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알겠어요, 소경 오빠. 오빠 말대로 할게요.”말을 끝낸 후, 그녀는 일부러 신세희를 쳐다보았다.신세희의 가슴에 형언할 수 없는 처량함이 밀려오기 시작했다.부소경이 임서아를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임서아의 배속에는 그의 아이가 있었다. 이것은 세 식구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족애였고 다른 사람은 그들 사이에 조금도 끼어들 수 없었다. 부소경이 임서아를 무척이나 세심하게 챙겨주는 모습에 신세희는 자기 자신이 웃음거리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무척이나 어이없는 웃음거리.똑같이 임신한 예비 엄마인데 왜 내 운명은 임서아랑 이렇게 다른 걸까?신세희는 턱을 치켜들더니 무척이나 교만한 얼굴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부소경씨가 이렇게 왔으니 그럼 이 자리를 빌어 제대로 말씀드릴게요. 일단 먼저, 전 부소경한테 꼬리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부소경씨가 먼저 절 찾아온 거예요. 제가 부소경씨 어머님이랑 사이가 좋았거든요. 부소경씨가 절 찾아오는 이유는 단지 어머님에게 마지막으로 위로해주길 바라서예요. 맞아요, 우린 계약까지 한 사이예요. 하지만 그건 그냥 하씨 아주머니를 속이기 위해서였어요. 하씨 아주머니가 세상을 떠난 지금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말할게요. 다들 제대로 들으세요! 나, 신세희는! 하씨 아주머니의 돈을 단 한 번도 탐낸 적이 없어요! 저랑 하씨 아주머니는 진정한 우정을 나눈 사이였어요. 피는 나누지 않았지만 가족 같은 사이였다고요. 하씨 아주머니는 절 딸처럼 대해주시고, 전 그런 아주머니를 엄마처럼 따랐어요!”“저랑 하씨 아주머니의 사이의 정은 부소경과 조금도 상관이 없어요! 내가 굶어 죽는다고 해도, 길거리에서 밥을 동냥하는 처지에 떨어진다고 해도 난 절대로 하씨 아주머니와의 감정을 팔아먹지 않을 거예요! 부소경씨, 알아들었어요?”“…”부소경을 바라보는 신세희의 눈빛에는 경멸감이 가득했다. “부소경씨, 내가 전에 하씨 아주머니를 보살폈던 건 당신
신세희가 핸드폰을 부숴버렸다. 그 행동은 운성의 상류층의 얼굴에 핸드폰을 던진 거랑 다름이 없었다. 그들에게는 조금의 체면도 남아있지 않았다.자리에 앉아있는 수많은 부잣집 사장님, 사모님들은 껄끄러운 얼굴로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쳐다보았다.신세희는 경멸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차갑게 쳐다보았다. “저 이미 고향으로 돌아갈 차표까지 다 사 놓았거든요. 모레, 하루하고 반나절만 더 지나면 이제 운성을 떠나게 될 거예요. 운성에 있는 당신 같은 사람들한테는 미련이 하나도 남지 않았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당신네 집안 도련님들이 앞으로 어떤 여자들이랑 만나는 지는 나 신세희랑 이제 아무 상관이 없는 거예요! 도련님들이 다른 여자들한테 빠지지 않길 기도할게요! 부소경씨, 이제 다시 물어볼게요. 이 일, 이제 제대로 해결됐나요?”부태성의 얼굴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그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부태성은 신세희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사과하게 만들려고 했다. 앞으로 다시는 상류층에 있는 도련님들과 엮이지 않겠다는 다짐도 받아내려고 했다. 다시는 헛된 망상 따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내려고 했는데…부태성은 신세희가 도련님들이랑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도 하고, 자리에 있는 사람들한테 정중하게 사과도 한다면 그녀에게 보상금까지 두둑하게 챙겨주려고 했다.하숙민이 죽기 전 그 두 달 동안 신세희가 하숙민을 줄곧 세심하게 보살펴준 건 사실이긴 했으니까. 신세희는 하숙민을 아주 잘 챙겨주었다.신세희에게 커다란 공은 없어도 그동안 고생한 건 사실이니까!부태성이 악독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렇게 인정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그는 도리를 따질 줄 아는 사람이었다.하지만 부태성이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신세희가 이렇게 강직하게 나오다니… 그것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살까지 하려고 하다니…죽는다 해도 그들에게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상류층의 체면을 완전히 바닥에 내팽개쳐 버렸다.그녀는 부잣집 도련님들을 조금도 소
