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59화

Author: 십일
버스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마침내 읍내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 세 사람은 동시에 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모두 방금 악몽 같은 경험을 다신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이제 도착한 거죠?”

민지는 산 음료수를 몇 모금 마신 뒤에야 말문을 열었다.

정은은 고개를 저었다.

“여긴 읍내야. 선배네 집은 안으로 더 들어가야 해.”

“네? 또 버스를 타야 한다고요?!”

민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서준은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잘랐다.

“마을까지 가는 버스가 없어.”

민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그는 한 마디 덧붙였다.

“삼륜차만 있거든.”

“뭐??”

...

10분 후. 민지는 삼륜차의 요동에 수천 번 흔들거리다 모퉁이를 돌 때 또 양 옆으로 넘어질 뻔했다.

“이게 ‘약간' 흔들리는 거라고?”

서준은 창백한 얼굴로 손잡이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내비 보니까 거의 다 왔어. 좀만 더 힘내자!”

그도 이 길이 이토록 험난할 줄은 몰랐다.

아스팔트 대신 수리가 되지 않은 흙길이 계속 이어졌다.

“너 괜찮아? 안색이...”

민지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서준은 손을 저으며 버텼다.

“괜, 찮...”

“멀미 난 거 아니야?”

정은의 물음이 떨어지자마자, 서준은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토했다.

정은과 민지는 할 말을 잃었다.

서준은 다 토한 뒤, 진정하려는 듯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진짜 괜찮아요!”

정은과 민지는 눈빛을 교환했다.

‘지금 믿어주는 척이라도 해야 하나?'

‘글쎄요.’

민지는 가방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서준에게 건넸다.

“시큼한 사탕 하나 먹어. 그럼 속이 괜찮을 거야.”

“사양할게.”

서준이 거절하려는 순간, 민지는 억지로 그의 손에 쥐어줬다.

“뭐가 그렇게 쑥스러워? 그냥 먹어!”

“아니...”

“알아, ‘괜찮다'는 말 그만 좀 해.”

서준이 마지못해 받아먹자, 민지는 정은에게 눈짓했다.

‘서준이 쟤 자존심이 너무 강한 것 같아요.'

정운도 눈짓으로 답했다.

‘서준이 너무 놀리지 마.'

‘뭐가 어때서요!'

옆에 있던 서준은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60화

    정은이 대답했다.“저희는 그 아드님을 찾으러 왔어요.”“남진일이?”“네! 그 아이를 아세요?”“아는 건 아니야. 그래도 우리 마을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합격한 아이이고, 심지어 명문대학에 붙었으니 나름 기억하고 있지.”민지가 물었다.“저희는 진일 선배와 같은 과 후배예요. 아저씨, 저희를 그곳으로 데려다 주실 수 있어요?”기사는 이상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더니 잠시 후에야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마침 돌아가는 길이니까 너희들을 남 씨 집 앞에 두면 되지.”“감사합니다!”서준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 집안의 구체적인 상황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왜 절름발이 남 씨라고 부르시는 거예요?”“절름발이 때문이겠지, 길을 걸을 때 절뚝거리기 때문에 모두가 붙여준 별명이야.”이야기를 나누면서, 세 사람은 진일의 집안 형편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만성병이 있어 일년 내내 약을 먹어야 했다.집에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곤 진일의 아버지 하나밖에 없었는데, 일찍 공사장에서 부상을 입고 한쪽 다리를 절고서야 핍박에 의해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근년에 과수를 심기 시작하면서 수확이 좋을 때도 있었다.그러나 집에 장기간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가 있는 데다가, 먼 J시에서 공부하면서 일상생활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 아들이 있었기에 남 씨는 도무지 돈을 모을 수가 없었다.세 사람은 다 듣고 침묵했다.그들은 진일이 전에 송지혜에게 속고 착취당했다는 것만 알았을 뿐, 그의 가정 조건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짐작했지만,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곧 삼륜차가 멈추었다.“다왔어. 절름발이의 집은 바로 요 앞에 있어. 너희들 스스로 걸어가. 난 문 앞까지 바래다주지 않을게.”“네, 감사합니다.” 정은은 핸드폰으로 돈을 지불했다.눈앞에 낡아빠진 구식 시골집을 보면서 세 사람 모두 마음이 좀 복잡했다.삼륜차는 줄곧 읍내를 지나 도중에 다른 한 마을을 지났다. 멀리 바라보니 전부 몇 층 되는 스스로 지은 주택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61화

