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혁주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내가 지면 진 거지. 핑계 같은 거 없어. 예전에도 너희가 늘 이겼으니 가끔은 지는 맛도 좀 느껴봐야지. 도박이라는 게 다 그렇지 뭐. 지는 것이 두려우면 도박하지 마.”정혁진은 말문이 막혔다.정윤하는 한쪽으로 가서 앉아 돈을 세더니 돈의 절반을 김민호에게 건네주며 말했다.“민호야, 이건 네 돈이야.”김민호는 그 돈을 받자마자 또 그중 절반을 다시 돌려주었다.“누나, 저는 단지 2만 원밖에 내지 않았어요. 똑같이 나누면 불공평해요. 저는 이만큼만 있으면 몇 달간 야식을 먹기에 충분해요.”“자, 얼른 가져가. 몰래 저축해 둬. 너의 새엄마 모르게 감추어둬.”김민호는 아주 어린 나이에 부모가 이혼하면서 아버지가 키우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과묵한 사람이었는데 이혼 후에는 더욱 과묵해졌다. 게다가 김민호에게도 별 관심이 없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버려졌다.그 뒤로 재혼하여 노처녀를 얻었고 김민호도 학교에 다녀야 했기에 아버지랑 계모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러나 그 계모는 김민호를 괴롭혔고 심지어 자주 계모에게 매를 맞았다.김민호가 반항하려고 해도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반항할 수 없었다.되려 더 호되게 얻어맞았다.아버지는 직장에 다니느라 바쁘고 출장도 자주 가셨다. 게다가 아들에 대한 관심이 적은 탓으로 김민호가 후처에게 매를 맞는 줄은 전혀 몰랐다.김민호의 고모는 조카를 아끼고 사랑했기에 김민호 아버지에게 일러바쳤지만, 아버지가 출장을 가서 집을 비울 때면 계모가 더욱 심하게 김민호를 때렸다.하여 그 고모는 스스로 돈을 내서 김민호를 정합 도장에 등록해 주어 몸을 튼튼하게 할 겸 무술을 배우게 하여 계모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했다.올해까지 김민호는 6년째 정합 도장에서 무술을 배우고 있었다. 이제 김민호의 계모도 감히 김민호를 때리지 못했다.그러나 계모는 금전적으로 김민호를 푸대접했다. 김민호의 용돈은 이복동생만큼 많지 않아 수업이 끝난 후 김민호는 종종 종이 상자와 병을 주웠다. 그러다가 많이 모이면
“그럼 사양하지 않고 받을게요.”정윤하는 자신의 바지 주머니에 돈을 넣은 다음 휴대전화를 꺼내 야식 가게에 전화를 걸어 정합 도장에 짜장면을 보내 달라고 주문했다.”“조금 있다가 짜장면을 먹으러 가요.”“저는 밤에 야식을 거의 먹지 않아요.”“드시지 않으셔도 돼요. 저는 가끔씩 안 먹어요. 우리가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밤에 야식을 안 먹으면 배가 고파서 잠이 잘 안 오거든요. 저는 집에 가서 많이 먹어요. 우리 엄마가 야식을 자주 해주시거든요.”정윤하는 전화해서 야식을 배달하라고 한 후 몸을 일으켜 소지훈에게 말을 건넸다.“우리 가요. 무술 수업에 방해하지 말고요.”소지훈이 정혁주와의 무술 싸움에서 이긴 사실에 학생들은 아직도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릴 정도였다.“그러죠.”소지훈이 정윤하의 뒤를 따라갔고 정윤하는 두 오빠에게 말했다.“오빠들, 제가 지훈 씨와 함께 나가서 산책 좀 할게. 이따가 집에 가서도 우리 기다리지 마.”정혁주가 대답했다.“알았어. 소 대표님 모시고 쇼핑도 하면서 생활용품도 좀 사.”정윤하는 알았다고 대답하면서 소지훈과 함께 정합 도장을 나섰다.도장에서 나오며 정윤하는 소지훈에게 부러워하면서 물었다.“지훈 씨, 누구한테 무술을 배웠어요? 실력이 너무 뛰어나세요. 적어도 20년은 배웠죠?”정윤하의 눈빛을 본 소지훈은 자신이 정혁주를 이기기로 한 것이 정확하다는 것을 알았다.정윤하는 강자를 좋아했다.“20년 넘게 배워서 사부님들도 많아요. 저의 아버지께서 저에게 무술을 배우라고 요구했거든요. 매번 제가 잘 못 배우면 아버지는 저를 집에 보내지 않으셔서 제가 엄청나게 노력했거든요. 그리고 제가 모시는 사부님들 제자 중에서도 제가 실력이 가장 뛰어난 학생으로 되었거든요.”정윤하가 말을 이었다.“그렇군요.”“제가 큰형을 이겨서 너무 놀라우세요?”“좀 뜻밖이에요.”“사실 정말 요행이거든요. 저도 윤하 씨가 그 판돈을 따내게 하려고 목숨을 걸고 싸웠어요. 큰형은 아마 절반의 힘도 안 썼을
