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정윤하는 소지훈을 친구처럼 대했다. 그래서 소지훈은 지난번에 왔을 때 이미 정씨 집안의 예비 사윗감 선정에서 탈락하였다. 순간 말문이 막힌 윤미연은 내밀었던 핸드폰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만약 내일 박씨 아줌마한테서 약속 취소한다는 연락이 오지 않으면 계획대로 출발해. 어차피 약속 장소도 우리 도장과 멀지 않으니.”“넌 내일 출근할 때, 아예 긴 치마와 하이힐을 챙겨서 가. 상대방이 약속을 취소하지 않으면 넌 긴 치마에 하이힐을 바쳐 신고 약속 장소에 나가. 그래야 숙녀답지. 매일 보디가드같은 차림새만 하지 말고. 상대방이 네 지금 차림새를 보면 한 대 얻어맞을까 봐 겁 안 나겠어?”“엄마, 지금 무슨 계절인데 나보고 치마를 입어라고 해? 나 감기 걸리는 거 보고 싶어?”정윤하는 소지훈의 술잔을 흘끔 훔쳐보았다. 대신 좀 마셔주고 싶었다.“누가 너보고 여름 치마 입으라고 했어? 겨울 치마 입으면 되지.”“엄마, 내 옷장에는 치마라곤 없어. 나는 커서 치마를 입어본 적이 없어.”정윤하는 치마 입기를 딱 질색했다. 왜냐하면, 치마를 입고 무술을 연습하면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었다.“난 하이힐도 못 신어. 하이힐을 신으면 걸음도 제대로 못 걷겠어.”“혹시 누구랑 싸울 일이라도 생기면, 하이힐을 신고 어디 제대로 싸울 수 있겠어?”그러자 소지훈이 웃으면서 그녀의 말을 받아넘겼다.“왜 제대로 못 싸워요? 하이힐을 신은 발로 상대방을 걷어차면 아파서 곧 기절할걸요. 또 상대방이 도망치려고 하면 하이힐을 벗어서 힘껏 던져요. 적중이라도 하게 되면 그놈은 아마도 아파서 한동안 끙끙거릴걸요.”그 말에 정씨 집안 식구들은 일제히 시선을 소지훈에게 던졌다.소지훈은 계면쩍은 듯이 말했다.“저도 TV에서 이런 장면을 봤어요. 이모님,
정혁주는 박씨 아줌마가 소개한 남자는 못생긴 데다가 돼지처럼 뚱뚱하다면서 절대로 성사할 리가 없다고 장담했다.정수호는 말리지 않았지만, 윤미연은 두 남매를 꾸지람했다. 그리고 큰아들한테 소지훈은 손님이니 부디 양보해야 한다면서 절대로 소지훈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정씨 일가 중에서 윤미연을 제외한 기타 사람들은 모두 무술 실력이 대단한 고수이기 때문에 자기들과 같이 무술을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면 자연적으로 꼭 한번 겨뤄 보고 싶어 했다.소지훈은 잠시 후에 정합 도장에서 겨룸할 때 있는 힘껏 발휘해야 할지, 아니면 진정한실력을 좀 숨겨야 할지를 고민했다.그는 정윤하가 강자를 우러러보리라 생각하고, 있는 힘껏 발휘하여 정혁주를 이기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면 정윤하의 숭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다만 미래의 처남이 자기를 원망하지 않기를 바랬다.밥 먹고 난 뒤, 소지훈이 도와서 상을 치우려고 일어서자, 윤미연이 다급히 막으면서 말했다.“지훈 씨는 안 도와줘도 되니깐 가서 아저씨랑 차나 한잔해요. 나와 윤하 둘이면 금방 다 치울 수 있어요.”이에 소지훈이 벙싯 웃으면서 말했다.“이모님, 괜찮아요. 저는 집에서도 설거지를 도맡아 해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수저를 내려놓으면 그냥 자리를 떠요. 저는 집 일하는데 이미 익숙해졌어요.”그는 반드시 정씨 일가한테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모님도 저녁 식사 준비하시느라 많이 힘드실 텐데, 얼른 들어가셔서 TV 보세요. 제가 윤하 씨를 도와서 설거지하면 됩니다.”소지훈이 상을 치우면서 말했다.윤미연은 말리지는 못했지만, 혼자서 일하게 두지 않고 두 아들을 불러와서 일을 시켰다.“너희 둘도 얼른 도와서 설거지해. 그러고 난 뒤 산책해서 도장에 가면 되겠네.”정윤하의 두 오빠는 그러겠다고 대답했다.두 아들을 시킨 뒤에야 윤미연은 돌아서서 남편의 곁에 걸어가 앉았다.정수호는 어느새 주전자에 차를 새로 끓여 놓았다.“지훈 씨는 참 훌륭한 남자야. 밥 먹고 난 뒤, 도와서 설거지도
