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꾹 참은 진일 부자는 평화 대신 더욱 심해지는 모욕을 맞이했다.서씨 형제는 분풀이를 위해 한밤중에 진일 집에 몰래 들어가, 우리에 있는 닭을 훔쳤고 문을 지키는 개까지 죽였다.그리고 또 돈으로 사람을 찾아 진일 집 벽에 똥을 뿌렸다.정월 대보름날에는 더욱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거들먹거리며 진일 집에 쳐들어와 그의 부모님을 두들겨 팼다.그래서 진일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어 음식을 넘기기조차 어려웠고, 도시에 가서 진찰을 받을 수도 없었다.서씨 집안은 또 마을 사람들을 협박하며, 집에 차가 있는 사람들이 전부 진일을 돕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진일의 핸드폰도 실랑이 때문에 고의로 짓밟혀 망가졌다.충돌이 발생한 날, 재운도 진일 집에 있었는데, 밀치락달치락하다가 머리를 다쳐 당시 피를 줄줄 흘렸다.서씨 형제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진일은 구급차를 부르려다가 서지강에 의해 팔이 꺾여 땅에 엎드린 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결국 재운의 부모님이 소식을 듣고 달려와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서야 서씨 형제의 용서를 받아 아들을 데리고 떠날 수 있었다.그날 저녁, 재운은 마을 병원에 호송되었는데, 의사는 치료할 수 없다며 밤새 시내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다.재운은 아직도 깨어나지 못했다.이현이 말했다.“그 사람들은 무덤을 옮기려는 게 아니라, 우리 집 돈을 벌 수 있는 앵두나무가 탐났던 거예요. 그래서 산을 강점하려는 거라고요!”민지는 이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온몸을 떨었다.“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파렴치한 사람이 있지? 이, 이거 강도와 다름이 없잖아?”민지는 진일을 바라보았다.“처음에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건 그렇다 쳐요, 왜 맞았는데도 가만히 있는 거예요? 재운이는 그렇게 심하게 다쳤잖아요?!”진일은 쓴웃음을 지었다.“오빠 경찰에 신고했어요! 경찰도 왔지만 소용없었어요...”바로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진일은 문을 열자, 입을 떼며 말했다.“아버지.”문이 열리자, 몸을 구부리고 양쪽 귀밑머리가 희끗
노란 머리가 야구 방망이를 들고 집 맞은편에서 턱을 치켜들고는 날뛰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귀 먹었어?! 사람 말 못 알아듣는 거야?! 빨리 나오라고...”참을 수 없었던 민지는 바로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돌진했다.정은과 서준은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고,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갈 수밖에 없었다.“뭐 하려는 거예요?” 민지는 문 앞에 서서 팔짱을 끼며 노란 머리 사내와 눈을 마주쳤다.서지강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이야, 어디서 이런 돼지가 찾아왔지? 왜? 진씨 집안을 위해 나서려는 거야?”‘돼지’라는 두 글자를 들은 민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쪽은 살이 찌지 않아서 좋겠어요! 대나무처럼 마른 게! 영양실조인 거예요? 설마 마약하는 거 아니죠!”서지강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이때, 흰 머리 사나이가 튀어나왔다.“저 여편네 좀 봐! 주둥아리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감?! 사는 게 이제 지겨운갑제!”민지는 사투리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게 좋은 말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노란 머리와 흰 머리는 이목구비가 비슷했고, 몸매도 그리 차이가 나지 않았다.민지는 사실 꾹 참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원숭이처럼 말랐고, 다크서클에 입술 색깔이 진해서 보기 엄청 싫었다.눈 흰자위도 혼탁하며 광대뼈가 튀어나와 지금 흉악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사람에게 주는 느낌이 싸했다.“절름발이는? 눈치가 있다면 빨리 계약서에 사인을 해. 그렇지 않으면...”노란 머리는 냉소를 지으며 은근히 협박을 했다.“그렇지 않으면요? 억지로 사인하게 하려고요?!”노란 머리는 음흉하게 민지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려 흰 머리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이 뚱뚱한 여편네는 정말 겁이 없는 것 같은데?”흰 머리는 손에 든 막대기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그래, 내가...”“그러기만 해봐요!” 민지는 고개를 들더니 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슴을 쫙 폈다.“법도 모르는 거예요? 손을 대면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경찰?” 노란 머리는 마치 엄청
