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교감을 바라보았다.“아니, 교감 선생님. 전화 잘못 거신 거 아닌가요?”시야가 가려진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강렬한 존재감을 지닌 한 남자가 그녀 앞에 다가오자 그의 그림자가 지서현을 완전히 덮어버렸다.하승민의 날카로운 시선이 엄수아를 먼저 스쳐 지나갔다가 곧바로 지서현에게로 향했다.“누가 먼저 손댔어? 나와.”그의 낮고도 단호한 목소리에 엄수아가 움찔하더니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반사적으로 지서현을 밀어버렸다.갑작스러운 힘에 밀린 그녀는 중심을 잃고 하승민의 단단한 가슴팍에 부딪
지서현은 하씨 가문의 본가에서 나와 이곳에서 살고 있었다.그녀의 침대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베개와 이불도 단정하게 개어져 있었다.하지만 방금 씻고 나온 탓에 침대 위에 하얀색 슬립 원피스가 무심히 놓여 있었다.하승민의 시선이 잠깐 그곳을 스쳤지만 그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뒤에 서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지서현은 그가 오해할까 봐 서둘러 설명하려 했다.“오늘 제가 주지훈을 때린 건...”“지서현, 열심히 공부하고 의학을 배우라고 서경대로 보냈어. 그런데 지금 넌 뭐 하고 있어? 수업 시간엔 자고 쉬는 시간엔 싸움질?
“지서현, 좀 얌전히 있으면 안 돼?”하승민이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지서현의 마음은 순간적으로 무너져 내렸다.하승민은 정말 그녀가 얌전히 있길 바랐다.지난 3년이 넘는 결혼 생활 동안 그녀는 식물인간이었던 그를 돌봤지만 그 역시 그녀에게 아주 풍족한 물질적 보상을 해주었고 세경 대학에도 보내주었다.그는 이 결혼을 여기서 끝내길 원했다.하지만 그녀는 세경 대학에서 전혀 얌전히 있지 않았다.어젯밤 그는 술집 룸에서 그녀에게 안 좋은 별명이 있다는 말을 듣고 짜증이 났고 오늘 회의 때도 집중할 수 없었다
지서현의 오른발이 그의 손에 붙잡혀 있었다.여자들에게 발은 민감한 부위였기에 그녀는 필사적으로 발을 빼내려 하며 소리쳤다.“놔요!”하승민도 순간적으로 이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그녀를 한 번 바라보더니 조용히 손을 놓았다.부드럽고 하얀 발이 재빨리 빠져나가더니 순식간에 치마 아래로 숨겨졌다.하승민은 곧 몸을 일으켜 원래 화제로 돌아와 입을 열었다..“이 일은 내가 처리...”침대에 웅크려 앉은 지서현이 단호하게 거절했다.“하 대표님,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필요 없어요.”하승민의 싸늘한 시선이 그녀
교감실.주지훈이 부모님을 대동하고 당당하게 다시 돌아왔다.그는 이미 세수까지 끝낸 지서현과 엄수아를 보았다.맑고 깨끗한 얼굴, 생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연꽃처럼 청초한 분위기를 풍기는 지서현을 본 순간 주지훈의 심장이 또다시 요동쳤다.‘역시 내 여자 친구로 딱이야.’하은지는 그에게 지서현을 괴롭혀달라고만 했지 지서현을 여자 친구로 만들라고 하지는 않았다.그런데도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시골 출신인 걸 문제 삼지도 않았는데 대체 왜 나를 거절하는 거지?’그가 여자 기숙사 앞에 스포츠카를 대기만 하면 수많은 여학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하승민에게 설명하려고 했지만 그는 듣지도 않고 단숨에 그녀를 몰아세웠다.그 순간 그녀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하승민은 잠시 자책감을 느끼다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어쨌든 자초한 일이야. 입학한 지 이틀 만에 주지훈 같은 한량에게 찍히다니.’하승민은 방금 주지훈이 그녀를 바라보던 눈빛도 똑똑히 봤다.같은 남자로서 그는 그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그녀가 그냥 잘못을 인정하고 살짝 애교만 부려도 주지훈이 쉽게 용서해 줬을지도 몰랐다.어떤 상황이든 하승민이 나설 필요는 없었다.그 생
