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허리를 숙여 물건을 주웠다.부드러운 순면 텍스처와 그 위에 묻어난 은은한 체취가 불쑥 그에게 이상한 느낌을 주었다.그건 강서연의 속옷인데 지극히 심플한 기본 아이템이었다.구현수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는 목이 바짝 말라 혀로 입술을 살짝 핥고는 옷들을 세탁기에 넣으려 하는데 이때 마침 문이 열리고 강서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현수 씨 집에 있어요? 오후에 물을 너무 많이 마셨더니 화장실이 급해 죽겠어요...”불현듯 서로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어안이 벙벙해졌다.강서연은 충격에 휩싸인 채 그를 쳐다보다가 그의 손에 쥔 옷 바구니와 그 안에 담긴 더러운 옷들과 이미 열린 세탁기와 그리고...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귀까지 빨개졌다.“그걸 왜 들고 있어요?!”강서연은 냉큼 다가가 재빨리 그의 손에서 속옷을 뺏어왔다. 지금 이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뻘쭘한 건 구현수도 마찬가지였다.그녀의 반응만 보면 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착각해도 모자랄 판이었다...‘잠깐, 설마 지금 날 도둑 취급하는 건 아니겠지? 여자 속옷만 훔치는 변태 도둑 말이야?!’구현수는 낯빛이 확 돌변했다. 그는 마른기침을 하며 애써 담담한 말투로 그녀에게 대답했다.“집에서 할 일 없어서 옷 좀 빨려고 했어.”강서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했고 심장은 여전히 마구 쿵쾅댔다.“그냥... 놔둬요 일단. 이따가 내가 씻을게요.”“이 집은 두 사람이 함께 가꿔나가는 거니까 집안일도 서로 분담해야지.”“아니에요, 정말 그럴 필요 없어요! 이건 내 물건이라 내가 알아서 씻을게요...”강서연은 황급히 머리를 흔들었다. 부끄럽고 난처한 그 모습이 실로 귀여울 따름이었다.구현수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봤다. 좀 전에 억눌렀던 설렘이 또다시 부풀어 오를 것만 같았다.“난 당신 남편이야.”그가 중저음의 목소리로 일부러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부부 사이에 네 거 내 거가 어디 있어? 당신 속옷을 빨아주는 건
배경원은 식겁하여 목이 바짝 말랐다.휴대폰을 사이에 두고도 빅 보스의 살기가 충분히 느껴졌다.‘내가 설마 좋은 일 망친 건가?’배경원은 시계를 들여다보더니 불쑥 머리를 탁 내리쳤다.‘내가 미쳤지!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는데 누가 날 건드렸어 봐, 나 같아도 그 사람 아작을 내고 싶을 거야!’“형...”그는 아양을 떨며 해명에 나섰다.“나도 급한 일 아니면 이 시간에 전화하지 않으려 했어요. 형이 이렇게 빨리 잘 줄 누가 알았겠어요...”“할 말 있으면 빨리해!”구현수가 귀찮다는 듯이 쏘아붙이고는 베란다로 걸어가 촤르륵 문을 열었다.“오성 쪽에 형이 한 번 다녀와야 할 것 같아요.”배경원은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형이 아직 살아있다는 소문이 쫙 퍼졌거든요. 어르신도 무척 흥분해 하시고 삼촌, 이모들도 다...”“그래, 알았어.”구현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내가 사석에서 연락할 테니까 오성에 돌아가는 건 잠시 미뤄야 할 것 같아.”배경원은 이해되지 않았지만 결국 알겠다며 대답했다.“참 그리고 형, 오늘 자세히 조사해봤는데 형수님이 만난 바이어가 마침 성소원 씨가 3개월 동안 쫓아다녀도 따내지 못한 케이스더라고요! 내가 살짝... 손을 써서 형수님이 오더를 따게 했어요. 이 한 건에 인센티브가 적지 않을 거예요. 2천만 원은 가질 수 있을걸요...”구현수는 가슴에 불길이 활활 타올라 배경원이 마저 떠들어대기도 전에 전화를 꺼버렸다.배경원은 또다시 어리둥절한 채 옆에 있는 유찬혁에게 술 한 잔 따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내가 또 무슨 말실수 했어?”유찬혁은 웃다가 쓰러질 뻔했다.“네가 분위기를 다 망쳤는데 형이 친절할 리가 있겠어?”배경원은 후회막심하여 쉴 새 없이 제 입을 내리쳤다.“그리고 서연 씨가 오더를 내린 일에 네가 굳이 왜 끼어들어?”“그건...”배경원은 두 눈을 부릅떴다.“설마 또 내가 아양을 떨다가 심기를 건드린 거야?”유찬혁은 두 눈을 희번덕거렸다.“성소원이 3개월을 쫓아다녀도 따내지 못
