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영?”최군성이 움찔했다. 육연우가 말을 이었다.“네, 아빠가 통화할 때 계속 그 이름을 언급하면서 없앨지 말지 하는 걸 들었어요. 제가 오성에 오기 전에 아빠한테서 돈을 받아 병원의 검사관을 매수했는데, 표본은 모두 하수영이 갖다준 거래요.”최군형은 눈을 크게 떴다. 하수영 세 글자에 완전히 꽂힌 모습이었다. 그는 놀라운 눈빛으로 육연우를 쳐다보며 크게 웃었다.“의외네!”“뭐가요?”“약하고 멍청하게 생겼는데 사람을 매수할 줄도 안다고?”“저...”육연우는 어쩔 바를 몰라 하며 고개를 떨구고 얼굴을 붉혔다. 최군성이 자기 얼굴을 가까이했다. 육연우의 긴 속눈썹은 마치 춤추는 나비의 날개 같았다. 뽀얀 얼굴에는 옅은 주근깨가 조금 나 있었다.최군형이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온 세상의 햇빛이 모두 그녀의 몸에 쏟아져 빛나는 것 같았다.육연우가 손가락으로 최군성의 가슴팍을 살짝 밀었다.“군성 오빠... 너무, 너무 가까워요...”“아, 응.”최군형은 정신을 차리고 급히 앉고는 두어 번 헛기침했다.“그러니까, 이번에 강주에 온 건 그 하수영을 찾기 위해서라는 거지?”“네, 꼭 빨라야 해요. 아빠가 의심할까 봐 무서워요. 엄마도 아직 오성에 계시는데, 엄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괜찮아. 어머님 걱정 마. 그 병원에 최상 그룹 지분이 있어. 믿을 만한 사람을 보내 간호하게 할게. 하수영... 이름 빼고 아는 건 없어? 이 넓은 강주에서 이름 하나만으로 찾을 수 있는 거야?”“다른 단서도 있어요. 검사관을 매수한 뒤에 하수영의 자료를 얻을 수 있었어요.”육연우가 핸드폰을 켰다. 하수영에 대한 모든 정보가 그곳에 있었다. 아주 자세하지는 않았지만 주소를 확보했으니 일이 수월할 터였다.최군성이 부드럽게 웃었다.‘생각보다 깡 있네.’“좋아, 내일 당장 찾으러 가자.”그 말을 들은 육연우가 그를 잡아당기고는 자기 생각을 말했다.“아주 확실하진 않아요. 하수영이 육소유가 아닐 수도 있어요.”“뭐?”“아빠 성격으론,
육연우가 손을 빼내기 전에 최군성이 빠르게 그녀의 손을 잡고는 다시 자신의 팔 위에 올려놓았다.“군성 오빠...”“강주의 좋은 식당을 많이 알고 있어, 가자, 좋은 거 사줄게!”육연우가 온 세상을 얻은 듯 활짝 웃었다. 최군성은 걸음을 옮기며 재잘대기 시작했다,“연우야 그거 알아? 우리 부모님 강주에서 처음 만나셨어. 두 분 처음 식사하셨던 식당은 제인 호텔이라는 곳인데, 거기서 새우 덮밥을...”......최군형은 스위트룸으로 돌아왔다. 오후부터 저녁이 될 때까지 강소아는 물건만 정리할 뿐 최군형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이상했다. 강소아는 최군형을 멀리하고 있었다. 몇 번 눈이 마주칠 때에도 강소아는 의심 어린 눈빛으로 최군형을 쳐다보았다.최군형은 강소아에게 다가갔다. 뭐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쓱하게 웃는 수밖에 없었다. 강소아는 그 억지웃음에 소스라치게 놀랐다.“뭐해요?”“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 방 너무 좋은데요!”최군형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횡설수설했다.“당연하죠, 스위트룸이잖아요.”“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더 빨리 올 걸 그랬어요!”강소아는 고개를 들어 최군형이 허허 웃으며 그녀의 기분을 맞춰주려 하는 것을 보았다. 마음이 사르르 풀렸다. 의심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었지만 그 무엇도 최군형의 부드러운 눈빛과 웃음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강소아는 이를 앙다물고 그의 앞에 가 옷의 단추를 단정하게 채워주었다. 최군형이 강소아의 손을 잡고 말했다.“소아 씨... 그냥 나가서 묵을까요?”“왜요?”최군형의 눈빛이 복잡해졌다. 이대로 간다면 신분을 숨기기 점점 어려워질 것이었다.눈치 빠른 강소아는 이를 쉽게 알아챌 것이었다. 어쩌면 이미 알아챘는지도 몰랐다.그는 부모님의 연애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빠의 길고 험한 이야기로부터 그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는 비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 일을 알게 해서는 절대 안 됐다.최군형은 심호흡하