소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윤하 씨, 저를 그렇게 쳐다보시면 제가 자만할 것 같아요. 하하...”“지훈 씨는 그럴 자격 충분히 있어요.”“따르릉...”정윤하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윤미연에게서 온 전화인 것을 본 정윤하는 소지훈에게 말을 건넸다.“우리 엄마가 지금 전화를 거신 것을 보면 아마도 맞선 자리가 취소되었을 거예요.”정윤하가 전화를 받자 역시 윤미연이 전화기 건너편에서 불평을 털어놓았다.“선주 아줌마가 소개해 준 좋은 남자 말이야. 정말 주관도 없는 남자야. 남들이 뭐라고 하든 다 믿는 거 있지. 나도 그 남자가 뚱뚱하다고 싫어하지 않았는데 우리 딸이 폭행 가능성이 있다고 싫어하는 거 있지. 그 남자가 폭행할 가능성이 더 클지 누가 알겠어. 미쳐 정말! 그 돼지 아니면 어디 시집갈 데가 없어? 미쳐버리겠네! 정윤하, 너 반드시 잘생기고 능력 있는 남자 친구를 찾아야 해. 알았지? 보란 듯이 잘 살아야 해!”“엄마, 화 푸세요. 저는 진작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알았어요. 저는 희망도 품지 않았어요. 게다가 저는 겨우 24살인데 조급해하지 마세요. 몇 년 후에 진짜 좋은 남자를 데려와서 그들이 땅을 치며 후회하게 할 거예요.”소개팅 상대를 만나기도 전에 거절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정윤하는 이미 매우 익숙했다.연성의 중매 아줌마들도 그들의 업적에 영향이 갈까 봐 정합 도장의 사장님 딸의 장사를 하기 싫어했다.정윤하는 젊고 예쁘고 학문과 무술을 모두 겸비했고 집안 형편도 좋은데, 어린 시절 무술을 배워 싸움 실력이 좋다는 점만으로 소개팅 상대를 주눅 들게 했다.윤미연은 심지어 누군가가 고의로 선을 보는 사람 앞에서 정윤하의 험담을 한다고 의심까지 했다. 정윤하가 어려서부터 싸움꾼이었다며 주먹을 휘두르며 다녔기에 성인 남자도 감당할 수 없다고 말이다.“내가 몇 번을 말했어. 남자 친구를 데려오라고. 다 네 아빠 탓이야. 내가 딸을 낳아서 숙녀로 키우겠다고 했는데도 기어코 너에게 무술을 가르치더니... 봐봐, 사람들이 네
소지훈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러네요. 결혼을 대충 할 수는 없죠. 저도 이모께서 늘 윤하 씨 결혼에 관한 일을 걱정하시는 것을 보고 도와주려고 하는 것뿐이에요.”소지훈은 정윤하에게 천천히 다가가야 그에게 빠질 것이라고 여겼다.작은 일에부터 조금씩 정윤하의 삶에 스며들어 그녀가 소지훈의 존재에 익숙해지고 그가 떠나는 것을 견딜 수 없게 해야 정윤하도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리라 생각했다.어쨌든 정윤하를 그의 세계에 가두었으니 천천히 달려들려고 했다.조급해해도 소용없었다.“윤하 씨, 사실 제가 병에 걸렸어요.”정윤하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누구보다도 건강해 보이세요.”“저는 남녀 사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병이에요.”“그런 병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소지훈은 정윤하에게 자세히 해석해 주었다.정윤하가 말을 건넸다.“그러면 결혼할 수 없군요. 어쩐지 지훈 씨가 이렇게 훌륭한데도 여자친구가 없더라니.”소지훈의 특수한 상황을 알아본 정윤하는 소지훈을 친구로 여기면서 더 거리낌이 없이 지냈다.그러나 정윤하는 자신이 소지훈이 판 큰 구덩이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몰랐다. 나중에 그의 계략에 빠진 것을 안다고 해도 이미 늦었을 것이다.관성에서는 궂은 날씨가 지속하였다.강풍까지 동반했다.엊그제까지만 해도 반바지를 입었던 사람들은 모두 얇은 외투를 입어야 했다.관성의 겨울은 춥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겨울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기온이 30도에서 20도로 떨어졌기에 더위에 습관 된 사람들은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것만 같았다.여운초는 한밤중까지 자다가 추워서 본능적으로 옆에 있는 남자의 품으로 들어갔다.얼떨떨한 전이진은 무언가가 그의 품으로 파고드는 것을 감지하고 본능적으로 밀어내려고 했다. 그러다가 여운초인 것을 발견하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품속으로 파고드는 사랑스러운 아내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전이진은 자신이 여운초와 혼인 신고한 합법적인 부부로 된 것을 하마터면 잊을뻔했다.진작부터 잠자리를 이루고
