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나와 네 형수님의 일을 교훈으로 삼아야 해. 앞으로 아내분의 관심을 끌려고 할 때 절대 숨기거나 속여서는 안 돼.”전호영은 대답했다.“지금은 고 대표가 나를 속이고 나에게 숨기고 있거든. 알았어. 내가 적당한 시기에 고 대표에게 해명할게.”“그래. 알아서 해. 난 관성 호텔로 손님 만나러 가야 해.”전태윤은 말을 마친 후 전화를 끊었다.전태윤이 호텔로 가고 있었다.전태윤 곁에 함께 있는 사람은 예쁜 아내 대신 경호원 팀뿐이었다.예전에는 소정남과 함께 갔지만 지금 소정남은 아내 주위만 맴돌았다. 하늘 아래에서 심효진이 가장 중요했다.퇴근 시간이 아직 안 되었는데도 소정남은 일찍 집에 가서 아내 곁을 지켰다.전태윤은 결국 참지 못하고 아내에게 문자 몇 통을 보냈다. 전호영의 요즘 정황을 하예정에게 가장 빨리 알려주었다.도씨 그룹.퇴근 시간, 회사 사람들은 대부분 밥을 먹으러 갔고 밖으로 나가기 싫은 사람들은 배달을 시켜서 끼니를 때웠다.도차연은 햇볕이 너무 강하다고 생각되어 밖에 나가기 싫었고 배달을 시켜서 점심을 먹으려 했다.다만 도차연이 주문한 음식이 오랫동안 배달되지 않자 도차연은 기분이 매우 나빴다.도차연이 재촉하려고 전화를 들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들어오세요.”도차연은 배달 온 줄로 알고 전화를 끊었다.사무실 문이 열렸다.도차연은 전태윤의 모습을 보았다.도차연은 놀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배달원이 봉지를 두 개 들고 들어오며 도차연에게 다가가면서 사과했다.“차연 씨, 죄송해요. 길이 좀 막혀서 좀 늦었어요. 화내지 마시고 제발 나쁜 평가를 주시지 않길 바라요.”배달원은 봉지 두 개를 도차연의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도차연이 여전히 멍하니 있는 것을 보자 배달 아저씨가 눈을 몇 번 반짝이더니 곧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차연 씨! 차연 씨!”도차연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도차연은 몰래 힘껏 자신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아팠다.아픈 것을 보니 꿈이 아니었다.현실이었다!도차연은 전태윤
배달원에게 검은색 양복을 입히고 넥타이를 착용해 준다면 뒤에서 볼 때 분명 전태윤으로 보일 것이다.물론 얼굴은 닮지 않았다.“차연 씨, 늦어서 죄송해요.”배달원이 아직도 사과하고 있었다.“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혹평 안 드릴게요. 퇴근 시간이라 길이 막힐 수 있으니 천천히 돌아다니세요. 주위를 잘 보면서 다니면 돼요. 늦어도 괜찮아요. 참,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도차연의 머리 회전 속도가 매우 빨랐다. 배달원의 몸매와 걸음걸이 모양새가 전태윤과 비슷한 모습을 보자 무언가 계략이 머릿속에 생겨났던 것이다. 이 남자를 이용해서 전태윤과 하예정의 사이를 이간질할 속셈이었다.배달원은 도차연을 보더니 우물쭈물하며 알려주고 싶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도차연은 강요하지 않고 명함을 건네주며 말했다.“당신 몸매가 제가 아는 사람과 많이 닮았어요. 당신과 함께 일을 하고 싶어요. 보수는 많이 드릴게요. 제가 속이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시지 마시고요. 이것은 저의 명함입니다.”“돌아가서 잘 생각해 보세요. 저와 함께 일을 할 의향이 있으시다면 다시 전화 주세요. 제가 전화를 기다릴게요. 제가 드릴 보수는 당신이 5년 동안 배달한 것보다 훨씬 높을 겁니다.”배달원은 도차연의 명함을 건네받아 보았다. 그리고 바지 주머니에 넣으면서 도차연을 향해 말했다.“저와 어떤 일을 함께하고 싶으신지요? 살인과 방화 같은 위법행위는 못 해요. 제가 아직 장가도 못 갔거든요.”도차연은 웃으면서 대답했다.“안심하세요. 법에 어긋난 일은 아니에요. 다만 저와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주시면 돼요. 돌아가셔서 잘 생각해 보시고 저에게 연락해주세요.”“아, 네. 차연 씨, 좋은 평가 부탁드릴게요.”배달원은 떠나기 전에 도차연에게 배달평가에 별점 5개를 부탁한다고 말했다.배달원은 도차연 사무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고 도씨 그룹을 나온 뒤에야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도차연 앞에서 저의 얼굴을 보여줬어요.”“도차연이 명함
