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전씨 할머니를 건드릴 엄두도 못 내요. 그 할머니의 인맥이 얼마다 대단한지 몰라요. 당신도 앞으로 하예정 씨랑 자주 접촉하면서 익숙해지면 알게 되겠지만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보통을 뛰어넘는 사람들입니다.”대가족들끼리는 거의 다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심지어 부분 가족은 동맹이었다.“윤하 씨, 만일 당신이 언젠가 나에게 연루된다면, 당신은 계속해서 나랑 만날 겁니까? 아니면 나랑 일도양단할 겁니까?”정혁주가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우리 윤하를 뭐로 보고요? 내 여동생은 진작부터 당신을 친구로 생각했어요. 얘는 사람을 아주 진심으로 대해요. 친구의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앤데 어떻게 당신과 일도양단을 할 수 있겠어요?”“물론 전제 조건은 당신이 범죄행위를 해서 우리 윤하를 끌어들이는 건 아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당신과의 인연을 끊을 뿐만 아니라 당신을 한바탕 패줄 겁니다.”정혁주는 또한 여동생을 보면서 말했다.“너는 왜 소 대표님의 농담을 진담으로 듣고 그래? 이분이 정말 그렇게 위험한 처지에 처했다면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한테 누를 끼칠까 봐 진작 우리와의 연락을 끊었겠지. 지금처럼 남 보라는 듯이 우리 집에 와서 밥도 먹고 잠도 잔다는 것은 이 사람 처지가 위험하지 않다는 말이지.”“물론 양심 없는 사람이라면 또 다르지.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이분이 양심 없는 사람이 절대 아니야.”소지훈의 덕분에 술을 마시게 된 정혁주는 소지훈을 칭찬했다. 그는 멈춰 서서 소지훈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려서 한쪽 팔을 뻗어 소지훈의 어깨에 올려놓고 익살 궂게 웃으면서 말했다.“소 대표님, 솔직하게 말해봐요. 당신 우리 윤하를 좋아하지요? 난 어쩐지 방금 당신이 윤하에게 한 말들이 윤하에게 미리 예방 주사를 놓는 것처럼 들려요.” 무술을 닦은 사람들은 성격이 좀 거칠다고는 말할 수 하지만 머리가 둔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오빠!”정윤하는 힘을 주어 오빠를 불렀다.“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내가 사랑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날 바보 취급해?”정윤하가 큰 오빠에게 투덜거렸다.정혁주는 소지훈을 힐끔 쳐다보고 나서 또 딱 봐도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여동생을 쳐다보더니 더는 꼭 집어 말하지 않았다.아니, 그는 아까 분명히 꼭 집어 말했었다. 소지훈이 여동생에게 미리 예방 주사 놓는 거 같다고 했었다. 하지만 여동생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옆에서 보고 있자 하니 참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참말로 이 방면의 눈치라곤 고물만큼도 없는 여동생이었다.“오빠, 이따 지훈 씨와 겨룰 때, 사정을 좀 봐줘야 해. 너무 세게 손 쓰지 말고.”정윤하가 큰 오빠에게 신신당부했다. 이참에 화제도 자연스럽게 돌려졌다.“그냥 겨룸일 뿐이지 목숨 거는 일은 아니야. 오빠가 알아서 사정 봐줄 테니 걱정하지 마.”정혁주가 여동생을 위로했다. 이에 소지훈은 정혁주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일행 네 명은 드디어 정합 도장에 도착했다.저녁이지만 코치가 아직도 학생들이 무술을 연습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들은 네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동작을 멈추었다.“자, 다들 잠깐 쉬면서 자리 좀 비워 주세요. 내가 소 대표님과 겨뤄 보기로 했으니 고수 사이의 대결을 보여주도록 하겠습니다.”정혁주가 웃으면서 말하자 학생들은 신속하게 한가운데 자리를 비워주었다.옆에서 소지훈을 훑어보던 코치가 정혁주에게 물었다.“정 코치님, 이 양반은 어느 도장에서 오셨습니까?” 오자마자 정혁주에게 도전한다는 말을 들은 그는 어이가 없었다. 이 도장에서 코치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 중 정혁주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소 대표님은 그 어느 도장의 사람도 아닙니다. 이분은 내 여동생의 친구입니다. 관성에서 왔는데 무술을 좀 할 줄 아니깐 나하고 몇 수 겨루면서 배우려고 합니다.”정혁주가 자신만만해서 말했다. 그는 자신이 나서면 쉽사리 소지훈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정혁주만 자신이 넘쳤을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은 소지훈과 정혁주가 대결하면