전이진은 여운초를 달랬다.“여보, 계속 자. 내가 내려가서 아침을 준비하고 난 다음 다시 깨워줄게. 그리고 배부르면 한잠 더 자.”여운초는 전이진을 바라보았다.“천우가 돌아왔어. 오늘 감옥으로 면회하러 가야 한단 말이야.”전이진은 빙그레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주로 천우의 일이구나. 네가 가든 안 가든 상관없잖아. 집에서 좀 더 쉬어. 내가 오늘 밤은 안 올 테니 하루 쉬게 해줄게. 내가 서른이 다 되어서야 아내를 얻었는데 미친 듯이 기뻐서 그랬어.”어젯밤부터 전이진이 너무 빨리 끝냈기 때문에 자신의 몸에 문제가 생겼다고 의심하는 바람에 그는 한동안 우울했다.여운초 또한 전이진을 위로하며 진찰을 받으러 가게 되면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그녀의 위로가 오히려 전이진을 더욱 우울하게 했다. 참...전이진은 키가 크고 젊고 유능하지만 그런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전이진은 답답해하며 숨어서 울고 싶을 정도였다.전이진이 여운초를 그토록 사랑하고 있는데, 두 사람이 어렵게 혼인신고까지 마쳤는데 결국...여운초가 샤워할 때 전이진은 몰래 전태윤에게 전화해서 그가 병이 있어서 남자 의사를 만나야 한다고 말하며 전태윤이 그와 함께 병원에 가주기를 원했다.전태윤도 깜짝 놀라 무슨 병이냐고 물었다.전이진은 자신의 상황을 전태윤에게 알렸고 전태윤도 전화기 너머에서 한참을 침묵했다.그리고 한마디 말도 없이 그의 전화를 끊어버렸다.얼마 후 전태윤이 전이진에게 긴 메시지를 보냈고 전태윤이 보낸 메시지를 보고 나서야 전이진은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되었다.그리고 샤워를 마친 여운초를 붙잡고 다시 해보니 점점 중독되면서 과해지기 시작했다.여운초가 또 전이진을 발로 찼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약해졌다.“샤워할래.”“네네, 소인이 목욕물을 내려놓으러 가겠나이다.”전이진이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는 침대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기분 좋게 욕실로 향했다.전이진의 뛰어가는 모습을 본 여운초는 중얼거렸다.“남자가 침대에서 하는 말은 한마디도 믿을 수 없단 말이지
“너도 이제 성년이 되었으니 모든 일을 직시할 용기가 필요해. 그리고 네가 짊어져야 할 책임도 져야 하고. 난 너와 운초 씨가 한마음이라는 것을 알아. 하지만 네 누나가 너의 덕을 볼 생각을 한 적이 없어. 그러니까 안심해. 네 재산이어야 할 것들은 전부 너의 재산으로 될 거야. 그러나 운별처럼 네 것이 아닌 것에는 상상도 하지 말고.”여천우도 그 말에 동의했다.“형부, 저와 운초 누나는 단지 여씨 가문의 모든 것을 지키고 싶을 뿐이에요. 운별 누나도 이미 변호사를 찾아 운초 누나와 소송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이것이 바로 여천우가 휴가를 내고 돌아온 이유였다.여천우가 여운초와 손을 맞잡는다면 여운별이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재산을 얼마 가지지 못할 것이다.그나저나 부모님이 세상에 살아계시는데 여운별이 재산을 두고 소송을 벌이려고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인가?추미자 부부가 여천우와 협조하여 재산을 모두 여천우의 명의로 옮기면 여운별이 가질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을 것이다.여운초 친아버지의 재산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여천우의 부모님의 재산이었다. 추미자 부부는 90대 노인이 아닌 겨우 50대에 불과했기 때문에 정신이 매우 멀쩡했다.추미자 부부의 재산은 그들이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는 것이기 때문에 여운별이 화를 내도 소용없다.설령 여운별이 여천우 혹은 추미자 부부와 인연을 끊으려 해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물론 여천우는 이 점을 여운별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여운별이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헛수고가 될 것이 뻔했다.“너 아침 운동하러 갔지? 얼른 올라가서 샤워하고 옷 갈아입어. 내려와서 아침도 먹고. 뭐 먹을래? 내가 해줄게.”“저는 편식하지 않아요. 형부가 아침밥을 차려 준 대로 먹을래요. 형부의 요리 솜씨가 훌륭하니 아무거나 만들어도 맛있을 거예요.”전이진은 빙그레 웃었다.“그럼 대충 준비해 놓을게. 이따가 혼자 내려와. 네 누나를 깨우지 말고. 운초 씨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좀 더 쉬게 해.”