10분 뒤.소지훈과 정윤하는 두 오빠의 뒤를 따라 나란히 걸었다. 일행 네 명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합 도장으로 향했다.연성의 밤은 낮보다 훨씬 더 활기찼다. 비록 관성만큼 번화하지는 않지만 역시 도시의 중심이기 때문에 가는 곳마다 현란한 네온사인으로 반짝이였다.“지훈 씨, 이따 먼저 나랑 비겨요. 우리 집 세 형제의 무술은 모두 아버지를 따라서 배운 거였기에 기술이 거의 비슷해요. 지훈 씨가 나만 이길 수 있다면 우리 큰 오빠와의 대결에서도 승산이 있어요. 큰 오빠는 나보다 몇 년 더 일찍 배워서 힘도 세고 속도도 나보다 더 빨라요.”“큰 오빠가 가르치는 학생은 모두 실력이 꽤 강한 편이에요. 나는 주로 어린이들을 위주로 해서 가르치고요. 나는 아직 어리고 또 큰 오빠만큼 유명하지 않으니깐 어쩔 수 없죠.”연성의 무술계에서 그녀의 두 오빠는 아주 유명했다.“그렇게 하면 큰 형에 대해 너무 불공평해요. 괜찮아요. 내가 직접 큰 형과 비길게요. 이기든 지든 난 상관없어요. 내가 무술을 익히는 목적은 몸을 튼튼하게 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니깐요. 명예와 이익 같은 건 따지지 않습니다.”이에 정윤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지훈 씨는 사업하는 사람인데 이런 명예가 왜 필요하겠어요. 지훈 씨는 이미 관성의 상업계에서 아주 유명하던데요. 전씨 도련님의 결혼식에서 보니깐 다들 지훈 씨에게 아주 깍듯이 대하던데요. 심지어 어떤 사람들이 지훈 씨에 대한 태도는 아주 고분고분했어요. 다들 지훈 씨한테 잘못 보일까 봐 무척 두려워하는 것 같았어요.”그녀는 사업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소씨 가문이 상업계에서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소지훈에 대한 태도를 통해서 소씨 가문이 관성 상업계에서의 지위를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었다.“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나한테 대하는 태도도 아주 공손하더라고요. 나는 자신이 마치 어마어마한 빽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졌어요.”말을 마친 정윤하는 웃음보를 터뜨렸다.“지훈 씨, 난 어쩐지 지훈 씨가 단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전씨 할머니를 건드릴 엄두도 못 내요. 그 할머니의 인맥이 얼마다 대단한지 몰라요. 당신도 앞으로 하예정 씨랑 자주 접촉하면서 익숙해지면 알게 되겠지만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보통을 뛰어넘는 사람들입니다.”대가족들끼리는 거의 다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심지어 부분 가족은 동맹이었다.“윤하 씨, 만일 당신이 언젠가 나에게 연루된다면, 당신은 계속해서 나랑 만날 겁니까? 아니면 나랑 일도양단할 겁니까?”정혁주가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우리 윤하를 뭐로 보고요? 내 여동생은 진작부터 당신을 친구로 생각했어요. 얘는 사람을 아주 진심으로 대해요. 친구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앤데 어떻게 당신과 일도양단을 할 수 있겠어요?”“물론 전제 조건은 당신이 범죄행위를 해서 우리 윤하를 끌어들이는 건 아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당신과의 인연을 끊을 뿐만 아니라 당신을 한바탕 패줄 겁니다.”정혁주는 또한 여동생을 보면서 말했다.“너는 왜 소 대표님의 농담을 진담으로 듣고 그래? 이분이 정말 그렇게 위험한 처지에 처했다면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한테 누를 끼칠까 봐 진작 우리와의 연락을 끊었겠지. 지금처럼 남 보라는 듯이 우리 집에 와서 밥도 먹고 잠도 잔다는 것은 이 사람 처지가 위험하지 않다는 말이지.”“물론 양심 없는 사람이라면 또 다르지.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분이 양심 없는 사람이 절대 아니야.”소지훈의 덕분에 술을 마시게 된 정혁주는 소지훈을 칭찬했다. 그는 멈춰 서서 소지훈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려서 한쪽 팔을 뻗어 소지훈의 어깨에 올려놓고 익살 궂게 웃으면서 말했다.“소 대표님, 솔직하게 말해봐요. 당신 우리 윤하를 좋아하지요? 난 어쩐지 방금 당신이 윤하에게 한 말들이 윤하에게 미리 예방 주사를 놓는 것처럼 들려요.” 무술을 닦은 사람들은 성격이 좀 거칠다고는 말할 수 하지만 머리가 둔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오빠!”정윤하는 힘을 주어 오빠를 불렀다.“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내가 사랑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날 바보 취급해?”