    여자아이는 문을 쾅 닫았고, 발소리를 들으니 상황을 살펴보러 달려간 것 같았다.민지는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우리를 이렇게 경계하다니.”서준은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느꼈다.금방 마을에 도착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자기집 문어귀에 서서 그들 일행을 살펴보았는데, 세 사람이 남진일의 집을 향해 걸어가자, 사람들의 눈빛은 순식간에 이상해졌다.심지어 삼삼오오 모여 작은 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멀리 떨어져 있던 서준은 비록 알아듣지 못했지만, 사람들의 표정에서 뭔가를 알 수 있었다.의심, 의아함으로 가득 찬 따가운 시선...곧 문이 다시 열렸다.이번에 문을 연 사람은 진일이었다.그는 주방에서 동창이 자신을 찾는다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정은 그들을 떠올렸다.너무 놀란 진일은 그릇 하나까지 깼다.문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정은 일행이 서 있었다.“너희들 무슨 일로 찾아온 거야?!”진일의 눈에는 놀라움이 번쩍였지만, 곧 경악해졌고, 또 걱정을 내비쳤다.J시에서 마을까지 오려면 진일은 중간에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많은 길을 돌아서 와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정은 그들이 찾아오는 것을 찬성하지 않았다.‘내가 대체 뭐라고...’“괜찮아요?” 정은은 위아래로 진일을 훑어보았다.팔다리는 멀쩡했고, 정신도 나름 괜찮아 보였지만...추운 날, 진일은 뜻밖에도 얇은 외투밖에 입지 않았다. 실험을 하고, 기자재를 들고, 키보드를 두드려야 할 손이 빨갛게 얼었다.목은 심지어 목도리조차 두르지 않았다.민지는 눈을 부릅뜨더니 저도 모르게 말했다.“춥지도 않은 거예요?!”진일은 머리를 긁적였다.“습관이 되어서 안 추워.”말을 마치자 진일은 그제야 정은 그들을 집으로 초대했다세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자, 진일은 불을 켰다.어쩐지 안이 어두컴컴하나 했더라니, 불을 켜지 않았던 것이다.정은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아주 낡은 기와집, 거실 한 칸, 침실 세 칸, 그리고 뒤뜰이 주방과 연결되어 있었다.위층은 널빤지로 한 층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62화

    언뜻 들으면 기분이 상하겠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진일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너희들 번호를 기억하지 못해서...”“그럼 재운이는 어떻게 된 거예요? 선배와 마찬가지로 핸드폰이 망가진 거예요?”재운을 언급하자, 진일의 눈빛은 어두워졌다.“재운이는 지금 병원에 있어. 아직 혼수상태에 빠져 있어서 전화할 수가 없었어...”“혼수상태요?!” 세 사람은 동시에 놀랐다.정은이 물었다.“무슨 일 생겼어요?”“말하자면 우리 두 집과 관련이 있는데...”갑자기 기침 소리가 침실에서 들려왔고, 진일은 무언가 생각난 듯 바로 몸을 돌려 주방으로 갔다.걸으면서 고개를 돌려 세 사람에게 말했다.“미안해, 너희들 먼저 앉아 있어. 이현아, 언니 오빠에게 물 좀 따라줘.”이현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더니, 낡은 그릇 세 개를 가져와 보온병으로 뜨거운 물을 따랐다.민지는 얼른 손을 흔들었다.“아니야, 이현아! 난 목마르지 않아!”이현은 듣지 않고 세 사람에게 한 그릇씩 물을 따랐다.정은이 말했다.“고마워.”“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우리 오빠 친구들이잖아요.”말하고는 구석에 있는 소파를 가리켰다.“앉으세요, 전 들어가서 살펴볼게요...”말을 마치고 이현은 주방을 향해 걸어갔다.정은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한약 냄새를 맡았다.솥은 이미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진일은 수건으로 싸서 두 손을 들더니, 뜨거운 약을 세 그릇에 부었다.이것이 바로 진일 어머니가 하루 먹어야 할 양이었다.한꺼번에 달여서 세 끼니로 나눈 다음, 나머지 두 끼는 직접 데워 마시면 된다. 그럼 땔감까지 절약할 수 있었다.이어서 진일은 또 약찌꺼기를 쏟아낸 다음 솥을 깨끗이 씻었다.마지막으로 약 한 그릇을 들고 거실을 지나 그 중 한 침실로 들어갔다.“어머니, 약 다 되었으니 일어나서 마셔요.”“그래.”민지는 일어나서 따라갔지만, 그래도 입구에서 멈추며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침대에 한 어르신이 누워 있었다. 몸이 매우 마른 데다가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했으며, 두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63화