여천우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뒷마당에 매여 있는 몇 마리의 큰 개는 저녁이 되면 풀려나게 된다. 지금은 시간이 아직 일렀다.그 큰 개들은 그들을 돌보고 있는 하인이 아직 끈으로 그들을 묶기도 전에 여운별의 소리를 듣더니 바로 뒤 정원에서 달려 나왔다.그들은 곧장 별장 정문 앞으로 달려갔다.여운별은 대문을 아예 부숴버리고 싶었지만, 그 네 마리의 큰 개가 달려오는 것을 보더니 놀라서 연이어 뒤로 물러나면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더는 소리를 지르지 못했다.그녀는 그 개들이 엄청 무서웠다.지난번에 그 개들에게 물린 후로 여운별은 트라우마가 생겼던 것이다.여씨 가문의 집사가 준 백신 맞을 돈을 가지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긴 했지만 물린 곳은 여전히 아팠다. 그날 큰 개들에게 쫓기는 광경 때문에 여운별은 심지어 밤에 악몽까지 꿨다.여운별은 여운초가 매우 원망스러웠다.그녀는 예전에 개들을 풀어 여운초를 물게 한 적은 없었다.게다가 여운별이 여운초를 혼내줄 때마다 언제 한 번 정말로 이긴 적 없었다.여운초는 늘 잠자코 있는 연약하고 기만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사실 여우처럼 교활했다. 여운별이 여운초에게 잡혀 되려 괴롭힘 받을 때마다, 여운별이 추미자에게 고자질할 때마다 추미자는 여운별 대신 여운초를 혼내주면서도 여운별도 같이 꾸지람했다.추미자는 여운별이 장님 한 명을 상대하지도 못한다고 욕했다.“천우? 천우야, 언제 돌아왔어?”여천우를 본 여운별은 앞으로 더 걸어갔지만, 여전히 대문에 가까이 가지 못했다. 개들이 문에 달라붙어 그녀를 물까 봐 두려웠다.“천우야, 빨리 사람을 시켜 이 짐승들을 끌고 가라고 해. 이 개들을 보면 다리가 후들후들해. 네 큰 누나, 그 장님 마음이 너무 모질어. 개들을 풀어 나를 물게 했어. 천우야, 나 대신 운초에게 혼을 내줘야 해.”여천우는 개들을 물리치고 싶어 했지만 그가 집에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개들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를 포위하지 않은 것만 해도 정말 사정을 봐준 편이었다.하인이 개 짖는 소리를 듣고 얼른 나왔고 이 광경을 보
여운별은 여천우에게 모든 일을 일러바쳤다.“내가 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 아니, 여긴 우리 집이야. 천우야, 그 장님이 나와 우리 부모님 재산을 모두 차지했어. 내가 감옥에서 나온 후로도 그 장님이 전씨 가문의 세력을 믿고 나를 내쫓으며 집으로 오지 못하게 했어. 집 안에 있는 하인들도 거의 다 바뀌었는데 그 장님을 괴롭히지 않는 사람들만 남겨진 거 있지.”“내가 왜 이 새벽에 여기로 와서 소리 지르겠어? 그 장님이 내 전화도 안 받고 답장도 안 하니까 그러지. 어젯밤부터 화가 나서 지금까지 겨우 참았어. 날이 겨우 밝았는데 내가 반드시 여기로 와서 결판을 내야지. 운초가 아직 안 일어났어?”여운별은 여천우가 대문을 열어주어 안으로 몇 걸음 들어가더니 갑자기 멈추어 섰다.여천우가 대답했다.“아직 안 일어났어. 형부가 일어나서 안에서 아침밥을 짓고 있고. 근데 왜 자꾸 입만 열면 장님이라고 욕해? 우리 누나잖아.”“네가 여운초를 누나라고 부르지만, 그 장님은 우리 가문의 재산을 차지하려 한단 말이야.”여운별은 전이진이 안에서 아침밥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더니 감히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여운별은 기세등등하게 달려왔지만, 전이진의 이름을 듣자, 문득 겁이 났다. 자신이 전이진을 꼬드겨 여운초 곁에서 전이진을 빼앗으려던 생각도 까맣게 잊은채 말이다.“천우야, 우리 저기 정자에 가서 앉아 있자. 난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을래. 그 장님은 팔자가 좋기도 하지. 무슨 수로 전이진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어. 전이진은 운초에게 매우 친절하지만, 우리에게는 매우 냉담하게 대하거든.”“난 저 두 사람이 좀 무서워. 천우야, 우리는 친남매잖아. 이럴 때일수록 우리 남매가 힘을 합쳐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재산을 지켜야 해. 절대로 운초가 차지하게 해서는 안 돼.”여운별은 동생을 끌고 멀지 않은 작은 정자 아래로 가서 앉았다.“천우야, 내가 급하게 와서 아직 아침을 먹지 않았어. 들어가서 과자랑 과일 좀 가져다줘. 나도 좀 먹자. 너 돈 있어?
