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열여섯 살 때 이미 세계 3대 경영대학원 중에서도 탑인 와튼대학교의 파격적인 합격 통지서를 받았고 최씨 가문의 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후계자였다.만약 그 후에 그가 다른 사람의 계략에 당해 비행기 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지금 이미 최씨 가문의 대권을 장악하고 있었을 것이다.강서연의 궁금해하는 눈빛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침묵으로 대응했다.강서연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고 뇌리에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설마 열여섯 살 때 첫사랑을 만난 것은 아니겠지? 다들 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고 하던데. 그런데 방금 열여섯 살 때 얘기를 하면서 엄청 흥분했는데 결국 제대로 얘기도 하지 않고. 이건 분명히 알려주고 싶지 않다는 건데...’그러면 첫사랑 외에 더 좋은 해석은 없다.강서연은 눈가에 쓸쓸함이 스쳐 지나갔고 그가 말하고 싶지 않아 하니 그녀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그러나 이 일로 그녀의 마음속에 작은 응어리가 하나 맺혔다.그녀는 묵묵히 침실로 돌아가 새 침대 시트로 바꾸고 또 이불 한 채를 꺼내 거실 소파에 폈다.구현수는 잠깐 멍하니 있다가 순간 이상함을 감지하고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왜... 왜 또 이불을 소파에 펴?”강서연은 고개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문제라도 있어요?”“당연히 있지.”그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 최대한 마음이 평온해 보이도록 노력했다.“오늘 저녁에 같이 침실에서 자기로 했잖아. 나랑... 원했잖아...”“제 동생이 지금 학교 폭력을 당해서 저 꼴이 되었는데 지금 그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강서연은 그를 노려보았다.그리고 아까 ‘첫사랑’ 때문에 화가 났던 타라 그녀의 태도는 더욱 좋지 않았다.“오늘 찬이는 분명히 집으로 가지 않을 텐데 누나로서 쟤를 챙겨주지 않으면 누가 챙겨주겠어요?”구현수는 속사정을 모르지만 그녀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었다는 것만 느꼈다... 좀 많이 빠르게 말이다.“오늘 저녁에 우리 집에서 자? 그러면 이 이불은 찬이를 위해서 펴놓은 거야?”“저를 위해서
그날 밤 강서연도 거의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윤찬이 걱정되는 동시에 그 ‘첫사랑’ 때문에 시달렸고, 게다가 처음으로 소파에서 자다 보니 뒤척이며 아무리 자세를 잡아봐도 잠이 오지 않았다.동틀 무렵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는데 얼마 자지 못하고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다.눈을 떠 보니 구현수는 이미 옷을 갈아입고 외출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윤찬도 책가방을 챙겨 구현수 뒤를 따랐다.“어디 가?”강서연은 놀라서 물었다.구현수의 옷차림은 괴이했다. 검은 옷에 모자까지 눌러썼고 손에 든 몽둥이는 그가 평소에 집에서 운동할 때 쓰는 것이다.그녀의 마음속에 갑자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싸우러 가는 거예요?”구현수는 그녀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서연은 조급해 났다. 보아하니 정말 싸우러 가는 모양이다. 그들이 결혼한 후 그의 모든 싸움의 이유에는 그녀가 있었고, 그녀도 매번 그가 또 사고를 쳐서 감옥생활을 할까 봐 걱정이 되고 마음을 졸인다...이번에는 절대 무력을 쓰지 못하게 할 것이다.“이번 일은 신경 쓰지 마.”구현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학폭 가해자들은 당해봐야 알아.”“꼭 무력으로만 해결해야 되는거예요?”“무슨 다른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차가웠고 확고했다.“만약 대화가 소용 있다면 이 세상은 훨씬 평화롭겠지. 걱정하지 마, 적절한 정도를 알아. 그리고 이번에 학폭 가해자들 앞에서 찬이의 위신을 세워줘야 다시는 찬이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 찬이도 내 동생이야,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당하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어!”강서연은 마음이 따뜻해졌고 가볍게 그의 손을 잡고는 잠깐 침묵하더니 고개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우선 흥분하지 말고, 저한테 해결할 방법이 있어요.”“뭐?”그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방법?”강서연은 웃으며 휴대폰을 들고 그의 앞에서 흔들거렸다.“이런 일은 폭력으로 해결하면 안 돼요. 그렇게 하면 상황들은 반복만 될 테니 말이죠. 제
