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게 맞다면 신세희는 고모의 외모만 닮기만 했을 뿐만 아니다. 고모의 성격을 똑 빼다 닮았다 말해도 과언이 아닌 정도였다.서준명이 말하는 얘기를 듣자 신세희의 가슴속에 형언할 수 없는 쓸쓸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이 세상에 쓸쓸한 사연이 없는 가정은 없었다.하숙민의 인생도 무척이나 기구했는데…서준명의 고모도 삶이 무척이나 기구했다.신세희의 말투는 한결 온화해졌다. “죄송한데요, 서준명씨. 당신 고모 일은 정말 안 됐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일은 저랑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에요. 전 이제 고작 스무 살 밖에 안 됐어요. 당신 고모일 리는 절대 없죠. 제가 당신 고모의 딸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 같은데… 미리 말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저희 엄마는 시골에서 자란 농민이에요. 엄청 촌스러운 사람이죠. 그리고 저희 엄마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요. 저희 엄마가 당신 고모라고 하더라도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란 말이에요. 제가 서씨 집안의 외손녀라는 게 사실이라고 해도… 죄송해요, 서준명씨. 나는 영원히 당신 할아버지 같은 사람이랑 가족을 맺을 생각이 없어요. 그러니까 서준명씨, 이제 그만 좀 찾아오세요. 저 이제 곧 운성을 떠나거든요.”“알아요. 당신이 곧 여기를 떠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지금 어딜 갈 수 있는데요? 당신 돈도 없고 아무것도 없잖아요. 당신 지금 배 속에 애까지 있어요. 이 상태로 어딜 간다는 건데요?” 서준명은 신세희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당신 어떻게 그 많은 걸 다 알고 있는 거예요?” 신세희는 당혹스러운지 그에게 물었다.“서시언이 알려줬어요.” 서준명은 솔직하게 사실을 알려주었다. “시언이, 돈 한몫 챙긴 후 당신이랑 떠날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집을 나가기도 전에 그만 신용카드와 통장을 압수당하고 말았죠. 지금 시언이 손에 돈 한 푼 없거든요. 상황이 급했는지 날 찾아오더니 10억이나 빌려달라고 했어요. 당신을 데리고 멀리 떠날 거라면서, 당신이 운성에서 괴롭힘당하는 모습 더 이상 못 보겠
눈앞에는 자신과 똑같이 임신을 한 여자가 서 있었다. 신세희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임서아를 쳐다보았다. “임서아! 너 안 힘들어? 넌 네 배 속에 있는 애가 다치는 게 걱정되지도 않아? 오전 부씨 저택에 있을 때만 해도 아랫배가 아프다면서 칭얼댔잖아. 왜, 지금은 다시 몸 상태가 좋아진 건데?”지금 이 순간, 임서아의 성격은 무척이나 좋았다.너무 좋았다.신세희가 심한 말은 내뱉어도 그녀는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다.오전 부씨 저택에서 임서아는 신세희가 핸드폰을 바닥으로 던지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신세희가 부소경이랑 단호하게 인연을 끊는 장면도, 신세희를 향한 부소경의 분노도 그녀는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비록 그의 분노가 신세희의 단호함과 각박함 때문이긴 하지만, 부소경이 신세희에게 화가 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내가 몸 상태가 안 좋긴 했지. 근데 너만 보면 몸 상태가 엄청 좋아지지 뭐야? 근데 너, 사람 꼬시는 실력 하나는 인정해줘야겠더라. 조의찬을 꼬시고 곽세건도 단단히 손에 잡고 있으면서 이제는 서시언까지 네 편으로 만들어버렸네? 아 맞다, 세 시간 전에도 말이야.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집 앞에 서 있던 남자 서씨 집안 도련님 서준명 아니야?”“쯧! 서씨 집안처럼 역사가 깊고 기품이 엄청난 집 도련님도 꼬시다니. 너 진짜 대단하다. 한번 맞춰볼까? 네 그 음탕한 기술들, 그 곽세건네 집 늙다리가 너한테 알려준 거지?”일은 이미 이렇게 됐다. 신세희는 이제 하루만 지나면 운성을 떠나게 된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이곳에 있는 그 누구와도 충돌이나 불쾌한 일을 겪지 않고 싶었다.신세희에게는 더 이상 남은 기운이 없었다.그녀는 서준명을 피하기 위해 점심도 먹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배가 무척이나 고팠다. 배도 고프고, 졸리고, 힘들었다. 그녀는 가방을 챙겨 이 월셋집을 떠나고 싶었다. 아무 모텔이나 찾아 깨끗하게 샤워를 한 후, 배를 채우고 잠이나 푹 자고 싶었다.그리고 내일은 남은 정리를 끝내고 모
