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의 부모님과 남동생은 전호영을 응원했고 하루빨리 두 사람이 잘되기를 바랐다. 고현은 전호영을 싫어하던 데로부터 받아들이게 되었고 달라붙는 전호영을 떼어내지 못했다.“호영 씨는 내가 여자라는 걸 알고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여자 신분을 밝히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만약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썼다면 호영 씨는 저한테 이렇게까지 매달리지 않았겠죠. 남들이 뭐라 하든 우리 두 사람의 행복만 신경 쓰고 싶어요. 만약 우리가 정말 결혼하게 된다면 그날은 완전한 여자가 되어 드레스를 입을게요. 그럼 세상 사람들한테 당신이 평범한 남자라는 것을 알려주는 거나 다름없잖아요.”고현은 잠시 고민하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설마 호영 씨가 저한테 여장하라고 강요한 줄 아는 건 아니겠죠?”전호영은 꿈을 꾸는지 조용히 자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전호영이 주도권을 쥔 줄 알았다. 지난번에 전호영이 고현에게 여성용 선물을 주는 것을 본 사람의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고현은 허리를 숙여 전호영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고 단잠에 빠진 전호영의 입술에도 입을 맞추었다. “저는 이만 회사로 가 볼 테니 푹 쉬어요. 저녁에 만약 깨어나면 호영 씨랑 밥을 먹고 아니라면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잡을 거예요.”고현은 침대맡에서 일어나 바지 주머니에 있던 비행기 티켓을 몇 장 꺼내 책상에 올려두었다. 고현이 미리 구매한 비행기 티켓이었다. 내일 아침 8시 20분 비행기로 점심에 관성에 도착해 전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가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전호영은 개인 전용 비행기가 있다고 했지만 고현은 결혼식 전에 도착하면 되기에 급히 갈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에 참가 하기 위해 전씨 가문 개인 전용 비행장에 정착할 비행기만 해도 수백 대일 것이고 소정남과 심효진보다 더 많은 상업계 거장이 오기 때문에 비행장에 자리가 부족할 것이다. 고현에게도 개인 전용 비행기가 있었는데 급한 업무를 볼 때가 아니면 굳이 타지 않았다.고현은 전호영의 로열 스위트룸을 나와 하루
고현은 이윤정을 차갑게 쳐다보고는 뒤돌아갔다. 보디가드중 한 사람은 이윤정 앞을 막고 서서 가까이 가지 못하게 했고 다른 사람은 고현이 안전하게 호텔을 나설 수 있게 보호해 주었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호텔 앞에 모여서 구경하고 있었다. 이미 익숙해진 호텔 카운터 직원들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 하루 호텔의 직원들은 전호영이 수많은 재벌가 아가씨를 제치고 고현의 마음을 얻은 것이 자랑스럽기만 했다.“고현 도련님, 가지 마세요! 잠시만 시간을 내어주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갈게요!”이윤정은 고씨 가문 보디가드를 뿌리치고 고현을 따라잡으려고 발버둥 쳤지만 보디가드의 상대가 아니었다. 결국 실패한 이윤정은 고현의 뒷모습을 보며 표정이 점점 굳어졌고 어쩔 수 없이 소리를 질렀다.“고현 도련님, 저는 도련님이랑 같이 관성에 가서 결혼식에 참가하고 싶을 뿐이에요!”이윤정은 고현이 관성에서 열리는 전태윤의 결혼식에 참가할 때 함께할 파트너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고현의 파트너로 동행해서 전태윤 부부의 결혼식을 보려고 했었다. 비록 전태윤은 연적 전호영의 사촌 형이지만 전태윤의 결혼식에 명성이 자자한 거장이 몰려들기 때문에 미래의 입지를 위해서 반드시 참가해야만 했다. 하지만 고현은 이윤정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보디가드의 보호 속에서 고현은 인행도로를 건넜고 고성 호텔 앞에 세워진 마이바흐에 올라탔다. 고씨 가문 보디가드가 이윤정을 놓아주자 이윤정은 차도를 가로질러 길을 건넜고 깜짝 놀란 운전자들이 브레이크를 밟고는 클랙슨을 마구 눌러댔다.차에 치일 각오까지 한 이윤정은 곧바로 고성 호텔로 향했고 문 앞에 세워진 보디가드 차량과 고현의 차량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또 놓쳤어.”이윤정은 정교한 화장이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생각에 발을 동동 굴렀다. 고현이 나올 때까지 고성 호텔 앞에서 10여 분 동안 기다렸지만 고현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다. 이윤정은 얼굴을 쓰다듬더니 자신의 몸매를 내려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나 이래 봬도 전호영보다 몸매 하나