강서연은 그녀와 무의미한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아 입을 꾹 다물었다.“네가 뒤에서 한 짓거리들 내가 모를 줄 알아?!”성소원이 기고만장하게 말했다.“강서연, 너 이번 오더를 어떻게 따냈는지 누구보다 너 자신이 잘 알겠지!”강서연은 고개 돌려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커다란 두 눈에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그녀는 평소 상냥하게 웃고 늘 사람들을 너그럽게 대하는데 지금처럼 차갑고 정색한 얼굴은 극히 보기 드물었다.그런 그녀가 갑자기 딴사람으로 변하자 성소원은 저도 몰래 뒷걸음질 쳤다.“내가 어떻게 땄냐고요?”강서연이 또박또박 말했다.“내 실력으로 따냈죠! 일주일 꼬박 밤을 지새우며 영업 기획안을 수없이 수정해서 만들어냈어요. 그러니까 서 대표님도 만족해하시고 바로 도장을 찍은 거 아닐까요? 매니저님이 3개월을 쫓아다녔는데 성사하지 못한 건 본인이 무능해서예요! 본인한테 원인을 찾지 않을지언정 도리어 딴사람이 저보다 더 노력했다고 질책하는 건가요 지금?”“노력? 네가?”성소원이 그녀를 더 날카롭게 째려봤다.“엄청 노력해서 남자의 침대에나 기어올랐겠지! 총괄님이 네 편을 들어준다고 마음껏 날뛸 수 있을 것 같아?”“성소원 씨,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을 내뱉으면 안 되죠! 총괄님이 여기서 왜 나와요? 오더를 성사하기 전에 난 총괄님과 아예 얘기도 나누지 않았어요!”“누가 알아? 칫, 회사에서 말하지 않아도 사적으로 엄청 만나고 다녔을지도 모르잖아!”“당신 진짜...”강서연은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게졌다. 두 사람의 다툼에 적잖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누군가가 선뜻 나서서 둘을 갈라놓으려 했지만 성소원이 좀처럼 물러설 기세가 없었고 강서연도 억울하게 이런 누명을 뒤집어쓰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한사코 총괄을 찾아가 대질하려 했다.한창 팽팽한 분위기가 감돌 때 방진영이 성급히 달려왔다.“여긴 회사야, 두 사람 지금 뭐 하는 짓이야?!”방진영이 단호하게 질책했다.“싸우려면 밖에 나가서 싸워. 회사에 왔으면 얌전히 일이나 하란 말이야!”성
강서연은 입술을 앙다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잠시 후 그녀는 방진영과 함께 회사 근처의 효성 호텔에 도착했다.아니나 다를까 두 명의 금발의 외국인이 진작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강서연은 유창한 불어로 그들과 인사를 나눈 후 최선을 다해 통역을 해주었다. 프랑스인은 그녀의 업무능력을 매우 칭찬하며 식사 한 끼로 협력 의사를 거의 내비쳤다.강서연도 그제야 홀가분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범하게 잔을 들고 양쪽 협력을 미리 축하했다.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배경원이 그 광경을 목격했다.그는 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있다가 인제야 강서연이란 어린 소녀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그도 나름 수많은 미인을 봐왔다고 생각했지만 좀 전에 강서연이 미소 짓는 순간 온 세상이 꽃으로 물 들 것만 같았고 사람 마음을 확 사로잡는 매력이 깃들어있었다.어쩐지 구현수가 오성에 돌아갈 계획을 잠시 뒤로 미루더라니... 미인이 눈앞에 있으니 본업도 잠시 미룰 수밖에 없었다!배경원은 웃으며 구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형, 나 지금 효성 호텔에서 미팅하고 있다가 또 형수님 봤네!”상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침묵은 구현수의 일상이니까.“불어도 할 줄 아셨어? 재능이 대체 몇 개야? 너무 겸손하게 숨기신 거 아니야? 외국인 두 분은 나름 예의 있어 보이는데 형수님 옆에 앉은 남자가 좀 엉큼한 것 같아. 손을 줄곧 형수님 의자 등받이에 걸치고 있잖아. 쯧쯧...”“주소 불러.”“응?”전화기 너머로 갑자기 차가운 명령이 날라왔다.“같은 말 두 번 반복하게 하지 마!”배경원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재빨리 구현수에게 위치를 보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서연은 두 외국인을 호텔 입구까지 바래다준 후 예의 바르게 손 흔들며 작별인사를 했다. 이제 막 제 가방을 챙기려고 몸을 돌렸는데 방진영이 갑자기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아까 배불리 못 먹었지?”방진영이 취기 어린 말투로 말을 내뱉으며 야릇하게 그녀를 쳐다봤다.“가자, 우리 다른 데 가서 뭘 더 먹자...