“지훈 씨가 지면 제가 이 돈으로 모두에게 야식을 사드릴게요. 그러나 지훈 씨가 이기시면 모두 저에게 그 돈을 주셔야 하고요.”정윤하는 소지훈의 체면을 세워주고 싶었다.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꼭 정혁주에게 베팅할 것이다.소지훈이 멀리서 왔기 때문에 아무도 그의 실력이 어떤지 몰랐다. 그러나 소지훈이 점잖게 생기고 또 정혁주가 조금 전에 그를 소 대표님이라고 부른 것으로 보면 사람들은 소지훈이 아마 어느 회사의 대표일 것으로 추측했다.그런 사람이 무술을 좀 할 줄 안다고 해도 단지 호신술만 할 줄 알 뿐 정합 도장의 미래 주인을 이길 수 없을 거로 생각했다.현장에 있던 몇몇 코치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현금을 꺼내어 정혁주에게 내걸었다.도장의 10대 중반의 학생들은 주머니에 돈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서로 돈을 조금씩 모아 이 도박에 참여했다.“저도 윤하 누나를 따라 소 대표님께 베팅할게요.”그중 김민호라고 불리는 학생이 손에 2만 원을 쥐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정윤하에게 그 돈을 건네며 말을 했다.“윤하 누나, 우리 함께 소 대표님한테 걸어요. 만약 소 대표님이 운 좋게 이기면 우리 두 사람 모두 부자 될 거에요. 하하...”모두가 정혁주에게 돈을 걸었기 때문에 그 판돈이 미성년자에게 있어서 매우 많은 편이었다.만약 소지훈이 이기면 김민호는 정윤하와 그 모든 돈을 나누어 가질 수 있어 대박 날 것으로 생각했다.정윤하는 웃으며 김민호가 건네준 돈 2만 원을 건네받으며 웃으며 말했다.“민호야, 네 원금을 잃고 야식도 먹을 수 없는 것이 두렵지 않아? 그런데 지훈 씨가 이기면 우리 두 사람 이 돈을 똑같이 나누어 가질 수 있어. 그때 되면 우리 같이 야식 먹자.”김민호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가끔은 좀 의외적인 일도 일어나잖아요. 어쩌면 소 대표님이 다크호스일지도 모르잖아요.”김민호의 말을 들은 정윤하는 그를 툭 치며 칭찬했다.“배짱 있는 녀석이네. 이따가 지훈 씨가 나오시면 우리 두 사람 모두 지훈 씨에게 큰소리로 힘내라고 외치자
“하지만 소 대표님께서 멀리서 오셨으니 형도 어느 정도 봐 드려야 해.”정혁진은 정혁주와 마찬가지로 정혁주가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비록 정윤하 쪽의 판돈 액수가 모두 18만 원밖에 안 되지만 없는 것보다 나았다.소지훈이 웃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저와 형은 단지 겨뤄보고 싶을 뿐이지 필사적으로 싸우지는 않을 거예요. 형도 저를 봐줄 필요 없어요.”“윤하 씨, 두 사람은 판돈을 얼마나 걸었어요?”정윤하는 18만 원을 쥐고 있던 손을 펼치며 대답했다.“이것밖에 없어요. 저의 바지 주머니에 있는 모든 현금과 민호의 돈 2만 원밖에 없어요. 지훈 씨, 모든 실력을 발휘해서 우리 형을 이겨야 해요. 저랑 민호가 한 번 이기게 해주세요. 누군가가 매번 우리 오빠에게 도전할 때마다 다들 우리 오빠에게만 돈을 걸거든요. 외의적인 결과가 없어서 너무 재미없어요. 이번에 지훈 씨가 한번 우리 오빠를 이긴다면 지훈 씨가 출장하러 와 있는 동안 제가 매일 지훈 씨께 맛있는 요리를 해드릴게요.”“제가 살이 찌면 보기 싫은데...”“몇 킬로 정도는 티가 안 나요. 지훈 씨가 이렇게 키가 큰데 살이 찐다고 해도 티가 안 날 거예요. 지금 너무 말랐어요. 조금만 살이 쪄서 관성으로 돌아가시면 제가 장담하건대 많은 여자가 지훈 씨에게 반할걸요.”소지훈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좋은 일인 것 같은데 제가 최선을 다해볼게요.”소지훈은 자신의 지갑을 꺼내 그 안의 현금을 전부 정혁진에게 건넸다.“형, 저도 큰 형한테 돈을 걸게요.”정혁진이 웃으면서 물었다.“소 대표님, 자신 없나 봐요?”정혁진은 웃고 있엇지만, 소지훈의 돈을 재빨리 가져갔다.대충 보아도 적어도 수십만 원은 되었다.소지훈이 대답했다.“저는 이 판돈이 너무 적다고 생각돼서 그래요. 윤하 씨가 이겨봤자 수십만 원일 텐데, 제가 몇만 원 보태주어 윤하 씨가 이기면 수입이 짭짤하잖아요.”순간 판돈이 수백만 원으로 되었다.정윤하는 너무 기뻐서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소지훈은 정윤하의
소지훈은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김민호는 정윤하를 툭 치며 물었다.“누나, 소 대표님한테 베팅한 거, 정말 자신 있어요? 저는 여기에서 무술을 배운 지 6년이 되었지만, 아직 우리 정 코치님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을 보지 못했어요.”정윤하가 대답했다.“난 자신 없어. 단지 지훈 씨가 내 친구라서, 누구도 지훈 씨가 이기지 못할 것 같다고 여겨서 편들어주고 싶었어. 내가 가진 현금도 얼마 되지 않기에 져도 상관없어. 야식을 사보지 못한 것도 아니고 사면 되지 뭐.”김민호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정윤하는 그를 쳐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었어. 