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연은 극심한 생리통으로 하루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하지만 집에 누워있어도 조용히 쉬지도 못하고 아침부터 주방에서 이상한 한약 냄새가 풍겨왔다.강서연은 애써 일어나 주방에 가보니 구현수가 안에서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테이블 위에 그가 그녀를 위해 준비한 아침 식사가 놓여 있었다. 거의 타버린 구운 계란과 토스트, 그리고 오트밀이 거의 없는 시리얼 한 그릇.부엌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이 남자한테 참 어려웠을 것이다.강서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주방 문에 기댄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할 줄 모르잖아요. 그냥 제가 할게요.”구현수는 멈칫하고 몸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깼어? 계속 아파? 아침 먹고 가서 누워있어. 내가 할게.”“뭐 하고 있어요?”“음... 뭐 좀 끓여주려고.”구현수는 허둥지둥하였다.“빨리 가서 쉬고 있어. 이거 다 되면 내가 가지고 갈게.”강서연은 입술을 오므렸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 뇌리에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혹시 예전에 그 첫사랑에게도 이렇게 잘해줬나?열여섯 살은 한창 혈기 왕성할 나이이니 분명 열정적이었을 것이다...이 생각에 강서연의 입가의 미소는 금세 사라졌고 온갖 잡생각이 들었고 게다가 오래 서 있으니 배가 아파 그녀의 기분이 더욱 나빠졌다.하필 이때 구현수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강서연은 그를 노려보고는 고개를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갔고 심지어 문까지 닫아버렸다.구현수는 종잡을 수 없었다. 생리가 오면 여자들은 모두 이렇게 표정이 순식간에 변하나? 방금까지 그를 보고 웃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정말 쉽지 않다!배경원은 제인 호텔 일로 그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그는 가스를 끄고 강서연한테 얘기하려는 순간 문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문밖에는 임우정이 서 있었다. 그녀는 강서연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외근을 나왔던 참에 그녀를 보러 왔던 것이다.“혹시... 구현수 씨세요?”문을 열자 그녀는 멈칫하였다.오늘 그녀는 처음으로 구현수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는
“우정 언니, 왜 그래요?”강서연은 임우정이 주방에서 한참을 넋 놓고 움직이지 않자 그녀가 데었을까 걱정되어 황급히 일어나 다가가 보았다.그런데 임우정이 탕약과 약 찌꺼기를 보면서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이건...”강서연은 당황했다. 아침 일찍 맡았던 냄새의 근원지가 바로 이것이었다.임우정은 애써 웃음을 참으며 의미심장하게 강서연을 바라봤다.“내가 얘기해도 놀라지 마.”“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이건 다 한약재들이야.”임우정은 임의로 몇 가지를 집으며 설명했다.“이건 오수유, 이건 옥죽, 이건 녹각교, 아교, 구판교... 남은 건 흔한 것들이야. 너도 다 알 거야. 구기자, 오디, 백합, 아스파라거스.”강서연은 영문을 알지 못하고 의아한 눈길로 보았다.“이것들이 뭐에 쓰이는 것들인데요? 현수 씨는 왜 이런 약을 달여 저한테 먹이는 거예요?”“이건 여자 기력에 좋은 것들이야!”임우정은 깔깔 웃었다.“네가 아직 안 먹어서 다행이지, 한 그릇 마시면 오늘 밤 호랑이나 늑대가 되어버렸을 거야. 구현수도 네 상대가 되지 않았을걸!”강서연은 흠칫했다. 그녀의 작은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에요?”임우정은 강서연에게 어깨동무했다.“너 생리 때문에 구현수랑 잘 수 없을 텐데, 구현수는 네가 밤에 화끈하게 불타오르길 바라나 봐.”“우정 언니!”강서연은 임우정을 흘겨봤다. 더는 얘기하지 말라는 눈치였다.“알겠어, 알겠어. 장난치지 않을게.”임우정은 그녀를 부축해 침대에 눕혔다.구현수가 어떤 뜻이었는지는 몰라도 이 약은 마실 수 없었다.임우정은 흑설탕을 탄 물을 건네줬다.“아, 참. 너한테 진지하게 할 얘기가 있어.”강서연은 흠칫했다. 임우정이 미소를 거두어들이고 엄숙한 표정을 짓자 그녀는 조금 긴장됐다.“뭔데요?”“오전에 손지창 씨 사무실을 지나가다가 손지창 씨가 성소원과 얘기를 나누는 걸 봤는데... 네 얘기가 나온 것 같았어.”강서연의 안색이 달라졌다.손지창은 성소원의 삼