    진일 어머니의 상태는 확실히 좋지 않았지만, 입맛이 없고 물조차 마실 수 없는 정도는 아니었다.설날 전후에 일이 좀 생겨서 이렇게 된 것이었다.진일 집안의 조상은 줄곧 농사를 지었는데, 5년전, 진일의 아버지가 공사장에서 뜻밖에 부상을 입고 절름발이가 되었기에, 외지에 나갈 수 없었다. 그래서 남봉수는 아예 마을에 남아 밭을 심었고 또 뒤의 산을 개간하여 과수를 심었다.처음 몇 년은 아직 초보라서 남봉수는 나무를 너무 많이 심지 못했다.뒤에 점점 경험을 쌓자, 그도 해마다 재배 면적을 넓혔다.재작년에는 더욱 대풍년을 맞이했고, 시세가 좋아서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그때 마을 사람들이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또한 진일네는 평소에 같은 마을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아, 모두들 질투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작년에 날씨가 좋지 않아 수확이 절반으로 줄었을 뿐만 아니라, 과일의 질도 좋지 않았다.계속된 폭우로 많은 과수의 뿌리가 물에 잠겨 전부 썩어서 적지 않은 손해를 보았다.다행히 진일은 지예를 대신해서 논문을 냈기에 송지혜에게서 돈을 받았고, 걱분에 집안의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그 후 진일은 몰래 밖의 실험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꽤 많이 모았다. 그는 이 돈을 이자까지 붙여 송지혜에게 돌려주었다.뿐만 아니라 집에 돈을 좀 남겨두면서, 남봉수에게 좀 좋은 과일모종을 사게 했다.그렇게 작년에 심은 앵두나무가 올해 열매를 맺었다.남봉수의 세심한 보살핌으로, 앵두 열매는 크고 달았으며, 올해 초 수입국의 앵두 재배원은 대면적의 해충으로 앵두 가격이 보편적으로 올랐다.남봉수는 이 기회를 틈타 외지의 한 딜러와 수매계약을 맺었는데, 상대방은 모든 앵두를 도급맡았을 뿐만 아니라, 내년의 앵두까지 직접 예약했다.남봉수는 기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섣달 그믐날 때, 온 가족은 기쁨에 넘쳐 마침내 살림이 좋아졌다며 미래에 희망을 품었다.그러나 이튿날 바로 사고가 날 줄이야...“오빠! 물 좀 마셔요, 제가 말할게요!”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64화

    그러나 꾹 참은 진일 부자는 평화 대신 더욱 심해지는 모욕을 맞이했다.서씨 형제는 분풀이를 위해 한밤중에 진일 집에 몰래 들어가, 우리에 있는 닭을 훔쳤고 문을 지키는 개까지 죽였다.그리고 또 돈으로 사람을 찾아 진일 집 벽에 똥을 뿌렸다.정월 대보름날에는 더욱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거들먹거리며 진일 집에 쳐들어와 그의 부모님을 두들겨 팼다.그래서 진일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어 음식을 넘기기조차 어려웠고, 도시에 가서 진찰을 받을 수도 없었다.서씨 집안은 또 마을 사람들을 협박하며, 집에 차가 있는 사람들이 전부 진일을 돕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진일의 핸드폰도 실랑이 때문에 고의로 짓밟혀 망가졌다.충돌이 발생한 날, 재운도 진일 집에 있었는데, 밀치락달치락하다가 머리를 다쳐 당시 피를 줄줄 흘렸다.서씨 형제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진일은 구급차를 부르려다가 서지강에 의해 팔이 꺾여 땅에 엎드린 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결국 재운의 부모님이 소식을 듣고 달려와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서야 서씨 형제의 용서를 받아 아들을 데리고 떠날 수 있었다.그날 저녁, 재운은 마을 병원에 호송되었는데, 의사는 치료할 수 없다며 밤새 시내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다.재운은 아직도 깨어나지 못했다.이현이 말했다.“그 사람들은 무덤을 옮기려는 게 아니라, 우리 집 돈을 벌 수 있는 앵두나무가 탐났던 거예요. 그래서 산을 강점하려는 거라고요!”민지는 이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파렴치한 사람이 있지? 이, 이거 강도와 다름이 없잖아?”민지는 진일을 바라보았다.“처음에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건 그렇다 쳐요, 왜 맞았는데도 가만히 있는 거예요? 재운이는 그렇게 심하게 다쳤잖아요?!”진일은 쓴웃음을 지었다.“오빠 경찰에 신고했어요! 경찰도 왔지만 소용없었어요...”바로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진일은 문을 열자, 입을 떼며 말했다.“아버지.”문이 열리자, 몸을 구부리고 양쪽 귀밑머리가 희끗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65화

    노란 머리가 야구 방망이를 들고 집 맞은편에서 턱을 치켜들고는 날뛰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귀 먹었어?! 사람 말 못 알아듣는 거야?! 빨리 나오라고...”참을 수 없었던 민지는 바로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돌진했다.정은과 서준은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고,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갈 수밖에 없었다.“뭐 하려는 거예요?” 민지는 문 앞에 서서 팔짱을 끼며 노란 머리 사내와 눈을 마주쳤다.서지강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이야, 어디서 이런 돼지가 찾아왔지? 왜? 진씨 집안을 위해 나서려는 거야?”‘돼지’라는 두 글자를 들은 민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쪽은 살이 찌지 않아서 좋겠어요! 대나무처럼 마른 게! 영양실조인 거예요? 설마 마약하는 거 아니죠!”서지강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이때, 흰 머리 사나이가 튀어나왔다.“저 여편네 좀 봐! 주둥아리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감?! 사는 게 이제 지겨운갑제!”민지는 사투리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게 좋은 말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노란 머리와 흰 머리는 이목구비가 비슷했고, 몸매도 그리 차이가 나지 않았다.민지는 사실 꾹 참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원숭이처럼 말랐고, 다크서클에 입술 색깔이 진해서 보기 엄청 싫었다.눈 흰자위도 혼탁하며 광대뼈가 튀어나와 지금 흉악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사람에게 주는 느낌이 싸했다.“절름발이는? 눈치가 있다면 빨리 계약서에 사인을 해. 그렇지 않으면...”노란 머리는 냉소를 지으며 은근히 협박을 했다.“그렇지 않으면요? 억지로 사인하게 하려고요?!”노란 머리는 음흉하게 민지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려 흰 머리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이 뚱뚱한 여편네는 정말 겁이 없는 것 같은데?”흰 머리는 손에 든 막대기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그래, 내가...”“그러기만 해봐요!” 민지는 고개를 들더니 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슴을 쫙 폈다.“법도 모르는 거예요? 손을 대면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경찰?” 노란 머리는 마치 엄청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66화