이은화의 비서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부대표님, 이 대표님께서 찾으세요. 업무를 중단하고 사무실로 빨리 오라고 하셨어요.”“알겠어요.”이윤미는 전화를 끊고는 부대표 사무실을 걸어 나갔다. 주변 사람들이 받아들이든 말든 상관없이 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차기 가주로 자리매김했고 이씨 그룹의 부대표로 임명받았다. 앞으로 이윤미가 이씨 가문과 이씨 그룹을 이끌어가게 될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사실 이윤미는 이씨 그룹을 이모의 자식에게 넘겨주고 싶었다. 이 그룹은 원래부터 이윤미의 소유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윤미의 사촌 언니와 하예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윤미는 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관성 쪽에서 잠잠할 거라고 생각했다. 폭풍우가 휘몰아치기 전의 고요함은 곧 깨질 것이다. 이윤미는 사촌 언니와 다시 친하게 지내서 하예진 자매한테서 ‘이모’라는 말도 듣고 싶어졌다.이은화의 사무실 앞에 도착한 이윤미는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저 이윤미예요.”회사에서는 이은화를 엄마라고 부르면 안 되었다. 이씨 가문 가주 이은화가 허락하지 않는 한, 회사에서 두 사람은 상사와 부하 사이이지 모녀 사이가 아니었다.“들어와.”사무실 의자에 앉아있는 이은화는 오래전에 받은 청첩장을 지그시 쳐다보았다.“편하게 앉아.”이은화는 이윤미와 함께 소파에 앉았고 청첩장을 책상에 올려놓았다.“관성 전씨 가문에서 보낸 청첩장인가요?”이은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전태윤 도련님의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았어. 청첩장을 받기 위해 일부러 관성에 집을 사는 가문도 있는데, 우리 가문은 운 좋게도 도련님한테서 청첩장을 받았어.”이은화는 두 가문이 교류가 적었기에 전태윤이 직접 청첩장을 보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윤정은 고현을 좋아했기에 전호영과 연적이 된 사이가 된 마당에 갑자기 받게 되어서 관성에 가야 할지 고민하던 중이었다. 이은화는 전태윤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체면이 구겨질까 봐 걱정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괜히 관성에 갔다가 연락 두절
이은화는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넌 이곳에 남아서 회사의 일과 가문의 일을 잘 해결하거라. 엄마가 돌아왔을 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으면 좋겠구나.”이은화는 관성에 가서 두 조카의 행방을 조사할 생각이었다. 가문 사람들은 관성의 이경혜가 이은화의 큰조카라고 소문을 퍼뜨렸지만 이은화는 모르는 척 침묵으로 일관했다. 마침 관성에 전태윤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가야 하니 이참에 제대로 조사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다.이윤미는 이은화를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엄마, 아빠랑 같이 안 가고 혼자 가시게요? 사실 저는 엄마랑 같이 가고 싶었어요. 관성은 번화한 큰 도시니까 기회도 많을 것 같아서요. 그럼 이씨 그룹의 사업을 관성에 가져가서 추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이윤미는 관성에 남몰래 다녀왔지만 이은화는 이윤미가 관성에서의 소비 내역을 발견했다. 다행인 것은 이윤미가 성씨 가문에 다녀온 것을 들키지 않았다. 하예진이 가게를 차려서 방윤림에게 부탁해 축하금을 전달했다. 만약 직접 갔더라면 이경혜를 만난 목적을 들킬 수도 있었다. 이경혜는 이윤미와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고 결과를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않았다.이윤미는 이경혜가 이은화의 사촌 언니라는 것을 이은화가 일부러 숨겼다고 생각했다. 혹은 의심이 들어 관성에 결혼식을 빌미로 가서 조사할 것이 분명했기에 적어도 두 주일 정도 있어야 돌아올 것이다. 이때 이은화가 차분하게 대답했다.“지금은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야. 윤미야, 본사의 일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으니 영역을 넓히려는 욕심은 접는 게 좋아. 관성의 각 업계는 이미 포화 상태에 들어섰고 전씨 그룹과 상씨 그룹이 자리 잡고 있고 예진 그룹 지사, 예씨 가문 다섯 번째 도련님이 각자의 영역을 주름잡고 있어서 우리가 낄 자리는 없단다.”이은화가 말을 이었다.“이곳의 흐름만 잡아도 크게 발전할 거야. 예전에 이씨 가문은 강성에서 앞자리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뒤로 세어봐야 할 정도지. 네가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 가문은 재벌가의 행렬에서 곧