구현수는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곧이어 몸을 돌려 방진영을 보더니 살기등등한 기운을 내뿜으며 칼날 같은 눈빛으로 그의 목을 자를 것만 같았다.호텔 입구에서 경호원이 이제 막 앞으로 달려오려다가 구현수의 사나운 눈빛에 뒷걸음질 쳤다.방진영은 그의 강렬한 카리스마에 기가 눌려 몸을 벌벌 떨었다.“너... 대체 누구야?”그는 겨우 바닥에서 기어올라 비틀거리며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대체 정체가 뭐냐고? 허구한... 대낮에 감히 날 때려? 내가...”구현수는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목덜미를 덥석 잡더니 호텔 뒷마당으로 질질 끌고 갔다.강서연은 구현수가 피해를 볼까 봐 재빨리 따라갔지만 미처 도착하기도 전에 귀신이 곡할 듯한 괴성과 함께 살려달라는 비명이 전해졌다.방진영은 한바탕 얻어맞아 얼굴이 가득 멍든 채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구현수는 그의 가슴팍에 발길질했고 그가 미처 일어나기도 전에 또다시 매섭게 머리를 가격했다. 방진영은 결국 반쪽 얼굴이 구현수의 발밑에 깔려버렸다!그는 목이 갈라 터지게 울며 애원했다.“사... 사장님! 제발요! 제가 잘못했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다신 이러지 않을게요!”“앞으로 이 여자한테서 멀리 떨어져 있어.”구현수가 무표정한 얼굴로 사납게 쏘아붙였다.“앞으로 두 번 다시 내 와이프한테 집적거렸다가 그땐 이렇게 쉽게 풀어주지 않을 줄 알아!”방진영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그는 마치 벌레처럼 바닥에서 힘겹게 꿈틀거렸고 구현수에게 짓밟혀 턱이 빠질 것만 같았다.구현수는 그의 바짓가랑이로 시선을 옮기더니 그곳이 흥건하게 젖어있는 걸 발견했다.그는 코웃음 치며 얼른 발을 떼고 역겹다는 듯이 쏘아붙였다.“꺼져!”방진영은 아픔도 마다하지 않은 채 바지에 지리며 도망치다가 하마터면 강서연과 부딪힐 뻔했다.강서연은 방진영의 처참한 몰골에 화들짝 놀라 사태가 심각하여 구현수도 다친 줄 알고 부랴부랴 달려갔지만 정작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옷깃을
강서연은 어리둥절하여 영문도 모른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안이수는 한숨을 내쉬며 작은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냥 말해줄게요. 지금 회사에 서연 씨가 이미 결혼했고 남편은 감옥살이를 했던 불량배라고 소문이 퍼졌어요... 그리고 어제 방진영을 때린 사람이 바로 서연 씨 남편인데 과거에 싸움에 휘말려 몇 년을 선고받았고 최근에야 감옥에서 석방되었다고...”강서연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안이수는 그녀가 침묵하는 걸 보고 더욱 경악했다.“서연 씨, 정말 결혼했어요? 남편이 정말 그런 사람이에요?”“네, 저 결혼했어요.”강서연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그리고 제 남편은 확실히 출신이 떳떳하지 못해요.”안이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두 걸음 뒤로 물러서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런데 저한테 엄청 잘해줘요.”강서연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어 하나하나에 힘이 실려있었다.“결혼을 한 것에 대하여 숨기려고 한 것은 아니고 딱히 숨길 필요도 없죠. 그냥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지 않았고 결혼한 사람은 채용할 수 없다는 회사의 규정도 없지 않아요?”안이수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렇긴 한데...”“어쨌든 저의 남편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강서연은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예전에 싸움으로 감옥살이를 했을지는 모르지만 저와 결혼한 이후로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어요. 그건 다 지나간 일들이고 저희가 손잡고 함께 걸어야 하는 길은 우리의 현재와 미래잖아요.”안이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만약 자신이라면 강서연과 같은 용기가 없을 것 같다.“솔직히 말해서 난 정말 서연 씨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안이수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고 문득 그녀의 손가락이 허전한 것을 발견했다.“그런데 왜 결혼반지를 하지 않았어요? 손에 아무것도 없으니 사람들이 오해를 하는거죠.”강서연은 멈칫하였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때 당시 구현수와 서둘러 결혼했고 그녀도 반지를
