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야 그는 자신이 상의 실종으로 오후 내내 양복점에 앉아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후에는 드나드는 손님이 많지 않았는데 다들 가게에 이런 사람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내심 긴장했다.비록 훌륭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얼굴이 너무 썩은 표정이었고 게다가 벌거벗고 있다.별로 정상적인 사람은 안 같아 보인다!그래서 나석진은 자기도 모르게 그리 많지도 않은 손님을 물리쳤다.그의 셔츠는 단추가 다 뜯어져서 입을 수도 없었다.결국 그는 할 수 없이 한숨을 쉬며 셔츠를 입고 단추가 없어서 셔츠 양 끝을 매듭지어 단단한 가슴이 은은하게 드러냈다.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서지현이 손에 장미 빙수 한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그녀는 그를 보자 한 첫마디가...“왜 아직도 여기에 있어요?”나석진은 이어 없어서 속으로 자신을 욕했다.‘원수다!’그는 일생을 호탕하게 살았는데 하필이면 이런 원수를 만나다니!서지현은 고개를 숙이고 생각해 보니 그가 여기서 오후 내내 앉아 있었으니 틀림없이 덥고 목이 마를 것이다. 평소에 시중드는 사람들에게 버릇이 되어 그는 물 한 잔도 스스로 따르지 못할 거로 생각해 그녀는 천천히 빙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는 다시 뒤로 달려가 빈 그릇을 가지고 와 빙수를 반쯤 떠서 그에게 주었다.“아저씨도 드세요.”그녀는 배시시 웃었다.빙수는 투명하여 안에 있는 장미 꽃잎도 볼 수 있는데, 가까이서 냄새를 맡아보니 은은한 꽃향기가 난다.맛은 깔끔하고 좋을 것 같았다.보아하니 서지현의 솜씨다.나석진은 침을 삼키고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그는 갑자기 최연준이 전에 그에게 말해 준 것이 생각났다.그때 강서연이 막 최연준의 정체를 알게 됐을 때 받아들이지 못하여 한동안 그와 떨어져 지내며 그를 피해 다녔다. 하지만 그녀가 그와 말도 섞지 않고 상대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최연준은 매일 뻔뻔하게 그녀의 뒤를 따라다녔다.한번은 그가 또 그녀를 따라서 한 골목 식당에 들어가 국밥을 주문했는데 맞은편에 있는 그를 보며 빈 그릇 하나를
줄일 수 있다고?서지현은 약간 갈팡질팡했다.나석진은 그녀에게 다가가 속마음을 떠보았다.“전에 왕후가 네가 만든 옷을 좋아한다고 말했잖아? 만약 황궁에 들어가 수녀가 될 기회가 있다면 정식 신분을 빨리 얻을 수 있고 더 많은 돈도 벌 수 있을 거야. 이 기회가 있다면 할 거야?”서지현은 마치 로또에 당첨한 것 같았다.그러나 인생 18년의 경험은 길지도 짧지도 않았다. 그녀의 그 떳떳하지 못한 날들을 통해 체득한 경험을 볼 때 좋은 일이 공짜로 나타날 수 없는 법이다.왕후는 너무 많은 인재를 보았기 때문에 굳이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무명인을 궁중에 남겨 수녀가 될 필요가 없었다.더군다나 그 궁전도 그리 재미있는 곳은 아니다. 황실이 어떤 곳인지 가보지는 못했지만 드라마로 본 적은 있다.그 사람들은 하나둘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실은 속셈이 많다.그녀는 복잡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환경을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다!화려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없는 곳에 비하면 차라리 이 작은 양복점에서 15년을 더 기다리고 싶다.서지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오전에 찾아온 그 여친왕을 생각했다...그녀를 궁전에 들여보내는 생각은 아마도 그 여자의 생각일 것이다! 도대체 뭘 하고 싶길래?그녀가 무엇을 하려고 하든, 그녀와 접촉하지 않으면 송지아는 서지현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서지현은 담담하게 장미 빙수 한 입을 삼키고는 굳건히 고개를 저었다.“싫어요.”이 대답은 오히려 나석진을 기쁘게 했다!사실 아까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그는 계속 마음속으로 조마조마했다. 이 계집애가 신분을 얻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궁전에 덤벼들까 봐 두려웠다.만약 그녀가 정말로 궁전에 들어가겠다고 대답한다면 그는 반드시 막을 것이다.송지아는 마음씨가 그리 착할 리가 없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힌 후 송지아의 그 한바탕 도발을 생각할수록 문제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안전을 위해서 그는 서지현이 황궁에 들어가는 것을 동의하지 않는다. 그가 장단점을 분석했다 하더라도 장
