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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작가: 십일
[뭐야?]

성달수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네가 줬다고? 언제? 나한테 말한 적 있어?]

“저 오늘 마침 학교에 왔거든요. 오후에 지나가다 그 USB를 정은이에 가져다줘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들었고요.”

[그렇구나. 그런데 왜 나한테 말 한마디도 안 한 거야? 오후 내내 찾았잖아...]

현빈은 속으로 생각했다.

‘미리 설명하면 교수님이 이것저것 물어보실 게 분명해.’

“저도 갑자기 시간이 생겨서 가져간 거라 교수님에게 말씀드리는 것을 깜박했네요.”

[그래, 정은이에게 줬으면 됐어.]

“네.”

통화가 끝나자, 현빈은 핸들을 잡고 즐겁게 휘파람을 불었다.

...

서재에서, 재석은 한창 실험 데이터를 통계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저히 집중이 안됐다.

지금 재석의 머릿속은 두 시간 전에 베란다에서 본 장면으로 가득했다.

현빈이 정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골목 어귀에 나타난 것이었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무슨 말을 하고 있었다. 정은은 그 말을 듣고 나서 먼저 눈살을 찌푸렸는데, 어이가 없었는지 눈을 부라리며 도망쳤다.

현빈은 제자리에 서서 그렇게 정은을 바라보았다. 마치 장난이 심한 아이를 보는 것처럼 어쩔 수 없는 동시에 또 애정이 넘쳐났다.

가로등 아래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는 길게 드리워졌다.

심지어 두 손이 겹쳐 마치 다정한 커플과 같았다.

‘그래서... 정은이와 약속한 사람이 심현빈이었구나?’

재석은 문득 정신을 차리더니 고개를 들어 컴퓨터를 바라보았다.

‘내가 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어느 열부터 시작했더라? 어느 줄까지 체크했지?’

그렇게 그는 처음부터 다시 계산할 수밖에 없었다.

새벽 3시, 서재의 불은 줄곧 꺼지지 않았다.

재석은 의기소침하게 노트북을 덮었다. 결국 그는 똑똑히 정리하지 못했다.

‘됐어, 내일 다시 하자.’

간단히 씻은 재석은 침대에 누웠지만, 몸을 뒤척여도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힘들게 잠들었지만 여전히 편하게 자지 못했다. 왜냐하면 복잡하고 황당한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재석은 꿈속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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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게를 지나갈 때, 이미숙은 갑자기 멈춰 서더니 빈대떡이 먹고 싶다고 말했다.정은은 좌우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이것은 아주 낡은 가게였고, 장식도 옛날식이었는데, 주위에는 아무런 포스터도 붙이지 않았다. 가장 안쪽에 가야 팻말에 열거된 떡이름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런데 정말 빈대떡이 있을 줄이야.‘그럼 엄마는 어떻게 지나가다가 이 가게에 빈대떡이 있다는 걸 아셨을까? 게다가 빈대떡은 이 가게의 간판 메뉴이기도 했다.’이미숙이 말했다.“나도 모르겠어. 아무튼 안에 빈대떡 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아주 맛있을 것 같았어.”소진헌이 말을 이어받았다.“네 엄마는 코가 엄청 예민한 거 몰라? 맛있는지 안 맛있는지 냄새만 맡으면 바로 알 수 있다니깐.”“그렇군요...”정은도 별다른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 대단한 코야.’현빈이 말했다.“이런 인연이, 나도 빈대떡 사러 왔는데.”“혼자 먹으려고요?”남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우리 할머니께 사 드리려고.”“할머니도 오셨어요?” 정은은 주위를 둘러보았다.“왜 안 보이는 거죠?”“구경하다가 지치셨는데, 옆의 찻집에서 쉬고 계셔. 이따가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소개해드려야지. 지난번에 서점에 있을 때, 할머니는 위층으로 올라가서 보려고 하셨지만, 몸이 좋지 않아 먼저 집에 돌아갈 수밖에 없었거든.”“좋아요.” 정은도 웃으며 말했다.모두 빈대떡을 사는 이상, 앞에 있던 정은은 아예 2인분을 달라고 했고, 현빈에게 나눠주었다.“얼마야? 돈 줄게.”“아니에요, 이건 내가 할머니께 사 드리는 거예요. 게다가 비싼 것도 아니에요. 지난번에 당신도 물을 사줬는데, 나도 돈을 주겠다고 말한 적이 없잖아요, 안 그래요?”현빈은 웃음을 터뜨렸다.“가요.” 정은은 고개를 돌려 현빈을 바라보았다.‘이 사람은 왜 갑자기 바보같이 웃는 거지?’찻집에 들어서자, 정은은 바로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두 노인을 보았다.정은은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했다.봉수진은 여기서 정은을 만날 줄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95화

