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준영은 한쪽으로 안전벨트를 하고 다른 한쪽으로 웃으며 말했다.“별거 아니야. 그냥 무서운 얘기 하나 해줬어요.”“제가 잘 속을 것 같아요?”윤슬은 어이없다는 듯 그를 쳐다봤다.성준영은 시동을 걸며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사실인데 안 믿으신다면 저도 어쩔 수가 없네요!”“재미없어요!”윤슬은 눈을 희번덕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성준영은 갑자기 머리를 돌려 빠르게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대표님, 방금 갑자기 발견한 건데 채연희랑 닮은 것 같아요.”“뭐요?”윤슬은 약간 어리둥절했다.“제가 그 여자랑 닮았
어쨌든 부시혁을 위해 그의 정체를 숨겨주느라 공을 많이 들였다.30분 후, 천수만에 도착했다.윤슬은 차에서 내려 지팡이 두 개를 짚고 절뚝거리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아파트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던 소년의 눈이 반짝였다.“드디어 왔구나. 한참을 기다렸다고...... 너 발은 왜 그래?”소년은 깁스한 그녀의 발과 그녀의 겨드랑이 밑에 있는 두 개의 지팡이를 놀라서 바라보았다.윤슬은 부민혁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여기 왜 온 거야?”부민혁은 고개를 떨구
제81화이혼 뒤 윤슬이 먼저 전화를 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무슨 일인 걸까?“민혁이 나랑 같이 있어. 그러니까 데리고 가.”윤슬이 골치 아프다는 듯한 표정으로 부민혁을 힐끗 바라보았다.“민혁이가 왜 너랑 같이 있어?”“몰라, 가라고 해도 말도 안 듣고.”“알겠어. 지금 바로 갈게.”부시혁의 대답에 윤슬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통화 종료라는 문구에 부시혁은 말없이 휴대폰 액정을 바라보다 사무실을 나섰다. 약 1시간 뒤, 부시혁은 윤슬의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형!”부시혁을 발견한 부민혁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유나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실렸지만 일부러 당황한 척 변명했다.“미영 씨, 무슨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전...”“닥쳐!”이미영이 코웃음을 쳤다.“고유나, 내가 이대로 넘어갈 것 같아? 나 혼자 죽을 것 같냐고! 두고 봐!”말을 마친 이미영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미 어두워진 휴대폰 액정을 바라보는 고유나의 안색도 창백해졌다. 오늘 뉴스를 확인하고 나서 이미영의 집안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그런데 모든 잘못을 그녀에게로 돌릴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비록 가세가 기울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국회의원까지
“넌 내 약혼녀잖아. 잘해 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6년 전 처음 만난 그날 내가 그렇게 말했었지? 무슨 일이 있어도 널 지킬 거라고. 기억해?”부시혁이 애틋한 눈빛으로 고유나를 바라보았다.고유나는 눈가에 눈물이 맺힌 상태로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당연히 기억하지. 그런데 너도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당연하지. 너에 관한 모든 거 다 기억하고 있어.”부시혁이 손가락으로 머리를 가리켰다.하지만 부시혁의 말에 고유나의 미소가 살짝 굳었다.“그러지 마. 사실 그 뒤로 시간도 많이 흘렀잖아. 그 동안 많이 변하기도
제83화 영양제“누가 보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잠깐 고민하던 윤슬이 입을 열었다.“네, 지금 바로 내려갈게요.”통화를 마치고 윤슬이 목발을 짚은 채 일어서자 박희서가 바로 그녀의 뒤를 따랐다.회사 프런트에 도착한 윤슬이 물었다.“물건은 어딨죠?”프런트 직원이 커다란 상자를 들고오더니 말했다.“이것들 전부예요.”불투명한 상자 안에 포장되어 있어 물건의 정체는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보낸 이의 연락처 하나 없었다.상자를 들어보던 박 비서가 말했다.“꽤 무게가 나가는데요.”“열어봐요.”고개를 끄덕인 직원이 작은
“보지 마, 쟤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잖아. 그러면 혼자 있게 내버려 두면 돼.”왕수란은 화가 나서 말하면서도 부시혁이 위층으로 올라가는 걸 막지 않았다.누가 뭐라고 해도 부민혁은 그의 아들이기 때문이다.그러니 어머니란 이름으로 어떻게 마음을 독하게 먹을수 있겟는가!부시혁도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위층으로 향했다.“민혁아, 문 열어.”부시혁은 부민혁의 방문 앞에서 문을 두드렸다.문이 열렸다.부민혁은 눈가가 빨개진 채 그를 쳐다보았다.“형.”“울었어?”부시혁은 눈을 찌푸렸다.부민혁은 팔을 들어 눈을 비비며 퉁명
“때가 되면 알겠지.”지친 윤슬이 웃으며 말했다.그때 그녀의 머리맡에 둔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육재원이 그녀가 보기도 전에 목을 빼들며 보았다.“전남편 동생이다.”“부민혁?”윤슬이 재빨리 고개를 들어 확인했다.육재원이 흥하는 소리와 함께 물었다.“왜 너한테 전화했대?”“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윤슬은 휴대폰을 열어 부민혁의 전화를 끊어버렸다.육재원은 그런 그녀를 보며 물었다.“왜 안 받아?”“받고 싶지 않아.”윤슬은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하고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때 액정에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네가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