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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작가: 기향난
도지호는 학교에 있을 때도 과격한 행동을 일삼았다. 어린 시절부터 유정연이 지나치게 감싸며 키운 탓에 스스로를 도원 그룹의 도련님이라 여겨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강주대학교에서야 도지호 정도 배경이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지만 지금 이곳은 그런 곳이 아니었다.

상류층의 모임은 문턱을 넘는 것 자체가 까다로웠다. 그런데 도지호는 형편이 그리 좋지 않은 친구들까지 데려왔다.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 이미 상류층 사람들에게 반감을 사고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 도지호의 친구들은 이곳에 나타날 자격이 없었다.

도지호는 또 샴페인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송희주가 화장실에 가는 틈을 타 부하 같은 친구들을 시켜 길목을 막아섰다.

“따라가 보자.”

도아영은 주민서를 데리고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거기에서 도지호는 이미 송희주를 가로막고 있었다. 송희주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뒤로 물러섰다.

“지호 씨, 왜 이래요?”

도지호는 송희주의 얼굴에 겁먹은 기색이 보이지 않는 것이 못마땅했다.

“뭐겠어요? 도원에서 희주 씨를 좋게 보면 영광으로 알 것이지 감히 제 체면을 깎네요?”

술에 취한 도지호는 거칠게 송희주의 팔을 잡아끌며 무리하게 키스하려고 했다. 친구들은 흥에 겨워 소리를 질러댔다.

송희주는 얌전해 보여도 강단 있는 성격이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도지호의 뺨을 후려쳤다.

그대로 도지호의 한쪽 볼이 벌게졌다. 그러자 도지호의 친구들이 나서서 송희주를 어떻게든 제압하려 하는 기색을 보였다.

송희주는 빈틈을 노려 달아나려고 했다. 굴욕을 당한 도지호는 얼굴이 일그러지며 곧장 송희주의 머리카락을 붙잡았다.

그때,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도아영이 재빨리 소리쳤다.

“도지호! 지금 뭐 하는 거야!”

도아영의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상황을 인지하기 충분했다.

때마침 송재훈과 김은혜도 가까이 걸어왔다. 헝클어진 머리로 달려오는 송희주를 발견하자 송재훈의 얼굴이 바로 굳어졌다.

“도아영! 이 배신자 같은 년!”

