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며칠, 이런 느낌은 더욱 강렬해졌다.재석은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은 밤에 달리기를 했다.그때 정은은 복도의 동정을 듣고 방금 문을 열었지만, 남자가 이미 집에 들어간 것을 발견했다.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매달 재석은 하루 이틀 정도의 휴식을 취했는데, 정은은 한 번도 그의 집 문이 열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또 한 번은 정은이 문을 열자마자 맞은편의 이미 살짝 열린 문이 다시 닫혔던 것이다. 아마도 재석이 소리를 듣고 다시 닫은 게 분명했다.정은은 영문을 몰랐다.‘내가 언제 선배님에게 실수를 했었나?’그러나 이리저리 생각해 보아도 그 이유를 생각해 내지 못했다.재석이 자꾸 피하지만 않았다면, 정은은 직접 그를 찾아가서 똑똑히 묻고 싶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자신을 이렇게 피하는 것이냐고.다른 한편, 재석은 소녀의 발자국 소리가 갈수록 작아진 것을 듣고 시간을 추산한 다음 창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정은이 나가는 것을 보았다.소녀의 뒷모습이 멀어지는 것을 보고서야 재석은 복잡한 눈빛을 거두었다.그도 피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하지만 피하지 않으면 안 됐다.처음 그런 꿈을 꾼 것은 우연, 의외, 정상적인 생리적 반응일 수 있었지만, 그날 식당에서 정은을 만난 후, 재석은 또다시 그런 꿈을 꾸었다.심지어 처음보다 더 짜릿하고 자극적이며 수치스러웠다.꿈속의 재석은 마치 통제력을 잃은 짐승처럼, 여자의 불쌍한 애원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몸에 매섭게 올라탔다.그리고 지칠 줄도 모르는 듯 자신의 욕망을 발산했다.이번에 그 꿈은 더욱 선명했다.깨어난 다음, 모든 디테일은 머릿속에서 재생되었고, 끊임없이 반복했다.재석은 괴로워하며 침대 시트와 이불 커버를 세탁기에 넣었다.그는 자신이 왜 이런 꿈을 꾸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어떻게 이렇게 한 여자를 모독할 수 있는 거지? 그래, 모독.’이런 강렬한 자아혐오 때문에 재석은 지금까지도 태연하게 정은을 마주할 수 없었다.‘만약 만난 다음 또 이런 꿈을 꾼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이순정과 서철봉은 줄곧 도겸을 미행하며 이곳에 찾아왔다. 도겸에게 들킬까 봐 두 사람은 감히 머리를 내밀지 못했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아무것도 똑똑히 보이지 않았다. “지금 손에 망원경이 하나 있었으면 얼마 좋아!”‘그러나 유일하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강도겸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는 거야! 그래서 내 딸을 차버린 것이었어!’이순정과 철봉은 한 달 동안 강씨 집안 덕분에 호강을 누리며 지냈다. 그들이 무슨 요구를 제기하면 서영숙은 거의 다 들어주었기에 생활은 그야말로 너무 편안했다.심지어 더 이상 가난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편안했다.‘어차피 돈만 손에 넣으면, 나와 우리 철봉이도 이제 평생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서영숙의 상태가 많이 초췌해진 것을 보고, 두 사람도 속이 후련해지더니 돈을 챙기고 떠나기로 결정했다.그러나 이순정이 100억을 달라고 했을 때, 서영숙은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그렇게 한참 뒤, 그들이 농담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후, 서영숙은 단번에 안색이 돌변하더니 차갑게 말했다.“100억이요? 가서 꿈이나 꾸지 그래요!”그리고 손을 뿌리치며 떠났다.그 후로 서영숙은 더 이상 이순정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호텔을 포함한 모든 비용도 전부 끊어버렸다.모자 둘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 요구가 너무도 지나쳤다는 것을.“엄마, 아니면 그냥 10억으로 바꿀까?”이순정은 며칠이나 망설인 후 이를 악물었다.“그래, 10억도 돈이지!”그러나 서영숙은 그녀의 전화를 전혀 받지 않더니 연락을 완전히 끊어버렸다.어차피 그룹의 주주총회도 끝났으니 욕심쟁이 모자를 잘 모실 필요는 없었다.이순정과 철봉은 서영숙의 태도가 강경한 것을 보고 그제야 도겸을 겨냥한 것이었다.그러나 그는 회사를 출입할 때 줄곧 경호원을 데리고 다녔다. 지난번에 이순정 그들이 소란을 피운 뒤, 출입문 관리는 더욱 엄격해져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그렇게 모자는 도겸을 미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연희는 억울한 동시에 또 조금의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도겸 씨가 나에게 명분을 주라는 말을 듣고 뭐라 했는데?”지금 아이가 없어졌으니 그 천억도 바람처럼 사라졌다. 연희는 더 이상 아이를 이용해 돈을 얻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만약 강씨 가문에 들어가서 재벌 집 사모님이 될 수 있다면 앞으로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그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연희의 머릿속에는 가끔씩 예전을 떠올렸다. ‘내 몸이 멀쩡하고 아이도 무사할 때, 난 자주 병원에 찾아왔는데. 