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하예정은 먼저 통화를 끊었다.이때 우빈이와 용정이가 집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서로 쫓아다니는 게임을 하고 있는 듯했다. 두 녀석 모두 땀투성이가 된 채 놀고 있었고, 작은 볼도 빨갛게 달아올랐다.2분쯤 지나서 두 꼬마를 지키던 두 도우미도 따라 들어왔다. 숨을 헐떡이는 것을 보니 두 녀석을 한참 쫓아다닌 모습이다.두 도우미는 하예정과 모연정이 두 아이의 땀을 닦아주는 걸 보며 웃으며 말했다.“큰 사모님, 두 도련님께서 어찌 빨리 달리는지 도통 따라올 수가 없었어요.”하예정은 조카의 땀을 닦아주며 먼저 말했다.“아마도 둘 다 무술을 연마하고 있어서일 거예요. 다리 힘이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좋아서 저도 둘을 따라잡기 쉽지 않더라고요.”하예정도 무술을 익힌 몸이다.“난 용정이를 따라잡지 못한 지도 오래돼요. 신의 어르신 곁에서 학습하면서부터 동작이 점점 더 빨라지는 것 같아요.”그녀는 애초에 용정을 정겨울의 곁으로 보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용정의 원래 이름은 준호인데 신분을 숨기기 위해 평소에는 용정이라고 불렀다정겨울이나 신의는 용정의 교육뿐만 아니라 건강도 홀시하지 않았다. 용정이가 몸을 튼튼하게 하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무술도 가르쳐줬다.원한을 짊어지고 있는 용정은 무술을 닦지 않을 수가 없다. 앞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보호해 주고 싶은 사람도 보호할 수 있게끔 말이다.사실 모연정은 용정이가 보통 아이처럼 자라 평범한 삶을 살기를 윈했지만 그의 신상에 감춰진 비밀을 알게 된 후부터 절대 보통 사람처럼 평범하게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용정이가 복수의 길로 들어서지 않는다고 해도 그의 가족을 죽인 자들이 절대 가만두려 하지 않을 테니까. 그자들은 아직도 용정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다.다행히 운이 좋은 용정은 모연정을 만나 그녀의 양자가 되었고, 또 정겨울의 눈에 띄어 제자로 되었다. 신의와 그의 고수 친구들이 옆에서 보호해 주지 않았다면 자랄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예씨 가문의 세력으로도 용정을 철저히 보호할
할머니는 우는 아들을 보러 간 모연정에게 말했다.“연정 씨, 따님이 너무 착하네요.”울먹이는 아들을 안고 달래던 모연정은 할머니의 말에 웃었다.“지연이는 어르신 품에 하루 종일 안겨 있었는데 왜 울겠어요? 원래도 잘 울지 않는 아이예요.”딸 예지연은 아버지 예준성을 많이 닮았다.“곧 관성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면 많이 아쉽네요. 언제 또 지연이를 볼 수 있을지... 지금 많이 안아둬야죠.”전씨 할머니는 이제 연세도 있으셔서 언제 다시 예진 리조트를 방문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모연정 부부가 이제 두 아이를 데리고 관성에 가지 않는 한, 전씨 할머니는 귀여운 두 아이를 다시 볼 기회가 거의 없을 것이다.“어르신, 앞으로 제가 관성에 가게 되거든 애들을 데리고 어르신 댁에 찾아갈게요.”예준하가 성소현을 좋아하고 있으니 만약 두 사람이 부부가 된다면 모연정 부부도 분명 자주 관성에 가게 될 것이다. 또한 그녀는 하예정 등과도 대화가 잘 통했다. 아이들도 나중에 좀 더 크면 부모들이 외출하는 걸 보고 따라가겠다고 아우성칠지도 모른다.모연정은 이후 아이를 데리고 전씨 일가를 방문할 기회가 적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어르신은 할머니는 자상하게 웃으며 말했다.“애들을 데리고 오거든 미리 전화해요.”할머니는 자신이 마침 집에 없을까 봐 걱정했다.모연정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미소를 띠고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하예정의 마음속 깊은 곳에선 여전히 참지 못하고 또 한숨을 내쉬었다.할머니가 그렇게도 여자아이를 좋아하는 걸 보고 마음속으론 자기도 빨리 임신해서 딸을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할머니도 다른 집에 증손녀가 있다는 것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하지만 그녀의 배는 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다. 딸을 낳기는커녕 임신도 하지 않았다.‘휴... 될 대로 되라지 뭐.’...강성.온 오후 전호영은 다시 고현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덕분에 고현은 조용한 오후를 보낼 수 있었다.그녀와 전호영의 이름이 강성의 검색어 순위에 오른