    “허, 알아요, 당신들 모두 날 원망하고 있잖아요. 우리 부모님, 그리고 당신! 당신들 모두 그때 나와 이미숙이 같이 나갔는데, 이미숙은 납치되어서 돌아오지 못하고, 혼자 돌아온 내가 원망스러운 거잖아요? 안 그래요? 당신들은 나도 이미숙과 함께 죽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잖아요!”“그 입 닥쳐!” 심정훈은 표정이 차가워지더니 눈빛도 갑자기 매서워졌다.“누가 죽었단 거야?!”“하하... 28년이 넘었는데, 설마 아직도 이미숙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두 분은 당연히 포기하려 하지 않겠죠. 이미숙은 바로 두 분의 보배였으니까.”“나이도 드신 이상, 희망을 품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가시겠어요? 하지만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했네요. 심정훈, 당신조차 이미숙을 잊지 못했다니!”“우리가 결혼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우리의 아들도 가정을 이룰 나이가 다 됐는데, 당신은 아직도 이미숙을 그리워하고 있다니? 하하하, 웃기지도 않나 봐요?! 당신은 그런 자신이 징그럽지도 않냐고요?!”찰싹!심정훈은 손을 들어 따귀를 날렸다.동작이 너무 빨라서 이미윤에게 피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남자는 이마에 핏줄이 불끈 솟았고, 온몸에 찬 기운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미윤을 바라보는 눈빛은 더욱 무정했다.“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말을 할 줄 모르면 그냥 입 다물어.”말이 끝나자 심정훈은 옷도 갈아입지 않고 성큼성큼 떠났다.이미윤은 그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심정훈, 당신은 양심도 없는 거예요?”“왜? 왜 아직도 실종된 지 20여 년이나 넘은 이미숙을 그리워하는 거냐고요? 부모님도 그렇고, 심정훈 당신도 그렇고. 설마 이미숙은 두 분의 친자식이고, 난 그냥 입양된 자식이라서?!”...다른 한편, 현빈은 두 노인을 따라 정원을 지나 작은 문으로 나갔다.그런데 놀랍게도 거리로 나왔다.현빈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전에 여러 번 왔는데, 여기에 문이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이춘재는 웃으며 말했다.“예전에 네 작은 이모는 여기서 몰래 빠져나가는 것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94화

    이미윤은 끊긴 전화를 보며 화가 나서 앞의 쟁반을 엎어버렸다.쟁반 위에 갓 만든 보양식도 따라서 땅에 떨어지더니 깨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사모님...” 가정부들은 어찌 할 바를 몰랐다.“꺼져! 모두 꺼지라고.”이미윤은 문을 가리켰고, 관리를 잘 받은 얼굴은 보기 드물게 험상궂은 기색을 드러냈다.가정부들은 줄지어 나갔다.이미윤은 뒤로 물러서서 소파에 주저앉았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그동안 그녀는 줄곧 두 노인과의 관계를 수습하려고 애를 썼다.이춘재는 나름대로 괜찮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처음에는 냉담하게 원망을 했지만, 지금은 평온하게 그녀를 마주할 수 있었다. 비록 더 이상 예전처럼 이미윤을 아끼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지낼 수 있었다.그러나 봉수진은 달랐다.말로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줄곧 이미윤을 탓하며 여태껏 그녀를 용서한 적이 없었다.“회장님, 돌아오셨습니까...”문밖에서 집사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심정훈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엉망진창이 된 거실을 보았다. 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소파에서 노기가 채 가시지 않은 이미윤을 담담하게 훑어보았다.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이미윤은 그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보며 참지 못하고 일어섰다.“내가 왜 화를 내고 있는 건지 궁금하지도 않는 거예요?”심정훈은 몸을 돌려 소매 단추를 풀면서 무뚝뚝하게 대답했다.“당신이 원한대로 해.”어차피 보신탕을 엎어버려도 새로 만들 수 있었고, 땅이 더러워져도 깨끗이 닦을 수 있었다.‘또 이런 말을 하는군! 어쩜 이렇게 매정한 거야!’“심정훈, 난 당신의 아내라고요! 나에게 신경 좀 써주면 안 돼요?!”남자는 눈썹을 치켜세웠다.“당신 오늘 뭐 잘못 먹었어?”이미윤은 말을 하지 않았다.“그동안 줄곧 이렇게 지내왔는데, 왜 갑자기 이런 정신 나간 말을 하는 거야? 참, 나 오늘 저녁에 일이 있으니 돌아오지 않을 거야.” 말을 마치고 심정훈은 위층으로 올라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93화