최군형이 입을 열려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아무런 저장명도 없이 전화번호 한 줄이 떠 있었다.강소아가 흠칫했다. 하지만 최군형은 옅게 웃고 있었다.“제 동생이에요. 전화번호를 외워버려서 저장 안 했어요.”최군형이 전화를 끊으려는데 강소아가 그를 말렸다.“중요한 일 있는 거 아니에요?”“무슨 중요한 일이 있다고...”“빨리 받아요! 마침 옷을 씻었는데, 빨래 너는 사이에 전화 받으면 딱 맞네요!”최군형은 복잡한 표정으로 강소아를 바라보며 망설이다가 방문을 나서 전화를 받았다. 최군형이 말하기도 전에 최군성이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형, 지금 뭐 하고 있었든 상관없어. 내 말 좀 들어봐...”“무슨 일인데?”“어... 이 시간에, 그렇고 그런 일을 하지는 않겠지?”“최군성, 한마디만 더 하면 지금 당장 널 죽이러 갈 거야!”최군성이 크게 웃고는 두어 번 헛기침하고 낮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오늘은 진짜 중요한 일이 있어. 육소유를 찾았어!”“뭐?”“연우가 알려줬어. 근데 형, 이건 꼭 비밀로 해야 해.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꼭...”“아까부터 그게 무슨 말이야? 연우가 누군데?”최군성이 조금 침묵을 지키더니 말했다.“연우는 바로 지금의 육소유야. 육명진의 사생아래. 연우가 그러는데... 진짜 육소유는 강주에 있을 가능성이 크대. 하수영이라고!”“하수영?”최군형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이어 최군성은 며칠간 일어난 일들을 최군형에게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최군형은 아직 충격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럴 리 없어!”최군형이 절망적으로 외쳤다. 하수영과 육경섭 부부는 닮은 구석이 하나고 없었다. 아무리 어린 시절부터 떨어져 지냈다고 해도 핏줄은 속일 수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육경섭 부부는 착한 사람이었다. 육소유가 아무리 험하게 자랐다 해도 남을 해치지는 않을 것이었다.최군성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응, 연우 생각도 그렇대. 아무튼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야. 형, 내가 알려준 건 꼭 비
“무슨 일 있어요? 왜 밖에서 전화를 받아요?”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강소아가 머리를 쏙 내밀고 물었다. 최군형은 애써 아무 일 없는 듯 자연스럽게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방으로 들어갔다.“소아 씨, 할 얘기가 있어요.”강소아가 어리둥절해서 최군형의 눈을 보고 있었다. 둘은 손을 잡고 있었기에 그녀는 최군형 손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깊은 눈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온 세상이 조용해졌다. 최군형은 입술을 축이고 낮은 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소아 씨가 남양에 온 뒤로 일어난 일들은 모두 저와 관련 있는 일들이에요. 소아 씨, 난 언제나 내 방식대로 당신을 보호했어요.”최군형의 손이 강소아의 얼굴을 쓰다듬고 쇄골로 내려가더니 별 장식 목걸이에 가 닿았다.“이건 내가 준 별이죠. 사실 당신이 소원을 빌 수 있는 별은 바로 저예요. 어떤 소원이든 다 이뤄줄게요. 하지만 지금 사정이 생겼어요. 난 계속 내 신분을 감추고 싶지 않아요. 당당하게 당신의 손을 잡고 우리 집에 인사드리러 가고 싶어요. 최상 그룹 도련님인 나 최군형의 아내는 바로 강소아라고 세상에 외치고 싶어요.”강소아가 멍하니 최군형을 바라보았다. 벼락 맞은 기분이었다. 엉망이던 머리가 순식간에 하얘졌다.그녀의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영혼이 육체를 이탈한 것 같았다.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몽롱하고, 뭐가 뭐인지 알 수가 없었다.최군형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소아 씨? 소아 씨!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그가 강소아를 품에 안으려 할 때, 강소아는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최군형을 뿌리치고는 소파에서 뛰어내려 한 발씩 뒤로 물러났다.“소아...”“잠시만, 다가오지 마요! 진정 좀 하고요...”“미안해요, 더 빨리 알려줬어야 했는데, 이런 반응일까 봐 그동안 얘기를 못 했어요.”“그럼... 지금은 왜 얘기한 거예요?”“당신이 상처받을까 봐요.”최군형이 한 발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강소아가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어