”이 여자, 호락호락하지 않네요!”“이 여자 밀당을 엄청 잘 하는데요? 내 아들이 이런 여자를 만났다면 아마 견디지 못하고 홀랑 넘어가고 말았을 거예요.”“핸드폰 부숴버린 게 얼마나 다행인지… 하루빨리 운성을 떠났으면 좋겠어요. 이제 운성에서 그만 소란 피웠으면 좋겠네요.”“쯧! 이름도 가문도 없는 여자가 운성 바닥에서 바람을 일으키려고 하다니… 알아서 손 떼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우리 집안 다 거덜 났을 거예요!”“이런 여자는 제대로 눌러줘야 해요! 다시는 고개도 들지 못하게!”“퉤!”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신세희가 무릎을 꿇고 자신들에게 사과할 거라고 생각했다. 제일 비굴한 방식으로 사과할 줄 알았는데…드라마에서는, 소설 속에서는 다 이렇게 행동하지 않나?신분이 미천하면 고개 숙여 무릎 꿇고 사과해야지. 그들은 모두 신세희의 이런 반응을 기대했다. 하지만 신세희는 조금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녀의 당당한 반응이 사람들을 화나게 했다.신세희는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자리를 떠났고 핸드폰도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그 누구와도 연락하지 못한다.부소경도 이제는 그녀와 연락할 수 없게 되었다.그녀는 핸드폰이 없었다.하지만 상류층에 떠도는 신세희의 소문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신세희를 여전히 남자나 홀리고 다니는 천박한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신세희를 상류층의 물이나 흐리는 미꾸라지처럼 생각하고 있었다.“만약에 걔가 다시 돌아온다면 난 그 년 팔을 다 분질러 버릴 거예요!”“난 걔 다리를 부러뜨릴 거예요!”“다시 여기 찾아와서 소란 일으키면, 난 걔 눈을 멀게 만들어버리죠!”다들 너나없이 신세희에 대해 떠들고 있는 그때, 거실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나타났다.서경수가 제일 먼저 그 사람을 알아보았다. “준명아, 여긴 왜 왔어! 내가 분명히 집에 가두어 놨는데… 누가 너 꺼내준 거야?”서준명은 분노가 가득 찬 얼굴로 서경수를 쳐다보았다. “할아버지! 왜 여기서 덩달아 소
”신세희씨…” 서준명은 뭐라 말해야 할지 감을 못 잡고 있었다.“서준명씨, 좀 물어볼게요. 우리 엄청 친한가요?” 신세희는 우습다는 표정으로 서준명을 쳐다보았다. “인정할게요. 내가 예전에 당신한테 돈 빌렸었던 거, 그거 해서는 안 될 짓이었어요. 이미 그 일에 대해서는 사과했잖아요. 뭘 더 어떻게 하고 싶은 건데요? 뭘 더 어쩌고 싶은 거예요! 고작 돈 한번 빌린 거 가지고 이러는 거예요? 돈 한 푼 빌려주지도 않았으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이렇게 찾아오면 어떡해요? 어디 찾아오기만 했어요? 당신 동생이 날 모욕하는 것도 모자라서 당신 할아버지가 사람들 다 있는 데서 날 모욕하기까지 했잖아요. 서준명씨, 내가 당신한테 무슨 원수라도 졌어요?”“신세희씨,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요. 내 말 한마디만 들어줘요. 네?”“좋아요! 다 좋으니까 한번 말해봐요. 어디 한 번 말해보라고요!” 신세희는 더 이상 화를 낼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저한테 고모가 있어요.” 서준명이 말했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고모는 젊은 나이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싸우고는 집을 나가버렸어요. 그리고는 30년이 지나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요. 우리 집안에서는 전국으로 사람을 풀어 고모를 찾아다녔고 그런 노력에도 고모를 찾지 못했어요. 그리고 지금 저희는 고모의 생사도 모르는 상태에요.” 그의 말투는 무척이나 처량했다.“당신네 집 사람이 없어진 거잖아요. 30년 동안 못 찾고 있다면서요. 혹시 내가 그 사람을 빼돌렸나요? 난 여자예요. 죄송한데, 전 남자만 꼬시거든요? 여자한테는 관심이 없어요! 그러니까 지금 당장 꺼져주세요! 제 앞길 막지 마시고요!”“당신 우리 고모랑 많이 닮았어요.” 서준명이 그런 그녀에게 말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신세희는 험악하게 말했다. “내가 진짜 당신네 집안사람들이랑 닮았다면 확 그냥 성형해 버릴 거예요!”“…”그는 눈앞에 있는 강직한 성격의 여자를 바라보았다. 서준명은 눈앞에 있는 여자가 진짜로 자신의 고모와 모종의 관
