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는 전우헌의 고백에 여전히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다음 순간, 그녀는 한쪽 무릎을 꿇은 전우헌을 돌아서 차문을 열고 안에 탔다.그리고 펑하는 소리와 함께 차문을 세게 닫았다.도훈은 이 상황을 보고 눈빛이 반짝였다.왠지 모르게 그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비록 도훈은 시시각각 자신에게 진희와 진정한 부부 관계가 아니라고 일깨워 주었지만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 그도 진희에 대한 감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도훈은 방금 확실히 좀 긴장했다.마음속 깊은 곳에서 도훈은 진희가 고백을 받아들이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진희야! 진희,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줘!”전우헌의 웃던 얼굴은 갑자기 굳어졌고, 그는 일어나자마자 계속 진희에게 매달리려 했다.그러나 이때, 도훈은 마침내 움직였고 즉시 상대방을 가로막았다.“미안하지만 내 아내가 당신을 상대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서!”도훈은 냉소하며 말했다.“아내?”전우헌은 이 두 글자를 듣고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럴 리가? 진희가 어떻게 이렇게 빨리 결혼할 수가 있어?”그는 달갑지 않아 하며 질투의 눈초리로 도훈을 노려보았고, 몇 번 훑어본 후, 경멸에 찬 말투로 말했다.“네가 바로 진희의 남편이야? 네가 진희와 어울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나 말고는 아무도 진희와 함께 할 자격이 없어!”이 말을 듣고 도훈은 그를 때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넌 또 뭐지?”전우헌은 차갑게 웃으며 도윤을 향해 도발했다.“난 진희의 첫사랑이야. 그때 진희는 날 죽도록 사랑했는데. 넌 몰랐나 보지? 진희가 왜 날 보자마자 그렇게 화가 난 지 알아? 마음속에 여전히 내가 있고, 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이런 표정으로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밖에 없는 거라고! 자식, 우리 두고 보자! 난 반드시 진희의 마음을 되돌려 다시 내 품으로 돌아오게 할 거야!”말을 마치자 전우헌은 또 벤틀리 안을 바라보더니 달갑지 않게 떠났다.도훈은 눈을 가늘게 떴고,
그러나 어제 생일잔치에서 도훈의 뜻밖의 활약으로 두 사람도 일말의 희망을 안고 왔다.“안심하세요, 아버님! 이것 봐요, 초대장 맞죠?”도훈은 웃으며 동만금이 그에게 준 금을 두른 초청장을 꺼내 세 사람에게 보여주었다.“그럼 됐어.”서지현은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그들도 이번의 초청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는데, 어쨌든 도훈이 맞다고 했으니 그들도 그렇게 믿으면 됐다.“어머, 정말 여기로 찾아왔다니!”바로 이때, 비웃는 소리가 울렸다.한 무리의 사람들도 방금 호텔 입구에 도착했는데, 도훈 일행과 우연이 마주쳤다.맨 앞에 있는 사람은 남미숙 어르신이었다.그리고 이천강 세 식구와 진희의 셋째 작은아버지, 넷째 작은아버지 및 고모 등 이씨 집안 직계 구성원이 있었다.이씨 가문의 사람들이라도 이번 기회에 인맥을 좀 더 쌓고 싶었다.게다가 그들은 이번 교류회에서 될수록 더 많은 약재상들과 연락하여 현재 그린제약회사가 처해 있는 원자재 위기를 해결해야 했다.그들은 하나하나 정장에, 옷차림도 정교했으며, 화려하고 산뜻하게 차려입으니 꽤 그럴싸한 명문 출신 같았다.그리고 방금 소리를 낸 사람은 바로 이은정이었다.이천강은 이천수의 앞으로 다가가서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형님, 정말 오실 줄은 몰랐어요! 근데 뭐하러 왔죠?”“당연히 교류회에 참가하러 왔지, 아니면 또 무엇을 하러 왔겠는가?”이천수는 차갑게 말했다.“이 교류회에 참가하려면 초청장이 필요한테, 그게 있긴 한 거예요?”이천강은 비아냥거렸다.말하면서 그는 입구에서 질서유지를 담당하고 있는 경호원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이보게, 이 네 사람들 잘 검사해봐. 그들은 초청장이 없을 수 있으니까.”이때 남미숙은 싸늘하게 첫째 일가를 한 번 보더니 자신이 받은 초청장을 꺼내며 말했다.“이것은 우리 이씨 가문이 받은 초청장이야. 난 집안의 여러 사람들을 데리고 동 대표님이 주최하는 교류회에 참가하러 왔고.”여기까지 말하자 그녀는 특별히 손으로 이천수 일가를 가리켰다.“그러나 이
