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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Author: 십일
진일은 머뭇거렸다.

“그런데... 그 아저씨 동의하실까요?”

“정은이 그들은 우리 집 사람이 아니잖아. 이 일은 서지강과 서지준의 미움을 사지 않을 거야. 돈을 버는 일이니 유 씨도 뭐라 하지 않을 거고.”

“네.”

정은, 민지와 서준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아주머니, 저희는 갈 생각이 없어요.”

“안돼!”

이번에 남종수가 입을 열었다.

말을 마치고서야 자신의 목소리가 좀 컸다는 것을 깨닫고 어색하게 다시 앉았다.

“꼭 돌아가야 해. 내일 서지강과 서지준이 또 올 거야. 그 두 형제는 미친놈이라서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단 말이지!”

정은 그들은 꼭 가야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날이 밝기도 전에 얼른 출발해야 했다.

진일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는 너무 위험하니까 너희들 빨리 J시로 돌아가. 재운이는 아직 병원에 누워 있어. 난 너희들까지 다치는 거 보고 싶지 않아...”

말이 통하지 않자, 정은 그들도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

이현의 방에서.

진일은 꼼꼼하게 청소를 했다.

진영매는 궤짝에서 깨끗한 침대 시트와 이불 커버를 가져와 진일에게 바꾸라고 했다.

“다 됐어. 얼른 자. 내일 아침 부를게.”

정은과 민지는 침대에 누웠다.

깊은 밤, 주위는 적막했다.

어둠속에서 민지는 이미 몇 번이나 몸을 뒤척였는지 헤아릴 수 없었다.

“정은 언니...”

마침내 그녀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응? 왜 그래?”

“언니, 안 추워요?”

정은은 사실대로 말했다.

“조금.”

민지는 이미 추워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봄이 다 되어 가는데, 어떻게 이렇게 추울 수가 있죠?”

그녀는 심지어 어제 그 작은 호텔이 아주 좋다고 느꼈다.

정은은 민지의 손을 잡고 비볐다.

“금방 이불 속으로 들어와서 그래.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민지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도 따뜻하지 않잖아요...”

정은이 입을 열려고 할 때, 문밖에서 은은하게 말소리가 들렸다.

진영매였다.

“이현이, 이리와... 이 이불 두 채를 방 안에 있는 언니들에게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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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돌이켜보면, 현빈은 정은의 오빠였고, 자신의 의도를 간파하여 기분이 불쾌한 것도 정상적이었다.‘자기 여동생을 감싸는 것도 당연하지...’은혁은 얼른 미소를 지었다.“현빈이 형 말 맞네요. 초대장도 다 보냈으니 먼저 가볼게요.”은혁은 눈치 있게 작별을 고했다.봉수진은 은혁을 문 앞까지 배웅했다.이때 진일도 떠나려 했다.“할머니의 초대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음식도 맛있었고 딸기도 아주 달콤했어요. 저도 이만 돌아갈게요.”“어? 남아서 저녁 안 먹을래?”“아니에요.” 진일은 얼른 손을 흔들었다.“저... 저 아직 일이 있어서요.”“그래, 그럼 앞으로 자주 와!”“네.”진일은 몸을 돌려 신발을 갈아 신었다.정은은 기사에게 분부했다.“기사 아저씨, 진일 선배 좀 데려다 주세요.”“아니야, 나 혼자 실험실로 돌아가면 돼.”“누가 실험실로 데려다준다고 했죠?”“어?”“아저씨, 선배를 서비대학교 대문까지 데려다 주세요. 그리고 선배가 들어가는 것까지 지켜보시고요.”‘실험실로 돌아가? 계속 밤새워 일하려고? 그런 생각 하지도 마!’진일은 반박을 하지 못했다.풀이 죽은 채로 나온 다음 조용히 차 안으로 들어갔다.현빈은 속으로 생각했다.‘남진일은 눈치가 그렇게 빠른데, 이 사람은 왜 아직도 여기에 서 있는 거지? 정말 눈에 거슬리네.’“조 교수님은 요즘 아주 한가하나 봐요?”사람을 내쫓는 의미가 분명했다.재석은 알아듣지 못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프로젝트가 다 끝나서 별로 바쁘지 않아요.”“시간도 많이 늦었는데, 교수님 집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현빈은 손목 시계를 확인했다.재석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먼저 돌아갈게요. 마침 냉장고에 남은 음식이 좀 있어서 저녁에 데워 먹으면 딱이네요. 할머니, 오늘 수고하셨어요. 요즘 환절기에 몸 조심하시고, 전 다음에 또 찾아뵐게요.”“왜 가려고 그래!” 봉수진은 이 말을 듣자마자 재석을 보내려 하지 않았다.“남은 음식을 왜 먹어? 우리 집에 먹을 거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96화