곧이어 하은지는 자신의 또 다른 부계정으로 로그인한 뒤 첫 번째 부계정을 태그하며 거짓으로 동조했다.[맞아. 맞아. 지서현이 수업 시간에 잔 걸로 세경대의 퀸카가 된다면 정말 웃음거리가 될 거야. 아무리 그래도 우리 은지 퀸카가 최고지.]그리고 나서 하은지는 다시 본계정으로 전환하여 등장했다.[여러분, 싸우지 마세요. 우리 후배님도 예쁘잖아요. 퀸카 자리는 언제든지 양보해 드릴 수 있답니다.]하은지는 세 개의 계정을 번갈아 사용하며 각각 다른 역할을 연기해 분위기를 통제하려 했다. 그녀는 절대 세경대 퀸카라는 타이틀을 빼앗길
“당연하지. 임성민 교수님이 직접 나와서 예슬 선배 맞이하는 거 못 봤어?”학생들은 모두 감탄과 부러움이 섞인 눈길로 지예슬을 바라보았다.지예슬은 임성민 교수와 함께 등장했다.그녀는 아름다운 턱선을 당당히 치켜세우고 있었고 마치 화려한 공작새처럼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빛나고 있었다.임성민과 함께 멈춰 선 지예슬의 시선이 먼저 지서현에게 향했다.그녀는 경멸 어린 눈빛으로 지서현을 훑어본 뒤 하승민을 바라보았다.“하 대표님, 서현이는 16살 때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게다가 소문으로는 임성민 교수님의 강의 시간에도 잠만 잔다고
말하면서 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내 남자 친구는 하 대표님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아요.”그녀가 이 말을 할 때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정말 대단한 남자 친구라도 있는 것 같았다. 순간 하승민의 미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하하하.지씨 가문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박경애가 말했다.“서현아, 허풍 떨지 마. 너한테 그런 남자 친구가 있을 리가 있겠냐.”이윤희도 맞장구쳤다.“서현아, 웃기지 마.”지서현은 가느다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휴대폰에 저장된 셋째 오빠 소문익이 보낸 문자를 떠올렸던 것이다.[서현아
박경애와 둘째, 셋째네 식구들은 일찌감치 최고 학술 포럼 초대장을 손에 넣었다. 모두 천재 소녀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그들은 천재 소녀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도대체 왜 그렇게 뛰어난 걸까?지유나는 하승민의 팔에 팔짱을 낀 채 천재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질투심에 속이 타들어 갔다.지금 해성의 모든 관심은 천재 소녀에게 쏠려 있었다. 모두가 하승민과 천재 소녀의 첫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고 지유나 역시 모레 직접 그 모습을 확인하려고 했다.지서현은 한쪽에 서서 맑고 투명한 눈으로 주변 사람들을 묘
지서현은 드디어 박경애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오늘 밤 그녀에게 맞선 자리를 마련해 시골로 시집보내려는 것이었다.이우진은 지서현을 쳐다보았다. 지서현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는지 그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지서현 씨, 안녕하세요.”바로 그때, 지유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할머니, 무슨 얘기 하세요?”지서현이 눈을 들어보니 지유나였다. 지유나는 혼자 온 게 아니라 하승민의 팔짱을 끼고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하승민도 왔다.박경애가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 대표, 유나야. 마침 잘 왔네. 서현이가 지금 맞선을