“윤미야, 엄마는 네가 앞으로 우리 가문을 부흥시켜서 다시 최고봉의 자리에 오르길 바란다. 그래야만 사람들의 존중을 받을 거야. 지금 각 행사에 참여할 때 사람들이 겉으로는 예의를 차리는 것 같지만 뒤에서는 우리 가문을 욕할지도 몰라.”이윤미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엄마가 평생 노력해도 이씨 가문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지 못했는데 저라고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이씨 그룹 내부의 문제만 해도 한두 개가 아니에요. 하지만 문제가 있는 부서와 부서의 담당자는 오빠들과 가문 어르신의 자손들이죠.”이윤미의 입지에 굳건해지지 못했기에 그 사람들을 이씨 그룹에서 잘라낼 수 없었다.“그분들이 있는 한, 이씨 그룹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어요. 죄다 자신의 재산을 불릴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회사에 유리한 일을 하겠어요?”이은화의 가르침을 받았기에 이윤미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은화는 대대로 내려온 원칙을 지키긴 했지만 가주의 자리를 이윤미에게 넘기는 동시에 아들들에게 막대한 권력을 주었기에 이윤미의 입지가 불안정했다. 다행인 것은 이윤미가 이씨 가문에 돌아오기 전에 상업계에서 자신만의 성과를 내었고 사회의 암묵적인 규칙에 익숙해졌기에 오빠들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다. 이때 이은화가 입을 열었다.“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 하는 거야. 윤미야, 이건 내가 너에게 내준 시험과도 같아. 엄마가 자리에서 내려오면 그 권력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너한테 달렸어. 친오빠도 해임할 만큼 네가 냉철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면 다른 사람들이 널 얕잡아보지 못하고 가만히 있을 거야. 하지만 상사는 부하를 꽉 잡고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자비를 베풀기도 해야 한단다. 팽팽한 긴장감을 못 이기고 회사를 나가는 인재들이 종종 있거든.”이윤미는 고개를 끄덕였다.“엄마가 혼자 관성에 가서 결혼식에 참가할 동안 너는 가문과 회사를 지켜줘. 몇 년 동안 이 자리를 지키는 게 힘들었으니 나도 숨 좀 쉬려고... 이번
서원 리조트는 전씨 가문 저택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다. 이은화는 친딸 이윤미를 쳐다보면서 만약 어릴 때부터 가르쳤다면 지금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전씨 할머니의 눈에 들어 전씨 가문 손주며느리 감으로 거론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아직 젊으니 놀러 갈 시간은 많아. 엄마는 늙어서 이번에 한 번 다녀오면 다시는 가지 않을 거란다.”이윤미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엄마, 가서 푹 쉬고 오세요. 이참에 아빠도 데려가면 어때요? 비록 엄마한테 도움 된 건 하나도 없지만 엄마를 웃게 해주는 건 아빠밖에 없잖아요.”이은화는 이윤미를 꾸짖었다.“어느 딸이 아빠를 그렇게 말해? 네 아빠가 아무리 도움이 안 되었어도 아빠가 없었다면 너희들도 이 세상에 없었어.”이윤미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제 말이 틀렸나요? 엄마는 좀 더 좋은 남자를 찾아야 했어요...”“더 능력 있는 남자들은 데릴사위로 오지 않을 거야. 지난번에 네 아빠가 말한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행하고 와서 더 괜찮은 아이를 소개해 줄게. 그 남자는 잘생긴 데다가 애가 순해서 마음에 들더라. 젊었을 때 네 아빠를 보는 것 같더구나. 너도 잘생긴 남자와 결혼하면 예쁜 아이를 낳을 수 있어. 봐, 네 형제 중에 못생긴 애가 한 명도 없잖아.”이은화는 예쁘고 잘생긴 자식을 낳은 것이 제일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이윤미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엄마, 나 지금 연애할 정도로 한가한 사람처럼 보여요? 제 입지를 굳힌 다음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볼래요. 그리고 저 지금 서른 살도 되지 않았는데 급하지 않아요. 결혼은 나중에 할 거니까요!”“윤미야, 서른 살이 지나서 하면 애를 낳을 때 힘들어. 엄마 봐봐, 아들 셋을 낳고서야 너처럼 예쁜 딸을 낳았잖아. 너도 그러려면 마흔 살까지 애를 낳아야 해서 엄청나게 힘들 거다. 운 좋게 첫째부터 여자아이를 낳았다면 너의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어서 그 뒤로 몇 명을 더 낳든,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단다.”이윤미가 입을 열었다.“지금은 의학