만약 그게 맞다면 신세희는 고모의 외모만 닮기만 했을 뿐만 아니다. 고모의 성격을 똑 빼다 닮았다 말해도 과언이 아닌 정도였다.서준명이 말하는 얘기를 듣자 신세희의 가슴속에 형언할 수 없는 쓸쓸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이 세상에 쓸쓸한 사연이 없는 가정은 없었다.하숙민의 인생도 무척이나 기구했는데…서준명의 고모도 삶이 무척이나 기구했다.신세희의 말투는 한결 온화해졌다. “죄송한데요, 서준명씨. 당신 고모 일은 정말 안 됐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일은 저랑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에요. 전 이제 고작 스무 살 밖에 안 됐어요. 당신 고모일 리는 절대 없죠. 제가 당신 고모의 딸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 같은데… 미리 말하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저희 엄마는 시골에서 자란 농민이에요. 엄청 촌스러운 사람이죠. 그리고 저희 엄마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요. 저희 엄마가 당신 고모라고 하더라도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란 말이에요. 제가 서씨 집안의 외손녀라는 게 사실이라고 해도… 죄송해요, 서준명씨. 나는 영원히 당신 할아버지 같은 사람이랑 가족을 맺을 생각이 없어요. 그러니까 서준명씨, 이제 그만 좀 찾아오세요. 저 이제 곧 운성을 떠나거든요.”“알아요. 당신이 곧 여기를 떠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지금 어딜 갈 수 있는데요? 당신 돈도 없고 아무것도 없잖아요. 당신 지금 배 속에 애까지 있어요. 이 상태로 어딜 간다는 건데요?” 서준명은 신세희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당신 어떻게 그 많은 걸 다 알고 있는 거예요?” 신세희는 당혹스러운지 그에게 물었다.“서시언이 알려줬어요.” 서준명은 솔직하게 사실을 알려주었다. “시언이, 돈 한몫 챙긴 후 당신이랑 떠날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집을 나가기도 전에 그만 신용카드와 통장을 압수당하고 말았죠. 지금 시언이 손에 돈 한 푼 없거든요. 상황이 급했는지 날 찾아오더니 10억이나 빌려달라고 했어요. 당신을 데리고 멀리 떠날 거라면서, 당신이 운성에서 괴롭힘당하는 모습 더 이상 못 보겠
눈앞에는 자신과 똑같이 임신을 한 여자가 서 있었다. 신세희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임서아를 쳐다보았다. “임서아! 너 안 힘들어? 넌 네 배 속에 있는 애가 다치는 게 걱정되지도 않아? 오전 부씨 저택에 있을 때만 해도 아랫배가 아프다면서 칭얼댔잖아. 왜, 지금은 다시 몸 상태가 좋아진 건데?”지금 이 순간, 임서아의 성격은 무척이나 좋았다.너무 좋았다.신세희가 심한 말은 내뱉어도 그녀는 조금도 화를 내지 않았다.오전 부씨 저택에서 임서아는 신세희가 핸드폰을 바닥으로 던지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신세희가 부소경이랑 단호하게 인연을 끊는 장면도, 신세희를 향한 부소경의 분노도 그녀는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비록 그의 분노가 신세희의 단호함과 각박함 때문이긴 하지만, 부소경이 신세희에게 화가 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내가 몸 상태가 안 좋긴 했지. 근데 너만 보면 몸 상태가 엄청 좋아지지 뭐야? 근데 너, 사람 꼬시는 실력 하나는 인정해줘야겠더라. 조의찬을 꼬시고 곽세건도 단단히 손에 잡고 있으면서 이제는 서시언까지 네 편으로 만들어버렸네? 아 맞다, 세 시간 전에도 말이야.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집 앞에 서 있던 남자 서씨 집안 도련님 서준명 아니야?”“쯧! 서씨 집안처럼 역사가 깊고 기품이 엄청난 집 도련님도 꼬시다니. 너 진짜 대단하다. 한번 맞춰볼까? 네 그 음탕한 기술들, 그 곽세건네 집 늙다리가 너한테 알려준 거지?”일은 이미 이렇게 됐다. 신세희는 이제 하루만 지나면 운성을 떠나게 된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이곳에 있는 그 누구와도 충돌이나 불쾌한 일을 겪지 않고 싶었다.신세희에게는 더 이상 남은 기운이 없었다.그녀는 서준명을 피하기 위해 점심도 먹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배가 무척이나 고팠다. 배도 고프고, 졸리고, 힘들었다. 그녀는 가방을 챙겨 이 월셋집을 떠나고 싶었다. 아무 모텔이나 찾아 깨끗하게 샤워를 한 후, 배를 채우고 잠이나 푹 자고 싶었다.그리고 내일은 남은 정리를 끝내고 모