최연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의 송혁준이 그의 눈에는 다소 이상하게 보였다.다른 마음을 품지 않았다면 없다고 말하면 되지 왜 그러지 못한다고 하는 거지?말을 하면 똑바로 말만 하면 되지 왜 또 고개를 숙이고 입가에 미소를 짓는지, 무슨 뜻이지?최연준은 자신이 많은 사람을 만나봤다고 생각하였으나, 오늘 송혁준을 보고 나서야 세상에는 아직 그가 꿰뚫어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였다.잠시 침묵하다가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에 전하께서 저에게 전하를 알아보는지 물으셨는데, 저는 오랫동안 생각해 보았지만, 아직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괜찮아요.”송혁준은 시종일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학창 시절 일이니 잊어버리는 게 당연하죠.”“전하도 본트론에서 공부하셨어요?”“네.”송혁준은 두 손을 겹치고 엄지손가락을 비볐다.“그때 제 성적이 좋지 않아서 저를 기억 못 하는 게 당연하죠.”그러나 그의 은혜는 그가 일생을 바쳐 보답하려 한다.최연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문이 반쯤 풀렸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동문이었기에 송혁준이 두 번째 만남 때 그렇게 물은 거다.다만 그는 공부할 때 사람들과 별로 어울리지 않아서...최연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전하께서 혹시 사람을 잘못 보신 것은 아니겠죠? 제게는 최연서라는 동생이 있는데 학교에서 아주 활발했어요. 전하께서 혹시...”“저는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습니다.”송혁준은 고개를 저으며 눈빛이 더 깊어졌다.“제가 아는 사람은 최씨 집안 셋째 도련님 최연준입니다. 이 신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말고요!”최연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전에 아는 사이니까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송혁준은 그가 말하려 하자 바로 똑바로 앉았다.최연준은 여전히 안색이 굳어 있었고 표정은 엄숙했지만, 입에서 내뱉는 말은 이상하리만치 또렷했다.“사실 전하께서는 일부러 제 아내에게 그렇게 많은 보살핌을 주실 필요가 없습니다. 제 아내는 단순하고 선량하지만, 결코 연약하지도 멍청하
최연준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눈에 의문의 빛이 들었다.그는 몸을 돌려 송혁준을 바라보았는데 이 사람은 위엄 있는 친왕이라기보다는 잘못을 저지른 여자친구처럼 제자리에 서서 두 손을 비비고 있었다.“전하... 무슨 뜻입니까?”최연준은 눈빛이 어두웠다.“저는...”송혁준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저 화내지 말아줬으면 하는 거예요. 다른 뜻은 없습니다.”최연준은 눈을 가늘게 떴는데 그 몸에 밴 위압감이 송혁준의 부하도 저절로 뒤로 물러서게 했다. 그는 송혁준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물었다.“전하, 왜 그러세요?”부하가 작은 목소리로 일깨워 주자 송혁준은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실언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곧 몸을 곧추세우고 또다시 친왕의 모습으로 회복했다.최연준은 그를 힐끗 보더니 돌아서서 문을 나섰다.돌아가는 길에서 나석진의 전화가 걸려 왔는데 그는 마침 물어보고 싶었다.“정말 송혁준 친왕과 소꿉친구에요? 참으로 사람 보는 눈이 없네요!”“매제, 그런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됩니다. 다른 속셈이 있는 사람에게 들키면 어떡하려고요!”나석진은 여유롭게 넥타이를 고르는 중이었다.오늘 주명희 세 아들이 모두 집에 와서 밥을 먹는다고 하니, 그는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줘야 한다.“듣고 싶으면 들으라고 하세요! 저를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최연준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저는 남양의 사위지 노예가 아니에요!”“네. 귀한 사위시죠, 그것도 데릴사위!”“나석진 씨!”“그만 놀릴게요. 우리 송혁준 친왕이 어떻게 했길래 당신을 화나게 했어요?”최연준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실 만나는 내내 송혁준은 온화하고 예의 바르며 공손하게 대하여 확실히 황실의 기품을 가졌다. 딱히 화나게 하는 일은... 정말 없는 것 같다.최연준은 한숨을 내쉬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다 큰 남자가 여자처럼 칭얼대는 게 제일 보기 싫어요!”나석진은 말을 하지 않고 전화기를 움켜쥔 손을 움찔했다.“매제...”그는 반쯤 머뭇거리며 말했다.