봐봐, 이미 내기는 끝낸 상태야.”김민호는 표정이 조금 어두워지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괜찮아요. 이 돈은 원래 엄마가 저에게 주신 일주일 치 야식비에 불과해요.”매일 밤 무술 연습이 끝나면 야식을 먹지 않으면 그뿐이었다.정윤하는 그를 위로했다.“실망하지 마. 어쩌면 지훈 씨가 이길 수도 있잖아. 내가 지훈 씨 실력을 본 적 있는데 정말 대단하더라고. 우리 큰오빠처럼 대단하실 거야. 어쩌면 우리 큰오빠보다 실력이 더 뛰어날지도 몰라. 이제 시작한다. 우리 함께 큰 소리로 지훈 씨를 위해 응원하자!”두 사람이 겨루기 시작하는 것을 본 김민호는 실망을 뒤로 한 채 큰소리로 소리쳤다.“소 대표님! 힘내세요! 제 야식비를 위해서라도 힘내셔야 해요. 정 코치님을 이기셔야 해요!”정윤하가 피식 웃기 시작했다.소지훈도 정혁주의 주먹을 피한 후 김민호에게 웃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야식을 반드시 드시게 할 테니까요.”정혁진은 소지훈이 침착하고 당황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이상하다고 느꼈다. 소지훈은 주먹이 날아올 때마다 가볍게 피했다.정혁진도 질세라 학생들에게 말했다.“왜 다들 벙어리처럼 이러고 있어? 얼른 힘내라고 외쳐. 윤하의 판돈이 많지 않지만 우리가 이기면 야식 한 끼 정도는 충분히 먹을 수 있어.”하여 그 십 대 애송이들은 큰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정 코치님
현장의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함께 김민호를 쳐다보았다.김민호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저희 누나가 지금 남자 친구가 없어요. 소 대표님께서 정 코치님을 이기시면 저한테 중매 비용을 주시지 않아도 제가 누나와 소 대표님을 맺어드릴게요.”김민호의 눈에는 정윤하와 소지훈이 모두 잘 생겼고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했다.그는 자라면서 이토록 멋있는 남자를 처음 보았다.김민호는 소지훈이 그의 반 여학생들이 쫓아다니는 아이돌보다 더 멋있고 뭔가... 귀티가 난다고 생각했다.어쨌든 김민호는 소지훈에 대한 인상이 매우 좋았다.물론 소지훈이 정혁주를 이겨서 정윤하와 함께 2000만 원이 넘는 돈을 가질 수 있다면 김민호는 소지훈이 더 좋을 것이다.정혁진이 웃었다.“이 녀석! 소 대표님, 힘내셔야겠어요. 민호 녀석이 소 대표님께서 이기면 무료로 윤하와 소 대표님을 맺어주겠다고 하네요.”“오빠, 민호가 헛소리하고 있는데 오빠까지 헛소리하면 어떡해!”정윤하는 두 사람이 너무 웃긴다고 생각했다.그는 김민호를 가볍게 걷어차면서 꾸지람했다.“너 이놈! 날 웃겨 죽일 작정이냐!”김민호는 또 히죽 웃었다.정혁주도 덩달아 웃으며 소지훈에게 물었다.“제가 져드릴까요?”“형이 저한테 질 수도 있죠. 하지만 일부러 저에게 져줄 필요는 없어요. 제가 운 좋게 형을 이길 수도 있으니까요.”소지훈은 자신 있게 말했다.정혁주는 소지훈의 자신감을 특히 좋아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십여 분 동안 겨루었다.정혁주도 소지훈을 더 이상 얕볼 수 없었다. 소지훈은 숨겨진 무술 고수였다.정혁주는 심지어 소지훈이 그를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의심까지 했다. 소지훈은 속전속결 하지 않고 시간을 끌고 있었다. 그러다가 소지훈이 정혁주를 이기면 소지훈이 가까스로 겨우 이겼다고 말하거나 정혁주가 양보했다고 말 할 수 있었다.이렇게 하면 정혁주가 너무 창피하지 않을 것이다.정혁주는 소지훈의 계획을 어느 정도 맞췄다.소지훈은 시간을 오래 끌어 가까스로 정혁주를 이기려고 한 의도를 현장
정혁진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코치도 소지훈이 틈을 타 간신히 이겼다는 것을 발견했다.아슬아슬하게 이겨도 이긴 것이다.정혁주가 일부러 소지훈에게 져 준 게 아니라 소지훈이 실력으로 정혁주를 이긴 것이다.소지훈은 손을 뻗어 정혁주를 바닥에서 끌어당긴 다음 정혁주에게 인사했다.“형, 양보해주셔서 고마워요.”정혁주는 웃으며 대답했다.“제가 양보한 적 없어요. 소 대표님께서 제 약점을 발견하여 이기셨는데 제가 진 거죠.”소지훈은 여전히 겸손하게 말했다.현장은 조용했다.그리고 그때 두 사람의 외침이 들려왔다.“와!”김민호는 춤을 추다가 정윤하의 어깨를 두드리며 소리쳤다.“누나! 누나! 우리가 이겼어요. 소 대표님께서 정 코치님을 이기셨어요. 우리 끝내 이겼어요. 그 2000만 원 모두 우리 거에요. 하하하... 저의 반년 야식비나 다름없어요!”다른 학생들은 펄쩍펄쩍 뛰는 김민호를 쳐다보았다. 너무 기뻐서 소리까지 치는 김민호를 보면서 그들은 너무 부러웠고 또 너무 질투가 났다.정윤하도 멍하니 있었다.그녀는 지난번 소지훈의 무술 실력을 본 적 있었다. 소지훈도 그가 무술을 할 줄 안다고 인정했다.그때 정윤하는 소지훈의 실력이 그녀보다 낮지 않으리라 추측했지만 소지훈이 정혁주를 정말로 이길 줄은 몰랐다. 비록 가까스로 이기긴 했지만, 정혁주를 이긴 것은 사실이었다.“누나! 누나!”돈을 따냈다는 생각에 김민호는 다시 정윤하를 툭 치며 웃었다.“누나, 빨리 가서 우리가 딴 돈을 가져와요.”김민호는 말하면서 소지훈에게 달려갔다. 그리고는 소지훈을 와락 껴안고 너무 기뻐 큰소리로 외쳤다.“소 대표님, 아니다. 형부, 정 코치님을 이기셨기 때문에 이젠 형부예요. 하하하... 형부, 정말 대단하세요. 정 코치님을 이기시다니! 제가 돈을 엄청 많이 벌었어요. 하하하!”소지훈은 기뻐하는 김민호를 밀쳐내며 웃으며 말했다.“큰형이 저를 양보해 준 덕분이에요. 제가 손님이라서 지면 제가 난처할까 봐요.”멍하니 있던 김민호가 이내 말했다.“정말요?