정윤하가 큰 오빠에게 투덜거렸다.정혁주는 소지훈을 힐끔 쳐다보고 나서 또 딱 봐도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여동생을 쳐다보더니 더는 꼭 집어 말하지 않았다.아니, 그는 아까 분명히 꼭 집어 말했었다. 소지훈이 여동생에게 미리 예방 주사 놓는 거 같다고 했었다. 하지만 여동생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옆에서 보고 있자 하니 참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참말로 이 방면의 눈치라곤 고물만큼도 없는 여동생이었다.“오빠, 이따 지훈 씨와 겨룰 때, 사정을 좀 봐줘야 해. 너무 세게 손 쓰지 말고.”정윤하가 큰 오빠에게 신신당부했다. 이참에 화제도 자연스럽게 돌려졌다.“그냥 겨룸일 뿐이지 목숨 거는 일은 아니야. 오빠가 알아서 사정 봐줄 테니 걱정하지 마.”정혁주가 여동생을 위로했다. 이에 소지훈은 정혁주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일행 네 명은 드디어 정합 도장에 도착했다.저녁이지만 코치가 아직도 학생들이 무술을 연습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들은 네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동작을 멈추었다.“자, 다들 잠깐 쉬면서 자리 좀 비워 주세요. 내가 소 대표님과 겨뤄 보기로 했으니 고수 사이의 대결을 보여주도록 하겠습니다.”정혁주가 웃으면서 말하자 학생들은 신속하게 한가운데 자리를 비워주었다.옆에서 소지훈을 훑어보던 코치가 정혁주에게 물었다.“정 코치님, 이 양반은 어느 도장에서 오셨습니까?” 오자마자 정혁주에게 도전한다는 말을 들은 그는 어이가 없었다. 이 도장에서 코치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 중 정혁주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소 대표님은 그 어느 도장의 사람도 아닙니다. 이분은 내 여동생의 친구입니다. 관성에서 왔는데 무술을 좀 할 줄 아니깐 나하고 몇 수 겨루면서 배우려고 합니다.”정혁주가 자신만만해서 말했다. 그는 자신이 나서면 쉽사리 소지훈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정혁주만 자신이 넘쳤을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소지훈과 정혁주가 대결하면
“지훈 씨가 지면 제가 이 돈으로 모두에게 야식을 사드릴게요. 그러나 지훈 씨가 이기시면 모두 저에게 그 돈을 주셔야 하고요.”정윤하는 소지훈의 체면을 세워주고 싶었다.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꼭 정혁주에게 베팅할 것이다.소지훈이 멀리서 왔기 때문에 아무도 그의 실력이 어떤지 몰랐다. 그러나 소지훈이 점잖게 생기고 또 정혁주가 조금 전에 그를 소 대표님이라고 부른 것으로 보면 사람들은 소지훈이 아마 어느 회사의 대표일 것으로 추측했다.그런 사람이 무술을 좀 할 줄 안다고 해도 단지 호신술만 할 줄 알 뿐 정합 도장의 미래 주인을 이길 수 없을 거로 생각했다.현장에 있던 몇몇 코치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현금을 꺼내어 정혁주에게 내걸었다.도장의 10대 중반의 학생들은 주머니에 돈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서로 돈을 조금씩 모아 이 도박에 참여했다.“저도 윤하 누나를 따라 소 대표님께 베팅할게요.”그중 김민호라고 불리는 학생이 손에 2만 원을 쥐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정윤하에게 그 돈을 건네며 말을 했다.“윤하 누나, 우리 함께 소 대표님한테 걸어요. 만약 소 대표님이 운 좋게 이기면 우리 두 사람 모두 부자 될 거에요. 하하...”모두가 정혁주에게 돈을 걸었기 때문에 그 판돈이 미성년자에게 있어서 매우 많은 편이었다.만약 소지훈이 이기면 김민호는 정윤하와 그 모든 돈을 나누어 가질 수 있어 대박 날 것으로 생각했다.정윤하는 웃으며 김민호가 건네준 돈 2만 원을 건네받으며 웃으며 말했다.“민호야, 네 원금을 잃고 야식도 먹을 수 없는 것이 두렵지 않아? 그런데 지훈 씨가 이기면 우리 두 사람 이 돈을 똑같이 나누어 가질 수 있어. 그때 되면 우리 같이 야식 먹자.”김민호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가끔은 좀 의외적인 일도 일어나잖아요. 어쩌면 소 대표님이 다크호스일지도 모르잖아요.”김민호의 말을 들은 정윤하는 그를 툭 치며 칭찬했다.“배짱 있는 녀석이네. 이따가 지훈 씨가 나오시면 우리 두 사람 모두 지훈 씨에게 큰소리로 힘내라고 외치자
