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이가 툭하면 어린이집에 안 가는 데 익숙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에 명확하게 일러둬야 한다고 하예정은 생각했다. 이번에는 용정이 모처럼 놀러 왔고 또 용정이 관성에서 친구란 우빈이밖에 없으니, 이번만은 응낙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우빈이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을 약속했다.용정도 따라서 말했다.“아주머니, 다음번에는 제가 여름방학 혹은 겨울방학을 하는 틈을 타서 올 게요. 그러면 누구도 휴가를 내지 않아도 되잖아요.”“이모, 지금 당장 엄마한테 전화해서 얘기하면 안 돼요?”우빈이한테는 지금 휴가를 내는 일이 급선무였다.그래야 시름 놓고 놀 수 있을 것 같았다.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전태윤을 째려보았다. 전태윤은 일부러 하예정의 시선을 피하여 고개를 돌려 딴 곳을 쳐다보는 척했다. 하혜정은 속으로 남편이 우빈이의 일을 자신한테 떠밀었다고 투덜댔다.“알았어.”하예정은 마지못해 하예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예진이 전화를 받자 하예정이 말했다.“언니, 우빈이가 할 얘기 있대.”그러고 나서 휴대폰을 우빈이에게 넘겨주면서 말했다.“우빈아, 네가 직접 엄마하고 얘기해.”우빈이는 전화를 받아쥐고 하예진에게 휴가를 내려는 사유를 자초지종 말했다.하예진도 하예정과 똑같은 말을 하고 나서 우빈이가 하루 휴가를 내서 모처럼 찾아온 친구랑 노는 것에 응낙했다.그러자 우빈이는 휴대폰을 하예정에게 돌려준 후 용정의 손을 잡고 깡충깡충 뛰면서 기뻐했다. 그러고는 대결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용정에게 말했다.“용정아, 나 요즘 아주 열심히 무술을 연마했어. 우리 한 번 대결해.”용정이 자신만만해서 말했다.“넌 나한테 질 거야. 나한테 져서 화내면 안 돼. 알았지?”지난 여름방학 때 두 사람이 함께 놀 때 우빈이가 항상 져서 기분이 언짢아했었다.용정은 그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모연정이 용정이보고 우빈이는 손님인데 왜 양보하지 않았냐고 핀잔했다.하지만 용정은 어떻게 양보해야 할지 몰랐다. 아직 자연스럽게 져주는 법을 모르
게다가 우빈이도 장점이 있는 어린이였다.그는 독서와 글씨를 쓰는 데 있어서 용정보다 조금 나은 편이다.용정은 숫자를 많이 읽는다지만 잘 쓰지 못했다. 이 또한 전태윤이 우빈을 칭찬할 때 자주 쓰는 말이었다.그러나 우빈은 전태윤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고 여겼다. 전태윤이 어른일 뿐만 아니라 전씨 그룹의 대표였기 때문에 그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라고 믿었다.우빈은 이렇게 자신을 설득하더니 더는 입을 삐죽 내밀지 않고 용정을 끌어당기며 말했다.“가자, 우리 들어가서 뭐 먹자. 배고파.”“나도 배고프다.”두 녀석은 또 즐겁게 팔짝팔짝 뛰며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여씨 가문.여운별은 별장 입구에 멀찌감치 서 있다가 여천우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다.한참 후에야 여천우가 집안에서 나왔다.여천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여운별은 어두운 얼굴로 걸어가다가 손을 들어 여천우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짝!여천우는 여운별이 자신을 보자마자 뺨을 때릴 줄은 몰랐다.그는 단지 여운별이 자신이 곧 학교로 돌아갈 것을 알고 특별히 찾으러 온 줄로만 알았지만 만나자마자 뺨을 때릴 줄은 몰랐다.“누나. 왜 때려?”여천우는 맞은 얼굴을 만지며 여운별에게 물었다.여운별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누나라고 부르지 마. 내가 네 누나가 맞긴 한 거야? 어려서부터 너는 여운초를 좋아하고 나와 가깝게 지내지도 않더니 이제 와서 여운초와 연합해서 나를 상대하려고 해? 여천우! 너 미쳤어? 나야말로 너의 친누나거든! 같은 엄마 배에서 나온 친누나라고. 여운초는 네 사촌 누나일 뿐이야!”여천우도 바로 화를 냈다.“내가 미쳤다고? 누나! 누나는 우리 부모님 밑에서 응석받이로 자라면서 못된 것만 배웠잖아! 내가 미쳤다고? 누나가 미친 거 아니야? 운초 누나는 내 사촌 누나이자 내 친누나야. 운초 누나도 나와 같은 엄마 뱃속에서 나온 친누나야! 영원한 내 친누나라고!”여운별은 화가 나서 또 여천우의 뺨을 후려치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여천우가 막을 준비를 하고