정혁주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내가 지면 진 거지. 핑계 같은 거 없어. 예전에도 너희가 늘 이겼으니 가끔은 지는 맛도 좀 느껴봐야지. 도박이라는 게 다 그렇지 뭐. 지는 것이 두려우면 도박하지 마.”정혁진은 말문이 막혔다.정윤하는 한쪽으로 가서 앉아 돈을 세더니 돈의 절반을 김민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민호야, 이건 네 돈이야.”김민호는 그 돈을 받자마자 또 그중 절반을 다시 돌려주었다.“누나, 저는 단지 2만 원밖에 내지 않았어요. 똑같이 나누면 불공평해요. 저는 이만큼만 있으면 몇 달간 야식을 먹기에 충분해요.”“자, 얼른 가져가. 몰래 저축해 둬. 너의 새엄마 모르게 감추어둬.”김민호는 아주 어린 나이에 부모가 이혼하면서 아버지가 키우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과묵한 사람이었는데 이혼 후에는 더욱 과묵해졌다. 게다가 김민호에게도 별 관심이 없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버려졌다.그 뒤로 재혼하여 노처녀를 얻었고 김민호도 학교에 다녀야 했기에 아버지랑 계모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러나 그 계모는 김민호를 괴롭혔고 심지어 자주 계모에게 매를 맞았다.김민호가 반항하려고 해도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반항할 수 없었다.되려 더 호되게 얻어맞았다.아버지는 직장에 다니느라 바쁘고 출장도 자주 가셨다. 게다가 아들에 대한 관심이 적은 탓으로 김민호가 후처에게 매를 맞는 줄은 전혀 몰랐다.김민호의 고모는 조카를 아끼고 사랑했기에 김민호 아버지에게 일러바쳤지만, 아버지가 출장을 가서 집을 비울 때면 계모가 더욱 심하게 김민호를 때렸다.하여 그 고모는 스스로 돈을 내서 김민호를 정합 도장에 등록해 주어 몸을 튼튼하게 할 겸 무술을 배우게 하여 계모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했다.올해까지 김민호는 6년째 정합 도장에서 무술을 배우고 있었다. 이제 김민호의 계모도 감히 김민호를 때리지 못했다.그러나 계모는 금전적으로 김민호를 푸대접했다. 김민호의 용돈은 이복동생만큼 많지 않아 수업이 끝난 후 김민호는 종종 종이 상자와 병을 주웠다. 그러다가 많이 모이면
전태윤은 저녁 12시에야 집에 도착했다.그는 술도 좀 마셨지만 취하지는 않았다.전태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전창빈은 밖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리자 곧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전태윤의 차가 별장 입구에 도착하여 멈추었다.경호원이 차에서 내려 전창빈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는 안부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곧 전태윤의 차 문을 열어주어 그를 부축하려 했지만 거절당했다.“안 취했어.”전태윤이 나지막이 말했다.“형.”전창빈이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가 전태윤을 부축하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전태윤은 거절했다.“창빈아, 어쩐 일이야?”친동생을 본 전태윤은 매우 놀랐다.“술 한 잔만 마셨어. 취하지 않았으니까 부축해주지 않아도 돼.”“형한테 할 말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어.”전창빈은 여전히 전태윤을 부축해주었다. 전태윤의 술 냄새를 맡은 전창빈이 말을 건넸다.“독한 술을 마셔서 술 냄새가 많이 나네.”“이야기가 잘 풀려서 좀 마셨어.”전태윤은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자신의 옷 냄새를 맡아보며 전창빈에게 물었다.“술 냄새가 많이 나? 네 형수님이 술 냄새를 맡을 수 있겠지?”전태윤은 오늘 밤 서재에서 자야 할지도 모른다.하예정은 그가 술과 담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때때로 그는 담배 한 대 피워도 껌을 씹어 담배 냄새를 제거한 후에야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의 아내가 냄새를 맡을까 봐 걱정했다.특히 하예정은 지금 그들의 사랑의 결실을 배속에 품고 있었다.그런 하예정에게 담배 냄새를 맡게 하면 더욱 안 된다.집에는 담배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그의 친구들도 그가 집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전창빈은 말을 잇기 모호했다.그가 하예정도 아닌데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을지 잘 몰랐다.전태윤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냄새가 나는데? 늦었는데 오늘 예정이를 방해하지 말고 서재에서 하룻밤 자야겠어.”전태윤은 문득 멈춰 서서 고개를 돌려 전창빈에게 물었다.“아까 우리 부모님 차를 본 것 같은데?”전태윤은 자신이 잘