강서연은 옆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아주 침착한 모습으로 얘기했고 구현수는 이제야 그녀의 의도를 알게 되었다.그녀는 학교 폭력의 유력한 증거를 찍었고 이 몇 명의 고등학생들은 이미 16세가 넘어 법적으로 형사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이다. 이 증거를 경찰에 제출하고 소송을 제기하면 이 몇 명의 학생들은 평생 학폭 가해자라는 오점을 지니게 된다.강서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너희들이 괴롭힌 사람 윤찬 한 명뿐만 아니지?”그녀는 또박또박 말했다.“나 이미 신고했으니 경찰이 와서 모든 것을 밝혀낼 거야.”이 모든 건 강서연의 예상대로 흘러갔다.그 고등학생들은 경찰에 연행되었고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심문을 진행 결과, 그들은 자신들의 학폭 사실을 자백하였고 죄명이 성립되어 곧 기분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강서연은 드디어 윤찬 대신 복수를 하였다.“형, 그 아내 분 정말 대단하네요.”유찬혁은 경찰서에 지인이 있어 이 일을 듣게 되었고 그는 그녀가 참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일 처리할 때 형보다 많이 침착하고 법률 지식도 잘 알고 있고요. 확실히 똑똑한 해결 방법이에요.”구현수는 미소를 지었다.결혼 후 지금까지, 강서연은 항상 그에게 서프라이즈를 가져다준다. 그러나...이 일은 그한테 공로가 없다고 하여도 적어도 고생은 하지 않았는가? 마지막에 그 고등학생들을 때려눕힌 사람도 그인데, 강서연의 성격대로라면 분명히 그한테 고생했다며 풍성한 음식을 만들어 줄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어떠한 표현도 없었고 오히려 요즘 그녀가 그에게 많이 차가웠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침실로 들어가서 자는 것에 대하여도 아무런 언급도 없다. 그는 몇 번이나 암시를 하였고 그토록 똑똑한 강서연은 분명히 그의 생각을 눈치챘을 텐데 그의 앞에서 모르는 척 연기를 하였고 각종 이유를 찾아서 이 일을 어물어물 넘겨버렸다.하여 그는 아직까지도 소파에서 자곤 한다...구현수는 한숨을 쉬었고 차가운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깊은 생각에 잠긴 터라 손가락 사이에
강서연은 극심한 생리통으로 하루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하지만 집에 누워있어도 조용히 쉬지도 못하고 아침부터 주방에서 이상한 한약 냄새가 풍겨왔다.강서연은 애써 일어나 주방에 가보니 구현수가 안에서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테이블 위에 그가 그녀를 위해 준비한 아침 식사가 놓여 있었다. 거의 타버린 구운 계란과 토스트, 그리고 오트밀이 거의 없는 시리얼 한 그릇.부엌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이 남자한테 참 어려웠을 것이다.강서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주방 문에 기댄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할 줄 모르잖아요. 그냥 제가 할게요.”구현수는 멈칫하고 몸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깼어? 계속 아파? 아침 먹고 가서 누워있어. 내가 할게.”“뭐 하고 있어요?”“음... 뭐 좀 끓여주려고.”구현수는 허둥지둥하였다.“빨리 가서 쉬고 있어. 이거 다 되면 내가 가지고 갈게.”강서연은 입술을 오므렸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 뇌리에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혹시 예전에 그 첫사랑에게도 이렇게 잘해줬나?열여섯 살은 한창 혈기 왕성할 나이이니 분명 열정적이었을 것이다...이 생각에 강서연의 입가의 미소는 금세 사라졌고 온갖 잡생각이 들었고 게다가 오래 서 있으니 배가 아파 그녀의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하필 이때 구현수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강서연은 그를 노려보고는 고개를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갔고 심지어 문까지 닫아버렸다.구현수는 종잡을 수 없었다. 생리가 오면 여자들은 모두 이렇게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나? 방금까지 그를 보고 웃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정말 쉽지 않다!배경원은 제인 호텔 일로 그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그는 가스를 끄고 강서연한테 얘기하려는 순간 문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문밖에는 임우정이 서 있었다. 그녀는 강서연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외근을 나왔던 참에 그녀를 보러 왔던 것이다.“혹시... 구현수 씨세요?”문을 열자 그녀는 멈칫하였다.오늘 그녀는 처음으로 구현수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는