“여천우, 이 나쁜 놈아! 이제 다 커서 여운초와 연합해 친누나를 괴롭히려고 들어? 난 네가 감옥으로 가서 단지 우리 부모님이 보고 싶어서 찾아간 줄로 알았는데, 우리 부모님 재산을 노리고 간 거였어? 엄마 아빠 재산도 내 몫이니까 혼자 차지하려고 하지 마! 부모님이 가장 아끼는 사람은 나야. 우리 부모님은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전부 너에게 주지 주지는 않을걸. 그러니까 엄마 아빠 귀찮게 하지 마!”여운별도 면회하러 가서야 여천우가 그날 추미자 부부의 면회를 하러 간 것을 알게 되었다.여천우는 추미자 부부에게 그들이 압류당하지 않은 재산을 여천우 한 사람에게만 물려달라고, 여운별과 여운초에게는 재산을 주지 말자고 제안했다.여운초는 여태웅의 자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재산을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여운별은 그녀의 부모님이 가장 아끼는 딸로서 자산을 가지지 못 가질 리가 없었다.여운별은 이미 변호사와 만나 여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여운초의 모든 재산을 되찾으려고 계획했다.그러나 남동생 여천우가 독점할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겉모습만 봐서는 안 된다는 말이 이럴 때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평소에는 철이 들고 착한 동생인데 이토록 큰 야망을 품고 있었다니!아니, 여미란과 여미정의 말대로 여운초가 꾸민 짓일 것이다!여운초는 여운별이 정말로 소송을 걸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이 소송 때문에 여운초가 현재 가진 재산 일부를 토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추미자가 그들의 재산을 전부 여천우에게 물려준다면, 여운초와 여천우의 두터운 친분으로 볼 때 그 재산도 여천우의 손에 잠시 머물러 있을 가능성도 아주 크다.여씨 가문의 모든 재산은 결국 여운초의 손에 넘어가고 심지어 여운별이 아무리 소송을 걸어도 이길 수 없는 상황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여운별의 부모님은 현재 살아계시고 또한 부모님의 재산도 그들의 의향대로 지정된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다. 그리고 여운별도 성인이 다 되었기에 그녀의 부모님도 이제 그녀를 키울 책임이 없다
여천우에게 엄하게 대하고, 어려서부터 독립시킨 것은 모두 그를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서였다.후계자가 독립할 능력이 없다면 어떻게 여씨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단 말인가!다만 여천우가 아직 젊어서 추미자 부부가 대놓고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여천우도 성인이 되었고 여운별이 출소하자마자 난리를 피웠기 때문에 재산을 위해서라도 추미자 부부는 그들의 명의로 된 재산을 아들 여천우에게 넘겨주기로 했다.여천우는 여운별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고 여운별이 스스로 돈을 벌어 자신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되면 더는 여운별에게 생활비를 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여운별이 시집가게 되면 여천우는 그녀에게 후한 혼수를 줄 것으로 계획했다.여운초도 그깟 재산을 두고 그들과 다투지는 않을 것이다.여운초가 원하는 것은 단지 공평이었다.“엄마와 아빠는 모두 동의하지 않을 거야.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꿈도 꾸지 마!”사실 여운별도 그녀의 부모님이 동의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결국, 추미자 부부가 선택한 사람이 그들이 가장 아끼는 친딸 여운별이 아니라 아들 여천우라는 사실을 믿기 싫었을 뿐이다.정녕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여천우에게 물려주려 했는가!여운별에 대한 사랑은 역시 성별을 초월할 수 없었던 건가!추미자 부부는 한 번도 여운별에게 재산을 넘겨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여운별은 이 사실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들이 남자를 더 중히 여기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어릴 때부터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었다.그러나 여천우가 원하는 것은 무언가 대가를 치러야만 얻을 수 있었고 심지어 얻지 못할 때도 있었다.여운별은 추미자 부부의 사랑이 완전히 그녀 쪽으로 기울었다고 생각했다.추미자 부부는 여운초를 아끼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가 죽기를 바랐다.여운별은 그녀의 부모님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여천우가 아닌 자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여천우는 여운별의 무너지는 모습을 보더니 입술을 오므리다가 말을 이었다.“누나, 누나