    “뭐? 네 후배라고? 그럼 J시에서 왔겠구나? 어쩐지 표준어를 쓰더라니. 지금 너 같은 거지를 위해 나서는 거야? 쯧쯧쯧, 정말 믿을 수가 없구나...”서지강은 미간을 찌푸렸다.“지준아,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얼른 공격해!”“알았어, 형!”이때 남봉수도 절뚝거리며 안에서 나왔는데, 손에 식칼을 들고 있었다.“이 아이들 건드리지 마!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 다 죽여버릴 거야!” 남봉수는 분노에 얼굴이 빨개졌고, 목에 핏줄까지 불끈 솟아 마치 궁지에 몰린 야수와 같았다.그들처럼 가진 게 없는 사람이 또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참고 반항하지 않던 얌전한 사람이 갑자기 식칼을 들고 나오더니, 서씨 형제와 함께 죽을 기세를 보였다.두 형제는 깜짝 놀랐다.정신을 차리며 눈을 마주친 순간, 두 사람은 서로의 눈빛에서 두려움을 보아냈다.서지강이 말했다.“오, 오늘 일단 가만두겠어. 내일 난 계약서를 들고 다시 올 거야. 그때 가서 넌 사인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돼!”말을 마치자, 그는 서지준을 데리고 고개를 돌려 가버렸다.‘미친, 이 절름발이 정말 정신이 나갔구나!’두 사람이 떠난 후.쿵-땡-남봉수가 든 식칼과 진일이 든 삽은 앞뒤로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맑은 소리를 냈다.남봉수는 두 다리가 나른해졌고, 진일은 얼른 가서 그를 부축했다.옆에 서 있던 서준은 진일의 이마에 땀이 맺힌 것을 발견했다. 지금 땀이 목을 따라 옷깃으로 떨어져 옷을 적셨다....그날 저녁, 정은 일행은 진일의 집에서 밤을 보냈다.남봉수는 음식을 다 차려 놓은 다음, 세 사람을 자리에 앉혔다.밥은 즉석에서 쪄낸 것이고, 음식도 즉석에서 볶은 것이었다.고기며 채소며 국까지.“너희들 먹어, 사양하지 말고!”“고마워요, 아저씨.”민지는 정말 배가 고팠는데, 단숨에 밥 두 그릇을 해치웠다.서준도 의외로 많이 먹었다.정은은 남봉수와 진일이 고기를 거의 먹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사람들이 아직 밥을 먹고 있을 때, 남봉수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밥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67화

    진일은 머뭇거렸다.“그런데... 그 아저씨 동의하실까요?”“정은이 그들은 우리 집 사람이 아니잖아. 이 일은 서지강과 서지준의 미움을 사지 않을 거야. 돈을 버는 일이니 유 씨도 뭐라 하지 않을 거고.”“네.”정은, 민지와 서준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아주머니, 저희는 갈 생각이 없어요.”“안돼!” 이번에 남종수가 입을 열었다.말을 마치고서야 자신의 목소리가 좀 컸다는 것을 깨닫고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꼭 돌아가야 해. 내일 서지강과 서지준이 또 올 거야. 그 두 형제는 미친놈이라서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단 말이지!”정은 그들은 꼭 가야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날이 밝기도 전에 얼른 출발해야 했다.진일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여기는 너무 위험하니까 너희들 빨리 J시로 돌아가. 재운이는 아직 병원에 누워 있어. 난 너희들까지 다치는 거 보고 싶지 않아...”말이 통하지 않자, 정은 그들도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이현의 방에서.진일은 꼼꼼하게 청소를 했다.진영매는 궤짝에서 깨끗한 침대 시트와 이불 커버를 가져와 진일에게 바꾸라고 했다.“다 됐어. 얼른 자. 내일 아침 부를게.”정은과 민지는 침대에 누웠다.깊은 밤, 주위는 적막했다.어둠속에서 민지는 이미 몇 번이나 몸을 뒤척였는지 헤아릴 수 없었다.“정은 언니...” 마침내 그녀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응? 왜 그래?”“언니, 안 추워요?”정은은 사실대로 말했다.“조금.”민지는 이미 추워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봄이 다 되어 가는데, 어떻게 이렇게 추울 수가 있죠?”그녀는 심지어 어제 그 작은 호텔이 아주 좋다고 느꼈다.정은은 민지의 손을 잡고 비볐다.“금방 이불 속으로 들어와서 그래.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민지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이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따뜻하지 않잖아요...”정은이 입을 열려고 할 때, 문밖에서 은은하게 말소리가 들렸다.진영매였다.“이현이, 이리와... 이 이불 두 채를 방 안에 있는 언니들에게 줘.”

