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수는 전화 건너편에서 여러 번 가볍게 웃었다.하지만 그 웃음은 결코 명쾌하지는 않았다. 배경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의미를 짐작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뻔뻔스럽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형... 형수님이 도대체 왜 날 찾아온 거야? 일 때문이야?”구현수는 멈칫하더니 강서연이 온밤 컴퓨터 앞에서 배경원에 관한 자료를 연구하던 것이 생각났다. 그런 불쾌한 느낌이 다시 치밀어올랐다.“네가 멋있어서 그렇지!”그는 성질이 더럽게 그 한마디를 내뱉고 전화를 끊었다.배경원은 하루 종일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결국 그는 모든 상황에 변함없이 대응하기로 결정하고 강서연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본 후 다시 움직이기로 했다.......늦은 시간 강서연은 혼자 명황세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오늘 밤 이 성 같이 웅장한 건물은 환하게 불이 켜지고 북적거렸다. 동서남북 모든 방향의 개인 집 앞의 길이 고급 승용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전용기를 타고 와서 호텔 뒷마당에 있는 활주로에 착륙했다.연회장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부자이거나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었다.수수한 옷차림의 강서연은 이런 장소와 어울리지 않았다.그녀는 인파를 피하기 위해 돌기둥 뒤에 숨으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배경원을 놓칠까 봐 이따금 주위를 둘러보았다.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전부 자태가 아름다웠고 고급 차들도 거의 똑같아 보였다... 이 모든 것의 한가운데서 누군가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강서연은 한숨을 내쉬면서 서류를 들고 계속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서연은 낯익은 사람들이 그녀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깜짝 놀랐지만 숨기에는 이미 늦었다. 강유빈은 기침을 세게 하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강서연?”강명원과 계모 양연도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강서연은 기둥 뒤에서 천천히 고개를 내밀고 약간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서연아?”강명원은 강서연보다 더 놀라면서 물었다.“너... 네가 여기 왜 있어
“당신... 잘못 말한 거죠?”한참 동안 침묵이 흐르고 강유빈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어떻게 쟤일 수 있어!”“혹시 그쪽이 강서연 아가씨이신가요?”남성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빛은 차가웠다.“강서연 아가씨가 아니시면 뒤로 물러나 주세요!”“당신...”“이곳은 명황세가입니다. 최씨 가문에서 주최한 연회장입니다.”남성은 덤덤하게 말했다.“누구를 들이고 누구를 들이지 않을지는 제가 맡은 일입니다. 아가씨께서 알려주실 필요 없습니다!”강유빈의 얼굴은 분노로 하얗게 변했고 입꼬리가 떨렸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양연과 강명원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그녀는 강서연이었다! 촌스러운 옷차림의 사생아가 무슨 자격으로 이 자리에 나타난다는 말인가!“강서연 씨.”남성은 강서연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따라오세요.”강서연의 심장은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치는 것처럼 쿵쾅거렸고, 혼란스러웠던 머릿속은 텅 비어버렸다.“선생님... 착각하신 거죠?”그녀는 아주 조용히 말했다.“저는 초대장도 없고, 연회에 참석하러 온 것도 아니고, 그냥 기획안을 전달하러 왔어요...”“강서연 씨, 저를 난감하게 만드시지 말고 따라오는 것이 좋을 거예요.”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봐요!”양연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남자를 잡아당겨 물었다.“그럼 우리는 어떡해요?”남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초대장이 있으신지 여쭤봐도 될까요?”“무슨 초대장이요!”양연은 팔짱을 끼고 무지막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들어가서 물어봐요. 오성에 있는 임씨 집안의 막내 할머니가 내... 내 사촌 이모의 조카예요! 할머니 말 한마디면 우리는 들어갈 수 있어요! 당신이 뭔데 감히 나한테 초대장을 내놓으라고 해요!”“임씨 집안?”남성은 입꼬리를 올리며 부드럽게 웃었다.“이보세요. 저는 명황세가의 총지배인이고 사대 가문만 섬기고 있습니다. 지금 말씀하시는 임씨 가문은 리스트에서 본 적이 없는데,