여천우가 바로 거부했다.“누나, 이건 내가 도울 수 없어. 운초 누나의 일은 나도 어쩔 수 없어.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돈도 전부 운초 누나가 준 돈이니까. 나도 잠시 운초 누나가 먹여 살려줘야 하는데 내가 어떻게 운초 누나의 생각을 바꿀 수 있겠어?”설령 여천우는 여운초가 여운별의 정지된 카드를 풀게끔 설득할 수 있다고 해도 여천우는 하지 않을 것이다.여천우와 여운초의 의도가 바로 여운별이 함부로 돈을 써서 재산을 탕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여천우는 여운별을 궁지로 몰아넣어 그녀 스스로 돈을 벌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그렇지 않으면 여운별은 아마도 여운초에게 평생 눌리면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어쨌든 여운별과 여운초는 친자매였기 때문에 여천우도 여운별이 잘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너도 운초가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 이상 나와 손을 잡고 운초를 상대해야지, 운초의 말에 속아 넘어가 부모님을 만나면 어떡해? 그것도 부모님 재산을 너의 명의로 바꾸라고 한 것도 운초의 생각이지? 운초가 가르쳐준 거지?”“천우야, 운초는 우리 가문의 재산을 독차지하고 싶을 뿐이야. 내가 어떻게 우리 가문의 재산을 탕진할 수 있겠어? 우리 가문에 사업이 그토록 많은데 우리가 우리 재산을 가져오기만 한다면 돈은 떼처럼 굴러올걸. 우리 남매 3대가 쓰기에도 충분할 거라고.”이때 여천우가 또 반박했다.“운별 누나. 우리 집은 누나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돈이 많지 않아. 일부 재산은 운초 누나 소유이고 또 우리 부모님 장사는 법을 어기는 장사야. 일찍 압류당하고 벌금도 낸 거 몰라? 합법적인 사업은 얼마 되지도 않아.”여운별이 말을 이었다.“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나도 알아. 우리 집은 돈이 엄청 많다는걸. 엄마가 알려주셨어. 운초 장님이 뭐가 돈이 있다고... 둘째 삼촌이 돌아가시고 나서 여씨 그룹의 장사는 줄곧 우리 부모님께서 하고 계셨는데. 그 재산도 마땅히 우리 것이어야 해. 쓸데없는 소리 말고 한 가지만 물
하지만 여천우와 여운별 집에서는 여천우가 바로 여씨 가문의 주인이다!여운별은 재빨리 그 100만 원을 확인했다.여천우가 떠나가는 모습을 본 여운별은 그를 잡아끌며 사정했다.“천우야, 조금만 더 줘. 2000만 원, 아니... 1000만 원도 돼. 100만 원으로는 정말 부족하단 말이야. 운초 몰래 내 명의로 된 부동산 소유증과 열쇠를 훔쳐 와도 되고.”여운별은 추미자가 자신에게 집 몇 채를 사준 기억을 떠올렸다.그녀가 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서 자지 않고 추미자가 학교 근처에 집을 사주었다.그러다가 여운별이 학교에 다니지 않자 추미자는 그 집을 세주었고 세 값이 얼마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그러나 여운별은 그것이 그녀에게 사준 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가 부동산 증서와 열쇠만 가지게 되면, 집을 팔아 큰돈을 벌 수 있었다.여운별 명의로 된 집들은 학교 부근 주택이라 집 한 채가 10억에 달했다.“운초가 무슨 근거로 내 부동산 소유증까지 가져가? 그건 내 재산인데 왜 운초가 가져가?”부동산 소유증은 추미자 부부 방의 금고 안에 있었다.지난번에 여운초가 여운별을 속여 금고를 열게 한 뒤로 그 안의 귀중한 물품들과 일부 현금은 모두 여운초가 가져갔다.여천우는 여운별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내가 엄마 보러 갔을 때 엄마가 나한테 신신당부하셨어. 누나 명의로 된 부동산 소유증을 누나가 팔아넘길까 봐 누나에게 넘겨서는 절대 안 된다고. 그리고 그 부동산은 소유증에는 누나뿐만 아니라 우리 엄마 이름도 쓰여있어. 엄마 사인 없이 누나가 혼자 집을 팔 수 없을 거야. 눈독 들일 생각하지 마.”여운별은 할 말을 잃었다.그랬다.예전에 여운별이 아직 학교에 다녔기에 추미자가 사준 집에는 추미자의 이름이 등록된 것도 아주 당연했다.여천우는 다시 별장으로 돌아갔다.여운별은 또 쫓아가려고 했지만, 여운초가 별장의 입구에 나타난 것을 보더니 그제야 단념하고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여운초 남매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여운초! 여천우! 난 가만