Latest chapter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98화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이춘재와 재석은 여전히 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아 바둑알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정은은 의심이 생겼다.‘나 정말 잠 잔 거 맞아?’“정은아, 일어났어? 빨리 와서 나 좀 도와줘!” 이춘재는 정은을 향해 손짓했다.“재석이 정말 대단해. 날 두 판이나 이겼어!”재석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할아버지도 저를 이기셨잖아요?”“그래도 네가 이긴 횟수가 더 많지!”정은은 다가가서 웃으며 입을 열었다.“저도 바둑을 잘 하는 편은 아닌데, 그냥 좀 볼 줄 알아요.”“넌 똑똑히 볼 수 있을 거야! 정은아, 이것 좀 봐줘, 내가 여기에 바둑알을 두면 이길 수 있을까?”“어디 보자...”정은은 진지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사실 여긴...”“정은아.” 재석이 갑자기 입을 열어 정은의 말을 끊었다.“바둑을 볼 때 말이 없어야 돼.”정은은 즉시 소리를 멈추며 이춘재를 향해 웃음을 지었다. ‘할아버지, 저도 도와드리고 싶지 않는 게 아니에요.’이춘재는 흠칫 놀랐다.‘재석이 이 자식 좀 봐! 어르신한테 양보할 줄도 모르다니!’하지만 이춘재는 이런 솔직한 사람과 바둑을 두기를 좋아했다.‘양보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 까놓고 말하면 다 날 속이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재석은 승승장구하는 기세를 보였다.이춘재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졌군, 재석아, 너도 실력이 좀 있네!”“과찬이세요.”마침 이때 현빈이 위층에서 내려왔다.“내가 조 교수와 함께 한판 둘까요?”재석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영광이죠.”두 사람이 눈빛을 마주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이춘재는 자리를 내주며 현빈을 앉았다.재석이 물었다.“흑알 아니면 백알 둘래요?”흑알은 먼저 낼 수 있었기에 우세가 있었다.현빈은 앞에 있던 백알을 집어 들었다.“그냥 이렇게 하죠. 번거롭게 바꾸지 말고.”이춘재는 전에 백알을 두었고, 현빈이 그의 자리에 앉았으니 당연히 백알을 둬야 했다.‘그런데 꼭 이렇게 물어보다니, 허.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97화

    그러나 돌이켜보면, 현빈은 정은의 오빠였고, 자신의 의도를 간파하여 기분이 불쾌한 것도 정상적이었다.‘자기 여동생을 감싸는 것도 당연하지...’은혁은 얼른 미소를 지었다.“현빈이 형 말 맞네요. 초대장도 다 보냈으니 먼저 가볼게요.”은혁은 눈치 있게 작별을 고했다.봉수진은 은혁을 문 앞까지 배웅했다.이때 진일도 떠나려 했다.“할머니의 초대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음식도 맛있었고 딸기도 아주 달콤했어요. 저도 이만 돌아갈게요.”“어? 남아서 저녁 안 먹을래?”“아니에요.” 진일은 얼른 손을 흔들었다.“저... 저 아직 일이 있어서요.”“그래, 그럼 앞으로 자주 와!”“네.”진일은 몸을 돌려 신발을 갈아 신었다.정은은 기사에게 분부했다.“기사 아저씨, 진일 선배 좀 데려다 주세요.”“아니야, 나 혼자 실험실로 돌아가면 돼.”“누가 실험실로 데려다준다고 했죠?”“어?”“아저씨, 선배를 서비대학교 대문까지 데려다 주세요. 그리고 선배가 들어가는 것까지 지켜보시고요.”‘실험실로 돌아가? 계속 밤새워 일하려고? 그런 생각 하지도 마!’진일은 반박을 하지 못했다.풀이 죽은 채로 나온 다음 조용히 차 안으로 들어갔다.현빈은 속으로 생각했다.‘남진일은 눈치가 그렇게 빠른데, 이 사람은 왜 아직도 여기에 서 있는 거지? 정말 눈에 거슬리네.’“조 교수님은 요즘 아주 한가하나 봐요?”사람을 내쫓는 의미가 분명했다.재석은 알아듣지 못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프로젝트가 다 끝나서 별로 바쁘지 않아요.”“시간도 많이 늦었는데, 교수님 집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현빈은 손목 시계를 확인했다.재석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먼저 돌아갈게요. 마침 냉장고에 남은 음식이 좀 있어서 저녁에 데워 먹으면 딱이네요. 할머니, 오늘 수고하셨어요. 요즘 환절기에 몸 조심하시고, 전 다음에 또 찾아뵐게요.”“왜 가려고 그래!” 봉수진은 이 말을 듣자마자 재석을 보내려 하지 않았다.“남은 음식을 왜 먹어? 우리 집에 먹을 거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96화

