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는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가 분유값을 빚졌나? 당연 빚을 졌다.하지만 그가 그 분유값을 줄까?그는 유리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유리를 자신의 수치로 여길 것 아닐까? 신세희는 쓰라린 마음을 억지로 참아내며 웃는 얼굴로 딸에게 말했다.“유리야, 엄마한테 네가 지금 어디 있는지 말해줄래? 점심에 밥은 먹었어? 밥은 입에 맞았니? 무섭지는 않고? 엄마는 안 보고 싶어?”그러자 신유리가 생각을 하더니 대답했다.“엄마, 사실 악당이 나한테 못해주지는 않아, 점심에 맛있는 계란찜이랑 호박죽을 먹었어. 나 엄마가 좀 보고 싶어, 엄마 날 찾으러 올 거야? 난 악당 건물에 있는데 여기가 어디지?” 신유리는 몸을 돌려 방금 얼굴에 슬라임을 묻힌 오빠를 바라보며 물었다."오빠, 여기가 어디예요?"그러자 남자가 곧바로 대답했다.“공주님, 여기는 기획부예요.”“나 기획부에 있어 엄마.”기획부!신세희는 일어나 나가려고 했지만, 부소경이 등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 “우리 회사 사람들이 모두 일할 마음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건가?”“난 그저 유리를 보고 싶은 건데, 안 될까요?”부소경은 퉁명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넌 여기 앉아서 기다려, 내가 부를 테니까!”그는 말을 마치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 구경민의 앞에 이르렀고, 다시 말을 꺼냈다."아직도 안 꺼져!"“내가 제수씨 좀 보고 있을게, 혼자 무서울 수 있잖아.” 구경민이 말을 했고, 부소경은 아무 말 없이 나갔다. 사무실에는 신세희와 구경민 두 사람만 남았고, 구경민은 행동거지가 겸손한 사람이었고, 앉은 자세도 매우 위세가 있었으며 신세희에게 매우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제수씨, 부 대표가 당신이 건축설계사라고 하던데요?”신세희가 고개를 숙인 뒤 “네.”라고 대답했다.“앞으로도 그 일을 계속할 계획인가요?”구경민이 물었다.계획?그녀가 무슨 계획을 세울 수 있겠는가? 그녀는 이미 부소경의 통제하에 있는데, 그녀에게 미래라는 게 있을까? 건축 설계를 생각하면
그러자 부소경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신세희의 마음은 차가웠고, 그녀는 문을 나서자마자 임서아를 만났으며 임서아가 한 말들을 모두 똑똑히 들었다. 임서아는 여전히 그의 약혼녀이고, 그녀는 단지 그의 도구일 뿐이며, 그를 대신해서 돈을 벌고 그의 빚을 갚기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방금 소파에 앉아 있던 그 남자는 기골이 장대해 보였으며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닌 듯했다. 부소경의 사무실에 앉아 있고, 또 그녀에게 말을 걸고 있으니, 의심할 여지없이 그는 그의 고객일 것이다, 그가 그녀에게 대접을 하라고 할 고객 말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고, 끝이 나는 날이 그녀가 썩어 죽는 날이겠지? 자신의 운명을 생각하자 신세희는 서글픈 마음이 드는 건 어찌할 수 없었다. "당신의 명령에 복종하면 돼요, 당신이 시키는 건 뭐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단 한 가지 요구 사항이 있어요, 유리도 당신의 아이인 걸 생각해서 아이를 살려주세요. 만약 당신이 그녀를 키우고 싶지 않고 귀찮다고 생각이 들면 아이를 양육원에는 보내 주세요, 아이를 살려만 줘요.”“……”부소경은 말이 없었다. 가슴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며 머리 위로 연기가 피어올랐고, 딸이 곁에 있지 않았다면 부소경은 정말 이 여자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을 것이다. 마침 이때 엄선우가 문을 두드렸다.“부소경 도련님.”"들어와!" 부소경이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엄선우는 들어오자마자 곧장 말을 꺼냈다.“오, 세 식구가 모였네요. 그럼……도련님, 저는……밖에서 기다……”“그냥 들어와!”부소경이 소리쳤다.그러자 엄선우는 살금살금 들어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부, 부인도 계시는군요, 왜 집에서 쉬시지 않고요?”신세희는 입술을 깨물고 말을 하지 않았다."그 부인......공주님께서 점심에 소갈비를 먹고 싶다고 해서요, 제가 방금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자리를 예약하고 스테이크를 전문으로 굽는 셰프로 구했습니다. 그래서……저는 공주님을 데리고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려고
