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별은 의아했다.“제가 왜 얼굴을 바꿔야 하죠? 저는 저의 자연스러운 얼굴이 마음에 들어요. 바꾸고 싶지 않아요.”용태호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얼굴에 칼을 대는 것이 싫으시면 가면을 쓰고 다니세요. 문을 나설 때마다 인피 가면을 쓰고 다니시면 돼요. 제가 준비해 드린 이 가면을 쓰면 누구도 운별 씨를 알아보지 못할 거에요. 손오공이 온다 해도 운별 씨인 것을 알아보지 못할걸요. 그리고 제가 새로운 신분도 드릴게요. 우리의 협력이 끝날 때까지 운별 씨는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신분을 회복할 수 없어요. 제가 장담하건대, 저의 일이 잘 처리되면 당신이 원하는 여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운별 씨에게 드릴게요.”“그리고 운별 씨의 장님 언니는 제가 개미 한 마리 죽이듯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 운별 씨가 저에게 협조하여 저의 일이 잘 처리된다면 제가 운별 씨가 원하는 모든 것을 빼앗아 드릴 수 있어요.”용태호는 마치 그가 전이진을 쥐어 죽이는 것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과 같이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매우 오만방자하게 말했다.이어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태호 씨가 그 정도로 능력이 있다고요? 저의 장님 언니는 이미 시력을 회복했고 또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거든요. 태호 씨는 관성의 사람이 아니죠? 전씨 가문의 지위를 모르시는 것 같은데. 감옥으로 들어가시기 전에 우리 부모님조차 전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감히 큰소리도 못 치고 조심스럽게 비위를 맞춰야 했단 말이에요.”“전씨 가문은 재력이 풍부하고 인맥이 넓을 뿐만 아니라 친척과 친구들이 모두 재벌가에요. 또한, 그들의 자손도 많기에 관성에서 많은 재벌가가 전씨 가문과 친척 관계를 맺고 있었고 따라서 전씨 가문을 건드린다는 것은 관성의 상위층 재벌가들 전체와 적이 되는 것과 다름없어요.”여운별은 어리고 그녀의 부모님 밑에서 버릇없이 자라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능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씨 가문이 관성에서의 지위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운별은 옛
여운별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태호 씨, 지금 저더러 당신의 내연녀 노릇을 하라고요?”여운별은 겨우 스무 살인 젊고 아름다웠기에 그녀의 출신으로 보면 부잣집으로 시집가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용태호처럼 중년 남자가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여운별의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일 텐데, 그런 그녀를 이 늙은 남자의 내연녀로 연기를 하라고 하다니!너무 어이없는 상황이다.용태호가 허허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운별 씨, 운별 씨는 특기도 없고 현실에 굴복하는 것도 싫어하고 게다가 한 달에 수십만 원의 돈을 버는 일도 성에 차지 않을 텐데, 그러면 어떻게 생활을 할 건가요? 정말 당신 남동생이 주는 백만 원으로 생활할 건가요?”여운별은 깜짝 놀랐다.‘나와 천우가 사적으로 한 말을 어떻게 알았지? 설마 줄곧 나를 주시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내가 누구를 만났고 무슨 말을 했는지 다 알고 있는 건가?’이 남자는 너무 무서운 사람이다!전태윤이라 할지라도 이 정도는 하지 못할 것이다.“운별 씨가 예쁘고 젊고 몸매 좋은 것 말고 또 뭐가 있죠?”용태호가 여운별을 보는 눈빛은 여전히 건방졌다.여운별은 마침내 용태호의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다.용태호는 그녀를 자신의 노리개로 생각할 뿐이다. 왠지 그녀에게 약속한 조건이 그토록 후하더라니!별장에 새 차, 그리고 매달 6000만 원의 용돈을 주려고 하더니, 결국 여운별의 몸을 탐내고 있었다.그녀는 그런 의심을 하긴 했으나 용태호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용태호는 일어나서 여운별의 곁에 앉아 한쪽 손을 여운별의 허벅지에 올려놓았다.“운별 씨, 저를 따라오셔야지만 계속해서 좋은 삶을 계속 살 수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 여씨 가문의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고요. 앞으로 여운초 씨를 발밑에 밟고 싶지 않으세요? 여운초 씨 남편을 운별 씨에게 넘어오게 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가 이런 관계이긴 하지만 만약 운별 씨가 전씨 가문의 도련님을 꼬실 수만 있다면 저도 흔쾌히 손을 놓
