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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Author: 동과
F 국의 초봄은 따뜻했다. 헬기에서 내리자 따스한 기운에 나도 모르게 외투를 벗었다.

최욱현은 내 뒤를 따라 내리더니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머니가 안에서 기다리셔.”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병원에 안 계시는 거야?”

최욱현은 씩 웃으며 설명했다.

“어머니는 개인 주치의가 있거든.”

나는 일단 그의 말을 믿기로 했다. 최욱현은 성 주변을 지키는 석씨 가문 사람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수아야, 뭘 그렇게 경계하는 거야?”

그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나는 핑계를 댔다.

“얼마 전에 안 좋은 일을 당해서 크게 다쳤거든. 그래서 요즘 외출할 때 조심하는 거야. 너를 경계하는 건 아니야.”

나는 최욱현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앞장서서 걸어갔다. 거대한 성은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의아한 마음에 물었다.

“성에 가정부가 없어?”

최욱현은 내 옆에서 함께 걸으며 설명했다.

“별로 없어. 어머니와 알랭, 두 사람만 살아.”

나는 다시 물었다.

“알랭?”

“네 계부. 이 나라의 공작이셔.”

공작은 귀족 중에서도 최고 등급이었으니 상상하기 어려운 높은 지위였다.

그나마 엄마는 좋은 남자를 만난 것 같았다.

...

성에 도착해서야 나는 ‘별로 없다’라고 말한 최욱현의 말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넓은 거실에는 하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2층 복도에도 열 명이 넘는 가정부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화려한 드레스를 맞춰 입고 있었는데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옷 같았다. 게다가 성 내부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였고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음침한 기운이 감돌았다.

나는 복도에 서 있는 순간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문득 최욱현을 따라 F 국에 온 걸 후회하며 당장 여길 벗어나고 싶었다. 최욱현은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갑자기 내 손을 꽉 잡았다. 나는 깜짝 놀라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의 손아귀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최욱현은 내 손을 잡고 긴 복도를 지나 방으로 들어갔다.