부소경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남자를 접대하는데 안달이 난 거 아니었나?"신세희가 더듬거렸다."뭐......뭐라고요?"그녀는 놀라서 덜덜 떨었고, 남자는 그녀의 두려움 때문에 그녀를 다그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그는 한 걸음 한 걸음 그녀에게 다가갔다.선세희는 한발 한발 뒤로 물러나 소파 앞에까지 다다랐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부소경은 빠르게 달려들어 허리를 굽히자마자 그녀를 품에 안았다."신세희! 그렇게 남자랑 한 시라도 빨리 밤을 보내고 싶은 거야?"신세희는 놀라 눈물을 흘렸다."당신이 나를 그렇게 시킨 거 아니었어요? 내 딸을 인질로 삼고 말이에요 아이를 데려가놓고 나한테 어떻게 하라는 거죠? 남자랑 밤을 보내고 돈을 벌어서 갚으라고 한 것도 당신이고, 지금 나한테 묻는 것도 당신이에요. 설마 우리 같은 힘없는 고아랑 과부는 살 자격도 없다는 말인가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냥 우릴 죽여요!"신세희는 눈물을 흘리며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지금 이 순간,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 외에 고집밖에 남지 않았다.부소경은 한 손으로 그녀의 뒷덜미를 잡고, 그녀의 뺨을 싸늘한 입술로 덮었다.그녀의 뺨은 놀라서 지나치게 차가웠지만, 눈물은 뜨거웠으며 남자는 그 뜨거운 눈물을 입술로 머금었다.신세희는 놀라서 넋을 잃었고, 남자는 그녀를 덥석 품에 안았다."넌 정말 분수를 모르는 여자야! 이 세상에서 나 부소경과 밤을 보낸 여자가 몇 명이나 되는데, 이렇게 어색한 사람은 너뿐이야. 너만 이렇게 어리석고, 멍청하다고! 내 딸이 너와 한 평생을 보낸다면 너처럼 멍청해지겠지!"신세희는 정말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의 말투를 들으니 그녀와 화해하려는 듯했다.만약 6년 전, 그녀가 하숙민을 돌보고 그와 그녀가 며칠 동안 서로 호감을 가졌을 때, 그가 이렇게 말했다면 신세희는 그가 그녀를 총애하고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신세희는 그런 꿈은 꾸지도 않았다. 그 추격은 매번 치명적이었고, 매번 신세희를 절망에 빠뜨렸으며 그 사이
”……”신세희는 침묵했다.그녀는 당연히 그가 말하는 가르쳐 준다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했다. 그녀는 두 손으로 부소경을 밀치며 발버둥 치려 했다.그가 그녀를 사방으로 찾아다닐 때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그가 나타나기를 갈망했고, 그의 품에 안기기를 갈망했다.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그에게 들켜서는 안 됐다, 그녀처럼 기개 없는 여자는 이런 모욕을 당해야 마땅한 걸까? "싫어요!"그녀가 힘껏 그를 밀어냈다."싫다고?" 남자는 냉소했다. "아까만 해도 남자를 접대하겠다고 안달이 났었는데, 왜 지금은 또 밀당을 하는 거지?” 신세희는 부소경의 말에 두 볼이 빨개졌다. 그녀는 너무 억울해서 횡설수설하며 말했다. "난 안달이 난 게 맞아요! 당신이 빨리 그 20억을 갚으라고 한 거 아니었어요? 내가 당신에게 20억을 빚졌고 내 딸이 당신 손이 있는데, 내가 뭘 어떡하겠어요? 흑흑흑……” 그는 지금 그녀를 죽이려고 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할지 너도 잘 알잖아!”남자는 이를 꽉 깨물며 말했고, 신세희는 눈물을 삼키며 다시 말했다.“하지만 우리는 지금 사무실이고, 공공장소잖아요. 전혀 신경이 안 쓰여요?” 그는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녀는 그 정도로 뻔뻔하지는 않았다. 신세희가 고개를 돌리자 맞은편에는 활짝 열린 유리가 있었고, 유리 바깥에는 직원 사무실이 있었다.그 유리를 통해 바깥의 큰 사무실 안의 모든 모습을 볼 수 있다.부소경의 사무실 밖에는 무려 50~60명이 있는데, 모두 부소경의 비서팀, 보조팀, 일상 행정팀이었다.그 사람들이 일할 때의 상태를 부소경은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한눈에 다 볼 수 있었다. 그 큰 유리와 유리 밖에서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신세희는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고, 그녀는 부소경에게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부소경 씨, 내 체면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당신은 항상 대표의 이미지를 생각해야 하지 않겠어요?당신이 이렇게 사무실 안에서 일을 치르면 당신의 직원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남길