“뭐? 네 후배라고? 그럼 J시에서 왔겠구나? 어쩐지 표준어를 쓰더라니. 지금 너 같은 거지를 위해 나서는 거야? 쯧쯧쯧, 정말 믿을 수가 없구나...”서지강은 미간을 찌푸렸다.“지준아,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얼른 공격해!”“알았어, 형!”이때 남봉수도 절뚝거리며 안에서 나왔는데, 손에 식칼을 들고 있었다.“이 아이들 건드리지 마!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 다 죽여버릴 거야!” 남봉수는 분노에 얼굴이 빨개졌고, 목에 핏줄까지 불끈 솟아 마치 궁지에 몰린 야수와 같았다.그들처럼 가진 게 없는 사람이 또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참고 반항하지 않던 얌전한 사람이 갑자기 식칼을 들고 나오더니, 서씨 형제와 함께 죽을 기세를 보였다.두 형제는 깜짝 놀랐다.정신을 차리며 눈을 마주친 순간, 두 사람은 서로의 눈빛에서 두려움을 보아냈다.서지강이 말했다.“오, 오늘 일단 가만두겠어. 내일 난 계약서를 들고 다시 올 거야. 그때 가서 넌 사인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돼!”말을 마치자, 그는 서지준을 데리고 고개를 돌려 가버렸다.‘미친, 이 절름발이 정말 정신이 나갔구나!’두 사람이 떠난 후.쿵-땡-남봉수가 든 식칼과 진일이 든 삽은 앞뒤로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맑은 소리를 냈다.남봉수는 두 다리가 나른해졌고, 진일은 얼른 가서 그를 부축했다.옆에 서 있던 서준은 진일의 이마에 땀이 맺힌 것을 발견했다. 지금 땀이 목을 따라 옷깃으로 떨어져 옷을 적셨다....그날 저녁, 정은 일행은 진일의 집에서 밤을 보냈다.남봉수는 음식을 다 차려 놓은 다음, 세 사람을 자리에 앉혔다.밥은 즉석에서 쪄낸 것이고, 음식도 즉석에서 볶은 것이었다.고기며 채소며 국까지.“너희들 먹어, 사양하지 말고!”“고마워요, 아저씨.”민지는 정말 배가 고팠는데, 단숨에 밥 두 그릇을 해치웠다.서준도 의외로 많이 먹었다.정은은 남봉수와 진일이 고기를 거의 먹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사람들이 아직 밥을 먹고 있을 때, 남봉수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에게 밥을
진일은 머뭇거렸다.“그런데... 그 아저씨 동의하실까요?”“정은이 그들은 우리 집 사람이 아니잖아. 이 일은 서지강과 서지준의 미움을 사지 않을 거야. 돈을 버는 일이니 유 씨도 뭐라 하지 않을 거고.”“네.”정은, 민지와 서준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아주머니, 저희는 갈 생각이 없어요.”“안돼!” 이번에 남종수가 입을 열었다.말을 마치고서야 자신의 목소리가 좀 컸다는 것을 깨닫고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꼭 돌아가야 해. 내일 서지강과 서지준이 또 올 거야. 그 두 형제는 미친놈이라서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단 말이지!”정은 그들은 꼭 가야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날이 밝기도 전에 얼른 출발해야 했다.진일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여기는 너무 위험하니까 너희들 빨리 J시로 돌아가. 재운이는 아직 병원에 누워 있어. 난 너희들까지 다치는 거 보고 싶지 않아...”말이 통하지 않자, 정은 그들도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이현의 방에서.진일은 꼼꼼하게 청소를 했다.진영매는 궤짝에서 깨끗한 침대 시트와 이불 커버를 가져와 진일에게 바꾸라고 했다.“다 됐어. 얼른 자. 내일 아침 부를게.”정은과 민지는 침대에 누웠다.깊은 밤, 주위는 적막했다.어둠속에서 민지는 이미 몇 번이나 몸을 뒤척였는지 헤아릴 수 없었다.“정은 언니...” 마침내 그녀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응? 왜 그래?”“언니, 안 추워요?”정은은 사실대로 말했다.“조금.”민지는 이미 추워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봄이 다 되어 가는데, 어떻게 이렇게 추울 수가 있죠?”그녀는 심지어 어제 그 작은 호텔이 아주 좋다고 느꼈다.정은은 민지의 손을 잡고 비볐다.“금방 이불 속으로 들어와서 그래.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민지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이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따뜻하지 않잖아요...”정은이 입을 열려고 할 때, 문밖에서 은은하게 말소리가 들렸다.진영매였다.“이현이, 이리와... 이 이불 두 채를 방 안에 있는 언니들에게 줘.”