도지호는 원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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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뭐라고 했어요?”송희주는 도지호가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것에 깜짝 놀라며 화를 냈다.“도지호 씨! 정말 뻔뻔하네요!”유정연은 도지호가 학교 다닐 때부터 잘생긴 얼굴 덕분에 인기가 있었다고 생각한 나머지, 이번에도 송희주가 그에게 마음이 있다고 착각했다.유정연이 나서며 말했다.“사모님, 두 아이 문제로 이렇게 불쾌하게 끝낼 건 없지 않나요? 우리 지호도 외모가 준수하고, 희주 씨도 똑똑하고 예쁜 아가씨인데... 여자는 좋아하면서 부끄러워 말 못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괜히 일 크게 만들지 말고, 차라리 두 아이 약혼을 잡으면 좋을 것 같네요. 그럼 희주 씨도 굳이 말 안 해도 되고요.”“네?”김은혜는 유정연의 말을 듣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쳐다봤다.이렇게까지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때 도아영과 주민서가 다가왔다. 주민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여사님, 지금 도지호가 무슨 짓 했는지 알긴 해요? 우리가 똑똑히 봤는데, 송희주 씨는 도지호를 전혀 좋아하지 않아요. 오히려 도지호가 술에 취해 난동 부리면서 송희주 씨를 괴롭히려 했다고요!”“말도 안 돼! 내 아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원래도 도아영을 싫어하던 유정연은 이제 그녀의 곁에 있는 주민서까지 밉살스럽게 느껴졌다.마침 보안 직원들이 들어와 도지호와 함께 있던 친구들을 붙잡아 데려왔다. 그들은 눈길을 피하며 도지호를 쳐다봤다. 그러자 도지호는 대뜸 발끈했다.“이 애들은 내 친구들이에요! 함부로 잡아두지 마요! 어서 놔줘요!”“아버지, 어머니! 저 사람들이에요! 저 사람들이 아까 저를 가로막았어요!”송희주는 잽싸게 그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송재훈은 이미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유정연이 어떻게든 도지호를 위해 변명해 주려 할 때 도아영이 먼저 나섰다.“민서랑 제가 직접 봤어요. 지호가 송희주 씨에게 몹쓸 짓을 하려고 하더군요. 이런 짐승 같은 짓을 하다니 도원 그룹 체면 다 구겼네요. 결국 아주머니가 지호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 아닌가요?”“도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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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정연은 이를 떠올릴 때마다 몹시 속이 쓰렸다.그러나 도아영은 유정연이 손해를 보았는지 아닌지 상관하지 않았다. 떠날 때도 일부러 유정연이 사준 빨간색 슈퍼카를 타려고 했다.“차는 정말 괜찮네요. 저 완전 맘에 들어요. 고마워요, 아줌마.”이렇게 말한 뒤 도아영은 차에 올라탔다.유정연은 그 자리에서 두 번째로 기절할 뻔했다.백미러를 통해 도아영은 도원 그룹 저택 앞마당에서 유정연이 미친 듯이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녀의 입가에는 희미한 웃음이 번졌다.‘유정연, 이게 끝이라고 생각해? 이건 시작일 뿐이야.’같은 시각, 이경 그룹.“대표님, 정말 가 보지 않을 건가요? 도원에 큰일이 생겨서 도아영 씨 혼자 감당하기는 벅찰 것 같은데요.”안지원은 조심스레 물었다.어젯밤 도원 그룹의 파티가 망신거리가 되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이제 도지호는 이 바닥에서 고개를 들 수 없을 거라는 평이 우세했다.그리고 그 누나인 도아영도 어느 정도 여파를 입을 가능성이 있었다. 남현숙이 알면 그녀를 다시 평가하려 들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할머니도 알아?”“아직 모르십니다.”“할머니한테는 알리지 마.”“네.”안지원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사무실 밖에서 남현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한테 뭘 알리지 말라는 거니?”남현숙은 평소 회사에 좀처럼 오지 않는 편이었다.웬만하면 직접 찾아올 일이 없는데 오늘은 분명히 큰일이 있는 것이었다.이수호는 미간을 좁혔다.“할머니, 어떻게 여길...?”“내가 오지 않으면, 네 약혼녀가 바깥에서 무슨 난리를 칠지 몰라.”남현숙은 무척이나 진지한 표정으로 이수호의 자리에 앉았다.“도아영을 불러와. 내가 직접 물어볼 게 있어.”안지원은 남현숙의 명령을 듣고도 잠시 이수호를 쳐다봤다. 그러자 이수호가 대신 말했다.“할머니, 이건 아영이 잘못이 아니에요.”“잘못이 아니라고? 웃기지 마. 문제 일으킨 건 도원 그룹이야. 넌 이렇게 심각한 일을 나한테 숨기려고 했니?”해인 그룹은 강주에서도 꽤 이름난 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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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아영은 눈썹을 살짝 내리며 남현숙의 말을 들었다.“도지호가 올해 열아홉이라고? 그 나이에 입은 왜 그렇게 방정맞은 건지 모르겠구나. 동네방네 자신을 수호 시동생이라고 떠벌렸다는데,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 알 수가 없어. 자기가 문제를 일으키면 이경 그룹이 지켜줄 거라고 믿는 거야?”이수호가 차분히 대답했다.“할머니, 이 문제는 제가 처리할게요.”“네가 어떻게 처리하려고?”남현숙은 이수호를 쳐다보며 물었다.“설마 도원 그룹과 약혼을 파기하겠다는 거니?”파혼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도아영의 입가에는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그녀가 어젯밤 도지호를 그냥 내버려둔 이유는 남현숙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전생에도 도지호는 연회에서 비슷한 짓을 벌여 해인 그룹과 심하게 충돌했고, 당시 도아영은 그 문제를 수습하려 온갖 사죄를 하다가 이경 그룹의 체면까지 구기고 말았다.남현숙이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도아영을 조금씩 탐탁지 않게 여기기 시작했고, 그 후 도아영은 남현숙의 호감을 되찾으려 별별 굴욕적인 짓까지 다 했다. 그러다 간신히 약혼녀로 인정받은 것이다.이번 생에는 더 이상 남현숙에게 잘 보이기 위해 기를 쓰고 싶지 않았다. 도지호를 방치한 건 남현숙이 스스로 이 결혼은 안 되겠다고 포기하도록 만들려던 의도였다.남현숙이 마음만 먹으면 이수호가 아무리 미련을 둔다 해도 파혼을 피하기 어려울 테니까.이수호는 나지막이 말했다.“할머니, 겨우 해인 그룹 정도로 제가 눈치 볼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게다가 어젯밤 아영이 이미 송 회장한테 사과했고, 도지호는 그쪽에서 벌 줬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이건 아영이 잘못이 아니에요.”이수호가 아영이라고 부르며 연신 감싸는 모습에, 도아영은 속으로 역겹기만 했다. 어젯밤 그녀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강이나를 데리고 다니던 사람이 말이다.“말은 그렇다 해도 도원 그룹 명성이...”남현숙은 차가운 얼굴로 도아영 쪽을 바라봤다.“너랑 수호 혼사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구나.”과거 도아영이 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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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구연준이 강이나의 유학 문제로 찾아왔을 거라 여길 때 이 남자는 매우 차분하게 조나린을 가리켰다.“조나린.”불현듯 지명을 당한 조나린은 온몸이 돌처럼 굳어버렸다.“네...”그녀는 초조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연준이 왜 찾아왔는지 몰라서 어리둥절할 때 문밖의 경호원이 긴급하게 프린트한 통지서를 그에게 건넸다.구연준은 통지서를 확인하지도 않고 아예 조나린에게 내던졌다.“넌 오늘부로 퇴학이야.”통지서가 조나린의 발끝에 떨어졌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말도 안 돼!”허겁지겁 통지서를 주워서 봉투를 열어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퇴학 조치 서류였다.퇴학이란 두 글자를 본 조나린은 온몸이 경직되었다.‘이럴 수가? 내가 왜? 대체 왜?’그녀는 옆에 있는 강이나에게 시선을 돌렸다.한편 강이나도 안색이 어두웠다.두 여자가 절친 사이란 걸 모르는 이는 없다. 구연준이 직접 이곳까지 찾아와서 모든 학생들 앞에서 퇴학 통지서를 내던졌다는 건 대놓고 조나린의 뺨을 때리는 거나 다름없었다.“대표님, 오해예요. 다 오해라고요!”조나린이 횡설수설하면서 해명하려 했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이에 구연준이 차분한 얼굴로 되물었다.“오해? 도서관에서 폭력을 행사한 영상이 모조리 녹화됐어. 병원에서 부상 진단서까지 받았는데 오해라고? 이번 사건은 범법 행위에 속하니 넌 고의상해죄 및 학교 폭력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 거야. 다른 학생들도 잘 들어. 이제 모두가 성인이라 법적 상식을 갖고 본인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해!”뭇사람들은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어느새 경찰이 안으로 들어왔다.“조나린 씨 맞죠? 저희와 함께 서에 가시죠.”경찰 한 명이 입을 열자 조나린은 사색이 되었다.졸업을 코앞에 두고 퇴학이라니, 게다가 경찰서까지 잡혀갈 신세가 되었다.그녀는 강이나에게 거의 애원하듯 소리쳤다.“이나야, 강이나! 살려줘! 나 좀 구해달란 말이야.”다만 강이나도 감히 꿈쩍하지 못했다.구연준에게 겁먹은 것도 있고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32화