우빈은 좀 더 놀고 싶었다.“예정아, 내가 우빈한테 이야기를 읽어줄게.”장소민은 하예정이 힘들어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조용히 말을 건넸다.하예정이 동의하기도 전에 장소민은 침대 머리맡에서 이야기책을 집어 들고 우빈에게 이야기를 읽어주려고 했다.하예정은 시어머니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녀는 장소민게 자리를 내주며 말했다.“우빈의 짐들을 확인하러 가볼게요.”녀석이 뭐 빠뜨린 거 없나 한 번 확인하려고 했다.장소민은 우빈에게 자기 전에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하예정은 우빈의 여행 가방에 있는 물건을 검사하러 갔다.우빈은 가장 두꺼운 잠옷 한 벌을 챙겼다. 그는 어른들의 대화 내용을 통해 강성이 매우 춥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심지어 눈도 와서 엄청 춥다고 들어서 녀석은 자신에게 가장 두꺼운 잠옷을 챙겨놓았다.그리고 이틀 동안 가장 두꺼운 외투를 모두 챙겨놓았다. 모자와 목도리, 장갑, 그리고 일상 생활용품도 챙겼다.이 외에도 그는 여행 가방에 평소 좋아하는 장난감 두 개와 몇 가지 평소 즐겨 먹던 간식을 넣었다.조카의 여행 가방을 들여다본 하예정은 옷장을 열어 두꺼운 윗옷 두 벌을 더 가져와 여행 가방에 챙겨 넣어 가방 안을 가득 채워 넣었다.“이모, 제가 잘 챙겨놓았죠?”우빈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으며 하예정에게 물었다.하예정은 기뻐하며 칭찬했다.“우리 우빈이 잘 정리했네. 모두 잘 챙겨놓았어.”역시 그녀가 가르친 조카다웠다.장소민은 우빈을 살짝 눌러 침대에 누우라고 했다.“우빈아, 자. 눈 감고 이제 자야지.”우빈은 혀를 내밀며 장소민에게 애교를 부렸다.“할머니, 저에게 좋은 꿈을 꾸라고 뽀뽀해 주세요.”“그래.”장소민은 사랑스럽게 그의 이마를 톡 쳤다. 그녀는 우빈이 그녀에게 애교를 부리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둘째 아들 전창빈이 어렸을 때처럼 말이다.전태윤은 어릴 때부터 진지하고 딱딱해서 그녀에게 애교를 부린 적 없었다.전창빈이 어렸을 때 그녀의 품에서 애교를 부리곤 했지만 애교부린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전창빈은
하예정과 우빈이 위층으로 올라간 뒤로 전창빈은 장소민에게 다시 사과했다.장소민이 입을 열었다.“나 이제 화 풀렸어. 창빈아, 네 아빠와 형수님 말이 맞아. 다 큰 성인이라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잖아. 엄마는 이제 어렸을 때처럼 이것저것 너에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넌 태윤과 달리 전씨 가문의 무거운 짐을 질 필요 없기에 하고 싶은 대로 해. 훔치거나 빼앗거나 법을 어기는 일만 하지 않으면 돼.”돌아올 때 며느리만 데리고 오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장소민은 이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전창빈이 아내에게 구애하기 위해서라고 말하지 않았기에 그녀도 모른 척했다.일이 성공적으로 풀리게 되면 전창빈도 장소민에게 알려줄 것이다.며느리가 누구든 아들 전창빈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 받아들일 수 있었으니까.장소민은 하예정마저 받아들였다.미래의 둘째 며느리 집에서 개인 요리사를 고용할 수 있을 정도라면 가정 형편이 나쁘지 않을 것인데 그녀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전창빈은 장소민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그리고 부모님께 물었다.“오늘 여기서 며칠 묵으실 예정이세요?”“네 할머니도 집에 안 계시는데 내가 여기서 예정이를 돌보아야지. 네 아빠는 가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겠지.”그러자 전현림이 바로 말을 이었다.“당신이 있는 곳에 내가 머물러야지.”“저는 당신 옷을 가지고 오지 않았어요.”전현림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우리가 하루 이틀 아들 집에서 자는 것도 아니고. 우리 방에 내 옷이 있을 거야.”장소민은 문득 목이 메었다. 이 방에 그의 옷이 있다는 사실을 깜빡했다.“창빈아, 먼저 집으로 돌아가. 외지로 가서 일하려면 관성에서의 업무는 확실하게 설명해 주어야 해. 태윤에게 말해서 사람을 시켜 네 업무를 맡도록 하게 해. 업무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되니까.”전창빈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여기에서 형을 기다려서 말하면 돼요.”전창빈은 원