재석은 원래 정은에게 주려고 했다.그러나 오후에 돌아온 재석은 정은의 집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그는 외투를 옷걸이에 걸어놓은 다음,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벌써 10시가 되었다.‘이제 정은이도 돌아왔겠지?’재석은 자료를 들고 나가서 정은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정은아? 집에 있어? 나야.”하지만 대답이 없었다.재석은 걱정이 되어 핸드폰으로 정은에게 전화하려고 했다.뜻밖에도 정은이 먼저 전화를 했다.“여보세요, 정은아?! 너 집에 있어?! 마침 너에게 줄 자료가 좀 있는데,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어서.”[선배, 나 집에 없어요. 지금 Y시... 진일...]재석은 핸드폰을 꽉 쥐었다. 정은이 진일을 언급하자, 그는 다시 한 번 물었다.“지금 어디에 있다고?”그러나 통화가 끊겼다 이어졌다 하며 잡음까지 동반해 전혀 들리지 않았다.[상황이... 긴급해요... 내일...]“여보세요? Y시라고? 너 거기 신호가 안 좋은 거니? 여보세요? 정은아?!”재석은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전화가 이미 끊겼다.그는 갑자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고, 즉시 다시 전화를 걸었다.“고객님이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재석은 전화를 끊고 다시 걸었다.여전히 연결이 되지 않았다.다른 한쪽에서, 이불 속에 있던 정은은 자동으로 끊긴 전화를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이곳은 왜 신호가 이렇게 나쁜 거지?”“내 핸드폰도 신호가 없어요. 오늘 뭐 좀 찍긴 했는데, 인터넷에 올리려 해도 신호가 안 좋아서...”민지는 엎드려 있었고, 두 손으로 베개를 안으며 머리는 팔꿈치에 기댔다.그녀는 방금 시험해 보았는데, 대문 밖의 공터로 나가면 신호가 좀 좋아졌고, 실내라면 전화를 할 수 있는 것조차 다행이었다.“정은 언니, 내가 밖에서 전화할까요?”“시간도 너무 늦었으니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민지는 나른하게 응답하더니, 너무 졸려서 눈조차 뜰 수 없었다.두 눈이 완전히 감길 무렵, 민지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정은 언니, 방금
맞은편 교수님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재석이 다시 묻자,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소, 소정은 학생은... 어제 휴가를 냈어요.]“며칠 휴가를 냈죠? 이유는 말했나요?”[그저 볼일 있다고만 했고, 구체적인 이유는 말하지 않았어요. 정은에게 별일 없을 것 같아서 이번에도 많이 물어보지 않았어요.][평소에 실험실에 있거나 논문을 썼잖아요. 어차피 전공 과목도 성적이 좋은 데다가 전에도 몇 번 휴가를 낸 적이 있고요...][무슨 일 생긴 건가요?]교수님이 조심스럽게 떠보았다.재석은 한동안 침묵했다.“다른 특별한 상황은 없나요? 남진일 학생은 어디에 있는 거죠?”[3학년의 남진일 학생을 말씀하시는 거예요?]“네.”[전 그 학생을 책임지지 않아서 자세한 상황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조 교수님이 원하신다면, 제가 대신 좀 알아볼 수 있어요.]“네, 부탁할게요, 고마워요.”[아니에요.]5분 후, 교수님이 전화를 했다.[조 교수님, 남진일 학생에게 확실히 좀 특수한 일이 생겼어요.]“무슨 일이죠?”[개학 후 지금까지 학교에 오지 않았어요. 담당 교수님이 연락해도 전화를 받지 않았고요. 참, 제가 깜박했네요.]“뭔데요?”[정은이 휴가 낸 날, 민지와 서준 학생도 와서 휴가를 냈어요.]“남진일의 집 주소를 알아낼 수 있을까요?”[그 교수님의 말을 들어보니, 남긴 주소가 완전하지 않고, 단지 Y시 사람이라는 것밖에 모른다고 했어요.]‘Y시... 바로 이거야!’통화를 마치고 재석은 다시 대학원 학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상대방은 이미 잠들었고, 전화를 받은 후 그 교수님 못지않게 놀랐다.[남진일이 남긴 주소를 알려달라고요?!]“맞아요.”[하지만 이 시간에 교수님들은 다 퇴근했으니 내일 다시...]“내일은 안 돼요, 지금 바로 알아내야 해요.”[이건...]상대방은 좀 난처했다.재석은 담담하게 말했다.“학장님은 사람을 배치하기만 하면 돼요. 만약 총장님이 묻는다면 사실대로 말씀드리시고, 뒤에는 제가 설명할게요.”[그래요
