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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Author: 십일
정은과 소진헌은 카페 밖에 앉아 있었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지만, 이미숙이 심각한 표정을 하다가 마지막에 미안한 표정을 지은 것을 보니 분위기가 그렇게 유쾌하지 않은 것 같았다.

나석천은 이미 일어나서 떠날 준비를 했지만, 이때 이미숙이 고개를 들어 무슨 말을 했다. 그는 마치 불과 닿은 촛불처럼 열정이 다시 넘쳐흘렀다.

그리고 다시 앉아서 계속 이미숙과 상의했다.

이번에 이미숙이 말이 많아졌고, 무뚝뚝했던 얼굴도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얘기를 끝낼 때, 나석천은 일어나 다시 손을 내밀었다.

“이 작가님, 저희와 즐거운 협력을 하셨으면 좋겠네요.”

이번에 이미숙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일어나 악수했다.

“고마워요. 사실 처음부터 수정한 원고를 내놓으셨다면, 저희의 대화가 많이 순조로웠을 텐데.”

그러나 나석천은 고개를 흔들었다.

“글은 아주 신성한 존재입이다. 그것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정서를 표현할 수 있으며, 아름다움을 찬양할 수 있지만, 유독 남을 이용하는 도구가 될 수 없습니다.”

이미숙은 감탄했다.

“당신은 정말 좋은 편집장입니다. 이번에...”

‘또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정은은 이미숙에게 나석천의 첫인상에 대해 물었다.

“착실하고, 성실하고, 성의가 있어.”

“그래서, 지금 얘기를 끝내신 거예요?”

“응. 난 이미 희망을 품지 않았지만, 그 성의를 차마 거절할 수 없었어. 자세히 생각해 보면, 상황은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을 거야. 그럼 서로에게 기회를 줘야지.”

집에 돌아온 정은은 계약서를 뒤지다가 갑자기 감탄을 했다.

이미숙은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소진헌은 즉시 다가왔다.

“또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

정은은 고개를 저었다. 이 계약서에는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무척 평등했다. 심지어 이미숙에게 더 이롭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계약서가 책 대신 작가를 체결했던 것이다.

나석천이 작품만 보고 작가를 보지 않던 관례를 깨고, 이미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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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아... 네가 아직도 화가 나 있다는 거 알아... 그런데 어떻게 자신을 이모님과 비교할 수가 있니? 정은아... 넌 이모님보다 훨씬 좋아... 그러니 그런 말 하지 마...”‘아니... 내가 뭐? 왜 비교할 수 없는 거야?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정은아...”“정은, 정은, 그 놈의 정은! 정은은 무슨!”말하면서 왕순자는 손바닥으로 도겸의 머리를 쳤다.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반응하자, 그녀는 깜짝 놀랐지만 잠시 후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이렇게 때리니, 마치 무슨 스위치라도 눌렀는지 도겸은 즉시 손을 놓았다.왕순자는 바로 도망을 갔다.자신의 작은 방으로 돌아가자, 왕순자는 또 분노와 걱정에 침대에서 뒤척이기 시작했다. ‘오늘 밤은 본가로 돌아갈 수가 없을 것 같군. 아이고, 정은 아가씨는 정말 돌아오고 싶지 않으신 건가? 그럼 앞으로 누가 저 미친 도련님을 단속하지? 미치겠네.’가까스로 잠이 들었는데, 한밤중에 왕순자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그녀는 억지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간 다음, 또 가볍게 안방 방문을 열었다.‘쯧, 어쩔 수 없지 뭐, 내가 가정부잖아...’그러나 다음 순간, 악취가 확 풍겨오더니 왕순자는 하마터면 토를 할 뻔했다.그리고 방 안을 살펴보자, 바닥에 구토물이 가득 있었다.그러나 장본인은 아주 편하게 자고 있었다.‘정말이지, 하나님, 차라리 저를 죽이세요!’...이튿날, 도겸은 아침 일찍 일어났다.그는 깔끔하게 수염을 깎고 양복을 입고 내려왔는데, 어젯밤의 주정뱅이와 전혀 딴판이었다.왕순자는 이미 죽을 다 끓였다.그녀가 부지런한 것이 아니라, 도겸이 매번 술에 취할 때마다 아침에 일어나면 죽을 좀 끓여달라고 시켰기 때문이다.이번에 왕순자는 미리 준비를 했다.죽을 안방으로 가져가려던 참에 도겸이 위층에서 내려왔다.“도련님, 외출하시려고요? 죽 좀 끓였는데, 마시고 가세요.”도겸은 그 죽을 보더니 잠시 넋을 잃었다. 곧이어 그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평온하게 말했다.“배 안 고파요. 그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39화