방은 50평 정도로 아주 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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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외로 그는 나를 꺼리지 않았다...게다가 차 안에는 현정우와 운전기사도 있었다.그는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민망한 행동을 했던 것이다.생각해 보니 그가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키스한 것은 처음이었다.석지훈은 내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손가락으로 내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놀리듯 말했다.“나는 윤아의 얼굴이 성벽처럼 두꺼워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줄 알았잖아.”나: “...”조금 전의 역겨운 일은 잊어버렸고 마음속에는 오로지 석지훈뿐이었다.나중에야 나는 석지훈이 일부러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방식으로 나를 조금 전의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 주려고 했던 것이다.그리고 그의 방식이란...그는 내가 자기 얼굴에 환장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석지훈은 언제부터 자기 매력을 무기로 쓰는 걸 배운 거지?...우린 헬기 대신 전용기를 타고 F 국을 떠났다. 넓은 기내에는 나와 석지훈 단둘이 있었다.그리고 작지 않은 침대 하나가 있었다.침대는 매우 호화로웠고 그 위에는 비단 이불이 깔려 있었다.나는 비행기에 탑승한 후 입을 헹구고 석지훈의 품에 안겨 창밖의 야경을 감상했다. 특별히 볼 것은 없었지만 뭔가 기분 좋았다. 아마도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석지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내 곁에 있으면 나는 행복했다.석지훈은 내 귀밑머리를 정리해 주었다. 나는 멍하니 있다가 그의 질문을 들었다.“이게 뭐지?”나는 창백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그는 부드럽게 물었다.“다쳤어?”나는 거짓말했다.“작은 상처예요.”나는 그에게 내 병에 대해 알리고 싶지 않았다.석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그의 눈빛은 마치 무언가 알고 있는 듯 내가 먼저 솔직하게 말하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나는 얼굴을 그의 품에 묻고 거짓말했다.“실수로 다친 거예요. 자꾸 묻지 마세요. 오빠도 자주 다치잖아요? 그나저나 오빠 상처는 다 나았나요?”내가 화제를 돌리자 석지훈은 더 이상 캐묻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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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결국 목숨을 건지셨다. 최욱현은 일어서서 내 옆으로 와 노인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내가 또 장례식 치러줘야 하잖아.”그의 웃음은 차가웠고 소름 끼쳤다.나는 그에게 말했다.“어쨌든 네 친척이고 너도 어릴 때부터 이 사람의 보호 아래 자랐잖아. 좀 착하게 굴어.”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수아 넌 내가 착하지 않다고 생각해?”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적어도 난 그렇다고 생각해.”내 가방 속 휴대폰은 아직 연결되어 있었다. 전화 너머에 석지훈이 있었기에 나는 최욱현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그는 변태적이고 잔인하지만 나를 해치려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어머니뿐이었다.그는 어머니를 제외하고 내가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했고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서 내 신장을 보관해두었다고 했다.하지만 그런 마음은 역겹고 두려웠다.내 말을 듣고 최욱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창밖의 야경을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난 착한 사람이야. 근데 내 착한 면은 내가 아끼는 사람들한테만 보여주는 거야. 수아야, 언젠가 네가 날 이해하는 날이 오면 좋겠어. 그럼 넌 날 이해하게 될 거야.”그를 이해한다고?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백한 얼굴의 엄마에게 다가가 그에게 물었다.“방금 왜 거짓말 했어? 엄마가...”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네가 어머니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잃었다가 되찾는 기쁨을 느끼기를 바랐어. 수아야, 어머니는 널 사랑해. 진짜 많이. 그걸 꼭 알았으면 좋겠어.”나는 차갑게 말했다.“네가 말 안 해도 알아.”그때 집사 같은 사람이 와서 보고했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욱현은 눈을 들어 말했다.“석지훈이 도착했어.”웬일로 그는 나에게 숨기지 않았다.나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최욱현이 나를 내쫓는 소리가 들렸다.“가 봐. 어머니가 널 보고 싶어 하면 내가 다시 연락할게.”내가 물었다.“나 엄마 옆에 있으면 안 돼?”“수아야, 어머니는 네가 슬퍼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22화

    편지를 읽고 나니 나는 이미 눈물범벅이 되었다. 나는 엄마가 말했던 그 말이 떠올랐다.“네가 내 딸이라는 것 외에는 우리 사이에 무슨 인연이 있는지 모르겠구나.”사실 그 말은 나에게 일부러 하신 말씀이었을 것이다. 엄마는 자신의 몸 상태를 이미 알고 계셨기에...그녀는 나와 친해져서 서로 얽히는 걸 싫어했다. 이 세상을 떠난 후 내가 슬퍼할까 봐 걱정됐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늘 나를 멀리하셨고 조금 전까지도 나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지 않으셨다.나는 엄마의 깊은 마음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고 그녀의 뜨거운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나는 급히 아까 방으로 돌아갔다. 거의 숨이 끊어질 듯한 그 노인에게 나는 영어로 물었다.“여기서 나가는 방법을 아세요? 아시면 제가 지금 당장 모시고 나갈게요!”나는 엄마를 만나러 가야 했다.지금 당장.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영어로 대답했다.“알아요.”나는 썩은 냄새를 참으면서 휠체어를 밀고 그를 데리고 나왔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포르말린에 담긴 10년 전에 망가졌어야 할 내 신장 두 개는 쳐다보지 않았다.최욱현은 정말 변태였다.노인의 정신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다. 그는 영어로 나를 재촉했다.“아가씨, 빨리 나를 데리고 나가 주세요. 난 그녀를 만나고 싶어요... 내가 제때 가지 못할까 봐 두려워요. 그녀를 잃을까 봐...”그는 아마도 나의 엄마를 말하는 것 같았다.나는 의아한 마음에 그에게 물었다.“욱현이는 당신이 예전에 우리 엄마를 항상 때렸다고 했는데 지금 엄마를 잃을까 봐 두렵다고 할 자격 있어요?”그는 놀라며 물었다.“아가씨가 그녀의 딸이라고?”“네, 저는 그녀의 딸입니다.”이번 생에 하나뿐인 그녀의 딸이었다.노인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조용하고 차분하게 설명했다.“나는 그녀가 내 후계자를 낳아 주기를 바랐지만 그녀는 항상 거절했어요. 나는 당시 젊어서 화를 참지 못했죠! 게다가 부부 사이에 다툼은 흔한 일이 아니겠어요? 나는 당신 어머니를 때린 적이 있지만 당신 어머니는 자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21화