이와 동시, 재석의 핸드폰도 울리기 시작했다.학장이었는데, 진일의 구체적인 주소를 알아냈다는 것이다.두 사람은 동시에 전화를 끊고 동시에 상대방을 바라보았다.“알아냈어요!”재석은 계속 말했다.“방금 알아봤는데, Y시로 가는 가장 빠른 항공편은 오늘 새벽 1시예요. 고속열차는 내일 아침에 떠나는 것밖에 없고요.”“그럼 비행기를 타야죠! Y시 쪽에 내가 미리 사람을 배치하여 마을로 가는 차를 대기시킬게요. 그러나 남진일이 있는 하백 마을은 차가 들어갈 수 없으니, 도착한 후에 다른 교통방식으로 바꿀 수밖에 없어요.”“좋아요.”두 사람은 간단히 정리하고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사실 챙길 것도 없었다. 재석은 작은 여행가방을 멨고, 현빈은 더욱 간편하게 핸드폰 하나, 충전기 하나 그리고 몸에 지니고 있던 지갑을 챙겼다. 그 지갑에는 몇 장의 은행카드가 있었다.그걸로 충분했다.새벽 3시, 비행기가 Y시 공항에 착륙했다.현빈이 배치한 사람은 이미 차 열쇠를 들고 공항 밖에서 기다렸는데, 현빈은 열쇠를 받은 뒤 재석과 함께 차에 올라탔다.두 구간의 고속도로와 약 20킬로미터의 산길을 거친 후, 두 사람은 새벽 5시 40분에 대동리에 도착했다.이때 날이 아직 밝지 않았다.가로등은 이미 꺼졌다.조용한 마을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는 집이 거의 없었다.재석은 조수석에 앉아 가방에서 빵 두 개를 꺼냈다. 하나는 자신에게, 다른 하나는 현빈에게 건네주었다.“배 좀 채워요.”현빈은 간단하게 맛보았다.“정말 맛없네요. 왜 이렇게 딱딱한 거죠?”비록 그렇게 말했지만 현빈은 결국 그 빵을 다 먹었다.바로 이때, 재석의 핸드폰에서 톡 제시음이 울렸다. 그는 바로 확인했다.“정은이에요!”현빈은 얼른 다가왔다.“뭐래요?”“지금 민지, 서준과 함께 진일의 집에 있다고 했어요. 핸드폰 신호가 아주 안 좋다네요...”“진일의 집에 문제가 생겼고, 어제 두 사람이 찾아와 하마터면 충돌이 일어날 뻔했다니. 오늘 또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도움이 필요하다네요..
재석이 물었다.“어떻게 마을에 가려고요?”현빈이 대답했다.“이미 삼륜차 하나 찾아오라고 했어요. 마을에 들어가려면, 삼륜차밖에 탈 수 없거든요.”“얼마나 기다려야 하죠?”현빈은 손목 시계를 보았다.“아마도 30분 더 걸릴 거예요.”“좋아요.”...정은이 문자를 보낸 다음, 진일은 재촉을 하며 입을 열었다.“가자, 이미 차를 찾았는데, 마을 어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대.”유말태는 원래 동의하려 하지 않았다.그러나 오늘 아침 날이 밝기도 전에 갑자기 변덕을 부렸던 것이다. 큰 돈을 들여 대동리에 가서 두 사람을 데리고 오라는 부탁이었다. 그것도 즉시 출발하여 되도록 빨리 도착해야 했다.빈손으로 가는 것보다, 정은 그들을 데리고 가면 돈을 더 벌 수 있었다.“늦었으니까 빨리 가...”그러나 정은과 민지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더니 제자리에 서 있었고, 출발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왜 그래?”정은이 대답했다. “저희는 가지 않을 거예요.”민지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진일은 다급해졌다.“어젯밤에 약속했잖아?!”민지는 눈을 깜박였다.“저희가 언제요? 그건 선배와 아저씨의 결정이지, 저희는 동의하지 않았는데.”“내 말 좀 들어봐, 여기는 정말 위험해서 너희들 남으면 안 돼! 서지강과 서지준 그 두 사람은 완전히 미친놈이야! 이따 무슨 일 저지를지 모르니 너희들...”정은은 그의 말을 끊었다.“선배.”“어?”“우리 친구 아니었어요?”진일은 말을 하지 않았다.정은은 계속 물었다.“대답해요.”“친구이기 때문에, 너희들을 우리 집안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은 거야. 너희들 위험에 빠질 수도 있어!”재운은 아직도 깨어나지 않았으니 진일은 이런 일 더 생기게 하고 싶지 않았다.바닥에 널린 선혈, 재운의 부모님이 무릎을 꿇고 서씨 두 형제에게 용서를 빌던 장면, 지금 생각해도 진일은 가슴이 떨렸다.심지어 자다가도 눈물이 날 정도로 죄책감을 느꼈다.진일은 친구가 자신 때문에 다치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머릿속은 온통 정은 생각뿐이었다.가정부가 와서 현빈을 부를 때, 그는 마침 서재에서 나왔고,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정은이 오늘 온다는 소식을 들은 현빈은 특별히 회사에 가지 않고 이원에 왔다.딱 여기서 정은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식탁으로 가 보니, 확실히 정은을 보았지만 기뻐할 겨를도 없이 그녀의 옆에 있는 재석과 진일을 보았다.현빈은 웃음이 굳어지며 표정이 축 쳐졌다.“조 교수님도 왔어요?”재석은 고개를 들어 웃음을 머금었다.“네, 정은이 초대를 해서 거절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리고 한동안 어르신들을 뵈러 오지 않아서 이렇게 왔어요.”정은이 초대했다는 말은 칼날처럼 현빈의 마음을 쿡쿡 찔렀다.현빈은 지금 아파 죽을 것 같았다.봉수진이 말했다. “현빈아, 어서 앉아서 밥 먹어.”“네.”정은의 왼쪽은 봉수진이었고, 오른쪽은 재석이었다. 지금 식탁에는 마지막 한 자리가 남았다.현빈은 그녀 맞은편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밥을 먹는 동안, 봉수진은 열심히 정은 그들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진일은 산처럼 쌓인 고기와 요리를 보며 어찌 할 바를 몰랐다.‘그냥 먹자. 어르신의 호의를 거절할 순 없잖아!’재석도 마찬가지였지만, 진일보다 좀 더 똑똑했다. 그는 남이 쓰지 않는 젓가락을 들어 봉수진에게 음식을 집어주기 시작했다.그렇게 봉수진은 사양하면서 음식을 먹었고, 더 이상 그들에게 음식을 집어줄 겨를이 없었다.정은은 묵묵히 재석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물리학자의 머리는 참 좋다니깐.’식사를 마친 후, 봉수진은 신이 나서 사람들을 데리고 딸기밭으로 갔다.진일이 문에 들어섰을 때 본 그 비닐하우스는 바로 딸기밭이었다.그리고 지금은 마침 딸기가 익는 계절이었다.“잘 열렸네! 크고 또 빨갛고, 문제는 우리가 스스로 재배한 것이니, 농약도 치지 않았어. 깨끗하고 싱싱해서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지.”“이따가 너희들 바구니 하나 들고 실컷 따. 그리고 돌아가서 먹어. 실험실에도 좀 가져가, 어차피 냉장고 있잖아.