    “사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무조건 퇴학 조처를 해야 합니다!”“저도 같은 의견입니다!”...회의실에서 선생님들이 하나둘씩 손을 들었다.그 시각 학교 통보를 기다리는 조나린은 너무 긴장해서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조나린은 교실 안에서 강이나의 팔을 꼭 잡고 있었다.“이나야, 나 퇴학당하는 거 아니겠지? 뭐라고 말 좀 해봐.”유하영은 바짝 긴장한 그녀를 보더니 얼른 다가가서 위로했다.“괜찮아, 나린아. 부주의로 손을 밟은 것뿐인데 어떻게 퇴학까지 가겠어? 게다가 이나도 이미 이 대표님께 말했을 거야. 이번 일은 꼭 잘 해결될 테니까 너무 걱정 마.”말을 마친 그녀는 줄곧 함구하는 강이나를 바라봤다.“이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강이나는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녀는 조나린을 위해 사정한 적이 없는데 이 사실을 아직 유하영과 조나린에게 알리지 못했다.어제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이수호에게 의심을 받았던 터라 본인 문제도 해결 못 한 마당에 조나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있었을까?하지만 이건 단지 도아영의 손등을 밟은 간단한 문제이니 너무 심각한 조처는 없을 것 같았다. 강이나는 결국 모든 공로를 본인에게 돌렸다.“그래, 맞아. 어제 수호 씨한테 다 얘기했으니 너도 아무 일 없을 거야. 걱정 마, 나린아.”조나린은 그제야 불안했던 마음이 진정됐다.‘하긴, 도아영이 대체 뭐라고? 이수호랑 파혼까지 한 마당에 뭐가 그렇게 대단해?’그도 그럴 것이 한성대는 실력과 배경이 없으면 괴롭힘을 당하는 수밖에 없다.손등만 밟았을 뿐이니 딱히 문제 될 건 없었다.‘도아영, 넌 이제 뒤 봐주는 사람이 없어. 학교에서도 이번 사건을 그냥 스쳐 지날 거야.’조나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이나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으니 딱히 걱정될 건 없었다. 강이나만 나서면 그녀는 무조건 무사할 테니까.이제 한시름 놨다고 생각할 때 교실 밖에서 웅장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구연준이 어느새 정장으로 갈아입고 금테안경까지 착용하니 고귀한 분위기가 저절로 흘러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31화

