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듣고, 윤도훈은 비웃음을 터트렸다. “관계를 끊다뇨? 이천강 씨와 남미숙 어르신, 오래전부터 이미 우리와 관계를 끊은 거 아니었나요?”“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넌 닥치고 있어!”이은정이 격분하여 소리쳤다.찰싹-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진희가 이은정의 얼굴을 때렸다.“이진희, 잘 들어! 앞으로 내 남편을 욕하는 게 내 귀에 들리면 욕할 때마다 널 때릴 거야!”이진희의 멋짐이 드러난 순간이었다.“너……, 너…….”이은정은 자기 얼굴을 감싸며 분노와 원한이 담긴 눈빛으로 이진희를 노려보았다.하지만 이들 가족은 여전히 상대방에게 잘 보여야 하기에 감히 손을 쓸 수 없었다.“진희야, 우리 다 한 가족인데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해? 네 할머니도 우리보고 직접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 서로 한발짝 물러서는 건 어떠니? 내가 그린 제약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고 너에게 맡길게. 얼마나 너에게 좋은 일이야?”이천강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부드럽게 말했다.하지만 이를 들은 이진희는 비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이제 서로 양보하자는 건가요? 삼촌, 이만 가세요! 미숙 할머니가 우리를 이씨 가문에서 쫓아냈고 가문 내 기업의 지분도 전부 박탈했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다시 회사 경영을 맡으라고요? 그렇다면 미숙 어르신이 직접 와서 말씀하셔야죠. 전 삼촌 가족들 말은 믿지 않아요!”그 말의 뜻은 당신들 가족 셋에게 아무런 발언권이 없다는 것이다.‘뭐? 남미숙 어르신 보고 직접 오라고?’이 말을 듣고 이천강 일가는 당황해했다. 그들은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비웃음을 터뜨렸다.“이진희, 너 정말 너무 무례하다. 네가 어떻게 할머니보고 직접 찾아오라는 말을 할 수 있어? 우리 같은 어른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거야? 할머니 그런 지위에 있는 분이 어떻게 직접 찾아올 수 있겠어? 기회를 준 것만 해도 감사해야지!”이진희는 차갑게 대답했다. “잘못했으면 사과해야죠! 미숙 어르신도 마찬가지예요! 왜 잘못했는데도 우리가 저자세를 취해야 하죠? 만약 할머니
한편, 서지현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진희야, 미숙 할머니보고 직접 와서 사과하라니, 이게……, 가능할까? 미숙 어르신은 자존심이 센 분인데.”이 말을 듣고 이천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게 무슨 말이야? 진희야, 너 이거……, 좀 심하지 않아? 그래도 할머니신데!”이진희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심한 거라고요? 미숙 할머니가 절 허승재한테 시집가라고 강요하는 건 심하지 않고요? 번번이 약속을 어기시는 건 심하지 않고요? 우리를 가문에서 쫓아내고 우리 몫의 주식을 회수하는 건요? 천강 삼촌 축하연에서 우리를 불러 모욕한 건요? 그게 더 심하지 않아요?”이진희의 몇 마디 말에 이천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입술만 뻐끔거리다 한숨을 내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래요! 미숙 어르신은 올 겁니다. 자존심이 센 분이시기에 더욱 오실 거예요. 법정에 서거나 감옥에 가는 것보다 오시는 게 체면을 챙기기 더 좋다는 걸 아실 겁니다.”이때 윤도훈은 서지현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래도 모두 불확실한 표정이었다. 남미숙이 이씨 가문에서 오랫동안 권력을 행사해 왔기에 모두 그녀를 경외하고 있다.“정말 그럴까? 미숙 어르신이 정말로 진희에게 찾아와 사과한다면 정말 좋을 텐데…….”서지현은 중얼거리며 내심 기대를 품었다.한편, 이천강 일가가 떠난 후.이은정은 화가 난 나머지 남미숙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일을 가족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 이씨 가문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켜 모두 이진희를 비난하게 하려는 의도였다.[뭐라고? 이진희가 그런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정말 무례하다.][미숙 어르신보고 직접 방문하라니, 상상도 못 할 일이야!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야!][수년 동안 찾아뵈러 갔으면 갔지 어떻게 어르신보고 오라고 할 수 있어? 더구나 사과하러 오라고?]이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그 일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한편 이진희 일가는 가문에서 쫓겨났긴 했지만 단톡방에서는 퇴장당하지 않았다. 주요한 이유는 남