“하지만 소 대표님께서 멀리서 오셨으니 형도 어느 정도 봐 드려야 해.”정혁진은 정혁주와 마찬가지로 정혁주가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비록 정윤하 쪽의 판돈 액수가 모두 18만 원밖에 안 되지만 없는 것보다 나았다.소지훈이 웃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저와 형은 단지 겨뤄보고 싶을 뿐이지 필사적으로 싸우지는 않을 거예요. 형도 저를 봐줄 필요 없어요.”“윤하 씨, 두 사람은 판돈을 얼마나 걸었어요?”정윤하는 18만 원을 쥐고 있던 손을 펼치며 대답했다.“이것밖에 없어요. 저의 바지 주머니에 있는 모든 현금과 민호의 돈 2만 원밖에 없어요. 지훈 씨, 모든 실력을 발휘해서 우리 형을 이겨야 해요. 저랑 민호가 한 번 이기게 해주세요. 누군가가 매번 우리 오빠에게 도전할 때마다 다들 우리 오빠에게만 돈을 걸거든요. 외의적인 결과가 없어서 너무 재미없어요. 이번에 지훈 씨가 한번 우리 오빠를 이긴다면 지훈 씨가 출장하러 와 있는 동안 제가 매일 지훈 씨께 맛있는 요리를 해드릴게요.”“제가 살이 찌면 보기 싫은데...”“몇 킬로 정도는 티가 안 나요. 지훈 씨가 이렇게 키가 큰데 살이 찐다고 해도 티가 안 날 거예요. 지금 너무 말랐어요. 조금만 살이 쪄서 관성으로 돌아가시면 제가 장담하건대 많은 여자가 지훈 씨에게 반할걸요.”소지훈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좋은 일인 것 같은데 제가 최선을 다해볼게요.”소지훈은 자신의 지갑을 꺼내 그 안의 현금을 전부 정혁진에게 건넸다.“형, 저도 큰 형한테 돈을 걸게요.”정혁진이 웃으면서 물었다.“소 대표님, 자신 없나 봐요?”정혁진은 웃고 있엇지만, 소지훈의 돈을 재빨리 가져갔다.대충 보아도 적어도 수십만 원은 되었다.소지훈이 대답했다.“저는 이 판돈이 너무 적다고 생각돼서 그래요. 윤하 씨가 이겨봤자 수십만 원일 텐데, 제가 몇만 원 보태주어 윤하 씨가 이기면 수입이 짭짤하잖아요.”순간 판돈이 수백만 원으로 되었다.정윤하는 너무 기뻐서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소지훈은 정윤하의
소지훈은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김민호는 정윤하를 툭 치며 물었다.“누나, 소 대표님한테 베팅한 거, 정말 자신 있어요? 저는 여기에서 무술을 배운 지 6년이 되었지만, 아직 우리 정 코치님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을 보지 못했어요.”정윤하가 대답했다.“난 자신 없어. 단지 지훈 씨가 내 친구라서, 누구도 지훈 씨가 이기지 못할 것 같다고 여겨서 편들어주고 싶었어. 내가 가진 현금도 얼마 되지 않기에 져도 상관없어. 야식을 사보지 못한 것도 아니고 사면 되지 뭐.”김민호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정윤하는 그를 쳐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었어. 봐봐, 이미 내기는 끝낸 상태야.”김민호는 표정이 조금 어두워지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괜찮아요. 이 돈은 원래 엄마가 저에게 주신 일주일 치 야식비에 불과해요.”매일 밤 무술 연습이 끝나면 야식을 먹지 않으면 그뿐이었다.정윤하는 그를 위로했다.“실망하지 마. 어쩌면 지훈 씨가 이길 수도 있잖아. 내가 지훈 씨 실력을 본 적 있는데 정말 대단하더라고. 우리 큰오빠처럼 대단하실 거야. 어쩌면 우리 큰오빠보다 실력이 더 뛰어날지도 몰라. 이제 시작한다. 우리 함께 큰 소리로 지훈 씨를 위해 응원하자!”두 사람이 겨루기 시작하는 것을 본 김민호는 실망을 뒤로 한 채 큰소리로 소리쳤다.“소 대표님! 힘내세요! 제 야식비를 위해서라도 힘내셔야 해요. 정 코치님을 이기셔야 해요!”정윤하가 피식 웃기 시작했다.소지훈도 정혁주의 주먹을 피한 후 김민호에게 웃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야식을 반드시 드시게 할 테니까요.”정혁진은 소지훈이 침착하고 당황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이상하다고 느꼈다. 소지훈은 주먹이 날아올 때마다 가볍게 피했다.정혁진도 질세라 학생들에게 말했다.“왜 다들 벙어리처럼 이러고 있어? 얼른 힘내라고 외쳐. 윤하의 판돈이 많지 않지만 우리가 이기면 야식 한 끼 정도는 충분히 먹을 수 있어.”하여 그 십 대 애송이들은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정 코치님