    그녀의 말을 들은 이수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뭐라고?”“대표님, 나 같은 여자애가 투자에 대해 뭘 알겠어요. 게다가 그 땅은 내가 사려던 게 아니라 연준 씨가 사겠다고 해서 낙찰받은 거예요. 대표님도 잘 알다시피 내가 그때 도씨 일가의 실권도 장악하지 못했는데 어디서 천억을 구하겠어요? 그 땅이 정 그렇게 욕심난다면 구 대표님을 찾아가 보세요. 팔지 말지는 구 대표님께 걸렸거든요.”도아영은 해맑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이수호는 그녀의 말투에서 선의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지금 장난해? 그 땅은 분명 네가 원해서 산 거잖아. 이렇게 쉽게 줘버렸다고?”“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그 당시 연준 씨가 돈을 대줬고 이제 와서 거둬가겠다고 하니 제가 무슨 권력이 있겠어요? 당연히 연준 씨한테 돌려줘야죠.”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솔직히 저도 후회해요. 이 땅이 이렇게까지 값질 줄 알았다면 애초에 눈 딱 감고 사버리는 건데! 괜히 좋다 말았네요.”“너...”이수호는 그녀를 뭐라고 평가해야 할지 몰랐다.하늘에서 떨어진 횡재를 이토록 홀가분하게 구연준에게 넘겨주다니.구씨 일가와 이씨 일가가 줄곧 앙숙이라는 걸 모르는 자가 있을까?이 땅을 구연준에게 줬다는 건 이경 그룹 하반기 온천리조트 계획이 백 퍼센트 망한다는 것을 뜻한다.이수호가 떠나가려 하자 그녀는 일부러 목을 내빼면서 말했다.“벌써 가게요? 좀 더 있으시지.”쾅 하는 소리와 함께 이수호가 침실을 나섰다.그가 떠난 후 도아영도 가면을 벗고 편하게 쉬었다.이수호는 그녀가 아빠가 주신 혼수를 전부 끌어모아 남원 교외의 땅을 산 걸 전혀 모르고 있다. 그것참, 모르길 천만다행이지, 알았더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원 그룹을 압박하여 그녀의 손에서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이 땅을 뺏어갔을 것이다.‘연준 씨, 미안하게 됐네요. 또 연준 씨를 내세우고 말았어요.’그 시각, 한성대 캠퍼스.“에취!”구연준은 난생처음 학교에서 이미지도 신경 쓰지 못하고 재채기를 해댔다.학생들이 전부 쳐다보자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30화