성소원은 기가 막혀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그녀는 항상 체면을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지금 체면을 몽땅 잃었다. 그녀는 마음속 가득 찬 노여움을 강서연에게 풀 생각으로 손을 들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제지했다.주변 사람들은 천장에 달려있는 CCTV를 가리키며 그녀에게 조금 참으라고 하였다.성소원은 강서연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빈털터리한테 시집가는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다이아몬드 반지는커녕, 쇠로 만든 고리 하나도 사주지 못하는데. 빈천한 부부끼리 평생 가난하게 같이 살아.”그녀는 돌아서서 가버렸고 강서연은 노발대발한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살짝 입꼬리가 올라갔다. 보아하니 앞으로 회사 생활은 평온하지 못할 것 같으니 그녀도 일찍 자신을 위해 퇴로를 마련해야 한다.......이튿날, 강서연은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회사에 나타났다. 평소 메이크업을 하지 않던 그녀는 옅은 화장을 했고 손에 새로운 물건이 생겼다. 커다란 에메랄드 반지였다.동료들은 모두 휘둥그레 그녀를 쳐다보았다. 반지의 받침은 순금처럼 보였고 고리에는 섬세한 무늬가 조각되어 있었고 그 위에 있는 에메랄드는 빛깔이 투명하여 매우 화려해 보였다.다만 반지 디자인이 좀 올드했고 오래된 물건으로 보였다.강서연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반지를 어루만졌다. 이것은 어젯밤 그 나무 박스에서 꺼낸 반지이다. 그녀의 손가락이 가늘어 반지가 좀 큰 터라 구현수는 고치고 다시 끼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 성소원이 어제 그녀의 남편은 반지조차 사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오늘 자신이 손가락에 낀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그녀에게 보여줄 생각이다.“서연 씨, 이거 너무 예뻐요.”사무실 여자 동료들은 그녀 옆으로 다가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반지를 훑어보았다.“이런 스타일의 반지를 본 적이 없는데 개인 맞춤 제작이죠?”“그런데 아주 오래된 디자인 같아요.”누군가가 이의를 제기했다.“골동품같이 말이에요.”“서연 씨 남편이 선물해 준 거예요? 이렇게나 큰
강서연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고개를 돌려 안이수와 눈을 마주쳤고 안이수도 긴장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서연 씨를 찾아요?”안이수는 미간을 찌푸렸다.“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요. 서연 씨, 조심하세요.”“네, 괜찮아요.”강서연은 침착하게 성소원의 사무실로 들어갔다.성소원은 일부러 사무실의 블라인드 커튼을 모두 열고 문까지 열어두어 바깥사람들이 사무실 안에서 오고 가는 대화를 제대로 들을 수 있게끔 하였다.강서연은 약간의 의혹이 들었다. 보아하니 성소원은 그녀를 공격하려고 하는 것 같지 않다. 어쨌든 이렇게 많은 눈들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으니 말이다.“강서연,이분은 진광 그룹의 소 대표님이야.”성소원은 미소를 지으며 소개했다.“소 대표님, 저희 회사 이번 달 판매왕이에요.”강서연은 미소를 지으며 소진명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나 성소원의 표정을 볼수록 안이수가 방금 한 말을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꿍꿍이가 있다...소진명은 점잖고 공손한 중년 남자이고 강서연이 사무실에 들어선 뒤 그의 시선은 줄곧 그녀의 반지에 고정된 채 아예 다른 곳을 보지 않았다.“강서연,오늘 정말 행운인 줄 알아.”성소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소 대표님은 비록 사업을 하는 분이지만 보석 주얼리 감정 방면에서 상당히 일가견이 있는 분이야. 또한 소 대표님은 주얼리 협회의 상무이사로서 많은 보석상들도 소 대표님한테 감정을 부탁하기도 한대. 그러니 소 대표님의 눈은 기계보다 정확해서 한눈에 진품인지 가품인지 알아볼 수 있다는 거야.”“소 대표님.”그녀는 고개 돌려 소진명을 바라보았다.“저희 강서연 씨의 반지 좀 대신 봐주세요.”강서연은 가슴이 두근거렸고 무의식적으로 손의 반지를 막았다. 소진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 바르게 웃으면서 말했다.“강서연 씨, 혹시 한번 봐도 될까요?”강서연은 머뭇거렸고 사무실 밖에는 벌써 동료들이 궁금해하며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성소원은 팔짱을 끼고 입가에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좋은 구경거리를 할 생각에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