이날 저녁은 별일 없이 지나갔다.돌아오는 날은 일요일이었다.휴식날인데 우빈이는 아침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우빈이는 일어난 후 곧장 하예정이 자는 방으로 달려가서 문을 두드렸다. 전태윤이 안에서 방문을 열어주었다.“이모부, 이모 일어났어요? 들어가서 이모랑 같이 놀래요.”전태윤은 숨을 깊게 들이쉰 후 꼬맹이와 화내지 말자고 스스로 가슴을 달래면서 부드럽게 말했다.“우빈아,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좀 더 자지? 평소에 어린이집 가야 하는 날은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자더니 쉬는 날만 되면 아주 일찍 일어나더라.”우빈이가 입을 뾰족이 내밀면서 말했다.“이모부, 나는 한 번 깨어나면 더는 못 자요. 나랑 놀아 주는 사람이 없어 너무 심심해요. 이모 찾아와서 노는 수밖에 없어요.”현재 우빈이는 시 중심에 자리 잡은 전태윤의 개인 별장에서 지내고 있다. 서원 리조트에 있을 때는 그나마 함께 놀아 주는 어린이들이 있었기에 이모를 귀찮게 굴지 않았다.전태윤은 하는 수 없이 두 팔로 우빈이를 부쩍 들어 품에 안으면서 말했다.“이모는 아직도 자고 있어. 이모부가 우빈이랑 같이 놀아 줄게. 뭐 놀까?”“밖에 나가서 놀고 싶어요.”“집에서 장난감 가지고 놀면 좋지 않을까?”우빈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싫어요. 혼자 놀면 재미가 없어요. 이모부는 장난감도 안 놀 거잖아요.”전태윤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알았어. 이모부랑 같이 아침 조깅하러 나갈까? 이모부가 가서 운동복을 갈아입고 나올 테니 얌전하게 기다려야 해?”그는 우빈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서 내려놓으면서 목소리를 낮추어 신신당부했다.“침실에 들어가서 이모를 깨우면 안 돼. 알았지? 이모부가 얼른 옷 갈아입고 나올 테니.”우빈이는 고개를 끄덕이었다.전태윤은 드레스 룸으로 들어가서 먼저 운동복 바지부터 바꿔 입고 우빈이가 그사이에 침실에 들어가서 하예정을 깨울까 봐 걱정되어 웃옷을 입으면서 밖으로 나왔다.우빈이가 조용하게 제 자리에 서서 기다리는 것을 보고야 전태윤은 안도의
윤미라는 아들 노동명이 무서웠다.“알았어. 꾸준히 재활 치료할 거야. 네가 돌아올 때면 내가 2~3m나 걸을 수 있을지도 몰라. 참, 언제 돌아올 거야?”하예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대답했다.“설까지 있을 계획에요. 설날이 되면 제가 돌아갈게요.”“그렇게 오래 있겠다고? 우빈이는 어쩌려고?”“예정이가 돌봐주기 때문에 괜찮아요. 제가 보고 싶을 때마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우빈이 보러 가주세요. 시간이 없으면 제부한테 부탁해서 우빈이를 저한테 데려오라고 하는 수밖에 없고요.”하예진은 점점 더 바빠질 것이다.당분간 아들 우빈과 함께할 시간이 적을 것이다.“우빈이가 태어날 때부터 예정이가 곁에서 보살펴서 적응할 수 있을 거예요. 설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갈요.”“사실 네가 너무 보고 싶어 그래!”노동명이 한 마디 내뱉었다.우빈이는 핑계일 뿐, 사실 노동명이 그녀가 그리웠다.시간이 그토록 오래 걸리면 노동명은 자신이 하예진이 무척 보고싶을 것으로 예상했다.전화도 하고 영상통화도 할 수 있지만 그리움의 고통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우빈은 어려서부터 녀석을 키워준 하예정이 있어서 하예진이 곁에 없다고 해도 바로 적응할 수 있지만 노동명은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요즘 그는 매일 하예진을 보는 것에 익숙했다.“예진아, 네가 보고 싶을 때마다 내가 혼자 널 보러 가도 돼? 걱정하지 마. 우리 집에 개인 비행기가 있어서 내가 그 비행기를 타고 경호원들과 함께 가면 돼. 경호원들이 날 돌봐줄 거야. 네가 일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거고. 널 보러 갈 뿐이야. 너랑 밥 먹고 얘기도 하면서 말이야. 내가 주말마다 널 보러 갔다가 월요일에 돌아올게. 나도 출근해야 하니까.”하예진은 마음이 따듯해졌다.“그럼 주말에 우빈이도 데리고 오세요.”“난 너와 단둘이 주말을 보내고 싶은데 우빈이 녀석도 데리고 가야 해?”하예진은 얼굴이 빨개졌고 이내 웃으면서 대답했다.“동명 씨가 혼자 온 걸 알게 되면 우빈이가 삐질걸