매일 도겸 씨와 말다툼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그 아줌마와 싸우기도 했지...’‘난 내 몸이 아주 튼튼하다는 것을 믿고 자주 들볶았는데.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평소에 밀크티를 마시고 심지어 아이스크림까지 한가득 먹었어...’생각할수록 연희는 자신의 뺨을 한 대 때리고 싶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아이가 정말 없어질 줄 알았으면 난 가만히 있으면서 휴식을 취하는 건데. 왜 자꾸 화풀이를 하고 싶은 거야? 아이를 다 낳은 후에 복수하면 되잖아?’이순정은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말을 했겠어? 강도겸 그 사람은 딱 봐도 태도가 딱딱한 사람이잖아. 한 번 만나기도 어렵다고.”철봉도 들으면서 마음이 답답해졌다.‘그 아줌마는 이미 돈을 주려고 했으니 그냥 10억 챙기고 가면 되잖아? 굳이 100억을 고집하다가 일이 이렇게 된 거야...’이순정을 보는 철봉의 눈빛은 원망이 더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고분고분 입을 열었다.“엄마, 그럼 우리 이제 어떡해?”이순정은 눈빛이 독해졌다.“우리처럼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 뭘 두려워하겠어? 강도겸이 동의하지 않으면 우린 다시 소란을 피우면 되지! 끝까지 한번 해보자고. 누가 누구를 두려워하겠어!”이튿날, 모자는 다시 도겸의 회사에 찾아왔다.정문은 경비들이 엄격히 조사를 했기에 그들은 은근슬쩍 들어갈 수 없었다.다행히 철봉은 비상통로를 찾았는데, 은밀한 작은 문을 열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문에는 벽지와 어우러진 광고 포스터가 붙어 있어, 언뜻 보
모자는 눈을 마주쳤다.‘드디어 우리와 협상을 하려는 건가?!’이순정은 바로 창가에서 내려왔다.창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것은 아주 작은 창문이었는데, 심지어 위아래로 열리는 디자인이었다. 성인은 전혀 몸을 통과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것도 말이 안 됐다.이순정이 이렇게 하는 것은 단지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서일 뿐이며, 도겸과 담판을 하기 위해서였다.‘다행히 성공했어.’그러나 이순정이 철봉과 뒤뚱뒤뚱 도겸의 사무실로 걸어갈 때, 뒤에 있던 비서는 처량하고 어두운 눈빛으로 그들 모자를 바라보았다.그 속에는 심지어 동정이 깃들어 있었다....이순정과 철봉이 이 사무실에 들어온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이곳이 화려하다고 느꼈다.이순정도 에두르지 않고 들어온 후 직접 가격을 제시했다.“10억.”도겸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전엔 100억이라고 원하지 않았어요?”이순정은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나도 100억을 갖고 싶지만, 너희들이 줘야 말이지!’그동안 이순정은 부자에게 돈이 많지만 가끔은 정말 인색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들은 수십억을 들여 말을 한 마리 사거나 골프를 쳤으며, 심지어 카지노에서 수천억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한 푼도 나눠주고 싶지 않았다.‘구두쇠야 뭐야! 돈이 그렇게 많으니 우리에게 좀 나눠주면 안 돼?!’그리고 이순정은 부자들이 허리를 굽힐 수도 있지만 동시에 매정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관건은 자신에게 이용가치가 있어야 했다.예를 들면, 서영숙은 처음에 돈으로 이순정 그들을 해결하려 할 때, 그야말로 엄청난 ‘성의’를 보였다.그러나 정말 화가 났다면, 전화조차 받지 않은 채 그들을 무시했다.그러니 진정한 부자들과 소통할 때, 억지를 부려도 소용없었다. 쓸모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상대방을 화나게 할 수도 있었다.그래서 이순정은 들어온 후, 밖에 있을 때처럼 울고 보채지 않고 직접 가격을 불렀다.“요 며칠 나도 깨달
빌딩에서 나올 때, 이순정과 철봉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비록 100억은 아니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이순정이 평생 노력해서라도 벌 수 없는 돈이었다.두 사람은 호텔로 돌아가려 했고, 이때 화물차 한 대가 그들을 향해 달려왔다.처음에 그 화물차의 속도는 정상이어서 두 모자는 아무도 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어차피 차가 먼저 양보할 테니까.그러나 쌍방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질 때, 화물차가 갑자기 속도를 높이더니 두 사람을 향해 달려왔다.“엄마...”철봉은 놀라서 본능적으로 이순정을 불렀다.이순정은 반응이 빨라서 바로 아들을 잡아당기며 옆으로 피했다.“너 뭐야?! 사람 있는 거 못 봤어? 도대체 운전을 어떻게 한 거야?! 눈이 먼 거야 아니면 뭘 잘못 먹은 거야? 지금 일부러 우릴 죽이려고 작정했어?! 배상해! 이건 반드시 돈으로 배상해야 된다고!”이순정은 두 손으로 허리를 짚으며 길 중간에 서서 욕설을 퍼부었다.“이 일을 잘 해결하지 않으면 절대로 떠날 생각하지 마! 방금 내가 반응이 빠르지 않았더라면 이미 저 멀리 날아갔을 거야. 우리 지금 당장 병원에 가서 모든 검사를 받을 거야.”