가짜 전태윤이 말했다.“도차연의 눈이 엄청 높을걸요. 저는 그런 일은 감히 상상도 안 해요.”“도차연은 연애 경험이 없어요. 도차연을 잘 달래고 그녀의 뜻에 잘 따른다면 전태윤과 비슷한 몸매를 가진 당신의 우세로 그녀가 결국 빠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당신의 몸매를 잘 유지해야 하는 것을 잊지 마시고요. 이것이 바로 당신이 성공의 길로 향하는 비결일 테니까요.”살이 찌거나 빠지면 전태윤 비슷하지 않았다.“네, 알겠습니다.”부자가 되기 위해 가짜 전태윤은 반드시 몸매를 잘 유지할 것이다.조금 전 도차연에게 배달할 때 도차연이 넋 놓는 모습을 보면서 가짜 전태윤은 자기 몸매가 진짜 누군가와 몹시 닮았다는 걸 알았다. 도차연이 좋아하는 누군가와 닮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통화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카톡에는 돈 천만 원이 들어왔다. 도기범이 가짜 전태윤에게 준 보상이었다.단지 도차연에게 배달 한 번만 하고 얼굴만 보여줬을 뿐인데 돈 천만 원이 들어왔던 것이다. 가짜 전태윤은 부자들의 돈을 버는 것이 매우 쉽다고 생각했다.관성 비행장.성소현은 캐리어를 끌고 가면서 예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나 거의 다 도착했어. 도착했어?”오늘 성소현이 출장 갔다가 돌아오는 날이다. 예준하가 성소현을 데리러 가겠다고 약속했다.예준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나오면서 날 볼 수 있을 거야.”성소현도 웃었다.“그래, 좀 이따가 봐.”“알았어.”예준하는 통화를 마친 뒤 휴대전화를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한 손에는 꽃을 들고 있었고 나머지 손으로는 봉지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 봉지 안에는 갓 구운 과자 두 통과 우유 몇 병이 들어있었다.예준하는 성소현이 비행기를 두 시간 탔기 때문에 배고플까 봐 걱정했다. 성소현이 기내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그래서 과자와 우유를 준비해서 요기하게 하려고 준비했다. 그리고 시내 안으로 들어가서 맛있는 밥을 먹이으려는 계획이었다.잠시 후 예준하는 인파를 따라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라 별로 대화해 본 적도 없었다.그런데 소지훈이 직접 픽업하러 오다니!당황한 성소현은 제자리에 얼어붙어 꼼짝도 하지 못했다.“소현 씨, 이 꽃 소현 씨 거예요.”예준하와 소지훈, 두 사람 모두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소지훈은 장연준과의 내기에서 진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경혜를 따돌리는데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일부러 성소현에게 호감이 있는 척 예준하를 긴장시킬 수도 있고, 이경혜가 장연준과 성소현을 엮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었다.이경혜는 소지훈의 행적조차 몰랐기 때문에 두 사람을 엮을 수 없었다.그녀는 자기 딸이 소지훈과 성격이 안 맞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사위로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소지훈이 꽃다발을 내밀자, 성소현이 본능적으로 받았다.그녀는 품속에 있는 꽃다발을 보더니 또 고개 들어 소지훈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한참 지나서야 정신을 되찾았다.“지훈 씨, 이게 무슨 뜻이에요?”“아무것도 아니에요. 오늘 관성으로 돌아온다길래 일부러 픽업하려고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집에 데려다주는 김에 밥 한 끼 얻어먹으려고요.”소지훈은 단숨에 해야 할 일을 똑똑히 말해주었다.성소현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소현 씨, 지훈 씨.”