    “네.”얼마 지나지 않아 정은이 거실로 들어왔다.“할머니, 절 부르셨어요?”“정은아, 소개해주지. 이 아이는 장씨 가문의 도련님 장은혁이라고, 네 할아버지 생신 잔치에서 본 적이 있을 거야.”“안녕하세요.” 정은은 먼저 인사를 했다.그녀는 확실히 은혁을 기억하고 있었다.그때 은혁은 현장에서 이춘재에게 마술을 선보였는데, 사과 하나로 두 마디의 축하말을 변했던 것이다.하나는 이춘재, 다른 하나는 봉수진에게 줬다.확실히 신경을 써서 준비한 선물이었다.“안녕하세요!” 은혁은 정은이 들어오는 순간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기대하는 동시에 또 긴장을 하고 있어 동작이 많이 뻣뻣했다.이때 정은이 먼저 자신과 인사를 하자, 은혁은 더욱 긴장해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봉수진이 입을 열었다.“은혁이가 너에게 묻고 싶은 일이 좀 있다네.”정은은 은혁을 바라보았다.은혁은 찾아온 이유를 말했다.“톡 좀 추가할 수 있어요? 우리 동생에게 알려주려고요. 그럼 더 편리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잖아요. 안심해요, 우리 여동생은 절대로 정은 씨를 방해하지 않을 거예요.”말을 이렇게까지 한 이상, 정은은 핸드폰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친구를 추가한 후, 은혁은 즉시 정은의 톡을 사촌 동생에게 알려주었다.곧 그 사촌 동생의 친구 추가 신청이 떴다.보아하니 정말 사촌 동생을 위해 정은을 추가한 것 같다.정은은 별다른 생각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난 대부분 시간을 실험실에서 보내서, 바쁘면 핸드폰을 볼 겨를이 없거든요. 그래서 제때에 답장을 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괜찮아요! 정은 씨는 볼일부터 챙기고, 시간이 날 때 답장을 하면 돼요. 그 실험실은... 학교 실험실인가요?”“아니요.”그렇게 화제는 또 무한 실험실로 되었고, 실험실이 어떻게 왔는지까지 설명해야 했다.은혁은 질문이 적지 않은 것 같았다.이 질문이 끝나면 또 다음 질문이 있었다...정은은 예의상 참을성 있게 대답했다.이때, 기다리다 지친 재석과 현빈은 더 이상 가만히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95화

    재석은 어이가 없었다. ‘정말 유치해.’정은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럴 리가 없는데. 난 달콤한 것만 골라서 땄는데... 운이 나빠서 신 것을 먹었나?’재석과 현빈은 딸기 두 바구니나 땄고, 마지막에 모두 정은에게 주었다.잘 포장한 후, 세 사람은 되돌아갔는데, 진일과 봉수진이 멀지 않은 곳에 쪼그리고 앉아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가까이 다가가니, 진일은 작은 호미를 들고 흙을 매고 있었다. “딸기는 토양에 대한 요구가 엄격하지 않지만, 비옥하고 푸석푸석하며 배수가 좋은 모래땅이 가장 좋고, 수소이온 농도지수가 5.5~6.5이면 가장 적합해요. 지금 이런 토양도 사실 괜찮지만, 배수성은 조금 떨어져서...”“어쩐지 전에 뿌리가 이렇게 많이 썩었더라니.” 봉수진은 그제야 깨달은 듯했다.“전에 이 흙 살 때, 그 사람은 이게 모래땅이라고 그렇게 맹세했는데, 뜻밖에도 날 속였던 것이었어! 진일아, 너 예전에 딸기를 재배한 적 있는 거야? 어쩜 그렇게 잘 알아.”“저희 집은 재배한 적이 없는데, 전에 이웃이 딸기를 심은 적 있었어요. 그리고 책까지 샀길래 저도 빌려서 좀 봤고요.”“아, 그렇구나... 호미를 이렇게 능숙하게 쓰는 걸 보니 평소에 농사일을 자주 도운 건가?”“네, 저희 어머니는 몸이 안 좋으시거든요. 아버지 혼자서 하시면 너무 힘드시니, 봄에 심고 가을에 수확하는 일 모두 도왔죠.”“정말 좋은 아이구나...”봉수진은 예리해서, 진일이 문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아이의 집안 조건이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진일의 말을 듣고, 또 손가락에 있는 두꺼운 고치를 보니 봉수진은 마음속으로 탄식을 했다.바로 그때, 집사가 다가오더니 누군가 찾아왔다고 전했다.봉수진은 의아해했다. “누구지?”“장씨 가문의 작은 도련님 같아요.”‘장씨 가문?’봉수진은 눈살을 찌푸렸다.두 집안은 친분이 있었고, 이춘재의 생신 날에 장씨 가문 일가족 모두 왔었다.이 작은 도련님은 그의 아버지에게 이끌려 이춘재와 봉수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94화