    눈앞의 익숙한 모든 것이 아이러니로 가득했다.‘왜? 내가 왜 그때 그런 말을 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마치 내가 뭔가에 홀린 것 같아! 내 마음대로 지껄이며 정은이 당시의 고통과 절망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어.’이 1년 동안 정은은 이미 학교에 들어가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지만, 도겸은 여전히 이 룸에 갇혔다.나갈 수도 없고, 나갈 생각도 없었다.도겸은 술잔을 세게 쥐더니,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헤어지자고 했을 때는 그렇게 단호했지만, 지금은 후회해 죽을 지경이었다.선우는 이 상황을 보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말릴 수도 없는 이상, 아이고, 모르겠다...’“자, 형, 같이 마셔요.”얼마 지나지 않아, 도겸은 잔뜩 취했다.선우는 차로 그를 별장에 데려다주었다.도중에 도겸은 두 눈을 꼭 감고 계속 소리쳤다.“정, 정은아... 날 버리지 마라...”선우는 마음이 아팠다.‘나도 두 사람이 사귀는 것을 줄곧 지켜본 셈이지. 그렇게 행복한 두 사람이 어째서 오늘 이 지경으로 되었을까?’선우는 도겸을 침실에 눕힌 다음, 이대로 떠나는 게 마음이 좀 걸렸다.생각하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네, 이모님, 본가로 가신 거예요? 지금 도겸이 형 별장에 한 번 오시면 안 돼요?”왕순자는 말문이 막혔다.‘지금 금방 잠들었는데!’30분 후, 왕순자는 졸린 몸을 이끌고 나타났다.선우는 담배를 두 대나 피웠는데, 왕순자를 보자마자 눈빛이 번쩍였다.“아이고 이모님, 드디어 오셨네요!”왕순자는 침대를 힐끗 쳐다보며 어이가 없었다.“왜 또 취하신 거예요?”‘나 좀 조용히 살 게 할 수는 없는 거야?’선우는 어색해서 가볍게 기침했다.“그 뭐지... 오늘 형 기분이 좋지 않아서 좀 많이 마셨으니, 이모님이 잘 좀 돌봐 주세요.”말을 마치자, 선우는 줄행랑을 쳤다.“잠깐만요.”“네?”“방에 쓰레기통이 있잖아요.”선우는 영문을 몰랐다.“알아요, 왜요?”“그럼 다음에 담배꽁초 좀 함부로 버리지 마세요! 제가 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38화

    예상대로 남자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경혜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패딩으로 몸을 꽁꽁 싸매며 이렇게 도겸과 함께 교외의 벤치에 앉아 찬바람을 맞으며 날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지켜보았다.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지며 먼 상가의 네온사인 간판도 하나둘씩 반짝이기 시작하자, 움직이지 않던 남자가 천천히 일어났다.경혜는 멍하니 있다가 입을 열었다.“이봐요...”도겸은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차에 올라 이곳을 떠났다.그 순간, 경혜는 뜻밖에도 정은을 약간 부러워했다.‘어떻게 이렇게 도도한 남자로 하여금 기꺼이 자신을 기다리게 할 수가 있지? 또 어떻게 고급차와 명품에 흔들리지 않는 것일까?’방금 경혜는 도겸이 정은을 데려다 준 그 장면을 똑똑히 보았다.거리가 너무 멀어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들리지 않았지만, 남자의 실의에 빠진 표정은 아주 잘 보였다. 정은이 그를 거절했던 것이다.심지어 완곡하게 거절한 것도 아니었다.경혜는 두 손을 패딩 주머니에 넣었고, 손바닥은 서서히 따뜻해지기 시작했다.이렇게 추운 날에, 또 찬바람 속에서 도겸과 오랫동안 함께 앉아 있었기 때문에 부츠를 신어도 발은 여전히 얼었다.그러나 경혜는 그럴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방금 남자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한 번 훑어보았는데, 적어도 그는 경혜를 알아보았다.경계는 웃으며 남자가 떠나는 방향을 보면서, 부러움은 서서히 욕심과 자신감으로 변했다.도겸을 처음 만났을 때, 경혜는 단지 이 남자가 좀 궁금했을 뿐이었다.그러다가 뜻밖의 만남이 잇따르면서, 경혜는 상대방이 바로 자신이 평생 노력해도 닿지 못하는 상위 1%의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그리고 이런 기회는 놓치면 앞으로 다신 없을 것이다.‘그럼 뭘 더 망설여? 하지만... 그 남자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까다로운 것 같은데?’여기까지 생각하니 경혜는 참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나 그녀는 또다시 의욕이 넘쳤다.‘난이도가 좀 있어야, 더 많은 수익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37화