고현은 한참 후 다시 입을 열었다.“오늘 저녁 연회에 나와 함께 가자.”“그래."고빈은 거절하지 않았다.“지금 퇴근해?”“응.”“그럼 나도 지금 퇴근해서 형이랑 밥 먹으러 집에 갈게.”남매는 평소 각자의 집에서 살다가 가끔 고택으로 함께 갔다.고빈은 종종 누나 집에 가서 밥을 얻어먹곤 했는데, 입이 까다로운 누나가 요리 솜씨가 특별히 좋은 요리사를 찾았기 때문이다.고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사무실을 나선 그녀는 비서에게 물었다.“전 대표... 혹시 회사 입구에서 지키고 있는 건 아니겠지?’전씨 그룹은 강성 쪽에 몇 개의 호텔을 두고 있지만, 호텔이 잘 운영되고 있어 전호영이 직접 나서서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이 거의 없었다.전호영은 여유의 시간이 많았다.고현은 전호영과 달리 고씨 그룹의 대표로서 매일 정신없이 바빴고 여유 시간이 별로 없었다.그녀는 전호영의 얼굴을 떠올리기만 하면 한숨이 나왔다. 전호영이 또 회사 입구에 꽃바다를 만들고는 공개적으로 그녀에게 고백이라도 할까 봐 두려웠다.오전에 그가 준비한 꽃바다는 기자들의 카메라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에 의해 모멘트에 올랐다. 그렇게 소문이 퍼지면서 기자들의 눈에도 띄게 됐다.아직도 인기 검색어 기사에서 당시의 사진을 볼 수 있다.그녀는 빨간 장미 꽃바다를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연예 기사가 그녀와 전호영의 가십거리를 대놓고 보도할 때, 그녀는 따로 손을 써 막지 않았다. 전호영이 행동을 멈추지 않는 한 연예 기사들이 그들의 일을 보도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숨길 수도, 억제할 수도 없는 마당에 시간을 낭비해서 뭐 할까?고현은 자기가 낯가죽이 두꺼워 다른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이 두렵지 않다고 생각했다.“회사 입구에 계시지 않습니다.”비서는 공손히 말했다.“이미 보안팀에게 전 대표가 오는 즉시 알려달라고 분부했습니다.”“온 오후 나타나지 않았다고?”비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네.”
“만약 우리 대표님이 여자라면 전 대표랑 딱 어울릴 것 같아. 설령 둘 다 남자라고 해도 함께 서 있으면 마치 둘이 부부라는 느낌이 들거든.”“어쩐지... 전 대표는 우리 대표님을 몇 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고백까지 하더라니. 네 생각에 우리 대표님께서 전 대표님의 고백을 받아줄 것 같아?”“그럴 리가, 우리 대표님이 게이도 아니고, 전 대표의 고백을 받아줄 리가 없잖아. 그리고 전 대표도 정말로 우리 대표님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둘째 도련님에게 들었는데, 전 대표가 집안 어른들의 재촉에 참지 못하고 강성으로 도망 온 거래. 집안 어른들이 소개해 준 명문가 아가씨가 마음에 들지 않다나 봐. 그래서 우리 대표님을 이용해서 남자를 좋아한다는 소문을 만들어낸 거래.”두 명의 프런트가 하는 얘기를 고현이 들을 리가 없다.그녀는 회사를 나올 때 무의식 간에 먼저 회사 입구를 바라보았는데, 확실히 전호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녀는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몇 분 후, 고현의 전용차가 경호차 몇 대의 호위를 받으며 고씨 그룹을 떠났다.고현이 이렇게 방비하고 있는 전호영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그는 고현의 개인 별장 입구에서 고현이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그가 새로 산 집은 마침 이 별장 구역이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이 구역에 집을 살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고현의 덕분이었다. 비록 아직 인테리어를 하지 않아 입주하지는 못하지만, 출입 카드를 발급받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됐다.전호영의 집의 인테리어를 인테리어 회사에 맡기고, 가끔 와서 진행 상황을 살펴보곤 했다.전호영은 고현 집의 집사를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다.남장의 비밀을 가지고 있고 또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고현은 집에 도우미를 많이 두지 않았다. 전호영이 초인종을 울리지 않으면 별장 안의 사람들은 입구에 사람이 있는지 모른다.게다가 전호영은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 차 안에서 고현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해가 지면서 그가 기다리던 사람이 마침내