여운초는 여천우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말을 건넸다.“운별이가 때렸어?”여운별에게 맞은 얼굴을 만지며 여천우가 대답했다.“응. 그 뒤로 또 내 뺨을 때려고 했는데 내가 피했어. 운별 누나가 우리 부모님 뵈러 갔다가 부모님 명의로 된 재산을 전부 나에게 물려준 사실을 알고 나한테 따지러 왔거든. 누나, 운별 누나 신경 쓰지 마. 우리 부모님께서 운별 누나를 응석받이로 키우셔서 버릇이 없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으로 자랐어. 세상의 악랄함을 맛보아야 성숙해질 거야.”여운초는 그의 붉게 부어오른 얼굴을 가슴 아픈 표정으로 만져주면서 말했다.“운별은 미쳤어. 어머니한테 응석받이로 자라서 그래. 평생 지켜줄 능력이 없으면서 사람을 폐인으로 키우셨어. 운별이를 해친 거나 다름없어.”추미자 부부가 운별이를 해친 거나 다름없다.자식들을 응석받이로 키우다니, 자식들을 해치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오늘날 여운별의 버릇들은 전부 추미자 부부가 초래한 결과이다.“들어가서 얼음찜질 좀 하자.”“응.”두 사람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욕설을 퍼붓던 여운별은 결국 세 집으로 돌아갔다.문을 열자마자 여운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녀의 집에는 낯선 사람 열 명이나 있었다. 그중 한 중년 남자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 외, 다른 사람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중년 남자 주위에 조용히 서 있었다.그 중년 남자의 경호원으로 보였다.‘내가 잘못 들어왔나?’“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들어왔네요.”여운별은 정신을 차리고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운별 씨가 잘못 들어온 게 아닙니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초대하지 않았는데 운별 씨 허락도 없이 들어왔어요. 운별 씨가 놀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여운별은 멍하니 서 있었다.그들이 여운별을 알고 있었지만, 여운별은 그들이 누구인지도 몰랐다.‘왜 내가 출소한 뒤로 항상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오지?’정현숙도 그렇고 지금 이 낯선 중년 남자도 그렇다.“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이리 와서 앉으세요. 제가 운별 씨와 하
여운별은 도도하게 물었다.중년 남자는 웃으면서 대답했다.“제 이름은 용태호라고 합니다. 통성명했으니 우리 이제 아는 사이 아닌가요?”그 남자는 건방진 표정으로 여운별에게 다가오더니 그녀의 몸매와 얼굴을 과감하게 훑어보면서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였다.“운별 씨, 앉으세요. 앉아서 얘기 좀 해요.”“태호 씨, 여기는 우리 집이에요. 주인인 척하지 마세요. 당신들은 불법 침입이라고요. 아시겠어요? 제가 언제든지 경찰에 신고해서 당신들을 내쫓을 수 있다고요.”용태호의 나이가 40~50대로서 몸 관리도 잘하고 얼굴도 못생긴 편은 아니었으며 품위 있는 중년 남자였다.그러나 용태호의 눈빛이 너무 건방진 탓으로 여운별은 그의 시선이 자신의 몸을 훑으며 사냥감을 살피는 듯한 표정이 싫었다.“네. 저희 잘못이에요. 저희가 사과드릴게요.”용태호는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이때 경호원 한 명이 다가가서 새 가방을 용태호에게 건네주었다.용태호는 그 가방을 건네받더니 다시 여운별에게 건네주며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운별 씨, 이것은 제가 운별 씨한테 사죄 선물입니다. 작은 성의이니 반드시 받으셔야 합니다. 아니면 우리를 용서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요.”“저는 가방이 부족하지 않아요.”여운별의 태도는 여전히 도도했다.여운별을 세상 물정도 모르고 아무나 준 가방이나 들고 다니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단 말인가!그 가방은 에르메스 가방이었다.“저는 운별 씨가 지금 가방이 아닌 돈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용태호는 일어나 그 가방을 여운별의 손에 쥐여 주며 말을 건넸다.“먼저 가방을 받아요. 잠시 후에 우리 다시 협력에 관해 이야기합시다.”“제가 지금 돈도, 힘도, 능력도 없는데, 저와 무슨 일을 협력하고 싶으신지 모르겠네요. 또 정씨 아주머니처럼 저와 연합해서 일하겠다고 하고는 성의도 없이 돈 수백만 원만 던져주며 사라지는 건 아니겠죠? 제가 만만해요?”용태호는 눈동자를 반짝이더니 웃으면서 되물었다.“정씨 사모님 말씀이신가요?”“네.