    ‘이 인간도 알고 있었네!’도아영은 무고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지금 대체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정부의 결책을 내가 무슨 수로 알아요? 미리 알다니, 말도 안 돼!”“그래? 그럼 이건 뭔데?”이수호는 또다시 신문 기사를 그녀에게 내던졌다.“남원 교외에서 샘물을 파냈다고 하는데 이것도 모른다고 할 거야?”“정말요?”그녀는 일부러 놀란 척했다.“에이, 설마. 나 그냥 대충 한번 땅을 낙찰받은 건데 그럼 이제 부자 되는 거예요?”“도아영!”이수호의 안색이 점점 일그러졌다.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침대에 잠자코 누워있었다.이에 이수호가 마침내 목소리를 내리깔고 그 말을 입밖에 내뱉었다.“이 땅은 우리 이경 그룹에서 가져갈 거야. 추후에 계약서 보낼 테니 넌 사인만 하면 돼.”“죄송하지만 나 아직 허락한다고 안 했는데요?”그녀가 주제도 모르고 날뛰자 이수호는 단호하게 말했다.“우리 회사에서 하반기에 온천리조트를 개발할 계획이란 걸 너도 다 알고 있잖아!”“이경 그룹 향후 계획을 내가 어떻게 알아요?”도아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지금 이 땅이 곧 개발된다고 하니까 나한테서 뺏는 거예요?”“뺏는다고 안 했어. 마땅한 금액으로 보상해줄 거야.”이수호가 차갑게 말했다.“이 프로젝트는 규모가 너무 커서 네가 조종할만한 사이즈가 아니야. 지금 바로 돈도 챙기고 좋잖아?”그의 말을 들은 도아영은 하마터면 실소를 터트릴 뻔했다.이 남자는 늘 이렇게 거만했다.다만 그가 이토록 이 땅에 집착하는 걸 보아 도아영도 한 번쯤 떠보고 싶었다.“그럼 얼마 줄 수 있는데요?”“열 배로 쳐줄게.”이수호가 답했다.“애초에 네가 천억으로 샀으니 열 배로 갚을게. 그 땅 이경 그룹에 넘겨.”그녀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장사꾼은 역시 장사꾼이라니까.’이 땅은 정부의 보상과 지지를 받고 있고 또한 정부에서 지지하는 중점 개발 구역으로 확정되었으며 거기에 샘물까지 파냈으니 미래 가치는 가늠할 수가 없다.1조 원이 아니라 지금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9화