‘큰형인 전태윤보다 훨씬 교활해.’전호영의 차는 별장 입구에 가로로 주차되어 있었다.남의 차를 치고 집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법인지라 고현의 차량은 멈춰 섰다.전호영은 고현의 전용차가 눈에 띄자 큰 꽃다발을 품에 안고 차에서 내렸다.오전의 꽃다발과 달리 이번에는 사람을 청해 오만 원짜리 지폐로 돈다발을 만들었다.고현이 온 강성 생화 점의 주인에게 전호영에게 장미꽃을 팔지 말라고 전했기 때문이다.전호영은 서진 리조트에 전화해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꽃다발이 그렇게 일찍 도착할 방법이 없었다.그래서 먼저 돈다발로 대신할 생각을 했다.게다가 그는 오전에 온 강성 꽃가게의 장미꽃을 모조리 사버렸다. 다시 들이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전호영은 차 앞쪽에 기대어 두 손에 돈으로 만든 꽃다발을 안고 웃음을 머금은 채 고현의 차를 바라보았다.그는 곧게 뻗은 수제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있어, 전씨 일가의 셋째 도련님다운 멋진 카리스마를 풍기고 있었다.고현은 오늘 저녁 참석해야 할 연회가 있다. 고현을 초대할 수 있는 연회라면 레벨이 높은 자리로 오늘 연회의 참가자는 모두 유명인사인 것이 분명했다.전호영의 신분으로 만약 그가 자주 강성에서 모습을 보였다면 분명 초청장을 받았을 것이다.그는 오늘 연회에 고현이 참가할 거라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가 초대장을 구했다.그리고 조금 있다가 고현과 함께 연회에 참석할 생각을 했다.“어라? 전 대표님이 왜 여기 계시는 거죠?”전호영을 발견한 고빈이 차에서 내려 전호영을 향해 걸어가며 웃으며 인사했다.차 안의 고현은 어이가 없었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남동생을 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조만간 동생이 자기 친누나를 팔아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여기서 고 대표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둘째 도련님도 계시네요. 자, 저 좀 한번 봐주실래요? 저의 지금 모습 어때요? 잘생겼나요?”전호영은 미래의 처남에게 매우 좋은 태도를 보였다.그는 차에 기대어 있던 몸을 똑바로 세워 고빈에게 열심히 꾸민 자기 모습을
고현의 경호원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그들은 전호영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감히 손을 댈 수는 없었다.전호영은 예전에 큰 도련님을 연모했던 사람들과 달라 설득하여야 하지 바로 사람을 끌고 가버릴 수는 없었다.“호영 대표님.”한 경호원이 공손히 말했다.“번거로우시겠지만 저희 두 도련님의 차가 들어갈 수 있도록 차를 좀 옮겨주세요.”또 다른 한 경호원도 공손히 말했다.“그리고 더 이상 우리 큰 도련님을 귀찮게 하지 마세요. 우리 큰 도련님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큰 도련님이 남자를 좋아한다면 전호영은 차례도 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큰 도련님은 여자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그들은 큰 도련님 곁을 오랫동안 따라다녔지만 큰 도련님이 어떤 여자에게도 상냥한 태도를 보이는 걸 보지 못했다.전호영은 경호원들의 말을 듣지 못한 듯 고현의 차창을 두드리며 차에서 내리든 창문을 내리든 하라고 손짓했다.“호영 대표님, 호영 대표님.”고빈은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손을 뻗어 전호영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대표님, 먼저 차를 옮겨서 우리 형제가 운전해서 들어가게 해주세요. 우리 집에 들어가서 얘기하죠.”전호영은 여전히 차 안의 고현을 쳐다봤다.고현은 지금 전호영에게 매우 화가 났다.처음에 전호영에게서 느낀 호감은 오늘 완전히 사라졌다.그녀는 속으로 이 무모한 남자를 천번 만번 욕했다.‘어르신들은 상관하지도 않는 거야?’그녀는 전태윤에게도 말해 보았지만 사촌 동생들의 사적인 일에 관여할 생각이 없다는 대답만 얻었다. 전태윤은 동생들이 먼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 한 절대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현은 속으로 전태윤이 전호영을 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심호흡을 몇 번 한 후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전호영을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전호영은 어리둥절해하더니 얼른 빙그레 웃으며 고현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고현은 되려 그의 큰 손을 쳐냈다.그는 무구한 눈빛을 반짝이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요, 우리 형은 대표님을 좋아하지 않아요. 