“거짓말 같겠지만 아니에요.”최군형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소아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그녀가 놀랄까 봐 거리를 유지하는 수밖에 없었다.“못 믿을 거 알아요. 소아 씨가 만났으면 하는 사람이 있어요.”강소아는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최군형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겉옷을 들고 따라갔다.호텔 입구에는 택시들이 줄을 섰는데, 그중 한 대가 그들의 앞에 세워져 있었다. 최군형은 차 문을 열고 조수석에 앉았다.강소아는 뒷자리에서 최군형을 쳐다보았다. 백미러로 선 굵은 그의 얼굴과 깊은 두 눈, 넓은 등이 보였다. 최군형은 틀림없이 평소처럼 팔짱을 끼고 앉아 있을 것이다.모든 것이 그대로인 것 같았지만, 모든 게 변해버렸다. 기분이 이상했다.갑자기 하수영의 말이 떠올랐다. 하수영은 이 학교에서 재벌 2세와 연애 끝에 결혼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강소아가 이유를 묻자 하수영이 계산을 끝낸 듯 답했었다.“인생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어려움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 난 재벌 2세와 결혼해서 궁전 같은 집에서 살 거야! 소리치면 메아리가 들리는 그런 집 말이야.”“그 남자가 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떡해?”“소아야, 그게 뭐 어때서? 뭐든 다 가질 수는 없는 거잖아. 돈과 사랑 중에 선택하라면 난 무조건 돈을 선택하겠어!”하수영이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강소아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난 그래도 사랑을 선택할 거야.”그런데 지금은...어쩌다 보니 둘 다 갖게 되었다.강소아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최군형이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강소아는 깜짝 놀라 최군형의 손을 뿌리치고는 문 쪽으로 다가가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차는 이미 병원 대문 앞에 도착했다. 최군형이 내리자 강소아도 그의 뒤를 따랐다. 주위를 둘러본 그녀는 깜짝 놀랐다. 이 병원, 그 아저씨 병원 아닌가?“최...”최군형을 부르려던 그녀가 멈칫했다. 이제 어떤 호칭으로 불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신분을 알아버린 이상 차마 예전과
강소아는 손으로 옷깃을 꼭 잡고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최군형이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강소아는 몸을 살짝 떨면서 두려움이 섞인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소아 씨...”최군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강소아의 손을 잡았다.“늦었는데 이만 돌아갈까요?”강소아가 흠칫했다. 그는 명령하는 게 아니라 조심스럽게 강소아의 의견을 묻고 있었다.최군형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강소아에게 한 번도 언성을 높이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한없이 차갑던 얼굴도 강소아 앞에서만 환한 웃음을 드러냈다.그는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강소아를 대하고 있었다. 구자영과 하수영에게 당할 뻔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남양으로 달려온 게 그 대표적인 예이다.사랑 외에는 달리 설명할 단어가 없었다.“군형 씨, 아주 힘들었죠?”최군형이 깜짝 놀랐다. 강소아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사실 많이 놀랐어요. 내게 적응할 시간을 줘요.”최군형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이내 크나큰 기쁨이 그의 몸을 감쌌다. 강소아가 낮지만 똑똑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전엔 군형 씨가 제게 맞춰줬잖아요, 제 가족과 살아온 환경까지. 전 군형 씨한테 맞춰준 게 아무것도 없어요. 이제 내가 맞춰줄게요.”“소아 씨...”“반딧불도 별이 내려오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요. 높이 날지는 못하더라도 별이 있는 하늘에 조금은 가까워져야죠.”최군형이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의 입꼬리가 씰룩댔다. 웃고 싶었지만 대놓고 웃을 수도 없었다. 최군형이 강소아를 꼭 안았다.“군형 씨, 좀만 살살... 나 숨 막혀요!”강소아가 붉어진 눈으로 웃으며 최군형의 등을 때렸다. 최군형이 연신 사과했다.“아, 미안해요, 진짜 미안해요.”너무 흥분한 탓이었다. 강소아가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용서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 그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얻은 것 같았다.두 사람은 웃으며 손을 잡고 길