    더군다나 이미숙이 실종되었을 때, 이미 스물두 살이었다. 당시 어려서 돌아올 방법이 없었다 하더라도, 20여 년이 지난 지금, 만약 정말 살아있다면 무슨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자신의 부모님에게 연락할 것이다.그런데 전화 한 통도, 문자 한 통도 없었다.이춘재와 봉수진은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남은 인생을 편하게 향수해야 나이에 두 사람은 이국 타향에서 분주히 뛰어다녔다.현빈은 마음이 약해졌고, 다시 입을 열었다. “정원에 한 번 가보세요.”“그래! 미숙이는 정원에 있는 그네랑 자등나무를 제일 좋아했지...”현빈이 봉수진을 부축하여 안으로 들어갈 때,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발신 번호를 확인한 후, 내색하지 않고 봉수진이 보지 못하게 손바닥으로 번호를 가렸다.“할머니, 저 전화 좀 받으러 나갈게요.”“그래.”본관을 나서자, 현빈은 그제야 수신 버튼을 눌렀다.“어머니, 무슨 일이시죠?”[왜 이제야 전화를 받는 거야?]맞은편의 이미윤은 기분이 좀 좋지 않았는데, 기다리다 짜증이 났던 것이다.[너 지금 어디에 있는 거니?]현빈은 그녀의 심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방금 일 때문에 좀 바빴어요. 지금 밖에 있고요.”[뭐가 바쁜데? 너 지금 누구랑 같이 있어?]현빈은 눈살을 찌푸렸다.“어머니, 전 범인이 아니니까 저를 그렇게 심문하실 필요 없어요.”[범인?! 허--]이미윤의 목소리가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지금 누굴 말하는 거야? 범인은 나 아니니? 그래서 너희들 다 날 속이고 있는 거잖아? 지금 날 뭘로 보고?!]“어머니,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그럼 넌 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귀국하셨는데, 왜 나에게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니?]현빈은 말문이 막혔다.[그럴 줄 알았어! 너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잖아!]“어머니...” 현빈은 씁쓸하게 웃었다.[너 지금 네 외할아버지 그들과 함께 있는 거지? 맞지? 나 방금 이미 본가에 갔었는데, 집사가 그러더라, 네가 두 분을 데리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92화

