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사고였다. 지서현은 눈을 뜨고 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을 마주했다.방금 아찔한 순간, 하승민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것이다.‘왜 하필 이 사람이지?'“하 대표님?”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있었다. 커다란 바위가 눈앞에 보였다. 곧 충돌할 것 같았다.하승민은 강한 팔로 지서현을 꽉 끌어안으며 나지막이 말했다.“꽉 잡아.”지서현은 본능적으로 하승민을 껴안았다.퍽!두 사람은 바위에 부딪히며 멈춰 섰다.지금은 남자가 아래, 여자가 위인 자세였다. 하승민에게 안긴 채 그의 위에 엎어져 있던
하승민은 천천히 얼굴을 돌렸다.지서현은 그의 혹을 정성스럽게 마사지해 주느라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하승민이 고개를 돌리면서 그의 입술이 지서현의 입술에 부드럽게 닿았다.하승민의 차가운 입술과 지서현의 따뜻한 입술이 겹쳐졌다. 두 사람은 키스를 하고 말았다.지서현은 맑은 눈을 크게 뜨며 그대로 굳어버렸다.하승민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지서현, 네가 나한테 키스했어!”그는 그녀가 키스했다고 했다.지서현은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바로 그때 주예찬과 선후배들이 그녀를 찾으며
“우리 예전에 만난 적 있어요!”‘정말 만난 적이 있다고?’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도대체 언제 그녀를 만났다는 걸까?’그런데 그녀에게서는 왠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자꾸만 그를 끌어당기는, 그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다가가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우린...”지서현은 목걸이를 찾으려는 듯 목을 만졌다. 그가 선물했던 옥 반지를 꺼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옥 반지는 없었다. 그제야 그녀는 옥 반지를 방에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여기서 기다려요. 뭔가 좀 가져 올게요.”지서현은
‘혹시 내가 서현인 척하는 걸 눈치챈 건 아니겠지?’하승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꽤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지서현이 나타나지 않자 그는 발걸음을 돌렸다.지유나는 고우섭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우섭 씨, 이제 오빠가 완전히 서현한테 푹 빠진 것 같아요. 저 좀 도와주세요.”고우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유나는 속으로 초조해졌다. 고우섭이 그 천재 소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지서현이 바로 그 천재 소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고우섭의 마음이 지서현에게로 기울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안 돼. 절대 그런 일이
강해도의 눈은 그쳤지만 부두는 여전히 습기 차고 추웠다.지유나와 고우섭은 부두에 서 있었다. 해안가에는 요트 한 척이 정박해 있었고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정신을 잃은 지서현을 요트 위로 던졌다.고우섭은 지서현을 잠시 바라보다가 지유나에게 물었다.“형수님, 사람을 시켜 지서현을 납치해온 거예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지유나는 눈살을 찌푸렸다.“우섭 씨, 지금 저한테 따지는 거예요? 우섭 씨도 변했네요. 마음이 흔들리고 있어요. 서현이한테 마음이 기울고 있다고요!”“형수님, 전 그런 적 없어요.”“그럼 날 아직도
사실 그녀는 미리 요트에 손을 써 두었다. 요트에 폭탄을 설치하게 한 것이다.이것은 폭탄의 카운트다운이었다.3분 후면 폭탄이 터질 터였다.지유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했다.‘고우섭, 날 원망하지 마라. 네 마음이 이미 서현에게 기울었으니 그냥 서현이랑 같이 사라지는 수밖에!’...요트 위에서 고우섭은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때 거대한 파도가 몰아쳤고 차가운 물보라가 지서현의 얼굴에 튀었다.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지서현이 눈을 떴다.그녀는 몸을 일으켜 고우섭을 보고 물었다.“고우섭, 여긴 어디야?”“스읍!