구현수도 잠시 굳어있었다.그가 그렇게 뻔히 보이는 행동을 한건가...어떻게 아무 이유 없이 배경원을 질투할 수 있을까? 어렸을 때부터 그를 따라다닌 건 분명 배경원이었다.구현수는 가볍게 기침을 두 번 하고 컵을 집어 들고 물을 마시고 말하지 않았다.대신 작고 부드러운 손이 뒤에서 그를 껴안았다.그러자 강서연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은은한 향기가 다시 불안하게 그의 코를 뚫고 들어갔다.“여보.”강서연의 목소리는 솜사탕같이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그녀는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제 일에 대해 듣고 싶지 않다면 말하지 않을게요.”구현수는 움직이지 않고 입꼬리를 당겼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듣고 싶지 않은 건 아니야.”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당신이 배경원 이름을 여러 번 말해서 그랬을 뿐이야. 온밤 말했는데 이제 바꾸면 안 돼?”강서연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뭐로 바꿔요?”“예를 들면...”그는 잠시 멈칫했다. “그 파티가 최씨 가문에서 주최한 거 아니었어? 그럼 최씨 셋째 도련님에 대해 들어본 적 있지?”강서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구현수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최씨 셋째 도련님 몰라?”구현수는 굴하지 않고 물었다.“그 사람 얘기는 왜 하는 거예요?”그녀는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일어나서 베란다로 나가 빨래를 꺼내 하나씩 개었다.“전 그 사람을 모르고 만난 적도 없는데, 그 사람이 파티를 주최한 게 나와 무슨 상관이에요?”구현수는 가까이 다가와 흥미진진해하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렇지만 그 사람은 엄청 힘이 있다고 들었어. 최씨 가문이 또 오성의 경제를 꽉 잡고 있으니 그 사람이 파티를 열었으면 많은 유명 인사들이 참석했을 거야. 너 그때 호텔에 갔는데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지 않았어? 연회장에 들어가서 보고 싶지는 않았어?”“미쳤어요?”강서연은 가볍게 웃었다.“제가 왜 그 사람을 궁금해야 하죠?”“그 연회가 그 사람 아내를 고르는 자리잖아
제인 호텔의 맨 위층 테라스.구현수는 넓은 안락의자에 반쯤 기대어 있다. 오늘은 좋은 날이 아니었고, 먼바다 위에는 안개가 자욱했는데 풀리지 않는 마음의 매듭처럼 두꺼워 보였다.“최 씨 도련님한테 관심 없어?”“그 사람의 마음에 들게 되면 벼락출세하는 거잖아!”......구현수는 조용히 잔을 들고 있는 손가락을 조였고 관절 마디가 하얘졌다.분명히 그는 그녀와 농담을 하고 싶었지만 강서연이 그렇게 강하게 반응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요즘은 그를 침실에 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와 냉전을 펼치고 있다. 평소와 같이 식사를 하고 집 청소를 하지만 그와 차갑고 정중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이 분위기는 항상 침착했던 구현수를 거의 질식할 듯 미치게 만들었다.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헛소리한 자신의 목을 졸랐을 것이다!멀지 않은 곳에 헬리콥터가 천천히 활주로에 착륙했고, 프로펠러가 돌면서 일으킨 기류가 구현수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고 그의 셔츠 한 모퉁이도 들어 올렸다.배경원은 기쁜 마음으로 비행기에서 내렸고 테라스에 있는 구현수를 보자마자 그를 향해 달려갔다.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구현수의 안색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그가 호텔에 특별히 흰 트러플과 캐비아를 준비시켰지만 구현수는 조금도 먹지 않았다.배경원은 이번에 교훈을 얻은 듯 아무 말 없이 반대편 의자에 앉아 두 눈은 유찬혁을 계속 바라보며 그에게서 힌트나 무언가를 얻으려 했다. 그러나 유찬혁도 구현수의 생각을 알아낼 수 없었고 그저 커피를 마시고 조용히 서류를 보고 있었다.결국 배경원이 이 지루하고 이상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살살 웃으며 아무 말이나 뱉었다. “저기, 셋째 형... 형수님의 기획안은 내가 몇몇 총괄 담당자들한테 보여줬어요. 담당자들이 전부 좋고 프로페셔널하다고 칭찬했어요. 그리고 기획안을 만든 사람이 인재라고 우리 회사에 들여오고 싶다고도 했어요!”원래 이런 말로 구현수의 기분이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셋째 형님의 안