용태호는 한바탕 웃더니 여운별의 눈을 보며 말했다.“운별 씨, 그건 제가 허락할 수 없네요. 운별 씨가 동의하면 가장 좋은 선택이겠지만 동의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어요. 제가 이미 이곳으로 찾아왔기 때문에 당신이 나가서 저에 관한 말을 하게 하지 않기 위해 제가 당신을 죽이는 수밖에 없어요. 운별 씨가 아마 고통스러울 수도 있겠네요. 제 부하들을 보셨죠? 열 명도 넘어요.”여운별의 얼굴은 금세 하얗게 변했다.“그럼, 저와 연합하실 건가요? 아니면 죽기를 바라는 거죠? 몇 분 드릴 테니 잘 생각해 보세요.”여운별은 열댓 명의 경호원을 쳐다보고는 또 용태호를 쳐다보았다.그녀는 그 남자의 정체에 대해 호기심을 품었다.‘자꾸 사람을 죽인다는 소리를 해대다니! 설마 살인마는 아니겠지?’여운별은 갑자기 땅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제발 저를 놓아주세요! 저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아요. 저 이제 겨우 스무 살인데 죽고 싶지 않아요.”여운별의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용태호는 일어나서 그녀의 곁으로 가더니 그녀를 일으켜 세워 가로 안았다.여운별은 그의 뜻을 알고 있었지만, 얼굴이 더 창백해졌을 뿐 반항하지 않았다.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지만 두 사람은 방안에서 나왔다.여운별의 얼굴은 눈물 자국이 가득했고 눈에 원망으로 가득 찼다.용태호는 여운별을 부축하여 소파에 앉게 했고 그녀에게 말했다.“저를 탓하지 마세요. 미워할 거면 운별 씨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 사람들을 미워하세요. 그녀들 때문에 운별 씨 존재를 알게 되었고 당신이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했어요.”나쁜 짓을 한 사람은 용태호였지만 그는 여운별을 하예정과 여운초 일행을 원망하라고 설득했다.용태호는 휴지를 뽑아 여운별의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했다.“자, 그만 울어요.”그는 지갑을 꺼내 안에서 카드를 꺼내더니 여운별의 손에 쥐여 주며 말을 건넸다.“이 카드 안에 4억 원이 들어있거든요. 저 가방 안의 현금도 운별 씨한테 드리는 거예요.”여운별은 카드를 건네받고 눈물을 훔치더니 용태
여운별은 의아한 표정을 물었다.“A시 예씨 가문의 큰 사모님 양자가 목표라면 왜 직접 A시에서 당신 도와줄 사람을 찾지 않으세요? 관성과 A시는 거리가 너무 멀고 또 하예정 씨와 예씨 가문의 사모님 관계가 가깝다 해도 그분이 하예정 씨와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닐 텐데.”용태호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A시에서는 용정의 소식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용정이 예준성 부부의 양아들이라는 것 외 그 꼬마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외부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게다가 용정은 A시에 거의 있지 않았기에 그가 평소에 어디에 숨어 있는지 잘 몰랐다.예씨 가문 뒤에는 곽씨 가문이 배후에 서 있고 또 만성의 남씨 가문과 혼인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또 예씨 가문의 넷째 사모님은 신의의 제자였기 때문에 용태호는 그들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예전에 경솔하게 용정의 신분을 조사하고 있었는데 예준성이 누군가가 용정의 뒤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그 뒤로 용태호는 용정에 대한 소식을 잃었다.최근에야 겨우 알아낸 소식인데, 용정은 하예정의 조카 주우빈과 함께 놀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녀석은 나이가 비슷해서 분명 친구로 될 수 있었을 것이다.하여 용태호는 돌고 돌아 하예정의 주위에서부터 착수해 용정을 끌어낼 방법을 궁리했다.용정이 그들이 줄곧 찾던 사람인지 아닌지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그리고 토템도 찾고 있었다.“예씨 가문 댁 큰 사모님 친정집은 만성의 남씨 가문이에요. 운별 씨가 아실지 모르지만 남씨 가문은 엄청 대단한 가문이에요. 저는 남씨 가문의 사람의 양자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거든요.”용태호는 그가 정말로 두려워하는 사람이 바로 예씨 가문의 넷째 사모님 정겨울의 배후에 서 있는 그 늙은이, 신비한 고수라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그는 단지 용정을 납치하려고 했다.최대한 정면충돌을 하지 않기로 했다.여운별이 말을 이었다.“하예정 씨 배후에 사람이 없는 줄 아세요? 하예정 씨는 친구를 사귈 때 집안 형편이 아닌 인