임우정의 안색이 달라졌다. 강서연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 또한 사뭇 달라졌다.임우정은 거기까지 생각지 못했다.입장 바꿔 생각한다면 그녀는 분명 자신의 사심을 더 중요시할 것이다.어찌 됐든 그녀는 성자가 아니기 때문이다.“지금 보니 나는 인성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판단이 부족한 것 같아.”임우정은 웃으며 말했다.“서연아, 너 평소에는 말수가 적더니 입만 열면 일리 있는 말을 하네!”“제 판단도 꼭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어요.”강서연은 싱긋 웃었다.“그런데 구현수 씨가 그러더라고요. 사람을 경계하는 마음은 꼭 필요하다고. 그리고 저더러 매사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했어요.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그곳까지 올라가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다고. 그냥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라고 말이에요.”“어머, 네 남편이 네 인생 멘토가 된 거야?”임우정은 우스갯소리를 한 것뿐인데 강서연은 정말로 남편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그건 당연하죠. 우리 현수 씨는 아는 게 엄청 많다고요!”강서연은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우정 어니, 그거 알아요? 제가 보니까 현수 씨가 자주 해외 사이트를 보더라고요. 여러 나라의 언어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시사와 경제에도 관심이 많더라고요!”“뭐라고?”임우정은 뜻밖이라고 생각했다.구현수와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온몸에서 카리스마와 강한 아우라를 뿜어댔다. 그가 싸웠던 적도 있고 감방살이를 한 적도 있다는 걸 몰랐다면 임우정은 그가 대단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서연아, 넌 네 남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강서연은 당황했다.“그건 왜 물어요?”임우정은 입꼬리를 당겼다.“그냥 물어보는 거지! 네가 엄청나다는 듯 얘기하니까 조금 궁금해졌거든!”강서연은 단순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자신이 구현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휘황찬란한 역사와 가족이 없다는 점 외에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다음 날, 강서연은 출근하자마자 손지창의 사무실로
강서연은 당황했다. 방진영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서서 조롱하듯 웃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적개심과 경멸이 가득했다.“하, 후배님 이제 실력 좀 있나 보네. 내 자리까지 넘봐?”강서연은 그와 괜히 말싸움하고 싶지 않아 몸을 비틀어 그를 지나쳐 갔는데 등 뒤에서 방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손지창 그 늙은 여우가 진심으로 널 밀어주려는 것 같아? 그 사람은 널 이용하는 것뿐이야!”강서연은 돌아서서 방진영을 바라봤다.방진영은 짜증 난 얼굴로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더니 분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천천히 강서연의 곁으로 걸어갔다. 강서연은 그에게서 나는 매캐한 담배 냄새에 구역질이 났다.“강서연 후배, 내 자리가 그렇게 좋으면 내가 양보해 줄게. 이런 수단으로 날 상대할 필요는 없지 않아?”“전 단 한 번도 방진영 씨 자리를 넘본 적이 없습니다.”강서연은 차갑게 그를 바라봤다.“손지창 대표님이 절 불러서 말씀을...”“유능한 자는 바쁘다고 했어?”방진영은 코웃음을 쳤다.“그 늙은 여우는 예전에 내게도 그런 말을 하면서 날 이용했었어!”강서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몸을 살짝 뒤로 기울이며 일부러 그와 거리를 벌렸다.“오성은 수년 동안 성공하지 못한 어려운 임무야. 회장님도 별수 없으신데 네가 어떻게 그걸 성공시킬 수 있겠어?”“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시도해 봐야 알겠죠.”강서연은 또박또박 말한 뒤 맑은 눈으로 말했다.“회사는 나이로 서열을 정하는 곳이 아니에요. 선배님, 제가 선배님 자리를 빼앗는 게 그렇게 두려우시면 정정당당하게 저랑 경쟁하시죠!”방진영은 크게 웃었다.“강서연, 너무 멍청해서 귀엽네! 그래. 그 힘든 임무를 기어코 할 생각이라면 내가 그동안 얻은 교훈을 얘기해줄게! 오성에는 4대 가문이 있어. 그중 하나만 얻어걸려도 넌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거야!”방진영은 음흉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4대 가문 중에서 첫째가는 최씨 가문은 꿈도 꾸지 마. 배씨 가문은 한 번 시도해 보든지! 배씨 가문 도련님은 바람둥이