강서연은 순간 얼어붙었다.방진영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온몸의 세포가 자동으로 긴장 상태에 놓여있게 되고 두 눈은 그녀를 경계하며 응시했다.방진영이 다가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먼저 안이수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넌 퇴근해도 돼. 강서연은 남아있어.”안이수는 걸으면서도 불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뒤돌아보며 먼저 떠날 수밖에 없었다.강서연을 향한 방진영의 고약한 마음은 모두에게 잘 알려져 있다.이렇게 내버려 뒀다가 또 다른 음모가 일어나지는 않겠지?안이수는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갔다가 걸음을 멈췄다.회사 관행에 따르면 직원들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회사와 파트너에게 비상연락처를 보고해야 한다. 그녀는 강서연이 보고한 것이 남편 구현수의 번호인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안이수는 휴대폰 연락처에서 구현수의 전화번호를 찾아내고 잠시 망설이다가 문자를 보냈다.......사무실에서 방진영은 강서연을 향해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정말 내 후배다워.”그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봤다.“회사가 몇 년 동안 추적해도 못 접근했던 오성의 배씨 가문인데, 네가 오자마자 기획안을 전달했네! 정말 대단해!”강서연은 무관심한 표정으로 물었다.“방 주관님, 이 말씀 하시려고 저보고 남으라고 하셨나요?”“물론 아니지.”방진영은 목청을 가다듬었다.“저녁에 식사 자리가 있어. 너도 같이 가!”강서연은 역겨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방진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장난스럽게 웃었다.그는 강서연이 이런 자리를 가장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런 자리를 이용해 그녀를 괴롭혀야 했다.그녀를 얻을 수 없지만 그녀를 디딤돌로 삼아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어 괜찮았다.“사실 너를 부르고 싶지는 않았어.”방진영은 사악하게 웃었다.“그런데 회사에 미녀가 너뿐인 걸 어쩌겠어? 여자가 예쁜 것도 가끔은 참 귀찮은 일이야!”“죄송하지만 저는 못 가요.”강서연은 냉정하게 거절했다.“제 남편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저는...”“집에 가서 밥 차
“배경원 이상하지 않아요?”“아이참, 뭐가 이상하다고 그래요!”방진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예쁜 여자를 보면 남자들이 다 그렇잖아요!”“맞아요... 그런데 배경원의 행동은 예쁜 여자를 본 것이 아니라 마치 어려운 조상님을 보는 것 같았어요!”방진영은 하마터면 큰 소리로 웃을 뻔했다.그는 입을 가리고 도둑 같은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낮은 목소리로 손지창에게 말했다.“이사님, 제가 모든 것을 다 준비했어요. 방은...”강서연은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들었다.그 호텔은 여기서 멀리 떨어져 있고 도시 외곽에 있어 깊은 밤 중에는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가슴에 분노의 물결이 일으켰다.방진영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아주 외진 데 있어서 강서연이 목이 터져라 외쳐도 소용없는 곳이에요! 배경원이 충분히 즐기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면 뭐든 좋다고 서명할 거예요! 그리고 손 이사님, 제가 그 방 안에 미리 카메라도 설치해뒀어요... 배경원이 부인하면 영상을 공개할 겁니다!”“자네!” 손지창은 그를 가리키며 웃었다.“자네 정말 일을 잘해! 강서연이 좀 억울하게 되겠지만!”“예쁜 여자가 뭘 하겠어요? 침대 위에서 제 역할을 해야죠!”“일이 잘 성사되면 내가 기회를 봐서 영업부 이사들을 다 내보낼 테니 자네가 그 자리를 대신 앉도록 해!방진영은 그 말을 듣자 곧바로 손지창에게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끄덕였다.강서연은 기둥 뒤에 숨어서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고 이를 악물었다.그녀는 술로 인한 불편함을 억지로 견디고 최선을 다해 깨어 있으려고 노력했지만 방진영과 손지창의 비열하고 불쾌한 얼굴이 계속 눈앞에 보여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깊숙이 파고들었고 몸이 쉬지 않고 떨렸다.악한 사람들은 천천히 정리할 수 있어서 이제 긴급한 임무는 서둘러 이 곤경에서 벗어나는 것이다.그녀는 진정하고 휴대폰 위치 추적 기능은 켠 다음 구현수에게 문자를 보내 자신의 위치를