“내 말이. 올때 날 버리고 왔잖아. 우린 부부인데 당연히 붙어 다니면서 다녀야지. 왜 나를 집에 두고 혼자 나온 거야? 내 생각을 해본 적 있어? 태윤이와 예정이가 보고 싶다면 나하고 말할 것이지. 그러면 내가 당신과 함께 여기로 왔을 텐데.”장소민의 허벅지에 앉아 있는 우빈을 힐끗 쳐다보던 전현림이 한마디 덧붙였다.“당신이 우빈을 보고 싶어 하는데 난들 안 보고 싶겠어?”우빈은 작은 얼굴을 쳐들고 장소민과 전현림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다시 전창빈과 하예정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왜 자신이 이 화제에 끌려들어 가게 되었는지조차 몰랐다.그는 단지 장소민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을 뿐이다.그러다가 전현림이 들어왔고 전현림은 우빈의 앞에서 장소민의 손을 잡고 많은 얘기를 나누다가 장소민이 얼굴을 붉히며 우빈을 혼자 남겨두고 두 사람이 위층으로 올라갔다.그리고 지금 계단을 내려온 지 2분 만에 하예정과 전창빈이 들어온 것이다.“저도 할머니가 보고 싶었어요.”우빈은 큰 눈을 반짝이며 한마디 했다.사람들 전부 웃기 시작했다.우빈은 영문도 모른 채 따라서 웃기만 했다.하예정이 우빈에게 말을 건넸다.“우빈아, 위층으로 올라가서 샤워해야지. 내일 유치원에 가야 해.”“이모, 10분만 좀 더 볼 수 있을까요?”우빈은 하예정이 위층으로 올라가 씻고 자라고 재촉하는 소식을 듣자마자 흥정하기 시작했다.하예정은 녀석에게 주의를 시키었다.“내일 금요일이야. 내일 오후에 네가 유치원에서 나오면 동명 아저씨가 널 데리고 비행기를 타고 강성으로 가는 거 잊었어? 엄마가 우빈이와 동명 아저씨를 고대 기다리고 계셔.”하예정도 함께 강성에 가고 싶어 했다.하지만 아무도 허락하지 않았다.하예진은 그녀에게 전태윤의 말을 듣지 않으면 돌아와서 혼내주겠다고 경고했다.전태윤이 그녀를 통제할 수 없을까 봐, 그녀가 기어코 강성으로 가려고 할까 봐 하예진은 미리 경고했다.강성은 지금 하씨 자매에게는 조금 위험한 곳이었다.하예진은 아무리 큰 위험에 처해도 물러서지 않을
“태윤 씨에게 말해도 돼요?”전창빈은 고민 끝에 대답했다.“큰형은 상관없어요. 앞으로 제가 큰형의 도움이 필요하면 또 연락해야 하니까요. 알려주지 않으면 제가 도움 청하기도 곤란해요.”하예정은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업무적인 일은 태윤 씨가 도와줄 수 있지만, 감정적인 일은 태윤 씨를 찾아도 소용없어요. 앞으로 감정적인 문제는 저에게 물어보세요, 제가 태윤 씨보다 더 잘 아니까요.”전태윤은 여자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이성에 대한 지식을 전부 하예정에게 퍼부었기에 다른 여자들에게 신경 써줄 정력이 없다고 했다.여자마다 성격이 다르다.하여 여자에 관한 문제로 전태윤에게 묻는다면 헛수고일 것이다.전태윤은 하예정은 복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예정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은 하예정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다른 사람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전태윤의 친동생으로서 전창빈은 자신 큰형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다.지금 하예정이 먼저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으니 그는 급히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다.하예정이 돕는 것은 전태윤이 돕는 것과 마찬가지였다.전태윤이 하예정에게 푹 빠져있는 것을 누구나 다 아는 사살이다.예전에 관성 업계에서는 전태윤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그 소문이 바뀌었다.전씨 가문의 큰 사모님을 건드리는 것이 전태윤을 건드리는 것보다 더 엄중하다고 전해지고 있다.전태윤과 적을지언정 절대로 전씨 가문의 큰 사모님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형수님, 제가 들어가서 엄마한테 사과드릴게요. 어쨌든 저 때문에 엄마가 아빠와 말다툼을 하게 된 거니까요.”“네.”하예정은 대답하며 전창빈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전현림은 진작에 아내를 달래는 데 성공했다.장소민도 너무 화가 난 건 아니지만 전현림이 밤늦게 서둘러 자기를 데리러 오는 것을 보고 오히려 약간 쑥스러워하며 자신이 소란을 피웠다고 느꼈다.전현림은 장소민에게 그녀가 진심으로 전창빈이 남의 가정에 가서 가