정은은 만약 핑계를 찾아 진일을 불러내지 않는다면, 그는 하루 종일 실험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다 또 밤을 새우겠지. 자신이 정말 슈퍼맨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이틀을 꼬박 새웠는데, 잠도 겨우 몇 시간밖에 자지 않다니.’‘지금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일하려고?’정은은 진일의 이런 스케줄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진일이 열심히 노력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자신의 건강을 뭘로 보고!’“뭐하는 거예요? 빨리 씻고 나와요. 나와 교수님은 문 앞에서 기다릴게요.”말을 마치자, 정은은 재석과 함께 나갔다.진일을 제자리에 서서 멍해졌다.‘아니... 밥을 먹자고? 그것도 정은이의 집에서?’정은과 재석을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 진일은 5분만에 정리하고 나왔다.사실 세수를 한 다음, 실험 가운을 갈아입었을 뿐이었다.그는 머리도 빗지 못한 채 흐트러진 모습으로 나타났다.그래도 나름 괜찮았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일부러 이런 헤어스타일을 한 것인 줄 알 것이다.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었다.진일은 이렇게 멍하게 정은의 조수석에 올라탔다.재석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진일을 바라본 후, 자신의 차 문을 열었다.‘아, 내가 교수님의 차에 올라탔어야 했나?’30분 후, 차가 멈추었다.진일은 하마터면 잠들 뻔했다. 그리고 얼떨결에 정은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눈앞의 집을 본 순간, 진일은 놀라 졸음이 싹 가셨다.‘이 집... 너무 큰데?’인테리어가 어떤 스타일인지 몰랐지만, 유난히 아름다웠고, 또 하나의 큰 화원이 있었다.화원을 지나갈 때, 진일은 멀지 않은 곳에 뜻밖에도 채소밭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더 먼 곳을 바라보니 뜻밖에도 비닐하우스가 있었다.“정, 정은아, 우리 밥 먹으러 가는 거 아니었어?”‘그런데 이 큰 별장에 온 이유가 뭐지?’진일의 말이 떨어진 순간, 안에서 엔진 소리를 들은 봉수진이 웃으며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정은아, 왔어!”이어 재석과 진일을 바라보았다.봉수진은
그렇게 정은은 이 일을 새까맣게 잊어버렸다.“할머니, 저...”[당신, 가서 불 좀 봐봐요. 이거 세 시간 끓였는데, 조금만 더 졸여야 돼요. 여긴 너무 시끄러우니 나 밖에 나가서 정은에게 전화할게요...]봉수진은 거실로 나왔는지, 환풍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정은아, 지금 잘 들려? 방금 뭐라고 했어?]“아무것도 아니에요... 제시간에 도착할게요. 맛있는 음식 많이 만들어주시느라 수고하셨어요.”[수고는 무슨! 하나도 힘들지 않아!]봉수진은 즐겁게 전화를 끊은 뒤,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정은은 통화를 끝낸 뒤 즉시 재석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시간이 아직 이르니까, 선배님은 아직 출발하지 않았겠지?’잠시 후, 재석이 전화를 받았다.[정은아?]“선배님, 미안해요. 오늘 아마도...”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블릿에서 출입 신청에 관한 알림이 울렸고, 문밖 카메라에 찍힌 화면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재석이었다.[정은아, 나 지금 밖에 있는데, 출입 신청 받았어?]‘선배님 너무 일찍 왔잖아!’재석은 들어온 후, 정은이 실험 구역에 없다는 것을 발견했고, 실험대도 깨끗이 정리되었다.“선배님, 미안해요...”“왜? 갑자기 왜 사과를 하는 거지?” 재석은 조금 놀랐다.“그냥... 할머니께서 오늘 집에 가서 밥을 먹으라고 부르셨거든요. 전에 약속했는데 내가 깜박했어요. 그래서... 미안해요.”“오늘은 선배님과 같이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방금 전화해서 선배님에게 말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재석은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반응했다.“이게 뭐라고 이렇게 정중하게 사과하는 거야? 집에 가서 할머니와 함께 있어줘, 나 혼자 먹어도 돼.”재석이 동료, 친구들과의 회식을 밀고 특별히 자신을 찾아와 점심을 먹었는데, 결국 자신까지 거절한 것을 생각하니 정은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선배님, 나와 같이 이원에 가서 밥 먹을래요?”어차피 이춘재와 봉수진도 재석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인상도 매우 좋아서 틀림