그 긴 시간 동안 남미숙이 이진희에게 가한 압박, 불공정, 그리고 당한 억울함이 마치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듯했다.“할머니, 저한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없으세요?”이진희가 남미숙을 보며 물었다.“흥! 내가 무엇 때문에 미안해야 하지?”남미숙은 차갑게 말하며 강하게 되물었다.“이진희, 정말 너무하네. 네 할머니가 직접 찾아왔으니 이제 됐지? 이제 내가 묻겠다. 돌아와서 그린 제약회사를 계속 관리할 거냐? 가문을 위해 대리상들을 다스릴 거냐 말이다.”이천강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남미숙이 있으니 이천강의 태도도 다시 강해졌다.“그래! 지금 말해봐!”“왜? 미숙 어르신이 무릎이라도 꿇고 너한테 부탁하기를 바라는 거야? 이진희, 천벌이 두렵지 않아?”성계평과 이은정도 비난하며 도덕적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이진희는 그들을 무시하고 남미숙만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서는 실망감만 가득 찼다.이윽고 이진희의 얼굴은 차갑고 무심해졌다, 마치 모든 감정을 접은 듯.“좋아요, 할머니께서 미안해하지 않으신다면 다른 말은 필요 없어요! 이제 우리는 이익에 관해서만 이야기하죠. 친정에 대해선 다시는 언급하지 않겠어요! 한 마디로, 대리상들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저뿐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미숙 어르신과 천강 삼촌, 감옥에 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죠! 맞죠?”이진희는 이제 가족이 아닌 비즈니스의 상대에게 말하듯이 말했다.이천강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그렇다면 천강 삼촌의 지분을 저에게 넘기세요! 앞으로 그린 제약회사는 저 혼자서 운영할 겁니다.”강인하고 차가운 여성 CEO, 한마디 한마디가 강렬했다.윤도훈의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는 마치 이진희에게 힘을 주는 것 같았다.그 말이 맞다. 윤도훈이 이진희를 위해 모든 길을 다 열어놓았는데 이 기회를 붙잡지 못한다면 그거야말로 창피한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진희가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한편 이 말을 들은 남미숙의 안색이 급변했고, 이천강 일가도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일, 회사에 가서 주식 양도 절차를 밟아! 네가 천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말이지!”남미숙은 분노를 꾹 참으며 이진희에게 말했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윤도훈을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윤도훈, 이게 네가 계획한 음모야? 이 늑대 심보를 가진 데릴사위, 감히 내 손녀를 이용해 이씨 가문 재산을 침탈하려는 거지?”윤도훈은 그 말을 듣고 비웃으며 말했다.“미숙 어르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씨 가문의 재산은 내 눈에 차지도 않습니다.”사실이긴 하다. 동현국이 DF그룹의 20% 주식을 윤도훈에게 주겠다고 했을 때도 그는 거절했었다. 그런 윤도훈이 이씨 가문의 재산을 탐낼 리가.“하……, 하하하……, 정말 용감한 젊은이네!”“쿨럭! 쿨럭……, 쿨럭!”남미숙은 몇 번 크게 웃다가 이내 심한 기침이 이어졌다. 그녀는 황급히 손수건으로 입을 가렸지만 손수건에 선명한 핏자국이 보였다. 이씨 가문에서 한마디 말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남미숙이 분노한 나머지 피를 토한 것이다.“어머니……, 어머니 괜찮으세요?”이천수가 바로 달려가 부축했다.하지만 이천강은 그를 바로 밀쳐냈다.“손대지 마세요! 형은 참 좋은 딸을 두셨네요! 우리 이만 갑시다.”이은정도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이진희, 그리고 윤도훈, 당신들은 천벌을 받을 거야!”잠시 뒤, 남미숙과 이천강의 가족이 떠난 후, 이진희는 모든 힘이 빠진 듯 윤도훈에게 기대었다.“내가 잘못한 건가?”이진희가 중얼거렸다.“여보, 당신이 잘못한 건 없어! 잘못한 건 미숙 어르신과 천강 삼촌이지!”윤도훈이 단호하게 말했다.“딸아, 네가 한 게 맞아! 엄마는 네가 자랑스럽단다. 엄마는 이번에 할머니한테 받은 모든 설욕을 풀었어! 엄마는 평생을 참아왔지만 넌 절대 그렇게 되면 안 돼! 절대로! 잘했어! 잘했다.”서지현은 눈물을 닦으며, 감정이 격동된 채로 말했다.이천수도 이진희를 보며 한숨을 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남미숙이 피를 토해내는 걸 본 이천수는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그들이 도운시에 도착했을 때, 오후 네 시를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윤도훈은 강진과 정아에게 율이를 좀 봐달라고 부탁하고는 곧장 도운시에 있는 동현국의 집으로 향했다.