    두 사람은 전망대에 서서 함께 일몰을 보았다.불타는 태양이 조금씩 가라앉으며, 동그란 모양에서 반쪽이 되었고, 마지막에는 완전히 사라지며 쉽게 흩어지지 않은 노을만 남겼다.정은이 말했다.“이제 돌아가자.“그래. 데려다줄게.”바람이 살랑살랑 불었고,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자, 모두 평온했다.차 안에서.정은은 전화 한 통을 받은 후 도겸에게 말했다.“학교로 데려다줘. 교수님이 나 찾으셔.”“응.”날이 완전히 어두워질 때, 차는 서비대학교 교문 앞에 세워졌다.도겸은 먼저 내려온 다음, 직접 정은을 위해 차 문을 열었다.정은은 몸을 굽혀 내려온 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난 이미 네가 시킨 대로 했으니, 이번에는 더 이상 약속을 번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도겸은 시종 평온한 여자애의 얼굴을 보면서 참지 못하고 그녀의 손을 잡고 싶었다.그러나 예상대로 정은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도겸의 손을 피했다.“정은아, 내가 정말 잘못했어. 그리고 진심으로 너와 다시 시작하고 싶어. 나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줘, 응?”정은은 애원이 가득한 도겸의 표정을 보며 담담하게 웃었다.“네가 이 요구를 제기했을 때, 난 정말 동의하고 싶지 않았어. 그러나 잘 생각해 보니, 그래도 제대로 된 설명이 필요한 것 같아서 이렇게 동의한 거야.너도 내 의도를 알 수 있겠지? 난 단순히 너와 화해하고 다시 사귀기 위해 오늘 하루 만나자는 네 제안에 동의한 게 아니야.”정은이 계속 입을 열려 할 때, 도겸은 저도 모르게 피하고 싶었다.그러나 그는 듣지 않을 수 없었다.“깨진 거울은 다시 원상 복귀할 수 없어. 어떤 일들은 일단 흠이 생기면 영원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단 말이야. 네가 더 이상 시간과 정력을 나에게 낭비하지 않기를 바라. 그럴 가치가 없으니까.”“넌 비즈니스맨이니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야. 보답이 없는 장사는 점점 더 깊이 빠져들기보다 제때에 손을 거두는 게 더 낫다는 것을. 조금 아플 수도 있겠지만, 썩은 살을 도려내야 그 상처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36화