남자는 멈칫하더니 이내 웃음을 지었다.“왜 그렇게 묻는 거야?”정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냥 선배님인 것 같아서요. 정말인가요?”한참 후, 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응.”정은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그럴 줄 알았어요... 어쩐지 그때 좀 더 기다리라고 했더라니, 진작에 이런 생각을 했던 거였네요?”“생각해 봤지만, 이렇게 성공할 줄은 몰랐어.”그래서 재석은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장담할 수 없는 일을 말해서 남에게 희망을 주었다가, 실패하면 괜히 실망만 느끼게 할 뿐이었다.“나도 너한테 묻고 싶은 게 있어.”정은은 눈을 깜박였다.“뭔데요?”“왜 심 대표가 아니라 나라고 생각했던 거야? 아니면 그 사람에게도 물어본 거야?”“아니요. 물어본 적 없어요.”“그럼 왜 나란걸 확신할 거지?”정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때 두 사람은 이미 계단을 다 올라 각자의 집 앞에 멈추었다.“왜냐하면...”그녀는 재석의 눈을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선배가 진일 선배의 가정이 어렵단 것을 알아볼 수 있고, 마을 사람들의 우매함을 감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선배는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으니까요.”현빈도 그런 진일네의 형편을 보며 진일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줬다.그러나 그는 단지 알려줬을 뿐, 진일의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현빈에게 있어, 이건 다른 사람의 운명이기 때문에 간섭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진일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후, 현빈은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재석은 달랐다.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진일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이 일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정은이 진일을 도와 ‘돈'이라는 난제를 해결했지만, 하백 마을의 현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뉴스에서는 정부가 도로 건설에 투자해 마을 교통을 정돈하고 농수산업을 대대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것도 선배님이 제안한 건가요?”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심지어 점심 식사까지 대충 했다.민지가 말했다.“넌 몰라.”서준은 영문을 몰랐다.“너무 스트레스 받아.”“그, 그럼 어떡하지?” 민지가 정말 울 것 같은 것을 보고 서준은 갑자기 당황해졌다.“잠을 잘 자지도 못했단 말이야... 아침 달리기 시간을 10분 줄일 수 없을까? 흑흑...”“응.”‘어? 이렇게 흔쾌히 동의한 거야? 10분이 너무 적은 건가?’서준은 마치 민지의 꿍꿍이를 간파한 것 같았다.“더 이상은 안 돼.”“알았어.”그러나 그 순간, 민지의 눈에 비친 눈물은 거짓이 아니었다.그녀는 정말 울고 싶었다.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잘 자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민지도 단지 그 순간 약간 멘붕을 느꼈을 뿐이었다.민지는 곧 감정을 추스렀다.“일하자!”저녁 무렵, 민지는 임무를 완수하고 바로 기지개를 켜며 한숨을 돌렸다.그녀가 예상한 것보다 30분 빨랐다.민지는 아주 만족했다.“쮼, 넌 끝났니?”“곧 끝날 거야.”“우리 이따가 시내에 가서 영화 볼까?”서준은 멍하니 있다 고개를 번쩍 들었다.‘나랑 같이 영화를 보자고?!’서준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서준이 대답하지 않자, 민지는 다시 한번 물었다.“갈거야?”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응!”민지는 웃으며 고개를 돌려 정은을 초대했다.“정은 언니, 어제 새 코미디 영화가 개봉됐어요. 꽤 괜찮은 것 같은데, 우리 같이 보러 갈까요?”‘아, 나만 초대한 게 아니구나...’정은은 손을 흔들었다.“난 아직 좀 더 있어야 끝나니까 너희들끼리 가.”민지도 정은을 정말 불러낼 생각을 하지 않아, 실망하지 않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그래요, 그럼 뭐 먹고 싶은 거 없어요? 영화 다 보면 언니에게 배달해 줄게요.”“아니야, 난 실험이 끝나는 대로 바로 갈 거야.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 너희들 얼른 가. 다시 돌아오면 시간이 너무 늦잖아.”“그래요, 너무 힘들게 일하지 마요!”“응!”민지와 서준이 떠난 후, 정은은 30분 후에야 실험을 마쳤다.