“여보, 영민아, 이분이 내가 전에 말한 윤도훈 신의셔!”윤도훈을 만나자마자 동현국은 바로 아내와 아들에게 도훈을 소개했다.강진시에서 제일가는 부자의 와이프, 현진주는 꽤 예뻤지만 머리카락이 다 빠져서 매우 초췌해 보였다.동현국의 아들 동영민도 꽤 멋져 보였다.“윤도훈 신의님 덕분에 하트 라이트 캡슐로 제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요!” 현진주는 윤도훈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동영민도 서둘러 인사를 하며 기대감에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도훈 의사 선생님, 제 어머니의 백혈병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그게……, 정말인가요?”“80퍼센트 확신합니다.”윤도훈은 말을 아꼈다. 왜냐하면 율이에게 벌어진 일들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에 현진주를 치료하는 것은 호의를 베푸는 것이기도 하지만, 율이의 상황이 특수 상황인지 명확히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다른 백혈병 환자가 용수단을 복용한 후 모두 회복할 수 있는데 율이만 안 되는 거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30분 후, 현진주는 옷을 입었다. 잠시 뒤, 체내의 독소가 옷에 배였다.“도훈 선생님, 제 아내는 어떻습니까?” 동현국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동영민도 긴장한 얼굴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걱정하지 마세요! 현진주는 이제 괜찮아요, 확신이 안 서시면 신체검사를 받아보세요!”윤도훈이 차분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도훈 선생님이 회복됐다고 하시는 거면 분명 문제없을 거예요!”동현국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동영민도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윤도훈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두 사람이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윤도훈의 마음은 조금 무거워 났다.다른 사람들은 용수단으로 백혈병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왜 율이만……. 도대체 왜일까!!!윤도훈은 자기 능력이 아직 월등히 뛰어나지 않고 용
[형수님도 시간이 되시면 부르세요. 다 같이 모여서 즐겨요.]소지환이 제안했다.“알겠어요, 한번 여쭤볼게요.”윤도훈이 대답했다. 하지만 이진희가 최근 너무 바빠서 시간이 날지 확신할 수 없었다.[좋아요, 좋아요! 천미현 6호 다이아몬드 룸, 제가 미리 예약해 뒀어요. 윤도훈 씨, 꼭 오세요.아, 그리고 부모님한테는 비밀로 해주시고요, 하하…….]소지환이 마지막으로 당부했다.윤도훈도 약속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이윽고 윤도훈은 동현국 부자에게 인사하고 떠났다.소지환이 자기 부모님께 비밀로 하려는 걸 보면 동현국도 굳이 알 필요가 없겠다 싶어 윤도훈은 동현국 일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후, 이진희가 갈 수 있다고 하자 윤도훈은 이진희와 함께 천미현으로 향했다.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 화려하게 차려입은 허시연이 키 큰 외국인과 팔짱을 끼고 걸어가고 있었다.그런데 허시연이 이진희를 보자마자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진희야? 너야?”허시연이 이진희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매우 열정적으로 반응했다.허시연은 허씨 가문의 후손으로, 허씨 가문과 이씨 가문은 도운시에서 같은 수준의 일류 가문에 속한다.허시연은 이진희와 학교 다닐 때 관계가 좋았는바, 특히 두 사람 모두 S대학을 다녀 대학 시절을 함께 보냈다. 하지만 졸업 후, 이진희는 도운시로 돌아가 가족 회사에 들어갔고, 허시연은 해외 유학을 갔다.“시연아? 언제 귀국했어?”이진희가 다소 놀라면서 물었고,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젊었을 때 친구를 만나니 이진희는 매우 기뻤다.“얼마 전에 돌아왔어. 그런데 이분은 누구셔?”허시연이 윤도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평범한 옷차림에 명품 하나 걸치고 있지 않은 모습에 허시연의 얼굴에는 경멸스러운 표정이 걸렸다.“이분은 내 남편, 윤도훈이야.”이진희가 웃으며 소개했다.“진희야, 너 언제 결혼했어? 그게 말이 돼? 그리고 네 조건으로 어떻게 이렇게 평범한 남자랑 결혼할 수 있어?”허시연이 윤도훈을 쳐다보며 입술을 삐죽거렸다.“윤도훈은