“우정 언니, 왜 그래요?”강서연은 임우정이 주방에서 한참을 넋 놓고 움직이지 않자 그녀가 데었을까 걱정되어 황급히 일어나 다가가 보았다.그런데 임우정이 탕약과 약 찌꺼기를 보면서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이건...”강서연은 당황했다. 아침 일찍 맡았던 냄새의 근원지가 바로 이것이었다.임우정은 애써 웃음을 참으며 의미심장하게 강서연을 바라봤다.“내가 얘기해도 놀라지 마.”“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이건 다 한약재들이야.”임우정은 임의로 몇 가지를 집으며 설명했다.“이건 오수유, 이건 옥죽, 이건 녹각교, 아교, 구판교... 남은 건 흔한 것들이야. 너도 다 알 거야. 구기자, 오디, 백합, 아스파라거스.”강서연은 영문을 알지 못하고 의아한 눈길로 보았다.“이것들이 뭐에 쓰이는 것들인데요? 현수 씨는 왜 이런 약을 달여 저한테 먹이는 거예요?”“이건 여자 기력에 좋은 것들이야!”임우정은 깔깔 웃었다.“네가 아직 안 먹어서 다행이지, 한 그릇 마시면 오늘 밤 호랑이나 늑대가 되어버렸을 거야. 구현수도 네 상대가 되지 않았을걸!”강서연은 흠칫했다. 그녀의 작은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에요?”임우정은 강서연에게 어깨동무했다.“너 생리 때문에 구현수랑 잘 수 없을 텐데, 구현수는 네가 밤에 화끈하게 불타오르길 바라나 봐.”“우정 언니!”강서연은 임우정을 흘겨봤다. 더는 얘기하지 말라는 눈치였다.“알겠어, 알겠어. 장난치지 않을게.”임우정은 그녀를 부축해 침대에 눕혔다.구현수가 어떤 뜻이었는지는 몰라도 이 약은 마실 수 없었다.임우정은 흑설탕을 탄 물을 건네줬다.“아, 참. 너한테 진지하게 할 얘기가 있어.”강서연은 흠칫했다. 임우정이 미소를 거두어들이고 엄숙한 표정을 짓자 그녀는 조금 긴장됐다.“뭔데요?”“오전에 손지창 씨 사무실을 지나가다가 손지창 씨가 성소원과 얘기를 나누는 걸 봤는데... 네 얘기가 나온 것 같았어.”강서연의 안색이 달라졌다.손지창은 성소원의 삼
임우정의 안색이 달라졌다. 강서연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 또한 사뭇 달라졌다.임우정은 거기까지 생각지 못했다.입장 바꿔 생각한다면 그녀는 분명 자신의 사심을 더 중요시할 것이다.어찌 됐든 그녀는 성자가 아니기 때문이다.“지금 보니 나는 인성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판단이 부족한 것 같아.”임우정은 웃으며 말했다.“서연아, 너 평소에는 말수가 적더니 입만 열면 일리 있는 말을 하네!”“제 판단도 꼭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어요.”강서연은 싱긋 웃었다.“그런데 구현수 씨가 그러더라고요. 사람을 경계하는 마음은 꼭 필요하다고. 그리고 저더러 매사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했어요.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그곳까지 올라가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다고. 그냥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라고 말이에요.”“어머, 네 남편이 네 인생 멘토가 된 거야?”임우정은 우스갯소리를 한 것뿐인데 강서연은 정말로 남편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그건 당연하죠. 우리 현수 씨는 아는 게 엄청 많다고요!”강서연은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우정 어니, 그거 알아요? 제가 보니까 현수 씨가 자주 해외 사이트를 보더라고요. 여러 나라의 언어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시사와 경제에도 관심이 많더라고요!”“뭐라고?”임우정은 뜻밖이라고 생각했다.구현수와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온몸에서 카리스마와 강한 아우라를 뿜어댔다. 그가 싸웠던 적도 있고 감방살이를 한 적도 있다는 걸 몰랐다면 임우정은 그가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서연아, 넌 네 남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강서연은 당황했다.“그건 왜 물어요?”임우정은 입꼬리를 당겼다.“그냥 물어보는 거지! 네가 엄청나다는 듯 얘기하니까 조금 궁금해졌거든!”강서연은 단순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자신이 구현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휘황찬란한 역사와 가족이 없다는 점 외에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다음 날, 강서연은 출근하자마자 손지창의 사무실로