연예 기자는 가차 없이 여운별의 전화를 끊었다.여운별은 화가 나서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싶었지만, 여운초 때문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망가뜨릴 필요 없다고 생각하더니 다시 내려놓았다.기자들이 안 오면 그들의 손해일 뿐 나중에 후회할 때가 있을 것이다.여운별은 리조트 입구로 달려가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여운초가 안에서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여운초와 함께 걸어오는 사람은 전이진이였다. 이 남자는 여운별이 진작부터 찜해놓은 사람이다.여태웅 부부가 사고가 나기 전에 추미자가 여운별과 전이진을 맺어주려고 계획한 적 있었다.결국! 전이진은 여운초의 남자로 되었다!여운별은 정말 부러웠고 또 질투 났다.특히 자신이 용태호에게 유린당해 어쩔 수 없이 그의 내연녀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여운별은 여운초에 대한 원망이 더더욱 깊어졌다.여운별은 또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여운초! 드디어 나왔구나. 네가 감히 나오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돈 줘! 지금 굶어 죽게 생겼어! 넌 우리 집 재산도 혼자 차지하고 천우를 부추겨 우리 부모님 재산도 천우 명의로 전이하게 했어. 천우를 통해 우리 여씨 가문의 재산을 얻으려는 속셈 아니야? 네 속셈을 모를 줄 알아? 천우 그 멍청한 자식!”여운별은 여천우까지 끌어들여 욕했다.여천우는 그의 부모님 재산을 정말로 여운초에게 주어 관리하도록 하고 싶었지만, 여운초가 거절했다.여운초는 단지 그녀의 몫만 챙기고 싶었을 뿐이다. 그녀는 자신의 것이 아니면 절대로 손에 넣지 않을 것이니까.여운초가 그녀의 몫을 챙겨가면 여천우 남매에게 남겨진 재산을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앞에서 말했듯이 여씨 가문의 대동맥은 여전히 여운초의 손에 쥐어졌다.“밥 먹을 돈이 없었구나. 우리가 같은 엄마 밑에서 자란 것을 고려해서라도 굶겨 죽일 수는 없지. 돈 좀 준비했어. 너 스스로 돈을 세어보아야 할 거야. 양씨 아저씨, 얼른 운별에게 돈 주고 꺼지게 해주세요.”여운별은 그제야 여운초 부부와 함께 나온 사람이 서원 리조트의 집사라는 것을 발견했다.집
여운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것이 고급 차라는 것을 그제야 똑똑히 보았다. 전씨 가문의 도련님이 돌아왔을 것으로 추측한 여운별은 신이 나서 재빨리 길 한가운데 서서 상대방을 멈추게 하려고 했다.전씨 가문의 도련님 중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전태윤뿐이다.전태윤이 나타나면 종종 여러 대의 차가 뒤따르고 있는데 지금 산으로 올라오는 차는 한 대뿐이었다.분명 전태윤이 아닐 것이다.하여 여운별은 겁 없이 길 한가운데 서서 차를 막았다.차량은 여운별과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멈추어 섰다.여운초는 차창을 눌러 고개를 내밀어 살펴보았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여운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다른 사람은 그녀의 차를 막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여운초! 드디어 돌아왔구나! 차에서 내려, 당장 돈 줘. 네가 우리 부모님이 재산을 횡령하여 날 집으로 들어가서 살게도 못하고 카드도 정지시켰는데 날 굶겨 죽일 작정이야? 잘 들어! 돈 안 주면 나 여기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못해! 난 모든 사람에게 네가 얼마나 차갑고 악랄한 사람인지 알게 할 거야!”전씨 가문의 모든 어르신이 여운초의 차갑고 음흉한 성격을 알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였다.전씨 가문 사람은 전부 화목한 분위를 이루고 있는 대가족으로 냉혈하고 무정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여운별은 전씨 가문의 가족 앞에서 여운초의 무정한 면을 보여주려 했다!여운초는 고개를 숙여 차 안으로 들어갔고 차창을 올리고는 남편에게 말했다.“여보, 가자!”전이진은 다시 차를 움직였다.“여운초! 여운초! 배짱이 있으면 어서 덤벼! 정말 날 차로 치려고? 어디 한 번 덤벼봐!”여운별은 여운초가 자신을 감히 부딪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며 길 한복판에 서서 허리에 두 손을 걸치고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계속 앞으로 속도를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을 보자 여운별은 화들짝 놀라 재빨리 한편으로 뛰어가며 피했다.장주희와 이국주는 진작 의자를 치우고 길가에 서서 전이진의