    다음날 이수호는 가정부와 기사를 시켜서 도아영을 집으로 보낸 후 회의하러 회사에 나갔다.그는 회의내용 따위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젯밤에 그녀가 병상에 누워서 한바탕 욕설을 퍼붓던 장면밖에 떠오르지 않았으니까.도아영이 일부러 그랬다는 걸 생각만 해도 웃겼다. 그는 저도 몰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이 광경을 본 회의실의 뭇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대표님이 왜 이러시지?’“에헴!”옆에 있던 안지원이 마른기침을 하면서 이수호에게 눈치를 줬다.그제야 이수호도 다들 자신을 쳐다보는 걸 알아챘다.그는 곧장 웃음기를 거두고 싸늘하게 말했다.“그럼 이 방안대로 해요.”“대표님,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어요.”이때 매니저 한 명이 입을 열었다.“남원 교외의 땅을 며칠째 파고 있는데 어제 그 땅에서 샘물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하반기 온천리조트 사업과 충돌하니 이 땅을 빨리 사들여야 합니다. 남원 교외가 우리 회사의 미래 산업에 방해가 돼서는 안되잖아요. 또한 우리도 그 땅을 이용해서 온천리조트 계획을 확장할 수 있고요.”이수호는 처음에 그다지 새겨듣지 않았는데 남원 교외라는 네 글자가 어딘가 익숙했다.“대표님, 남원 교외는 도아영 씨가...”안지원이 가장 먼저 눈치채고 그에게 말했다.도아영을 언급하는 순간 이수호는 경매장에서 그녀가 천억을 주고 남원 교외의 땅을 낙찰받은 일이 떠올랐다.그의 안색이 확 어두워지자 뭇사람들은 어쩔 바를 몰랐다.“회의 끝!”이수호가 이를 악물고 회의를 마무리하자 안지원이 재빨리 서류를 정리하고 그를 따라나섰다.회의실에 남은 임원들은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봤다.‘대표님이 요즘 왜 이러실까?’그가 워낙 빨리 걷다 보니 안지원은 겨우 따라잡았다.차에 탄 이수호는 어두운 표정으로 쏘아붙였다.“남원 교외의 땅에 관한 모든 정보를 낱낱이 조사해봐.”“네, 대표님.”안지원은 운전하면서 매니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이경 그룹은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다. 모두가 남원 교외의 땅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8화

    ‘내가 만약 아영이랑 결혼한다면 몇십 년 후에도 과연 이런 모습일까?’이때 포장을 마친 사장님이 그에게 봉투를 건네면서 활짝 웃었다.“여자친구분 쾌유를 바랄게요.”이수호도 흐뭇하게 웃으며 돈을 꺼냈다.백만 원짜리 수표를 본 순간 사장 부부는 입이 쩍 벌어졌다. 이수호를 쫓아서 밖에 나왔을 때 그는 이미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병원 병실.도아영은 어느새 죽을 한 그릇 다 비웠다.방에 들어온 이수호는 불을 켜고 텅 빈 죽그릇을 치우고는 찐빵을 선반에 내려놓았다.한가득 포장해온 찐빵을 보더니 그녀가 미간을 찌푸렸다.“뭐가 이렇게 많아요?”“네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몰라서 종류별로 두 개씩 샀어.”이수호는 그녀 대신 재빨리 어수선해진 선반을 치웠다.이때 그녀가 말했다.“너무 늦게 돌아왔잖아요. 나 이미 배부르게 먹었어요.”“그래?”이수호는 별 반응이 없었다.“화 안 나요?”“나 놀리는 거 알아. 네가 지금 환자니까 그냥 참는 거야.”그는 소파에 앉아서 담담하게 말했다.“먹고 싶으면 먹고 못 먹겠으면 다 버려.”“...”너무나도 차분한 이 남자의 모습에 도아영은 포장을 뜯고 찐빵을 한입 물었다.이수호는 침대에 누워서 찐빵을 먹는 그녀에게 물었다.“마지막으로 그 찐빵 가게에 간 게 언제야?”도아영은 잠시 동작을 멈추고 차갑게 답했다.“기억 안 나요.”“너희 아빠가 입원했을 때 맞지?”순간 그녀의 안색이 확 차가워졌다.“그게 대표님이랑 무슨 상관이죠? 우린 이미 파혼했으니 더는 사적인 일에 대해 묻지 말아 주세요.”입맛이 떨어진 그녀는 찐빵을 내려놨다.문득 아빠가 입원했을 때 그녀 홀로 바삐 돌아쳤던 기억이 났다.유정연도 오긴 했지만 아빠가 하루빨리 죽어서 도지호에게 유산을 물려주기만을 바랐다.전에 도씨 일가와 거래했거나 협력했던 대표들도 하나같이 나쁜 심보를 품고 있었다.도아영은 마치 언제든 잡아먹히게 될 토끼처럼 무기력하게 이 모든 걸 마주해야만 했다.그리고 그때 남현숙은 그녀를 손주며느리로 찜했었다.이수호는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7화