    “네.”얼마 지나지 않아 정은이 거실로 들어왔다.“할머니, 절 부르셨어요?”“정은아, 소개해주지. 이 아이는 장씨 가문의 도련님 장은혁이라고, 네 할아버지 생신 잔치에서 본 적이 있을 거야.”“안녕하세요.” 정은은 먼저 인사를 했다.그녀는 확실히 은혁을 기억하고 있었다.그때 은혁은 현장에서 이춘재에게 마술을 선보였는데, 사과 하나로 두 마디의 축하말을 변했던 것이다.하나는 이춘재, 다른 하나는 봉수진에게 줬다.확실히 신경을 써서 준비한 선물이었다.“안녕하세요!” 은혁은 정은이 들어오는 순간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기대하는 동시에 또 긴장을 하고 있어 동작이 많이 뻣뻣했다.이때 정은이 먼저 자신과 인사를 하자, 은혁은 더욱 긴장해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봉수진이 입을 열었다.“은혁이가 너에게 묻고 싶은 일이 좀 있다네.”정은은 은혁을 바라보았다.은혁은 찾아온 이유를 말했다.“톡 좀 추가할 수 있어요? 우리 동생에게 알려주려고요. 그럼 더 편리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잖아요. 안심해요, 우리 여동생은 절대로 정은 씨를 방해하지 않을 거예요.”말을 이렇게까지 한 이상, 정은은 핸드폰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친구를 추가한 후, 은혁은 즉시 정은의 톡을 사촌 동생에게 알려주었다.곧 그 사촌 동생의 친구 추가 신청이 떴다.보아하니 정말 사촌 동생을 위해 정은을 추가한 것 같다.정은은 별다른 생각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난 대부분 시간을 실험실에서 보내서, 바쁘면 핸드폰을 볼 겨를이 없거든요. 그래서 제때에 답장을 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괜찮아요! 정은 씨는 볼일부터 챙기고, 시간이 날 때 답장을 하면 돼요. 그 실험실은... 학교 실험실인가요?”“아니요.”그렇게 화제는 또 무한 실험실로 되었고, 실험실이 어떻게 왔는지까지 설명해야 했다.은혁은 질문이 적지 않은 것 같았다.이 질문이 끝나면 또 다음 질문이 있었다...정은은 예의상 참을성 있게 대답했다.이때, 기다리다 지친 재석과 현빈은 더 이상 가만히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95화

