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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구현수는 제인 호텔 맨 위층 테라스에 앉아 있었고 손가락 사이에 낀 담배는 거의 타들어 갈 듯싶었다. 먼 곳의 해수면에 파도가 반짝이고 바닷새가 공중에서 선회하며 하얀 덫을 수놓아 절경을 이루었다.

이때 탁자 위의 휴대폰이 진동하더니 카드에 60만 원이 입금되었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배경원과 유찬혁은 서로 마주 보며 껄껄 웃었다.

“형 진짜 여복이 터졌네요! 형수님이 예쁜 데다가 흔쾌히 돈까지 주잖아요, 하하하!”

“여태껏 살아오면서 여자 돈을 써보긴 형도 처음이죠? 느낌 어때요? 짜릿해 죽겠어요?”

구현수가 둘을 힐긋 째려보며 휴대폰을 다시 원위치에 내려놓았다.

비록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마음속에서부터 따뜻한 전류가 흐를 것만 같았다.

강서연이 진짜 계좌 이체할 줄은 상상치도 못했다. 그녀의 은행카드에 기껏해서 60만 원 정도 남아있다는 걸 구현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몇 번 털면서 복잡한 눈길로 먼 곳을 바라봤다.

“아 참, 형.”

유찬혁이 나지막이 말했다.

“경원이가 직접 나서기 불편해서 내가 호정 무역회사를 조사했어요. 성소원 씨는 회사 임원 층인데 주주인 외삼촌을 믿고 안하무인 격이래요. 게다가 또...”

유찬혁은 계속 더 말해야 할지 망설였다.

구현수의 눈빛이 확 어두워졌다.

“얘기해.”

“게다가 또 방진영 씨의 여자친구예요.”

유찬혁이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방진영 씨는 강서연 씨 부서의 매니저이자 대학교 선배이기도 해요. 학교 때 서연 씨를 쫓아다니기도 했고요...”

구현수의 얼굴은 굳어버린 얼음처럼 아무런 파동이 없었지만 책상 위에 놓인 두 손은 어느샌가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유찬혁이 마른기침을 해댔다.

“형, 사실 학교 때 일은 별 거 아니에요.”

“그래.”

구현수가 그를 쳐다보며 되물었다.

“내가 뭐라고 했어?”

유찬혁은 실소를 터트렸다.

아무 말도 안 했지만 말을 내던진 것보다 더 심각했으니까.

“계속해.”

“회사에서 성소원 씨가 항상 서연 씨를 괴롭히고 있대요. 그래서 서연 씨는 입사한 첫 달에 오더를 한 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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