    야채죽과 삶은 계란, 그리고 밑반찬들까지 전부 담백한 음식인지라 식욕이 당기지 않았다.“음식이 별로네요.”도아영이 힐긋 내려다보며 말했다.“그럼 뭐 먹고 싶은데?”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이 설명했다.“이 병원 나가서 좌회전하고 백 미터 걸어가면 찐빵 가게가 하나 있는데 24시 가게거든요. 나 거기 찐빵 엄청 좋아해요. 대신 가서 사주실래요?”이수호는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그는 곧장 병실을 나섰다.이수호가 떠난 후 도아영은 야채죽을 맛있게 먹었다.‘꽤 맛있네!’병원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심야인지라 주위가 어두컴컴하고 가로등 불빛만 어렴풋이 비쳤다.그는 도아영의 말대로 병원에서 좌회전해서 백 미터를 걸어갔지만 아무것도 안 보였다.이수호는 마침내 도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가 곧장 전화를 받자 이 남자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찐빵 가게가 대체 어디 있는데?”도아영은 일부러 난감한 척하며 되물었다.“실은 나도 이제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냥 휴대폰으로 한번 위치 찾아보시겠어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전화를 꺼버렸다.‘자식, 너 이번엔 제대로 걸려들었어!’이수호는 차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휴대폰을 꺼내 검색해보았지만 근처 1킬로미터 이내에 찐빵 가게라곤 없었다.그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가장 가까운 찐빵 가게로 가려고 해도 택시를 타야만 한다.심야 시간대라 택시를 잡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결국 길거리까지 나가서 힘들게 택시를 잡았다.찐방 가게까지 도착하니 20분이나 소요됐다.한편 가게로 들어갔더니 찐빵 소가 무려 일여덟 가지나 되었다. 이수호는 그녀가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전혀 몰랐다.“손님, 뭐로 해드릴까요?”이때 사장님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새벽이라 가게에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이수호는 또다시 그녀에게 전화해서 어떤 맛으로 사 올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쉬는 데 방해가 될까 봐 휴대폰을 넣어두었다.“종류마다 두 개씩 포장해주세요.”사장은 의아한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오밤중에 무슨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6화