예준하는 성소현 옆으로 다가가더니 그녀가 품에 안고 있는 꽃다발을 소지훈에게 돌려주면서 자신이 산 꽃다발을 안겨주었고, 또 소지훈의 손에서 성소현의 캐리어를 낚아챘다.“지훈 씨, 번거로우실 필요 없이 제가 소현 씨를 데려다줄게요. 먼 걸음 해주셔서 감사해요.”예준하는 어찌 된 일인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예의 갖춰 고마움을 표시했다.소지훈은 예준하의 행동을 말리는 대신 그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이렇게 괜찮은 남자를 사위로 받아들이기 싫어하다니... 정말 이해가 안 되네. 이렇게 괜찮은 남자가 딸을 좋아한다면 자다가도 웃으면서 깨겠는데. 준하 씨가 먼 A 시 사람이라 둘이 만나는 걸 반대하나 보네. 서로 호감도 없는 연준 씨와 엮어봤자 뭐해. 억지로 엮어봤자 아무런
소지훈의 아버지는 그의 병을 고쳐주기 위해 사방에서 10살이나 어린 여자를 찾고있었다. 소지훈이 어느 여자한테 마음이 흔들리면 그 여자와 엮어놓고 싶었다.소지훈보다 10살이나 어리면 고작 24살밖에 되지 않았다.소지훈은 노동명과 같이 관성 상류사회에서 나이가 비교적 많은 골드 미스터였다. 노동명은 그보다 한두 살이 더 많았다.전씨 할머니가 믿는 점쟁이가 소균성에게 말하기를 소지훈이 진정한 남자가 되는 방법은 나이가 10살이나 어린 여자를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그 여자의 이름, 외모는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24살짜리 여자를 죄다 찾아낼 수밖에 없었다.소지훈은 그 내용을 전혀 믿지 않았다.‘이렇게 용한 점쟁이가 있다고?’소지훈이 잡아끄는 바람에 예준하는 그저 끌려갈 뿐이다.성소현은 할 말을 잃었다.‘이 두 남자, 날 데리러 온 거 아니었어? 왜 나를 버리고 둘만 가는 건데?’서로 손을 잡고 있는 두 남자 중의 한 명이 꽃다발까지 들고 있는 기이한 광경에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았다.성소현마저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이 모습을 핸드폰으로 촬영했다.나중에 기분이 안 좋을 때 꺼내 보기로 했다.“지훈 씨.”발걸음을 멈춘 예준하가 먼저 손을 뺐다. 소지훈은 비록 형제 중에서 무술이 가장 약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일반사람보다 힘이 강했기 때문에 예준하가 몇 번이고 손을 뿌리쳐 보려고 해도 끄떡없었다.예준하는 그만 두 사람의 힘 차이를 느끼고 말았다.“왜 그래요?”소지훈도 따라서 발걸음을 멈추면서 예준하에게 물었다.예준하가 억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각자 갑시다. 동성애자로 오해받기 싫으니까.”소지훈은 의아한 듯 눈을 깜빡거렸다.‘동성애자?’소지훈은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성소현은 보더니 그제야 깨달았다.“죄송해요. 제가 소현 씨를 까먹었네요.”“소현 씨를 건드리지 마세요.”예준하는 소지훈이 성소현의 손을 잡을까 봐 재빨리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한 손으로 캐리어를 끌면서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이 손을 놓치면 소지훈
예준하가 억지로 웃으면서 말했다.“지훈 씨, 저는 지훈 씨가 이러는 거 하늘이 무너지는 것보다도 싫어요.”“아까도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소현 씨가 마음에 든다고. 저랑 경쟁해야 하는데 힘내셔야죠. 제가 먼저 소현 씨를 낚아채면 얼마나 고통스럽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저는 관성 사람인데 어느정도 우세가 있는 거잖아요.”예준하는 할 말을 잃었다.소지훈은 비록 정말 성소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꽤 재미있다고 느껴졌다. 심심할 때 시간 보내기도 괜찮았다.“갑시다.”소지훈은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갔고, 예준하와 성소현도 뒤를 따랐다.성소현이 예준하를 위로했다.“지훈 씨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걱정 안 하게 생겼어요? 연준 씨가 한동안 나타나지 않더니 또 지훈 씨가 찾아왔네요. 