이때 누군가가 다가왔다.리조트에서 일하고 있는 하인들이다.그들은 두 명의 하인에게 의자 두 개를 가져다주면서 앉으라고 인사하면서 음식을 가져다주었다.“주희 언니, 국주 언니! 둘째 사모님께서 두 분이 너무 고생이 많으시다고. 의자와 저녁 음식도 가져다드리라고 분부하셨어요. 그리고 여기에서 사람을 지키실 때 한 시간당 하루 월급으로 계산해 드린다고 하셨어요.”두 하인 장주희와 이국주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힘들지도 않은데. 고마워요.”두 사람은 산기슭의 꽃밭에서 일하고 있는데 매일 바쁘게 일한 덕으로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여운별과 같은 가녀린 여자를 상대하기에는 거뜬했다.여운초가 이런 임무를 맡기자 그녀들은 너무 기뻤다. 이 일은 꽃밭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할 뿐만 아니라 시급도 그녀들의 월급보다 훨씬 높았다.한 시간에 하루치 월급이라니! 맞은편의 여운별이 될수록 열흘이나 보름 정도 버티고 있으면 올해 집으로 돌아가 설을 쇨 때 아마 돈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듯하다.게다가 여운초는 그녀들의 식사도 책임지고 보내주었다!여운별은 몇 번이나 토했는데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지금은 춥지도 덥지도 않지만 해가 지면 기온이 내려가 관성의 밤은 조금 으스스했다.이국주 일행은 여운별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 뻔뻔스럽게 여운초에게 돈을 요구하러 오다니, 돈을 요구하려면 적어도 그럴만한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장주희와 이국주에게 의자와 저녁 음식을 가져다준 두 하인은 여운별을 쳐다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장주희에게 물었다.“저분은 아직 떠날 생각 없나 봐요?”장주희는 도시락 뚜껑을 열더니 매우 풍성한 음식을 보며 한탄했다. 그녀들은 평소에 직접 장을 보고 집에서 요리를 했다. 돈을 아끼기 위해 식단은 늘 평범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다.서원 리조트에서 식비를 주긴 하지만 그들은 늘 절약하면서 살기 때문에 리조트의 동료들처럼 풍성하게 먹지는 않았다.“아니요. 정말 고집이 세요. 꼭 우리 둘째 사모님한테서
비록 여운별은 지금 여천우가 준 생활비로 생활할 필요는 없지만, 가끔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로 신분을 회복해서 돈을 써야 할 때가 있다.설마, 여운별은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정말 일자리를 찾으려 하는 건가?여운별은 여미란과 여미정 가족이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직장까지 잃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여미란이 여운별에게 계략을 제안해준 바람에 온 가족은 다시 수입을 얻지 못하게 되었고 심지어 쓰레기를 줍는 일까지 못 하게 될 줄 더욱 몰랐을 것이다.여미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녀의 남편과 아들, 그리고 여동생의 온 가족은 그녀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그리고 여미란이 울며 빌딩 꼭대기 층에서 뛰어내리려 하자 모두의 욕설이 멈췄다.여미란 자매의 두 가족은 오랜 상의 끝에 관성에 계속 머무르면 여전히 여운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여 관성을 떠나 외딴 작은 도시로 가서 살기로 했다. 아무도 알지 못했고, 외딴 작은 곳으로 이사해야만 전씨 가문의 세력 범위를 벗어날 수 있어 일자리를 다시 찾고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하여 그들은 여운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문자도 보내지 않고 부랴부랴 물건을 정리하고 셋집을 내놓고 그날 밤 관성을 떠났다.여운별은 또 한 번 이용당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서서 전씨 가문의 두 하인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여운별이 여운초를 욕하기만 하면 두 중년 아줌마는 달려들어 그녀를 잡고 입에 양말을 쑤셔 넣었고 여운별은 미친 듯이 토했다.그녀는 이길 수도 없고 빨리 달릴 수도 없었으며 싸움에서 이기지도 못했다.두 아줌마의 전투력이 너무 강했다.여운별처럼 이렇게 건방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두 아줌마의 앞에서는 여전히 열세에 처했다.“돈을 주지 않으면 가지 않을 거야!”여운별이 큰소리로 외쳤다.어두운 밤이 되도록 그녀는 여전히 이기지 자신이 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아니다. 여운별은 그녀만의 끈기로
몇 분 후, 여천우가 답장했다.[누나, 운별 누나가 또 무슨 짓이라도 벌인 건 아니지?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지 몰라.]여천우도 여운별에게 무척 실망했다.아직도 형세를 읽을 줄 모르고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다니!여운별이 예전에 여운초를 어떻게 괴롭혔는지, 여운초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여운초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제 여운별이 감옥에서 나왔다. 이제 여운초가 여운별에게 복수하려면 개미 한 마리 죽이듯 쉬운 일로 되었다.여운별이 패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진작 독립하여 자신만의 생활을 꾸려나갔을 것이다.여천우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만약 여운초였더라면 자립 자강하여 하늘이 무너져도 스스로 버텨내서 눈앞의 고난을 이겨나갔을 것이다.그러나 소심한 성격을 가진 여운별이라면 권세가 좀 생기게 되면 여운초에게 미친 듯이 복수했을 것이다. 