“일단 어디 다쳤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니까. 하지만 이상이 없어도 넌 여전히 책임을 져야 해. 우리가 너 때문에 충격을 받았으니까. 그러니 정신적 손해 배상금을 내야지...”철봉은 바로 바닥에 누워 이리저리 뒹굴기 시작했다.“엄마! 나 정말 깜짝 놀랐어! 너무 무서워! 나 정신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지금은 낮이야 밤이야? 왜 내 눈앞이 이렇게 캄캄하지?”모자는 그야말로 천상의 호흡을 선보였다. 딱 봐도 전에 자주 이런 일을 한 게 분명했다.그러나 캡모자를 쓴 기사는 이 장면을 보고 차갑게 웃더니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았다.이순정의 목소리가 뚝 그쳤다.철봉은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커다란 창문 앞에서, 키가 훤칠한 남자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도로에서 차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도겸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는데
상대방은 차갑게 말했다.[그 입 잘 단속해. 하지 말아야 할 말은 절대로 하지 말고. 그렇지 않으면, 난 손을 써서 그 입 다물게 할 수도 있어.]말을 마치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기사는 핸드폰을 들고 있는 채로 멍을 때렸는데, 등은 이미 흠뻑 젖었다....밤이 찾아오자, 도겸은 창문 앞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태양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하늘은 점차 어둠으로 뒤덮였고, 음침한 기운이 구석에서 솟아났다.날이 완전히 어두워지자, 유리창에 남자의 훤칠한 모습이 비쳤다.이때 도겸은 갑자기 핸드폰을 들더니 번호를 입력했다.상대방은 아주 빨리 받았다.“재밌었어, 심현빈?”맞은편의 사람은 잠시 멈칫했다.[강도겸, 너 또 무슨 약을 잘못 먹은 거야?]도겸은 웃으며 말했다.“이성수가 너에게 전화하지 않았어?”이성수가 바로 그 기사의 이름이었다.현빈은 침묵에 잠겼다.“그럼 너에게 그 사람들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도 알려줬겠지?”현빈은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정말 안타깝네. 이성수는 감옥에 들어갈까 봐 감히 그들을 죽이지 못했어. 이렇게 되면 난 고의로 사람을 죽인 게 아니니 네 계획도 물거품으로 된 거잖아.”현빈은 눈빛이 어두워졌다.[넌 언제부터 알아차린 거야?]“허, 우리가 친구로 지낸지가 언젠데. 넌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나 역시 널 잘 알고 있어.”서영숙은 분명히 이순정 모자의 카드를 끊었고, 또 호텔로 하여금 두 사람을 쫓아내라고 했다.그러나 두 사람은 여전히 잘 지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최고급 호텔로 바꾸며 매일 회사에 와서 도겸을 기다렸다.만약 뒤에 아무도 없었다면 그들은 지금까지 버틸 리가 없었다.현빈은 가볍게 웃었다.[내가 방심을 했군.]“왜?” 도겸은 핏줄이 불끈 솟아오르더니 또박또박 말했다.“왜 이런 함정을 만든 거지?”그래도 절친이었지만, 현빈은 마음을 먹고 도겸을 감옥에 보내려 했다.만약 이성수가 정말 사람을 치어 죽인다면, 그는 바로 체포될 것이며, 처벌을 경감하기 위해 당연
“네가 정은을 위해 날 죽음으로 몰아넣을 줄은 정말 몰랐어.”‘심현빈에게 있어 정은이 뜻밖에도 이렇게 중요하다니. 위험을 무릅쓰고 이런 계획을 짤 줄은 더욱 생각지도 못했어.’[계획?]현빈은 가볍게 웃었다.[그건 아니야. 다만 뒤에서 그 사람들을 조금 도왔을 뿐이니까.]도겸이 말한 것처럼, 이 계획에는 허점이 아주 많았다. 만약 현빈이 직접 나섰다면, 기필코 도겸을 감옥에 보냈을 것이다.[이렇게 간단한 함정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넌 콩밥을 먹어도 싸.]‘밑지지 않는 장사인 이상, 내가 왜 포기를 해야겠어?’성공하면 직접 도겸을 감옥에 보낼 수 있었고, 그렇지 않아도 도겸은 여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희를 책임져야 했다.‘실패해도 괜찮아, 난 강도겸 잘 사는 꼴 못 보니까.’“정말 비겁해!” 도겸은 이를 갈았다.“한 여자를 위해 날 구덩이로 밀어넣다니?”현빈은 감탄했다.[정은이는 일반 여자가 아니야...]그녀는 소정은이었다.도겸은 냉소를 지었다.“내 앞에서는 진지한 척할 필요가 없어.”[아니, 넌 몰라...]“허, 그래?” 도겸은 현빈을 비웃었다.“이기적인 네 마음을 모른다는 거야, 아니면 네 함정을 몰랐다는 거야? 심현빈, 넌 자신을 너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 만약 네가 정말 정은이를 좋아했다면, 우리가 함께 한 그 6년 동안 왜 가만히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을까?”정은이 온갖 억울함을 당하는 것을 지켜보며, 그녀가 슬픔과 절망에 빠져 결국 가슴이 찢어지도록 내버려두었다.“친구의 여자친구라서 넘볼 수가 없었어? 너 같은 사람은 양심조차 없었으니 어떻게 그런 감정을 느끼겠어? 넌 일부러 그랬던 거야!”도겸은 이성적으로 분석했다.“넌 일부러 정은이 나에게 상처받고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지켜봤어. 오직 이렇게 해야만 정은은 날 떠나기로 결심할 수 있고, 너도 기회를 가질 수 있으니까. 넌 정은이 고통 속에서 발버둥치고, 그러다 절망에 빠지고, 결국 널 설레게 하는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냉담하게 지켜보았어.