“앞으로 더는 허튼 생각 하지 말아요. 저는 단 한 번도 동명 씨를 싫어한 적이 없어요. 제가 돼지처럼 뚱뚱하고 못생겼을 때도 동명 씨는 저를 싫어하지 않았던 것처럼요.”노동명은 급히 끼어들었다.“넌 못생기지 않았어. 전혀! 예전에 통통할 때도 못생긴 편은 아니었거든. 복스러워 보였어.”“못생긴 거 맞아요. 저는 거울만 봐도 뚱뚱한 제가 너무 싫었어요.”바보 같은 짓은 한 번만 하면 충분했다. 하예진은 다시는 예전처럼 폭식하지 않고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려고 노력했다.살을 빼기 전에 하예진은 살이 너무 많이 쪄서 지방간뿐만 아니라 요산 수치도 높았다.체중 감량 후 요산뿐만 아니라 지방간 수치도 모두 많이 좋아졌다.“하예진아, 우빈한테 장난감도 사주고 옷도 사줬는데 나한테는 뭐 사준 거 없어?”노동명이 화제를 바꾸어 질투하기 시작했다.“동명 씨는 부족한 게 없잖아요. 우빈이는 아이라서 너무 빨리 커요. 해마다 새 옷을 사줘야 하지만 동명 씨는 이젠 다 큰 성인이라 작년의 옷을 올해에도 입을 수 있잖아요. 돌아가게 되면 강성의 특산 제품을 가져다드릴게요.”노동명은 서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우빈이는 크면 남의 집 남편으로 되어 우빈의 아내가 그를 걱정하고 보살피게 될걸. 결국, 내가 영원히 네 곁에 있을 텐데 나를 더 관심해 주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나도 새 옷 사줘. 네가 사준 옷이면 난 다 좋아.”하예진은 하예정에게 거의 선물을 주지 않았다.지난번 하예진은 재혼하고 싶지 않다며 노동명의 감정을 거절했다.그러나 지금, 하예진이 시집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연인이나 다름없다. 모두의 눈에는 두 사람이 연인으로 보였다.노동명도 자연스레 하예진의 남편 역할을 하고 있었다.노동명은 하예진의 여생을 함께하려고 한다.하예정이 끝까지 노동명에게 시집가지 않더라도, 그가 여전히 그녀의 곁을 지키면서 지금처럼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했을 것이고 남은 인생을 그녀와 함께할 것이다.노동명은 하예진에게 선물을 너무 받고 싶었다. 가격을 따지
이윤미가 말을 꺼냈다.“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헤어스타일을 바꿨을 뿐이에요. 사람들을 몰래 예진 씨를 따르라고 한 것은 감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의 뒤를 따라가서 예진 씨의 몸매를 익히게 하려고 그런 거예요. 앞으로 예진 씨가 변장하더라도 그녀의 몸매에 대한 인상으로 분장한 예진 씨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해요. 제가 예진 씨와 만날 때마다 예진 씨의 안전을 반드시 책임져야 하니까요.”“만약 그녀가 저를 만나러 오는 도중에 사고가 나면 하예정 일행은 아마 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지도 몰라요. 그리고 예진 씨가 강성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몰래 그녀를 도와주세요. 그저 우리 엄마와 그 늙은 남자에게 들키지 않도록 몰래 도와주면 돼요.”이윤미가 말하는 늙은 남자는 정군호가 아닌 이은화의 특별 비서였다.방윤림은 예의 갖추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아가씨, 밤이 점점 깊어지는데 얼른 돌아가세요.”이윤미는 한숨을 쉬었다.“정말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 집에는 따뜻함이 없어요. 서로 다투고 경쟁하고 눈치 보면서... 좋은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방윤림은 말을 어떻게 이어야 할지 몰랐다.주인의 집안이 어떤 상황인지 일개 비서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했다.이윤미는 곧 방윤림과 함께 떠났다.한 시간 후.하루 호텔로 돌아온 하예진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다시 착용한 뒤 가발을 쓰고 지하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이윤미가 선물한 인간 얼굴 가죽을 쓰기 아까웠다.그렇게 전업적인 도구는 가장 필요한 곳에 써야 낭비하지 않는다.하루 호텔은 전호영이 강성에서 소유하고 있는 호텔 본점이다. 하예진이 분장한 이유는 전호영에게 폐를 끼치게 하고 싶지 않을 뿐, 그를 경계하려는 목적이 아니었기에 그 가죽을 쓸 필요 없었다.하예정은 그녀가 묵고 있던 룸으로 돌아와 방문을 잠근 뒤에야 휴대전화를 꺼내 노동명에게 전화를 걸었다.곧 노동명이 전화를 받았다.“동명 씨, 이렇게 늦었는데 아직도 주무세요?