그러나 이번에 유찬혁은 그를 도와줄 수 없었다.“설마.. 저번에 네가 알려줬던 그 비법에 문제가 있었던 거 아닐까?”배경원은 이마를 ‘탁’ 쳤다.“설마 형수님이 늑대가 되지 않은 걸까?”유찬혁은 쓴웃음을 지었다.“어쩌면 효과가 너무 강해서 형이 내분비 장애를 겪은 거 아닐까?”배경원은 하마터면 그의 얼굴에 술을 뿜을 뻔했다....구현수는 베란다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시선을 든 그는 강서연의 놀란 듯한 눈빛과 마주했다.“왜 그래?”구현수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조금 전에 통화했어요?”“어. 예전에... 감방 동기.”구현수는 덤덤히 말했다.“출소한 뒤에 나한테 돈 빌려달라고 연락한 거야. 그래서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어.”“그래요.”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현수 씨가 고함을 질렀군요. 현수 씨 목청에 건물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래도 잘했어요. 앞으로 그런 사람들이랑은 최대한 연락하지 마요. 현수 씨도 이젠 결혼한 사람이고 앞으로 우리는 평온한 삶을 보내야 하니까요.”구현수는 살짝 감동했다.그러나 강서연은 그 말을 할 때 여전히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모니터에 배경원의 사진이 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구현수는 기분이 불쾌해졌다.강서연은 한동안 보다가 눈을 비볐다. 배가 또 아프기 시작한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진통제를 찾았다. 그런데 그때 구현수가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의 노트북을 닫아버렸다.강서연은 움찔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현수를 바라봤다.“뭐 하는 거예요? 나 자료 봐야 한다고요!”구현수의 표정이 가라앉았다.“뭐 볼 게 있다고!”“그... 고객님이라서 먼저 그의 생활 습관과 취미를 알아야 해요. 그리고...”강서연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구현수는 그녀의 베개와 이불을 안고 침실로 향했다. 그는 깔끔한 동작으로 침대 반대편에 이불을 펼쳐놓았다.강서연은 심장이 덜컥댔다. 그녀는 얼굴이 화끈거려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구현수는 굳은 얼굴로 퉁명스레 말했다.
구현수는 눈빛이 돌변하며 강서연을 조용히 바라봤다. 그의 차가운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지만 그윽한 눈빛에서는 복잡한 감정이 일렁이고 있는 듯했다.강서연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 ‘요즘 고객을 만나고 고객의 정보를 연구하는 것 때문에 혹시나 이상한 오해를 하는 건 아니겠지...’“현수 씨, 난, 난 그런 의미가 아니었어요!”강서연은 다급히 변명했다.“난 절대 우리 혼인을 배신하지 않을 거예요. 내 말뜻은...”강서연은 뜸을 들이다가 입술을 핥더니 아주 나직하게 말했다.“언젠가 당신이 내게 이렇게 잘해줄 가치가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 어떡할래요?”구현수는 강서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아무 말 하지 않고 다정하게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안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강서연의 작은 얼굴이 그의 단단한 가슴팍에 닿았고, 강서연은 그의 힘찬 심장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그 심장박동 소리가 그녀에게 무한한 안정감을 주었다.“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구현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만 자.”강서연은 웃으면서 작은 손으로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녀는 그날 밤 푹 잤다.구현수는 홀로 잠드는 것이 익숙해 거의 자지 못했다. 그는 강서연에게 팔베개를 해주었고 또 강수연이 끌어안고 자는 쿠션이 되어 쉽게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새벽이 되어 비몽사몽 깨어난 구현수는 강서연이 문어처럼 자신에게 매달려 있는 걸 발견했다. 하얗고 긴 다리는 그의 허리춤에 걸쳐져 있었고 두 손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있었으며 이까지 갈고 있었다.잠버릇이 좋지는 않았지만 귀엽고 진실했다.구현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혹시라도 강서연이 잠에서 깰까 봐 부드럽게 그녀를 다른 쪽으로 옮겨놓은 뒤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아침을 만들러 갔다.강수연은 잠에서 깼을 때 옆에 사람이 없는 걸 보고 심장이 철렁해 맨발로 뛰쳐나갔다.“깨어났어?”구현수는 앞치마를 하고 주방에서 나왔다.“잠을 너무 푹 자길래 안 깨웠어. 가서