전 대표님이 꽤 마음에 드는데요? 아니면 그냥 저를 받아주는 건 어때요? 저와 형은 쌍둥이 형제라 엄청 닮았는데, 절 받아줘도 마찬가지잖아요.”고빈이 다가와서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누나가 눈을 부릅뜨자 고빈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감히 웃지 못했다.전호영의 검은 눈동자는 고현의 잘생긴 얼굴을 깊이 주시했다. 그녀가 머리를 길게 기르고 여장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틀림없이 여신처럼 아름다울 거라고, 그가 본 모든 여자 중에서 가장 아름다울 것으로 생각했다.“현이 씨, 모든 사람은 사랑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현이 씨가 제 미래의 동반자라고 생각해요. 금방 저의 구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괜찮아요,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거예요. 당연히 저도 시간과 행동으로 저의 현이 씨에 대한 마음은 진지하다는 것을,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을 것을 증명할 거예요.”그는 고빈을 힐끔 쳐다보면서 말을 이었다.“설사 그 누군가가 현이 씨랑 아주 닮았다고 해도 제 마음속의 현이 씨의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을 거예요.”고현은 알 수 없는 눈길로 전호영을 바라봤다. 그년 전호영과는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되어 그와 말다툼하는 것조차도 귀찮았다.그녀는 몸을 돌려 차로 돌아갔다.“당장 들어가요.”운전기사는 즉시 차를 몰았다.곧 고현의 차는 큰 별장으로 들어갔다.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성큼성큼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고현의 경호원은 그를 막으려고 했다.전호영은 경호원들이 막아서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들이 감히 자기한테 손을 댈 수 없을 거라는 것을 간파한 듯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억지로 안으로 들어갔다.경호원은 막으면서도 물러서며 손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큰 도련님에게 이런 구애자가 생기다니... 참 귀찮게 되었다.고빈은 차에 오르기 전에 누나의 경호원에게 말했다.“형이 막으라고 한 적이 없으니 막을 필요도 없고 막을 수도 없을 거예요. 만약 정문으로
집 안으로 들어가니 집사가 전호영에게 소파에 앉으라고 권했다.“도련님, 마실 것으로 무얼 드릴까요?”집사가 정중하게 물었다.큰 도련님은 집에 온 사람이기만 하면 다 손님이니 전호영을 귀한 손님으로 대접해야 한다고 하였다.“따뜻한 물 한 잔이요. 감사합니다.”“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집사는 돌아서서 전호영에게 물을 따라주러 갔다.고빈이 들어왔을 때는 테이블 위에 이미 과일과 디저트가 놓여 있었다.고빈은 집사가 거들어주기 전에 스스로 냉장고에서 음료수 한 병을 꺼내 뚜껑을 열고 한 모금 마셨다. 순식간에 시원해졌다.“날씨가 더울 때는 참 음료수 한 모금 마시는 게 최고야.”집사는 그런 도련님을 보고 나무랐다.“둘째 도련님, 큰 도련님이 보시면 또 꾸중 들을 겁니다.”“이런 걸로 날 꾸중할 거면 내가 좋아하는 음료수를 냉장고에 넣을 리가 없죠. 그냥 나보고 마시라고 넣어둔 것 아니겠어요? 많이 마시지도 않고 딱 한 병뿐인걸요.”집사는 그저 웃기만 할 뿐 고빈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집사님은 가서 일 보세요. 제가 호영 대표님을 접대하면 돼요. 이따가 나랑 형은 연회에 참석하러 가야 하니까 일찍 식사하는 거로 하죠. 호영 대표님께서 오셨으니 요리를 두어 개 더하라고 해요.”“알겠습니다.”집사는 곧 떠나 부엌에 들어가 일을 거들었다.고빈은 음료를 마시며 전호영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앉자마자 전호영을 훑어보며 말했다.“호영 대표님은 정말 훌륭한 분이세요. 어느 방면에서나 다 그렇게 훌륭하시니, 대표님을 이길 수가 없죠.”전호영은 고빈을 쳐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자꾸 칭찬할 필요 없어요, 저는 당신에게 정말 관심이 없으니까요.”“정말 모르겠어요, 왜 저한테 관심이 없으세요? 제가 형보다 더 못생겼나요? 아니면 쿨한 남자를 좋아하는 거예요? 저도 사실 쿨해질 수 있어요. 미소 짓지 않고 정색하면 형과 다름없어요.”고빈은 갑자기 전호영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호영 대표님, 우리 둘도 이제 좀 친해졌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