용태호는 일부러 말했다.“저는 그딴 일에 관심 없어요. 그런데 운별 씨가 화풀이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사람을 시켜 복수해 드릴 수는 있어요. 저만 믿고 따라오시고 저의 일에 협조 잘하신다면 제가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운별 씨를 괴롭혔던 사람들도 그때 가서 복수 해드리죠.”용태호가 토템을 손에 넣게 되면 진정한 권력자로 되어 모든 것을 가지게 될 것이다.그날이 다가오면 그는 전씨 가문도 안중에 넣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소씨 가문이라면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출 수도 있지만...“당신 대체 정체가 뭐죠?”“나중에 알게 될 겁니다. 아무튼, 저만 믿고 따라오신다면 행복한 생활만 누리게 될 거에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제가 이곳에 두 사람을 남겨 운별 씨를 보호해 드리게 할게요. 저는 돌아가야 해요. 일이 너무 많아서 바빠요.”용태호는 여운별의 허벅지를 다시 만지더니 일어나 두 경호원에게 남으라고 지시했고 다른 경호원들은 바로 여운별의 셋집을 떠났다.용태호가 떠난 후 경호원 중 한 명이 여운별에게 말했다.“운별 씨, 집주인에게 가서 이 셋집을 반환하겠다고 전하시고 우리와 함께 가요. 용 사장님께서 이미 운별 씨에게 별장을 사고 새 차를 사주셨으니, 오늘부터 별장에 들어가서 생활하시면 됩니다.”“당분간 돌려주지 않고 남겨둘 거예요. 필요할지도 모르니까.”여운별은 인피 가면을 쓰고 하예정과 주우빈에게 접근하려고 했다. 그리고 신임을 얻고 나서 언젠가 하예정과 예씨 가문의 사모님이 만나 주우빈과 용정이 만나게 되면 용정을 유괴하여 용태호에게 넘겨줄 것으로 생각했다.만약 여운별은 갑자기 사라지고 자취를 감춘다면 전태윤 일행의 성격으로 반드시 여운별의 흔적을 찾아다닐 것이 뻔했다.차라리 이 셋방을 그대로 두어 여운별이 하예정 곁에 없을 때마다 인피 가면을 벗고 여운별 모습으로 나타나려고 계획했다.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여운별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관성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믿을 것이고 또한 하예정의 곁에 새로운 얼굴로 나타난다고 해도
몇 개월 된 두 아기는 이미 그들 스스로 몸을 뒤엎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른들과 아기 소리로 교류도 할 수 있었기에 한창 재미있을 때였다.용정이 말했다.“난 지연이와 자주 놀아주기 때문에 지연이가 나를 알아보거든. 그래서 날 보면 잘 웃어. 지연이는 우빈이 너가 잘 놀아주지 않으니까 너를 보아도 잘 웃지 않거든. 넌 지호랑 놀아. 내가 지연이랑 놀아줄 테니까.”예지호는 두 종아리로 우빈이가 유모차 위에 올려놓은 손을 걷어차곤 했다. 그 꼬마 녀석은 매일 잠을 자지 않는 한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울고불고하며 어른들에게 안아달라고 졸랐다.장난감 갖다 주어도 놀다가 몇 분도 안 돼 던지면서 “응애응애” 울었다.예지연은 예전처럼 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만약 예지연 남매가 동시에 누워 있으면 예지호가 끊임없이 울 때 예지연은 자신의 작은 발로 예지호를 차기도 했다. 마치 울보 예지호를 싫어하는 것처럼 말이다.우빈은 몸을 숙여 예지연에게 뽀뽀하려 했지만, 용정이가 즉시 막았다.“뽀뽀하면 안 돼. 아저씨가 그러셨어. 우리 모두 지연에게 뽀뽀하면 안 된다고. 지연이를 지켜주어야 한다고 했거든. 뽀뽀하고 싶으면 지호한테 해. 아저씨가 지호한테 뽀뽀해 주어도 괜찮다고 하셨어.”“왜?“우빈이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용정은 당당하게 대답했다.“무슨 물음이 이렇게 많아!”두 녀석의 대화를 듣던 하예정은 전태윤과 함께 앉아 사업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예준성을 힐끗 쳐다보았다.이를 본 모연정이 어쩔 수 없는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딸이 몇 개월밖에 안 됐는데 애 아빠는 벌써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다니까요. 남의 집에 있는 남자아이들이 지연이를 앗아갈까 봐 어찌나 걱정하는지 참.”하예정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준성 씨도 너무 과하게 생각하시는 거 아니에요? 하긴, 우리 태윤 씨도 그럴걸요. 평소에도 연정 씨가 돌보고 있는 거예요? 다시 출근하셨어요?”“아직요. 가끔 출근해요. 우리 남편은 제가 아기들이 6개월 되고 나서야 출근하기를 바라거든요. 우