구현수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옆에 있는 방한서는 그에게 눈짓하더니 멀지 않은 곳을 가리켰다.그는 차창 너머로 작은 여인이 거리 한가운데서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옆에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고 뒤에 있는 오성의 랜드마크가 바로 최상 그룹의 본사이다.강서연은 전화를 귀가에 갖다 대고 조용히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가볍게 숨을 내쉬더니 살짝 웃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예전에... 오성에서 사고를 쳐서 한동안 거기서 지냈었어.”강서연은 잠시 말을 멈추고 바로 화제를 돌렸다.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방한서는 전화기 너머로 무슨 말이 오가는지 몰랐다. 어르신이 아주 기뻐하면서 웃었다.그는 한 번도 어르신의 이렇게 부드러운 눈빛을 본 적이 없었다.전화를 끊고 강서연과 동료가 멀리 떠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방한서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르신, 방금 강서연 아가씨랑 말씀하셨던 그 장소들을 미리 치워둘까요?”“그럴 필요 없어. 편하게 놀게 놔둬.”구현수는 다시 평소의 냉정함을 되찾았다.“며칠 동안 사람 더 보내서 잘 보호해. 꼭 숨어서 몰래 하도록 해. 그 애의 눈에 보이지 않게.”“네, 알겠습니다.”“그리고 또...”그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말했다.“내가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최씨 가문의 그 누구도 그녀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해.”...최상 빌라는 오성 남부의 명황산 위에 자리 잡고 있다.빌라 전체가 산을 따라 지어져 마치 독립된 왕국처럼 위풍당당하고 매우 호화로웠다. 최씨 가문은 4대 가문의 수장으로 나라 경제의 거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다.최연준이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자 방금 전까지 북적거리던 넓은 거실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빳빳한 검은색 정장은 그의 큰 키와 건장한 몸매를 완벽하게 돋보이게 했고, 각진 얼굴은 강인하고 단호해 보였으며, 깊고 차가운 눈빛은 온 세상을 향해 차갑고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그는 차분하게 아첨하는 사람들의 얼굴들을 훑어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 말도 없이 그들을 내
지난 며칠 동안 프로젝트에 계속 진전이 없었고 강서연과 안이수는 바이 그룹의 대문도 들어가지 못했다.안이수는 슬픈 표정으로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낙담하고 있었다.태양은 땅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고 더위는 사람들을 숨이 막히고 답답하게 만들었다.강서연은 그녀에게 물 한 병을 건네주면서 살짝 웃었다.“우선 어디 가서 점심밥 먹고 오후에 다시 와요.”“서연 씨, 소용없어요.”안이수의 목소리는 흐트러졌다.“보아하니 방진영이 우리를 속인 게 아니라 원래 오성 시장이 열리기 힘든 거였어요. 온 지 며칠이 되었는데 배 도련님의 얼굴은커녕 바이 그룹의 책임자도 보지 못했네요! 제 생각엔 우리 그냥 돌아가요...”안이수는 입을 삐쭉 내밀었다.“이러다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몰라요!”“불길한 말 하지 마요!”강서연은 긍정적이었다.“이수 씨도 2년 동안 판매해 봤잖아요. 사업이 그렇게 한 번에 성공하지 않는 거 잘 알잖아요. 기회가 생겨서 기획안을 전달할 수 있으면 우린 앞으로 많이 나아가는 거예요!”“그런데 언제 그 기회가 생기겠어요!”안이수가 불만을 토로하자마자 검은색 고급 승용차 한 대가 건물 앞 내부 도로로 천천히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십여 명의 경호원이 정신을 차리고 달려서 마중 나갔다.차에서 젊은 남자가 내려왔다. 연예인처럼 잘생긴 외모에 부잣집 도련님의 오만함이 풍겼다.안이수는 그가 바로 배경원인 것을 알아보고 흥분해서 강서연의 팔을 쳤다.“배 도련님이에요!”안이수의 눈빛이 반짝였다.“와 실물이 사진보다 더 잘생겼네요. 진짜 멋있어요. 스타일도 좋네요... 방진영이 우리를 속인 게 아니었어요!”강서연은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그녀는 안이수처럼 ‘얼빠’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 기회는 절대 놓칠 수가 없었다!만약 기획안을 바로 배 도련님의 손에 전해줄 수만 있다면 몇백 번 예약하는 것보다 효과가 있을 것이다.강서연은 이를 악물더니 쏜살같이 달려갔다!하지만 주변에 키가 크고 몸집이 큰 경호원들이 바로 그녀를 막아섰다. 그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