    이건 도겸 같지가 않았다.“하지만 6시간 후면 오늘은 끝난 셈인데.”“응. 매 순간 너와 함께 지내고 싶지만, 겨울에 넌 꼭 낮잠을 좀 자야 했잖아. 그렇지 않으면 오후에 졸릴 거야.”정은은 잠시 침묵했다.“그럼 나 혼자 방 하나 쓸 거야.”남자는 웃으며 눈빛이 씁쓸해졌다.“원래 그럴 계획이었어. 난 그렇게 파렴치한 사람이 아니야.”정은은 동의하지 않았다.그의 눈빛은 더욱 씁쓸해졌다.“그때 별장에서는 네가 책을 옮기고 바로 떠나길래 너무 화가 나서 그랬어. 나도 왜 그런 일을 했는지 모르겠어... 후에 나도 내가 왜 이성을 잃고 그런 짓을 했는지 생각해 봤어...”“하나는 네가 며칠이나 사라져서 네가 너무 보고 싶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너에게 겁을 주면 네가 다시 내게 돌아올 줄 알았어...”도겸을 바라보는 정은의 눈빛은 그야말로 복잡했다.이해하지 못했지만 은근히 그를 동정하고 있었다.그렇다, 동정.사랑조차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은 앞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성장할 수 있었다.그리고 정은은 단지 그의 시작점에 불과했다.‘그래도 다행이야, 시작점일 뿐이라서.’정은은 가정부와 함께 2층으로 올라갔다.“아가씨, 바로 이 방입니다. 들어오세요.”익숙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정은이 그때 주워 온 꽃병조차 창턱에 놓여 있었다.이 방이 바로 정은이 여름방학 때 묵었던 방이었다.“그럼 얼른 쉬세요. 무슨 일 있으시면 언제든지 절 부르시면 됩니다.”“네, 감사합니다.”가정부는 나가면서 가볍게 문을 닫았다.정은은 40분 동안 잠을 잤다.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도겸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눈앞에 마시지 않은 차 한 잔이 놓여 있었고, 눈빛은 마치 무슨 생각을 하고 듯 초점을 잃었다.회전 계단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서야 그는 갑자기 정신을 차렸고, 다음 순간 약간 긴장해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정은아, 일어났어? 방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당장 사람...”“아니야.” 정은은 그의 말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35화

    정은은 너무 담담해서 마치 이 모든 것이 그녀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 같았다.도겸은 마음이 답답했다. 뭔가를 꽉 쥐고 싶을수록 그것이 점점 더 빨리 사라지는 것 같았다.전에 도겸은 사람들 시켜 정은이 힘들게 심은 꽃을 뽑으라고 했는데, 지금 그는 정은에게 향기롭고 여러 종류의 아름다운 꽃을 가득 심은 정원을 돌려주었다.하지만 정은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괜찮아, 네가 싫다면 우리 다른 곳에 가자.”“아니야, 난 이곳이 좋아.” 정은은 도겸을 똑바로 쳐다보며 당당하게 말했다.“이 꽃들은 정말 예뻐. 이것은 단지 아름다움을 향한 내 감상일 뿐이야. 하지만 만약 이것이 네가 나를 만회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이 꽃들이 네가 목적을 달성하는 도구가 된다면, 그건 이 아름다운 사물들을 저버리는 거야. 난 그런 느낌을 좋아하지 않아.”도겸은 중얼거렸다.“난 단지 전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싶었을 뿐이야.”“너도 예전의 일이라고 했잖아. 지나간 이상 더 고민할 필요가 없어. 넌 많은 신경을 쓰면서 이렇게 예쁜 꽃을 심었으니, 난 네가 내 취향으로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이 꽃들을 좋아하고 감상했으면 좋겠어.”“마치 네 인생처럼 말이야. 일을 통해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자유와 편안함을 느껴야지, 돌이켜서는 안 될 감정을 만회하기 위해 엉망으로 만들면 안 되잖아. 도겸아,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이고, 각자 인생의 목표가 있어.”“따라서 서로 다른 전진 방향을 가지고 있지. 예전에는 우리가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갔지만, 지금은 이미 갈라졌어. 다시 만나도 서로의 안부에 대해 물어볼 순 있지만, 미래에 계속 함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면 안 돼.”“어쩌면, 어쩌면 말이야, 우리는 모두 더 좋은 사람을 만났 수 있을지도 몰라. 과거를 내려놓고 떳떳하게 모든 것이 가능한 미래를 기대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 아니겠어?”1년만에 도겸은 마침내 자신이 그리워하던 ‘도겸아’란 호칭을 들을 수 있었다.그러나 지금, 도겸은 조금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34화