“우빈아, 이리 와.”모연정은 우빈을 향해 손짓했다.우빈이 모연정에게 다가갔고 모연정은 그를 끌어안아 자신의 허벅지에 앉혔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용정이랑 싸웠어?”우빈은 싸운 사실을 부인하며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요. 하지만 용정의 말이 맞는걸요. 지연이는 용정의 여동생이에요. 용정이가 모 아줌마를 엄마라고 부르기 때문에 지연이가 용정의 여동생 맞아요. 저는 지연이가 너무 좋아요. 저도 여동생을 갖고 싶은데 여동생을 저에게 주시면 안 돼요?”모연정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안 돼.”예지연은 예진 리조트에서 보물 같은 존재로 어린 나이에 수많은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사람들이 조금만 더 길게 안아도 예씨 가문 사람들은 예지연을 안아 갈까 봐 걱정했다.“왜 안 돼요? 제가 사면 안 돼요? 모 아줌마, 저에게 돈이 있어요. 저의 모든 돈을 모 아줌마께 드리면 안 돼요?”모연정은 웃으면서 대답했다.“팔 수도 없는걸. 지연이는 물건이 아니기에 팔면 안 돼. 우빈아, 너도 지연이 오빠잖아. 용정이가 하는 헛소리를 믿으면 안 돼. 용정이도 지연이 아빠처럼 지연이를 너무 아껴서 그래.”두 사람은 친부자는 아니지만, 예지연에 대한 사랑은 똑같았다.“모 아줌마는 거짓말쟁이예요. 저보다 어린 여동생들은 모두 저를 오빠라고 부를 수 있는걸요. 용정을 부르는 오빠와 다르잖아요.”우빈은 진지하게 대답했다.“모 아줌마. 우리 엄마께서 제가 올해 4살이라고 하셨거든요. 제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저를 놀리면 안 되죠.”우빈은 아주 똑똑했다.“그래, 그래... 우리 우빈은 이미 많이 컸어. 이젠 세 살짜리 아이가 아니니 더는 널 놀리지 않을게. 하지만 난 지연이를 팔 수는 없어. 시간이 있을 때마다 아줌마 집에 와서 놀아. 그러면 지연이도 자주 볼 수 있을 거야.”우빈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하더니 말을 건넸다.“하지만 저는 매일 유치원에 가야 하고 주말에도 이틀밖에 못 쉬어요. 우리 엄마도 보고 싶고 동명 아저씨와 놀아주어
우빈은 소정남의 목을 껴안고 그의 볼에 뽀뽀해 주었다.소정남은 그제야 만족하며 웃었다.“잘했어. 자, 아저씨가 우빈에게 조종 비행기 한 대를 선물해 줄게.”“감사해요. 아저씨.”우빈은 즐겁게 그 큰 선물 상자를 받았다.소정남은 기회를 보며 우빈을 내려놓았다.“용정아, 우리 비행기 장난감을 놀러 가자.”우빈은 용정을 불러 함께 놀자고 했다.집 안에 있던 용정을 보던 소정남은 그제야 말했다.“용정이도 있는 줄 몰랐네. 다음에 사줄게.”“용정아, 이 새로운 비행기를 너에게 줄게. 내가 가서 한 대 더 가져올게. 우리 밖에 나가서 놀자.”우빈은 흔쾌히 소정남이 준 선물을 용정에게 건네주었다. 우빈에게는 전태윤과 소정남, 그리고 성소현이 준 조종 비행기가 많았다.조종 자동차도 엄청 많이 가지고 있다.바람개비는 더 많았다.노동명은 우빈에게 바람개비만 선물해 주었다.그러나 노동명은 요새 우빈이 바람개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다른 장난감으로 바꾸어서 그에게 선물했다.노동명은 장난감 한 가지를 우빈에게 선물했다가 녀석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매일 똑같은 것으로 선물하곤 한다.다른 사람들처럼 다종다양한 선물을 보내지 않았다.용정도 거절하지 않고 우빈이가 건네준 선물을 받았다.우빈이가 또 다른 장난감 비행기를 가져오자 두 녀석은 아기들과 놀지 않고 정원으로 달려가 비행기를 가지고 놀았다.예준성 부부는 분유를 타서 쌍둥이에게 먹인 뒤에야 한 명씩 아기를 안고 소파에 앉았다.“이 시간이면 아기들이 낮잠을 자야 하거든요. 안고 재우다가 잠이 들면 또 조심스레 침대에 놓아야 해요.”예준성은 딸 예지연을 안은 채로 자애롭게 내려다보았다.소정남은 손을 뻗어 예지연의 작은 얼굴을 살며시 꼬집었다.“살결도 부드럽고 너무 귀엽네요.”이때 예준성이 소정남의 손을 밀쳐냈다.“정남 씨, 제 딸의 얼굴을 만지지 마세요. 아파할 거예요.”“울지 않는데요.”예준성이 말을 이었다.“제 딸이 울면 제가 정남 씨와 싸울 수도 있어요. 우리 딸
연예 기자는 가차 없이 여운별의 전화를 끊었다.여운별은 화가 나서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싶었지만, 여운초 때문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망가뜨릴 필요 없다고 생각하더니 다시 내려놓았다.기자들이 안 오면 그들의 손해일 뿐 나중에 후회할 때가 있을 것이다.여운별은 리조트 입구로 달려가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여운초가 안에서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여운초와 함께 걸어오는 사람은 전이진이였다. 이 남자는 여운별이 진작부터 찜해놓은 사람이다.여태웅 부부가 사고가 나기 전에 추미자가 여운별과 전이진을 맺어주려고 계획한 적 있었다.결국! 전이진은 여운초의 남자로 되었다!여운별은 정말 부러웠고 또 질투 났다.특히 자신이 용태호에게 유린당해 어쩔 수 없이 그의 내연녀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여운별은 여운초에 대한 원망이 더더욱 깊어졌다.여운별은 또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여운초! 드디어 나왔구나. 네가 감히 나오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돈 줘! 지금 굶어 죽게 생겼어! 넌 우리 집 재산도 혼자 차지하고 천우를 부추겨 우리 부모님 재산도 천우 명의로 전이하게 했어. 천우를 통해 우리 여씨 가문의 재산을 얻으려는 속셈 아니야? 