세력부터 끄집어내야 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움직일 수밖에.한편 고유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개를 푹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취조실 문이 열리고 윤슬이 경찰과 함께 등장했다.세 사람을 차가운 눈빛으로 노려보던 윤슬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고 대표님, 사모님도 계셨네요.”채연희는 아예 고개를 돌려버리고 고도식도 콧방귀를 뀔 뿐 아무 말도 하지 않
고유나의 설명에 부시혁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휴, 그래. 그런 거면 어쩔 수 없지.”다른 인격이 한 일이니 기억이 안 나는 것도 당연했다.“미안해. 시혁아... 내가 또 사고를 친 거지?”입술을 꼭 깨문 고유나가 눈시울을 붉혔다.“네 잘못 아니야. 마음에 담아두지 마.”“그래, 유나야. 시혁이 말이 맞아.”뒷좌석에 앉은 고도식과 채연희도 고유나를 위로하자 그제야 고유나는 눈물을 머금은 채 미소를 지었다.“알겠어요.”“그런데 시혁아, 유나 일은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야?”“내일이면 알게 되실 겁니다.”고도식의 질
부시혁은 눈을 껌뻑이며 대답했다.방금 엘리베이터를 나올 때는 그는 머리가 약간 어지러운 게 열이 있는다는 것을 의식했다.하지만 그는 갑자기 그녀가 보고 싶었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윤슬은 손을 내려놓고 부시혁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부시혁은 그녀를 바라봤다.“왜?”“휴대폰.”윤슬은 미간을 찌푸렸고 약간 귀찮은 듯 말했다.“주세요. 부 씨 저택에 전화해서 데리러 올 사람 보내달라고 할게요.”“됐어.”부시혁은 입술을 오므리며 거절했다.윤슬은 웃으며 말했다.“왜요, 직접 운전해서 가시게요?”부시혁은 입술을 움찔했지만
“의사 선생님, 한 번 봐주세요.”의사를 데리고 들어온 후 소피 위에 있는 남자를 가리키며 의사에게 말했다.부시혁 등의 상처를 본 의사도 깜짝 놀라 급히 의료 상자를 열고 도구를 꺼내 부시혁의 상처를 검사했다.한차례의 검사 후, 부시혁의 등에 약을 바른 다음 해열 주사를 놓아줬다.하지만 윤슬은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두 손을 꼭 쥔 채 긴장한 듯 물었다.“선생님, 이 사람 괜찮은 건가요?”“괜찮아요. 열은 오늘 밤에 내릴 것이고 등의 상처도 큰 문제 없어요. 며칠 동안 근육을 이완시키고 피를 맑게 하는 약을 바르고 충
대략 반 시간 후, 장용이 도착했다.부시혁이 방문을 열며 말했다.“들어와.”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거실로 들어갔다.그의 뒷모습을 본 장용은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두 번 씰룩거렸다.그의 기억이 맞다면 여기는 윤슬 아가씨네 집이다.하지만 왜 부시혁 대표님이 문을 열어주고 남주인의 행세를 하는가.비록 이런 생각을 했지만, 장용은 감히 묻지 못하고 발을 들어 안으로 들어갔다.“옷은?”부시혁은 그를 쳐다봤다.장용은 수중의 봉지 하나를 그에게 건넸다.“여기 있습니다.”부시혁은 받아 들고 바로 거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