아주머니께서는 제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든대요?”강력한 라이벌이 생긴 예준하는 부담이 컸다.그는 소지훈 역시 이경혜가 보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장연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위기감을 느꼈는데 소지훈까지 더해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성소현이 잠깐 침묵을 지키더니 말했다.“집에 가서 엄마한테 물어볼게요. 그리고 준하 씨 빼고 다른 남자를 좋아할 일도 없다고 말씀드릴 거예요. 엄마가 동의하지 않아도 저희는 그냥 이대로 만나면 돼요. 엄마도 언젠가는 동의할 거예요. 억지로 저희 둘을 갈라놓으면 저는 평생 시집도 안 가고 노처녀로 남을 거예요.”정말 그런다면 이경혜는 골치가 아플 것이다.예준하가 성소현의 손을 꼭 잡으면서 말했다.“제가 아직 부족해서일 수도 있어요. 아주머니께서 시름 놓고 소현 씨를 저한테 맡길 수 있게 최선을 다해볼게요. 그러면 언젠가는 저희가 만날 수 있게 해주실 거예요.”앞을 가로막는 사람이 미래 장모님이라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오직 백 프로의 진심을 보여주면서 믿음을 얻어야 성소현과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데릴사위라고 해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걱정하지 말고
도우미가 문을 열어주자 두 대의 차량이 성씨 가문 별장으로 진입했다.이경혜와 유청하는 예준하의 차만 알았지 소지훈의 차는 알아보지 못했다.소지훈의 차는 물론 소지훈이라는 사람도 별로 만날 기회가 없었다.유청하와 이경혜는 소지훈이 차에서 내려서 가까이해서야 누군지 알아보았다.“아주머니, 안녕하세요.”소지훈은 미소를 활짝 지으면서 이경혜에게 인사했다.“지훈 씨.”이경혜가 웃으면서 말했다.“지훈 씨가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어요? 정말 귀한 손님이네요. 얼른 안으로 들어오세요.”“아주머니께서 들어오라고 하지 않으셔도 물 한 잔 얻어 마시려던 참이었어요.”소지훈은 차에서 성소현에게 선물하려던 꽃다발을 꺼냈다.지금 송소현이 안고 있는 꽃다발은 예준하가 선물한 것이다. 그녀의 캐리어도 예준하가 챙기고 있어 굳이 뺏어서 도와줄 필요도 없었다.“아주머니.”예준하는 이경혜가 소지훈을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을 애써 못 본 체하면서 예의 갖춰 인사했다.소지훈도 인사겸 유청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소지훈의 방문으로 이경혜는 평소처럼 예준하를 차갑게 대할 수 없었다. 성소현이 꽃다발을 들고 헤벌쭉해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예준하를 좋아하는 것 같아 한숨을 내쉴 뿐이다.사람 보는 안목 있는 성소현이 택한 남자는 죄다 괜찮은 사람들이었다.짝사랑했던 장연준과는 달리 예준하와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집이 먼 것이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었다.‘청하 말대로 조금만 더 지켜보자고. 준하 씨가 얼마나 더 버틸지. 이러다 소현이한테 더 어울리는 남자가 나타날지 어떻게 알아?’“엄마, 새언니.”꽃다발을 안고 있는 성소현은 배시시 웃으면서 이경혜에게 뛰어갔다.이경혜는 바로 표정이 굳어지면서 말했다.“소현아, 몇 살인데 아직도 그렇게 뛰어다녀? 제대로 걸으면 안 돼? 꽃이 너무 커서 눈부시네. 내 눈앞에서 치워.”성소현이 여전히 웃으면서 말했다.“100살이라고 해도 엄마 앞에서는 그냥 아이인 거예요. 뛰어다니는 게 뭐 어때서요? 이 꽃 예쁘죠? 준하 씨가 사줬는