“형수님, 고마워요. 이렇게 말씀해 주시니 자신감이 생기네요. 하긴, 우리 큰형이 한 요리도 맛있지만 제가 우리 형보다 요리하는 것을 더 좋아해서 조금만 더 정성 들여 요리하면 분명 남들보다 더 잘할 거예요.”전창빈은 요식업에 투자하면서 자주 전국 각지의 음식을 맛보면서 여러 파벌의 요리를 배우러 다녔다.때로는 한 가지 요리를 반복해서 만들기도 하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물론 집밥도 너무 잘한다.그리고 다양한 맛있는 디저트도 할 줄 알고 있다.요컨대, 전창빈은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것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선우 가문 딸의 위를 잡으면 반은 성공한 셈이다.“그러게요. 우리 전씨 가문의 사나이들은 자신감을 잃어서는 안 돼요. 자신을 믿고 할머니도 믿어보세요. 할머니께서 도련님을 위해 선우 아가씨를 선택하신 것으로 보면 도련님한테 분명 그녀를 잡을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거예요. 보세요. 그녀는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입이 까다롭다고 하셨고 도련님은 마침 요리를 좋아하고 다양한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으니 두 사람은 그야말로 천생연분 아닌가요? 그녀의 위는 아마 당신이 배불리 먹이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전창빈은 얼굴이 빨개졌다.“형수님, 아직 그런 말을 하기에는 좀 일러요. 저는 아직 그분을 잘 몰라요. 성격도 잘 모르거든요. 그녀의 사람 됨됨이와 일 처리 방면도 잘 봐야 하거든요.”외모만 보면 안 될 것이다.외모로 따지면 선우 가문의 딸은 절세미녀에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편이다.전창빈은 그녀의 사진을 보자마자 그녀의 초롱초롱한 큰 눈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할머니를 믿으라고 했잖아요. 할머니께서 골라주신 여인은 분명 좋은 사람일 거예요. 잘 알아보시고 결정하셨을 거예요. 도련님도 잘 알아보셔야 해요. 어쨌든 도련님께서 평생 살아가야 할 사람이기 때문에 신중하셔야죠. 서로 잘 지내고 같은 화제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어야 평생 외롭지 않게 잘 살 수 있으니까요.”전창빈은 가정 요리사가 되는
전창빈은 얼굴마저 빨개졌다.그의 이런 모습을 본 하예정은 이내 눈치챘다.“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어디 사람이에요?”전창빈은 먼저 집 안을 둘러보다가 장소민 부부가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대답했다.“원림성에 있는 A시 사람이에요. 성씨는 선우씨예요.”“원림성이라... 멀리 있네요.”하예정은 전씨 할머니가 손자며느리를 고르기 위해 원림성으로 달려갔다는 생각을 떠올리면서 혀를 내둘렀다.원림성의 A시는 H시에서 먼가요?”하예정이 물었다.“너무 멀지 않아요. A시는 잘 발전되어 있는 도시죠. 왜 H시에 관해 물어보세요? H시에 사는 친구가 있어요?”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요. 제 가장 친한 친구가 효진인데 H시에 친구가 어디 있겠어요. 단지 누예씨 가문가 H시에 아주 오래된 가문이 있다고 들은 적 있어서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건 잘 모르겠어요. 제가 원림성의 A시에 가면 H시의 그 오래된 가문에 대해 알아봐 드릴게요.”“그럼 그 여자분은 만나보셨어요?”하예정이 이것저것 묻고 있었다.전창빈은 고개를 저었다.“할머니는 우리에게 사진만 주셨을 뿐 실제 사람과 만나게 해주지 않으셨어요. 실제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우리가 직접 행동 하는 수밖에 없어요.”“우리 할머니께서 주신 자료에는 그 여자분의 최근 사진 외에도 몇 가지 사항이 들어있어요. 그분은 입맛이 특히 까다롭다고 해요. 먹는 것을 좋아해서 선우 가문에 있는 요리사 음식이 그녀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지금 또 가정 요리사를 모집한다고 하길래 제가 시도해 보려고요.”전창빈은 전씨 할머니가 그에게 까다로운 아내를 골라주었다고 한탄했다.그녀는 먹는 것을 좋아하고 입이 짧으니 마침 전창빈의 뛰어난 요리 솜씨를 보여줄 기회를 준 것이란 말인가!상대방의 식욕을 먼저 잡으면 전창빈의 손바닥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그럼 한 번 시도해 보세요. 어머님께서 그러시는데 창빈 도련님이 요리를 가장 좋아하여 사업도 요식업과 관련이 있다면서요? 저는 도련님이 성