관성의 10월 날씨는 여전히 덥고 아침과 저녁에만 늦가을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하예정은 아침 일찍 일어나 언니네 세 식구에게 아침 식사를 차려준 뒤 주민등록증을 챙겨 조용히 떠났다."오늘부터 우리 더치페이로 해, 생활비든, 주택 대출이든, 자동차 대출이든 모두 더치페이로 해! 여동생도 우리 집에 얹혀사니 절반쯤을 내놓으라고 해, 한 달에 30여만 원을 주면 뭐 해? 공짜로 먹고사는 거랑 뭐가 다른데? ”어젯밤 언니와 형부가 다퉜을 때 그녀가 형부에게 들은 말이다.언니 집에서 나가야 해!하지만 언니를 걱정시키지 않으려면 방법은 단 하나, 누군가에게 시집을 가는 것뿐....예정은 비록 남친도 하나 없지만, 단기간에 시집을 가기 위하여 우연히 구한 적이 있는 전씨 할머니의 부탁을 듣고 결혼이 어렵다는 큰 손자 전태윤에게 시집을 가기로 했다.20분 후, 그녀는 구청 입구에서 내렸다.”예정아.”차에서 내린 그녀은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는데 전씨 할머니셨다.”전 할머니.”빠른 걸음으로 다가간 예정은 전씨 할머니 옆에 서 있는 키가 크고 차가워 보이는 한 남자에게 눈길이 끌렸는데, 바로 그녀의 결혼 대상인 전태윤이 아닐까 싶다.가까이 다가간 그녀는 태윤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전씨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큰 손자인 태윤은 서른이 다 되도록 여자 친구 하나 없어 자신을 크게 걱정시킨다고 했었다. 예정은 아마도 매우 못생긴 남자이리라 추측했었다.들은데 의하면 어느 큰 그룹의 경영자로 수입도 아주 높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지금 직접 만나보고 나서야 자신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는 잘생긴 얼굴에 차가워 보이는 성격으로, 전씨 할머니 옆에 서서 어두운 얼굴로 마치 낯선 사람 접근 금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시선을 살짝 돌려 보니, 멀지 않은 곳에 검은색 승용차가 한대 서 있었다. 다행히도 억대의 고급차는 아닌 보통 수준의 자가용이었다. 이를 본 예정은 그녀와 태윤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 느껴졌
"약속하였으니 지킬게요."예정도 며칠을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린 거라 다시 후회할 생각은 없었다.태윤은 이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주민등록증를 꺼내 앞에 내놓았다.예정도 마찬가지로 주민등록증을 꺼내 놓았다.두 사람은 10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재빠르게 결혼 절차를 밟았다.혼인 신고가 끝나자 태윤은 바지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둔 열쇠를 꺼내 예정에게 건넸다. "주택은 발렌시아 아파트구에 있는데 할머니한테서 관성 중학교 입구에 서점을 차렸다고 들었어, 그쪽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깐 버스로 십여 분이면 갈 수 있을 거야.""운전면허증은 있어? 운전면허가 있으면 차 한 대를 제공해 줄게, 계약금은 내가 내줄 테니 매달 차 대출금을 갚아, 차를 가지고 다니면 출퇴근이 편할 거야.""나는 일이 바빠 보통 아침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와, 그리고 때로는 출장을 가기도 하는데, 자기 절로 제 몸만 잘 챙기면 돼. 생활비는 매달 10일에 급여 받으면 넘겨줄게.""그리고 시끄럽지 않게 결혼한 사실은 잠시 비밀로 해줘."태윤은 회사에서 남을 부리는 게 습관이 됐는지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연달아 분부하였다.예정이 초고속 결혼을 한 이유는 언니가 형부와 다투는 것을 원치 않아 하루빨리 결혼하여 언니 집에서 나와 언니를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녀에게 이 결혼은 그저 계약 결혼에 지나지 않았다.태윤이 집 열쇠를 주자 예정은 사양치 않고 열쇠를 건너 받았다."운전면허증은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당분간은 차를 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제가 평소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하고 다녔었는데 금방 새 오토바이로 바꿨어요."“저기...... 태윤씨, 우리도 생활비를 더치페이로 할까요 ?"언니와 형부는 좋은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형부가 더치페이란 말을 꺼내는 걸 보면...... 아마도 형부는 언니가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아이 하나 잘 돌보고, 장보고, 밥하고 거기에 집 청소까지 하는 데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