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빗 룸에 단둘이 남자 고현은 자신의 손을 빼내려고 안간힘 썼지만 전호영이 손을 놓지 않아서 어쩔 수가 없었다.“호영 씨, 언제까지 연기할 거예요?”전호영은 식탁에 엎드린 채 고현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자, 한 잔 더 해요. 좋아요, 한 잔만 더!”고현은 굳어진 얼굴로 전호영을 노려보았다. 전호영이 진짜 취했든 연기를 한 것이든 상관없이 전호영을 맞은편에 있는 하루 호텔로 데려다주어야 했다. 고현은 한숨을 내쉬고는 뻗어있는 전호영을 일으켜 세웠고 하루 호텔로 향했다.10여 분 후, 고현은 전호영을 부축한 채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혔다. 고현을 잡고 있던 전호영의 손이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고현은 침대에 누워 쿨쿨 자는 전호영을 보면서 취한 연기를 한 것이 아니라고 여겼다. 고현은 전호영의 신발과 양말을 벗겨주었고 베개를 머리 아래에 놓은 뒤 이불을 덮어주고는 옆에서 지켜보았다. 고현은 저도 모르게 전호영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호영 씨 여자 친구 신분으로 결혼식에 가지 않겠다고 한 것뿐이잖아요. 그렇다고 이렇게 많이 마시면 어떡해요? 물처럼 술을 마시니까 취하죠. 저는 신부 들러리를 해본 적이 없어서 호영 씨 형수님의 들러리를 하지 않겠다고 한 거예요.”하예정이 고현한테 신부 들러리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었다. 고현은 전호영을 위해 여자 신분을 드러내도 될지 고민되었고 신부 들러리를 해본 적이 없어서 거절한 것이다.고현은 신랑 들러리로 결혼식에 참가한 적이 많았다. 강성 상업계 거장의 아들이 결혼할 때 고현한테 부탁했고 두 그룹은 오래전부터 합작을 이어왔기에 거절하지 않았다. 신랑 들러리만 해본 고현이 신부 들러리를 할 리 없었기에 하예정은 이해해 주었지만 전호영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날 고현이 여성스러운 옷차림을 하고서 전호영과 데이트를 했고 전호영은 고현을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전호영이 갑자기 기분이 좋지 않은 건 고현이 신부 들러리를 하지 않아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잠에 든 전호영은 고현의 말을 듣지 못했
고현의 부모님과 남동생은 전호영을 응원했고 하루빨리 두 사람이 잘되기를 바랐다. 고현은 전호영을 싫어하던 데로부터 받아들이게 되었고 달라붙는 전호영을 떼어내지 못했다.“호영 씨는 내가 여자라는 걸 알고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여자 신분을 밝히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만약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썼다면 호영 씨는 저한테 이렇게까지 매달리지 않았겠죠. 남들이 뭐라 하든 우리 두 사람의 행복만 신경 쓰고 싶어요. 만약 우리가 정말 결혼하게 된다면 그날은 완전한 여자가 되어 드레스를 입을게요. 그럼 세상 사람들한테 당신이 평범한 남자라는 것을 알려주는 거나 다름없잖아요.”고현은 잠시 고민하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설마 호영 씨가 저한테 여장하라고 강요한 줄 아는 건 아니겠죠?”전호영은 꿈을 꾸는지 조용히 자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전호영이 주도권을 쥔 줄 알았다. 지난번에 전호영이 고현에게 여성용 선물을 주는 것을 본 사람의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고현은 허리를 숙여 전호영의 얼굴에 입을 맞추었고 단잠에 빠진 전호영의 입술에도 입을 맞추었다. “저는 이만 회사로 가 볼 테니 푹 쉬어요. 저녁에 만약 깨어나면 호영 씨랑 밥을 먹고 아니라면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잡을 거예요.”고현은 침대맡에서 일어나 바지 주머니에 있던 비행기 티켓을 몇 장 꺼내 책상에 올려두었다. 고현이 미리 구매한 비행기 티켓이었다. 내일 아침 8시 20분 비행기로 점심에 관성에 도착해 전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가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전호영은 개인 전용 비행기가 있다고 했지만 고현은 결혼식 전에 도착하면 되기에 급히 갈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에 참가 하기 위해 전씨 가문 개인 전용 비행장에 정착할 비행기만 해도 수백 대일 것이고 소정남과 심효진보다 더 많은 상업계 거장이 오기 때문에 비행장에 자리가 부족할 것이다. 고현에게도 개인 전용 비행기가 있었는데 급한 업무를 볼 때가 아니면 굳이 타지 않았다.고현은 전호영의 로열 스위트룸을 나와 하루