”알고 싶어?” 임서아는 의기양양 해하며 신세희에게 물었다.신세희는 차갑게 임서아를 쳐다보았다. “그게 누군데?”“한 번 맞춰봐.”“감옥에 있는 범인? 사형수야?” 신세희는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그날 그 남자를 만나러 갔을 때, 그는 완전히 갇혀 있는 상태였다.그녀의 말에 임서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세희, 넌 틀림없이 그게 누군지 맞추지 못할 거야. 그러니까 내가 알려줄게. 내일 아침 일찍, 한 일곱 시? 그때 이 근처 아롱분식에서 만나자. 만나서 자세하게 알려줄게. 그래도 되지?”“왜 지금 안 알려주는 건데?” 신세희가 그녀에게 물었다.“그게, 지금은 날이 너무 어두워졌잖아. 너한테 알려주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알려줘야 할 거 아니야. 나도 지금 너랑 같아. 배 속에 애가 있어. 난 부씨 집안 도련님의 애를 배 속에 품고 있어. 이 아이가 얼마나 귀한지 알아? 난 아주 작은 사고도 나면 안 돼. 그래서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해. 이거 하나만 기억해. 내일 아침 일찍, 아롱분식에서 만나는 거야. 알았지?”“무슨 꿍꿍이야?”신세희의 말에 임서아가 웃기 시작했다. “걱정하지 마. 너 모레면 떠나잖아. 그런 너한테 내가 무슨 짓을 하겠어? 그리고 지금 내 신분으로, 그것도 부씨 집안에서 나한테 들이는 정성으로 너 같은 애 하나 없애는 게 얼마나 쉬운지 알아? 개미 한 마리 죽이는 것보다 더 쉬울걸? 내가 그런 너한테 무슨 짓을 하겠어?”“…” 임서아의 말이 맞았다.그녀는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이틀 후에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마침 내일 하루의 시간이 비게 된다. 진짜 임서아의 말대로 아이의 아빠가 살아 있고 그것도 이 도시에 있다면 신세희는 그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었다. 자기 배 속에 있는 아이에게 변명의 여지라도 남기고 싶었다.몇 분 뒤, 신세희는 임서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알겠어. 내가 뭘 해주면 되는데?”임서아가 이런 큰 비밀을 아무런 조건 없이 알려줄 리가 없다.“당연히 네가
신세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의자에 앉아 있음에도 머리가 어질어질했고, 본인이 말하는 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었다. “너… 방금 뭐라고 한 거야?”“오늘은 내가 결혼하는 아주 경사스러운 날이라고. 나 오늘 운성에서 제일 잘나가는 남자랑 결혼해. 그리고 그 남자가 네 아이의 아빠야.” 임서아가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그녀는 절친한 친구에게 말하는 것처럼 신세희에게 말했다.신세희는 넋을 놓고 임서아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앉아있었다. 그녀는 계속 같은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이게 말이 돼? 어떻게 이래?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그 남자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그 남자 이미 죽은 거 아니었어?그 남자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세희는 계속 이 화제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 이 얘기를 꺼낼 때마다 자신의 처지가 너무 비참해 보였으니까.인생에 한 번뿐인 첫 경험을 곧 죽어가는 남자에게 줘버렸다.게다가 그 죽은 남자의 아이까지 임신했다.심지어 그녀는 그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 남자는 젊은 남자였을까, 늙은 남자였을까?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자신의 배 속에 아이가 그녀의 유일한 위로였다. 앞으로 이 아이의 출신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그녀는 배 속의 아이를 하늘이 자신에게 내려준 더없이 귀중한 선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이 세상에 남은 가족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그녀에게는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게 바로 신세희가 다른 도시에 가고 싶어 했던 이유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 남자 살아있을 줄은 몰랐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그 남자가 부소경이라고?