조금만 잘해줘도 금세 헤실거리는 꼴이라니,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반박하기도 전에 급해진 최군형은 맹수처럼 강소아의 허리를 휘어잡고는 뜨겁게 그녀에게 키스했다. 강소아는 최군형에게 몸을 맡긴 채 그에게 안겨있었다.최군형은 한참이 지나서야 서서히 팔의 힘을 풀고는 헝클어진 강소아의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강소아의 눈에는 약간의 놀라움과 달콤함이 들어있었다.최군형은 강소아가 힘이 풀린 것을 눈치채고는 공주님 안기로 그녀를 들어 올린 뒤 계속해서 걸었다.“군형 씨.”“네?”“하나만 물어봐도 돼요?”“네, 얼마든지요.”“왜 갑자기 당신 신분을 알려준 거예요?”최군형이 멈칫했다. 그는 복잡한 표정으로 오래도록 입을 떼지 못했다.그들은 인적 드문 공원으로 들어가 벤치에 앉았다. 그제야 최군형이 입을 열었다.“우리 부모님 얘기 해줄까요?”강소아가 웃으며 최군형의 어깨에 기대 그의 말을 들었다.“우리 아빠도 전에 이렇게 했었어요. 아빠가 다른 사람으로 속인 채로 엄마와 사귀기 시작했거든요. 원래는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점점 더 빠져들었대요. 하지만 이런저런 걱정에 진짜 신분을 밝히지 않았는데, 어느날... 엄마가 살해당할 뻔했어요.”강소아가 깜짝 놀란 듯 숨을 들이쉬며 눈을 크게 떴다.“그 일이 엄마에게 상처가 됐던 모양이에요. 다행히 화해하긴 했지만요. 지금도 우리 아빠는 엄마라면 꼼짝도 못 해요. 지금 신분을 밝힌 이유는... 아빠처럼 하고 싶지 않아서예요. 정말 사랑하는 사이라면 서로 솔직해야 하잖아요. 난 소아 씨가 상처받는 모습 보기 싫어요.”“군형 씨...”“어떻게든 당신을 지킬게요.”최군형이 강소아의 눈을 보고 말했다. 강소아가 배시시 웃었다.“나도요, 나도 당신을 지킬게요.”“바보.”“진짜예요! 꼭 남자가 여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법이 있어요?”“음... 그럼 그렇게 하죠. 정말 날 지킬 거라면, 어머님이 날 혼낼 때 내 편을 들어줘야 해요!”강소아가 피식 웃었다.두 사람은 힘껏 껴안았다. 그들 주위를
“군형 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최군형이 정신을 번쩍 차리고는 생각을 멈추고 강소아의 머리카락을 만지작댔다.“아무것도 아니에요.”“제 말 들었어요?”최군형이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누가 봐도 안 들은듯한 모습이었다. 강소아가 웃으며 말을 반복했다.“당신 신분 말이에요, 제 동기들에게도 비밀로 하면 안 돼요?”“아...”“당신한테 필요 없는 일들이 생길까봐요...”강소아가 아무렇지 않은 듯 고개를 돌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필요 없는 일?여자 동기들이 최군형의 신분을 알게 되면 앞다투어 그에게 몰려들 게 뻔했다. 최군형을 눈여겨보지 않는 여자는 없을 것이었다. 그럴 바에야 지금처럼 가난한 모습을 유지하는 게 나았다.“걱정 마요, 그런 일은 없어요.”“뭐래...”“나도 당신 말을 따를게요.”최군형이 강소아에게 머리를 맞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다음 날, 메시지 한 통이 와있었다. 본교 교직원 한리가 뇌물을 받은 사실이 확인돼 해고 처리됐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선물을 주며 그녀를 아니꼽게 봤던 학생들은 이미 축제 분위기였다.인솔자가 없어졌기에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강주로 돌아가자 소정애가 활짝 웃으며 급히 마중 나왔다. 그녀는 최군형을 이끌고 가게로 들어가며 말했다.“군형이 왔구나! 너 없는 새에 진열대가 엉망이 됐어! 그리고 상품이 왔는데 소준이는 학교에 있어서 아저씨가 그걸 옮기려 하다가 또 허리를 삐끗했어... 전에 보니까 네가 잘 고치던데, 한 번만 더 고쳐줘! 가게 일 정리되면 얼른 집에 와, 족발 만드는 거 알려줄게! 아 맞다, 진열대 정리하고 겸사겸사 청소도 좀 해놔, 먼지가 잔뜩 쌓였어. 또...”“엄마, 그만해요! 금방 왔는데 좀만 쉬게 해주면 안 돼요?”강소아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쉬긴 뭘 쉬어? 이렇게 훤칠한 청년인데 이깟 일이 힘들겠어?”“엄마!”최군형의 신분을 몰랐을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은 그가 최상 그룹 도련님인 걸 알았으니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