    이미숙은 길치였다.이렇게 큰 정원은 말할 것도 없고, 가본 적이 없는 작은 골목에 들어서도 늘 길을 잃곤 했다.“엄마, 어떻게 길을 찾으신 거예요?”이미숙은 단번에 말문이 막혔다.“나도 모르겠어. 그냥 이렇게 가면 된다는 직감을 받아서? 그런데 바로 나올 줄은 몰랐어...”소진헌도 감탄을 했다.“역시 아내를 믿어야 되는 거야!”부녀는 모두 이미숙이 운 좋게 맞혔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이미숙은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정교한 정원, 은폐된 작은 문, 이 모든 것은 전부 그녀의 기억 속 깊은 곳에 숨겨 있었던 장면이었다....같은 시간, 같은 정원에서.현빈은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를 모시고 예전에 살던 정원에 왔다.십여 년 동안 돌아오지 않았는데, 두 노인은 본관의 인테리어가 여전히 예전과 똑같다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그리움을 드러냈다.당시 이 정원을 상납할 때, 그들은 요구가 딱 하나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본관의 물건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 미숙이가 돌아와서 이 낯선 집을 보게 된다면 얼마나 괴로워할까?’봉수진은 눈을 크게 뜨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그들 가족이 십여 년 동안 살았던 이 곳을 똑똑히 보려고 했고, 머릿속에는 이미숙이 어렸을 때 정원에서 놀던 장면이 가득했다.“미숙아, 물고 좀 봐. 대나무 잎을 따서 누구에게 주려고?”“아빠한테 줄 거예요, 헤헤!”딸의 웃음소리는 여전히 귓가에서 맴돌았고, 그때의 기억도 마치 어제 금방 일어난 일인 것만 같았다.“당신,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 난 자꾸만 미숙이가 우리 곁에 있는 것 같아요...”봉수진은 복도 기둥을 만지며 말했다.“봐요, 미숙이가 그린 그림이 아직 남아 있잖아요.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가능하다면 봉수진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다.그녀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면, 봉수진은 딸을 지키며 딸에게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미숙이 우리의 곁을 떠나지 못하도록 잘 보호할 거야! 미숙아, 넌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그동안 잘 지내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91화

    정은은 다시 한번 자세히 훑어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이미숙은 걸어가서 자신의 딸과 함께 전시판 앞에 섰다.“전쟁이 끝난 후, 이원은 이씨 가문의 후손들에게 돌려주었다고 적혔는데, 돌려준 이상 이 정원은 개인 정원인 거잖아?”‘개인의 것이니 왜 모든 관광객들이 참관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티켓을 살 필요도 없고. 마치 자선하는 것처럼 말이야. 정말 이상해!’그러나 이미숙도 깊이 연구하지 않고, 일가족은 계속 동쪽으로 걸어갔다.이 정원은 정말 컸는데, 10여 분을 걸어서야 다음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건물 옆에는 작은 대나무 숲이 있었는데, 대나무 숲 밖에는 청석판이 깔려 있었고, 대나무 숲 깊은 곳까지 뻗어 있었다.구불구불한 길은 신비한 느낌을 더해주었다.바람이 불자, 대나무 잎도 따라서 소리를 냈다. 바람도 대나무의 맑은 향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일가족은 안내판을 따라 앞으로 걸었고, 소진헌은 사진을 찍으면서 감탄했다.“정말 너무 예쁘네!”세 식구가 작은 정원을 지나, 좁은 문을 나가자, 눈앞이 탁 트였다. 평지의 끝에는 기품 있는 집이 하나 있었다.웅장하면서도 화려했다.한가운데에 현판이 걸려 있었는데, 위에는 ‘본관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안에는 출입을 허용하지 않아 그들은 바깥에서 참관할 수밖에 없었다.이미숙은 천천히 다가가더니, 노란색 선 밖에 멈춰 섰다. 이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수많은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도저히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그녀는 망연히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그 익숙한 느낌이 갈수록 강렬해졌다.나... 여기에 온 적이 있는 것 같은데?’정은은 여전히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이미숙은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고, 심지어 곤혹을 드러내고 있었다.“엄마?” 그녀가 소리쳤다. “왜 그래요?”소진헌도 고개를 돌렸다.“햇볕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야? 좀 쉴까?”이미숙은 웃으며 고개를 살며시 흔들었다.“괜찮아요, 그냥... 여기가 너무 예뻐서 그래요. 만약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90화