이순정과 철봉은 화물차에 치여 죽지 않았지만 상황이 그리 좋은 편도 아니었다.두 사람은 피투성이가 되었는데, 머리가 터졌을 뿐만 아니라 얼굴도 긁혔다.화물차가 다가올 때, 철봉은 아직도 땅바닥에서 뒹굴며 소란을 피웠기에 반응을 할 때 이미 늦었다. 그는 손발이 나른해져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일어나지도 못했다.그렇게 철봉은 화물차가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엄마!”철봉은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이번에 정말 죽을 줄 알았지만, 화물차는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순식간에 그와 스쳤다.철봉은 놀라서 제자리에 앉아 멍을 때렸다.정신을 차린 후, 그는 자신의 바짓가랑이가 젖었다는 것을 발견했다.방향을 바꾼 화물차는 다시 이순정을 향해 돌진했다.이순정은 본능적으로 도망쳤지만, 화물차는 마치 쥐를 잡는 고양이처럼 그녀를 쫓아갔다.죽일 생각은 없지만 그냥 넘어가고 싶지도 않은 모양이었다.이렇게 계속 이순정에게 겁을 주었다.이순정은 도망치고 피하며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이미 지쳐서 기진맥진했지만, 생존 본능 때문에 그녀는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다.이때 이순정은 나무에 머리를 박더니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기사는 마침내 공격을 멈추며 화물차를 몰고 훌쩍 떠났다.“엄마... 엄마, 괜찮아?” 철봉은 땅에서 일어나 오줌을 지리며 이순정에게 달려갔다.이순정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바닥에 누워있었다. 이마에 엄청난 상처가 생겨 지금 밖으로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철봉은 손으로 피를 막으려 했지만, 자신이 방금 바짓가랑이를 만져 손에 오줌이 묻었다는 것을 잊어버렸다.“엄마! 정신 차려!”한참 동안 이순정을 흔들며 부르자, 그녀는 마침내 두 눈을 떴다.“내가 왜 바닥에 쓰러졌지?” 이순정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제야 무엇을 떠올린 듯 이순정은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온몸을 떨었고 이를 갈았다.마치 엄청난 타격을 받은 것 같았다.“가자...”이순정은 철봉의 손을 덥석 잡으며 힘껏
항이는 신이 났다.그는 정성스럽게 포장을 해줬을 뿐만 아니라 비싼 쇼핑백에 담아서 건네줬다.“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또 오세요.”항이는 남자의 뒷모습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히죽히죽 웃으며 카메라 앞에 서서 까불었다.“이거 좀 봐, 내가 인형을 잘 빚을 수 있다니깐. 그 손님 엄청 좋아하잖아!”[에헴! 정신 차려! 그 오빠가 좋아하는 건 그 예쁜 언니지, 네가 빚은 인형이 아니라고!][그래서, 그 오빠 혼자 몰래 달려와서 인형을 사간 거야?][아직 고백을 하지 못한 것 같은데.][어머, 형사님이세요? 눈치도 참 빠르시네요!]...정은은 물을 사고 돌아온 재석이 손에 쇼핑백 하나 들고 있는 것을 보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건 뭐예요?”“그냥 뭐 좀 샀어.”그래서 그녀도 별다른 생각하지 않았다. 길을 건너 보행로를 따라 앞으로 가면 도심이었다.정은은 손목 시계를 보았는데, 이미 오후 4시였다.‘이제 돌아가야 하나?’그런 생각을 하기도 무섭게 재석이 입을 열었다.“며칠 후에 난 세미나를 참가하러 K시에 가야 돼. 그곳의 날씨가 많이 따뜻해서 겨울의 양복을 입을 수 없거든. 마침 요앞이 백화점이니 날 도와 옷 한 벌 골라 주면 안 될까?”“좋아요.”지나친 요구가 아니었기에 정은은 동의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남성복은 5층에 있었고,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했다.한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정은은 소리를 내어 불렀다.“심 대표님?”현빈이 고개를 돌렸다.정은을 본 순간, 현빈은 놀라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한쪽에 있는 재석을 발견하자, 그의 눈빛은 어두워졌다.“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정은아.” 말하면서 현빈은 웃으며 재석을 바라보았다.“또 만났네요, 조 교수님. 여긴 어쩐 일이죠?”정은이 대답했다.“선배님을 위해 얇은 양복 한 벌 골라주려고요. 대표님도 쇼핑하러 왔어요?”“응. 우리 할아버지에게 구두 사드리려고...”이때 현빈은 자연스럽게 난처함을 드러냈다.“하지만 어떤 걸