비서는 바로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대표님은 그의 전용 의자에 단정하게 앉아 있었는데, 그런 대표님의 다리 위에 여자가 앉아 있었다.여자는 몸에 대표님의 정장을 걸치고 있었고 어지럽게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대표님의 어깨에 파묻고 있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대표님을 끌어안고 있었다.비서는 바보가 아니었다.비록 그 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비서는 잘 알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 여자가 대표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비서는 F그룹에서 3년이란 시간 동안 일을 했다. 3년이란 시간 동안 그녀는 매일같이 부소경을 찾아와 서류에 결제를 받았다. 그동안 대표님 사무실에서 여자를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이렇게 대표님의 다리 위에 여자가 앉아 있는 모습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비서는 자신이 타이밍에 맞지 않게 문을 두드렸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채고는 더듬거리며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죄… 죄송합니다, 대표님. 저… 사모님이 안에 계실 줄은…”비서는 대표님의 다리에 앉은 여자가 사모님이라고 감히 단정을 지었다. 사모님이 분명했다!대표님이 얼마나 치밀하고 엄격한 사람인지 10만 명이 넘는 회사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자그마치 6년이다. 대표님은 줄곧 여색을 멀리하는 삶을 보냈다.지금 이 순간, 갑자기 대표님의 방에 여자가 나타났다. 분명 신분이 보통이 아닐 것이다.그리고, 대표님은 오늘 아침 딸을 데리고 출근을 했다. 게다가 일부러 전체 회의를 열어 작은 공주의 손을 잡고 온 회사 사람들에게 선언을 했다. 이 여자아이가 바로 부소경의 딸이라고.그 아이는 미래 F그룹의 최고 권위자가 될 사람이었다.오늘 아침에 막 회사에 딸을 데리고 왔고 이제 겨우 점심시간이 되어가는데 대표님 사무실에 여자 하나가 갑자기 나타났다고? 그것도 대표님이랑 무척이나 친밀하게 스킨쉽을 하면서? 이 여자는 분명 그 공주님의 엄마일 것이다!그러니 자연스럽게 사모님이
오후 내내 회사의 많은 고위 임원들이 부소경을 찾아왔었다. 계약 관련된 문제나, 프로젝트 관련된 문제로 임원들이 그를 많이 찾아왔었다. 하지만 모두 문 앞에 걸린 팻말을 보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부소경이 아침에 데리고 온 여자아이를 생각하기 시작했다.다들 똑똑한 사람이었다.아이가 왔으니 아이의 엄마도 당연히 회사에 찾아왔겠지.신세희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이미 사무실 안쪽에 있는 방안에 옮겨지고 있는 상태였다. 사무실은 66층이라는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창문에는 아무런 가림막이 없었고 창밖으로는 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시야를 가리는 물건도 아무것도 없었다. 누군가가 감히 엿볼 리가 없는 곳이었다.신세희는 심지어 예전 자신의 모습들이 가식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이 나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그녀는 자신이 무척이나 뻔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감히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웠다.하지만 이런 자신의 모습을 부소경이 알아버렸다.신세희는 누군가에게 머리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여자는 쑥스러움에 남자의 목을 감싸던 팔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몸에 힘을 빼더니 바닥 쪽을 향해 몸을 치우치기 시작했다. 남자는 바로 손을 뻗어 그녀의 등과 머리를 잡아주었다.“죽고 싶은 거야!” 남자가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이거 놔요! 제발 좀 놔 달라고요! 그냥 죽게 내버려 두면 안 돼요? 차라리 이 건물에서 그냥 떨어지게 해줘요. 몸이 그냥 조각나게!” 지금 이 순간, 신세희의 머릿속에는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그녀는 한편으로는 유리가 너무 걱정이 됐다. 회사로 돌아온 유리가 이런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게 두려웠다.그리고 그녀는 확실히 다른 사람을 만날 얼굴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녀가 F그룹으로 찾아오고, 부소경의 사무실에 찾아온 목적은 단 하나다. 유리를 찾는 것. 근데 왜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내가 왜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거지?신
