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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강서연은 입술을 앙다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잠시 후 그녀는 방진영과 함께 회사 근처의 효성 호텔에 도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두 명의 금발의 외국인이 진작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서연은 유창한 불어로 그들과 인사를 나눈 후 최선을 다해 통역을 해주었다. 프랑스인은 그녀의 업무능력을 매우 칭찬하며 식사 한 끼로 협력 의사를 거의 내비쳤다.

강서연도 그제야 홀가분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범하게 잔을 들고 양쪽 협력을 미리 축하했다.

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배경원이 그 광경을 목격했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있다가 인제야 강서연이란 어린 소녀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도 나름 수많은 미인을 봐왔다고 생각했지만 좀 전에 강서연이 미소 짓는 순간 온 세상이 꽃으로 물 들 것만 같았고 사람 마음을 확 사로잡는 매력이 깃들어있었다.

어쩐지 구현수가 오성에 돌아갈 계획을 잠시 뒤로 미루더라니... 미인이 눈앞에 있으니 본업도 잠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배경원은 웃으며 구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나 지금 효성 호텔에서 미팅하고 있다가 또 형수님 봤네!”

상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침묵은 구현수의 일상이니까.

“불어도 할 줄 아셨어? 재능이 대체 몇 개야? 너무 겸손하게 숨기신 거 아니야? 외국인 두 분은 나름 예의 있어 보이는데 형수님 옆에 앉은 남자가 좀 엉큼한 것 같아. 손을 줄곧 형수님 의자 등받이에 걸치고 있잖아. 쯧쯧...”

“주소 불러.”

“응?”

전화기 너머로 갑자기 차가운 명령이 날라왔다.

“같은 말 두 번 반복하게 하지 마!”

배경원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재빨리 구현수에게 위치를 보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강서연은 두 외국인을 호텔 입구까지 바래다준 후 예의 바르게 손 흔들며 작별인사를 했다. 이제 막 제 가방을 챙기려고 몸을 돌렸는데 방진영이 갑자기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아까 배불리 못 먹었지?”

방진영이 취기 어린 말투로 말을 내뱉으며 야릇하게 그녀를 쳐다봤다.

“가자, 우리 다른 데 가서 뭘 더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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