고현은 이윤정을 차갑게 쳐다보고는 뒤돌아갔다. 보디가드중 한 사람은 이윤정 앞을 막고 서서 가까이 가지 못하게 했고 다른 사람은 고현이 안전하게 호텔을 나설 수 있게 보호해 주었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호텔 앞에 모여서 구경하고 있었다. 이미 익숙해진 호텔 카운터 직원들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 하루 호텔의 직원들은 전호영이 수많은 재벌가 아가씨를 제치고 고현의 마음을 얻은 것이 자랑스럽기만 했다.“고현 도련님, 가지 마세요! 잠시만 시간을 내어주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갈게요!”이윤정은 고씨 가문 보디가드를 뿌리치고 고현을 따라잡으려고 발버둥 쳤지만 보디가드의 상대가 아니었다. 결국 실패한 이윤정은 고현의 뒷모습을 보며 표정이 점점 굳어졌고 어쩔 수 없이 소리를 질렀다.“고현 도련님, 저는 도련님이랑 같이 관성에 가서 결혼식에 참가하고 싶을 뿐이에요!”이윤정은 고현이 관성에서 열리는 전태윤의 결혼식에 참가할 때 함께할 파트너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고현의 파트너로 동행해서 전태윤 부부의 결혼식을 보려고 했었다. 비록 전태윤은 연적 전호영의 사촌 형이지만 전태윤의 결혼식에 명성이 자자한 거장이 몰려들기 때문에 미래의 입지를 위해서 반드시 참가해야만 했다. 하지만 고현은 이윤정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보디가드의 보호 속에서 고현은 인행도로를 건넜고 고성 호텔 앞에 세워진 마이바흐에 올라탔다. 고씨 가문 보디가드가 이윤정을 놓아주자 이윤정은 차도를 가로질러 길을 건넜고 깜짝 놀란 운전자들이 브레이크를 밟고는 클랙슨을 마구 눌러댔다.차에 치일 각오까지 한 이윤정은 곧바로 고성 호텔로 향했고 문 앞에 세워진 보디가드 차량과 고현의 차량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또 놓쳤어.”이윤정은 정교한 화장이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생각에 발을 동동 굴렀다. 고현이 나올 때까지 고성 호텔 앞에서 10여 분 동안 기다렸지만 고현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다. 이윤정은 얼굴을 쓰다듬더니 자신의 몸매를 내려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나 이래 봬도 전호영보다 몸매 하나
이은화의 비서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부대표님, 이 대표님께서 찾으세요. 업무를 중단하고 사무실로 빨리 오라고 하셨어요.”“알겠어요.”이윤미는 전화를 끊고는 부대표 사무실을 걸어 나갔다. 주변 사람들이 받아들이든 말든 상관없이 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차기 가주로 자리매김했고 이씨 그룹의 부대표로 임명받았다. 앞으로 이윤미가 이씨 가문과 이씨 그룹을 이끌어가게 될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사실 이윤미는 이씨 그룹을 이모의 자식에게 넘겨주고 싶었다. 이 그룹은 원래부터 이윤미의 소유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윤미의 사촌 언니와 하예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윤미는 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관성 쪽에서 잠잠할 거라고 생각했다. 폭풍우가 휘몰아치기 전의 고요함은 곧 깨질 것이다. 이윤미는 사촌 언니와 다시 친하게 지내서 하예진 자매한테서 ‘이모’라는 말도 듣고 싶어졌다.이은화의 사무실 앞에 도착한 이윤미는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저 이윤미예요.”회사에서는 이은화를 엄마라고 부르면 안 되었다. 이씨 가문 가주 이은화가 허락하지 않는 한, 회사에서 두 사람은 상사와 부하 사이이지 모녀 사이가 아니었다.“들어와.”사무실 의자에 앉아있는 이은화는 오래전에 받은 청첩장을 지그시 쳐다보았다.“편하게 앉아.”이은화는 이윤미와 함께 소파에 앉았고 청첩장을 책상에 올려놓았다.“관성 전씨 가문에서 보낸 청첩장인가요?”이은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전태윤 도련님의 결혼식이 얼마 남지 않았어. 청첩장을 받기 위해 일부러 관성에 집을 사는 가문도 있는데, 우리 가문은 운 좋게도 도련님한테서 청첩장을 받았어.”이은화는 두 가문이 교류가 적었기에 전태윤이 직접 청첩장을 보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윤정은 고현을 좋아했기에 전호영과 연적이 된 사이가 된 마당에 갑자기 받게 되어서 관성에 가야 할지 고민하던 중이었다. 이은화는 전태윤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체면이 구겨질까 봐 걱정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괜히 관성에 갔다가 연락 두절