    이수호는 본인 잘못인 걸 알기에 딱히 반박할 자격이 없었다.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욕도 시원하게 했겠다. 무슨 보상을 원하는데? 그냥 얘기해.”“역시 통쾌하네요.”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앞으로 우리 집안을 겨냥하지도 말고 나도 더는 건드리지 말아요. 우리 이미 파혼했으니 각자 갈 길 가요. 내가 다친 건 다 대표님 때문이니 치료비는 전적으로 책임지세요.”“그게 다야?”“네.”도아영이 그를 지그시 바라봤다.“뭐 대표님께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일종의 경제적인 보상을 하고 싶다면 저도 마다하진 않을게요. 이런 건 이별 비용이라고 하죠 뭐.”이별 비용이란 단어를 듣는 순간 이수호의 얼굴이 한없이 차가워졌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 단어가 너무 거슬렸다.“왜요? 돈 아까워요?”“줄게.”이수호가 곧장 대답했다.그녀도 너무 놀란 눈치는 아니었다.이수호에게 차고 넘치는 게 돈이니까 이별 비용으로 몇십억 정도 주는 건 손해라고 할 것도 없었다.“나 때문에 이렇게 됐으니 치료받는 동안 전적으로 책임질게.”“오케이.”도아영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양심은 있네, 그래도.’“내일 안 비서 시켜서 퇴원 수속 할 테니 당분간 우리 집에서 병 치료하는 줄 알아.”순간 그녀의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내가 왜요? 왜 그리로 들어가야 하는 건데요?”“이미 함 원장한테 말해서 해외 최고의 의료진을 모셔오기로 했어. 너 그 손 치료하지 못하면 평생 오른손을 못 쓸 거래. 그러니까 내 말 들어.”“대표님...”“이것도 다 널 끝까지 책임지는 거잖아. 5개월 후에 손이 다 낫거든 무조건 보내줄게. 만약 그때까지도 회복하지 못하면 대신 보상금 줄게. 금액은 네가 정해.”여기까지 들은 도아영은 그제야 마음이 진정됐다. 그녀는 반신반의하며 되물었다.“금액을 내가 정하라고요?”“응.”“얼마든지 다 오케이?”은근슬쩍 신난 그녀의 모습을 보더니 이수호는 덜컥 겁이 났다. 보상금이랍시고 한도 제한이 없다면 이 여자는 이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5화

    같은 시각 안지원은 다음날 회의에 필요한 자료를 이수호에게 전송했다.이수호가 힘겹게 휴대폰을 꺼내 들고 내일 회의자료를 훑고 있는데 도아영이 갑자기 악몽을 꿨는지 울면서 소리쳤다.“때리지 마. 날 때리지 말라고!”이수호는 곧장 침대 옆으로 다가가 어떻게 위로할지 몰라서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괜찮아, 내가 옆에 있으니까 아무도 너 못 건드려.”그제야 도아영은 조금 진정된 모습이었다.이수호는 안쓰러운 눈길로 그런 그녀를 쳐다봤다.이토록 가녀린 여자애가 오늘 같은 끔찍한 일을 겪었으니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그가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려고 할 때 도아영이 갑자기 두 팔을 번쩍 들었다.이를 본 이수호도 화들짝 놀랐다.이어서 도아영은 매우 또박또박하게 쏘아붙였다.“X발, 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뒈졌어!”“...”“이수호 이 개자식!”“...”“널 목 졸라 죽일 거야!”“...”“죽어, 이수호!”“...”이수호는 휴대폰으로 내일 회의자료를 확인하려다가 어느덧 저도 몰래 네이버 검색창에 전신마취가 덜 풀렸을 때 왜 잠꼬대를 하는지에 대해 검색하고 있었다.한편 도아영의 욕설은 점점 더 험악해졌다.이수호는 회의자료를 볼 기분이 아닌지라 모두 내려놓았다.‘얘 분명 의도적이야. 틀림없어.’야간 당직을 서는 간호사가 조심스럽게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좀전의 일로 이수호에게 사과하려고 들어왔는데 이 남자가 눈길 한번 안 주고 차갑게 쏘아붙였다.“나가.”“대표님, 이건 방금 안 비서가 보내온 음식입니다.”간호사는 음식을 이수호의 옆에 있는 책상에 올려놓았다.“얘 아까까지 계속 잠꼬대했는데 전신마취 때문이야?”간호사는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랐다.“전신마취요?”“왜? 아니야?”“이 환자분은 큰 수술이 아니어서 부분 마취만 했는데요?”“...”이수호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침대에 누운 도아영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이때 도아영이 기지개를 켜고 비스듬히 눈을 떴다.“어머?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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