하예정과 전창빈은 바로 들어가지 않았다.전창빈이 하예정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형수님, 얘기 좀 나눌까요?”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물론이죠.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얼마든지 하세요.”“이번에 우리 부모님께서 다투신 것도 전부 저 때문이에요. 제가 가정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엄마가 허락하시지 않으셨거든요. 저는 저의 사업과 가정 요리사 일을 병행할 수 있는데... 저는 요리하기 좋아해요. 근데 엄마는 굳이 남의 집에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해야겠냐며 걱정하시거든요. 요리사도 직업인데 우리 엄마는 좋아하지 않으세요. 우리 엄마는 제가 전씨 가문의 여섯째 도련님으로서 어찌 남의 집에 가서 요리사로 일할 수 있겠냐며 반대하시거든요.”전창빈은 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장소민의 반대 때문이었다.그리고 그로 인해 장소민 부부가 말다툼했기 때문이다.그는 전태윤과 전혀 달랐다.전태윤은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자랐기 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관계가 가장 좋았다. 전창빈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가르침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부모님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기 때문에 부모님의 지지에 대해 매우 신경을 쓰고 있었다.전창빈은 장남이 아니기 때문에 가족 사업을 이끌 필요가 없지만 올해부터 가족 사업을 돕고 있었고 동시에 자신의 사업도 운영하고 있었다.그는 큰 스트레스 없이 그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전창빈은 가정 요리사로 되는 일을 부모님께 알려드리면 그들의 지지를 얻을 줄 알았다.그런데 장소민이 허락하지 않았고 전현림은 늘 그랬듯 전창빈을 지지했다. 그러다가 장소민이 전현림과 다투게 될 줄이야!그 뒤로 장소민이 위층으로 올라가자 전현림 부자는 그녀가 방에서 화내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그러다가 장소민이 그 틈을 타 조용히 집을 떠나 하예정 부부의 집으로 오게 된 것이다!전현림 부자가 번갈아 올라가 장소민의 방문을 두드리며 사과했지만, 방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장소민이 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장소민은 하예정과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그녀는 며느리의 말을 잘 들었다.하예정은 그녀에게 아들이 다 컸는데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설득했다.전창빈 또한 진지하게 일하러 가려고 했다.게다가 전창빈의 사업도 안정적이어서 다른 사람의 가정 요리사로 되어도 그의 사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전창빈이 미래의 아내에게 요리해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니 장소민도 막을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예정아, 나 이제 기분이 풀렸어. 가자, 우리 내려가서 우빈이 보러 가자.”장소민이 몸을 일으켰다.하예정은 웃으며 장소민과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박 집사는 우빈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는데 녀석은 아주 몰입해서 보고 있었다.발소리를 들은 박 집사가 바로 일어섰다.“이모!”우빈은 하예정이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것을 보자 TV를 뒤로 한 체 하예정과 장소민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장소민에 다시 다정하게 할머니라고 불렀다.장소민은 우빈을 안아주며 유치원에서 즐겁게 지냈는지 물어보았다.우빈은 하나하나 대답하며 장소민에 유치원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어 장소민의 웃음을 자아냈다.한 시간 후, 전현림과 전창빈이 도착했다.시아버지와 시동생이 왔다는 박 집사의 말을 들은 하예정은 직접 집 밖으로 마중 나갔다.장소민은 우빈을 끌어안고 움직이지 않고 입으로 중얼거렸다.“황제도 아니고 왜 사람 마중 나가게 만들어...”하지만 하예정의 행동에 장소민은 매우 만족했다.하예정은 별장을 나서자마자 전현림과 전창빈이 차에서 내려 서둘러 걸어오는 것을 바라보았다.“아버님.”하예정이 인사했다.전현림은 마음이 초조했지만, 여전히 하예정에게 상냥한 얼굴로 인사했다.전창빈도 하예정에게 안부를 물었다전현림이 조용히 하예정에게 물었다.“예정아, 네 엄마가 안에 계시지?”하예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집에 계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이제 기분이 많이 풀렸어요.”“여기로 도망 온 것도 모르고 난 방에 있는 줄로만 알았어. 강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