이은화는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넌 이곳에 남아서 회사의 일과 가문의 일을 잘 해결하거라. 엄마가 돌아왔을 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으면 좋겠구나.”이은화는 관성에 가서 두 조카의 행방을 조사할 생각이었다. 가문 사람들은 관성의 이경혜가 이은화의 큰조카라고 소문을 퍼뜨렸지만 이은화는 모르는 척 침묵으로 일관했다. 마침 관성에 전태윤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가야 하니 이참에 제대로 조사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다.이윤미는 이은화를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엄마, 아빠랑 같이 안 가고 혼자 가시게요? 사실 저는 엄마랑 같이 가고 싶었어요. 관성은 번화한 큰 도시니까 기회도 많을 것 같아서요. 그럼 이씨 그룹의 사업을 관성에 가져가서 추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이윤미는 관성에 남몰래 다녀왔지만 이은화는 이윤미가 관성에서의 소비 내역을 발견했다. 다행인 것은 이윤미가 성씨 가문에 다녀온 것을 들키지 않았다. 하예진이 가게를 차려서 방윤림에게 부탁해 축하금을 전달했다. 만약 직접 갔더라면 이경혜를 만난 목적을 들킬 수도 있었다. 이경혜는 이윤미와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고 결과를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않았다.이윤미는 이경혜가 이은화의 사촌 언니라는 것을 이은화가 일부러 숨겼다고 생각했다. 혹은 의심이 들어 관성에 결혼식을 빌미로 가서 조사할 것이 분명했기에 적어도 두 주일 정도 있어야 돌아올 것이다. 이때 이은화가 차분하게 대답했다.“지금은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야. 윤미야, 본사의 일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으니 영역을 넓히려는 욕심은 접는 게 좋아. 관성의 각 업계는 이미 포화 상태에 들어섰고 전씨 그룹과 상씨 그룹이 자리 잡고 있고 예진 그룹 지사, 예씨 가문 다섯 번째 도련님이 각자의 영역을 주름잡고 있어서 우리가 낄 자리는 없단다.”이은화가 말을 이었다.“이곳의 흐름만 잡아도 크게 발전할 거야. 예전에 이씨 가문은 강성에서 앞자리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뒤로 세어봐야 할 정도지. 네가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 가문은 재벌가의 행렬에서 곧
“윤미야, 엄마는 네가 앞으로 우리 가문을 부흥시켜서 다시 최고봉의 자리에 오르길 바란다. 그래야만 사람들의 존중을 받을 거야. 지금 각 행사에 참여할 때 사람들이 겉으로는 예의를 차리는 것 같지만 뒤에서는 우리 가문을 욕할지도 몰라.”이윤미는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엄마가 평생 노력해도 이씨 가문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지 못했는데 저라고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이씨 그룹 내부의 문제만 해도 한두 개가 아니에요. 하지만 문제가 있는 부서와 부서의 담당자는 오빠들과 가문 어르신의 자손들이죠.”이윤미의 입지에 굳건해지지 못했기에 그 사람들을 이씨 그룹에서 잘라낼 수 없었다.“그분들이 있는 한, 이씨 그룹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어요. 죄다 자신의 재산을 불릴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회사에 유리한 일을 하겠어요?”이은화의 가르침을 받았기에 이윤미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은화는 대대로 내려온 원칙을 지키긴 했지만 가주의 자리를 이윤미에게 넘기는 동시에 아들들에게 막대한 권력을 주었기에 이윤미의 입지가 불안정했다. 다행인 것은 이윤미가 이씨 가문에 돌아오기 전에 상업계에서 자신만의 성과를 내었고 사회의 암묵적인 규칙에 익숙해졌기에 오빠들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다. 이때 이은화가 입을 열었다.“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 하는 거야. 윤미야, 이건 내가 너에게 내준 시험과도 같아. 엄마가 자리에서 내려오면 그 권력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너한테 달렸어. 친오빠도 해임할 만큼 네가 냉철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면 다른 사람들이 널 얕잡아보지 못하고 가만히 있을 거야. 하지만 상사는 부하를 꽉 잡고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자비를 베풀기도 해야 한단다. 팽팽한 긴장감을 못 이기고 회사를 나가는 인재들이 종종 있거든.”이윤미는 고개를 끄덕였다.“엄마가 혼자 관성에 가서 결혼식에 참가할 동안 너는 가문과 회사를 지켜줘. 몇 년 동안 이 자리를 지키는 게 힘들었으니 나도 숨 좀 쉬려고... 이번