문가희는 미안한 마음으로 여운초에게 말을 건넸다.“운초 씨, 먼저 안에 들어가 계세요. 제가 가서 용씨 사모님을 뵙고 올게요.”여운초는 명해은 일행이 이미 양유미에 의해 화려한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도 낯선 사람들을 보더니 다시 문가희에게 물었다.“가희 씨, 혹시 제가 가희 씨와 함께 용씨 사모님을 만나러 가도 괜찮겠어요? 제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문가희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래요. 같이 가요. 그 용씨 사모님이 어떻게 생겼는지 함께 보러 가죠. 저는 용씨 사모님이라는 분을 들어본 적 없어요.”문가희는 관성 상류 사회에서 정말로 용씨 성을 가진 사람들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그 사모님들도도 용씨 성을 가진 사모님들 들어본 적도 없었다.문가희는 정말 궁금했다.“제가 용씨 사모님을 한 번 본 있어요. 근데 제가 본 그 용씨 사모님과 오늘 밤 이분이 같은 사람 일지는 모르겠어요.”문가희는 여운초를 끌고 가다가 여운초의 말을 듣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만난 적 있다고요?”“네, 며칠 전 예정 씨의 서점에서 자신을 용씨 사모님이라고 자칭하는 사모님을 봤거든요. 20대 초반으로 나이가 아주 젊어 보였어요. 온몸은 화려하게 꾸몄고 예정 씨 서점으로 연습 책을 사러 가신 적 있거든요. 중학생인 시동생을 위해 연습 책을 사준다고 했어요.”문가희는 다른 말은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용씨 사모님의 나이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감탄하며 물었다.“20대 초반에 시집갔다고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시집을 갔는지 확실히 좀 젊네요.”“제가 보기에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것 같아요. 기껏해야 21살로 보였거든요.”여운별도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여운별의 학업 성적은 여천우큼만 좋지 않았다. 보통 대학에 겨우 붙었지만, 여운별은 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추미자 부부도 여운별을 응석받이로 키웠고 또 집안 형편도 좋아서 설령 그녀가 좋은 학력이 없다고 해도 먹고 입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여 여운별 마음
여운초의 마음속은 일찌감치 벽돌로 높이 싸여져 그깟 소문으로 그녀를 다치게 하지 못했다.두 명의 큰고모와 여운별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전씨 가문의 명성을 훼손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로 마무리로 지어졌다.전이진이 무조건 그녀 곁에 서서 영원히 그녀를 믿고 지켜주는데 그녀를 다치게 할 수 있는 것이 또 뭐가 있겠는가!“맞아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예전에도 사람들이 소현의 험담을 하며 짖궂은 말들을 했잖아요. 근데 운초 씨도 소현이와 친해지고 보니 그 소문이 가짜인 걸 아셨죠? 그러니까 남들이 뭐라고 하든간에 신경쓰지 말아요. 다들 질투해서 그런거니까.”여운초도 맞장구쳤다.“네. 소현 씨를 질투하는 거죠. 소현 씨 헛소문도 엄청 많이 퍼졌잖아요.”다행히 성소현은 성격이 밝아서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제멋대로 행동했다.남들은 단지 성소현이 전태윤에게 구애할 용기가 있는 것을 질투할 뿐이다.미혼인 전태윤은 수많은 여성의 이상형이었지만 그녀들은 전태윤에게 구애할 자신이 없었다.성소현은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공개적으로 전태윤에게 고백하고 추구했다. 성소현이 전태윤을 따라잡을 수 있든 없든 간에 그녀들은 질투심을 감추지 못하고 뒤에서 성소현의 험담을 하며 성소현의 명성을 손상시켰다.그리고 전태윤과 하예정의 부부 관계가 공개된 후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뒤에서 성소현를 비웃었는지 모른다.성소현과 하예정이 서로 맞서 싸우기를 바라고만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그녀들은 또 한 번 실망했다.성소현은 소탈한 성격이라 사랑에 빠져들었다고 해도 이내 그 불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그녀는 전태윤이 결혼한 것을 알고 즉시 단념하고 이제는 그녀만의 행복을 찾아 A시의 명문가 예씨 가문으로 시집갈 수 있게 되었다.예준하의 우수함은 관성의 업계 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이에 대해 사람들의 부러움과 질투가 다시 일고 있었다.“아가씨.”뒤에서 하인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문가희와 여운초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무슨