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왜 그러면 안 되는데?”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신세희의 얼굴에 임서아는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신세희는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이미 탈진한 상태라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이런 그녀의 상태를 훤히 꿰뚫어 본 임서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미소 지었다."얘, 세희야, 너랑 난 그래도 의매잖니. 넌 우리 집에서 8년이나 함께 지냈어. 부모님은 널 딸처럼 여기시면서 먹이고 입혀주셨고 나도 널 언니처럼 따랐다고. 그런데 진실을 말해줘도 어떻게 그걸 농담 취급할 수 있어? 오늘은 내 결혼식 날이야. 내가 농담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사실 신세희는 임서아가 그녀에게 농담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스스로 인정할 수 없었을 뿐이었다.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낸 임서아가 한 동영상을 신세희에게 보여주었다."이걸 봐."저도 모르게 동영상으로 눈길을 돌린 신세희의 표정에 대번에 놀라움이 번졌다.영상 속 장소는 산 중턱의 별장이었다. 바로 3개월 전 그날 밤 그녀가 갔던 곳 말이다.신세희는 낡고 오래된 그 별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카메라가 천천히 클로즈업되면서 대문을 지나쳐 흐릿한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자신도 가본 적 있는 방이었다.그러나 영상 속의 방은 지난번처럼 어두컴컴하진 않았다. 대신 누런 조명이 켜져 있었다.희미한 조명 아래 수염이 덥수룩하고 수척한 남자가 앉아 있다.카메라가 그 남자의 얼굴을 가까이하자 신세희는 비로소 그가 부소경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정말 부소경이었다니!눈물이 두 볼을 타고 툭 떨어졌다. 그에게도 이렇게 초라한 시절이 있었단 말인가?"똑똑히 봤지? 이젠 좀 내 말이 믿어져? 내 남편이 확실하지? 맞아, 이 영상은 네가 그 사람과 하룻밤을 보내기 보름 전에 촬영한 거야. 그때 아빠가 부소경의 소재를 그의 맏형인 부소건에게 보고하려고 찍은 영상이지. 이렇게 네가 보게 될 줄은 몰랐지만."임서아가 만족스럽다는 듯 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경악하고 발악하다가 나중에는 체념하는 신세희의 모습을 꼭 보고 말리라 다짐했다.아니나 다를까 벌떡 일어난 신세희가 히스테릭하게
신세희가 딱딱한 어조로 물었다."임지강이 겉으로는 부소건 편을 드는 척하면서 몰래 나를 내세워 부소경에게 잘 보이고 있었다고?"임서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런 건 아니고. 네가 누구의 비위를 맞추는 걸 도울 주제나 되는 것 같아? 아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어. 너는 그저 죄수일 뿐이었지, 감옥에 갇힌 죄수 말이야.아빠는 사실 부소건 쪽으로 더 치우치셨어. 왜냐하면 그는 명실상부한 부씨 집안의 큰 도련님이니까. 몰래 부소경을 도와준 건 단지 일종의 보험이었던 거지. 혹시라도 부소경이 판을 뒤엎으면 어떡해? 그래도 대비는 해야 할 거 아니야. 부소건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도 우리 아빠였어. 그는 부소경을 죽이는 일도 우리 아빠한테 맡겼지. 사실은 그냥 창녀 하나 구해다 쓰고 없애버리라고 했거든? 하지만 우리 아빠는 매우 꼼꼼한 분이시잖니. 어차피 없앨 거 감옥에 있는 사람이어도 괜찮겠다 싶으셨던 거야. 다 쓰고 나면 다시 감옥에 돌려보내면 되니까. 만약 부소경이 정말 죽기라도 한다면 너에게 탈옥해서 살인을 저지른 죄를 뒤집어씌워 사형에 처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이렇게 배은망덕한 수양딸을 제거해버린다면 나중에 번거롭지도 않을 거고, 부소경도 제거할 수 있고, 무엇보다 부소건의 일등 공신도 될 수 있잖아. 이거야말로 일석삼조 아니겠어?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부소경이 판을 뒤집었을 때 우리 아빠가 부소경을 구한 일등 공신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었지. 그때가 되면 그를 구한 여자는 네가 아니라 바로 나, 임서아가 될 테고 말이야. 나는 그의 목숨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아이도 임신한 셈이지. 하하, 신세희, 우리 임씨 집안의 계책이 정말 훌륭하지 않니?"신세희의 입가에 조용히 쓴웃음이 맺혔다."정작 그의 목숨을 구해준 여자는 임서아 네가 아니라 나인 거고, 그의 아이를 밴 여자도 나였던 거야.""맞아!"임서아가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네 가족은 이걸 다 알고 있었어?"신세희가 물었다."당연한 거 아니야? 신세희, 우리 아빠가 널 감옥에