소지훈이 하는 말과 행동을 믿을 수가 없었다.‘일부러 소현이를 위해 준비한 꽃다발이라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소지훈은 이경혜와 유청하의 반응을 무시하면서 말했다.“아주머니, 물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을까요? 바로 가야 해서요.”그제야 정신 차린 이경혜는 소지훈의 의도를 상관할 새도 없이 얼른 집안으로 맞이했다.유청하는 직접 소지훈에게 냉수 한 잔을 따라주었다.소지훈이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던 이경혜와 유청하는 예준하와 성소현, 그리고 소지훈을 번갈아 쳐다보았다.이 집안의 어른이기도 했고, 소지훈이 어느정도 체면을 세워줘서 궁금증을 풀어보려고 했다.“지훈 씨, 아까 무슨 뜻이에요? 왜 우리 소현이랑 같이 온 거예요? 그 꽃도 소현이를 위해 준비한 거라고요?”“소현 씨가 출장 갔다가 오늘 돌아온다고 들어서 일부러 공항에 마중하러 나갔어요. 준하 씨까지 오셔서 매우 비좁더라고요. 두 사람이면 딱 좋았는데 말이죠. 꽃도 제가 소현 씨를 위해 준비한 거 맞아요. 아주머니, 저도 처음 여자한테 꽃 선물하는 거예요. 소현 씨가 마음에 들어 할지도 모르고 공항에서 만나자마자 줬어요. 그런데 준하 씨도 꽃 선물하는 바람에 제 꽃은 찬밥 신세가 된 거죠.”성소현은 할 말을 잃었다.‘내가 왜 그 꽃을 받아야 하지? 준하 씨랑 경쟁하겠다는 말도 어이없는 상황인데.’성소현은 그가 한 말이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눈빛을 보니 전혀 애틋함이라고 찾아볼 수 없었다.소지훈은 그저 임무를 완수하는 것처럼 행동했다.이경혜가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지훈 씨, 그게 무슨 뜻이에요?”‘들어보니 소현이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언제부터 좋아하게 된 거지? 두 사람 만남횟수가 다섯 번도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리고 감정 없는 사람이라고 소문나지 않았었나?’전씨 할머니가 소개해 준 점쟁이의 말에 의하면 소지훈보다 10살이나 어린, 올해 24살밖에 되지 않는 여자가 운명의 반쪽이라고 했다.하지만 성소현의 나이는 24살보다 많았기 때문에 따라서 운명의 상대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
여운초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그녀는 다만 전이진을 대신하여 은행카드만 보관할 뿐일 것이었다. 그가 돈 쓰는 것을 제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녀도 그의 돈을 쓸 일이 없을 테였다.전이진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고 나서 다시 그녀를 보면서 벙글벙글 웃었다.보면 볼수록 사랑스럽기만 했다.“왜 계속 날 보면서 웃어요?”“좋으니까. 운초 씨, 나 지금 너무 좋아. 그냥 웃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아?”이렇게 대답하면서도 그는 또 웃었다.그러는 전이진을 지켜보는 여운초도 참지 못해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둘이서 한참 동안 알콩달콩한 후 전이진이 시계를 보니 어머니가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다. 그는 약혼녀를 보면서 말했다.“운초 씨, 엄마가 곧 도착할 것 같으니 우리 지금 출발해. 우리가 구청에 도착하면 아마 엄마도 도착하실 거야.”그는 꽃집에 가서 장미꽃 한 다발을 사야 했다.여운초가 불시에 결혼 신고하자는 바람에 그가 아직 준비는 못 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서둘러야 했다.꽃다발, 다이아몬드 반지 둘 중 하나도 빠뜨리지 않을 것이었다.그녀는 자신이 한평생 소중히 여길 여자임으로 절대로 서운하게 할 수 없었다.“그래요.”그가 일어나면서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자, 여운초도 편안하게 자신의 손을 그의 커다란 손바닥에 올려놓은 채 그에게 이끌려 일어섰다.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자고로‘그대의 손만 잡고 이생의 끝까지 살아간다.’라고 했다.그녀는 전이진과 백년해로하고 평생 금실이 좋기를 원했다. 시부모님처럼 애들이 부러울 정도로 몇십 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첫 사람처럼 달콤하게 지내길 원했다.여운초는 저의 집에 있는 차를 안 타고 전이진이 운전하는 차를 타기로 했다.그녀에게는 운전면허증이 없었다. 그녀가 16살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기에 운전면허를 딸수 없었던 것이었다.집에 있는 운전기사는 전이진이 그녀에게 보낸 경호원인데 그녀를 보호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운전도 해줄 수 있었다.20분 뒤.구청 입구명해