하예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부부 사이에 한쪽이 바람을 피우면 금방 금이 생기게 되는 법이죠. 이혼을 안 했어도 서로 고된 삶을 살 테니,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나아요. 저의 전남편도 바람을 피우고 저를 폭행하여 이혼했잖아요. 한번이 있으면 두 번, 세 번이 있을 수 있으니 그들이 고치기를 기대하지 마세요.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나아요. 이혼하면 죽는 것도 아닌데.”이윤미가 말을 이었다.“우리 아버지는 절대 떠나지 않을 거예요. 절대로. 아버지는 자신이 이혼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잘 아시거든요. 정씨 집안의 친척들도 우리 가문에서 아무런 이익도 보지 못할걸요. 어쩌면 전에 받은 혜택들도 전부 토해내야 할지도 몰라요. 어쨌든 요즘 우리 가문은 편안할 날이 없어요. 저는 왠지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아요.”이은화의 모진 마음으로는 정말 해낼 수 있을 것이다.하예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이경혜가 하예진을 강성으로 빨리 오게 한 것은 아마도 이씨 가문이 요즘 혼란스러워 이은화가 하예진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야 하예진이 그 틈을 타 사업을 일으킬 수 있고 옛날 사고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될 수 있었다.이 기회를 잡아 이씨 가문의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민심을 얻는 자는 천하를 얻는 것과 다름없다.하예진은 비록 이씨 가문에서 자라지 않았고 강성에서도 사업이 없지만, 그녀의 뒤에는 든든한 후원자들이 서 있다. 그리고 하예진의 외할머니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였다. 이씨 가문의 친척들을 끌어들여 그들의 지지를 얻을 수만 있다면 일이 쉽게 풀릴 것이다.“예진 씨, 비행기를 몇 시간 타고 방금 도착하셔서 힘드실 텐데 얼른 가서 쉬세요. 일이 있으면 그 번호로 저에게 연락해 주세요.”하예진이 관심하며 물었다.“저랑 같이 안 갈실래요?”이윤미는 입을 오므리다가 대답했다.“여기 좀 더 있고 싶어요. 마음도 추스를 겸 조용히 있고 싶거든요. 집으로 돌아가도 엉망진창이에요.”“그
수십 년이 지난 탓으로 법률조차도 이은화의 사형을 선고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이윤미는 적어도 그녀가 큰이모의 후손에게 주인 자리를 돌려줄 수 있었다.그녀는 이씨 가문을 떠나 자신의 회사로 돌아가 생활해도 좋다고 생각했다.이윤미는 이런 원한과 복수에 관한 일을 멀리하고 싶었고 그녀의 소소한 삶을 더 좋아했다.이은화가 옛날 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이윤미는 이은화가 그 해에 정말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했다고 믿었다.단지 가주 자리의 권력을 탐내는 것뿐만이 아닌 사랑 때문에 벌인 짓일 수도 있다.이은화는 지금 70세이고 정군호와 결혼한 지 수십 년이 지났으며 아들딸도 네 명이나 낳았다.하지만 이은화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그 능력이 뛰어난 남자가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이은숙의 특별 비서일 것이다.“제가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아요. 저는 제 행동으로 제가 우리 엄마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게요.”하예진은 한참 동안 이윤미를 바라보며 웃었다.“윤미 씨의 진지한 얼굴은 정말 멋있고 아름다워요. 당신 엄마가 보신다면 눈에 거슬릴지도 모르지만요. 이씨 가문의 상황은 어때요? 윤미 씨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다가 이 대표님께 붙잡혔다고 들었는데. 요 며칠 동안 윤미 씨 아버지는 모습조차 내놓지 않는다면서요.”하예진은 이은화와 정군호의 일을 알고 있었다.강성에서 이 불륜 사건은 빅뉴스였다.평소에 정군호랑 같이 다니던 늙은 남자들은 대부분 정군호에게 동정심을 품었다. 이은화가 정군호를 너무 엄하게 관리하여 그에게 자유로울 틈도 주지 않고 용돈도 적게 준다고 생각했다.아무리 사이좋은 부부 사이라도 오랜 시간 동안 작은 일에 얽매이게 되면 감정이 깨지기도 한다.여자들은 대부분 이은화의 편을 들었다. 이은화가 남편을 관리하는 것이 좀 엄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정군호가 만약 이은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닌 이은화에게 이혼을 제기했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정군호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우리 엄마가 예진 씨가 오신 것을 알게 되면 아무것도 안 할 리가 없는데. 조심하세요. 아시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제가 다 알려드릴게요. 제가 모르는 일은 할 수 없지만요.”하예진은 웃음을 거두며 한참 동안 이윤미를 찬찬히 바라보았다.“윤미 씨, 우리 만난 적 있잖아요. 저도 윤미 씨가 정의롭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대표님 결국 윤미 씨와 피가 섞인 모녀지간인데, 저는 윤미 씨가 이 대표님과 맞서지 못한다고 생각해요.”이윤미의 웃음도 점차 사라졌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글쎄요. 우리 두 사람은 모녀 맞아요. 저를 저의 어머니와 같은 편에 서지 말라고 하면 제가 분명 스트레스도 받고 또 엄청나게 큰 용기도 필요하겠죠. 예진 씨가 저를 경계하는 것도 이해해요. 하지만 저는 정말 예진 씨가 걱정돼서 이러는 거예요. 우리 엄마가 마음이 너무 독하세요. 해본 말이 아니에요. 예진 씨가 여전히 저를 경계하면 저도 더는 묻지 않을게요. 그런데 여기에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에 맞서게 되면 저를 찾아오셔도 돼요. 제가 최대한 도와드릴 테니까.”“사실 저와 엄마는 모녀간의 정이 별로 없어요. 