“미안해요!”“미안.”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열며 뒤로 물러났다.눈을 마주치자, 어색함 외에 이상한 감정이 돋아나고 있었다.“선배...”“난...”“아니면 선배님부터 말할래요?”재석은 눈을 반쯤 드리웠는데, 마치 사고하는 것 같기도 하고 고민하는 것 같기도 했다.고개를 드는 순간, 마치 어떤 결심을 한 것 같았다.“정은아, 사실 나...”“봐요, 다 빚었잖아요?” 항이의 건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정은은 뻘쭘해서 귀와 얼굴이 빨개졌다. 이 말을 듣고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얼른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벌써요?”“그래요, 난 원래 이렇게 훌륭한 예술가였어요.”말하면서 손에 든 인형을 정은의 앞으로 내밀었다.정은은 힐끗 보더니 입가를 실룩거렸다.역시 조금의 기대도 가져서는 안 됐다.전에 본 그 몇 개의 인형은 비록 이목구비가 모호했지만 적어도 이목구비가 있었다.하지만 눈앞의 이 인형은 이목구비가 없었고, 그저 두 머리를 맞댄 것밖에 알아볼 수 없었다.‘잠깐!’정은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이건...’“이, 이게 저희라고요? 전혀 알아볼 수가 없잖아요...”“그럴 리가요? 이게 딱 보이잖아요! 내가 두 사람이 뽀뽀하는 그 장면을 보고 그대로 빚은 건데! 이건 머리, 이건 목, 이건 서로 닿은 두 입술...”“앗!”정은은 놀라서 소리를 질렀고, 재석은 시선을 돌려 다른 곳을 보며 전술적으로 가볍게 기침을 했다.“아직도 못 알아보겠어요? 그럼 내가 다시 알려줄게요. 이건 머리...”“아니요!”“네?”정은은 정중하게 말했다.“이제 알겠어요.”“진짜요? 거짓말 아니죠?”“네.”“와! 나한테 인형을 만드는 재능이 있을 줄 알았어. 그동안 아무도 날 믿지 않았지!”이때, 라이브의 시청자들은 열띤 토론을 벌렸다.[저 아가씨 엄청 어색해하던데.][항이 씨, 제발 그 아가씨 내버려둬요. 곧 울 것 같은데.][나도, 정말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아...][그 분 아마도 항이가 입을 다물었으면 좋겠다고
재석은 자세히 살펴보았다. 인형이라고 하지만 사실 윤곽밖에 닮지 않았고, 심지어 그 윤곽도 좀 이상했다.이목구비, 표정, 동작과 같은 디테일도 없었다.재석은 사실대로 말했다.“너무 대충 만든 것 같아서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어.”다시 주위를 바라보니, 노점의 다른 진흙 인형도 모두 이런 스타일이었다. 아무튼 너무 못생겼다.이 노점도 정말 이상했는데, 주인이 없고 삼각대 하나밖에 없었다. 위에는 핸드폰 한 대가 놓여 있었고, 카메라로 두 사람을 찍고 있었다.정은은 잠시 침묵했다.“그렇긴 해요. 하지만 이 각도에서 보면... 사랑의 신 큐피드와 닮은 것 같은데요?”말이 끝나자마자 노점 뒤에서 갑자기 젊은 남자가 나타났다.정말 말 그대로 튀어나왔는데, 마치 스프링을 장착한 것처럼 갑작스럽게 등장했다.“아가씨, 내가 만든 인형을 알아보았다니?!” 젊은 남자는 두 눈에서 빛이 났다.‘하늘이시어, 드디어 내 작품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났군.’정은은 의아해했다.“정말 큐피드였어요?”“맞아요!” 남자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내 작품을 알아본 사람은 아가씨가 처음이에요. 엉엉... 정말 감동이네요!”‘이건 좀...’정은이 말했다.“비록 빚은 인형들의 모양과 이목구비는 형편없지만, 그래도 윤곽을 통해 나름 알아볼 수 있어요. 혹시 피카소가 롤모델인가요?”감격에 겨웠던 남자는 순간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지금 날 비웃은 건가요?”정은은 말을 하지 않았고 재석이 입을 열었다.“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이 인형들은 확실히 특이하게 생겼는데.”‘아니, 어떻게 내 앞에서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할 수가 있지? 그래도 난 2백만 팔로워를 가진 진흙 조각 블로거인데. 동물이나 다른 물건은 참 생동하게 잘 빚었지만, 사람만 빚으면 실패했지.’정은은 남자를 응원했다.“조금만 더 노력하면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이때, 라이브의 시청자들은 이미 배를 끌어안고 웃기 시작했다.[정말 예쁘게 생기셨는데? 너무 일리가 있는 말