    재석은 어이가 없었다. ‘정말 유치해.’정은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럴 리가 없는데. 난 달콤한 것만 골라서 땄는데... 운이 나빠서 신 것을 먹었나?’재석과 현빈은 딸기 두 바구니나 땄고, 마지막에 모두 정은에게 주었다.잘 포장한 후, 세 사람은 되돌아갔는데, 진일과 봉수진이 멀지 않은 곳에 쪼그리고 앉아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가까이 다가가니, 진일은 작은 호미를 들고 흙을 매고 있었다. “딸기는 토양에 대한 요구가 엄격하지 않지만, 비옥하고 푸석푸석하며 배수가 좋은 모래땅이 가장 좋고, 수소이온 농도지수가 5.5~6.5이면 가장 적합해요. 지금 이런 토양도 사실 괜찮지만, 배수성은 조금 떨어져서...”“어쩐지 전에 뿌리가 이렇게 많이 썩었더라니.” 봉수진은 그제야 깨달은 듯했다.“전에 이 흙 살 때, 그 사람은 이게 모래땅이라고 그렇게 맹세했는데, 뜻밖에도 날 속였던 것이었어! 진일아, 너 예전에 딸기를 재배한 적 있는 거야? 어쩜 그렇게 잘 알아.”“저희 집은 재배한 적이 없는데, 전에 이웃이 딸기를 심은 적 있었어요. 그리고 책까지 샀길래 저도 빌려서 좀 봤고요.”“아, 그렇구나... 호미를 이렇게 능숙하게 쓰는 걸 보니 평소에 농사일을 자주 도운 건가?”“네, 저희 어머니는 몸이 안 좋으시거든요. 아버지 혼자서 하시면 너무 힘드시니, 봄에 심고 가을에 수확하는 일 모두 도왔죠.”“정말 좋은 아이구나...”봉수진은 예리해서, 진일이 문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아이의 집안 조건이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진일의 말을 듣고, 또 손가락에 있는 두꺼운 고치를 보니 봉수진은 마음속으로 탄식을 했다.바로 그때, 집사가 다가오더니 누군가 찾아왔다고 전했다.봉수진은 의아해했다. “누구지?”“장씨 가문의 작은 도련님 같아요.”‘장씨 가문?’봉수진은 눈살을 찌푸렸다.두 집안은 친분이 있었고, 이춘재의 생신 날에 장씨 가문 일가족 모두 왔었다.이 작은 도련님은 그의 아버지에게 이끌려 이춘재와 봉수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94화

    하지만 머릿속은 온통 정은 생각뿐이었다.가정부가 와서 현빈을 부를 때, 그는 마침 서재에서 나왔고,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정은이 오늘 온다는 소식을 들은 현빈은 특별히 회사에 가지 않고 이원에 왔다.딱 여기서 정은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식탁으로 가 보니, 확실히 정은을 보았지만 기뻐할 겨를도 없이 그녀의 옆에 있는 재석과 진일을 보았다.현빈은 웃음이 굳어지며 표정이 축 쳐졌다.“조 교수님도 왔어요?”재석은 고개를 들어 웃음을 머금었다.“네, 정은이 초대를 해서 거절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리고 한동안 어르신들을 뵈러 오지 않아서 이렇게 왔어요.”정은이 초대했다는 말은 칼날처럼 현빈의 마음을 쿡쿡 찔렀다.현빈은 지금 아파 죽을 것 같았다.봉수진이 말했다. “현빈아, 어서 앉아서 밥 먹어.”“네.”정은의 왼쪽은 봉수진이었고, 오른쪽은 재석이었다. 지금 식탁에는 마지막 한 자리가 남았다.현빈은 그녀 맞은편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밥을 먹는 동안, 봉수진은 열심히 정은 그들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진일은 산처럼 쌓인 고기와 요리를 보며 어찌 할 바를 몰랐다.‘그냥 먹자. 어르신의 호의를 거절할 순 없잖아!’재석도 마찬가지였지만, 진일보다 좀 더 똑똑했다. 그는 남이 쓰지 않는 젓가락을 들어 봉수진에게 음식을 집어주기 시작했다.그렇게 봉수진은 사양하면서 음식을 먹었고, 더 이상 그들에게 음식을 집어줄 겨를이 없었다.정은은 묵묵히 재석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물리학자의 머리는 참 좋다니깐.’식사를 마친 후, 봉수진은 신이 나서 사람들을 데리고 딸기밭으로 갔다.진일이 문에 들어섰을 때 본 그 비닐하우스는 바로 딸기밭이었다.그리고 지금은 마침 딸기가 익는 계절이었다.“잘 열렸네! 크고 또 빨갛고, 문제는 우리가 스스로 재배한 것이니, 농약도 치지 않았어. 깨끗하고 싱싱해서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지.”“이따가 너희들 바구니 하나 들고 실컷 따. 그리고 돌아가서 먹어. 실험실에도 좀 가져가, 어차피 냉장고 있잖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93화