    수아에게 쓴 편지였고 편지를 쓴 사람은 안혜인이었다.이것은 나의 친어머니가 나에게 쓴 편지였다.그러나 봉투는 매우 낡았다.마치 오래전에 쓰여진 것처럼.나는 침대 곁에 앉아 편지의 내용을 읽었다.[사랑하는 수아야, 안녕.네가 태어난 지 9일째 되는 날이구나. 너는 나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자 절망 속에서 본 유일한 빛이란다.사랑한다, 아주 아주 많이.네 아빠보다 훨씬 많이 사랑해.하지만 나는 직접 너를 키울 수 없구나.미안하다, 널 네 아버지에게 돌려보내야만 해서.수아야, 나는 네 아버지를 운성에서 만났단다.비가 계속 오는 날이었지.처음 만났을 때, 네 아빠는 엄청 차갑고 말도 없었어. 나한테 말도 잘 안 하고 맨날 빈정대고 무시했어. 그런데 다행히도 엄마가 엄청 쫓아다녔지. 안 그랬으면 아빠랑 인연도 없었을 거야.그랬을 거야...갑자기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네...수아야, 난 네 아빠 진짜 많이 사랑했어.진짜 진짜 많이.그 사람을 사랑하기 전엔 그이가 석씨 가문 사람인 줄도 몰랐고 너 갖기 전엔 아내랑 애가 있는 줄도 몰랐어.비록 나한테 최고로 잘해 주겠다고 했지만 난 자존심이 세서 다른 여자랑 아빠를 나눠 가질 수 없었어.수아야, 엄만 너무 슬퍼.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큰 속임수를 당한 것 같고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모든 것이 한낱 웃음거리가 된 것 같았어...수아야, 엄마한텐 이제 너밖에 없단다.오직 너 하나뿐인데.너를 보내야만 하는구나.그건...너는 석씨 가문의 혈통이지만 상속받을 자격이 없단다. 너보다 위에 세 명의 오빠가 있기 때문이지. 근데 우린 그런 거 필요 없어. 내가 나중에 너한테 석씨 가문 못지않게 다 줄 테니까.엄마를 믿으렴. 내가 꼭 그렇게 해 줄게.하지만 엄마는 너를 F 국에 남겨두고 싶지 않구나.엄마가 성공하려면 주변에 위험한 일들이 많을 수밖에 없거든.엄마는 네가 평안하게 자라기를 바랄 뿐이란다.그리고 석씨 가문은 네게 가장 좋은 안식처가 될 거야.그래서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20화