“이분은 내 좋은 친구, 이진희야.” 허시연은 영어로 대답하며 이진희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프란드는 막 염하국에 도착해서 아직 염하어에 익숙하지 않아! 하지만 그들의 언어는 국제 통용어니까, 우리 모두 영어로 소통하면 의사소통에 문제없을 거야. 괜찮지?”그리고는 윤도훈에게 말했다.“아! 아, 윤도훈 씨는 아마 영어를 못 알아듣겠군요? 에이 프란드, 어쩔 수 없으니까 염하어로 해. 염하에서는 모든 사람이 고등교육을 받은 건 아니니까. 어차피 여러 나라 언어에 능통하잖아.”그러고 나서, 허시연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이진희에게 말했다. “진희야, 네 남자 친구보고 좀 더 멋지게 꾸미고 다니라고 해. 사람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아?”허시연은 윤도훈을 향한 불쾌하고 경멸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허시연은 사실 꽤 예쁜 편이었고 대학 시절에는 얼짱이었다. 하지만 이진희와 비교하면 매우 부족했다. 또한 대학 시절, 허시연은 이진희에게 여러 마성시의 재벌 2세들과 부자들을 소개해 주었다. 이는 허시연이 이진희를 통해 진정한 부유층과 친분을 쌓으려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진희는 그런 사람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고, 허시연은 자주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그런 이진희가 윤도훈 같은 쓸모없는 인물을 만나다니.허시연은 더욱더 비웃음을 금치 못했다. 윤도훈도 허시연의 그 경멸하는 태도를 느끼고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허시연이 이진희의 친구인 만큼,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차피 곧 이진희와 함께 식사하기 위해 6층으로 올라갈 예정이었고, 이들과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이에 불과했다. “염하에서는 염하어를 말하는 게 맞지 않나요?” 이때, 이진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허시연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이 생겼다.몇 년 만에 만난 친구가 외국 유학을 다녀온 뒤, 어딘가 외국을 동경하는 기색이 역력해진 것 같았다. 프란드와 사귀는 것은 둘째 치고, 외국어 구사능력도 자랑거리가 될 수 있는 모양이었다.그런데 지금 세계적으로 염하어가
그러자 프란드도 자부심에 차서 허리를 꼿꼿이 펴며 말했다. “아름다운 이진희 씨, 오늘 우리는 초대받아 온 겁니다. 사실 제 다이아몬드 카드가 필요 없죠. 혹시 필요하다면 빌려줄 수도 있어요.”이진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오늘 우리도 초대받았어요.”이진희는 더 이상 허수연, 프란드와 대화하고 싶지 않아서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뭐라고? 너희를 초대했다고?”하지만 허수연은 계속 비웃으며 빠르게 따라갔다.프란드도 냉소를 터뜨리며 급히 뒤따랐다.윤도훈이 방금 꺼지라고 한 말에 분노한 프란드는 복수할 마음으로 따라간 것이다.“잠깐, 저들이 들어가게 하지 마! 분명 회원 카드가 없을 거야!”허수연은 손님을 맞이하는 직원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이윽고 이진희와 윤도훈이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직원들에게 막혔다.“죄송합니다, 여기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서요. 회원카드를 보여주세요.”직원이 조소를 띤 목소리로 말했다.윤도훈과 이진희는 그 직원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이진희는 이 직원을 어딘선가 본 것 같이 익숙하다고 느꼈다. 이윽고 윤도훈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장금란?”이 직원은 바로 과거에 윤도훈의 공장에서 근무하던 회계 담당, 장금란이었다.공장에서 일하는 장금란을 해고시켰는데 천미현에서 손님맞이 직원으로 일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확인 잘해요! 천미현은 회원제인데, 이런 시골뜨기들이 물타기 하며 들어오면 품격 있는 손님들의 식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허수연이 다가와 장금란에게 상기시켜 줬다.“이게 제 회원 카드예요!”그때, 프란드가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카드를 꺼내 장금란에게 보여줬다.“존경하는 다이아몬드 회원님, 어서 들어오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확실하게 관리하겠습니다. 어떤 사람도 몰래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겁니다.”장금란은 말하며 윤도훈과 이진희를 조롱하듯 바라보았다.그러고는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윤도훈 씨, 정말 우연이네요, 여기서 또 만나다니! 몇십억으로 공장을 살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