진희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맞아요, 할머니, 우리에게도 초청장이 있으니 가문의 명의를 빌릴 필요가 없어요!”그들은 이씨 가문의 명의를 빌릴 필요가 없었지만, 남미숙의 이런 발언은 이미 그들을 실망하게 했다.“뭐? 너희들도 있다고? 그럴 리가?”이천강은 이 말을 듣고 믿지 못했다.남미숙도 안색이 어두워졌다.성계평은 이때 도훈이 건넨 그 초청장을 보고 갑자기 눈빛이 밝아지더니 큰소리로 외쳤다.“윤도훈의 초청장은 가짜예요! 틀림없어요! 어머님의 손에 있는 것과 다르다니깐요!”말하면서 성계평은 남미숙으로부터 받은 이씨 가문의 초청장을 꺼내 경호원에게 건네주었다.“잘 좀 봐, 이것이야말로 진짜 초청장이라니깐. 윤도훈의 덕은 화려하지만 딱 봐도 가짜지!”이 점을 발견한 후, 이천강과 남미숙, 그리고 이은정 등은 얼굴에 모두 비웃음을 지었다.“가짜였구나!”“아무 카드로 몰래 들어가려는 건가?”“사칭을 해도 좀 비슷하게 만들던가…….”그러나 바로 이때, 이곳을 책임진 경호원은 두 손으로 초청장을 도훈에게 건네준 다음 공손하게 말했다.“윤 선생님, 어서 들어오세요!”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뜻밖에도 직접 남미숙의 초청장을 성계평에게 돌려주었고, 무뚝뚝하게 말했다.“당신들은 입장이 제한되어 교류회에 참가할 자격이 없습니다!”“뭐야?”이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이천강과 서지현조차도 멍해졌는데, 이런 일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도훈의 초청장이 인정되었지만, 오히려 이씨 가문 사람들이 들어갈 자격이 없다니?“잘못 본 거 아니야? 이 초청장은 동 대표가 사람을 시켜 직접 이씨 가문에 보낸 것인데, 우리가 왜 자격이 없는 거지? 이 등신의 그 초청장은 분명히 가짜인데, 우리의 초청장과 완전히 다르잖아, 넌 눈도 없는 거야?”이은정은 경호원의 코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윤 선생님의 초청장은 당연히 당신들의 것과 다르죠. 왜냐하면 윤 선생님은 저희의 스페셜 vip이기 때문이거든요. 그리고 당신들의 자격이 취소되
이 말을 듣자, 동만금은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아주 똑똑히 생각해 봤는데요! 왜, 이씨 가문은 나와 맞서고 싶은 건가요?”“당신…….”남미숙은 이 말을 듣고 안색이 무척 어두워졌다.그러나 그녀는 결국 심한 말을 하지 않았다.동만금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갑부로서 권력이 놀라울 정도로 컸고, 이씨 가문은 단지 현지의 일류 가족일 뿐이었으니, 상대방이 어떻게 이씨 가문을 두려워할 수 있겠는가?방금 전까지만 해도 득의양양해하며 도훈 등을 비웃고 조롱하던 이천강 일가족도 어리둥절해졌다.다른 가문의 성원들도 안색이 더없이 보기 흉해졌다.“내가 말했잖아요, 당신들은 쫓겨날 거라고! 이제야 좀 믿는 거예요?”“여보, 어머님 아버님, 얼른 들어가요.”도훈은 담담하게 말하고는 호텔로 들어갔고 진희는 그의 뒤를 따랐다.그러나 서지현은 남미숙을 바라보며 비꼬았다.“어르신, 저희 먼저 들어갈게요! 우리는 지금 한 가족이 아니니까 윤 서방도 당신들을 데리고 함께 들어갈 수 없네요. 이거 정말 아쉽군요…… 에휴!”‘속이 다 시원해!’‘너무 후련하군!’남미숙의 그 얼굴을 보고 있으니 서지현의 마음은 얼마나 통쾌한지 말할 필요도 없었다.이 못된 시어머니는 아직도 그들이 이씨 집안의 덕을 볼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꼴좋네. 우리 사위는 vip카드를 들고 우리를 데리고 당당하게 들어갔지만, 당신들은 오히려 자격이 취소되었군. 누가 이씨 가문의 이름 따위를 원한다고! 쳇!’“자, 여보! 그만해!”이천수는 자신의 아내를 말린 다음 그녀를 데리고 고 안으로 들어갔다.남미숙은 필경 그의 어머니였기에 이천수는 중간에 끼어있어 다소 난감했다.“왜 그래요? 당신 엄마가 방금 우리한테 어떻게 했는데, 내가 말 한마디도 못하는 거예요? 왜요? 난 억울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거냐고요? 이천수, 당신은 그 쓸데없는 효심 좀 집어치우면 안 돼요? 전에 주식을 어르신에게 무상으로 양도할 때, 난 귀찮아서 뭐라 말하지 않았어요. 당신 엄마는 나와 내 딸을 그렇게 괴롭혔는데, 이제