    최욱현은 갑자기 손을 뻗어 내 뺨을 만졌다. 나는 거부감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눈을 뜨고 말했다.“그 손으로 날 건드리지 마!”나는 그에게 명령했다.“당장 여기서 나가.”내가 돌아서서 가려는데, 그때 최욱현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전화를 받으며 인상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야?”최욱현은 F 국어로 말했고 상대방의 대답도 F 국어였다.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최욱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그는 나를 보며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내 신념은 어머니였어. 내 목숨을 바쳐 어머니를 평생 지켜주는 거였다고. 그런데 수아야, 난 방금 어머니를 잃었어.”‘엄마가 돌아가셨다고? 하지만 우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지 20분도 안 됐잖아. 어떻게 이렇게 빨리?!’나는 순간적으로 슬픔에 잠겼다.나는 당장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최욱현은 내 손목을 잡고 차갑게 말했다.“나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는데 어머니가 나에게 두 번째 삶을 주셨지. 어머니는 나와 함께 있어 준 유일한 사람이거든.”말을 마친 최욱현은 황급히 달려갔다. 그의 발걸음은 매우 빨랐고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결국 나는 그를 쫓아갔지만 길을 잃고 말았다.그렇다, 나는 지하 통로에서 길을 잃었다.지하 통로에는 여러 갈래 길이 있었다.하지만 나는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아무리 걸어도 계속 통로 안이었으니까.나는 아까 그 방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10년 동안 포르말린에 담가 놓은 그 신장과 그 노인을 다시 마주 하고 싶지 않았다.나는 절망에 빠졌다.그때야 비로소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나는 급히 석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가장 먼저 석지훈이 떠올랐을 뿐, 현정우가 나와 가장 가깝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석지훈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윤아야?”나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오빠.”그는 부드럽게 물었다.“윤아야, 무슨 일이야?”“오빠, 나 지하에서 길을 잃었어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욱현이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19화

    부패하는 냄새에 속이 뒤틀렸다. 코를 막아도 메스꺼움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런데 최욱현은 냄새가 좋으냐고 묻다니.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이게 무슨 냄새야?”최욱현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 노인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나를 보며 계속 F 국어로 말했다. 나는 F 국어를 알아들을 수 없어 최욱현에게 물었다.“이 사람, 네가 여기에 가둔 거야?”“어. 잘못을 저질렀거든.”최욱현의 말투는 담담했다.나는 다시 물었다.“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여기에 가둔 거야?”최욱현은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하지 않고 손을 뻗어 흰 천을 벗겼다. 천 아래에는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신장처럼 보이는 모양의 물건이 담겨있었다.보기에도 역겨웠다.속이 뒤틀려 토할 것 같았지만 꾹 참고 물었다.“내 물건이 있다고 했잖아. 뭐가 있는데?”최욱현은 나와 신장을 번갈아 봤다.나는 충격에 빠져 물었다.“설마...”“이건 너의 예전에 망가졌던 신장 두 개야. 내가 가져왔지. 이 일은 어머니도 몰라. 하지만 난 널 위해 계속 보관하고 있었어. 사실 훨씬 전부터 널 만나고 싶었지만 어머니가 엄하게 감시했어. 내가 네 삶을 방해하는 걸 원하지 않으셨거든.”어쩐지 포르말린 냄새가 난다 했다.나는 결국 바닥에 토하고 말았다. 계속 토하는 나에게 최욱현은 다가와 등을 두드려 주며 걱정스럽게 물었다“많이 힘들어?”나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너 정말 역겹다.”적출된 내 장기를 직접 보게 하다니...그 생각을 하니 더 심하게 토했다.한참을 토하고 나서야 좀 진정이 되었다. 최욱현은 내 옆에 서서 손바닥으로 내 등을 계속 쓰다듬어 주었다.점심에 먹었던 것을 다 토해내고 나니 담현아가 아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녀는 최욱현은 사람을 죽이는 방식이 잔인하다고 했다.그렇다면 그 부패한 냄새는...나는 그 노인을 쳐다보았다.그리고 급히 영어로 물었다.“영어 할 줄 아세요?”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물었다.“무슨 일이에요?”“그는 악마예요!”최욱현은 그가 말하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18화