서원 리조트는 전씨 가문 저택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아무나 들어갈 수 없었다. 이은화는 친딸 이윤미를 쳐다보면서 만약 어릴 때부터 가르쳤다면 지금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전씨 할머니의 눈에 들어 전씨 가문 손주며느리 감으로 거론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아직 젊으니 놀러 갈 시간은 많아. 엄마는 늙어서 이번에 한 번 다녀오면 다시는 가지 않을 거란다.”이윤미가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엄마, 가서 푹 쉬고 오세요. 이참에 아빠도 데려가면 어때요? 비록 엄마한테 도움 된 건 하나도 없지만 엄마를 웃게 해주는 건 아빠밖에 없잖아요.”이은화는 이윤미를 꾸짖었다.“어느 딸이 아빠를 그렇게 말해? 네 아빠가 아무리 도움이 안 되었어도 아빠가 없었다면 너희들도 이 세상에 없었어.”이윤미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제 말이 틀렸나요? 엄마는 좀 더 좋은 남자를 찾아야 했어요...”“더 능력 있는 남자들은 데릴사위로 오지 않을 거야. 지난번에 네 아빠가 말한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행하고 와서 더 괜찮은 아이를 소개해 줄게. 그 남자는 잘생긴 데다가 애가 순해서 마음에 들더라. 젊었을 때 네 아빠를 보는 것 같더구나. 너도 잘생긴 남자와 결혼하면 예쁜 아이를 낳을 수 있어. 봐, 네 형제 중에 못생긴 애가 한 명도 없잖아.”이은화는 예쁘고 잘생긴 자식을 낳은 것이 제일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이윤미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엄마, 나 지금 연애할 정도로 한가한 사람처럼 보여요? 제 입지를 굳힌 다음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볼래요. 그리고 저 지금 서른 살도 되지 않았는데 급하지 않아요. 결혼은 나중에 할 거니까요!”“윤미야, 서른 살이 지나서 하면 애를 낳을 때 힘들어. 엄마 봐봐, 아들 셋을 낳고서야 너처럼 예쁜 딸을 낳았잖아. 너도 그러려면 마흔 살까지 애를 낳아야 해서 엄청나게 힘들 거다. 운 좋게 첫째부터 여자아이를 낳았다면 너의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어서 그 뒤로 몇 명을 더 낳든,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단다.”이윤미가 입을 열었다.“지금은 의학
여자아이를 많이 낳으면 지금처럼 이윤미한테만 기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윤미가 나간 뒤, 이윤정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옛 추억에 잠겨있던 이은화는 수양딸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들어올 때는 노크해야 한다고 몇 번을 말하니? 내 말을 귓등으로 들은 거야?”이은화가 심혈을 기울여 가르친 딸이 제일 기본적인 것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은화가 이윤정을 편애해서 이렇게 되었지만 다행히도 이윤정은 이은화의 친딸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으면 20여 년 동안 가르친 딸이 기본적인 예의도 모른다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엄마, 죄송해요. 잠깐 잊고 있었어요.”이윤정은 다시 걸어 나가서 사무실의 문을 닫고 노크했다. 이은화가 대답하자 이윤정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이은화가 말하기도 전에 소파에 앉아 말했다.“엄마, 혹시 전씨 가문에서 온 청첩장 없었어요?”고현의 파트너로 전태윤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다면 이은화를 따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청첩장이 있어야 갈 수 있기에 다급히 들어온 것이다.“받았어, 그건 왜 묻는 거지?”“엄마, 저도 같이 가요.”이윤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지금 회사 경영에서 빠졌고 가문의 일도 제가 신경 쓸 것이 아니니 매일 심심하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참에 엄마랑 같이 가려고요!”이은화는 혀를 끌끌 차면서 말했다.“고현 도련님이 널 쳐다도 안 보지?”“맞아요, 어쩌나 딱딱하게 구는지 도통 넘어올 생각을 하지 않더라고요. 엄마, 저를 데리고 가주세요. 거장들이 모이는 장소에 못 가본 지 너무 오래되었단 말이에요.”소문에 의하면 그 결혼식은 관성에서 역대급 규모의 결혼식이 될 것이다. 이윤정은 세계에서 유명한 인사들과 관성의 재벌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기회를 찾고 싶었다.이은화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조금 전에 비서한테 부탁해서 윤미를 불렀거든. 회사 일은 모두 윤미한테 맡길 생각이고 나는 잠시 자리를 비울 거다. 짧게는 두 주일, 길면 한 달 정도 있
이윤미는 제법 잘 꾸민 정군호가 젊어 보이면서도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윤미는 정군호가 이은화보다 십여 세 어린 여자를 껴안은 여자 사진을 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영감님이 젊었을 때는 보기 드문 미남이었겠네. 지금도 나이가 들었지만 잘 차려입으니 너무 잘생겼군.”어쩐지 이은화가 매우 엄격하게 다스리더라니.밖에서 아들이 준 돈으로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이은화가 알아버린다면 이은화는 어떤 느낌일까?같은 시간, 관성.관성 호텔에서 서원 리조트로 돌아온 하예정은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하예정은 여전히 너무 졸렸다.