    하지만 머릿속은 온통 정은 생각뿐이었다.가정부가 와서 현빈을 부를 때, 그는 마침 서재에서 나왔고,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정은이 오늘 온다는 소식을 들은 현빈은 특별히 회사에 가지 않고 이원에 왔다.딱 여기서 정은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식탁으로 가 보니, 확실히 정은을 보았지만 기뻐할 겨를도 없이 그녀의 옆에 있는 재석과 진일을 보았다.현빈은 웃음이 굳어지며 표정이 축 쳐졌다.“조 교수님도 왔어요?”재석은 고개를 들어 웃음을 머금었다.“네, 정은이 초대를 해서 거절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리고 한동안 어르신들을 뵈러 오지 않아서 이렇게 왔어요.”정은이 초대했다는 말은 칼날처럼 현빈의 마음을 쿡쿡 찔렀다.현빈은 지금 아파 죽을 것 같았다.봉수진이 말했다. “현빈아, 어서 앉아서 밥 먹어.”“네.”정은의 왼쪽은 봉수진이었고, 오른쪽은 재석이었다. 지금 식탁에는 마지막 한 자리가 남았다.현빈은 그녀 맞은편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밥을 먹는 동안, 봉수진은 열심히 정은 그들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진일은 산처럼 쌓인 고기와 요리를 보며 어찌 할 바를 몰랐다.‘그냥 먹자. 어르신의 호의를 거절할 순 없잖아!’재석도 마찬가지였지만, 진일보다 좀 더 똑똑했다. 그는 남이 쓰지 않는 젓가락을 들어 봉수진에게 음식을 집어주기 시작했다.그렇게 봉수진은 사양하면서 음식을 먹었고, 더 이상 그들에게 음식을 집어줄 겨를이 없었다.정은은 묵묵히 재석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물리학자의 머리는 참 좋다니깐.’식사를 마친 후, 봉수진은 신이 나서 사람들을 데리고 딸기밭으로 갔다.진일이 문에 들어섰을 때 본 그 비닐하우스는 바로 딸기밭이었다.그리고 지금은 마침 딸기가 익는 계절이었다.“잘 열렸네! 크고 또 빨갛고, 문제는 우리가 스스로 재배한 것이니, 농약도 치지 않았어. 깨끗하고 싱싱해서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지.”“이따가 너희들 바구니 하나 들고 실컷 따. 그리고 돌아가서 먹어. 실험실에도 좀 가져가, 어차피 냉장고 있잖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93화

    정은은 만약 핑계를 찾아 진일을 불러내지 않는다면, 그는 하루 종일 실험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다 또 밤을 새우겠지. 자신이 정말 슈퍼맨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이틀을 꼬박 새웠는데, 잠도 겨우 몇 시간밖에 자지 않다니.’‘지금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일하려고?’정은은 진일의 이런 스케줄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진일이 열심히 노력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자신의 건강을 뭘로 보고!’“뭐하는 거예요? 빨리 씻고 나와요. 나와 교수님은 문 앞에서 기다릴게요.”말을 마치자, 정은은 재석과 함께 나갔다.진일을 제자리에 서서 멍해졌다.‘아니... 밥을 먹자고? 그것도 정은이의 집에서?’정은과 재석을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 진일은 5분만에 정리하고 나왔다.사실 세수를 한 다음, 실험 가운을 갈아입었을 뿐이었다.그는 머리도 빗지 못한 채 흐트러진 모습으로 나타났다.그래도 나름 괜찮았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일부러 이런 헤어스타일을 한 것인 줄 알 것이다.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었다.진일은 이렇게 멍하게 정은의 조수석에 올라탔다.재석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진일을 바라본 후, 자신의 차 문을 열었다.‘아, 내가 교수님의 차에 올라탔어야 했나?’30분 후, 차가 멈추었다.진일은 하마터면 잠들 뻔했다. 그리고 얼떨결에 정은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눈앞의 집을 본 순간, 진일은 놀라 졸음이 싹 가셨다.‘이 집... 너무 큰데?’인테리어가 어떤 스타일인지 몰랐지만, 유난히 아름다웠고, 또 하나의 큰 화원이 있었다.화원을 지나갈 때, 진일은 멀지 않은 곳에 뜻밖에도 채소밭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더 먼 곳을 바라보니 뜻밖에도 비닐하우스가 있었다.“정, 정은아, 우리 밥 먹으러 가는 거 아니었어?”‘그런데 이 큰 별장에 온 이유가 뭐지?’진일의 말이 떨어진 순간, 안에서 엔진 소리를 들은 봉수진이 웃으며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정은아, 왔어!”이어 재석과 진일을 바라보았다.봉수진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92화

    그렇게 정은은 이 일을 새까맣게 잊어버렸다.“할머니, 저...”[당신, 가서 불 좀 봐봐요. 이거 세 시간 끓였는데, 조금만 더 졸여야 돼요. 여긴 너무 시끄러우니 나 밖에 나가서 정은에게 전화할게요...]봉수진은 거실로 나왔는지, 환풍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정은아, 지금 잘 들려? 방금 뭐라고 했어?]“아무것도 아니에요... 제시간에 도착할게요. 맛있는 음식 많이 만들어주시느라 수고하셨어요.”[수고는 무슨! 하나도 힘들지 않아!]봉수진은 즐겁게 전화를 끊은 뒤,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정은은 통화를 끝낸 뒤 즉시 재석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시간이 아직 이르니까, 선배님은 아직 출발하지 않았겠지?’잠시 후, 재석이 전화를 받았다.[정은아?]“선배님, 미안해요. 오늘 아마도...”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블릿에서 출입 신청에 관한 알림이 울렸고, 문밖 카메라에 찍힌 화면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재석이었다.[정은아, 나 지금 밖에 있는데, 출입 신청 받았어?]‘선배님 너무 일찍 왔잖아!’재석은 들어온 후, 정은이 실험 구역에 없다는 것을 발견했고, 실험대도 깨끗이 정리되었다.“선배님, 미안해요...”“왜? 갑자기 왜 사과를 하는 거지?” 재석은 조금 놀랐다.“그냥... 할머니께서 오늘 집에 가서 밥을 먹으라고 부르셨거든요. 전에 약속했는데 내가 깜박했어요. 그래서... 미안해요.”“오늘은 선배님과 같이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방금 전화해서 선배님에게 말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재석은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반응했다.“이게 뭐라고 이렇게 정중하게 사과하는 거야? 집에 가서 할머니와 함께 있어줘, 나 혼자 먹어도 돼.”재석이 동료, 친구들과의 회식을 밀고 특별히 자신을 찾아와 점심을 먹었는데, 결국 자신까지 거절한 것을 생각하니 정은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선배님, 나와 같이 이원에 가서 밥 먹을래요?”어차피 이춘재와 봉수진도 재석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인상도 매우 좋아서 틀림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91화