    “괜찮아. 약으로 버티면 된대.”그녀가 말했다.침대에 누워 있는 여자의 얼굴은 비록 창백했지만 꽤나 아름다웠다. 그녀는 우아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전에 네 아버지와 약속했었어. 우리 둘이 다시 만나는 건 죽고 난 뒤라고. 이제 그가 나보다 먼저 떠났으니 지금의 나는 그저 그 뒤를 따르는 것뿐이야. 내 바램이기도 하지. 그러니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문득 운산 정상에 있는 그 비석이 떠올랐다.비문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있다.‘인연이 다시 이어질 때 부디 당신은 이미 세상을 떠났기를’그녀는 내 아버지를 미워했지만 또한 깊이 사랑했던 것이다.그리고 내가 그 신장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을 원치 않았다.마음 깊이 감춰져 있던 그녀의 사랑을 깨닫자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모두 그녀 때문이었다.그녀는 내가 이상한 것을 눈치채고 최욱현에게 말했다.“욱현아, 알랭이 곧 도착할 거야. 그와 할 이야기가 좀 있으니 먼저 수아를 데리고 밖에 나가서 구경 좀 하고 있어. 30분 후에 다시 오렴.”최욱현은 나를 데리고 방을 나섰다. 나는 한숨을 쉬며 그에게 말했다.“편찮은 걸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파. 결국 나 때문에... 나로 인해 시작되었고 결과도 내가 이렇게 만들었어. 다 내 잘못이야.”최욱현은 무심하게 물었다.“그게 전부야?”나는 촉촉해진 눈을 감았다 뜨며 말했다.“내 목숨은 그녀가 준 거야. 결국 나는 그녀에게 빚을 졌어.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넌 어머니가 목숨을 주셨기 때문에 마음이 아픈 거야? 그럼 어머니가 원하는 건 단지 딸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나는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무슨 말이야?”“넌 어머니의 딸이고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야. 예전에 나에게 신념이 무엇이냐고 물었던 거 기억해?”“네 신념은 뭔데?”내가 물었다.그는 한때 신념이란 ‘목숨’이라고 했다.평생을 바쳐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말이다.그는 대답하지 않고 평소답지 않게 침묵했다.최욱현은 나를 데리고 엘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517화

    F 국의 초봄은 따뜻했다. 헬기에서 내리자 따스한 기운에 나도 모르게 외투를 벗었다. 최욱현은 내 뒤를 따라 내리더니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성을 가리키며 말했다.“어머니가 안에서 기다리셔.”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병원에 안 계시는 거야?”최욱현은 씩 웃으며 설명했다.“어머니는 개인 주치의가 있거든.”나는 일단 그의 말을 믿기로 했다. 최욱현은 성 주변을 지키는 석씨 가문 사람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수아야, 뭘 그렇게 경계하는 거야?”그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나는 핑계를 댔다.“얼마 전에 안 좋은 일을 당해서 크게 다쳤거든. 그래서 요즘 외출할 때 조심하는 거야. 너를 경계하는 건 아니야.”나는 최욱현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앞장서서 걸어갔다. 거대한 성은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의아한 마음에 물었다.“성에 가정부가 없어?”최욱현은 내 옆에서 함께 걸으며 설명했다.“별로 없어. 어머니와 알랭, 두 사람만 살아.”나는 다시 물었다.“알랭?”“네 계부. 이 나라의 공작이셔.”공작은 귀족 중에서도 최고 등급이었으니 상상하기 어려운 높은 지위였다.그나마 엄마는 좋은 남자를 만난 것 같았다....성에 도착해서야 나는 ‘별로 없다’라고 말한 최욱현의 말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넓은 거실에는 하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2층 복도에도 열 명이 넘는 가정부들이 대기하고 있었다.그들은 화려한 드레스를 맞춰 입고 있었는데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옷 같았다. 게다가 성 내부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였고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음침한 기운이 감돌았다.나는 복도에 서 있는 순간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문득 최욱현을 따라 F 국에 온 걸 후회하며 당장 여길 벗어나고 싶었다. 최욱현은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갑자기 내 손을 꽉 잡았다. 나는 깜짝 놀라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의 손아귀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최욱현은 내 손을 잡고 긴 복도를 지나 방으로 들어갔다.방은 50평 정도로 아주 넓었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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