    정은은 만약 핑계를 찾아 진일을 불러내지 않는다면, 그는 하루 종일 실험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다 또 밤을 새우겠지. 자신이 정말 슈퍼맨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이틀을 꼬박 새웠는데, 잠도 겨우 몇 시간밖에 자지 않다니.’‘지금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일하려고?’정은은 진일의 이런 스케줄에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진일이 열심히 노력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자신의 건강을 뭘로 보고!’“뭐하는 거예요? 빨리 씻고 나와요. 나와 교수님은 문 앞에서 기다릴게요.”말을 마치자, 정은은 재석과 함께 나갔다.진일을 제자리에 서서 멍해졌다.‘아니... 밥을 먹자고? 그것도 정은이의 집에서?’정은과 재석을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 진일은 5분만에 정리하고 나왔다.사실 세수를 한 다음, 실험 가운을 갈아입었을 뿐이었다.그는 머리도 빗지 못한 채 흐트러진 모습으로 나타났다.그래도 나름 괜찮았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일부러 이런 헤어스타일을 한 것인 줄 알 것이다.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었다.진일은 이렇게 멍하게 정은의 조수석에 올라탔다.재석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진일을 바라본 후, 자신의 차 문을 열었다.‘아, 내가 교수님의 차에 올라탔어야 했나?’30분 후, 차가 멈추었다.진일은 하마터면 잠들 뻔했다. 그리고 얼떨결에 정은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눈앞의 집을 본 순간, 진일은 놀라 졸음이 싹 가셨다.‘이 집... 너무 큰데?’인테리어가 어떤 스타일인지 몰랐지만, 유난히 아름다웠고, 또 하나의 큰 화원이 있었다.화원을 지나갈 때, 진일은 멀지 않은 곳에 뜻밖에도 채소밭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더 먼 곳을 바라보니 뜻밖에도 비닐하우스가 있었다.“정, 정은아, 우리 밥 먹으러 가는 거 아니었어?”‘그런데 이 큰 별장에 온 이유가 뭐지?’진일의 말이 떨어진 순간, 안에서 엔진 소리를 들은 봉수진이 웃으며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정은아, 왔어!”이어 재석과 진일을 바라보았다.봉수진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92화

    그렇게 정은은 이 일을 새까맣게 잊어버렸다.“할머니, 저...”[당신, 가서 불 좀 봐봐요. 이거 세 시간 끓였는데, 조금만 더 졸여야 돼요. 여긴 너무 시끄러우니 나 밖에 나가서 정은에게 전화할게요...]봉수진은 거실로 나왔는지, 환풍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정은아, 지금 잘 들려? 방금 뭐라고 했어?]“아무것도 아니에요... 제시간에 도착할게요. 맛있는 음식 많이 만들어주시느라 수고하셨어요.”[수고는 무슨! 하나도 힘들지 않아!]봉수진은 즐겁게 전화를 끊은 뒤,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정은은 통화를 끝낸 뒤 즉시 재석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시간이 아직 이르니까, 선배님은 아직 출발하지 않았겠지?’잠시 후, 재석이 전화를 받았다.[정은아?]“선배님, 미안해요. 오늘 아마도...”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블릿에서 출입 신청에 관한 알림이 울렸고, 문밖 카메라에 찍힌 화면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재석이었다.[정은아, 나 지금 밖에 있는데, 출입 신청 받았어?]‘선배님 너무 일찍 왔잖아!’재석은 들어온 후, 정은이 실험 구역에 없다는 것을 발견했고, 실험대도 깨끗이 정리되었다.“선배님, 미안해요...”“왜? 갑자기 왜 사과를 하는 거지?” 재석은 조금 놀랐다.“그냥... 할머니께서 오늘 집에 가서 밥을 먹으라고 부르셨거든요. 전에 약속했는데 내가 깜박했어요. 그래서... 미안해요.”“오늘은 선배님과 같이 먹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방금 전화해서 선배님에게 말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재석은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반응했다.“이게 뭐라고 이렇게 정중하게 사과하는 거야? 집에 가서 할머니와 함께 있어줘, 나 혼자 먹어도 돼.”재석이 동료, 친구들과의 회식을 밀고 특별히 자신을 찾아와 점심을 먹었는데, 결국 자신까지 거절한 것을 생각하니 정은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선배님, 나와 같이 이원에 가서 밥 먹을래요?”어차피 이춘재와 봉수진도 재석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인상도 매우 좋아서 틀림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91화