재석이 물었다.“점심 먹었어?”“아직이요. 선배님은요?”“잘됐네, 나도 안 먹었는데.”눈을 마주친 순간, 두 사람은 호흡이나 맞춘 듯 미소를 지었다.20분 후, 재석과 정은은 한 고깃집에 들어갔다.기름이 지글지글거리는 고급 삼겹살, 남자는 삼겹살 표면이 약간 탈 때까지 뒤집다가 신선한 상추에 싸서 여자 앞에 건넸다.정은은 고개를 숙인 채 답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런 재석을 보며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선배님, 나 혼자 할게요...”그러나 재석은 손을 놓지 않았고, 오히려 정은에게 입을 벌리라고 했다.정은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남자는 웃음을 금치 못했다.“답장하고 있잖아? 정말 손으로 받을 거야?”정은은 즉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손으로 받으려 했다.“답장 다 했으니까 나 혼자 먹을게요.”재석은 쌈을 접시에 담았다.“먼저 손부터 닦아.”정은은 방금 핸드폰을 들고 있던 자신의 두 손을 보았다. ‘앗, 깜박했어.’후에 정은은 열심히 먹기 시작했고, 재석은 고기 굽는 것을 책임졌다. 고기를 다 구운 후에 직접 그녀의 접시에 놓았다.“선배님, 나한테 주지만 말고 선배님도 얼른 먹어요!”“좋아.”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은의 접시는 줄곧 고기로 가득 찼다.소고기를 입에 넣자, 즙이 절로 나올 정도로 부드러웠다. 정은은 데여서 숨을 들이마셨는데, 혀끝이 따갑고 아팠다.재석은 아이스 코코넛 우유 한 병을 건네주었다.“천천히 마셔.”얼른 두 모금 마시자, 정은은 그제야 좀 나아졌다.재석은 모처럼 덤벙대는 그녀의 모습을 봐서 속으로 기분이 엄청 좋았다.“어때, 좀 괜찮아졌어?”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하지만 혀가 아직도 좀 얼얼하네요.”“입 벌려, 내가 한번 볼게.”남자의 말투가 너무 자연스러워 정은은 저도 모르게 혀를 내밀었다.십여 초가 지나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룸의 온도가 너무 높았는지, 아니면 불판이 너무 뜨거웠는지 볼에 홍조가 나타났다.정은은 얼른 똑바로 앉았다.재석은 시선을 거두었
정은은 농담으로 말했다.“오빠, 고작 2천만 원으로 우리 실험실의 모든 프로젝트에 투자하려고? 에이, 그럼 너무 적은데.”인훈은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어찌 그런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겠어? 하나만 투자할게!”말을 이렇게까지 한 이상, 정은도 그저 받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인훈은 자신이 아무 핑계나 대고 준 2천만 원이 앞으로 그에게 얼마나 많은 이익을 안겨다 줄지 전혀 몰랐다....새 실험실로 이사했으니 이제 이웃대학의 임시 실험실에 갈 필요도 없었다.당초에 마정일은 호의로 실험실을 그들에게 빌려주었는데, 비록 재석의 체면을 봐주기 위해서였지만 정은은 여전히 감격했다.토요일에 그녀는 꽃과 과일을 사서 마정일을 찾아갔는데, 실험실 열쇠를 돌려주는 김에 감사한 마음을 전달했다.마정일의 사무실은 행정동 3층에 있었고, 정은은 몇 번 가본 적이 있어 이미 길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문을 두드렸다. “마 교수님, 계세요?”안에서 곧 대답이 들려왔다. “들어와.”정은은 문을 밀고 들어갔다.마정일의 사무실은 그란 사람처럼 간단하고 넓으며 질서정연했다.책상과 탁자 하나 외에 소파와 책꽂이었다.나무 다탁 위에는 다기 한 세트가 놓여 있었는데, 금방 끓여내서 방 안에 차 향기가 넘쳤다.뜻밖에도 안에 재석이 있었다.‘선배님을 위해 끓인 것 같군.’“정은이구나.”“조 교수님, 마 교수님, 안녕하세요! 두 분 점심 드셨어요?” 정은은 꽃을 잘 놓은 다음 과일을 옆의 탁자에 놓았다.“당연히 먹었지. 너도 참, 뭘 또 이렇게 사서 오는 거야?”“꽃과 과일일 뿐, 귀중한 물건이 아니에요. 실험실을 저희에게 공짜로 빌려주셨으니 저도 당연히 뭘 좀 사드려야 하지 않겠어요?”“하하...” 마정일은 크게 웃었다.“넌 말재간도 참 좋구나. 무슨 말을 해도 다 일리가 있어. 나도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군.”“그럼 그냥 받으세요.” 정은은 그럴듯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재석아, 이 아이 좀 봐. 자신감이 넘쳐서 조금도 겸손하지 않잖아!”재석은