“강서연 씨, 긴장하지 마세요.”배경원은 그녀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지금 집으로 보내줄 거예요.”강서연이 고개를 돌려 밖을 내다봤다. 이게 어디 집으로 가는 길이란 말인가!사실 배경원은 손지창과 방진영의 음모를 잘 알고 있었고, 차가 호텔을 떠날 때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바로 강서연 집으로 향할 수 없어 조금 돌아가는 먼 길을 택했다.그러나 강서연은 알지 못했다!그녀는 몸이 약간 떨리면서 더 경계하는 것처럼 보였다.가방끈은 이제 풀렸고 그녀는 가방을 손에 꽉 쥐고 있었다.이때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그녀가 보았던 여성 호신술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였다. 그녀는 진정하고 신중하게 생각했다. 이 좁은 공간에는 운전사와 그녀를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은 몸집이 크고 힘이 센 남자들이었다.그녀는 그들과 직접 맞설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운전사의 바로 뒤에 앉아있다...그녀는 입술을 약간 오므리고 차가운 빛이 반짝이는 큰 눈으로 배경원의 다음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구현수는 회의실에서 걸어 나와 그제야 휴대폰을 켰다.방한서는 그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둘째 어르신께서 눈치채시지 못하게 하려면 오늘 밤 서둘러 오성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도련님...”“가서 일 봐.”구현수는 눈을 살짝 감았다..“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방한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본 뒤 서둘러 밤 속으로 사라졌다.구현수는 방금 방한서가 보여준 자료들을 꺼내 찢어서 근처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렸다.전부 몇 년 동안 최진혁의 의심스러운 장부에 관한 내용이었다.하지만 이런 자료들은 보고 나서 바로 파기해야 하고 흔적을 남기면 안 된다.구현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서둘러 집으로 가려고 할 때 갑자기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여러 번 연속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그가 휴대폰을 꺼내 살펴보니 먼저 안이수라는 낯선 이름으로 온 문자였다.강서연의 동료가 바로 이 이름이었던 것 같았다.아래로 내리자 이어서 강
강서연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온몸의 뼈가 마치 다시 자리 배치를 한 것처럼 견딜 수 없게 아팠다.그녀는 주변에 온통 하얀 벽으로 막혀있는 것을 보았다. 코끝에서 소독약 냄새가 진동했으며 온몸과 얼굴에 붕대를 감싸고 있었다.더욱 끔찍한 것은 한쪽 다리가 공중에 높이 매달려 있었다.그녀는 깜짝 놀랐다. 커다란 손이 그녀를 움켜쥐었고 손바닥의 온기가 그녀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남자의 깊은 눈빛을 마주했다.그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빛에서 복잡한 감정이 솟구쳤다.걱정, 분노, 관심, 연민...그리고 자책.그는 애써 미소를 짓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드디어 깨어났네.”강서연은 몸을 움직여 보았다. 머릿속이 윙윙거렸고 온몸에 통증 외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기억 안 나?”구현수는 그녀의 작은 손을 잡고 부드럽게 문질렀다.강서연은 입술이 말랐고 목구멍은 불에 타는 것 같았다.그녀는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면서 그날 밤의 모든 일이 기억났다.손지창과 방진영이 나쁜 마음으로 그녀에게 술을 권하고, 배경원에게 밀었고, 배경원은 그녀를 데리고 차에 올라탔었다. 그녀는 괴롭힘을 당하고 싶지 않았기에 가방끈을 찢어서 운전사의 목을 졸랐고 다음에...강서연은 갑자기 흥분하면서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이젠 괜찮아.”구현수는 부드럽게 말하며 그녀를 달래주었다.“모두 끝났어. 네가 무사하면 됐어.”“여보.”그녀는 그를 바라보고 부드럽게 부르면서 안아달라고 손을 뻗었다.구현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옆에 앉아 천천히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강서연은 다시 이 따뜻하고 두꺼운 가슴에 기대어 익숙한 심장 박동 소리를 들었다. 오랫동안 참고 있던 억울함과 두려움이 마침내 눈물과 함께 쏟아져 내렸다.구현수는 가슴이 조여왔고 그녀의 작은 머리를 만졌다.“미안해. 내가 늦었지.”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