    도겸이 갑자기 정원에 나타났던 것이다.정은이 기뻐서 달려들기도 전에, 도겸은 직접 명령을 내렸고, 한 무리의 경호원들이 즉시 정원으로 뛰어들었다.그녀가 그동안 정성껏 가꾼 꽃까지 뿌리째 뽑았다.“그러게 누가 심으래! 나한테 꽃을 살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대체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에 답장도 하지 않고! 다 이 화초 때문인 거지? 다 뽑아버려!”30분도 안 되는 시간에 푸릇푸릇하던 꽃밭은 너덜너덜해졌다.정은이 이주 동안 기울인 심혈은 이렇게 수포로 돌아갔다.정은은 그 경호원들이 들이닥쳤을 때부터 철저히 멍해졌다.도겸이 명령을 내리는 순간, 경호원들은 폭력적으로 푸른 기운이 감도는 정원을 파괴했는데, 정은은 그저 옆에서 멍하니 지켜보았다그러나 이 모든 것은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위로 한 짓이었다.두 사람은 사상 최대의 말다툼을 벌였다.도겸이 말했다.“넌 꽃을 심고, 휴가를 보내고, 여유롭게 즐길 시간은 있고, 내 전화를 받을 시간이 없는 거야?”“난 너한테 무슨 일 생긴 줄 알고 모든 경비를 동원하여 J시 전체를 뒤질 뻔했는데, 이게 뭐야?”“여기에 숨어서 꽃을 심고 있었다니?! 소정은, 난 네 학업보다 중요하지 않고, 우리의 감정은 네 미래보다 중요하지 않은 거지?”“그래, 나도 네 꿈을 존중했어. 그래서 매번 데이트할 때도 내가 먼저 도착해서 네가 오기를 기다렸어.”“빠를 때는 십여 분, 길 때는 몇 시간, 난 한 번도 널 버리고 간 적이 없잖아!”“그런데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난 내가 네 학업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건 인정해. 그러나 지금 이 꽃 때문에 내 문자를 씹다니?!”“소정은, 넌 날 전혀 사랑하지 않아!”...“소정은, 나를 먼저 생각할 순 없는 거야?”...“내가 외국에서 일주일 더 머물겠다고 말했을 때, 난 네가 화를 내지 않더라도 적어도 실망은 할 줄 알았어. 그러나 네가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고!”...“정은아, 나한테 좀 더 신경 써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533화

    그때 두 사람은 함께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정은은 자신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일에 익숙하지 않았다.도겸은 원래 화가 치밀어 올랐다.재벌 집 도련님인 그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남을 기다리게 한 적은 있어도 남을 기다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소녀가 미안한 표정으로 계속 사과하는 것을 보았을 때, 그 화는 뜻밖에도 이렇게 가라앉았다.촤악-철저히 가라앉았다.“그때 넌 너무 바빴지. 그 후에 데이트를 할 때도 거의 내가 먼저 도착한 후에 음식을 주문해서 네가 오기를 기다렸잖아. 가장 오래 기다렸을 때가... 오미선 교수님이 널 데리고 세미나에 참가한 그때인 것 같은데.”“주최 측이 임시로 진행을 고쳤기에 세미나가 두 시간 지연되어 끝났어. 네가 도착했을 때, 레스토랑은 이미 문을 닫았고.”정은은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을 지었지만, 눈빛은 저도 모르게 부드러워졌다.두 사람은 그때 처음으로 말다툼을 벌였다.그리고 도겸이 먼저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또 한 번은 네가 오미선 교수님과 표본을 채집해야 한다며 바로 출장을 갔잖아, 나한테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난 바보처럼 학교로 달려가서 널 기다렸는데, 오전 내내 기다렸지만 널 보지 못했어...”도겸은 계속 말을 했지만 정은은 시종 침묵을 지켰다.“정은아, 그때의 일들 아직 기억하니?”“지나간 일은 벌써 잊은지 오래야.”도겸은 정은의 싸늘한 태도에 상처를 받지 않고 오히려 웃기 시작했다.“괜찮아, 다 기억할 거야.”몸소 겪은 일을 어찌 그리 쉽게 잊을 수 있겠는가?잊은 척하며 인정하려 하지 않을 뿐이었다.30분 후, 차는 교외의 한 영국식 정원에서 멈췄다.도겸은 손을 뻗었다.“내리자, 정은아.”정은은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차에서 내렸다.남자도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눈앞의 정원을 바라보았다.“여기 기억나?”정은은 기억하고 싶지 않았지만 기억력이 너무 좋았다.이 정원은 사실 와인 창고였다.한 모임의 카드 게임에 동건이 도겸에게 졌던 것이다.도겸은 친구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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