이미숙의 일을 해결하고 정은은 다시 비행기를 타고 J시로 돌아갔다.곧 기말고사가 다가왔기에 대학원은 이미 휴교하고 정식으로 복습기간에 들어섰다.이틀 동안 학교에 없었으니, 비록 수업에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실험 진도가 적지 않게 지체되었다.민지와 서준은 아직 정은이 데이터를 체크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정은은 쉬지 않고 실험실로 달려갔다.그다음 며칠도 정은은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게다가 짐을 풀지 않아 수고까지 덜었다.밀린 데이터를 처리한 후에야 정은은 인훈과 현빈에게 결산해야 할 잔금이 남았단 것을 떠올렸다.이날 저녁, 그녀는 먼저 전화를 걸어 두 사람을 불러냈다.여전히 서비대학교 밖의 그 레스토랑에서.인훈은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이미숙이 입원했다는 것을 듣고 정은에게 상황을 물었다.“다 해결됐어. 오늘 내가 오빠와 심 대표님을 불러낸 것은 주로 잔금에 관해서야... 계약서에 적힌 대로, 공사대금은 3분기로 나누어 지불해야 하잖아. 앞의 2분기는 이미 입금되었고, 오빠 쪽으로 마지막 1분기의 돈을 넣어야 할 텐데. 한번 확인해 봐. 맞다면 지금 바로 잔금 입금해줄게.”“심 대표님, 그동안 줄곧 오빠와 소통했기 때문에 나도 심 대표님의 비용을 어떻게 계산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 오빠가 계산을 끝내면 심 대표님도 한번 계산해 봐요. 오늘 모두 여기에 모인 이상, 한꺼번에 해결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인훈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지만, 정은이 이렇게 엄숙한 것을 보고 그래도 진지하게 한번 체크해 보았다.“아무 문제도 없어.”“응.”다음은 인훈과 현빈이 결산할 차례였다.두 사람은 모두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서 신속하게 끝냈다.모든 일을 마치자, 세 사람은 마침내 젓가락을 들었다.그동안 인훈과 현빈의 도움을 떠올리며 정은은 차를 따른 잔을 들었다.“오빠, 심 대표님, 실험실을 순조롭게 지을 수 있었던 것은 다 두 분 덕분이에요. 쓸데없는 말 대신 그냥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네요.”인훈은 어
“사장님이 하신 그 일들은 이미 인터넷에 올라왔고, 지금 수십 명의 작가들이 연합하여 사장님을 고소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작가들은 이미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고요. 만약 정말 소송을 한다면, 저희는 절대로 이길 리가 없단 말입니다!”유보영은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누가 인터넷에 올렸는데요?! 이미숙만 날 고소했던 거 아니었어요?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까지...”“합의를 거절하실 때, 이 소식이 전해지면 사장님한테 당한 다른 작가들도 다 같이 연합하여 배상을 요구할 줄은 생각지도 못하신 거예요?!”수십 명이 동시에 배상을 요구하다니, 유보영은 아무리 멍청해도 그게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오 변, 지금 가서 이미숙에게 말해요. 합의서에 사인할 테니까, 원하는 만큼 배상할 거라고!”“늦었어요! 오기 전에 전 이미 피해자의 따님에게 연락했는데, 합의를 거절했어요.”“왜, 왜요? 전까지만 해도 합의를 원하지 않았어요?”오지후는 한숨을 쉬었다.“기회는 한 번 뿐이고, 놓치면 더 이상 없어요. 사장님이 원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무조건 협조하는 게 아니잖아요.”유보영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두 다리가 나른해졌다.인터넷에 폭로된 이상, 유보영의 명예는 이미 땅바닥에 떨어졌으며, 마지막에 이 일이 해결되더라도 그녀는 더 이상 이 업종을 종사할 수 없었다.그리고 거액의 배상금은 유보영의 가산을 탕진하기에 충분했다.“오 변호사, 나 좀 살려줘요... 잘못을 깨달았으니까 제발. 방법 좀 생각해 봐요...”오지후는 안타까움을 느꼈다.“죄송합니다. 저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돈을 얼마 원하든 다 괜찮으니까, 제발요. 꼭 소송에서 이겨야 돼요!”오지후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이겨? 그럴 리가. 상대방이 손에 쥔 증거는 사장님을 감옥에 넣기에 충분하다고!’“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장님이 감옥에 들어가는 대신 가능한 한 적은 배상금을 내시도록 쟁취하는 것뿐이에요.”“감, 감옥?! 그