만약 여운초 자매가 심하게 다투게 된다면 아마 누구에게도 좋은 점이 없을 것이다.여천우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여운초였지만 그렇다고 같은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여운별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여천우는 여운별이 좀 평범하게 지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대단해질 필요는 없고 일자리를 찾아 한 달 생활비를 좀 벌어서 스스로를 먹여 살릴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그가 여운초의 편을 든다고 탓할 필요는 없다. 여운별의 마음씨가 정말 너무 못됐다.여태웅 부부가 여운별을 망친 거나 다름없다.어릴 때부터 여천우는 여운초를 좋아해서 항상 그녀를 도와주곤 했다. 하여 추미자가 홧김에 그를 기숙사를 보내게 되었는데 기숙사에서 지낸 덕분으로 그는 인품 방면에서 그래도 제법 괜찮았다.여운별처럼 부모님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 삐뚤게 자란다면 지금쯤 아마 여운별과 마찬가지로 자주 여운초를 괴롭혔을 것이다.그리고 여운초가 조금만 반격해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네가 운별한테 준 돈과 집에서 가져간 현금을 전부 소진해 버리고 지금 우리 시집에 가서 행패를 부리고 있어. 운별이가 자립할 수 있게 할 능력을 키
여운초는 여천우의 몫을 탐내지 않았다.여운초가 쥐고 있는 것은 여씨 가문의 대동맥이다.“우리 어머니도 나에게 말했어. 신경 쓰지 마. 그 여자가 너를 욕하면 입을 틀어막고 쫓아내.”전이진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 그는 여천우를 제외한 여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 전부 증오했다.그가 사랑하는 아내의 친척들은 하예정 고향의 “일품” 친척들과 한판 붙어도 될 만큼 형편없는 사람들이다.하예정 고향의 친척들이 하예정에게 화해를 하고 싶어도 이제 기회가 없다. 그녀는 진작부터 그 친척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매달 받아온 집세 돈만 하 영감에게 생활비로 주었다.아주 가끔은 소비 돈을 조금 주겠지만 말이다.하 영감과 화해한 것도 어쩌면 하예정이 그녀의 아버지께 효도를 다 한 것일 수도 있다.그러나 여운초는 그녀의 친척들과 화해할 수 없다.여운초는 웃으며 여의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운별은 생각이 깊지 못한 사람이야. 자기 엄마를 찾아가 돈을 요구할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그 또한 두 고모가 운별이를 부추겨서 한 짓일 거야. 돈을 가지게 되면 별문제 없겠지만 돈을 못 가지게 되면 또 내 명성을 손상할 게 뻔해. 명성이 좋든 나쁘든 뭐가 상관있겠어? 내 생활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할 텐데.”여운초는 수많은 괴롭힘을 당했고 몇 번이고 죽을뻔했기에 진작 명성의 좋고 나쁨에 여의치 않았다.전이진은 여운초와 결혼할 때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전이진이 그녀의 과거를 싫어하지 않았기에 두 사람이 결혼할 수 있었다. 만약 전이진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여운초도 그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내가 대표님들에게 전화를 몇 통 걸었어. 사촌 오빠들은 내일부터 출근할 필요도 없이 쉴 수 있어서 좋을걸. 그리고 두 고모의 청소부 일도 취소했어. 앞으로 나가서 쓰레기통이나 뚜지면서 살아야 할 거야.”여운초는 두 고모가 청소부로 일하는 외 나가서 쓰레기를 주우면서 돈을 벌어 삶에 보태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전이진도 말을 이었다.“나도 전화할게.
전이진은 차 문을 열고 여운초를 부축해 태웠다.여운초는 시력을 회복했지만 먼 거리를 또렷하게 보지는 못했기에 전이진은 여전히 그녀를 세심하게 배려하며 돌보고 있었다.그녀가 외출할 때는 항상 경호원들이 동행했으며 전이진이 여운초 곁에 있을 때만 경호원들이 잠시 쉴 수 있었다.이전의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전이진은 여전히 아찔했다.그때 큰형수님이 그녀를 우연히 발견해 구해주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그 사건 이후 전이진은 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을 무자비하게 응징하며 그들의 사업을 모두 망하게 만들었다.그들은 파산했고 빚을 지게 되어 고급 차와 주택을 팔아 빚을 갚아야 했다.현재 두 집안은 셋방에서 살며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여운초의 두 고모는 청소부로 일하고 있었고 한때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던 그들에게 이는 엄청난 추락이었다.여운초는 남편에게 말했다.“맞아. 아버님과 어머님은 정말 잘해주셔. 집안 모든 분들이 나를 특별히 아껴주시는 것 같아. 작은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어머니, 큰어머니 모두 너무 좋은 분들이야. 그분들 덕분에 가족의 온기와 부모님의 사랑이 어떤 건지 느낄 수 있었어.”전씨 가문의 따뜻한 배려는 여운초가 과거에 겪었던 차가운 가정과는 완전히 달랐다.