네 속셈을 모를 줄 알아? 천우 그 멍청한 자식!”여운별은 여천우까지 끌어들여 욕했다.여천우는 그의 부모님 재산을 정말로 여운초에게 주어 관리하도록 하고 싶었지만, 여운초가 거절했다.여운초는 단지 그녀의 몫만 챙기고 싶었을 뿐이다. 그녀는 자신의 것이 아니면 절대로 손에 넣지 않을 것이니까.여운초가 그녀의 몫을 챙겨가면 여천우 남매에게 남겨진 재산을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앞에서 말했듯이 여씨 가문의 대동맥은 여전히 여운초의 손에 쥐어졌다.“밥 먹을 돈이 없었구나. 우리가 같은 엄마 밑에서 자란 것을 고려해서라도 굶겨 죽일 수는 없지. 돈 좀 준비했어. 너 스스로 돈을 세어보아야 할 거야. 양씨 아저씨, 얼른 운별에게 돈 주고 꺼지게 해주세요.”여운별은 그제야 여운초 부부와 함께 나온 사람이 서원 리조트의 집사라는 것을 발견했다.집
여운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것이 고급 차라는 것을 그제야 똑똑히 보았다. 전씨 가문의 도련님이 돌아왔을 것으로 추측한 여운별은 신이 나서 재빨리 길 한가운데 서서 상대방을 멈추게 하려고 했다.전씨 가문의 도련님 중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전태윤뿐이다.전태윤이 나타나면 종종 여러 대의 차가 뒤따르고 있는데 지금 산으로 올라오는 차는 한 대뿐이었다.분명 전태윤이 아닐 것이다.하여 여운별은 겁 없이 길 한가운데 서서 차를 막았다.차량은 여운별과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멈추어 섰다.여운초는 차창을 눌러 고개를 내밀어 살펴보았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여운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다른 사람은 그녀의 차를 막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여운초! 드디어 돌아왔구나! 차에서 내려, 당장 돈 줘. 네가 우리 부모님이 재산을 횡령하여 날 집으로 들어가서 살게도 못하고 카드도 정지시켰는데 날 굶겨 죽일 작정이야? 잘 들어! 돈 안 주면 나 여기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못해! 난 모든 사람에게 네가 얼마나 차갑고 악랄한 사람인지 알게 할 거야!”전씨 가문의 모든 어르신이 여운초의 차갑고 음흉한 성격을 알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였다.전씨 가문 사람은 전부 화목한 분위를 이루고 있는 대가족으로 냉혈하고 무정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여운별은 전씨 가문의 가족 앞에서 여운초의 무정한 면을 보여주려 했다!여운초는 고개를 숙여 차 안으로 들어갔고 차창을 올리고는 남편에게 말했다.“여보, 가자!”전이진은 다시 차를 움직였다.“여운초! 여운초! 배짱이 있으면 어서 덤벼! 정말 날 차로 치려고? 어디 한 번 덤벼봐!”여운별은 여운초가 자신을 감히 부딪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며 길 한복판에 서서 허리에 두 손을 걸치고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계속 앞으로 속도를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을 보자 여운별은 화들짝 놀라 재빨리 한편으로 뛰어가며 피했다.장주희와 이국주는 진작 의자를 치우고 길가에 서서 전이진의
이때 누군가가 다가왔다.리조트에서 일하고 있는 하인들이다.그들은 두 명의 하인에게 의자 두 개를 가져다주면서 앉으라고 인사하면서 음식을 가져다주었다.“주희 언니, 국주 언니! 둘째 사모님께서 두 분이 너무 고생이 많으시다고. 의자와 저녁 음식도 가져다드리라고 분부하셨어요. 그리고 여기에서 사람을 지키실 때 한 시간당 하루 월급으로 계산해 드린다고 하셨어요.”두 하인 장주희와 이국주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힘들지도 않은데. 고마워요.”두 사람은 산기슭의 꽃밭에서 일하고 있는데 매일 바쁘게 일한 덕으로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여운별과 같은 가녀린 여자를 상대하기에는 거뜬했다.여운초가 이런 임무를 맡기자 그녀들은 너무 기뻤다. 이 일은 꽃밭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할 뿐만 아니라 시급도 그녀들의 월급보다 훨씬 높았다.한 시간에 하루치 월급이라니! 맞은편의 여운별이 될수록 열흘이나 보름 정도 버티고 있으면 올해 집으로 돌아가 설을 쇨 때 아마 돈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듯하다.게다가 여운초는 그녀들의 식사도 책임지고 보내주었다!여운별은 몇 번이나 토했는데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지금은 춥지도 덥지도 않지만 해가 지면 기온이 내려가 관성의 밤은 조금 으스스했다.이국주 일행은 여운별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 뻔뻔스럽게 여운초에게 돈을 요구하러 오다니, 돈을 요구하려면 적어도 그럴만한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장주희와 이국주에게 의자와 저녁 음식을 가져다준 두 하인은 여운별을 쳐다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장주희에게 물었다.“저분은 아직 떠날 생각 없나 봐요?”장주희는 도시락 뚜껑을 열더니 매우 풍성한 음식을 보며 한탄했다. 그녀들은 평소에 직접 장을 보고 집에서 요리를 했다. 돈을 아끼기 위해 식단은 늘 평범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다.서원 리조트에서 식비를 주긴 하지만 그들은 늘 절약하면서 살기 때문에 리조트의 동료들처럼 풍성하게 먹지는 않았다.“아니요. 정말 고집이 세요. 꼭 우리 둘째 사모님한테서