“뭐라고?”이번에는 최연준이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안 돼! 여보, 우리 부자를 갈라놓을 셈이야? 약속할게! 다신 안 세울게!”다시는... 안 세운다고?강서연은 눈을 굴리면서 코웃음이 터져 나왔다.최연준이 밖에서 아무리 카리스마 넘치고 냉정하고 차분하게 행동해도 집에 돌아오면 늘 이런 횡설수설 실수를 한다.“그래요.”강서연이 그를 놀렸다.“앞으로 또 이렇게 아들을 들어 올리면, 당신은 영원히 세워지지 않을 거예요!”“당신...”최연준은 눈이 휘둥그레졌다.하지만 최군형은 분위기를 띄워줄 줄 알아 통통한 두 손을 움직이면서 최연준에게 안기고 싶어 안달이 났다. 아마도 방금 나는 느낌을 한 번 더 느끼고 싶었을 것이다.최연준은 나쁜 남자 웃음을 지으며 아들 앞에서 이 작은 여자와 따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밤에 방에 들어가면...“무슨 생각 하고 있어요?”최연준은 급히 머릿속의 생각들을 내동댕이쳤다.“아, 아무것도 아니야!”“아들 안으세요!”강서연이 눈살을 찌푸렸다.최연준은 어리둥절 아들을 받아 왔지만 눈은 줄곧 아내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바로 전에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왜 갑자기 표정이 안 좋아졌지...“여보, 왜 그래?”강서연은 그를 상대하지 않았고 눈에는 원망이 담겨 있었다.“이 양심 없는 자식! 내가 매일 아들을 돌보고 먹여줬고 당신은 단지 아들을 두 번만 안아 올렸을 뿐인데... 지금 아들이 당신한테 가잖아요.”최연준은 웃었다. 알고 보니 아들 때문에 질투하는 것이다.옛날 같으면 강서연은 이런 사소한 일로 삐딱하게 굴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도 사전에 공부를 했기 때문에 임산부의 감정 기복이 보통 사람보다 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 아이를 낳은 후 막 초보 엄마로 변신한 터라 분명 여러 가지 심리적인 불편함이 있었을 것이다.게다가 호르몬 탓에 쉽게 일을 더 심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일부분 산모는 아이를 키우면서 과로가 오고 가족들까지 이해하지 못해 끔찍한 산후우울증을 겪는 사람도 있다.최
강서연은 영롱한 눈망울을 들어 올리며 속삭이듯 물었다.“만약 귀찮아지면요?”최연준은 그녀의 얼굴을 만지며 진지하고 애틋한 표정을 지었다.“출산의 고통을 당신 혼자 감당하게 했어. 이것은 내가 영원히 당신에게 빚진 거야. 그래서 다른 일로는 당신을 조금도 억울하지 않게 할 거야.”“여보...”강서연은 그를 꼭 껴안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쏟았다.최연준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작은 소리로 웃었다.“이걸로 감동받았어?”“네...”“정말 바보야!”최연준은 그녀의 머리를 문질렀다.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지친 새들도 둥지로 돌아가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때 최연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가슴 속에 품고 있던 한 가지 생각을 정중하게 말했다.“서연아, 우리 여기서 결혼식 할까?”“네?”강서연은 잠깐 멈칫했다.“아들이 태어난 지 벌써 석 달이 넘었는데, 나는 아직도 당신에게 결혼식을 빚지고 있어!”그는 웃으며 말했다.“남양에서 결혼식 올리는 거 어떻게 생각해?”...송혁준은 그 카페에서 해가 질 때까지 앉아 있었다.청소할 시간이 되자 사장님도 밖에서 서둘러 돌아오셨다. 원래는 저녁에 영업을 계속하려고 했는데 문 앞에 여전히 황실 호위병이 지키고 있는 것을 보고 감히 다시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송혁준은 멍하니 최연준이 앉았던 자리를 바라보며 살짝 웃었다.어릴 적 그는 조용하고 얌전하며 얼굴이 하얗고 예쁘게 생겨서 일반 가족에서 태어났으면 분명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였을 것이다.그러나 황실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항상 어울리지 못했다.여자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노친왕이 노발대발하며 그를 황족 전체의 수치라고 여겼고, 송씨 가문에 그와 같은 괴물이 나타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중학교 때 그는 외국으로 피신했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감시를 피하지 못했다. 노친왕은 허락도 없이 복싱 학원에 등록을 시켜놓고는 사람들에게 그를 감시하게 했다. 만약 학원에 가지 않으면 그의 모든 생활 터전을 끊어버렸다.송혁준은 그의 사나이다운