저는 엄마의 곁에서 자라지 않았고 또 이씨 가문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스무 살이 넘었거든요. 윤정이가 아직 이씨 가문에 남겨졌고 여전히 부모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어요. 제가 저의 엄마와 모녀간의 정이 별로 없다고 해도 우리 두 사람이 친 모녀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을 저도 잘 알아요.”“만약 당신들이 없다면 제 생각에는 제가 이씨 가문의 주인 자리를 짊어지고 리더가 되어 우리 가문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갔을 거예요.”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규정을 수정하고 싶었다.그렇게 딱딱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비록 대가가 좀 클 수도 있지만, 이씨 가문을 더 멀리, 더 잘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수정하고 싶었다.이윤미는 명함 한 장을 꺼내 하예진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것은 제 다른 전화번호에요. 아는 사람이 적으니 무슨
“그럼 안전에 유의하시고 무슨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저에게 전화하세요.”방윤림이 이윤미에게 당부했다.이윤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제가 항상 방 비서에게 의지할 수는 없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암살을 당하더라도 이윤미는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능력을 갖추었다.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없다면 이렇게 자라지 못하고 일찍이 양어머니의 학대를 받아 죽었을 것이다.방윤림과의 통화를 마친 이윤미는 곧바로 약속 장소로 차를 몰았다.그녀가 도착했을 때 하예진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하예진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누군가의 차가 오는 것을 보더니 창문을 조금 눌렀고 이윤미가 하예진의 차 옆에 주차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선글라스를 먼저 벗은 이윤미는 얼굴의 가죽을 벗어 던져 본모습을 드러냈고 차에서 내려 하예진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하예진은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어떻게 저인 것을 알았어요? 두렵지 않아요?”“지금 이 시각에, 또 이렇게 외진 곳에 주변에 주택도 없는데 겁이 많은 사람들은 아마 이 밤에 이런 곳으로 오지 못할걸요. 그리고 저기에 묘지도 있는데 이런 곳에 예진 씨 말고는 아무도 오지 않을 겁니다.”하예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윤미가 온 후에야 약속 장소가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라는 것을 발견했다.하예진도 한참 후에야 차를 세울 곳을 찾아 이윤미가 오기를 기다렸다.지금 그녀들이 주차한 곳은 방윤림이 그녀들에게 준 주소에서 수백 미터 떨어져 있었다.“묘지에서 이렇게 가까운 줄은 몰랐어요. 만약 제가 알았더라면 아마 혼자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귀신이 무서워서요.”이윤미도 웃었다.“귀신이 뭐가 무서워요? 사람이 더 무섭죠.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 못 들어보셨어요? 예진 씨 분장 기술도 꽤 좋네요. 제가 제 부하들을 하루 호텔 입구에 보내 예진 씨를 기다리게 했거든요. 여기로 오시는 길에 예진 씨를 몰래 보호하라고 지시했는데 예진 씨가 나오는 것을 못 봤다고 하더라고요.”
곧 하예진은 차를 몰고 지하 주차장에서 나왔다.하예진은 방윤림이 그녀에게 준 그 주소대로 내비게이션을 켜고 차를 몰았다.노동명이 전화했다.하예진은 차의 속도를 늦춘 다음 노동명의 전화를 받았다.“동명 씨, 저 지금 나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려고 해요. 지금 운전 중이니 좀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요.”“알았어. 운전 조심하고.”“네.”하예진은 하예정과 달리 천천히 차를 몰았다.다행히 하예정이 시내에 살고 있어서 차를 빨리 몰지 못했다. 만약 차가 적은 외진 곳으로 가게 되면 하예정은 비행기를 운전하는 것처럼 매우 빨리 몰 것이다. 전태윤이 그 모습을 보지 못해서 다행이지, 그가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면 아마 하예정이 운전대조차 잡지 못하게 할 것이다.차를 몰고 있는 하예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노동명은 이내 전화를 끊었다.하예진이 변장하고 남몰래 혼자 차를 몰고 이윤미를 만나러 간 것을 알면 노동명은 아마도 걱정되는 마음에 바로 비행기를 타고 올지도 모른다.하예진은 노동명이 자신을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고 있어서 그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방윤림이 준 그 주소는 가까운 곳이 아닌 꽤 외진 곳에 있었기에 내비게이션에는 차로 한 시간 이상 가야 도착할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하예진이 차를 몰고 호텔을 나서자 이윤미가 방윤림에게 물었다.“예진 씨 나오는 거 봤어요?”방윤림이 대답했다.“제가 종업원에게 부탁해서 쪽지를 보냈으니 바로 떠날 겁니다. 하예진 씨가 방금 관성에서 왔기 때문에 낯선 곳이고 차량도 없으니 택시를 탈 것 같습니다. 아가씨도 출발하시면 됩니다. 하예진 씨가 곧 약속 장소로 갈 겁니다.”방윤림은 하예진을 만난 적 있었는데 하예진이 대담하고 세심하다고 추측했다. 하예진이 강성으로 온 목적이 이씨 가문과 연관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방윤림은 하예진이 이씨 가문 때문에 강성으로 왔으니, 이윤미가 만나자고 하면 반드시 만나러 갈 것으로 생각했다.“사람을 시켜 예진 씨를 은밀히 보호하라고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