비록 여운별은 지금 여천우가 준 생활비로 생활할 필요는 없지만, 가끔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로 신분을 회복해서 돈을 써야 할 때가 있다.설마, 여운별은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정말 일자리를 찾으려 하는 건가?여운별은 여미란과 여미정 가족이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직장까지 잃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여미란이 여운별에게 계략을 제안해준 바람에 온 가족은 다시 수입을 얻지 못하게 되었고 심지어 쓰레기를 줍는 일까지 못 하게 될 줄 더욱 몰랐을 것이다.여미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녀의 남편과 아들, 그리고 여동생의 온 가족은 그녀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그리고 여미란이 울며 빌딩 꼭대기 층에서 뛰어내리려 하자 모두의 욕설이 멈췄다.여미란 자매의 두 가족은 오랜 상의 끝에 관성에 계속 머무르면 여전히 여운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여 관성을 떠나 외딴 작은 도시로 가서 살기로 했다. 아무도 알지 못했고, 외딴 작은 곳으로 이사해야만 전씨 가문의 세력 범위를 벗어날 수 있어 일자리를 다시 찾고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하여 그들은 여운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문자도 보내지 않고 부랴부랴 물건을 정리하고 셋집을 내놓고 그날 밤 관성을 떠났다.여운별은 또 한 번 이용당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서서 전씨 가문의 두 하인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여운별이 여운초를 욕하기만 하면 두 중년 아줌마는 달려들어 그녀를 잡고 입에 양말을 쑤셔 넣었고 여운별은 미친 듯이 토했다.그녀는 이길 수도 없고 빨리 달릴 수도 없었으며 싸움에서 이기지도 못했다.두 아줌마의 전투력이 너무 강했다.여운별처럼 이렇게 건방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두 아줌마의 앞에서는 여전히 열세에 처했다.“돈을 주지 않으면 가지 않을 거야!”여운별이 큰소리로 외쳤다.어두운 밤이 되도록 그녀는 여전히 이기지 자신이 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아니다. 여운별은 그녀만의 끈기로
몇 분 후, 여천우가 답장했다.[누나, 운별 누나가 또 무슨 짓이라도 벌인 건 아니지?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지 몰라.]여천우도 여운별에게 무척 실망했다.아직도 형세를 읽을 줄 모르고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다니!여운별이 예전에 여운초를 어떻게 괴롭혔는지, 여운초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여운초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제 여운별이 감옥에서 나왔다. 이제 여운초가 여운별에게 복수하려면 개미 한 마리 죽이듯 쉬운 일로 되었다.여운별이 패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진작 독립하여 자신만의 생활을 꾸려나갔을 것이다.여천우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만약 여운초였더라면 자립 자강하여 하늘이 무너져도 스스로 버텨내서 눈앞의 고난을 이겨나갔을 것이다.그러나 소심한 성격을 가진 여운별이라면 권세가 좀 생기게 되면 여운초에게 미친 듯이 복수했을 것이다. 만약 여운초 자매가 심하게 다투게 된다면 아마 누구에게도 좋은 점이 없을 것이다.여천우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여운초였지만 그렇다고 같은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여운별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여천우는 여운별이 좀 평범하게 지내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대단해질 필요는 없고 일자리를 찾아 한 달 생활비를 좀 벌어서 스스로를 먹여 살릴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그가 여운초의 편을 든다고 탓할 필요는 없다. 