“감사합니다.”여운초는 감사하다고 인사했다.양유미는 명해은에게 말을 건넸다.“해은 씨 며느리의 목소리도 너무 듣기 좋아요.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니까요. 당신 세 사람 모두 며느리가 생겼으니 행복하겠네요. 저는 며느리도 없고 사위도 없단 말이에요.”양유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두 아들과 딸 한 명을 바라보았다.막내아들은 아직 스무 살 남짓이 되어 내버려 둘 수 있지만, 장남과 딸은 모두 결혼 적령기에 들어섰지만, 아직 장가도 시집도 가지 않았다.양유미의 딸 문가희는 마침 성소현의 절친이었다.양유미는 사교성이 좋아서 이경혜뿐만 아니라 명해은 일행과도 너무 잘 어울려 다니면서도 두 가문 사람들의 미움을 사지 않았다.문가희는 한때 신분을 숨기고 연애를 한 적이 있었지만, 상대방 남자는 적게 분투하고 빨리 출세하기 위해 다른 집 여자를 선택하고 문가희를 포기했다.하지만 그 남자는 문가희를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적게 분투하고 출세하기 쉬운 길인 줄 몰랐을 것이다.문가희가 실연당했을 때, 성소현은 종종 그녀의 곁을 지키면서 위로해주었다.하예정과 심효진도 성소현을 통해 문가희를 만났지만 만남 횟수가 적어서 서로 잘 알지는 못했다.문씨 가문에서 연회를 열 때 성소현도 당연히 초대받았지만, 성소현은 예준하와 예진 리조트로 돌아가야 했기에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다.이미 사랑의 아픔에서 벗어난 문가희는 여운초를 보며 어쩔 수 없이 웃고 있었다.문씨 가문의 큰 도련님은 침착한 표정으로 신사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양유미의 말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렸다.“가요. 우리 방에 들어가서 얘기해요. 가희야, 운초 씨를 잘 모셔.”양유미는 웃으며 사모님들을 집으안로 초대하고 딸 문가희에게는 여운초와 함께 얘기 좀 나누라고 분부했다. 문씨 가문의 두 도련님은 함께 길을 걷다가 그들의 아버지를 따라 다른 손님들을 맞이하러 떠났다.문가희와 여운초는 어깨를 나란히 하며 천천히 걸었다.문가희는 여운초가 시력은 회복했지만, 아직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
명해은은 곧 창문을 누르고 운전 기사에게 다시 계속해서 차를 몰아라고 분부했다.“어르신이 어린애 같다니까.”명해은이 중얼거렸다.여운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할머니께서 즐거우시면 됐죠. 할머니께서 매일 행복해하세요. 늘 인생은 불과 몇십 년밖에 없는데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야 이 세상에 온 보람이 있다고 말하곤 하세요.”명해은은 전씨 할머니가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그녀가 애초에 전씨 가문에 시집간 것은 남편과 마음이 맞은 것도 있었지만 시부모님의 인품과 전씨 가문의 가풍 때문에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이 가문에 시집오게 되었다.사실이 증명했다시피 명해은은 시집을 잘못 가지 않았다.그녀가 전씨 가문에 시집온 이후로 수십 년이 지나도록 전혀 억울한 일이 없었다.시부모님은 아들보다 며느리들에게 더 잘해 주셨기 때문이다.심지어 며느리들이 아이를 낳아도 그들이 걱정할 필요 없이 시부모님이 직접 키워주셨다.전태윤 세대의 아홉 형제는 전지율을 제외한 나머지 여덟 명은 전부 전씨 할머니 부부께서 키우셨다.전지율은 나이가 너무 어려서 전씨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만 해도 아직 어린 아기였다.하지만 전지율도 그의 형들을 보면서 자라왔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서 못지않을 것이다.여운초가 입을 열었다.“할머니 말씀이 맞은 것 같아요. 인생은 고난과 비바람으로 가득 차 있고 오르막길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는 법이죠. 하여 인생을 웃으면서 살아야만 무지개를 맞이할 수 있는걸요.”명해은은 한참 동안 여운초를 쳐다보다가 웃으며 손을 뻗어 운초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할머니께서 왜 널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아.”모두 강인하고 인생의 비바람에 맞선다고 해도 웃으며 맞이할 사람들이다.오늘 밤 연회를 여는 그 사모님은 그녀가 사는 큰 별장에서 모이자고 약속했다.명해은 일행이 별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차량이 천천히 별장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주인집에서는 들어오는 손님들이 차량을 잘 세우도록 입구에 여러 사람을 배정했다.명해은의 차량
“할머니, 어디 가시려고요?”소정남은 전씨 할머니가 나가려는 것을 보면서 묻고 있었다.전씨 할머니가 대답하셨다.“너무 오래 나가 놀았는데 산기슭에 있는 옛 친구들을 찾아가 이야기도 나누고 카드놀이도 해야지.”전씨 할머니는 귀부인티를 내지 않고 산기슭에 있는 노동자들의 부모님들과 잘 어울려 다니셨다.그 할머니들도 전씨 할머니와 이런저런 소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무척 좋아하셨다.“이야기들 나누렴. 난 나가야겠어. 좀 이따가 밥 먹을 때 날 부를 필요 없어. 사람을 시켜 산기슭에 음식을 가져다주라고 해. 옛친구들과 함께 먹게. 어묵 같은 거 있으면 더 좋고.”“할머니, 연세가 많으셔서 그런 음식은 적게 드세요.”전씨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알았어. 안 먹을게.”“제가 할머니께 드시지 말라고 하면 할머니께서는 저를 욕하시더니 왜 예정이가 드시지 말라고 하면 바로 수긍하세요?”전태윤이 일부러 투덜거렸다.그는 전씨 할머니가 손자며느리가 생겼다고 손자를 안중에 두지도 않으신다고 불평했다.전씨 할머니는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를 떠나셨다.할머니는 하예정을 유난히 좋아하셨다.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듯했다.그러나 손자는 너무 많아서 그다지 소중하지 않았던 모양이다.떠들썩한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저녁 6시가 넘으니 날이 금세 어두워졌다.전씨 가문의 세 사모님은 여운초를 데리고 연회에 참석하러 집을 나섰다.전이진은 리조트 입구까지 배웅하며 끊임없이 명해은에게 당부했다.“엄마, 우리 운초 씨를 잘 돌봐주세요. 남들이 괴롭힘당하게 하지 말고요.”“알았어. 누가 감히 우리 며느리를 건드리면 내가 가장 먼저 그녀를 용서할 수 없을 거야!”명해은은 전이진의 잔소리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고 있었다.전이진은 또다시 들이밀었다.“아니면 제가 따라갈래요.”“네 아버지랑 다 집에 있는데 네가 따라가서 뭐 하게?”명해은은 운전 기사에게 차를 몰아라고 지시했고 창문을 눌러 아들에게 고개를 내밀어 말을 건넸다.“날도 어두워지고