재생 버튼을 누르자,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명한 작가와 계약한 이유가 무엇일 것 같아? 그 작가에게 유명작이 있기 때문이지! 이 책들은 대부분 출판되어서 많은 독자들을 가지고 있어.][돈을 좀 써서 이 작가와 계약을 하고, 겉으로는 상대방을 다시 대단한 작가로 만들겠다고, 꽃길을 걷자고 뻥을 치는 거야. 하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의 기존 작품 판권을 전부 자신의 손에 쥐는 거지.]유보영은 들으면 들을수록 안색이 어두워졌다. 지금 말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그녀의 직원이었다.“양심도 없는 것!” 그녀는 이를 깨물었다. “녹음은 어디서 났어요?”“피해자 따님이 제공했고, 녹음을 한 이 두 직원도 증언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심지어 증거로 삼을 수 있는 증거를 제공했기 때문에... 현재 상황은 사장님에게 매우 불리합니다.”유보영은 이미숙이 기껏해야 고의상해죄로 자신을 고소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이미숙을 밀치지 않았으니, 나중에 기껏해야 고의로 타인의 재물을 파손한 죄로 배상만 하면 끝날 줄 알았다.그러나 뜻밖에도 이미숙이 저작권 침해로 자신을 고소할 줄이야.“정말 양심이 없는 사람이군! 내가 그때 그렇게 많은 돈을 써서 계약을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날 고소해! 오 변,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 거죠?”오 변호사 오지후는 그녀를 직시했다.“지금 진실을 말씀하셔야 해다. 몰래 작가들의 판권을 운영하여 본인에게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판권을 판매하신 적이 있습니까?”유보영은 눈을 깜박였다.“나도 다 계약서에 따라서...”“있다, 없다만 말씀하세요. 솔직히 말해야 저도 도울 수 있습니다.”유보영은 입술을 깨물고 상대방의 압박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있어요.” 마음속으로 이미 답을 알아맞혔음에도 불구하고 오지후는 여전히 충격을 받았다.“어떻게 이런 짓을?!”“내가 그 사람들과 계약을 했고, 그럼 그 작품들도 다 내가 운영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난 자선가가 아니니 당연히 돈을 벌어야 하잖아요!”“에 따라 사장님
J시, 무한 실험실에서.정은은 실험대 앞에 서서 데이터를 세 번이나 수정했다.서준과 민지는 눈을 마주쳤다. ‘뭔가 이상해!’“정은 언니, 어젯밤에 잘 못 잤어요?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은데요?”“나도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어. 오늘 계속 마음이 불안하네.”“오늘 아침부터요?”“그래.”...점심에 정은은 낮잠을 잤는데 상황이 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가슴은 계속 두근거렸고, 마치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저녁 무렵, 가까스로 일을 마친 정은은 데이터를 대조한 후 기지개를 켰다.“후, 드디어 끝났다.”민지가 말했다.“나도 다 끝냈는데. 쮼, 너는?”“나도.”“잘됐네! 오늘 밤 드디어 밤을 새울 필요가 없어. 같이 밥 먹으러 갈까? 내가 쏠게.”정은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너희들 가, 난 쉬고 싶어.”그동안 정말 피곤했기에 정은은 지금 집에 가서 푹 자고 싶었다.민지도 뭐라 하지 않았다.“그래요, 정은 언니, 그럼 일찍 돌아가서 쉬어요.”“좋아.”도중에 정은은 택시에 앉아 하마터면 잠들 뻔했다.갑자기 핸드폰 벨이 울리자 그녀는 바로 잠에서 깨어났다“어, 아빠.”[정은아, 네 엄마 다쳤으니 얼른 집으로 와!]“네? 엄마가 다쳐요? 왜요? 어쩌다가요?!”[오늘 유보영이 집에 찾아왔다...]이미숙은 컴퓨터를 보호하기 위해 책상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쳤는데, 그 순간 피가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다행히 소진헌이 제때에 돌아왔고,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다 주었다.그런데도 세 바늘을 꿰매었는데, 의사는 가벼운 뇌진탕이라면 이틀 동안 입원하여 관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유보영 그 여자는요?”[도망갔어.]정은은 이를 갈았다.그날 저녁, 그녀는 가장 빠른 비행기표를 끊은 후, 마침내 새벽 3시에 L시에 도착했다.이튿날 아침, 정은은 자신이 만든 죽과 3시간 동안 끓인 보신탕을 가지고 병원에 찾아왔다.“정은아?!”소진헌과 이미숙은 모두 놀랐다.“언제 돌아왔어?”“왜 말 안 했어? 내가 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