지서현은 온몸이 아팠다. 뼈가 부서진 것처럼 욱신거렸고 너무 추웠다.차가운 바닷물이 얼굴을 쉴 새 없이 때렸고 뼛속까지 시린 냉기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살아 있었다.요트에는 폭탄이 설치되어 있었고 폭발하기 직전 그녀와 고우섭은 바다에 뛰어들었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차갑고 매서운 바닷물을 헤치며 그녀는 필사적으로 헤엄쳤다.작은 몸에서 엄청난 생존력이 뿜어져 나왔다.그러다가 마침내 파도에 떠밀려 해안가에 도착했다.밤이었고 주변은 황량했다. 지서현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고우섭? 고우섭!”그녀
지서현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 지금 그녀와 중상을 입은 고우섭은 이 외딴곳에 떨어졌고 유세용은 음흉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고우섭은 지서현의 말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미 이혼한 주제에 저런 소리를 하다니, 뻔뻔스럽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고우섭이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지서현은 매서운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입 닥쳐!”그리고는 그의 상처 부위를 꾹 누르며 비꼬듯이 말했다.“어떻게 안 죽었고 살아있대!”“아! 아파!”고우섭은 아픔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소리쳤다.“지서현, 진짜
유춘화는 조비서와 그의 부하들을 훑어보며 말했다.“우리 마을은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서 이 사람들은 들어올 수 없어요. 내가 당신만 몰래 안내해 드릴게요.”그러자 조비서는 즉시 말했다.“대표님, 혼자 들어가시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하승민이 물었다“무슨 위험?”조 비서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춘화라는 여자가 대표님께 호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납치해서 산적 마누라로 삼을지도 모르니 조심하세요.”하승민은 조 비서에게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 조비서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하승민은 지시했다.“여기서 쉬고 있
하승민은 조비서와 사람들을 데리고 평서촌으로 들어갔다. 몇몇 마을 주민들이 보이자 그는 바로 다가가 물었다.“안녕하세요, 혹시 오늘 두 사람이 이 마을에 들어오는 걸 보신 적 없으세요?”주민들은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당신들 누구죠? 여긴 왜 온 건데요?”하승민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사람을 찾고 있어요.”그러자 주민들은 곧바로 손사래를 쳤다.“우리 마을에는 들어온 사람 없어요. 외지 사람은 사절이니까 빨리 나가요.”말을 마치자 몇몇 주민들이 하승민 일행을 몰아내려 했다.“저기...”조 비서가 뭔가 말하려
지서현은 그의 품에서 떨고 있었다.고우섭은 팔에 힘을 주어 그녀를 꽉 안았다.“지서현, 조금만 참아. 꼭 버텨야 해.”...지서현이 사라지자 하승민은 인력을 더 투입해 그녀를 찾았다.곧 조 비서는 CCTV 영상을 가져왔다.“대표님, 찾았습니다. 지서현 씨와 고우섭 씨가 차례로 요트에 탑승했습니다.”하승민은 영상을 확인했다. 고우섭이 요트에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지서현은 이미 요트 안에 있었다.하승민의 잘생긴 얼굴은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어둡게 흐려졌다.“우섭은 왜 갑자기 강해도에 온 거지?”고우섭이 갑자기
고우섭은 여자 친구도 많이 사귀어 봤고 허리를 감싸 안는 것보다 더한 스킨십도 해봤다.그러나 갑자기 지서현을 안자 그의 심장은 부자연스럽게 빨리 뛰기 시작했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그는 허둥지둥 지서현을 흔들었다.“지서현, 왜 그래?”그때 그는 지서현의 이마가 뜨겁고 몸 온도도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녀는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 정말 설상가상이었다.지서현은 천천히 눈을 뜨고 일어서며 말했다.“난 괜찮아.”“괜찮긴 뭐가 괜찮아. 열이 이렇게 나는데. 걸을 수 있겠어? 내가 안아서 데
“밖에 약초가 좀 있는 것 같아. 잠시 후에 내가 나가서 약초를 좀 캐올 테니 넌 쉬고 있어.”지서현은 구급상자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올 때 지형을 살펴봤었는데 약초가 있었다. 유세용의 기억을 잃게 할 약초를 좀 뜯을 수 있었다.지서현이 몸을 웅크리고 약초를 캐고 있는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고우섭이었다.고우섭이 따라온 것이다.지서현은 의아하게 물었다.“왜 따라왔어? 피 많이 흘렸으니 어서 쉬어.”고우섭은 서서 지서현의 작은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시골 아줌마 옷을 입었어도 숨길 수 없는 미
지서현이 고개를 들자 고우섭이 보였다.쭉 혼수상태였던 고우섭이 인기척에 깨어나 곧바로 침대에서 내려와 유세용을 지서현에게서 떼어냈던 것이다.욕정에 눈이 먼 유세용은 뒤에서 누가 공격해올 줄은 몰랐기에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혔다.고우섭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지만 눈빛은 매섭기 그지없었다. 그는 지서현을 보며 물었다.“괜찮아?”지서현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그제야 고우섭은 유세용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짐승 같은 놈!”즐거운 시간을 방해받은 유세용의 얼굴 또한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너희 둘 여기 떠내려왔을
지서현은 방을 나섰다.유세용은 지서현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깊은 밤이 되었다. 고우섭은 깊이 잠들어 있었지만 지서현은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유세용을 경계해야 했기 때문이다.자신이 기혼자라고 밝혔음에도 유세용은 포기하지 않은 듯했다. 그는 여전히 흑심을 품고 있었다.지서현은 잠들 수 없었다. 자신과 고우섭이 위험해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지서현은 혼자 문 앞에 앉아 있었다. 산골 마을의 밤은 정말 고요했다. 고요하고 신비로웠다.눈이 내린 산골 마을은 차갑고 적막해서 마치 세상의 끝에 와 있는
지서현은 손수건으로 손을 닦고 고우섭을 바라보았다.“고우섭,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고우섭은 사과하려던 말이 목구멍에 걸린 듯했다.지서현은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미안하다는 말로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사과해도 소용없어. 난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고우섭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는 해성의 작은 악동이었다. 형을 제외하고는 그에게 이렇게 막 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서현의 당돌한 태도에 고우섭은 얼굴이 굳어졌다.“고우섭, 얼른 눈 감
지서현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 지금 그녀와 중상을 입은 고우섭은 이 외딴곳에 떨어졌고 유세용은 음흉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고우섭은 지서현의 말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미 이혼한 주제에 저런 소리를 하다니, 뻔뻔스럽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고우섭이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지서현은 매서운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입 닥쳐!”그리고는 그의 상처 부위를 꾹 누르며 비꼬듯이 말했다.“어떻게 안 죽었고 살아있대!”“아! 아파!”고우섭은 아픔에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소리쳤다.“지서현,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