”알고 싶어?” 임서아는 의기양양 해하며 신세희에게 물었다.신세희는 차갑게 임서아를 쳐다보았다. “그게 누군데?”“한 번 맞춰봐.”“감옥에 있는 범인? 사형수야?” 신세희는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그날 그 남자를 만나러 갔을 때, 그는 완전히 갇혀 있는 상태였다.그녀의 말에 임서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세희, 넌 틀림없이 그게 누군지 맞추지 못할 거야. 그러니까 내가 알려줄게. 내일 아침 일찍, 한 일곱 시? 그때 이 근처 아롱분식에서 만나자. 만나서 자세하게 알려줄게. 그래도 되지?”“왜 지금 안 알려주는 건데?” 신세희가 그녀에게 물었다.“그게, 지금은 날이 너무 어두워졌잖아. 너한테 알려주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알려줘야 할 거 아니야. 나도 지금 너랑 같아. 배 속에 애가 있어. 난 부씨 집안 도련님의 애를 배 속에 품고 있어. 이 아이가 얼마나 귀한지 알아? 난 아주 작은 사고도 나면 안 돼. 그래서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해. 이거 하나만 기억해. 내일 아침 일찍, 아롱분식에서 만나는 거야. 알았지?”“무슨 꿍꿍이야?”신세희의 말에 임서아가 웃기 시작했다. “걱정하지 마. 너 모레면 떠나잖아. 그런 너한테 내가 무슨 짓을 하겠어? 그리고 지금 내 신분으로, 그것도 부씨 집안에서 나한테 들이는 정성으로 너 같은 애 하나 없애는 게 얼마나 쉬운지 알아? 개미 한 마리 죽이는 것보다 더 쉬울걸? 내가 그런 너한테 무슨 짓을 하겠어?”“…” 임서아의 말이 맞았다.그녀는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이틀 후에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마침 내일 하루의 시간이 비게 된다. 진짜 임서아의 말대로 아이의 아빠가 살아 있고 그것도 이 도시에 있다면 신세희는 그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었다. 자기 배 속에 있는 아이에게 변명의 여지라도 남기고 싶었다.몇 분 뒤, 신세희는 임서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알겠어. 내가 뭘 해주면 되는데?”임서아가 이런 큰 비밀을 아무런 조건 없이 알려줄 리가 없다.“당연히 네가
신세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의자에 앉아 있음에도 머리가 어질어질했고, 본인이 말하는 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었다. “너… 방금 뭐라고 한 거야?”“오늘은 내가 결혼하는 아주 경사스러운 날이라고. 나 오늘 운성에서 제일 잘나가는 남자랑 결혼해. 그리고 그 남자가 네 아이의 아빠야.” 임서아가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그녀는 절친한 친구에게 말하는 것처럼 신세희에게 말했다.신세희는 넋을 놓고 임서아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앉아있었다. 그녀는 계속 같은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이게 말이 돼? 어떻게 이래?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그 남자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그 남자 이미 죽은 거 아니었어?그 남자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세희는 계속 이 화제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 이 얘기를 꺼낼 때마다 자신의 처지가 너무 비참해 보였으니까.인생에 한 번뿐인 첫 경험을 곧 죽어가는 남자에게 줘버렸다.게다가 그 죽은 남자의 아이까지 임신했다.심지어 그녀는 그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 남자는 젊은 남자였을까, 늙은 남자였을까?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자신의 배 속에 아이가 그녀의 유일한 위로였다. 앞으로 이 아이의 출신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그녀는 배 속의 아이를 하늘이 자신에게 내려준 더없이 귀중한 선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이 세상에 남은 가족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그녀에게는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게 바로 신세희가 다른 도시에 가고 싶어 했던 이유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 남자 살아있을 줄은 몰랐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그 남자가 부소경이라고?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왜 그러면 안 되는데?”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신세희의 얼굴에 임서아는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