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방에 들어가 바로 침대에 올라가서 자려는 모습을 본 전태윤은 침대에 다가가 앉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졸리면 차에서 자도 되는데. 집에 도착하면 내가 안아서 침대에 눕혀줄 텐데.”“겨우 버티며 왔어요. 여보, 나 좀 잘게. 당신도 잘래요? 안 자면 서재에 가서 책 좀 보시겠어요?”전태윤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얼른 자. 난 안 졸려.”하예정은 눈을 감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하예정이 몇 분 만에 달콤하게 잠든 것을 보고 전태윤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뽀뽀해 주었다. 그리고 손을 하예정의 평평한 아랫배에 올려놓으며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예정아, 수고했어.”전태윤은 그 자리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침에서 나와 작은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 책들은 임신에 관한 지식 책이었다. 전태윤은 이미 다 읽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전태윤은 책 한 권의 내용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임신하기 전에 전태윤은 임신에 관한 지식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하예정이 임신한 후에는 비록 많은 사람이 전태윤을 도와 함께 하예정을 돌봤지만, 그는 여전히 직접 아내를 돌보고 싶었다.그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임신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고는 소정남을 찾아가 소정남이 산 책들이 자신이 산 책과 비슷한 것을
이윤정은 전호영을 언급할 때 마다 이를 악물면서 전호영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고현을 빼앗아 갔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윤미 씨 아버지께서 바람난 일을 전호영 도련님께 맡겨보는 건 어떠세요? 전호영 도련님은 안팎으로 이씨 가문을 괴롭히거든요.”이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전호영이 적수나 다름없다.이씨 가문과 이경혜 자매의 관계, 그리고 이윤미가 관성 쪽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던 방윤림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방윤림은 아마도 이윤미가 관성 쪽의 사람들과 적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여겼다.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조사하려고 했다.방윤림은 만약 전임 가주가 이은화의 손에 죽었다는 증거가 나오기만 하면 이윤미가 더는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이씨 가문을 떠나 그녀의 작은 세계로 돌아가리라 추측했다.아니, 그녀가 반드시 원래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다.사실, 이씨 가문에 돌아가기 전에 이윤미는 이미 사업에 성공한 젊은 여자였다. 이윤미의 양부모가 늘 그녀의 피를 빨아들이려는 생각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을 계속 숨기고 있었다.이윤미는 사람들이 그녀를 연약하고 무능한 사람인 줄로 알게 하여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이윤정일 수도 있으리라 추측하게 했다.그러나 이씨 가문의 철칙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일이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기도 했고 또한 이윤정의 능력도 훌륭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윤정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그녀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닌 것이 밝혀진 이상 이씨 가문을 이어받을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이윤미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호영 씨도 이 사실을 알아 버린 이상 모른 체 하지 않을 거예요. 호영 씨는 원래 이씨 가문이 잘 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끼어들지 않아도 스스로 그 사실을 터뜨릴 겁니다.”“우리가 아무런 수를 쓰지 않아도 증거가 호영 씨의 손에 있는 이상 가만히 있지