    남자는 멈칫하더니 이내 웃음을 지었다.“왜 그렇게 묻는 거야?”정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냥 선배님인 것 같아서요. 정말인가요?”한참 후, 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응.”정은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그럴 줄 알았어요... 어쩐지 그때 좀 더 기다리라고 했더라니, 진작에 이런 생각을 했던 거였네요?”“생각해 봤지만, 이렇게 성공할 줄은 몰랐어.”그래서 재석은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장담할 수 없는 일을 말해서 남에게 희망을 주었다가, 실패하면 괜히 실망만 느끼게 할 뿐이었다.“나도 너한테 묻고 싶은 게 있어.”정은은 눈을 깜박였다.“뭔데요?”“왜 심 대표가 아니라 나라고 생각했던 거야? 아니면 그 사람에게도 물어본 거야?”“아니요. 물어본 적 없어요.”“그럼 왜 나란걸 확신할 거지?”정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때 두 사람은 이미 계단을 다 올라 각자의 집 앞에 멈추었다.“왜냐하면...”그녀는 재석의 눈을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선배가 진일 선배의 가정이 어렵단 것을 알아볼 수 있고, 마을 사람들의 우매함을 감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선배는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으니까요.”현빈도 그런 진일네의 형편을 보며 진일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줬다.그러나 그는 단지 알려줬을 뿐, 진일의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현빈에게 있어, 이건 다른 사람의 운명이기 때문에 간섭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진일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후, 현빈은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재석은 달랐다.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진일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이 일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정은이 진일을 도와 ‘돈'이라는 난제를 해결했지만, 하백 마을의 현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뉴스에서는 정부가 도로 건설에 투자해 마을 교통을 정돈하고 농수산업을 대대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것도 선배님이 제안한 건가요?”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90화

    심지어 점심 식사까지 대충 했다.민지가 말했다.“넌 몰라.”서준은 영문을 몰랐다.“너무 스트레스 받아.”“그, 그럼 어떡하지?” 민지가 정말 울 것 같은 것을 보고 서준은 갑자기 당황해졌다.“잠을 잘 자지도 못했단 말이야... 아침 달리기 시간을 10분 줄일 수 없을까? 흑흑...”“응.”‘어? 이렇게 흔쾌히 동의한 거야? 10분이 너무 적은 건가?’서준은 마치 민지의 꿍꿍이를 간파한 것 같았다.“더 이상은 안 돼.”“알았어.”그러나 그 순간, 민지의 눈에 비친 눈물은 거짓이 아니었다.그녀는 정말 울고 싶었다.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잘 자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민지도 단지 그 순간 약간 멘붕을 느꼈을 뿐이었다.민지는 곧 감정을 추스렀다.“일하자!”저녁 무렵, 민지는 임무를 완수하고 바로 기지개를 켜며 한숨을 돌렸다.그녀가 예상한 것보다 30분 빨랐다.민지는 아주 만족했다.“쮼, 넌 끝났니?”“곧 끝날 거야.”“우리 이따가 시내에 가서 영화 볼까?”서준은 멍하니 있다 고개를 번쩍 들었다.‘나랑 같이 영화를 보자고?!’서준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서준이 대답하지 않자, 민지는 다시 한번 물었다.“갈거야?”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응!”민지는 웃으며 고개를 돌려 정은을 초대했다.“정은 언니, 어제 새 코미디 영화가 개봉됐어요. 꽤 괜찮은 것 같은데, 우리 같이 보러 갈까요?”‘아, 나만 초대한 게 아니구나...’정은은 손을 흔들었다.“난 아직 좀 더 있어야 끝나니까 너희들끼리 가.”민지도 정은을 정말 불러낼 생각을 하지 않아, 실망하지 않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그래요, 그럼 뭐 먹고 싶은 거 없어요? 영화 다 보면 언니에게 배달해 줄게요.”“아니야, 난 실험이 끝나는 대로 바로 갈 거야.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 너희들 얼른 가. 다시 돌아오면 시간이 너무 늦잖아.”“그래요, 너무 힘들게 일하지 마요!”“응!”민지와 서준이 떠난 후, 정은은 30분 후에야 실험을 마쳤다.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