신세희는 멍하니 임서아를 쳐다보았다. 입은 꾹 다문 채로 눈동자는 흐리멍덩하니 초점도 없어서 꼭 마치 백치 같았다.이 모습에 임서아는 더욱 기뻐하며 그녀를 자극하려 들었다."왜냐하면, 네가 어제 부씨 저택에서 상류층 전체의 미움을 샀을 뿐만 아니라 내 남편 부소경의 눈 밖에도 났으니까. 넌 네 휴대폰을 박살 내면서 모든 사람에게 앞으로 다시는 운성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고 다시는 부소경과 얽히는 일이 없을 거라고 단호하게 말했잖아. 어제 그렇게 맹세해놓고 오늘 바로 내 남편을 찾아가면 우리 그이가 널 어떻게 생각하겠어. 흠, 잔인한 내 남편의 성정으로 보았을 때 당장 너를 걷어차 버리지 않을까? 맞아, 그이는 분명 네 배를 뻥 차버릴 테지. 아아, 정말 너무 재미있는 구경거리겠어. 하하하."생각할수록 너무 훌륭한 계책 같았다.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역시 자신의 엄마인 허영뿐이었다.사실 이 계책은 허영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심지어 임지강도 몰랐다.허영은 당시 임서아에게 이렇게 당부했었다."신세희를 완전히 없애버리려면 생각을 비틀기도 해야 하거니와 위험한 수도 둘 줄 알아야 해. 이 사건의 진실을 신세희에게 알리는 거야. 그 애 배 속에 품고 있는 아이야말로 부소경의 친자라는 사실을!"허영의 이런 계책을 들은 임서아는 가슴이 철렁했다."엄마, 그러면 신세희는 반드시 소경 오빠를 찾아가 한바탕 난리를 피울 거라고. 그럼 우린 끝난 거 아니야?""바로 그거야. 난리를 피울수록 부소경은 점점 더 그년을 혐오할 거란다. 만약 신세희가 결혼식 날에 소란을 피운다면, 설령 부소경이 화를 내지 않더라도 부씨 집안 어르신의 그 불같은 성정으로 보았을 때 당장 지팡이로 그년의 배를 쳐버리지 않고는 못 배길걸? 그럼 아이도 함께 사라지는 거야."허영이 악독한 표정을 지으며 임서아를 구슬렸다.생각할수록 훌륭한 계략이었다."정말 잘 됐다, 역시 엄마야!"허영은 더욱 기고만장하게 말했다."만약 부소경도, 어르신도 신세희에게 손을 대지 않더라도 우리에겐
케이스는 텅텅 비어있었다.'감히 나를 속여?'임서아는 식탁 위로 거칠게 케이스를 내던졌다.직원이 임서아에게 따졌다."손님, 가게에서 이렇게 행패를 부리시면 안 됩니다!""돈을 더 내면 될 거 아니야!"임서아는 십만 원을 꺼내 탁자 위에 던지고는 가방을 챙겨 가게를 나섰다.직원이 뒤에서 구시렁거렸다."돈이 많으면 다야? 저런 지랄맞은 성격으로 평생 결혼은 꿈도 못 꿀 거다."갑자기 몸을 홱 돌린 임서아가 직원을 거만하게 쳐다보았다."이런 데서 서빙이나 하는 불쌍한 알바생아, 잘 들어. 오늘이 바로 내 결혼식 날이란다. 우리 남편이 누군지 알아? 그이는 널 한 손으로 짓이겨버릴 수도 있는 사람이야."직원은 임서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몸을 흠칫 떨었다.임서아가 싸늘하게 미소 지었다."내 남편은 이 남성에서 가장 권력 있는 사람인 부소경이라고. 부소경 몰라? 우리 오늘 결혼해! 질투나 죽겠지? 나는 남성의 모든 여자가 날 질투했으면 좋겠어. 이제부터 내가 부씨 집안 안주인이니까. 하하하!"광기 가득한 임서아가 분식집을 나섰다.부아가 치밀어 오른 직원은 침을 뱉듯이 읊조렸다."결혼식 거하게 망해버려라."임서아가 미처 듣지 못한 저주였다.분식집을 나선 임서아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겨우 1, 2분 남짓한 시간에 신세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설마 충동적으로 차도로 뛰어들어 자살한 건 아니겠지?'재미없긴.'임서아는 신세희가 알아야 할 두 가지 비밀을 준비해둔 참이었다. 그러나 미처 두 번째 비밀을 알리기도 전에 떠나버리다니.'그 초라한 월셋집으로 돌아갔겠지?'임서아는 빈민촌에 가서 신세희의 모습을 다시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했던 터라 바로 돌아가서 메이크업을 받아야 했다. 그녀는 반드시 이 운성에서 가장 빛나는 신부가 되어야 했다.임서아는 아쉬운 마음을 안고 자신의 스포츠카를 타고 돌아갔다.한편 넋이 나간 신세희는 터덜터덜 골목길을 걸으며 임서아의 말들을 곱씹었다.배 속의 아이가 부소경의 아이라니!드디어 임씨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