직접 도훈을 연회장까지 데려다준 다음, 동만금은 일보러 갔다.홀 안에는 모두 유명한 상류층 인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있었다.홀 안에는 뷔페 음식과 음료가 놓여 있었고, 상업 교류회의 분위기는 여전히 좋아 보였다.진희와 부모님이 들어오자,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비록 이씨 가문에서 쫓겨났지만, 이천수는 명문 가문들 속에서 여전히 인맥이 좀 있었다.게다가 진희는 유명한 사업가였기에, 어딜가나 사람들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진희와 부모님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도훈은 이런 장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가 이번 교류회에 참가한 것은 완전히 진희를 위해서였다.이곳에서 그는 또 몇명의 지인을 보았는데, 어제 봤던 구백천, 그리고 온소빈의 아버지 온대천, 그린제약의 라이벌 회사 사장 강주호.그러나 도훈도 그들과 인사하기가 귀찮아 혼자 구석에 찾아 앉으면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잠시 후, 진희는 한 제약 기계 회사의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웨이터가 보낸 카드를 받았다.“아가씨, 이것은 누군가가 저에게 전해드리라고 한 카드인데, 얼른 열어 보세요!”웨이터는 공손하게 말했고, 진희에게 건네준 다음 바로 떠났다.진희의 아름다운 눈에는 의혹이 스쳤지만, 그래도 카드를 받았다.그러나 그 카드를 보자, 진희의 안색은 변했다.그곳에 서서 잠시 망설이다가, 진희는 눈살을 찌푸리고 연회장 밖으로 걸어갔다.도훈은 줄곧 진희를 주시했기에, 그녀가 나가는 것을 보고 재빨리 따라갔다.“여보, 왜 그래?”진희는 도훈의 눈빛을 피했고,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그럼 내가 같이 가줄게.”도훈은 그녀의 표정이 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안심하지 못하고 말했다.이 말을 듣고 진희는 매섭게 도훈을 노려보더니 버럭 했다.“변태예요? 내가 지금 화장실에 가겠다는데 뭘 또 따라와요! 당신은 얌전하게 돌아가서 앉아 있어요!”“어…
‘괜찮아, 네가 첫사랑과 다시 만나고 싶다면, 그 남자와 다시 자고 싶다면, 나에게 알려주면 될 텐데. 어차피 우리도 원래 협의 결혼이었으니 나도 너를 간섭할 권리가 없겠지. 그런데 넌 왜 나를 속이고, 기만하려고 하는 거지?’주선미의 배신을 겪고 나서 또 이런 일을 당하자 도훈의 마음은 유난히 언짢았다.홀에 돌아간 후, 도훈은 거기에 앉아 자신에게 브랜디 한 잔을 가득 따르고 꿀꺽꿀꺽 들이켰다.이번에 그는 용의 기운을 이용하여 체내의 알코올을 배출하지 않았고, 어질어질한 느낌으로 자신의 신경을 마비시켰다.마치 이렇게 하면 마음이 좀 편해질 것 같았다.다른 한편.0811번 방 안.“전우헌,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진희는 들어온 다음, 아름다운 눈에 짙은 분노와 증오를 띠고 있었고 이를 갈며 물었다.“진희야, 내 맘을 아직도 모르겠어? 난 널 사랑해, 그동안 변한 적이 없다고! 나는 내가 사업에 전념하면 너를 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이제야 난 내가 틀렸다는 걸 알았거든! 진희야, 나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줘, 우리 다시 시작하자, 응?”전우헌은 다정하게 말하며 진희의 가녀린 손을 잡았다.그런 미끌미끌하고 부드러운 촉감에, 전우헌은 가슴이 두근거렸다.눈앞의 진희는 대학시절보다 더욱 아름답고 섹시했으며, 전우헌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진희는 안색이 변하더니 전우헌을 힘껏 뿌리쳤다.“이 손 놔! 전우헌, 우리는 이미 끝났어! 난 그냥 너에게 이 말 하려고 온 것뿐이야. 앞으로 더 이상 날 귀찮게 하지 마! 나는 이미 결혼했고, 지금 무척 행복해, 내 남편은 나에게 잘해 주고, 나도 그를 매우 사랑한다고! 그러니까 제발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이 말을 듣자 전우헌은 코웃음을 쳤다.“진희야, 거짓말하지 마! 오늘 난 그 윤도훈을 조사해봤는데, 그 남자는 네가 찾은 꼭두각시일 뿐, 네 진짜 남편이 아니잖아. 허허, 그는 아마 너의 손가락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겠지?”“헛소리 집어치워! 우리는 이미 혼인신고까지 했어.”