봉수진이 물었다. “정은이 요즘 왜 그렇게 바쁜 거죠? 집에 와서 밥 먹으라고 몇 번 불렀는데 줄곧 시간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한 달 넘게 못 봤는데...”이춘재는 신문을 내려놓고 봉수진을 바라보았다.“당신도 참,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손녀에게 같이 있어달라고 떼를 쓰는 거야? 정은이가 뭐 때문에 바쁘겠어? 실험을 하거나 논문을 쓰고 있겠지. 그래서 올 시간이 없는 거야.”“알아요... 그래도 이렇게 오랫동안 보지 못했으니 꽤 보고 싶단 말이에요...”이춘재는 멈칫했다.그렇게, 그도 정은이 보고 싶었다.설이 끝나자마자 두 노인은 L시의 같은 주택단지에 별장을 샀고, 계약을 체결한 후 재빨리 이사했다.이미숙은 돌아올 때, 부모님과 이웃이 된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그래도 무척 반가웠다.이춘재와 봉수진은 그제야 기분이 좋아졌다. 매일 딸과 사위를 만날 수 있었지만 같은 집에 살지 않아 서로에게 공간을 남겨주었다.그렇게 두 달이 지났다.얼마 전에 이춘재는 이사회를 주재해야 했기에 J시로 돌아가야 했다.돌아온 후, 두 사람은 좀처럼 쉬지 않았다.이춘재는 일 때문에 바빴고, 봉수진은 화초를 가꾸며 채소를 심느라 바빴다. 게다가 시간을 내어 정은에게 전화를 하며 집에 와서 밥을 먹게 했다....어느덧 또 토요일이 찾아왔다.정은은 어젯밤 실험을 하느라 밤을 새웠기에, 아예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어차피 실험실에 침대, 이불, 세면용품과 갈아입을 옷이 다 있었다.아침 8시까지 자고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다시 실험 가운으로 갈아입은 뒤, 마침 8시 30분이었는데, 두 번째 데이터도 다 나왔다.어젯밤 못 다한 실험을 계속 할 수 있었다.“언니, 굿모닝.”9시, 민지와 서준이 도착했다.“응.” 정은은 컴퓨터에서 시선을 떼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서준은 단번에 문제를 발견했다.“누나, 어제 밤을 지새웠어요?”“뭐라고요?!”민지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정은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3시에 잤어.”‘이게 밤새는 거랑 뭐가
정은은 그 돈을 받았다.“그러나 선배는 받지 않을 거예요.”“그냥 내가 줬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돼. 어른이 준 용돈이라 생각하면 알아서 받을 거야.”“네.”모든 일을 해결한 다음, 정은은 또다시 실험실, 학교, 집을 드나드는 생활을 반복하기 시작했다.일단 그 안에 몸을 던지면,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다.민지조차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은 언니는 정말 날 재촉할 수 있는 존재 같아. 고개를 들어 바라보기만 하면, 힘들어 죽더라도 억지로 따라고 싶단 말이야.”서준은 듣자마자 웃었다.민지는 눈살을 찌푸렸다.“왜 웃어? 넌 아니야?”“난 자제력이 있거든.”“아니, 그게 무슨 뜻이야? 난 뭐 자제력이 없는 줄 알아?”진일 쪽도 일이 잘 되어가고 있었다.정은 일행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진일은 부모님을 모시고 마을에서 이사를 갔다.이웃 사람들은 모두 그 앵두나무를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을 가졌다.눈독을 들이는 사람은 어찌 서씨 형제뿐이겠는가?다만 다른 사람들은 두려워서 감히 손을 대지 못할 뿐이었다.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줄곧 탐내고 있었다.그것은 돈을 벌 수 있는 과수원이었다.이번에 진일네가 이사 간다는 말을 듣고, 또 서씨 형제가 감옥에 들어갔다는 것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하나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다.매일 진일네 집에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저마다 남봉수에게서 정보를 알아내려 했다.진일의 말을 빌리자면, 설에도 그의 집은 이렇게 떠들썩하지 않았다.어떤 사람은 직접 남봉수에게 말했다. “어차피 너희들도 이사를 가야 하니까, 그 과수원은 그냥 나에게 줄 수 없어?”남봉수는 모두 화가 나서 웃었다.이웃 마을에서 친척이나 전에 친분이 좀 있던 사촌들조차도 모두 이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남봉수가 말했다.“모두들 온 이상, 나도 한마디 좀 할게. 그 과수원을 양도할 생각은 없어. 물론 공짜로 남에게 주지도 않을 거야.”“그럼, 너희들 모두 이사를 가면 누가 그 앵두나무를 키우겠어? 이렇게 내버려둘 순 없잖