여운별의 마음씨가 정말 너무 못됐다.여태웅 부부가 여운별을 망친 거나 다름없다.어릴 때부터 여천우는 여운초를 좋아해서 항상 그녀를 도와주곤 했다. 하여 추미자가 홧김에 그를 기숙사를 보내게 되었는데 기숙사에서 지낸 덕분으로 그는 인품 방면에서 그래도 제법 괜찮았다.여운별처럼 부모님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 삐뚤게 자란다면 지금쯤 아마 여운별과 마찬가지로 자주 여운초를 괴롭혔을 것이다.그리고 여운초가 조금만 반격해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네가 운별한테 준 돈과 집에서 가져간 현금을 전부 소진해 버리고 지금 우리 시집에 가서 행패를 부리고 있어. 운별이가 자립할 수 있게 할 능력을 키
여운초는 여천우의 몫을 탐내지 않았다.여운초가 쥐고 있는 것은 여씨 가문의 대동맥이다.“우리 어머니도 나에게 말했어. 신경 쓰지 마. 그 여자가 너를 욕하면 입을 틀어막고 쫓아내.”전이진의 목소리는 점점 차가워졌다. 그는 여천우를 제외한 여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 전부 증오했다.그가 사랑하는 아내의 친척들은 하예정 고향의 “일품” 친척들과 한판 붙어도 될 만큼 형편없는 사람들이다.하예정 고향의 친척들이 하예정에게 화해를 하고 싶어도 이제 기회가 없다. 그녀는 진작부터 그 친척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매달 받아온 집세 돈만 하 영감에게 생활비로 주었다.아주 가끔은 소비 돈을 조금 주겠지만 말이다.하 영감과 화해한 것도 어쩌면 하예정이 그녀의 아버지께 효도를 다 한 것일 수도 있다.그러나 여운초는 그녀의 친척들과 화해할 수 없다.여운초는 웃으며 여의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운별은 생각이 깊지 못한 사람이야. 자기 엄마를 찾아가 돈을 요구할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그 또한 두 고모가 운별이를 부추겨서 한 짓일 거야. 돈을 가지게 되면 별문제 없겠지만 돈을 못 가지게 되면 또 내 명성을 손상할 게 뻔해. 명성이 좋든 나쁘든 뭐가 상관있겠어? 내 생활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할 텐데.”여운초는 수많은 괴롭힘을 당했고 몇 번이고 죽을뻔했기에 진작 명성의 좋고 나쁨에 여의치 않았다.전이진은 여운초와 결혼할 때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전이진이 그녀의 과거를 싫어하지 않았기에 두 사람이 결혼할 수 있었다. 만약 전이진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여운초도 그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내가 대표님들에게 전화를 몇 통 걸었어. 사촌 오빠들은 내일부터 출근할 필요도 없이 쉴 수 있어서 좋을걸. 그리고 두 고모의 청소부 일도 취소했어. 앞으로 나가서 쓰레기통이나 뚜지면서 살아야 할 거야.”여운초는 두 고모가 청소부로 일하는 외 나가서 쓰레기를 주우면서 돈을 벌어 삶에 보태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다.전이진도 말을 이었다.“나도 전화할게.
전이진은 차 문을 열고 여운초를 부축해 태웠다.여운초는 시력을 회복했지만 먼 거리를 또렷하게 보지는 못했기에 전이진은 여전히 그녀를 세심하게 배려하며 돌보고 있었다.그녀가 외출할 때는 항상 경호원들이 동행했으며 전이진이 여운초 곁에 있을 때만 경호원들이 잠시 쉴 수 있었다.이전의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전이진은 여전히 아찔했다.그때 큰형수님이 그녀를 우연히 발견해 구해주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그 사건 이후 전이진은 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을 무자비하게 응징하며 그들의 사업을 모두 망하게 만들었다.그들은 파산했고 빚을 지게 되어 고급 차와 주택을 팔아 빚을 갚아야 했다.현재 두 집안은 셋방에서 살며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여운초의 두 고모는 청소부로 일하고 있었고 한때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던 그들에게 이는 엄청난 추락이었다.여운초는 남편에게 말했다.“맞아. 아버님과 어머님은 정말 잘해주셔. 집안 모든 분들이 나를 특별히 아껴주시는 것 같아. 작은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어머니, 큰어머니 모두 너무 좋은 분들이야. 그분들 덕분에 가족의 온기와 부모님의 사랑이 어떤 건지 느낄 수 있었어.”전씨 가문의 따뜻한 배려는 여운초가 과거에 겪었던 차가운 가정과는 완전히 달랐다.친부모 중에서도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해 준 사람은 어린 시절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뿐이었다.친어머니는 여운초에게 모성애를 주기는커녕 여운별과 여천우만을 자식으로 여기고 여운초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더구나 친어머니는 딸을 해치려는 끔찍한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그 결과 여운초는 목숨을 건졌지만 여전히 매일 약을 복용하며 눈과 몸을 치료해야 했다.세상에 어느 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불임으로 만들려 할까? 하지만 여운초의 어머니는 그런 사람이었다.전이진은 몸을 숙여 그녀의 안전벨트를 채워주며 얼굴에 입 맞추고 웃었다.“당신은 우리가 평생 아껴줄 공주님이니까.”전이진의 가족들 역시 여운초의 과거를 알게 된 후 그녀를 몹시 안타까워