이혼 후, 지서현은 하승민 앞에서 새끼 고양이처럼 앙칼지게 작은 발톱을 내밀어 그의 심장을 살짝살짝 긁어댔다.아프진 않지만 은근히 거슬렸다.지서현은 그의 품에 부딪히자 곧바로 그에게서 풍기는 깨끗하고 청량한 남자의 향기에 휩싸였다. 그녀는 더욱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소리쳤다.“놔요!”하승민은 손을 뻗어 지서현을 침대로 밀쳤다. 지서현의 가녀린 등은 부드러운 침대 시트에 닿았고 막 일어나려는 순간 다시 그 남자의 향기에 휩싸였다. 하승민은 한쪽 무릎을 침대에 꿇고 양손을 그녀의 옆에 짚은 채, 장난스럽고 재미있다는 듯이 그녀를
하지만 그녀는 지서현이 아니었다.지유나는 분노에 이를 갈았다. 오늘 지서현은 자신의 계략을 역이용해서 하승민을 불러 자신에게 치명타를 날렸다.예전에는 지서현을 우습게 봤는데 이젠 지서현이 얼마나 똑똑한지 알게 됐다.지서현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했다. 지유나는 휴대폰을 꺼내 할머니 박경애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서현이 기숙사로 돌아오니 엄수아도 돌아와 있었다.지서현이 물었다.“수아야, 진세윤 따라잡았어?”엄수아는 시무룩하게 대답했다.“못 잡았어. 진세윤은 나한테 눈길도 안 주더라.”지서현은 웃었다.“진세윤,
지유나는 고개를 들었다. 잘생기고 고귀한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하승민이었다.그녀는 깜짝 놀라 몸이 굳었다.‘하승민이 왜 여기에?’“승... 승민 오빠, 어떻게 왔어?”하승민은 차가운 표정으로 지유나를 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서현이 미소 지었다.“유나야. 내가 하 대표님께 전화했어.”뭐라고?지유나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지서현이 미리 하승민에게 전화해서 불러올 줄은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지서현은 지유나 앞으로 다가갔다. 맑은 눈동자가 반짝이며 그녀는 비아냥거리듯 입술을 말아 올렸다.“오늘 네가 하은
진세윤은 말을 마치고 그대로 돌아서 가버렸다.조군익은 어이가 없었다. 진세윤이 감히 자신을 무시하다니.엄수아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군익아, 네가 뭔데 농구 시합을 하자 마라 해? 진세윤, 미안해. 나 때문에 괜히 너까지. 잠깐만!”엄수아는 다시 진세윤에게 달려갔다.조군익은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농구공을 집어 들어 진세윤의 등을 향해 던졌다.“진세윤, 조심해!”엄수아가 소리쳤다. 농구공은 빠르게 진세윤을 향해 날아갔다. 이대로라면 등에 맞을 것 같았다. 그때 진세윤이 갑자기 손을 뻗어 날아오는 공을 잡았다. 진세윤
손목을 잡힌 엄수아는 어리둥절했다.“무슨 뜻이냐니, 무슨 말이야?”조군익은 진세윤을 보고 다시 엄수아를 쳐다보았다.“너, 얘랑 무슨 사이야?”엄수아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조군익의 손을 탁 쳐냈다.“군익아, 우리 이미 파혼했잖아.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런 질문을 하는 거야? 네 여자친구는 하은지야!”하은지가 달려왔다. 엄수아가 진세윤을 쫓아가자 놀랍게도 조군익이 따라간 것이다. 그것도 그가 먼저 엄수아를 쫓아서. 조군익이 엄수아를 쫓아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하은지는 충격을 받았다.그녀는
엄수아는 사실 아주 예뻤다. 명문가에서 애지중지 키워 온 덕분에 고상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점을 지우자 오른쪽 눈 밑에는 작고 예쁜 눈물점까지 있어서 완전 미인이었다.대박.사람들은 놀라 숨을 죽였다. 못생긴 여자애가 순식간에 절세미인으로 변신한 것이다.가장 놀란 사람은 지유나와 하은지였다. 두 사람은 눈을 크게 뜨고 엄수아를 쳐다보았다.‘점이 정말 사라졌다고? 말도 안 돼!’지서현은 손을 거두며 말했다. “됐다.”그녀는 작은 거울을 꺼내 엄수아에게 건넸다.“수아야, 다시 한번 네 얼굴을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