”엄마 찾으러 왔어.” 유리의 말투는 무척이나 건방졌다.문은 순식간에 열렸고 엄선우는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신유리는 건들거리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안쪽 침대에서 쉬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유리의 눈에 들어왔다. “엄마, 왜 침대에 누워있어?”“응, 엄마가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래. 밥은 맛있게 잘 먹고 왔어? 엄마한테만 말해봐.” 신세희가 유리에게 물었다.“엄마, 유리 완전 배부르게 먹고 왔어. 기분도 엄청 좋아! 아저씨가 얘기도 엄청 많이 해줬어.” 유리는 이제 악당과 엄선우 아저씨가 그렇게 싫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엄마가 계속 아빠를 무서워하고 싫어하지만 않았으면 아마 악당을 아빠라고 불렀을지도 모른다.“엄마, 어디 아픈 거야? 열 나?” 유리는 그런 신세희가 걱정이 되었는지 걱정된다는 말투로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기 시작했다.신세희는 죄책감이 가득한 말투로 대답했다. “엄마 안 아파. 엄마는 그냥… 하마터면 너랑 삼촌을 잊어버릴 뻔한게 너무 미안해서… 엄마가 너랑 삼촌한테 미안해.”“유리야, 엄마 쉬어야 하니까 빨리 나와!” 부소경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악당을 조금은 무서워하고 있었던 유리는 감히 그에게 반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유리는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마지못해 부소경에 의해 밖으로 끌려 나오게 되었다.“못된 악당!” 유리는 부소경의 맞은 켠에 엎드려 진지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엄마가 아픈데 눈길 한번 안 주고!”“너네 엄마 아픈 거 아니야!”“말도 안 돼! 그럼 엄마가 왜 저렇게 지쳐 하는 건데!” 유리가 험악한 말투로 소리를 질렀다.“너네 엄마가 아픈 건, 집에서 네 걱정을 너무 많이 해서 그래. 네가 엄마한테 전화를 했잖아. 그래서 엄마가 어쩔 수 없이 너 찾으러 나온 거 아니겠어? 찾아오는 길이 얼마나 험난했는데!” 부소경은 아무 이유나 지어내며 유리를 속이기 시작했다.“그러니까… 이게 다 내 잘못이라 이거네?”“당연하지! 그러니까 이제부터 너네 엄마 쉬는 시간 방해하지
”와! 엄마 엄청 예쁘다!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엄마일걸!” 부소경의 뒤에 서 있던 유리는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엄마, 그 옷 누가 사준 거야? 엄청 예쁘다!”“너네…”신세희는 딸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부소경은 마치 환각을 보는 듯 멍하니 신세희를 쳐다보고 있었고, 신세희는 그런 부소경의 눈빛에 고개를 떨구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 사이즈로 보나 디자인으로 보나, 그의 부하가 사 온 옷은 그녀에게 아주 안성맞춤이었다.안에 들어있는 속옷도 그녀에게 딱 맞았다.역시나 부소경은 독보적인 남자였다.“못된 악당! 당신이 우리 엄마한테 옷 사준 거야?” 유리는 비록 엄마의 말을 두 글자밖에 듣지 못했지만 옷을 사준 사람이 부소경이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유리가 똑똑한 건 분명히 부소경의 유전자를 받아서 그런 거일 것이다.부소경은 무척이나 담담한 말투로 말을 건넸다. “잘 어울리면 됐어.”그리고는 신세희를 쳐다보며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깬 거야?”신세희는 그의 말에 고분고분하게 대답을 했다. “네.”“이리 와.” 부소경은 신세희의 손목을 잡아당겼고 신세희는 그런 그를 고분고분하게 따라갔다. 남자는 오른손에는 신세희를, 왼손에는 유리를 잡고 있었다. 신세희는 그제야 유리의 몸에 입혀져 있는 핑크색의 니트 원피스를 발견하게 되었다. 다리에는 검은색의 타이즈가 입혀져 있었고 발에는 반짝이는 구두가 신겨져 있었다. 그녀와 같은 세트의 옷이었다.신세희와 신유리는 시밀러룩을 입고 있었다.신세희는 당혹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유리를 쳐다보았다. “유리야, 너… 너 그 옷 언제 바꿔 입은 거야?”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유리는 그 옷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엄마랑 세트로 된 옷이라는 사실이 그녀를 더욱 기쁘게 했다. 유리의 마음은 마치 사탕을 머금은 듯 달콤해졌다.유리는 달콤한 말투로 대답했다. “엄마, 엄마가 잠든 사이에 아빠… 악당이 사줬어.”유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