“운초씨, 잠깐만 기다려. 내가 엄마한테 당장 전화할게.”전이진은 약혼녀의 볼에 입을 맞춘 후, 바로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명해은은 전화벨이 한참 울린 뒤에야 전화를 받았다.“엄마, 오늘 시간 돼요?”“이제 방금 일어났어. 오늘은 별일 없어서 시간이 남아돌아. 왜? 아들, 엄마 도움이 필요해?”명해은이 잠기가 채 가셔지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들이 다 크니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점점 적어졌다.애들한테 더는 필요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명해은은 너무 일찍 맛봤다.“저와 운초 씨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를 마치려 하는데 제가 가족관계등록부를 안 가져왔어요. 엄마 혹은 아버지가 지금 저한테 가져다줄 수 있어요? 혹은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보내줘도 되고요. 제가 돌아가서 가져오면 시간이 지체되어 아마도 오후나 돼야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오후까지 못 기다리겠어요.”가족관계등록부만 손에 가지고 있다면, 전이진은 지금이라도 여운초를 데리고 혼인 신고하러 갔을 테였다.진정으로 여운초가 좋아진 그 시각부터 그는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했다.하지만 그때의 여운초는 앞을 보지 못했기에 훌륭한 전이진을 앞두고 자비감에 모대기었다. 전이진의 사랑마저 그녀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받아들인 것이었다.그녀는 전이진이 자신의 눈을 고쳐주기 위해 정 선생을 찾으러 여러 번 예진 리조트를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남은 인생을 그와 함께하기로 하고 약혼을 한 것이었다.그래도 그녀는 진정으로 그를 볼 수 있을 때 가서 결혼하기를 원했다.그녀는 자기와 결혼할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알고 싶다고 했다.전이진이 곧 시어머니로 될 사람에게 하는 말을 들은 여운초의 얼굴은 또다시 붉게 물들었다.‘이 사람 뭐가 그리 급해...’이 반가운 소식을 들은 명해은은 순식간에 잠기가 싹 사라진 듯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시간이 있고말고, 엄마 시간은 남아돌고 있으니 금방 가져다줄게. 넌 지금 여씨 저택에 있니? 아니면 회사에 있니?” “저는 지금
그는 자신의 사람 보는 안목을 믿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도 믿었다. 그는 그녀와 긴 시간을 함께하면서 그녀의 인품, 일하는 스타일 등을 천천히 알게 되었다.“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한평생 같이 살아야 해요. 나는 이혼 따위는 할 마음이 없으니 잘 생각해서 결정해요. 당신처럼 훌륭한 남자는 앞으로도 나보다 더 좋고, 당신한테 더 잘 어울리는 여자를 만날 수도 있어요. 그때 가서 이 결혼은 할머니가 강요하셔서 한 거라고 하면서 그 여자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사랑이니 어쩌니 해도 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전이진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그녀의 코끝을 살짝 건드리면서 말했다.“넌 아직도 바깥사람들이 우리 전씨 집안 남자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몰라? 전씨 집안 남자들은 모두 아내한테 일편단심이야. 전씨 집안의 가훈에는 결혼 후 한평생 가정에 충실해야 하고 혼인에 충실해야 하며 바람을 피워선 안 되고 이혼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어.”“누구든 가훈을 어기는 즉시, 전씨 가문에서 쫓겨나서 더는 전씨 일가와 상관없는 사람으로 돼버려.”