전창빈은 할머니께 말씀드렸다.“할머니께서 조금 전에 저 보고 할머니를 잘 모셔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집에 방금 돌아오셨는데 물도 아직 한 모금 마시지 않으시고 바로 내려가셔서 카드놀이도 이야기도 나누시겠다고 하시다니.”하예정도 말했다.“할머니, 그 할머니들도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할머니께서도 오랜만에 돌아오셨는데 그 할머니들의 돈을 전부 따버리면 안 돼요.”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돈 내기하는 거 아니야. 카드놀이에서 지는 사람의 얼굴에 낙서하면서 노는 거지. 누가 얼굴에 가장 많이 그려지는지 지켜보면서 노는 거야.”현장의 사람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노인네의 세계를 그들은 아직 잘 모른다.어르신들 마음이 내키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도 재치다.곧, 소정남과 심효진 부부, 그리고 소정남 부모님도 함께 들어왔다.집안이 더 시끌벅적해졌다.전씨 할머니는 소정남의 아버지 소균혁을 보더니 물었다.“셋째야, 당신 집 맏이가 사돈집에 갔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안 왔어?”소정남의 아버지는 형제 중 셋째였다.전씨 할머니는 예전부터 줄곧 소균혁을 셋째라고 불렀다.“설전에야 돌아온다고 하셨어요.”소지훈은 정윤하에게 고백했고 정윤하도 소지훈에게도 약간의 관심이 가진 듯 했다.소지훈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정윤하는 수차례의 고민 끝에 결국 소지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며칠 만에 두 사람은 뜨거운 사랑에 빠졌다.소균성 부부는 연성에서 너무 기쁜 나머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잊은듯했다.하마터면 홀아비가 될 뻔한 아들이 드디어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이 생겼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소균성 부부의 마음에 걸려 있던 큰 돌도 마침내 땅에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하여 너무 기뻐서 관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비록 관성이 매우 춥고 가끔 눈이 온다고 해도 소균성 부부는 따뜻한 관성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차라리 정씨 가문에 틀어박혀 불을 쬐고 싶어 했다.세 식구가 정씨 가문 사람들이 정윤하와 소
“여보, 오늘 밤은 내가 선물한 보석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가.”“보석 반지만 이진 씨가 선물한 걸 착용하면 되잖아.”전이진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그래, 그럼. 이것만은 우리 엄마에게 양보할게.”여운초는 웃긴다는 듯 그의 얼굴을 가볍게 꼬집었다.“참, 당신과 형수님께서 용씨 사모님도 오늘 밤 연회에 참석한다고 하던데.”전이진은 문득 아내에게 말을 건넸다.목소리와 몸매가 여운별과 닮은 그 젊은 사모님을 언급하자 여운초의 웃고 있던 얼굴이 굳어졌다.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마침 잘 지켜볼 수 있게 됐네. 진짜인지 가짜인지 잘 지켜보면 허점을 잡히기 마련이야.”“내가 시간 날 때 사람 시켜서 알아봤거든. 근데 그 사모님이 정말로 용씨 사모님이더라고. 남편이 정말로 용씨였어.”“응.”여운초는 용씨 사모님이 여운별이라고 의심은 하고 있지만, 증거는 없었다.만약 용씨 사모님과 여운별이 같은 사람이라면 분명 음모일 것이다. 만약 음모라면 배후에는 음모를 꾸미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이 모든 상황을 조종하고 있을 것이다.여운초는 10년 동안 어둠 속에서 살면서 인간성을 꿰뚫어 보게 되어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지금 여운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경계심을 품고 있다.그녀의 친어머니마저도 그녀가 죽기를 원했기에 그녀는 정말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나와 여운별은 20년 동안 자매로 지내면서 많은 일이 있었거든. 남들이 모르는 여운별의 사소한 습관들도 난 전부 잘 알고 있어. 아마 여운별 본인도 모를 수도 있어. 내가 몇 번만 더 만나고 접촉해 보면 분명 허점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 용씨 사모님도 우리 앞에 나타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만약 정말로 여운별이 가장한 거라면 이렇게 단기간에 여러 생활 습관은 고칠 수 없을 거야.”전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동일 인물이 옳든 아니든 용씨 사모님의 실체를 알기 전에는 경솔하게 행동하지 말아야 해.”“나도 알아. 아주버님과 형수님이 곧 돌아오실 거야.