여운초는 지금이라도 전화 한 통이면 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의 사람들을 관성에서 일자리도 찾지 못하게 하고 쫓아낼 수 있었다.그렇게 되면 여운별 역시 그들에게 부추김을 받지 않는다면 스스로 깨닫고 자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여운별 같은 사람은 사회의 혹독한 경험을 통해서만 성숙해질 수 있고 옳고 그름을 깨달을 수 있었다.물론, 여운초는 동생이 변하기를 기대하지 않았다.여운별의 가치관은 어머니의 과잉보호 아래 잘못 형성되었고 이를 고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하지만 동생이 얌전히만 있다면 여운초는 그녀를 완전히 내치려 하지 않았다.다만, 여운별이 여전히 문제를 일으킨다면 여운초도 더 이상 자비를 베풀 생각은 없었다.원래 두 사람 사이에는 자매애라고 부를 만한 것도 없었다.그저 남동생 여천우가 둘째 누나인 여운별에게 의리를 지키는 편이라 여운초가 동생을 어느 정도 봐주고 있었을 뿐이었다.하지만 여운별이 자신의 인내심을 끝내 소진한다면 그때는 여천우가 그녀를 위해 좋은 소리를 한다 해도 더 이상 봐줄 수는 없을 것이다.명해은이 단호히 말했다.“그럼 그렇게 해. 혹시라도 엄마가 나서야 한다면 언제든 말해. 우리는 이미 한 가족이잖니. 내 며느리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어. 누가 감히 내 며느리를 괴롭히면, 내가 그들에게 후회라는 단어가 뭔지 똑똑히 알려줄 것이야.”여운초는 시어머니의 말에 감동했다.“어머님 같은 좋은 시어머니가 있는데 누가 감히 저를 괴롭히겠어요? 다들 저한테 아첨하느라 바쁠 텐데요.”명해은은 단호하면서도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다른 사람들의 아첨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아. 그냥 우리를 건드리지만 않으면 돼.”그러면서 화제를 바꾸며 명해은이 말했다.“운초야, 오늘 일 마치고 빨리 들어오려무나. 내가 주방에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더 준비하라고 할게. 오면 바로 먹을 수 있게.”“네, 그렇게 할게요.”명해은은 따뜻한 말투로 덧붙였다.“그럼 일 봐라.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그리고 전화를 끊었다.여운초
명해은이 말했다.“돈을 주지 않았어. 사돈아가씨가 일부러 와서 소란을 피우며 네 명성을 망치려는 걸 알고 있었거든. 그래서 집안으로 들이지 않고 내가 밖으로 나가서 만났어.”“한 번 돈을 주면 이제 돈이 없을 때마다 와서 또 달라고 할 게 뻔하잖니. 그래서 돈을 주지 않고 그냥 돌려보냈어.”명해은은 그런 일에 어리석지 않았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네 동생이 너를 욕하는 말이 너무 심해서 두어 마디 듣고는 사람을 시켜 그녀의 입을 막고 끌어내 버렸어. 다시는 별장 입구에서 떠들지 못하게 말이야.”“그래도 네 동생이니 너희 관계가 어떻든 간에, 사돈아가씨가 집까지 와서 돈을 요구한 건 네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얘기하는 거야.”“운초야, 난 단지 네게 알려주려는 거지 너를 탓하려는 게 아니니 마음에 두지 마라. 그 모녀가 예전에 너한테 한 짓을 생각하면 내가 개를 풀어 그녀를 물게 하지 않은 것도 체면을 봐준 거야.”명해은은 며느리가 자신이 화가 난 걸로 오해할까 봐 급히 설명했다.그녀는 여운별이 아무리 문제를 일으켜도 여씨 가문의 둘째 딸이며 자기 며느리의 동생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여운별이 별장 입구까지 와서 돈을 요구하고 여운초를 욕한 데에 화가 났지만 며느리가 이 일을 알고 대비할 수 있도록 전한 것이다.여운초는 부드럽게 대답했다.“어머님, 알아요. 저도 어머님을 탓하지 않아요. 그리고 마음에 담아두지 않을게요. 동생이 원래 그런 사람이라 가만히 있는 게 더 이상할 정도죠.”“동생에게 돈을 주지 않은 건 정말 잘하신 거예요. 한 번 돈을 주면 걔는 우리를 착취하려 들 거예요. 성인이 돼서 손발이 멀쩡한 데 돈이 필요하면 자기가 벌어야죠. 다음에 또 찾아오면,어머님이 기르시는 강아지를 풀어서 그녀를 겁주시면 다시는 오지 않을 거예요.”여운초는 동생을 그렇게 대하고 있었다.여운별이 찾아올 때마다 여운초는 집사에게 맹견을 풀게 했고 그러면 여운별은 토끼처럼 빠르게 도망쳤다.여운별은 어머니의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 독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