강서연은 당황했다. 방진영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서서 조롱하듯 웃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적개심과 경멸이 가득했다.“하, 후배님 이제 실력 좀 있나 보네. 내 자리까지 넘봐?”강서연은 그와 괜히 말싸움하고 싶지 않아 몸을 비틀어 그를 지나쳐 갔는데 등 뒤에서 방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손지창 그 늙은 여우가 진심으로 널 밀어주려는 것 같아? 그 사람은 널 이용하는 것뿐이야!”강서연은 돌아서서 방진영을 바라봤다.방진영은 짜증 난 얼굴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더니 분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천천히 강서연의 곁으로 걸어갔다. 강서연은 그에게서 나는 매캐한 담배 냄새에 구역질이 났다.“강서연 후배, 내 자리가 그렇게 좋으면 내가 양보해 줄게. 이런 수단으로 날 상대할 필요는 없지 않아?”“전 단 한 번도 방진영 씨 자리를 넘본 적이 없습니다.”강서연은 차갑게 그를 바라봤다.“손지창 대표님이 절 불러서 말씀을...”“유능한 자는 바쁘다고 했어?”방진영은 코웃음을 쳤다.“그 늙은 여우는 예전에 내게도 그런 말을 하면서 날 이용했었어!”강서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몸을 살짝 뒤로 기울이며 일부러 그와 거리를 벌렸다.“오성은 수년 동안 성공하지 못한 어려운 임무야. 회장님도 별수 없으신데 네가 어떻게 그걸 성공시킬 수 있겠어?”“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시도해 봐야 알겠죠.”강서연은 또박또박 말한 뒤 맑은 눈으로 말했다.“회사는 나이로 서열을 정하는 곳이 아니에요. 선배님, 제가 선배님 자리를 빼앗는 게 그렇게 두려우시면 정정당당하게 저랑 경쟁하시죠!”방진영은 크게 웃었다.“강서연, 너무 멍청해서 귀엽네! 그래. 그 힘든 임무를 기어코 할 생각이라면 내가 그동안 얻은 교훈을 얘기해줄게! 오성에는 4대 가문이 있어. 그중 하나만 얻어걸려도 넌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거야!”방진영은 음흉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4대 가문 중에서 첫째가는 최씨 가문은 꿈도 꾸지 마. 배씨 가문은 한 번 시도해 보든지! 배씨 가문 도련님은 바람둥이
그러나 이번에 유찬혁은 그를 도와줄 수 없었다.“설마.. 저번에 네가 알려줬던 그 비법에 문제가 있었던 거 아닐까?”배경원은 이마를 ‘탁’ 쳤다.“설마 형수님이 늑대가 되지 않은 걸까?”유찬혁은 쓴웃음을 지었다.“어쩌면 효과가 너무 강해서 형이 내분비 장애를 겪은 거 아닐까?”배경원은 하마터면 그의 얼굴에 술을 뿜을 뻔했다....구현수는 베란다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시선을 든 그는 강서연의 놀란 듯한 눈빛과 마주했다.“왜 그래?”구현수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조금 전에 통화했어요?”“어. 예전에... 감방 동기.”구현수는 덤덤히 말했다.“출소한 뒤에 나한테 돈 빌려달라고 연락한 거야. 그래서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어.”“그래요.”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현수 씨가 고함을 질렀군요. 현수 씨 목청에 건물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래도 잘했어요. 앞으로 그런 사람들이랑은 최대한 연락하지 마요. 현수 씨도 이젠 결혼한 사람이고 앞으로 우리는 평온한 삶을 보내야 하니까요.”구현수는 살짝 감동했다.그러나 강서연은 그 말을 할 때 여전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모니터에 배경원의 사진이 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구현수는 기분이 불쾌해졌다.강서연은 한동안 보다가 눈을 비볐다. 배가 또 아프기 시작한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진통제를 찾았다. 그런데 그때 구현수가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의 노트북을 닫아버렸다.강서연은 움찔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현수를 바라봤다.“뭐 하는 거예요? 나 자료 봐야 한다고요!”구현수의 표정이 가라앉았다.“뭐 볼 게 있다고!”“그... 고객님이라서 먼저 그의 생활 습관과 취미를 알아야 해요. 그리고...”강서연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구현수는 그녀의 베개와 이불을 안고 침실로 향했다. 그는 깔끔한 동작으로 침대 반대편에 이불을 펼쳐놓았다.강서연은 심장이 덜컥댔다. 그녀는 얼굴이 화끈거려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구현수는 굳은 얼굴로 퉁명스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