그랬다. 전태윤도 하예정과 딸을 낳고 싶었다.특히 그가 매일 예지연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볼 때마다 늘 딸이 갖고 싶었다.예준성의 그 보배 딸은 점점 더 귀여워지고 있었다. 옥같이 하얗고 부드러운 살결에 눈도 어찌나 동그란지 여기저기 눈동자를 굴려서 볼 때면 앞으로 분명 똑똑한 아이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예준성도 매일 SNS에 그의 보물단지 예지연의 사진을 몇 번이고 올린다.물론, 매일 예씨 가문의 대표 SNS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없었다.예준성은 소중한 딸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매우 아까워했다. 심지어 A시 사람들은 예씨 가문의 손자 세대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모르고 있다.예지연이 너무 어려서 어른들의 보호를 잘 받고 있었기에 언론에 아이의 정면 거의 찍히지 못했다.전태윤도 예준성의 SNS를 볼 수 있는 것도 하예정과 모연정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기 때문이지, 그와 예준성의 친분으로는 볼 수 없었다.그는 예준성이 전씨 가문이 딸을 낳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의 소중한 딸을 자랑한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때때로 예준성이 영상을 보내면 전태윤은 예준성이 보낸 영상을 반복해서 보곤 한다. 심지어 영상 속으로 들어가 예지연을 집으로 데려가 그의 딸로 삼고 싶은 충동까지 느끼고 있다.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그들은 할머니 일행이 돌아오면 모두 서원 리조트로 출발하려고 했다.어젯밤에 리조트로 돌아온 전이진 부부는 지금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다.여운초가 연회에서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고 전이 진이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가끔 여운초가 남편에게 물었다.“이진 씨, 이 드레스를 입으면 어때?”“좋은데. 당신은 어떤 옷을 입어도 너무 예쁘고 너무 어울려.”전이진이 웃으며 말했다.그는 일어나서 여운초의 등 뒤로 가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여보,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우리 엄마와 함께 있다면 하늘이 무너져도 당신을 잘 보호할 수 있을 거야.”“처음으로 당신 아내의 신분으로 어머님을 따라
하예정은 무언가 떠오른 듯 전태윤에게 말했다. “태윤 씨, 우리도 리조트에 이틀 정도 지내러 갈까요? 주말에 출근도 안 하고 서점도 주말에는 문을 안 열잖아요.” 예전에는 서점만 운영할 때 주말에도 문을 열었다.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사업이 커지면서 서점은 그냥 하예정과 심효진의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돈을 더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애정으로 운영하는 곳이 된 것이다. 그래서 주말에는 문을 열지 않았다. 전태윤은 아직 대답하지 않았는데 친구인 소정남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를 읽고 나서 그는 휴대폰을 하예정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그래, 우리도 리조트에 가서 주말을 보내자.” “어머님, 아버님, 할머니도 오늘 가시니까 소정남 씨와 효진이도 불러서 점심 같이 먹어요. 샤부샤부 어때요? 오랜만에 샤부샤부 먹고 싶어요.” 하예정이 자주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는 것에 전현림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아무런 이의도 없이 받아들였다. 하예정이 자신의 어머니와 꽤 닮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이 그렇게 친한 것 같았다. 예전에 전씨 할머니가 일부러 하예정을 자신의 은인으로 만들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 덕분에 온 가족이 하예정에게 감사하게 되었고 전씨 할머니는 장남인 전태윤에게 하예정과 결혼하라고 했다. 전현림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머니의 수법은 정말 대단해. 손자들도 어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다행히 전태윤과 하예정은 사이가 좋았으며 지금은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하예정을 아끼는 전태윤은 당연히 아무런 이의도 없었다. 그는 소정남에게 답장을 보냈다. “예정아, 우리 아침 먹고 리조트로 가자. 소정남이랑 효진 씨도 리조트에서 만나자. 샤부샤부는 사람이 많아야 더 맛있잖아. 예준하 씨랑 소현 누나도 불러야겠다.” 전태윤이 제안했다. 하예정은 성소현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성소현은 사양했다. 그녀는 예준하와 A 시로 날아가 예진 리조트에서 며칠 지낼 예정이었다. 예준하를 계속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