친부모 중에서도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해 준 사람은 어린 시절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뿐이었다.친어머니는 여운초에게 모성애를 주기는커녕 여운별과 여천우만을 자식으로 여기고 여운초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더구나 친어머니는 딸을 해치려는 끔찍한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그 결과 여운초는 목숨을 건졌지만 여전히 매일 약을 복용하며 눈과 몸을 치료해야 했다.세상에 어느 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불임으로 만들려 할까? 하지만 여운초의 어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전이진은 몸을 숙여 그녀의 안전벨트를 채워주며 얼굴에 입 맞추고 웃었다.“당신은 우리가 평생 아껴줄 공주님이니까.”전이진의 가족들 역시 여운초의 과거를 알게 된 후 그녀를 몹시 안타까워
여운초는 지금이라도 전화 한 통이면 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의 사람들을 관성에서 일자리도 찾지 못하게 하고 쫓아낼 수 있었다.그렇게 되면 여운별 역시 그들에게 부추김을 받지 않는다면 스스로 깨닫고 자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여운별 같은 사람은 사회의 혹독한 경험을 통해서만 성숙해질 수 있고 옳고 그름을 깨달을 수 있었다.물론, 여운초는 동생이 변하기를 기대하지 않았다.여운별의 가치관은 어머니의 과잉보호 아래 잘못 형성되었고 이를 고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하지만 동생이 얌전히만 있다면 여운초는 그녀를 완전히 내치려 하지 않았다.다만, 여운별이 여전히 문제를 일으킨다면 여운초도 더 이상 자비를 베풀 생각은 없었다.원래 두 사람 사이에는 자매애라고 부를 만한 것도 없었다.그저 남동생 여천우가 둘째 누나인 여운별에게 의리를 지키는 편이라 여운초가 동생을 어느 정도 봐주고 있었을 뿐이었다.하지만 여운별이 자신의 인내심을 끝내 소진한다면 그때는 여천우가 그녀를 위해 좋은 소리를 한다 해도 더 이상 봐줄 수는 없을 것이다.명해은이 단호히 말했다.“그럼 그렇게 해. 혹시라도 엄마가 나서야 한다면 언제든 말해. 우리는 이미 한 가족이잖니. 내 며느리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어. 누가 감히 내 며느리를 괴롭히면, 내가 그들에게 후회라는 단어가 뭔지 똑똑히 알려줄 것이야.”여운초는 시어머니의 말에 감동했다.“어머님 같은 좋은 시어머니가 있는데 누가 감히 저를 괴롭히겠어요? 다들 저한테 아첨하느라 바쁠 텐데요.”명해은은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다른 사람들의 아첨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아. 그냥 우리를 건드리지만 않으면 돼.”그러면서 화제를 바꾸며 명해은이 말했다.“운초야, 오늘 일 마치고 빨리 들어오려무나. 내가 주방에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더 준비하라고 할게. 오면 바로 먹을 수 있게.”“네, 그렇게 할게요.”명해은은 따뜻한 말투로 덧붙였다.“그럼 일 봐라.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그리고 전화를 끊었다.여운초
명해은이 말했다.“돈을 주지 않았어. 사돈아가씨가 일부러 와서 소란을 피우며 네 명성을 망치려는 걸 알고 있었거든. 그래서 집안으로 들이지 않고 내가 밖으로 나가서 만났어.”“한 번 돈을 주면 이제 돈이 없을 때마다 와서 또 달라고 할 게 뻔하잖니. 그래서 돈을 주지 않고 그냥 돌려보냈어.”명해은은 그런 일에 어리석지 않았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네 동생이 너를 욕하는 말이 너무 심해서 두어 마디 듣고는 사람을 시켜 그녀의 입을 막고 끌어내 버렸어. 다시는 별장 입구에서 떠들지 못하게 말이야.”“그래도 네 동생이니 너희 관계가 어떻든 간에, 사돈아가씨가 집까지 와서 돈을 요구한 건 네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얘기하는 거야.”“운초야, 난 단지 네게 알려주려는 거지 너를 탓하려는 게 아니니 마음에 두지 마라. 그 모녀가 예전에 너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내가 개를 풀어 그녀를 물게 하지 않은 것도 체면을 봐준 거야.”명해은은 며느리가 자신이 화가 난 걸로 오해할까 봐 급히 설명했다.그녀는 여운별이 아무리 문제를 일으켜도 여씨 가문의 둘째 딸이며 자기 며느리의 동생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여운별이 별장 입구까지 와서 돈을 요구하고 여운초를 욕한 데에 화가 났지만 며느리가 이 일을 알고 대비할 수 있도록 전한 것이다.여운초는 부드럽게 대답했다.“어머님, 알아요. 저도 어머님을 탓하지 않아요. 그리고 마음에 담아두지 않을게요. 동생이 원래 그런 사람이라 가만히 있는 게 더 이상할 정도죠.”“동생에게 돈을 주지 않은 건 정말 잘하신 거예요. 한 번 돈을 주면 걔는 우리를 착취하려 들 거예요. 성인이 돼서 손발이 멀쩡한 데 돈이 필요하면 자기가 벌어야죠. 다음에 또 찾아오면,어머님이 기르시는 강아지를 풀어서 그녀를 겁주시면 다시는 오지 않을 거예요.”여운초는 동생을 그렇게 대하고 있었다.여운별이 찾아올 때마다 여운초는 집사에게 맹견을 풀게 했고 그러면 여운별은 토끼처럼 빠르게 도망쳤다.여운별은 어머니의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 독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