“그리고 내가 당신과 결혼하는 것은 할머니가 당신을 선택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다면 할머니가 강요하셔도 소용없어.”전이진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걸었다.“누구한테 전화하려고요?”여운초는 그가 할머니에게 전화 드리려나 싶어서 한마디 물었다.“내가 가족관계등록부를 몸에 지니고 다니진 않아. 우리가 혼인신고를 하려면 내 가족관계등록부도 필요할 거 아니야. 내가 엄마한테 전화해서 급히 가져다 달라 하면 우리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 절차를 다 끝낼 수 있을 거 같아.”결혼 증명서를 받고 나면 그들은 합법적인 부부가 될 것이었다.전이진은 여태 자기가 한시 급히 여운초랑 결혼하여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싶어 한다는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애초에 여운초는 시력이 회복되어 그를 볼 수 있어야만 결혼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래서 그는 이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왔다. 끝내 그녀의 눈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또 법을 어기는 일까지 했다.비록 모든 불법적인 장사는 이미 압류당했고 관련된 금액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여씨 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액이 바닥을 쳤으며 여씨 그룹의 재산도 많이 수축했다.큰누나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은 후, 한동호 형님과 힘을 합쳐 천신만고 끝에 여씨 그룹을 이끌고 이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이런 얘기를 큰누나는 그한테 한 적 없었지만, 그는 한동호 형님과 매형을 통해서 알게되었다.비로소 그는 큰누나의 홀가분해 보이는 말투 속에 얼마나 많은 쓰라림이 숨겨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비록 큰누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감방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큰누나의 대의멸친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지만,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현재 여씨 그룹은 큰누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큰누나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가져야 할 재산은 한 푼도 양보하지 않지만, 자기가 가지지 말아야 할 재산은 한 푼도 탐하지 않는다고. 그가 물려받아야 할 재산은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다.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그와 둘째 누나 단둘의 소송일 것이었다.큰누나는 단지 여천우 부모님에게 속하는 재산만 그에게 돌려줄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자식이라곤 그와 둘째 누나밖에 없으니 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상대는 그일 수밖에 없었다.“누나, 나 먼저 수업 들으러 들게. 수업이 끝나는 대로 휴가 내서 돌아갈 테니 그때 천천히 얘기해.”“알았어, 얼른 가서 수업 봐.”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여운초는 동생의 말대로 그의 부모님의 물건들을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여운별 방의 물건은 여운초가 기분을 봐서 언제든 연락하여 가져가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와 여운별은 남남일 것이었다.“아가씨,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여운초는 알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손에