    남자는 멈칫하더니 이내 웃음을 지었다.“왜 그렇게 묻는 거야?”정은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냥 선배님인 것 같아서요. 정말인가요?”한참 후, 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응.”정은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그럴 줄 알았어요... 어쩐지 그때 좀 더 기다리라고 했더라니, 진작에 이런 생각을 했던 거였네요?”“생각해 봤지만, 이렇게 성공할 줄은 몰랐어.”그래서 재석은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장담할 수 없는 일을 말해서 남에게 희망을 주었다가, 실패하면 괜히 실망만 느끼게 할 뿐이었다.“나도 너한테 묻고 싶은 게 있어.”정은은 눈을 깜박였다.“뭔데요?”“왜 심 대표가 아니라 나라고 생각했던 거야? 아니면 그 사람에게도 물어본 거야?”“아니요. 물어본 적 없어요.”“그럼 왜 나란걸 확신할 거지?”정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때 두 사람은 이미 계단을 다 올라 각자의 집 앞에 멈추었다.“왜냐하면...”그녀는 재석의 눈을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선배가 진일 선배의 가정이 어렵단 것을 알아볼 수 있고, 마을 사람들의 우매함을 감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선배는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으니까요.”현빈도 그런 진일네의 형편을 보며 진일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줬다.그러나 그는 단지 알려줬을 뿐, 진일의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현빈에게 있어, 이건 다른 사람의 운명이기 때문에 간섭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진일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후, 현빈은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재석은 달랐다.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진일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이 일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정은이 진일을 도와 ‘돈'이라는 난제를 해결했지만, 하백 마을의 현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뉴스에서는 정부가 도로 건설에 투자해 마을 교통을 정돈하고 농수산업을 대대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것도 선배님이 제안한 건가요?”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90화

    심지어 점심 식사까지 대충 했다.민지가 말했다.“넌 몰라.”서준은 영문을 몰랐다.“너무 스트레스 받아.”“그, 그럼 어떡하지?” 민지가 정말 울 것 같은 것을 보고 서준은 갑자기 당황해졌다.“잠을 잘 자지도 못했단 말이야... 아침 달리기 시간을 10분 줄일 수 없을까? 흑흑...”“응.”‘어? 이렇게 흔쾌히 동의한 거야? 10분이 너무 적은 건가?’서준은 마치 민지의 꿍꿍이를 간파한 것 같았다.“더 이상은 안 돼.”“알았어.”그러나 그 순간, 민지의 눈에 비친 눈물은 거짓이 아니었다.그녀는 정말 울고 싶었다.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잘 자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민지도 단지 그 순간 약간 멘붕을 느꼈을 뿐이었다.민지는 곧 감정을 추스렀다.“일하자!”저녁 무렵, 민지는 임무를 완수하고 바로 기지개를 켜며 한숨을 돌렸다.그녀가 예상한 것보다 30분 빨랐다.민지는 아주 만족했다.“쮼, 넌 끝났니?”“곧 끝날 거야.”“우리 이따가 시내에 가서 영화 볼까?”서준은 멍하니 있다 고개를 번쩍 들었다.‘나랑 같이 영화를 보자고?!’서준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서준이 대답하지 않자, 민지는 다시 한번 물었다.“갈거야?”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응!”민지는 웃으며 고개를 돌려 정은을 초대했다.“정은 언니, 어제 새 코미디 영화가 개봉됐어요. 꽤 괜찮은 것 같은데, 우리 같이 보러 갈까요?”‘아, 나만 초대한 게 아니구나...’정은은 손을 흔들었다.“난 아직 좀 더 있어야 끝나니까 너희들끼리 가.”민지도 정은을 정말 불러낼 생각을 하지 않아, 실망하지 않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그래요, 그럼 뭐 먹고 싶은 거 없어요? 영화 다 보면 언니에게 배달해 줄게요.”“아니야, 난 실험이 끝나는 대로 바로 갈 거야.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 너희들 얼른 가. 다시 돌아오면 시간이 너무 늦잖아.”“그래요, 너무 힘들게 일하지 마요!”“응!”민지와 서준이 떠난 후, 정은은 30분 후에야 실험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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