아무튼, 그 여자가 어느 우두머리의 내연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정군호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면 그런 사람의 내연녀를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영상과 사진을 본 이윤미는 방윤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냥 놔둬요. 제 카카오톡 기록도 삭제할 거예요. 제가 만약 저장해 두면 우리 어머니께서 돌아와서 저를 의심하게 되면서 제 휴대전화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방윤림이 회답했다.[제가 이미 저장했습니다. 윤미 씨는 식사하셨어요?”[먹고 있어요. 배달시켰거든요.]방윤림은 눈살을 찌푸렸다.[자꾸 배달 음식을 시키지 마세요. 회사에 식당도 있는데... 정 시간이 안 되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제가 매일 요리를 해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이씨 가문에 돌아온 뒤로 이윤미는 고군분투했다. 아무도 그녀를 관심해 주지 않았다.이은화조차도 진정으로 이윤미와 한마음이 아니었다.이은화는 이윤미 혼자만의 어머니가 아니었고 오빠와 이윤정이 어머니이기도 했다.이윤정은 이은화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릴 수 있었지만, 이윤미는 그런 애교를 부릴 수 없었다.다행히도 방윤림이 이윤미의 곁으로 와주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그녀의 곁에 있는 의미를 깨달은 뒤로 그에 대한 믿음이 가족보다 더 깊어졌고 방윤림 또한 그녀를 많이 도와줬다.방윤림이 처음 이윤미의 곁에 왔을 때 이윤미에게 앞으로 누구든 이윤미의 곁은 떠날 수 있겠지만, 방윤림만은 이윤미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방윤림이 이윤미 곁으로 파견된 그 순간부터 그는 죽지 않는 한 이윤미에게 충성하면서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만약 방윤림이 죽는다고 해도 누군가가 재빨리 그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이윤미의 곁에는 늘 충성을 다 하는 심복이 따라다닐 것이다.방윤림은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진정한 능력자였다.물론 요리 실력도 훌륭하기 때문에 그가 한 요리는 매우 맛있었다.이윤미는 타자속도가 너무 늦다고 느껴 음성통화를 걸었다.
고현은 전호영의 옷을 잡아당겼다.전호영은 그녀를 따라 걸으며 말을 했다.“이 대표님도 언제쯤이면 돌아오실지... 정말 이씨 가문의 이 재미있는 연극을 보고 싶네요.”고현은 전호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설령 이 대표님이 남편이 밖에서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더라고 밖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고 정군호 씨를 데리고 가서 문을 닫고 난리 칠 거예요. 호영 씨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거예요.”전호영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건넸다.“이윤미 씨가 있잖아요. 이윤미 씨가 이씨 가문 겉면의 평화를 깨뜨렸는데 윤미 씨의 아버지 스캔들을 숨길 수 있겠어요? 저는 믿지 못하겠어요. 윤미 씨도 쉽지 않은 사람이에요. 이씨 가문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기회를 보면서 이씨 가문의 도련님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생각일 거예요.”“그 문제 덩이 사람들만 없다면 이씨 그룹에서 윤미 씨의 지위는 더 확고해질 수 있잖아요. 역시 이 대표님 친딸답네요. 자신의 가족들을 이토록 모질게 다루다니.”고현은 한참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는 이윤미를 대신해 몇 마디 했다.“윤미 씨는 이씨 가문 여자들의 독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 대표님과는 조금 달라요. 제가 장담하건대 윤미 씨는 윤미 씨의 오빠들을 최대한 이씨 그룹에서 쫓아내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이씨 그룹에서 파벌을 만드는 것을 방지하고 사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을 방지할 뿐이죠. 이 대표님처럼 가족들을 해치지는 않을 거예요.”전호영은 고현이 이윤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더니 더는 이윤미에 관한 나쁜 얘기를 이어가지 않고 화제를 바꾸었다.전호영 일행은 호텔에 들어간 뒤 전호영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으로 갔다. 그 안에는 뷔페가 있었기 때문에 고현은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다 먹을 수 있었다.전호영은 정군호가 내연녀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몰래 사람을 시켜 정군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했다.그리고 정군호가 내연녀를 데리고 룸에 들어가면 그들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