    “뭐가요?” 선우는 영문을 몰랐다.“그때 정은과 헤어진 거 말이야, 내가 잘못한 거야?”“형...”도겸을 바라보는 선우의 눈빛은 많이 복잡했다.“그걸 이제야 깨달은 거예요?”도겸은 말을 하지 않았다.“정은 누나가 얼마나 좋은 여자인데! 나 같으면 어디 다칠까 봐 평생 아껴줄 거예요...”말실수 했다는 것을 깨달은 선우는 즉시 말을 바꾸었다.“물론 난 누나에게 그런 마음이 있는 게 아니에요. 그냥 그렇다는 거지. 내가 만약 형이었다면, 정은 누나를 꽉 붙잡았을 거예요.”좋은 여자는 흔한 존재가 아니었기에, 손을 놓은 순간, 틀림없이 많은 사람들의 주의를 이끌 것이다.“그때 내 생일날 말이에요, 정은 누나는 기분 좋게 와서 내 생일을 축하해 주었는데, 형이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헤어지자고 말했잖아요. 나 그때 정말 깜짝 놀랐어요! 동건이 형도 그래요! 그날 후에 조용히 나에게 말했는데, 형이 조만간 후회를 할 거라고.”다만 그런 일이 이렇게 빨리 일어날 줄은 정말 몰랐다.두 사람도 꽤 오랫동안 사귀었으니, 6년이 지난 지금, 누가 뭐라 해도 그들은 다시 화해할 줄 알았다. 그러나 이번에 정은이 정말 떠났을 줄이야.“도겸이 형, 지금 심정을 잘 알겠는데, 지금 정은 누나는...”“난 이미 잘못을 깨달았고, 또 잘못을 인정했어.”도겸은 눈을 드리우며 손에 든 담배를 꽉 쥐었다.“그러나 정은은 여전히 날 용서하려 하지 않잖아... 선우야, 내가 어떻게 해야 이 일을 만회할 수 있을까?”이 질문에 선우도 골치가 아팠다.‘정은 누나는 절대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야.’하지만 그는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슬퍼해하는 도겸을 보며 선우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형, 사실 좋은 여자는 엄청 많아요. 이제 앞을 보는 게 더 낫지 않겠어요? 또 다른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도겸은 가볍게 웃었다. 담배는 이미 구겨졌고, 부스러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그래, 좋은 여자는 많지만 정은은 하나밖에 없잖아.”선우는 어안이 벙벙했다.‘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489화

    밖에 나오자, 세 사람은 모두 술을 마셨기에 각자의 전화로 대리운전을 불렀다.기다리는 사이에 선우는 갑자기 담배를 피우고 싶었다. 그는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려 했지만 라이터를 찾지 못했다.동건에게 달라고 할 때, 그는 자신의 차를 가리켰다.“뒷좌석에 있으니까 혼자 가지러 가.”선우는 차 문을 열고 라이터를 찾았다.“아, 여깄었네...”그는 담배에 불을 붙인 다음 라이터를 동건에게 돌려주었다.방금 뒷좌석에서 본 숄을 떠올리며 선우는 입가를 실룩거렸다.“형 이제 차에서 그런 짓 하는 것을 좋아하는 거야?”동건은 영문을 몰랐다.“그런 짓? 무슨 말을 하는 거야?”“모르는 척할 거예요? 뒤에 숄이 있잖아요? 그건 여자만 입는 거 아니에요? 그것도 노란색. 솔직히 말해요, 어느 여자가 남긴 거예요?”동건은 어이가 없었다.“헛소리 하지 마.”“어머, 인정 안 하는 거 좀 봐요, 이건 형 답지가 않은데.”“인정하긴 개뿔! 그거 정은 씨 어머니의 숄이야. 내일 돌려주려고 했다고. 그런데 무슨 더러운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너 야동 좀 그만 봐!”선우는 깜짝 놀랐다.“정은 누나 어머니요? 그 분의 물건이 왜 형의 차에 있는 거죠?”한쪽에 있던 도겸은 저도 모르게 귀를 쫑긋 세웠다.동건은 방금 입을 열려고 했는데, 선우와 도겸이 모두 궁금해하고 있는 것을 보고 헤헤 웃으며 갑자기 말하고 싶지 않아졌다.“글쎄, 그건 당연히 이유가 있겠지...”선우는 계속 추궁했다.“무슨 이유인데요?”“아니, 왜 질문이 이렇게 많아? 너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당연히 상관이 있죠! 난 이미 오랫동안 정은 누나의 소식을 듣지 못했거든요. 지난번에 다리가 부러져 이주 넘게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정은 누나가 병문안 하러 왔었거든요. 날 그렇게 걱정하고 있으니 나도 당연히 누나를 관심해야 하지 않겠어요?”“뭐? 정은 씨가 병문안을 갔었다고?” 동건은 갑자기 큰 소리로 말하며 곁눈질로 줄곧 도겸을 주시하고 있었다.그는 몸을 살짝 기울이더니, 눈썹을 치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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