전우헌의 협박에 진희는 화가 나면서도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그녀가 전우헌을 만나러 온 이유가 바로 이 영상들 때문이었다.“전우헌, 너 정말 비겁해!”진희는 이를 악물고 눈앞의 남자에게 오직 증오만 느꼈다.대학 시절, 전우헌의 끈질긴 추구 끝에 진희는 마침내 그와 사귀기로 했다.두 사람은 한동안 연애를 했는데, 전우헌은 진희의 첫사랑이었다.그러나 진희가 생각지도 못한 것은 전우헌이 그녀가 세 들어 사는 아파트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것이다.그는 진희의 사적인 영상을 많이 녹화했는데, 샤워하는 모습이나, 옷 갈아입는 모습 등이 있었다.한번은 전우헌의 생일이라, 진희는 서프라이즈를 주고 싶어 사전에 그에게 알리지 않고 그의 집에 도착했다.그러나 진희는 전우헌의 충격적인 모습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그제야 전우헌이 자신 몰래 양다리를 걸쳤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비열하고 파렴치하게 몰래 자신을 훔쳐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화가 난 진희는 상대방의 따귀를 세게 몇 대 때렸고, 전우헌이 어떻게 애원을 하든 단호하게 이 관계를 끝냈다.그녀는 몇 년 만에 전우헌이 다시 나타나 또 그 사적인 영상을 가지고 자신을 협박할 줄은 몰랐다.“비겁해? 진희야, 어떻게 내가 비겁하다고 할 수 있어? 난 너를 너무 사랑해서, 널 너무 갖고 싶었을 뿐이야! 내가 다른 여자를 찾은 것도 네가 건드리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잖아?”전우헌은 음흉하게 말했다.그는 자기가 한 추잡한 짓을 오히려 진희에게 뒤집어 씌웠다.“전우헌,너 정말 역겨운 사람이군!”진희의 아름다운 눈에는 혐오의 빛이 가득했다.“다시 한번 묻겠어! 넌 명예를 잃을 거야 아니면 나를 따를 거야?”전우헌은 차가운 콧방귀를 뀌며 협박했다.“나는 죽더라도, 명예가 바닥이 나도, 너와 함께 하지 않을 거야!”진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너…….”전우헌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졌다.진희가 이렇게 강렬하게 거절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다.다음 순간,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풀이 죽은
진희와 계약 결혼한 지 이렇게 오래 되면서, 도훈도 어느새 사랑에 빠졌다.만약 정말 거래만 하는 거라면, 도훈은 또 어떻게 그녀에게 그렇게 많은 것을 해줬을까? 다만 지금 보면 자신이 한 모든 것은 모두 헛수고였다.마치 예전에 주선미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것처럼!“여자들이란, 흥…….”도훈은 다시 한번 술을 들이마셨고, 자신을 비웃었다.바로 이때, 그는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것을 느꼈다.뒤를 돌아보니 송씨 가문 도련님인 송영태였다.“너도 여기에 왔네?”도훈은 어리바리하게 웃었다.일부러 술기운을 몰아내지 않았기에, 도훈은 지금 이미 말을 똑바로 할 수가 없었다…….“윤 선생님, 보여줄 게 좀 있어서요! 일단 따라오세요!”송영태가 나지막이 말했다.“뭘 봐? 관심 없어.”도훈은 손을 흔들며 가지 않으려 했다.“사모님인 이진희 아가씨와 관련된 일입니다!”송영태의 표정은 무척 엄숙했다.이 말을 듣고 도훈은 마침내 눈을 들었다.“이진희와 관련된 일이라고?”‘그게 나랑 또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그러나 도훈은 그렇게 말하지 않고 결국 그 말을 삼켰다…….1분 뒤.송영태는 다소 취한 도훈을 부축하고 호텔의 조작실로 갔다.“윤 선생님, 저는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좀 불편해서요.”입구에 있을 때, 송영태는 멈추더니 문을 열어 도훈더러 스스로 들어가도록 했다.도훈은 영문 모른 채 송영태를 바라보았고 그렇게 들어갔다.들어온 후, 조작실 내에는 컴퓨터가 줄줄이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는 모두 여성 직원들이었다.이 외에도 송씨 집안 아가씨인 송은설이 있었다.“어?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도대체 뭘 보여주고 싶은 거야?”도훈은 영문도 모른 채 물었다.송은설은 그를 힐끗 보았다.“이 호텔은 우리 집안의 산업이라, 내가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을까요?”“어떻게 된 일인지는 당신이 직접 와서 봐요.”도훈은 이 말을 듣고 다가갔는데, 한 여직원이 키보드를 두드린 후, 스크린에 갑자기 동영상이 하나 나타났다.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