“정말 잘 됐네요!” 진일은 기뻐서 하마터면 펄쩍 뛸 뻔했다.“알았어요, 아저씨. 이틀 후에 저도 부모님과 같이 시내에 갈 거예요. 그때 가서 재운이 보러 갈게요...”“네, 안심하세요. 다 해결됐어요... 정말이에요, 거짓말 아니에요. 서씨 형제는 어제 이미 경찰에 잡혀갔어요... 네, 만나서 다시 얘기해요.”민지는 진일이 전화를 끊은 순간 바로 물었다.“재운이에 관한 소식인가요?”진일은 즉시 재석을 보더니 눈시울을 붉혔다.“조 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저씨가 꼭 면전에서 고마움을 전해달라고 부탁하셨어요. 감사합니다!”민지는 눈을 깜박였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방금 전화하신 분은 재운이 아버지인데, 재운이가 이미 깨어났다고 말씀하셨어.”“정말요? 잘됐네요!” 민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왜 교수님한테 고마운 거죠?”“조 교수님이 재운이를 시내의 병원으로 옮기셨다는 거야. 또 전문가를 청해 수술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운이를 치료하셨고.”정은은 놀란 눈빛으로 재석을 바라보았다.“언제 안배한 거예요?”“어제.”“왜 이런 얘기하는 거 못 들었죠?”“오는 길에 시내 병원에 연락했거든.“그래도 교수님밖에 없네요.”현빈도 의혹을 느꼈다. ‘언제 연락한 거지? 어제 우리 두 사람은 줄곧 함께 있지 않았어? 아, 내가 구정배 찾아갔을 때 빼고... 이런! 이 기회를 잡았다니!’...몇 사람은 또 마을의 호텔에서 하룻밤 묵었고, 이튿날 J시로 출발했다.진일은 함께 가지 않았다. 그는 부모님을 챙겨야 했고, 그 후에야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다.그 사이, 서씨 집안이 또 다른 수작을 부릴까 봐 현빈은 특별히 두 경호원을 찾아와 진일네 집 앞을 지키게 했다.그들은 현빈의 경호원이었고, 구정배의 사람이 아니었다.민지는 매우 궁금해했다.“심 대표님, 그렇게 하신 이유가 뭐예요?”현빈은 기분이 좋아서 민지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나와 그 사람은 별다른 친분이 없거든. 친구에게 부탁
계약서를 다 보고 난 진일은 정중하게 사인했다.그리고 두 손으로 정은에게 건네준 다음 맹세했다.“절대로 실험실 손해 보지 않게 할 거야.”정은은 웃으며 대답했다.“나도 나 자신의 안목을 믿어요.”정은이 진일을 도운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진일은 감격에 할 말이 많았지만,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더 낫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평생 이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속으로 맹세했다.남봉수와 진영매는 이런 전기를 맞이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정은이 고마운 동시에, 아들에 대해 깊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우리가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진일은 더 멀리 갈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아버지, 어머니, 우리에게 돈이 생겼어요.”진일은 웃으며 부모님을 쳐다보았다.그 순간, 그는 마침내 자신이 헛되게 공부하지 않았으며, 지식 덕분에 언젠가는 부자가 될 것이라 믿기 시작했다.남봉수도 엄청 기뻐했다.도시로 이사하면 진영매는 최고의 병원에서 진찰을 받을 수 있었고, 게다가 재석이 소개한 그 전문가 덕에 건강까지 회복할 수 있었다.이현도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그 자신으로 말하자면, 도시에 가면 당연히 마을에 있을 때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었다. 남봉수는 비록 한쪽 다리를 절었지만, 아직 멀쩡했고, 간식도 좀 만들 줄 알았다. ‘부지런하기만 하면 꼭 돈을 벌 수 있을 거야!’그들은 바로 희망이 생겼다.이제 유일하게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뒷산의 앵두나무들은 어떡하지?”재석이 입을 열었다.“이건 간단해요. 시중에 농산물 도급회사가 있거든요. 재배지는 전국 각지에 널리 분포되어 있고요. 대부분 토지를 도급하여 과일과 채소를 재배한 후, 원산지에서 직접 마트나 시장에 보내는 거죠.”“제가 조사해 보았는데, Y시에 마침 이런 회사가 하나 있어요. 규모도 꽤 크고요.”“이 작은 과수원을 보고 실망하진 않을까?”외지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남봉수도 이런 도급 회사에 대해 들은 적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