그 소리는 마치 한 줄기 빛처럼 송혁준 인생의 어둠을 밝혀줬다.그는 흑인 백인 몇 명이 얼만큼 맞아서야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는지, 또 어떤 비천한 자세로 그 앞에서 사과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그냥 그때가 인생에서 유일하게 보호를 받은 것이라는 것만 기억한다.태양신처럼 하늘에서 내려온 그 용사는 그에게 희망과 따뜻함을 주었다.“괜찮아요?”송혁준은 그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섰다.“저는 복싱팀 리더 최연준입니다.”“최연준...”그는 그 각진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우는 것보다 더 볼썽사나운 미소를 지었다....“전하, 왜 그러세요?”송혁준은 번뜩 두 눈을 뜨고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는 눈앞의 빈 커피잔을 보며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커피를 이렇게 많이 마셨는데 어떻게 잠이 들 수가 있지? 심지어 그런 꿈을 꾸다니...’송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부하가 갑자기 그를 치면서 눈은 문 쪽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야?”송혁준도 시선을 따라 바라보고는 잠시 멈칫했다.송지아가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그녀는 사양하지 않고 송혁준 맞은편 소파에 앉아 저녁을 먹지 않았다고 말하며 트러플 한 접시를 주문했다.송혁준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지아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부하들을 모두 물러가게 했고 넓은 공간에는 그들 남매 둘만 남았다.이제는 무슨 얘기든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다.“최연준 만났어?”송혁준은 잠시 멈칫하고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송지아는 웃었다. 눈썰미가 좋은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이 어리석은 남동생이 또 짝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참 아깝네.”그녀는 트러플 한 점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어 먹었다.“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이미 처자식이 있고 너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잖아!”“나는 그 사람이 나를 기억하기를 바란 적이 없어.”송혁준은 느릿느릿한 말투로 말했다.“그리고... 누나가 좋아하는 그 사람도 누나를 좋아하지 않잖아!”“너...”송지아는 그를 노려보았
그러나 이 대궐 안에서 오직 송혁준만이 그녀의 친형제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현재 분위기에 따르면... 송혁준이 그녀보다 먼저 이 황위에 오를 것이다!송지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차가운 그녀의 눈빛에 그를 향한 원망이 더해졌다.“잘난척하지 마.”그녀는 냉소했다.“나는 언젠가는 나석진을 차지할 것인데 너는 영원히 최연준을 갖지 못할 거야.”“갖고 싶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송혁준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말했다.“나는 그저 그 사람이 행복하길 바랄 뿐이야.”“그래. 너만 고상하고 위대하다고 쳐. 최연준이 너의 마음을 안다면 여전히 지금 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송지아는 그를 비꼬았다.“누나! 너...”송혁준은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었고 이마에 핏대가 솟구쳤다.송지아는 의기양양하면서 이것이 송혁준의 한계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두려워해야 할 것은 송혁준이다!그녀는 입꼬리를 올리고 동생 어깨에 한 손을 올리며 앉으라고 했다. 가느다란 목소리에 약간의 도발과 비아냥거림이 담겨 있었다.“내 귀여운 동생아, 왜 말만 하면 조급해하니? 걱정하지 마. 누나는 입이 무거워서 소문날 일이 없을 거야! 하지만... 이 누나는 어릴 때부터 버릇이 있는데 너도 알고 있을 거야... 내가 좋아하는 것은 아무도 가져갈 수 없어! 만일 누가 가져간다면, 내가 조급해서 무턱대고 세상에 까발릴 수도 있겠지. 남양의 미래 존경받고 사랑받는 군주께서 사실은 내면이 더럽고 추잡한 괴물이라고!”송혁준은 안색이 변하더니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며 입술을 살짝 떨었다.그는 세상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볼지 걱정하지 않는다. 오직 최연준과 강서연에게 폐를 끼칠까 두려워했다.송지아는 양손으로 가슴을 감싸안았다.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작은 카페에 울려 퍼졌다.그녀는 송혁준의 창백한 얼굴과 이마에 맺힌 땀방울, 그리고 살짝 떨리는 두 어깨를 보면서 더욱 흥분했고 거만스럽게 그를 쳐다보았다.곧이어 그녀는 송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